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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잇감
작품등록일 :
2021.03.1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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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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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5화

DUMMY

“론달 씨! 양 갈래 길이에요!”

“이번에는....”

-주인님, 오른쪽으로 가셔야 합니다.


맵과 방향 탐지 그리고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주는 영백이까지.


“오른쪽입니다! 그다음은 직진하다 왼쪽이고요!”


이 삼박자가 합쳐지니 도망치는 게 생각보다 수월해졌다.

우리는 어느새 그 촘촘했던 포위망을 한 꺼풀 벗어나 미친 듯이 숲을 달리는 중이었다.


“아이시라! 그만 포기하고 멈춰라!!”


헌데 이 자식들이 얼마나 많은 인력을 쏟아 부은 건지, 포위망이 두꺼워도 너무 두껍다.

나는 달리는 와중에 단검을 역수로 쥐고 길을 막아선 녀석을 노려보았다.


“너라면 멈추겠냐?”

“이, 이 녀석이...!! 뭣들 하는 거냐! 저 건방진 놈을 죽이지 않고! 아이시라 그녀만 죽이지 않으면 된다!”


명령이 떨어지자 자리를 잡은 복면인들이 활에 화살을 걸고 시위를 당겼다.

그녀 옆에 붙어 있는 나를 먼저 처리하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내가 누구던가. 나는 재빨리 속도를 늦추고 아이시라를 방패처럼 앞으로 내세웠다.


“론달 씨, 지금 뭐하는....”

“저 자식들이 아이시라 님은 죽이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안심하세요.”

“아무리 그래도....”

“다 살자고 하는 건데 잠시만 이러고 갑시다!”


아이시라는 몹시 당황한 눈치였지만, 다행히 상황은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

복면인들은 급히 활을 내리더니 그사이를 냉큼 지나치는 우리들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며 가만히 서 있었다.

물론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잡으려고 달려오려 했지만.


[끼야아아아악-!!]


보다시피 뒤에서는 단단히 화가 난 비락사르가 쫓아오는 중이었다.

복면인들은 얼떨결에 우리 대신 그 괴물의 분노를 받으며 치열한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저 질긴 자식! 도대체 어디까지 따라올 생각인 거야?”

-아주 지독한 놈입니다. 혹시 주인님이 목표가 아닐까요? 눈빛을 보니 산 채로 잡아먹으려는 거 같습니다.

“....내가 아니라 아이시라가 아닐까?”

-아닙니다. 분명 주인님을 노려보았습니다.


젠장.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욕 나오는 상황이라 해야 할지.

어쨌든 괴물 덕분에 완전히 포위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던 건 사실이었다.

물론 그렇다 해서 산 채로 잡아 먹혀 줄 생각은 눈금만큼도 없었다. 아픈 건 질색이니까.


“허억...! 로, 론달 씨.... 더는 무리에요!”


그때 잘 달린다 싶던 아이시라가 쓰러지듯 철푸덕 바닥에 넘어졌다.

급히 뛰던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자, 안색이 하얗게 질린 게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젠장... 이제 어쩌지.’


지금부터 직선으로 달려 숲을 벗어난다 해도 필요한 시간은 무려 3일.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 해도 최소 하루 반.

허나 그녀의 체력 상태를 생각하면 오히려 시간이 늘어난다. 최소 5일은 주어야 탈출이 가능한 것이다.


잘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던 임무였을지도 모른다.

아이사라를 구하는 건 무려 C등급에 해당하는 임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 어려운 걸 고작 E등급 영웅의 힘으로 해결한다는 게 웃긴 이야기다.


“하아.... 론달 씨, 지금이라도 저를 버리고 도망치세요. 제가 시선을 끌어드릴게요.”


아이시라는 이미 포기한 사람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에 나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었다. 피가 새어 나오니 답답했던 정신이 조금은 맑아졌다.


“아이시라 님, 처음 너른 마을에 찾아왔을 때부터 죽음을 각오했던 겁니까? 저 녀석들이 쫓아오는 것도 알고 계셨죠?”

“....맞아요.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죠. 론달 씨에게는 미안해요.”

“정말로 미안하면 그것만 말해주시죠. 저 녀석들이 노리는 그 보물이라는 게 뭡니까?”


작은 목각 상자에 담긴 소티아브 가문의 보물.

그녀에게 받았을 때는 곧바로 마법 주머니에 넣어 따로 확인하지는 않았다.

현실로 가져가지 못하는 이상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 해도 쓸모가 없을 터이니.


내 질문에 아이시라는 대답을 망설였다.

그렇게 잠시 침묵을 유지하던 그녀는 이내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주머니에서 상자를 꺼냈다.


