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군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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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윤
작품등록일 :
2021.06.2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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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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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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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B와 김 영식 이야기 -하-

DUMMY

김 영식의 아파트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건너편 건물 옥상에서 두 명의 남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둘 중에 한 명은 쌍안경을 가지고 있었다.


쌍안경을 가진 자는 바로 KGB의 드미트리 중령이었다.


황 범에게 팔 다리를 공격당해서 더 이상 걷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그 드미트리 중령이었다.(주 : 4년 전 이야기니까.)


김 영식을 훔쳐보던 그는 연신 만족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옆에 있던 또 다른 한 명은 한 손에는 지향성 안테나를 들고 있었으며 귀에는 헤드폰을 착용하고 있었다.


KGB는 김 영식이 없을 때 그의 집에 소형 무선 도청기를 설치해 놓았었다.


그리곤 옥상에서 그 무선 도청기에서 보내는 파장을 포착하기 위해 지향성 안테나를 사용하고 있던 것이다.


그 둘은 김 영식의 침착한 모습을 보자 오히려 즐거워했다.


“제대로 된 놈을 찾았어. 저놈이면 내 계획은 완성이야.”


***


김 영식이 단단히 잠겨있던 무거운 현관문을 열고 나오자 그를 기다리던 세 명의 건장한 러시아 남자들이 그를 에워쌌다.


그러자 김 영식은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협조 할 테니 서로 매너 좀 지킵시다.”


김 영식은 최대한 여유롭게 보이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겉과 달리 바짝 타들어가고 있었다.


‘젠장. 오늘 나는 고문당하든지 아니면 죽든지 둘 중에 하나겠네······.’


그렇게 김 영식은 드미트리 중령이 미리 준비해둔 비밀 장소로 끌려갔다.


***


김 영식이 차에 타자마자 두 명의 건장한 남자들은 그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한 명은 김 영식의 양 팔을 뒤로 꺾고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고 다른 한 명은 앞이 보이지 않는 검은색 보자기를 김 영식의 얼굴에 씌웠다.


“살살 합시다. 하란대로 할 테니까.”


그 와중에도 김 영식은 최대한 여유롭게 보이기 위해 애썼다.


***


김 영식은 처음에 차에 탈 때까지도 큰 두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눈앞이 가려진채 어디론가 끌려가자 이대로 가다간 자신은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젠장······. 욕심 부리지 말걸 그랬어. 적당히 하는 건데······.’


‘도대체 왜 나는 그렇게 욕심이 많은 걸까? 그렇게 번 돈이라고 한들 마음 편하게 쓸 수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김 영식은 계속 되는 후회 속에 차를 타고 이동을 했다


김 영식은 어차피 아무것도 볼 수 없을 바에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김 영식은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것인지 지난 과거를 생각했다.


***


1962. 2. 28

10:20. 수요일.

모스코바.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캠퍼스.




열두 살이었던 김 영식은 어머니 아버지의 손을 잡고 모스코바 국립대학교의 캠퍼스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비록 추운 2월이었지만 따뜻한 햇살이 세 명의 가족에게 포근히 비추고 있었다.


김 영식의 부모님들은 모두 엘리트였다.


아버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인 모스코바 국립대학교에서 조선어학을 가르치는 교수였다.


어머니는 모스코바 국립 대학교에서 피아노 학과에 강의를 나가는 강사였다.


그런 부모님의 가르침에서 자란 김 영식은 부족함 없이 풍족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했다.


또한 김 영식의 아버지는 러시아 정부에서 주는 상패도 여러 개일 정도로 친 러시아파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러시아의 정치학 서적이나 러시아에서 발간하는 조선인들을 위한 계몽 서적들을 조선어로 번역하고 출간하는데 앞장 선 인물이었다.


일제 강점기로 치자면 일본 문화를 선전하기 위해 활동한 일본 앞잡이와 같았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친 러시아 파였다.


러시아의 음악 콩쿠르에서 여러 차례 수상도 하고 대외적으로 러시아 문화를 선전 하고 다니며 공연을 하던 그런 일명 친러파였다.


