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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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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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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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화 고난 끝에 얻은 것은

DUMMY

639화 고난 끝에 얻은 것은


‘이겼다!’


명나라 병부 시랑 오삼계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명나라 군대가 도박에 성공하여 승리하였음을 확신했다.


그 확신은 남쪽에서 다가오는 군사들이니 그는 금세 그들이 본래 적들의 뒤를 기습하기로 한 아군임을 알아보았다.


처음에는 당황했다.


후방을 어지럽힌 게 저들이 아니라니, 대체 그러면 청나라 후방을 어지럽힌 건 누구인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오삼계는 자신에게 천운이 따랐음을 알았다.


‘대리국인지 양나라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시기적절하게 아군이 후방에서, 그리고 이어서 측면에서 지원하였다. 이거면 확실히 이길 수 있어!’


단순하게 따져도 지금 청나라는 삼면을 적에게 둘러싸인 셈이었다.


남은 한쪽으로 피하여 재정비할 수도 있겠지만, 그 방향에는 강이 흐르니 공간이 협소함은 물론이고 자칫하면 스스로 배수진을 치는 형국이 될 수 있었다.


특별한 대책이나 준비가 없이 배수진을 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패배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청나라 군사들은 진형을 다잡는 게 아니라 그대로 강 너머로 이동하려 하고 있었다.


일부만 제외하고 말이다.


“장졸들은 들으라! 후방에 이십만 대군이 있으며, 측방에서는 수만에 이르는 대군이 우리를 도우려고 한다! 이제 적들은 마지막 화풀이로 우리를 치고자 하니, 한 번만 더 버티면 된다! 그러면 정말 끝이다! 우리는 오늘 밤 술과 고기를 마음껏 먹고 편안히 쉴 수 있을 것이다!”


저 돌격이, 이번 공격이 마지막이라는 말에 지쳐서 병기 하나 놀리기 어려워하던 병사들은 저마다 정말 남은 힘을 쥐어짜 내서 대항을 준비했다.


그만큼 아군이 왔다는 사실은, 그 아군이 정말 많음은 그들에게 힘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오삼계가 한 말은 실상은 어떻든 전부 이루어진 셈이니 병사들은 그가 한 말을, 딱 한 번만 더 버티면 된다는 말을 믿고 기운을 냈다.


“헤헤, 나는 오늘 밤에 배가 터지도록 먹고 마실 거야.”

“히히히, 그거 좋네. 나도 그래야지.”

“쯧쯧, 이래서 어린 것들은 잘 모른다니까. 이런 날은 그냥 적당히 먹고 늘어지게 자는 게 최고야. 그리고 나중을 위해서 슬쩍 좀 쟁여놓고 말이야.”

“항상 그렇지만 이럴 때마다 연륜이라는 게 진짜 있다는 생각이 든다니까.”


병사들은 저마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적을 향해서 창을, 칼을, 그도 없다면 조총을 몽둥이 삼아서 겨누었다.


허나 이미 들고 있는 무기가 제각각임에서 드러나듯 이들에게 하나 되어 막는다는 일을 수행할 힘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청나라 팔기 지휘관 구왈기야 오보이의 비웃음과 시작된 돌파로 인해 여실히 드러났다.


“흥!”


서걱-


“끄윽.”


코웃음과 함께 칼을 휘두르니 배불리 먹겠다고 말한 병사의 목이 깔끔하게 치명상에 이를 만큼만 베였다.


허우적거리며 손을 휘젓는 그가 쓰러지기도 전에 오보이 곁에 있는 다른 팔기들이 쏘아낸 화살에 다른 이들 역시 쓰러진다.


단말마나 낸 이들이면 그나마 나은 것이며, 지쳐서 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그대로 몸을 바닥에 누이는 이들이 더 많아 보였다.


“이 바투루 오보이, 명나라 용사의 목을 베러 왔노라!”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칼을 드니 산해관에서 지내서 어느 정도 만주족의 말을 익힌 오삼계는 낯빛을 굳혔다.


두 사람의 거리는 불과 삼사백여 보.


사람이 직접 달린다고 하여도 그리 먼 거리가 아니며 말을 달린다면 다음 순간에 마주하여도 이상하지 않은 거리다.


