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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잇감
작품등록일 :
2021.03.1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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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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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3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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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DUMMY

“으음.... 이번 판도 제가 졌군요.”


항복을 인정한 갬블러 김유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자신이 패배한 결과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자판에 깔려 있는 카드와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따로 말은 안 했지만 내가 속임수를 쓰는 게 아닌지 의심하는 눈초리다.

하긴 그도 그럴 만한 게, 벌써 그가 내게 내기에서 패배한 게 5번째였다.

내기 종목까지 바꿔가며 게임을 진행했지만, 그 5번 동안 단 한 번도 내게 이긴 적이 없었다.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김유환을 마주 보았다.


“가만 보자. 그럼 저한테 주셔야 하는 공적치가 1550이군요? 깔끔하게 50은 떼어드리겠습니다. 1500만 주시죠.”


1500의 공적치라면 성문 주인 중 하나의 파티에 들어가 한 달 내내 사냥해야 겨우 모을 수 있는 엄청난 양.


내 요구에 김유환의 표정이 당황을 넘어 하얗게 질렸다.

그는 무슨 말을 하려 입술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더니 이내 한숨을 푹 내뱉었다.


“하하.... 사실 그 정도 양은 저한테 없습니다. 기껏해야 150정도 밖에는.....”

“그런데 왜 계속 내기를 진행하신 겁니까? 저한테 사기를 칠 생각이셨군요.”

“예? 아, 아닙니다! 제 직업을 걸고 절대 사기 치려던 건 아니었습니다!”


사실 나도 알고 있다.

그가 진짜 그럴 생각은 아니었다는 사실 정도는.


그는 과거 공개한 능력 중 하나인 ‘정당한 내기’ 때문이라도 사기나 속임수를 치는 게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패시브로 적용되는 그 능력은 사용자가 속임수를 쓰면 커다란 패널티를 준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랬기에 처음부터 게임을 룰을 자신한테 유리하게 설정했던 것일 터이니.


“어쨌든 저한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수 없다는 말이 아닙니까?”

“그, 그건.... 아! 혹시 괜찮으시면 식량이나 보물로 대신 지불은 안 될까요? 꽤 괜찮은 물건도 있는데....”

“싫습니다.”


최대한 단호히 말했다.

처음부터 그에게 원하는 게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의 조건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그에 잠시 생각에 잠긴 김유환은 이내 눈을 반짝이며 두 손을 마주쳤다.


“그럼 제가 보물과 식량을 팔아오겠습니다! 그런 다음에 지불하면....”

“그것도 싫습니다. 지금 당장 주실 게 아니라면 저는 그만 일어나겠습니다.”

“아, 아니 왜 이렇게 급하세요! 잠시만 제 이야기를 들어주십쇼! 없는 공적치를 어떻게 드립니까?”

“그게 제 잘못입니까?”

“....제 잘못은 맞지만 그래도 조금만 자비를.....”


김유환은 내게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큰 만큼 어겼을 때 패널티도 커진다.

그도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필사적으로 내 다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제는 불쌍한 표정까지 지어가며 거의 애원하는 수준이었다.


“흐음..... 이렇게까지 애원하시니 뭐, 기회를 드릴까요?”

“예! 뭘 원하시든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그러니 제가 공적치를 갚을 기회만 제발 주십쇼!”

“좋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내기를 합시다.”

“예? 무슨 내기를....”

“방금 하던 게임을 이어서 하든지 아니면 다른 게임을 하든 내기를 하자고요. 베팅 금액은 1500으로 하고.”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김유환의 얼굴이 복잡해졌다.

베팅 금액이 큰 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알겠지만, 운만 좋으면 한 번에 빚을 청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물론 나는 그가 이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는 사실을 확신했다.


“조, 좋습니다. 대신 딱 한 판 만입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게임으로 하겠습니다! 괜찮으시죠?”


그는 심각한 도박 중독자였으니까.


“물론이죠. 자, 그럼 어디 게임을 깔아보시죠.”


김유환은 이번에도 카드 게임을 선택했다.

하지만 방금 전 게임과는 다른 규칙의 내기인지, 카드 9장을 뽑아 뒷면이 보이게끔 자판에 내려놓았다.


“서로 한 장씩 카드를 뽑아서 총합의 숫자가 큰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처음은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잠깐만요. 그러면 당신은 5장을 뽑고 저는 4장을 뽑게 되는 거 아닙니까?”

“아하하.... 뭐 그렇죠.”


뻔뻔하기 그지없다. 이제는 어떻게든 내기에서 이기려고 얕은 수작을 부리는 게 귀여울 정도다.


“좋습니다. 시작하죠.”

-주인님, 이번에도 이길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차라리 내기를 그만하시는 게....