한마디로 김 영식의 집안은 일제강점기로 치자면 친일파 집안이었다.


그래서 늘 김 영식의 집안은 여유로웠다.


그런데 그런 부모님을 바라보던 김 영식의 마음은 조금 달랐다.


그가 다니던 러시아 공립 초등학교에선 김 영식은 늘 외톨이였다.


러시아 아이들에겐 ‘한심한 조선인, 공부만 하는 조선인.’으로 따돌림을 당했다.


반대로 조선인들 사이에선 ‘나라 팔아먹은 부모님 밑에서 자란 친러파 배신자 집안’이라고 따돌림을 당했다.


무녀 독남의 외아들이었던 김 영식은 그런 괴로움을 어디다 호소하지도 못했다.


결국 늘 항상 마음속으로 꾹꾹 눌러가며 참으며 지냈다.


가끔은 친러파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부모님은 조선인이면서 왜 러시아 편을 드는 거지? 그것도 앞장서서.’


늘 김 영식은 불만이 가득했다.


그런데 1962년 2월에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모스크바 대학교 캠퍼스를 한가하게 거닐던 세 식구에게 갑작스런 불행이 닥친 것이다.


세 식구가 캠퍼스를 걷고 있던 중 낯선 건장한 남자들이 그들을 찾아왔다.


아직 열두 살이던 김 영식이 보기엔 키도 엄청나게 큰,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던 남자들이 무척 무서웠다.


그 러시아 인들은 ‘간첩 행위를 한 너희들을 체포한다.’라고 하면서 부모님을 체포 했다.


그들이 수갑을 채우자 부모님은 그저 고개만 떨어트렸다.


김 영식은 놀란 가슴으로 그저 멍하니 부모님을 바라봤다.


그리곤 부모님은 러시아 인들의 손에 이끌려 점차 멀어져 갔다.


그러자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김 영식은 소리를 지르며 부모님을 향해 뛰었다.


“아! 아버지! 어! 엄마!”


김 영식은 조금씩 멀어지는 부모님을 보며 계속해서 그들을 불렀다.


하지만 점차 멀어지는 그들을 잡을 수 없었다.


그러자 김 영식의 눈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


제자리에 멈춰서서 그저 멀어져가는 부모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그때 김 영식의 눈에 충격적인 장면이 보였다.


그의 아버지가 러시아 인들의 손아귀를 뿌리치며 그들에게 애걸복걸 빌기 시작한 것이다.


늘 멋진 모습의 화려하신 아버지였는데 두 명의 러시아 놈들에게 빌고 있었다.


“제발, 제발 한번만 아들을 안게 해주시오! 제발! 이렇게 가면 죽을지 모르는데 제발!”


어머니 역시 러시아 인들에게 빌고 있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발요. 제발. 제발 한번만이라도 안고 가게 해주세요.”


항상 고고하게 피아노를 연주하시던 어머니가 곱고 고운 아름다운 두 손으로 괴물 같은 러시아 놈들을 향해 빌고 있었다.


그러자 어린 김 영식의 가슴에 분노가 쌓이기 시작했다.


‘네놈들이 뭔데 감히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가슴에 못질을 하는 거야······. 이 러시아 놈들!’


하지만 그 분노는 뱉어낼 수 없던 혼자만의 아픔이 되어 심장에 강하게 각인되었다.


그렇게 계속 애절하게 빌던 부모님의 주변으로 모스크바 대학교의 학생들이 하나둘 씩 모여들었다.


그러자 수많은 시선들이 부담스러웠는지 로봇 같던 러시아인들이 부모님의 팔을 놓아주었다.


러시아 인들의 강한 손아귀에서 벗어난 부모님들은 서둘러 김 영식에게 뛰어갔다.


그리고 묶인 두 손으로 김 영식의 얼굴을 애타게 어루만지더니 아버지와 어머니는 김 영식의 얼굴에 자신들의 얼굴 옆을 대고 비볐다.