물론 그사이에는 지쳤다고 하나 수백이 넘는 명나라 군사들이 있었다.


허나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오삼계는 저 기세등등한 오보이가 자신에게 도달할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오보이는 금세 그 믿음에 응했다.


말을 타고 오삼계의 눈앞에 나타나는 걸로 말이다.


카앙!


“제법이다! 산해관에서 이름을 날린 용장이라고 하더니, 과연 용력이 뛰어나구나! 심지어 말에 올라탄 내 일격을 이리 버티다니, 정녕 오늘 이렇게 배짱 좋게 버틸 용사다운 힘이며 기교다!”


지친 몸에도 오삼계는 본능에 따라서 병기를 들어 칼을 막으니 오보이는 만족스럽다는 얼굴로 칭찬했다.


본디 오삼계가 전장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날린 것은 요동에서 청나라를 상대로 싸우던 때, 그것도 청나라 사람들에게 아비인 제독 오양이 포위된 것을 단기필마로 뛰어들어서 구한 일이었다.


하여 청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오삼계는 장수라고 하기보다는 용사였다.


그 때문인지 지금 오보이는 그 생각을 단단히 하였으니 지금 그는 이 자리가 마치 제가 즐겨 쓰며 자랑하기 마지 않는 칭호, ‘바투루’를 걸고 싸우는 자리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점이 오보이로 하여금 마음을 들뜨게 하며 자신감 넘치게 했다.


그러한 승부는 언제가 그의 승리로 끝났으니 말이다.


“목을 내놓아라!”

“어림없다!”


재차 칼을 휘두르는 오보이를 향해서 손에 든 칼을 휘두르는 척 하면서 내던진 오삼계는 바로 근처에 둔 대도를 집어 들었다.


“흐압!”

“제법이구나!”


집어 든 대도를 그대로 휘두르니 그 기세는 강맹하여 그대로 오보이의 몸을 말과 함께 베어버릴 듯 보였다.


힘든 일이며, 설령 오삼계가 만전이라고 한들 그것이 가할까 싶은 일이었다.


그러니 조금은 방심해도 좋으련만, 오보이는 작은 가능성조차 용납지 않겠다는 얼굴로 말을 움직였다.


“뭣!?”


자신이 휘두른 대도를 말이 움직여 피하는 걸 목격한 오삼계는 크게 놀랐다.


그러나 놀라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하듯 오보이의 공격이 이어지니 말의 말발굽을 들고 내리찍는 것과 오보이의 칼이 함께 오삼계를 노렸다.


그에 오삼계는 반사적으로 바닥을 구르니 오보이의 이중 공격은 그대로 빗나가고 말았다.


“기민하군. 재밌어.”


만족스러움도 잠시, 오보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바투루 오보이! 이제 가야 한다!”


멀리서 고함치는 소리가 사방을 울리며 그의 귓가를 때리니 그 소리는 오보이도 익히 아는 의정대신 타타라 잉굴다이의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고함은 그에게 이제 더는 시간이 없음을, 당당하게 싸워 적의 목을 얻어내는 사치를 누릴 수 없음을 일러주고 있었다.


아쉬움은 잠깐에 그치고 사라진다.


대신하여 그 빈자리를 의무감이 채우니 오보이는 냉정하게 명령을 내렸다.


“팔기, 놈을 쏴라!”


오보이의 외침을 들은 팔기들이 저마다 활을 들어서 오삼계를 노리니 쏘아진 화살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에게 닿았다.


따앙!

푸푹


“으윽.”


반사적으로 대도를 들어 목과 얼굴을 가리며 몸을 비튼 오삼계는 사지에 박힌 화살로 인해 비틀거렸다.


누군가 도와주었으면 한다는 생각이 드나 아쉽게도 그를 도울 수 있는 자는 주변에 없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도울 여력이 있는 자가 없었다.


모두가 지친 와중에 싸우고 있으니 팔기 한둘이 휘저으면 거기에 대여섯이 휘둘리며 목숨 부지하기에 급급했다.


“받아 가겠다!”


주어가 생략되었으나 오보이가 받아 가겠다는 게 제 목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아들은 오삼계는 잘 움직이지 않는 사지에 힘을 주었다.


