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B 스파이 때려 잡기
김 만호 스파이는 조심스럽게 황 범과 철민이 그리고 박 준호 대장이 탄 차를 따라갔다.
그런데 그런 김 만호 스파이를 따라가던 남자가 또 있었다.
바로 게오르기 KGB요원이었다.
‘저 차는 또 뭐야······.’
게오르기 요원은 김 만호 스파이의 존재를 몰랐다.
독립군 내의 스파이를 관리하는 사람은 드미트리 중령이었으며 그의 작전을 알던 사람은 KGB에서도 최고위층 들만 알고 있었다.
게오르기 요원은 노련한 솜씨로 김 만호 스파이가 몰던 차와 황 범이 몰던 차의 위치를 파악하며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
“저, 대장님?”
“어, 황 범 말하게나.”
운전을 하던 황 범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 준호 대장은 옆에 앉아있던 철민이와 놀아주고 있었다.
“제가 말씀 드린 것에 대한 정보가 이 호주머니 안에 있습니다.”
“어? 뭐가? 아, 보여줄 게 있다던 그거?”
“예. 그 자료가 이 호주머니 안에 있습니다. 한 번 꺼내서 보시죠.”
황 범이 가리킨 것은 조수석에 있던 황 범의 점퍼였다.
박 준호 대장은 그 점퍼를 잡고는 호주머니를 뒤졌다.
그러자 작은 메모지가 나왔다.
“이거 말인가? 이게 왜······.”
박 준호 대장이 메모지를 펴자 이름들이 적혀있었다.
총 열두 명의 KGB스파이 이름들.
황 범이 드미트리 중령을 고문? 하다시피 괴롭혀서 얻어낸 이름들이었다.
박 준호 대장은 그 이름들을 보자 무언가 느낀 듯 눈이 커졌다.
“혹시 그 이름들 중에 아시는 이름 있습니까?”
그 이름 명단 중에 제일 첫 번째로 적혀있던 이름은 바로 ‘김 만호’ 의병이었다.
또한 최 종훈 이름도 적혀있었다.
박 준호 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다마다. 여기 적힌 사람들 모두 다 나와 함께 적어도 5년 이상, 어떤 이는 나와 10년 이상 함께 독립운동을 하던 동지들 이름이라네.”
그 이야기를 듣자 황범은 안심했다.
‘그 중령 놈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닌가 보군.’
황 범은 다시 박 준호 대장에게 말했다.
“그 이름들이 바로 스파이 이름들입니다.”
“뭐? 이게 KGB요원들이 심어둔 스파이들이라고?”
“예. 맞습니다.”
“흠······. 솔직히 믿고 싶지 않구만······. 왜냐면 이들 중 몇몇은 내 목숨도 살려줬던 동지들이야. 조국애도 큰 사람들이고.”
“일단 제가 알기론 그 열두 명은 확실할겁니다. 제가 스파이 작전을 지휘한 사람에게 얻은 정보거든요.”
“흠······. 작전을 지시한 사람? 그게 누구지?”
“드미트리 중령이라는 놈입니다. KGB 조선지부의 숨겨진 요원인데 그 놈을 줘 패서 얻은 정보입니다.”
“흠······.”
“그 명단을 확인하셔서 아시겠지만 제가 스파이가 아니란 건 아시겠죠? 왜냐면 제가 스파이였다면 저도 모르는 사람 열두 명의 이름을 적어서 확인시켜드릴 수 없을 테니까요.”
“그건 그렇지. 난 애초부터 자네를 믿었네. 그건 그렇고 이 사람들이 설마 그럴 줄이야.”
“일단 저는 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적혀있는 사람들 보다 더?”
“네. 맞습니다.”
“흠,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일단 제 생각으론 블라디보스토크를 뜨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현재 우리들의 아지트들 모두를 버리고 다 같이 뜨자는 건가?”
“그렇죠. 그런데 문제는 일단 거기 적혀있는 열두 명의 스파이들부터 잡아내고 이동하셔야 할 겁니다.”
“음······. 스파이들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일단 방법을 생각해봐야겠네.”
“방법은 제 머릿속에 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KGB손에서 벗어나셔야 합니다. 이미 KGB는 독립군들 속에 깊이 들어와 있습니다. 무얼 하시든 결국 KGB손아귀에서 놀아나시게 될 겁니다.”
“흠······. 그럼 일단 찬홍이를 다시 불러야 겠네.”
“대장님.”
“왜?”
“일단 먼저 우리 둘이 작전을 짠 다음 찬홍이도 부르고 다른 의병도 부르시는 게 나을 겁니다.”