주변 사람들도 그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며 눈물이 날 만큼 슬픈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 영식의 부모님은 보다 강인한 분들이었다.


김 영식의 볼에 자신의 볼을 비비던 아버지가 김 영식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 서재의 금고 비밀번호는 029012 기억해. 꼭 열어봐.”


그리고 어머니도 속삭였다.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 박 찬일 교수를 찾아. 우리 둘의 이름을 말하면 알아서 잘 해주실 거야. 그리고 사랑한다. 아들아.”


그 이야기를 들은 김 영식은 부모님의 마지막 말씀을 머릿속에 그리고 가슴 안에 새겨 넣었다.


그렇게 셋이 부둥켜안고 있자 검은 양복을 입은 러시아인 두 명은 다시 부모님의 팔을 잡고 그들을 어딘가로 데려갔다.


끌려가는 부모님의 뒷모습을 보던 어린 나이의 김 영식은 어느새 눈물을 멈췄다.


그리고 차분하게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029012, 029012. 극동연방대학교 박 찬일 교수.’


그 후 김 영식은 집에 돌아가서 서둘러 아버지의 서재에 있던 금고를 열어보았다.


그곳에는 아버지의 편지가 있었고 상당한 금액의 돈이 있었다.


또한 김 영식의 신분증도 있었다.


편지에는 부모님의 그동안의 사연과 앞으로 김 영식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매우 세부적으로 적혀있었다.


편지를 읽으며 김 영식은 그동안 독립군 의병으로서 활동하시던 부모님의 이야기에 큰 감동을 받았다.


알고 보니 부모님 두 분 다 일제 강점기 시대부터 이어져온 독립군 집안이었으며 두 분이 모스코바 대학교의 정부 자료 열람실에서 빼내온 자료들이 상당하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김 영식은 부모님께서 비록 러시아 놈들에게 잡혀가셨지만 매우 훌륭하신 분이란 것을 새삼 느꼈다.


그리곤 김 영식은 곧바로 여행을 시작했다.


모스코바의 집은 잠가놓고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났다.


이후 김 영식은 박 찬일이라는 극동대학교의 유일한 조선인 교수 밑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성인이 될 때까지 성장한 것이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현재의 박 준호 대장의 밑으로 들어가서 의병군이 된 것이다.


***


1982. 2. 23.

13:30. 화요일.

모스크바 외곽의 빈 건물.




머리에 검은 보자기를 쓰고 있던 김 영식은 두 명의 KGB요원들의 손에 이끌려서 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두 명의 러시아 인들은 김 영식을 딱딱한 낡은 나무의자에 앉혔다.


그리곤 그의 두 발목을 의자 다리에 묶었다.


그런 후 얼굴에 씌웠던 검은 보자기를 벗겼다.


그러자 김 영식은 이제야 살겠다는 듯 ‘푸하!’라는 소리와 함께 숨을 크게 내뱉고 들이마셨다.


“잠깐만, 잠깐만. 저는 친절하게 다 협조 할 테니 폭력은 안 됩니다.”


그러나 빛 한 줄이 들어오지 않던 어두운 건물 안에선 어느 순간 갑자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인기척도 없었다.


“여보세요? 사람을 데리고 왔으면 뭐라도 하셔야 할 것 아닙니까? 여보세요?”


김 영식은 어두운 주변을 둘러보며 계속 말했다.


그런데 그 때, 어두운 실내 어딘가에서 낮음 음성의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김 영식씨 만나서 반갑소.”


“아! 이제야 이야기를 하시네요. 네. 반갑습니다. 그런데 대체 왜 저를 이런 곳 까지.”


“보아하니 눈치도 빠르고 머리도 제법 좋은 것 같소만. 이제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보고 수락하거나 거절 하면 됩니다.”


‘성격도 참 빠르군.’


김 영식은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두려운 마음이 조금씩 풀렸다.


“당신이 테러리스트 멤버들 중 하나라는 건 우리도 이미 알고 있었소.”


김 영식은 어차피 다 알고 잡은 걸테니 부정하거나 속이려 하지 않았다.


