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페츠나츠 특수부대와의 전투 -5-
예고르 준위는 생각보다 어려워진 상황에 난감해졌다.
‘젠장. 저 발칸포를 어떻게 뚫어야 하지. 저놈들만 죽여도 일이 쉽게 풀릴 텐데······.’
하지만 독립군들이 쏘는 발칸포의 위력은 엄청났다.
한 번씩 쏠 때마다 주변의 나무들은 쑥대밭이 되었다.
굵고 단단한 전나무도 발칸포의 총알들로 부서졌다.
결국 예고르 준위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발칸포만 피하고 있었다.
‘이대로 당할 순 없지.’
예고르 준위는 부하 두 명에게 수신호로 양 옆으로 퍼지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부하 두 명은 각자 좌우로 이동했다.
***
“잠깐! 멈춰! 저 놈들이 반응이 없는 걸로 봐서 죽은거 같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우린 계속 발칸포를 쏠 수 없어! 탄알을 아껴야 한다고!”
첫 번째 트럭에 타고 있던 사수는 두 번째 차량의 사수에게 큰 소리로 말을 했다.
“그래. 나도 동감이야!”
“발칸포 탄알을 구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알지?”
“응 당연히 알지. 자넨 총알이 몇 발 정도 남았어?”
“6천발 정도. 자네는?”
“나도 그 정도 남았어.”
“그럼 이제 그만 쏘도록 하자.”
“그래. 알았어.”
“그런데 만식이는 어때?”
“아! 만식이? 천만 다행인 게 방탄조끼 때문에 살았어. 지금 아파서 끙끙 앓고 있어.”
“휴, 다행이군.”
독립군에게도 방탄복은 있었다.
하지만 수량이 적어서 대공화기를 다루는 사수와 부사수, 그리고 지휘자 급 인사에게만 지급되었다.
“그런데 저 놈들이 너무 조용한데.”
“그래 일단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자.”
두 발칸포 사수는 근처에 있던 정찬홍 의병에게 말했다.
“정 선배님!”
정 찬홍 의병은 그의 동지들 세 명과 함께 방탄차량 곁에서 박 준호 대장의 식구들과 철민이를 보호 하고 있었다.
“어! 무슨 일이야!”
“적들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서요!”
“그래 알았어! 우리가 확인해볼게!”
정 찬홍 의병은 같이 있던 세 명의 동지들 중에 두 명에게 가보라며 지시를 했다.
그러자 두 명의 의병은 총구를 겨누며 조심스럽게 예고르 준위가 있던 방향으로 갔다.
***
예고르 준위와 두 명의 부하들은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발칸포가 멈추자 예고르 준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어라? 한 놈이 이쪽으로 오는 군. 동태를 살피겠다 이건가.’
예고르 준위는 자신의 좌측에 있던 부하에게 수신호로 총을 쏘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특수부대원은 그들에게 다가오던 독립군 의병의 머리를 겨눴다.
그리곤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탕!”
한 발의 총성이 울리자 예고르 준위에게 다가가던 의병은 제자리에서 풀썩 쓰러졌다.
“영호야!”
자신의 동지가 총에 맞으며 순직하는 모습을 본 의병들은 모두 다 소리를 질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가 동시에 총에 맞은 동지의 이름을 불렀다.
그 모습을 본 격분한 발칸포 사수들은 총알이 날아온 방향으로 발칸포를 쐈다.
하지만 스페츠나츠 특수부대원들은 매우 빠른 움직임을 지니고 있었다.
스페츠나츠 특수부대 세 명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한 발의 총알을 쏜 후 자신들의 위치가 발각 될까봐 벌써 이동을 했기 때문이다.
***
정 찬홍 의병도 예고르 준위와 그의 부하 두 명이 있던 방향으로 총을 쏘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순간 어디선가 자신의 방향으로 총알이 날아왔다.
총알은 다행히 정 찬홍 의병을 스쳐갔고 방탄차량에 튕겼다.
그러자 놀란 정 찬홍 의병은 방탄차 뒤쪽으로 그의 동지들과 함께 숨었다.
그리곤 발칸포를 쏘고 있던 사수들에게 외쳤다.
“잠깐! 멈춰! 그곳엔 없어! 멈추라고!”
발칸포 사수들은 정 찬홍 의병의 말을 듣고 사격을 멈췄다.
그러자 한창 시끄러운 총소리에 정신이 없던 공터가 적막함에 빠졌다.
“정 선배님. 어떻게 하죠?”
“일단 최대한 우리가 버틸 수 있는 상황 까지 버텨보자고.”
“알았습니다.”