“내 목은 귀하니, 네놈의 부족한 사지로는 어림도 없다!”


이는 단순하게 오기 부림이 아니라 한 가닥 찾아낸 방도이니 그는 그대로 바닥을 굴러서 오보이의 왼쪽으로 향했다.


“!?”

“받아라!”


그리고는 전신이 욱신거리는 아픔을 억지로 참으며 대도를 휘두르니 그 대도는 오보이의 좌반신을 노렸다.


보통 그러한 공격을 받았다면 오보이는 왼쪽 팔을 움직여서 막거나 흘렸을 것이다.


그 후에 오른손에 든 칼로 오삼계의 목을 취했을 것이다.


허나 심히 안타깝게도 그건 이제 오보이에게 있어서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이제 그의 팔은 오로지 하나, 오른쪽뿐이니 말이다.


왼쪽을 노리는 공격을 오른팔로 걷어내기에는 팔도 무기도 짧으니 결국 오보이의 선택지는 크게 줄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오보이가 취한 것은 물러나는 것이었다.


“장군을 도와라!”

“찔러! 아니면 뭐라도 던져!”

“으아아아!”


뒤늦게 조금 여유가 생긴 명나라 병사들이 없는 힘에 돕고자 창을 내지르고 병기를 던진다.


그것도 힘든 이들은 바닥에서 돌을 주워서 던지니 오보이는 그걸 보면서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바투루 오보이! 가야 한다!”


아까보다 한층 더 강하고 커진 목소리에 오보이는 잠시 갈등하나 말 옆구리를 걷어찼다.


허나 이것이 완전히 포기한 것을 뜻함은 아니니 오보이가 달리는 방향은 이제 기진맥진하여 대도를 지팡이 삼아 서 있는 오삼계가 있는 쪽이었다.


“흐읍!”


호흡을 고르며 그대로 칼을 던지니, 이는 직접 목을 가져가지는 못할지언정 숨통은 확실하게 끊어놓겠다는 판단하에 벌인 일이었다.


‘모, 몸이, 몸이 움직이지 않, 엇!?’


이미 지친 몸에 이제는 말도 제대로 듣지 않고 부들거리는 사지를 원망하던 와중에 오삼계는 제 몸이 옆으로 크게 밀리는 걸 느꼈다.


놀라서 그쪽을 돌아보니 장수 하나가 전신에 상처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그를 있는 힘을 다해서 밀치 것이었다.


덕분에 오삼계는 오보이의 투척을 피했으나 그 장수는 그 대가를 크게 치르게 되었다.


퍼억!


“이대로 돌파하여 달린다! 예친왕 전하의 명이다!”

“······알겠습니다!”


장수의 머리가 반으로 쪼개지는 걸 보며 못마땅한 얼굴이던 오보이는 이제 가까이 와서 외치는 잉굴다이의 말에 수긍하며 말을 달렸다.


그쪽에 시선을 준 오삼계는 이걸로 끝이 아니라고 하듯 잉굴다이가 몸을 돌려서 화살을 겨누는 걸 보며 다급히 몸을 바닥에 굴렸다.


파팍


구르기 무섭게 자신이 있던 자리에 화살이 박히니 오삼계는 그걸 보며 소름이 돋아 제게 쏜 이를 확인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미 잉굴다이며 오보이는 물론이고 싸우던 팔기들은 전투에 연연하지 않고 달려서 돌파를 시작하니 지친 명나라 군사들은 그걸 전혀 막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저들은 그저 돌파하여 빠져나가는 일에만 염두에 두었을 뿐이라는 점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여기에 있는 이들을 모두 도살한다고 한들 결국은 시신이 되어 땅을 뒹구는 신세가 될 테니 말이다.


“······으윽.”


그렇게 적들이 떠나는 걸 보고 있던 오삼계는 뒤늦게 전신을 엄습하는 고통에 신음을 내었다.


당장이라도 만사 제쳐두고 이대로 눈을 감고 잠들고 싶었다.


그리고 나면 깨끗하게 된 머리로 즐거이 음식을 먹고 마신 후에 편안히 상황을 살피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아니 된다는 걸 그는 잘 알았으니 그는 몸에 박힌 화살들을 꺾어서 일단 운신에 지장만 가지 않게 한 후에 천천히 일어났다.


