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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잇감
작품등록일 :
2021.03.1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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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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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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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7화

DUMMY

며칠 뒤, 아침 일찍 일어난 나는 식사를 마치고 여관 밖을 나서는 이선주를 배웅했다.


“선주 씨, 오늘도 언니분을 찾으러 가시는 겁니까?”

“아하하.... 그러려고 했는데 오늘은 일행들끼리 모임이 있어서요. 아무래도 중요하게 할 말이 있나 봐요.”


갬블러 김유환 일행을 말하는 거다.

며칠 동안 그들과 함께하던 그녀는 꽤나 친해졌는지 내가 처음 억지로 그에게 보냈을 때와 달리 얼굴이 밝아졌다.


“그럼 이따 뵙도록 하죠.”


이선주가 나가고 난 뒤에 나는 홀로 1층 의자에 앉아 무언가를 기다렸다.

주변을 청소하던 여관 주인은 그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은지 눈살을 찌푸리며 노려보았다.


“이봐. 할 일 없으면 청소라도 도와주지 그래?”

“제가 도와드리면 아저씨 할 일이 줄어들지 않습니까. 저는 남의 일을 뺏는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에잉! 괘씸한 놈. 내가 그렇게 며칠 동안 눈치를 줬는데 한 번을 안 도와주네.”

“다 아저씨를 생각하는 저의 배려죠 배려.”


그렇게 쓸데없는 말 몇 마디를 주고받았을 때였다.

갑자기 청소 도구를 내려놓은 아저씨가 입구를 조심스레 살피고는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건넸다.


“이놈아, 위험하게 왜 만투스를 찾아가고 그런 거야. 거기가 뭐 하는 곳인지는 알아?”


아저씨가 건넨 종이에는 내가 어젯밤에 의뢰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나는 종이를 슬쩍 확인한 뒤 접어서 품속에 넣고 미소를 지어주었다.


“아니까 의뢰를 한 거죠. 그러는 아저씨야말로 위험하게 영주와 적대하는 세력에 들어가 계셔도 됩니까?”

“크흠! 그건 네가 알 필요 없으니까 신경 꺼! 어디 가서 떠들고 다닐 생각하지 말고! 알겠어?”

“예, 예! 그럼 저는 그만 올라가 보겠습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여관 주인이 만투스 소속 정보원이라는 사실을.

과거에 내게 만투스에 대해 알려준 사람이 바로 아저씨였으니까.


나는 방으로 돌아가 문을 굳게 잠근 채 침대에 누워 종이를 다시 꺼냈다.

A4용지 사이즈만한 종이에는 여백이 없을 정도로 검은 글씨가 가득 적혀 있었다.


-박 회장이란 놈이 범인이군요.

“그러게. 그런데 나는 이 녀석이 누군지 모르겠단 말이지. 과거에도 박 회장이라 불린 녀석은 만난 적이 없거든.”

-아래에 추가적인 정보가 적혀 있습니다.


영백이 말처럼 박 회장에 대한 상세한 정보들이 적혀 있었다.

그중 제일 눈에 띈 건 그자와 일행 일부의 목과 양쪽 손등에 뱀이 그려져 있다는 정보.

뱀이라면 나름 흔한 문신이기는 하다만, 수십 명이 똑같은 문신을 했다는 게 이상하다.


“이것만 봐서는 무슨 조폭 같은데? 그런데 뱀 문신이라면..... 아!”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문신을 어디선가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분명 1구역에서 박 사장이 데리고 다니던 조폭들이 그런 문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의 친형이 조폭들의 큰형님이라 했던 사실도 기억났다.


“박 회장과 박 사장. 아무리 생각해도 우연은 아닌 거 같은데.”

-박 사장이라면 주인님이 죽이셨다는 그 쓰레기 같은 녀석이 아닙니까?

“맞아. 아무래도 이 자식이 그 녀석의 형 같다. 그래서 나를 적대하는 걸 테고.... 이제야 앞뒤가 맞네.”


도대체 나와 무슨 악연이길래 두 형제 놈이 번갈아 가며 앞길을 막아서는 건지.

그 상황이 웃기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해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안 그래도 조금 무료했는데 재미있네. 그 개자식의 형이라니.”

-어쩌실 겁니까?

“그 자식의 형이라면 가만히 둘 수는 없지. 무엇보다 주제도 모르고 이빨을 내미는 짐승 새끼를 봐줄 정도로 내가 너그럽지도 않고.”


생존 게임의 철칙 중 하나, ‘강자에게는 자존심 따위는 버리고 수그려야 한다’.


나는 보통 그 수그리는 쪽에 속해 있었다.

오러란 힘을 깨우친 건 아주 나중이었고, 그때는 이미 격차가 벌어져 있었으니까.