“탄창은 몇 개 있어?”
“예비탄창이 두 개 더 있습니다.”
“그래. 나도 마찬가지다. 일단 우리 둘이 저 러시아 놈들과 끝까지 싸우는거야.”
“네. 정 선배님.”
***
“대장님! 큰일 났습니다!”
나무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민호는 박 준호 대장에게 무전을 보냈다.
“지금 상황은 어때?!”
“영호가 머리에 총을 맞고 그만······. 그리고 지금 세 명의 스페츠나츠 특수부대원들이 방탄차량을 향해 공격 중입니다. 정 선배와 동지들이 지키는 중이고요.”
“그래 알았어! 우리도 지금 그쪽으로 가는 중이다!”
박준호 대장은 마음이 급해졌다.
얼른 서둘러서 자신의 가족들과 동지들을 지켜주고 싶었다.
***
‘방탄차량인가보군.’
예고르 준위는 정 찬홍 의병이 숨어있던 차를 향해 몇 발의 총알을 쐈다.
‘재밌는데. 방탄이라니.’
예고르 준위 곁에서 대기 중이던 특수부대원은 두 명은 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고르 준위는 잠시 생각한 후 명령을 내렸다.
“수류탄을 준비해.”
그러자 두 명의 특수부대원들은 각자 수류탄을 꺼내서 투척 준비를 했다.
“저기까지 던질 수 있지?”
“네. 준위님.”
“그래. 둘 다 한 번에 던져야 해. 그래야 충격이 더 커지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내가 숫자를 셀 테니 셋에 던지는 거다.”
“네.”
“자 그럼 하나······.”
그런데 이때였다.
수류탄 투척을 준비 중이던 두 명의 특수부대원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예고르 준위는 그것도 모르고 계속 숫자를 세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예고르 준위가 셋까지 모두 셌지만 그러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예고르 준위는 당황한 나머지 양 옆에 있던 부하들을 보기 위해 두리번 거렸다.
그러나 그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체 뭐야······.’
예고르 준위는 순간 직감했다.
‘젠장. 그놈이다! 그놈이 다시 나타났다!’
***
황 범은 날아가듯 뛰었다.
마치 한 마리의 큰 호랑이처럼 나무와 나무사이를 오가며 빠르게 뛰었다.
그렇게 성급히 긴 거리를 뛰던 황 범의 표정은 매우 차가웠다.
‘어떤 놈이든 철민이를 건드는 놈은 지옥까지 쫓아가서 죽일 테다.’
황 범이 뜀박질을 한 지 십분이 넘게 지나자 드디어 주차된 차량들이 서서히 보이고 있었다.
‘철민아 삼촌 다 와간다. 조금만 기다려!’
그런데 그때 황 범의 시야에 예고르 준위와 두 명의 부하들이 보였다.
‘저깄군. 쥐색이 같은 것들!’
황 범은 호랑이가 먹잇감을 낚아채듯 조심스럽게 천천히 다가갔다.
방금까지 뛰어온 황 범이었지만 남들은 흉내 내지 못할 숨 고르기를 하며 최대한 조용히 다가갔다.
‘어라? 수류탄을!? 아이들이 탄 차에?!’
황 범이 그들 뒤로 거의 다 다가갔을 때 때마침 두 명의 특수부대원들은 수류탄을 투척하려고 했다.
‘이 개색히들이!’
황 범은 수류탄을 들고 있던 두 명의 스페츠나츠 특수부대원들의 뒷목 부근을 잡고선 빠른 속도로 일으켜 세웠다.
***
영문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뒷목을 잡혀서 몸이 들려진 두 명의 특수부대원들은 옆을 돌아보자 소름이 돋았다.
괴물같이 생긴 덩치 큰 남자가 자신들을 번갈아가며 차갑게 노려보고 있었다.
“괴······. 괴물이다······.”
***
그 두 명을 잡고 있던 황 범은 참고 있던 분노를 터트렸다.
“우어어어어어!!”
황 범은 큰 고함을 쳤다.
마치 호랑이가 포효하듯 크게 고함을 쳤다.
그러자 서서히 새벽이 다가오던 아직은 어두운 전나무 숲에 긴장감이 퍼졌다.
***
“대장님······. 무슨 소리죠······. 호랑이 울음소리 같은데 또 사람 목소리 같기도 하고······.”
“아 저건, 황 범의 목소리야.”
“네? 이 목소리가요?”
“어. 많이 열 받으면 저렇게 울부짖듯 소리를 쳐. 그러면 적들이 모두 얼어버리지. 저 상태의 황 범은 잔인함이 최대치로 올라가서 적이라면 눈에 보이는 대로 다 죽여 버리곤 하지.”