욱신거리는 고통을 참고 일어난 오삼계는 사방을 보았다.


아직 측방과 후방에서 나타난 이들은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오삼계를 비롯한 남은 이들의 손이 닿을 거리에 이제 적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점점 더 멀어지는 적들이 보일 뿐이니 오삼계는 그가 해야 할 마지막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천천히 대도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사방을 둘러본 그는 어디에 그런 힘이 남았나 싶을 정도로 크게 외쳤다.


“우리가 이겼다! 대명 만세!”


오삼계가 외친 말에 지친 얼굴로 그저 쉴 수 있음을 감사하던 명나라 군사들의 얼굴에 장졸을 가리지 않고 화색이 돌았다.


와아아아!!!

이겼다!!!

대명 만세!!!


이겼고, 무엇보다도 살아남았다.


그 사실에 기뻐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으니, 이는 오삼계 또한 다르지 않았다.


이 승리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니, 이제 그가 바라던 대로 저 멀리 나가며 먼 훗날까지 구전되기에 충분한 업적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달성감도 잠시, 오삼계의 눈에 자신을 대신하여 죽은 장수의 얼굴이 보였다.


“······하.”


입을 열어서든, 아니면 속으로든 그에게 감사를 하고자 했다.


덕분에 살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참으로 무안하고 슬프게도, 죽은 장수의 이름을 오삼계는 떠올릴 수가 없었다.


오삼계는 그 사실이 너무나도 슬펐으며, 무엇보다도 두려웠다.


“나중에 찾아서 반드시 기억하겠소.”

‘그리고 당신처럼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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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 662화 달갑지 않은 방법 24.08.20 71 11 14쪽
662 661화 하늘 아래에 있는 세상 +2 24.08.19 70 12 13쪽
661 660화 아침에 다르고 저녁에 다르다 +2 24.08.16 85 11 13쪽
660 659화 밝기 전이 가장 어둡다 24.08.15 79 14 12쪽
659 658화 현재만이 전부가 아니다 +3 24.08.14 72 14 12쪽
658 657화 두 마리 토끼 +1 24.08.13 87 10 13쪽
657 656화 끼어들 준비 +1 24.08.12 78 12 12쪽
656 655화 공정한 땅 +3 24.08.11 80 11 13쪽
655 654화 천하를 가둘 울타리 +3 24.08.10 88 12 12쪽
654 653화 천자론 +6 24.08.09 87 12 12쪽
653 652화 대신할 수 있는 자리 +3 24.08.08 81 11 12쪽
652 651화 천하를 다스리는 자격 +3 24.08.07 86 11 14쪽
651 650화 언제나 진심인 사람들 +2 24.08.01 86 9 12쪽
650 649화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 +2 24.07.31 80 10 13쪽
649 648화 고장난명 +2 24.07.30 78 11 12쪽
648 647화 시작과 지속은 쉽지만 끝은 어렵다 +1 24.07.28 78 11 12쪽
647 646화 시시비비 +1 24.07.27 82 11 12쪽
646 645화 화전(和戰) +1 24.07.26 85 12 12쪽
645 644화 그들의 책임 +1 24.07.25 76 13 12쪽
644 643화 합의에 필요한 숫자 +1 24.07.24 79 12 11쪽
643 642화 내세울 만한 이 +1 24.07.23 82 13 12쪽
642 641화 빛이 보이면 다가간다 +2 24.07.21 93 14 12쪽
641 640화 스스로 서기 위하여 +2 24.07.20 90 14 12쪽
» 639화 고난 끝에 얻은 것은 +1 24.07.19 86 15 12쪽
639 638화 좋고 싫고는 중요하지 않다 +2 24.07.18 89 15 12쪽
638 637화 호언장담 +2 24.07.17 85 14 13쪽
637 636화 원동력 +1 24.07.16 83 13 14쪽
636 635화 버림받은 자의 각오 +2 24.07.15 77 14 13쪽
635 634화 뒤틀린 믿음 +1 24.07.14 94 15 13쪽
634 633화 파도는 변덕스럽다 +1 24.07.10 86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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