“300년 전, 최고의 마도 공학자라 칭송받던 초대 영주님께서 죽기 직전 설계도 하나를 만드셨어요.”

“....고작 설계도요?”


설계도 그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수백 명의 사람까지 동원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하지만 아이사라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녀는 상자를 열더니 그 안에 돌돌 말린 낡은 종이를 꺼냈다.


“고작이 아니에요. 이건 살리아트의 설계도거든요.”


살리아트.

그 말을 듣는 순간 과거 적색 악인 중 하나가 사용하던 전쟁 병기가 떠올랐다.

만화에나 나올 법한 거대한 인간형 병기. 그 병기의 이름이 우연인지는 몰라도 살리아트였다.


“....설마 타이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주인님, 타이탄이라면 최상위 영웅들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닙니까?


영백이의 말이 맞았다.

타이탄. 혹은 신의 화신, 거신 등등.

능력의 이름은 다양했지만, 전쟁 병기를 소환하는 건 최상위 영웅들의 전유물.

아이시라는 내 질문에 놀랐는지 눈을 크게 떴다.


“론달 씨도 타이탄에 대해 알고 계셨나요? 그건 웬만한 귀족들도 잘 모르는 내용인데....”

“어쨌든 그게 맞다는 거죠? 저 자식들이 지금 그 타이탄 설계도를 노리는 거고?”

“예. 그래서 절대 뺏기면 안 돼요.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차라리.....”


그녀의 두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품속에서 마나의 향이 짙은 동전을 만지작거리는 걸 보니 딱 봐도 안 좋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내뱉고 그녀를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업히세요.”

“하지만....”

“가문에 보물을 가져가야 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대로 죽는 건 억울하잖아요. 안 그래요?”

“....사실 억울해요. 초대 영주님의 무덤을 정말 힘들게 찾아냈거든요.”


무덤이라.

아무래도 그 하늘로 솟은 바위와 그 중심에 있던 굽은 나무가 영주의 무덤이었나 보다.

그 대책 없는 사람은 도대체 보물까지 들고 왜 하필 이런 장소에 와서 죽은 건지 참나.


어쨌든 간에 나는 망설이는 그녀를 강제로 업었다.

맵에 붉은 점이 사방에서 쪼여오는 중이라 더 이상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무엇보다 뒤에서는 아직.


[키에에에엑-!!]


저 질긴 괴물 자식이 포기하지 않고 따라오는 중이었고.

지금 보니 저 괴물은 영백이 말처럼 정말 나를 목표로 하는 것 같았다.


“할 수 있을 때까지 한 번 해봅시다. 포기는 그때 해도 늦지 않아요.”


과거 구역을 오르던 도중 포기하려는 내게 준호 아저씨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는 내가 포기하려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죽기 직전까지 어디 한번 최선을 다해보자고.



* * *



상세 열람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7일 차가 되던 날.


나는 숨어 있던 나무 위에서 고개만 살짝 내밀고 주변을 수색하는 복면인들을 지켜보았다.


“조장님, 이곳에는 별다른 흔적이 없습니다.”

“젠장. 그사이에 또 도망친 건가? 듣기로는 허약하다 들었는데 아무래도 틀린 정보인가 보군.”

“어떻게 할까요?”

“이렇게 된 이상 수색은 무의미하다. 우린 더 외곽으로 가서 포위망을 구축하는 걸 돕는다.”

“예!”


운이 좋았는지 다행히 걸리지 않았다.

나는 그들이 완전히 떠나간 후에야 참았던 숨을 터트렸다.


“하아.... 숨 막혀서 죽을 뻔했네.”

-주인님, 조금만 더 가면 숲을 벗어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과연 그 조금을 더 가는 게 쉬울까. 저 녀석들 말을 들어 보니 마지막 작업을 준비하는 거 같은데.”

-그래도 그녀가 준 아티팩트가 있으니 어떻게든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길 바라야지. 안 그러면 그녀를 두고 온 이유가 없잖아.”


함께 도망치던 아이시라는 지금 이곳에 없었다.

이대로라면 숲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에 론달이 알고 있던 비밀 장소에 그녀를 숨겨두었다.

그리고 그때 그녀에게 몇 가지 아티팩트를 추가로 받았다.


처음 받았던 물체에 폭발의 힘을 담을 수 있는 폭발 반지.

몸을 잠시 동안 투명하게 만들어주는 둥근 구슬.

그리고 마지막으로 블링크 마법이 각인 된 검은 막대기까지.

그게 아니었다면 아무리 혼자라도 이곳까지 절대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다.


거기다 아티팩트를 쓰면서 느낀 건데, 아이시라가 만든 이 물건들은 기존에 내가 알던 보물들보다 효과가 뛰어났다.