“그렇군요······.”
황 범의 고함소리를 들은 독립군 의병들은 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무튼! 우리도 빨리 이동하자고!”
“네! 대장님!”
박준호 대장이 이끄는 독립군들은 순직하신 동지들의 시체를 조심히 다루며 이동을 했다.
물론 황 범에게 얻어터져서 기절한 마크심 중령도 질질 끌고 가고 있었다.
***
황 범이 큰 고함을 내자 예고르 준위와 두 명의 특수부대원들은 소름이 돋았다.
황 범은 큰 고함을 마치자마자 자신이 들고 있던 두 명의 특수부대원들의 얼굴을 강하게 부딪쳤다.
“빡!!”
얼굴끼리 맞부딪치며 두 명의 특수부대원들은 그 자리에서 기절을 했다.
황 범은 축 쳐진 특수부대원 둘을 땅에 던지듯 놓고선 여전히 멍하고 놀란 눈으로 바라보던 예고르 준위에게 달려들었다.
예고르 준위는 그제야 뒤늦게 H&K 자동소총을 들이댔지만 그건 황 범같이 빨리 움직이는 전투의 달인에겐 오히려 기회를 주는 꼴이었다.
소총을 조준하려 준비하는 찰나 자체가 황 범에겐 공격의 찬스가 되기 때문이었다.
황 범은 자신을 향해 올라오던 예고르 준위의 소총 총신을 잡고 힘껏 당겼다.
그러자 예고르 준위는 힘없이 딸려갔다.
황 범은 딸려온 예고르 준위의 목을 왼 손으로 강하게 쥐었다.
그리곤 황 범은 예고르 준위의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말했다.
“네 놈이 감히······.”
황 범의 낮게 그르렁 거리는 듯한 말투를 들은 예고르 준위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황 범은 예고르 준위의 손에서 소총을 뺐었다.
그리곤 독립군들이 차를 주차해 놓은 평지로 그를 끌고 갔다.
***
“정말 무서운 분이다.”
“목소리 자체가 사람 같지 않아.”
“살면서 이렇게 소름끼쳐본 적은 처음이야.”
독립군 의병들은 모두들 예고르 준위의 목을 잡고 질질 끌고 나오는 황 범을 보며 감탄을 했다.
“것봐. 내가 그랬잖아. 저게 바로 황 범님의 모습이야.”
전 찬홍 의병 역시 오랜만에 보는 황 범의 전투실력에 감탄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
황 범은 넓은 공터 한가운데로 자리를 옮기자 예고르 준위를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리곤 예고르 중위가 쓰고 있던 방탄모를 벗긴 후 주먹으로 얼굴 안면을 내리쳤다.
그러자 예고르 준위는 코 뼈가 부러지며 그 자리에서 기절을 했다.
황 범은 다시 기절해있던 두 명의 스페츠나츠 특수부대원들도 질질 끌고 왔다.
그리곤 마찬가지로 방탄모를 벗겼다.
그 후 그들이 착용한 방탄조끼들도 벗겼다.
그런 다음 기절해있는 세 명의 손과 발을 포박했다.
***
서둘러 황급히 뛰어온 박 준호 대장과 독립군들은 때마침 황 범이 포로들을 포박하는 것을 보았다.
“휴······. 다행이군. 황 범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 했어.”
하지만 박 준호 대장은 그저 안심을 할 순 없었다.
박 준호 대장은 순직을 한 동지들과 부상을 당한 동지들이 걱정 되었다.
“자 여기! 집중! 일단 순직한 동지들을 한쪽에 잘 모시도록 하고 그리고 부상자들의 상태는 어때?”
“네 현재 치료중입니다. 다행히 중상자는 없습니다.”
“다행이군! 그래 우리 모두 힘 내자!”
“예!”
독립군들을 둘러보며 격려와 지시를 내리던 박 준호 대장은 황 범을 찾았다.
공터의 가장자리에 있던 황 범은 기절한 스페츠나츠 부대원 네 명을 지켜보고 있었다.
박 준호 대장은 황 범에게 다가갔다.
“범아!”
여전히 광폭하게 변해서 폭력적인 상태였던 황 범은 박 준호 대장의 부름에도 그저 말없이 스페츠나츠 특수부대원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박 준호 대장은 황 범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황 범에게서 아직 풀지 못한 복수심에 대한 분노가 느껴졌다.
황 범은 언제나 전투를 할 때마다 적들을 죽여야 속이 풀린다고 말하던 사람이었다.
박 준호 대장은 황 범에게 조심히 다가갔다.
“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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