“그래. 알았네. 그럼 일단 서둘러서 우리 집으로 가도록 하지.”
“그런데 대장님.”
“왜? 무슨 일인가?”
“우리 차 뒤에 미행이 붙어있습니다. 아까부터 말이죠.”
“뭐야?”
“일단 저 놈을 잡고 가야겠습니다.”
“대체 누가 미행을······.”
황 범은 박 준호 대장이 말했던 길로 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방향을 바꿨다.
황 범은 눈앞에 보이는 길안내 표지판을 확인했다.
표지판에는 프리모르스키에 있는 공원묘지가 적혀있었다.
황 범은 표지판을 따라 핸들을 좌측으로 꺾었다.
그러자 김 만호 스파이 역시 황 범을 따라 이동했다.
김 만호 의병은 폭탄을 만드는 재주는 있었지만 미행을 하는 재주는 없었다.
그의 미행 실력은 초보여서 황 범의 시야에 모두 다 들어왔다.
“대체 누가 이렇게 우릴 미행을······.”
“제가 보여드린 열 두명의 스파이 중에 하나일 수 있습니다.”
“흠······.”
황 범은 공동묘지의 정문 안으로 이동했다.
역시나 김 만호 스파이도 그를 따라 정문 방향으로 운전했다.
***
김 만호 스파이는 황 범이 갑자기 방향을 틀자 서둘러 그를 따라갔다.
김 만호 스파이는 미행에 반드시 성공해야만 했다.
박 준호 대장의 경우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던 사람으로 유명했다.
철저하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독립군들을 통솔하고 지휘했다.
그러다 보니 김 만호 스파이의 경우 직접 모습을 나타낸 박 준호 대장을 따라 갈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그의 집 주소를 알아내면 엄청난 보상금이 나오기 때문이다.
***
“여기는 공동묘지 아닌가. 여긴 왜······.”
“여기서 저 놈을 잡을 겁니다. 일단 대장님은 철민이와 함께 차 안에 계시면 됩니다.
“그래, 알겠네.”
황 범은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그리곤 자신을 뒤따라오던 김 만호 스파이가 주차장에 도착하기 전에 얼른 몸을 숨겼다.
그리고 잠시 뒤 황 범의 일행을 미행하던 김 만호 스파이의 차가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황 범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넌 뒤졌어.’를 말하고 있었다.
***
‘엇, 저기 있군.’
김 만호 스파이는 황 범이 안쪽에 세워둔 차를 보자 안도를 했다.
‘시동이 켜있는 걸 보니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나 본데······.’
김 만호 스파이는 자연스럽게 주차를 하고 시동을 껐다.
‘여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다시 그들을 따라가야겠어.’
김 만호 의병은 그렇게 대기를 하고 있었다.
***
황 범의 눈에 김 만호 스파이의 차가 보였다.
‘대체 어떤 놈이지. KGB인가. 아니면 중국 공안?’
황 범은 김 만호 스파이가 볼 수 없도록 조심히 뒤에서부터 다가갔다.
황 범은 차 운전석 문을 빠르게 열고 운전석에 타고 있던 놈의 멱살을 잡고 밖으로 끌어낼 생각이었다.
만약 차 문이 잠겨있으면 유리창을 깨서 그 안의 미행하던 놈을 끄집어 낼 생각이었다.
그렇게 황 범은 조심히 다가갔다.
***
이런 모든 상황을 박 준호 대장이 바라보고 있었다.
미행하던 차에게 가깝게 다가가던 황 범을 보던 박 준호 대장은 매우 큰 흥미로움을 느꼈다.
‘역시 황 범이야. 정말 오랜만에 보는군. 저 동물 같은 행동. 마치 호랑이가 사냥감을 잡듯 천천히 낮은 자세로 이동하는 모습. 정말 최고군.’
***
차 안에서 시동이 켜진 황 범의 차를 바라보던 김 만호 스파이는 여러 생각을 하고 있었다.
‘드미트리 중령에게 뭐라 보고를 하지.’
‘이번 건은 건수가 큰데 돈을 더 달라고 해야겠어. 그런데 드미트리 중령은 어지간해서는 쉽게 돈을 올려주지 않을 텐데······. 뭐라고 해야 돈을 더 줄까?’
김 만호 스파이는 온통 돈 생각 뿐이었다.
‘박 준호 대장의 집 주소만 알 수 있다면 복권 1등보다 더 큰 대박일 텐데······.’
그런데 그렇게 잡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던 김만호 스파이는 깜짝 놀랐다.
순간 누군가 운전석 문을 잡아당긴 것이다.
“뭐! 뭐야!”