나는 처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다른 내기라면 모를까, ‘카드’ 게임이라면 지금의 김유환은 절대로 나를 이길 방법이 없으니까.


“으음....”


김유환이 신중한 얼굴로 카드를 한 장 뽑았다. 그 카드는 높은 숫자였는지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이번에는 내 차례였다.

나는 이미 봐두었던 카드를 망설임 없이 뽑았다.

숫자 9. 바닥에 깔린 1부터 9까지의 카드 중 가장 높은 숫자였다.


그렇게 한턴 씩 돌아가며 카드를 뽑았고, 마지막으로 김유환이 5번째 카드를 뽑았다.

하지만 처음 카드를 뽑았을 때와 달리 지금 표정은 매우 좋지 못했다.

나는 희죽 미소를 지으며 들고 있던 카드를 그에게 보여 주었다.


“제 카드는 9, 8, 6, 4입니다. 총합은 27이군요. 당신은 몇입니까?”

“저.... 저는....”


김유환이 일그러진 얼굴로 카드를 공개했다.

7, 5, 3, 2, 1이었다. 숫자의 총합은 고작해야 18.

이번 내기도 역시나 그의 패배였다.


“그럼 이제 그만 3천 공적치를 지불해 주시죠.”

“혀, 형님! 한 번만 봐주십쇼! 시간을 조금만 주시면 제가 어떻게든 구해서라도 갚겠습니다!”

“이거 왜 이러십니까? 지금 당장 지불할 게 아니라면 저는 가겠습니다.”

“제발 한 번만 봐주십쇼! 이대로 가시면 저는 망합니다! 제발요!”


그가 입는 패널티가 정확히 무엇인지 몰라도 표정을 보니 대충 예상은 갔다.

아마 직업 능력 일부를 잃거나, 저주에 걸린 것처럼 신체 능력이 다운되는 엿 같은 일이 아닐까 싶었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렇게 애원할 이유가 없지.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 구차하게 바짓가랑이를 잡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럼 대신 제가 원하는 것으로 대가를 지불하시죠.”

“아이쿠! 말씀만 해주십쇼! 뭐든 들어드리겠습니다!”

“우선 당신이 가진 영웅의 직업과 이야기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예? 제가 가진 영웅에 대해서요? 그건 왜....?”

“싫으면 그냥 가겠....”


진짜 갈 것처럼 몸을 휙하고 돌리자, 김유환이 다급히 몸을 굴려 내 앞길을 막아섰다.


“아이구! 제가 언제 안 된다고 했습니까! 당연히 되죠! 암, 되고말고요!”

“뭐, 그렇게까지 나온다면야..... 어디 한번 말해보세요.”

“그, 그게.....”


대답과 달리 잠시 망설이던 김유환은 결국 눈을 질끈 감고는 입을 열었다.


[정당한 내기꾼, 카탄 드 바리온에 대한 기록을 작성하셨습니다]

[영웅 백과사전에 새로운 기록을 추가하시겠습니까?]


“....제가 아는 건 그게 끝입니다.”


혹시나 거짓말을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속임수를 쓰면 패널티를 주는 능력 때문인지 솔직하게 아는 정보를 불었다.

그런데 설마하니 진짜 직업이 내기꾼이었을 줄이야.


-주인님! 무려 C등급 직업입니다. 이것을 얻기 위해 내기를 하셨던 거군요!


따분해하던 영백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저 기록이나 상세 열람에 관련된 거라면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게 티가 나는 녀석이었다.

하지만 녀석에게는 미안하지만, 진짜 목적은 그게 아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조건이 있습니다. 제 일행을 당신의 일행으로 받아주시죠. 그것만 해주신다면 3천 공적치는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


김유환과 그의 일행들은 내가 이선주에게 붙여주려고 찾던 아주 든든한 일행에 적합한 인재들.


그들은 숫자는 적지만 모두 강한 편에 속했고, 후반 구역까지 함께 할 정도로 의리도 있는 사람들이었다.

무엇보다 후반에 내게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이었고.

그렇기에 이선주를 통해 다리를 만들어 두는 게 내 입장에서도 나쁘지는 않다.


“예? 하지만 그건 저 혼자 결정하는 게....”

“그래서 안 된다고?”

“아니 왜 갑자기 반말을....”

“안 되면 그냥 갈....”

“아이쿠! 제가 언제 안 된다고 했습니까? 일행들한테 설명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죠! 헤헤!”



* * *



저녁 8시.

해가 저물고 달이 떠오르며 자벨린 영지에 어둠이 찾아온 늦은 시각.


“그럼 가보자.”

-예 주인님.


나는 평소와 달리 1시간 일찍 그것도 이선주를 여관에 두고 혼자서 성벽에 올랐다. 오늘 방문한 곳은 1번이 아니라 3번이었다.