익숙한 폭발 반지만 봐도 훨씬 적은 마나로 더 강한 폭발을 일으켰다.


-주인님, 이제 움직이셔야 합니다. 주변이 으스스한 게 아무래도 비락사르가 제법 가까이 따라온 거 같습니다.

“젠장.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 녀석은....”

-그래도 아이시라를 쫓아가지 않은 게 다행 아닙니까?

“...그건 맞지.”


지긋지긋한 괴물 녀석.

내가 현실로 돌아가 10구역에서 그 녀석을 만난다면 꼭 복수를 해주리라.


하지만 지금 당장은 도망치는 게 우선.

나는 곧장 나무 아래로 내려가 맵에 표시된 붉은 점들을 피해가며 너른 마을을 향해 움직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정말로 이제 목적지까지 별로 남지 않은 상태라는 것.

빠르면 1시간 늦어도 2시간이면 숲의 외곽 경계까지는 도착할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숲의 경계가 나오길 바라며 이동하던 도중.

느낌상 30분쯤 지났을까.


내가 향하는 방향에서 작은 공터가 나왔다. 그곳에는 복면인들 대신 갑옷을 입은 수십 명의 사람이 모여 있었다.


“저들은....”

-기사와 병사입니다. 어쩌면 소티아브 가문에서 보낸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들 상위에 아이시라가 데리고 다니던 기사들과 똑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아무래도 맞는 거 같다. 하긴, 가문의 후계자가 위협받는 상황인데 너른 마을에만 처박혀 있으면 그건 말이 안 되지.”

-그럼 합류하셔서 이제 아이시라만 구하면 되겠군요.

“그래. 기사들이라면 충분히 그녀를..... 잠깐.”


그들에게 다가가려다 무언가를 발견하고 멈칫했다.

저들 중 유일하게 귀족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들고 있는 흑색 검.


과거에 보았던 기억이 난다.

적색 악인이자, 전쟁 병기 살리아트의 주인이었던 그 녀석.

분명 그 녀석이 항상 들고 다니던 그 검이었다.


“설마.... 그 자식의 영웅이 저놈이라고? 거기다 아이시라와 같은 소티아브 가문의 귀족?”

-그 자식이 누굽니까?


이제야 퍼즐이 맞춰졌다.

내가 이번 임무를 맡으며 가장 이해가 안 갔던 게, 바로 론달이 왜 죽었냐는 것이었다.

시선을 아이시라가 끈 이상, 길잡이 론달이 죽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라면 충분히 숲을 벗어나는 게 가능했다.

직접 그의 육체를 이용했기에 누구 보다 확신하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분명 그는 죽었다.


‘론달이 도망치던 도중 저 자식을 만난 거구나. 저 배신자 새끼가 론달을 죽이고 살리아트를 얻은 거야.’


그래서 론달이 임무로 내게 ‘너른 마을’이라는 구체적인 목적지를 정해주었던 건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었지만 앞뒤가 척척 들어맞는 것을 보니 그럴 확률이 높다.


나는 잠시 그 녀석을 노려보았다.

배신자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해둘 생각이었다.


“....다른 방향으로 숲을 나가자.”

-도움을 청하지 않는 겁니까?

“저 자식들도 한패야. 이렇게 된 이상 너른 마을로 가서 소티아브 영주를 직접 만나야 해.”


나는 방향을 틀어 다른 길을 이용해 숲을 벗어나기 위해 움직였다.

다행히 그들이 그곳에 있기 때문인지 그 주변에는 복면인들이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얼마 나지나 않아 숲을 벗어날 수 있었다.


“하아.... 드디어 밖이다. 진짜 성공할 줄은 몰랐는데.”


이곳은 처음 론달의 몸으로 눈을 뜬 너른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작은 언덕.

언덕 끝으로 가 마을을 내려다보니, 평소 한산했던 그곳은 현재 많은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소티아브 가문에서 후계자를 구하기 위해 대대적인 병력을 파견한 것이다.


그 숫자만 어림잡아도 최소 기사 수십에 병사 천 이상.

그중 내 시선을 붙잡은 건 마을 입구에 서서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중년인이었다.

나는 그 중년인의 얼굴을 보는 순간 확신했다.

바로 저자가 아이시라가 말했던 소티아브 가문의 영주라고.


“영백아.”

-예 주인님.

“이제 복수할 차례다. 내가 고생했던 거에 정확히 두 배만큼 돌려주자.”

-복면인들에게 말입니까?

“....그 녀석들은 나중에. 우선 비락사르 그 녀석부터 아주 잘근잘근 지려 밟아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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