***
황 범은 김 만호 스파이가 눈치 채지 못하게 그가 타고 있던 차의 운전석 문앞까지 조심히 이동했다.
그리곤 서둘러 운전석 문의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그러나 문은 잠겨있었다.
황 범의 눈에 놀란 표정의 동양인이 보였다.
‘이 색히. 이 쥐색히 같은 색히. 대체 뭐하는 놈이야.’
황 범은 잠긴 문을 확인하자 순간 주먹을 뻗어 운전석 유리창을 부쉈다.
***
운전석의 차문 유리가 부서지자 놀란 김 만호 스파이는 서둘러 시동을 켰다.
그리곤 서둘러 가속페달을 밟으려는데 그 순간······.
***
황 범은 급하게 자동차 시동을 켜는 동양인을 보자 그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곤 운전석 바깥으로 끄집어냈다.
***
김 만호 스파이는 멱살을 잡히자 자동차 핸들을 양손으로 꽉 잡고 버티려고 했다.
하지만 황 범의 힘은 너무 쌨고 속수무책이었다.
황 범이 잡아당기는 대로 그대로 부서진 운전석 유리창문을 통해 몸이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
황 범은 멱살을 잡은 채 유리창 밖으로 끌어낸 동양인을 보자마자 급하게 싸다구를 날렸다.
그러자 김 만호 스파이는 몸이 붕 뜨며 그가 타고 온 차에 부딪히고는 주차장 바닥에 쓰러졌다.
황 범은 그 상태 그대로 정신을 잃은 김 만호 스파이의 발목을 잡고 질질 끌면서 박 준호 대장이 있던 곳으로 갔다.
***
‘여전하군······. 저런 사람을 누가 말려. 우리 아군인 게 다행이지.’
박 준호 대장은 황 범의 모든 행동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박 준호 대장은 그런 황 범을 보며 생각했다.
‘기술이 더 화려해진 것 같기도 하고. 하긴 예전에 10대 때부터 짱꼴라 열 명은 다 때려잡았었는데.'
박 준호 대장은 속으로 내심 즐거웠다.
‘황 범만 있으면 러시아 놈들도 다 때려잡을 텐데. 우리와 함께 하자고 꼬셔야겠어······.’
***
황 범은 정신을 잃은 김 만호 스파이를 질질 끌고 와선 차 안에 있던 박 준호 대장을 불렀다.
“대장님. 혹시 아는 놈인지 확인 좀 해주십쇼.”
박 준호 대장은 차에서 내린 뒤 기절한 김 만호 의병의 얼굴을 확인했다.
“엥? 이거 만호잖아······.”
황 범은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박 준호 대장에게 말했다.
“대장님. 혹시 제가 드린 메모지에 이 사람의 이름이 있습니까?”
“······.”
박 준호 대장은 잠시 말이 없었다.
박 준호 대장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어렵게 말을 했다.
“있지. 바로 첫 번째에. 자네가 준 메모지 첫 번째에 이름이 있네.”
“그것 보십쇼. 이 놈이 괜히 우리를 미행했겠습니까? 이젠 제 말을 확실히 믿으시겠죠?”
“믿다마다. 내가 언제 자네 말을 안 믿었다고. 우리 황 범이 최고다! 최고다!”
박 준호 대장은 어색한 표정으로 만세를 불렀다.
“하하하하. 아무튼 대장님도 참.”
“그런데 이 놈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일단 이 놈의 주둥이를 테이프로 붙이고요. 양 손과 발목을 결박하고 트렁크에 넣을 겁니다.”
“그, 그래서?”
“그 후에 이제 대장님 집에 들러서 이 놈을 취조해야죠.”
“흠······. 알았네. 일단 트렁크에 넣도록 하세.”
“넵. 본부대로 하겠습니다요. 대장님.”
황 범은 빠른 손놀림으로 여전히 기절한 상태인 김 만호 스파이의 주둥이를 테이핑 하고 손과 발을 결박했다.
그리곤 트렁크에 넣은 뒤 다시 출발을 했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을 노련한 베테랑 요원 게오르기 요원이 다 지켜보고 있었다.
게오르기 요원은 공동묘지의 주차장이 내려다 보이는 위치에서 쌍안경으로 모든 상황을 보고 있었다.
게오르기 요원은 황 범의 빠른 몸짓을 보며 감탄을 했다.
‘대단하군. 저 순발력. 저 큰 덩치에서 나오는 엄청난 힘과 스피드. 인간이 아닌거 같아. 하긴 그러니 드미트리 중령과 조선지부 KGB요원들이 다 당하지······.’
게오르기 요원은 황 범의 차량이 이동하기 시작하자 다시 멀찌감치 미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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