그랬기에 과거였다면 운 좋게 박 사장을 죽였다 해도 결국 박 회장에게 수그렸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 태어난 지금의 나의 신분은 수그리는 쪽이 아니라 그 반대인 ‘강자’.

그것도 최상위 영웅들에 비빌만한 아주 특별한 존재.


“시간 끌 것 없이 최대한 빨리 처리해 버리자.”

-허나 주인님께서 분명 성에서는 싸울 수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밖으로 유인해야지. 녀석에게 아주 매력적인 먹잇감을 던져줘서.”


이런 일은 과거에 내 전문 분야였다.

그때는 힘이 부족했기에 살아남으려면 머리를 열심히 굴려야 했던 탓이다.


“오늘 밤은 생각보다 재밌어지겠어.”



* * *



해가 저물고 달이 뜬 저녁 시간, 8시 30분.


“슬슬 움직여 보자.”

-예 주인님.


미리 준비하고 있던 나는 검과 마법 주머니를 챙긴 채 여관 밖으로 나섰다.

목표는 3번 성문에 있을 박 회장과 녀석의 일행들이었다.


그렇게 도로를 걸어 잠시 후 3번 성문에 도착하니 성벽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그중 내 시선을 사로잡은 건 손등에 뱀 문신이 그려진 사람들이었다.

혹시 몰라 맵을 확인하니 역시나 그들은 붉은 점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음? 이봐! 오늘 성문 쪽 자리는 꽉 찼어! 사냥을 할 생각이면 내일 공적치를 지불하고 자리를 사서 다시 와!”


성벽에 올라가니 길을 막고 있던 젊은 남자가 말했다.

그 또한 손등에 뱀 문신이 그려진 자였는데, 하는 꼬라지를 보니 공적치를 대가로 자리를 판매하는 것처럼 보였다.


‘누가 조폭 아니랄까 봐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전부다 하는구나.’


과거에도 종종 있던 일이다.

본인들끼리는 성문 쪽 성벽 전체를 커버할 숫자가 안 되니 남은 자리를 소수 일행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나는 그 남자를 한번 노려보고 그 뒤를 쳐다봤다.

성벽 중심에는 박 회장으로 추측되는 거대한 덩치의 중년 남자가 있었다.

박 사장과 얼굴이 닮은 걸 보니 분명 그가 내가 찾던 그 새끼였다.


“어라? 지금 내 말을 무시하는 거냐? 이 새끼가....”

“박 회장에게 전해라. 강유성이 찾아왔다고.”

“뭐? 너 따위가 뭔.... 잠깐. 강유성? 네가 설마 그 형님이 찾는 그 자식이라고?”


조폭 똘마니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는 박 회장에게로 쪼르르 달려가 곧바로 내 말을 전했다.

그러자 내가 찾아왔다는 말을 들은 박 회장의 두 눈이 매섭게 변했다.


“강유성 그 자식이 직접 찾아왔다고? 어디에 있냐!”

“형님! 저 자식입니다!”

“호오라, 저 키만 큰 자식이 강유성이라 이 말이지? 설마 제 발로 찾아올 줄이야.”


박 회장이 나서자 아직 디펜스까지 시간이 남아 한산하던 성벽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무기를 손에 든 사람들이 내 주변을 에워 쌓고, 박 회장은 커다란 대검을 땅에 끌며 내게 다가왔다.

대검은 한눈에 봐도 굉장히 무거워 보였다.

하지만 그는 가소롭다는 듯이 붕붕 검을 허공에 돌리더니 어깨에 올렸다.


“네가 강유성이냐? 내 동생을....”

“박 사장 그 자식을 내가 죽였냐고?”

“크흠! 그래, 그 말이 사실이냐? 솔직히 말하는 게 좋을 거다.”

“맞아. 내가 그 녀석을 최대한 잔인하게 죽였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살려달라고 발버둥 치는데 그냥 죽였어.”


분노로 일그러진 녀석의 얼굴.


“너....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거 같은데....”


나쁜 놈이라 해도 가족은 챙기나 보다.

다른 사람의 목숨은 벌레처럼 생각하던 녀석들 주제에.


나는 녀석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입꼬리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도시에서 싸우면 감옥행이라는 건 알고 있지? 어디 자신 있으면 그 검을 휘둘러보던가.”

-주인님, 계획이라는 게 고작 적을 찾아가 도발하는 거였습니까?


옆에서 지켜보던 영백이의 얼굴에 실망감이 서렸다.

하긴, 자신만만했던 나를 보고 그 계획이라는 거에 꽤나 기대했던 거 같았으니까.


하지만 고작이 아니다. 나는 머릿속에서 수십 가지의 수를 생각하고 제일 현명한 방법을 골랐을 뿐이다.


현재 박 회장이 가장 원하는 건 바로 나.

이렇게 매력적인 먹잇감이 직접 찾아왔는데 가만히 참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흥! 가소로운 녀석. 감옥쯤이야 이미 세상이 망하기 전에 몇 번이고....”