“네, 맞습니다. 저 의병군입니다.”


“순순히 인정하는 모습 보기 좋구만. 여하튼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제부턴 당신은 이중 스파이가 될 것이오.”


“네? 이중스파이요? 그럼 설마 저보고 러시아 KGB의 스파이가 되라는 이야기입니까?”


“맞소.”


“혹시 제가 거부하면요?”


“거부하면 당신은 죽소. 언젠가 오늘처럼 애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등 뒤에 총알이 박힌다든지, 혹은 즐겨마시던 커피 원두에 독약이 석여 있다든지. 뭐 우리가 당신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오.”


김 영식은 모두 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 영식은 특유의 협상가다운 버릇을 그대로 사용했다.


“일단 제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물론 그에 대한 합당한 보수도 있어야 하고요.”


“하하하. 재밌는 사람이군.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다니까.”


김 영식은 상대방의 반응을 보기 위해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런데 이때 김 영식의 눈앞에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스윽 하고 나타났다.


바로 드미트리 중령이었다.


“이봐. 김 영식. 네가 받을 수 있는 보수는 없어. 단지 우리가 시키는 대로만 해. 그게 네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김 영식은 드미트리 중령을 보자 흠칫 놀랐다.


결국 김 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좋아. 일단 집에 돌아가서 네놈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여자 친구와 즐거운 시간 보내라고. 자네에게 시킬 일이 있으면 연락은 우리 쪽에서 할 테니까.”


김 영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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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일촉즉발! 중국 보병연대와 한 판! 21.09.30 185 4 13쪽
75 위기를 느낀 독립군 일행 21.09.29 183 4 13쪽
74 중국 사냥개가 뛰기 시작했다. 21.09.28 185 3 12쪽
73 목줄이 풀린 사냥개들 21.09.27 205 3 13쪽
72 냄새를 맡은 사냥개들 21.09.24 205 5 14쪽
71 김 영식 스파이의 합류와 검문소 탈출 21.09.23 207 3 14쪽
» KGB와 김 영식 이야기 -하- 21.09.20 217 4 13쪽
69 KGB와 김 영식 이야기 -상- 21.09.17 222 4 14쪽
68 새로운 인물의 등장 21.09.16 221 5 14쪽
67 패자의 작전 계획 21.09.15 223 4 12쪽
66 처 형 식 -완료- 21.09.14 230 4 14쪽
65 처 형 식 -1- 21.09.13 222 5 13쪽
64 심 문 21.09.10 230 5 15쪽
63 러시아 스페츠나츠 특수부대와의 전투 -5- 21.09.09 227 4 12쪽
62 러시아 스페츠나츠 특수부대와의 전투 -4- 21.09.08 205 4 13쪽
61 러시아 스페츠나츠 특수부대와의 전투 -3- 21.09.07 204 5 13쪽
60 러시아 스페츠나츠 특수부대와의 전투 -2- 21.09.06 214 5 14쪽
59 러시아 스페츠나츠 특수부대와의 전투 -1- 21.09.03 221 4 13쪽
58 여우같은 첩보원의 죽음 21.09.02 218 4 13쪽
57 발각된 KGB 첩보 요원 21.09.01 206 4 12쪽
56 스페츠나츠 특수부대의 추적 21.08.31 214 3 12쪽
55 전투 전야제 21.08.30 221 4 15쪽
54 블라디보스토크 탈출 시작 21.08.27 226 6 17쪽
53 블라디보스토크 탈출 준비 21.08.26 224 6 13쪽
52 쫓고 쫓기는 자들. 21.08.25 228 9 16쪽
51 스파이를 심문하다. 가자! 진실의 방으로. 21.08.24 237 6 14쪽
50 KGB 스파이 때려 잡기 21.08.23 236 6 12쪽
49 변절자 김 만호 21.08.20 242 5 15쪽
48 기다리던 독립군 대장과의 만남 21.08.19 232 5 14쪽
47 스파이이가 된 황 범 21.08.18 232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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