헌데 성벽 위에는 아직 시간에 여유가 있음에도 미리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뭐야? 3번 성문은 아직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건가? 이거 의도치 않게 운이 따라준 거 같은데.”


그게 아니었다면 저들이 서로를 눈치를 살피며 자리싸움을 하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나는 그들을 힐끔 바라보고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한적한 성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본 후에야 조심스럽게 성벽을 넘어 밖으로 나섰다.


-주인님, 뭘 하시려는 겁니까? 밖으로 나가면 새벽 6시까지는 입장이 불가능합니다만.

“조금 있으면 알게 될 거야.”


과거 일행이 적어 성벽의 주인이 될 수 없던 준호 아저씨가 내게 알려주었던 공적치를 모으는 기가 막힌 방법.

그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밖으로 나가야 했다.


현재 시각 8시 10분.


시간이 넉넉지는 않았다. 나는 남은 시간 동안 3번 성벽 주변 일대를 열심히 돌아다니며 지도를 제작했다.

그렇게 40분이 지났을 때가 돼서야, 맵을 어느 정도 완성할 수 있었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제야 움직이는 걸 멈추고 나무에 몸을 기댄 채 주저앉았다. 그러자 영백이가 재빨리 다가왔다.


-주인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10분 후면 알게 될 거라니까.”

-그게 아니라 아까 낮에 있던 일을 물어보려는 겁니다. 김유환을 상대로 내기에서 전부 이긴 비결이 무엇입니까?


내기에서 이긴 비결이라.

낮에 있던 일을 떠올린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맵을 이용했지.”

-맵을.... 말씀이십니까?

“그래. 지도는 작은 공간으로 한정할수록 더 세밀한 정보를 알려주거든. 녀석이 깐 자판에 능력을 사용했어.”


물론 김유환이 더 성장하면 먹히지 않을 방법이지만, 이번에 요긴하게 썼으니 충분했다.


-과연..... 주인님이십니다. 악덕 영주에 이어 사기꾼의 기질까지 타고나셨군요.


이게 칭찬인지 욕인지.

어쨌든 중요한 건 김유환 일행이 이선주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내가 더 이상 그녀를 챙겨줄 필요가 없어졌다. 지금쯤이면 함께 2번 성벽으로 갔겠지.


잠시 후, 기다리던 9시가 되며 디펜스 이벤트가 시작되었다는 알림이 떠올랐다.

오늘 의뢰의 등급은 첫날과 마찬가지로 E등급이었다.


“자, 그럼 오랜만에 제대로 움직여 볼까나.”


나는 곧장 맵을 켰다. 꽤 넓은 범위까지 확장된 맵에는 아주 진한 붉은 점 3개가 찍혀 있었다.


그중 우선 제일 가까운 붉은 점으로 다가가 보았다.

그곳에는 지옥의 문을 연상케 하는 무저갱이 생겨나 있었다.

아까 이곳을 확인했을 때는 분명 없던 괴상한 땅굴이었다.


-저게 무엇입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나. 좀비를 뱉어내는 생산 기지? 아니면 그냥 이동 장치 정도? 사실 나도 자세한 건 몰라.”


지금까지 호기심에 저 안으로 들어갔다가 살아남았던 생존자는 없었다.

나 역시 그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려던 걸 포기했을 정도로 저곳은 비밀에 감쳐진 미지의 장소였다.


“끄어어어....”


바로 그때, 땅굴에서 빠져나온 소형 좀비 한 마리가 나를 발견하고는 천천히 다가왔다.

녀석이 입고 있는 복장을 보니 꼭 영웅들의 세상에서 있을 법한 병사처럼 보였다.


-주인님께서 노리시는 게 저 땅굴이었습니까?

“공적치를 독식하려면 이 방법 말고는 없거든.”


성벽 없이 그것도 혼자서 좀비 떼와 싸운다는 건 사실 미친 짓에 가까웠다.

준호 아저씨조차 성장하기 전에는 이 짓을 하기 위해 일행들의 도움을 받았을 정도이니까.


하지만 나는 예외랄까.

왜냐하면.


“끄어어억!!”


그때 코앞까지 다가온 좀비가 들고 있던 무딘 검으로 나를 힘껏 내리쳤다.

그런데 검이 닿기 직전 스파크가 튀더니 그대로 튕겨 나갔다.


“끄어억...?”


좀비에게도 감정이라는 게 있는지 녀석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런 녀석을 마주 보며 입꼬리를 올려주었다.


띠링! [불신자가 발동합니다.]

-불신자가 발동한 상태에서는 살아 있는 생명체를 제외하고는 사용자보다 2등급이 높지 않은 이상 어떠한 타격도 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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