그 짐작이 맞았는지 검을 잡은 박 회장의 손에 힘이 가득 들어갔다.

당장이라도 내게 검을 휘두르려는 기세였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움직인 이들이 있었다.


“어이, 거기! 당장 그만두지 못해? 도시에서 싸우는 건 영주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일이다!”


성벽을 관리하는 카투 종족의 병사들이었다.

그들이 재빠르게 나와 박 회장의 사이를 가로막더니 위협적으로 들고 있던 창을 겨누었다.


“당장 물러서! 싸우는 순간 바로 감옥행이다. 그래도 죄를 반성하지 않는다면 가중 처벌로 도시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둬라.”


감옥은 그렇다 쳐도 도시에서 쫓겨난다는 건 생존자에게 꽤나 가혹한 처사.

내게 눈을 부라리던 박 회장이 이빨을 으득 깨물었다. 그리고는 수하들에게 물러나라 손짓했다.


“운 좋은 자식.... 끝나고 보자.”

“자신 있다면 얼마든지.”


가열되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

나는 내게 집중된 시선을 마음껏 음미하며 천천히 성벽 끝으로 걸어갔다.

녀석에게 도발이라면 충분히 해주었으니 이제 2차 계획을 시작할 시간이다.


성벽에서 뛰어내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박 회장을 쳐다보았다.

녀석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주먹으로 애꿎은 땅을 툭툭 두드리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에게 입꼬리를 씨익 올려주었다.


“재수 없는 얼굴이 동생이랑 똑같네.”



* * *



자벨린의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강유성이 박 회장을 찾아와 도발을 한지도 어느덧 9일 차였다.


“젠장 또 그 녀석이...!!”


수하들이 좀비들을 사냥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박 회장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생겨났다.

E등급 디펜스 이벤트치고 성벽을 공격하는 좀비들의 숫자가 현저히 적었기 때문이다.


“형님.... 아무래도 오늘 사냥도 공친 거 같습니다. 어제에 절반도 안 되는 숫자입니다.”


수하의 보고가 아니라 해도 박 회장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현재 이곳 성벽은 3개의 세력으로 갈라져 3일마다 돌아가며 사냥을 하는 중이었다.

헌데 다른 날은 멀쩡한데 꼭 그의 일행이 나서는 날만 좀비의 숫자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물론 그도 처음에는 단순한 우연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어느덧 벌써 3번째.

그리고 그 엿 같은 상황이 일어나기 전에는 꼭 강유성이 찾아와 성벽 밖으로 나가고는 했었다.


“강유성.... 그 자식이 범인이다! 밖으로 나가서 살아 돌아온 것도 그렇고, 무슨 수작을 부린 게 분명하다고!”

“형님, 그렇다 해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녀석을 따라 나갔던 생존자 중 돌아온 사람은 없습니다....”


박 회장이라고 그냥 당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이미 미행도 붙여보았고 별짓을 다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을 뿐이지.


“젠장! 첫날에 그냥 죽여 버렸어야 했는데....”

“형님이 참으십쇼. 감옥에 다녀온 사람 말로는 사람이 갈 곳이 아니랍니다.”

“그래도 이렇게 당하고만 있기에는.... 음? 뭐야! 지금 저 새끼들 어디 가는 거야?”


그 순간 암울한 눈빛으로 전장을 바라보던 박 회장의 표정이 구겨졌다.

한참 사냥에 전념해야 하는 일행 중 일부가 무기를 집어넣은 채 자리를 이탈하고 있었다.


“하아.... 아무래도 저희 일행에서 나가려는 거 같습니다.”

“뭐야! 감히 저깟 녀석들이 내 허락도 없이?”

“형님, 오늘뿐만이 아닙니다. 하루마다 조금씩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이러다 저희 조직만 남을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이 나가는 이유는 뻔했다.

이곳이 다른 곳에 비해 좋은 대우를 해주는 것도 아닌데, 이제는 사냥까지 말썽이니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문제는 벌써 그렇게 빠져나간 사람만 100명 가까이 도달한 상태라는 것.


이러다 일행의 숫자가 100명 밑으로 내려간다면 더 이상 성벽 주인의 자리에 도전할 자격도 끝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 힘들게 만들었던 일행이 그저 그런 소규모 일행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으으...!!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그 개자식을 죽이는 수밖에...!”

“예? 하지만 도시에서 생존자끼리 싸우는 건....”

“이런 멍청한 자식! 안에서 안 되면 밖에서 죽이면 그만이지.”


박 회장의 불타는 두 눈이 성벽 넘어 깊은 숲으로 향했다.

그곳 어딘가에서 자신을 비웃고 있을 강유성을 찾기라도 하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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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7화 +1 21.04.24 1,032 2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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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5화 21.04.22 1,055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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