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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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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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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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7

DUMMY

망설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언젠가 이루어 낼 귀환이 우선이냐, 아니면 눈앞의 생명이 우선이냐.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먼 미래의 귀환을 선택하겠지만, 현과장은 제대로 된 이기적인 인간과 조금 거리가 있는 인간. 통칭 호구에 가까운 인물이기에, 그는 심각하고 또 심각했다.

이럴 때 신이 도와주면 어디 덧나나? 그는 이렇게까지 생각했다.

사실, 덧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야기 도중에 갑자기 툭툭 나오면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잖아, 흐름이. 스토리의 진행에 방해되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현과장.


“매번 똥싸지르더니, 이렇게 위급할 때 그러기냥?!”


어흥선생의 원망 섞인 목소리가 늪지대 하늘을 덮었다.

사실, 내가 망친 것보다, 현과장이랑 네 놈들이 망친 게 더 많거든!

갑자기 현과장이 어른인 척해서 여왕이 이렇게 된 거잖아. 그리고 벌레를 잡는데 왜 단검은 꺼내서 이 사단을 만들어. 다 자업자득이다, 이 말이야.


이렇게 내가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이, 불길은 더욱 치솟아 늪 주인의 온몸을 뒤덮었다. 갑작스러운 불길에 혼비백산 도망치는 건 주변에 있던 포식자들도 마찬가지. 당장이라도 자신에게 달려 올 것만 같은 은빛의 불꽃 앞에선, 포식자들의 욕심도 부질없는 감정일 뿐이었다. 세상 무엇도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까.


“이러다 뱀 구이가 된다!!”


현과장은 꾸준히 늪 주인을 향해 흙을 퍼서 날랐다. 의미 없는 행동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방법 이외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불길이 늪 주인을 뒤덮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몸에서 비늘이, 마치 팝콘이 튀겨지듯 사방으로 튕겨 날아갔다. 총알보다 빠르고 강력하가 날아가는 늪 주인의 비늘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과장은 계속해서 흙을 퍼 날랐다.


“현과장 위험하다냥!”

“난 안 죽지만, 늪 주인은 죽을지 모르잖아!”


어흥선생을 향해 외치는 그의 목소리에서 다부진 각오가 느껴졌다. 몇 차례 정도는 죽을 생각을 품고 있었던 현과장. 아니, 왜 이렇게 열정적인 거야? 현과장이랑 상관없는 일이잖아?


“현과장이랑 상관없는 일이다냥! 피해라냥!”


내 마음을 그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이용해 전달해준 어흥선생. 이어서 외치는 현과장의 목소리가, 이번엔 모두의 마음속에 울려 퍼졌다.


“난 다르다! 목숨가지고 실리 따지고 흥정하는 그런 인간들과 다르다고!”


흙을 뿌리고 돌아서는 현과장. 아주 잠시였지만, 그의 눈빛이 여왕을 향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만.”

“내 일 아니라고 그렇게 손 놓고 있으면 세상이 좋아질 것 같아? 원더랜드의 주인이란 양반이.”


현과장의 말에, 갓패치가 벌떡 일어나 불길 앞으로 다가왔다.


“젠장, 제정신이야? 비켜, 바닷물 끼얹을 거니까.”


무슨 이유에서인지, 너무나 적극적으로 화재 진압에 임하는 갓패치. 모두가 그를 향해 놀라움을 표현하기도 전에, 그는 늪 주인의 몸 위로 거대한 차원문을 만들었다. 이윽고 그 차원문 안에서 쏟아지기 시작한 물줄기. 그렇게 쏟아지기 시작한 물줄기는 숲과 얕은 늪지대와 순시간에 완벽한 늪지대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아니, 왜?? 제정신이야?”


그럼에도 전혀 꺼지지 않는 은빛의 불꽃. 늪 주인의 몸이 반 이상 잠겼지만,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불길은 여전히 살아서 꿈틀대고 있었다.


“현과장은? 어디 갔냥?”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탓에 겨우 자신만 피했던 어흥선생. 다른 사람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나 여기! 나 여기!”


저 멀리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현과장이었다.

100m 떨어진 곳에서 겨우 나무 기둥을 잡은 채, 물길에 휩쓸려 가지 않고 간신히 버티고 있던 현과장. 어흥선생의 도움으로 겨우 돌아온 그는, 돌아오자 마자 갓패치를 행해 분노 가득한 절규를 퍼부었다.


“제정신이야? 갓패치 제정신이야? 난 하늘을 못 난다고!”

“아니, 현과장 제정신이야? 남들 하늘 나는 거 배울 때 현과장은 뭐 했어?”


적반하장도 이 정도면 예술이다. 너무나 당당하게 현과장을 나무라는 갓패치. 그 떳떳한 태도에, 고개를 숙이는 건 오히려 현과장이었다.


“젠장 배워야 되는 거였어?”

“제정신이야? 그럼 배워야지. 누군 뭐 태어날 때부터 하늘을 날았나?”


갓패치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맞는 말도 아니었다. 왜냐면 현과장에겐 재능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하늘을 나는 법을 염두해 두고 있을 시간이 아니었다. 문제는 다름 아닌 눈 앞의 거대한 하얀 뱀, 늪 주인. 빨리 늪 주인에게 들러붙은 저 은색의 불길을 잡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 최악의 사태로 흘러간다면, 늪 주인의 목숨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내가 힘을 쓰겠습니다만.”


바로 그때, 앞으로 나서는 여왕.

그녀는 완전히 변모한 늪지대 위로 엄청난 냉기를 퍼부었다. 순식간에 얼어붙어가는 늪지대. 나무도 공기도 심지어 현과장도 차갑게 식어갔다.


“엄마? 엄마?”

“현과장, 정신 차려라냥!”


아주 잠깐이었지만, 죽음의 문턱 근처까지 다가갔던 현과장. 다행히도 어흥선생의 즉각적인 대응에 붕어빵은 지킬 수 있었다. 어차피 현과장은 죽지 않잖아. 죽어서 잃는 건 붕어빵 능력일 뿐.


“다 됐습니다만.”


그렇게 한참이나 냉기를 뿜어내던 여왕은, 얼어붙은 늪지대 위를 걸으며 당당하게 말했다. 하지만,


“으으... 안 꺼졌는데?”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손가락으로 늪 주인을 가리키는 현과장. 그의 말대로 늪 주인에게 엉켜있던 불길은 전혀 사그라지지 않았다.


“아니, 이럴 리 없습니다만! 이럴 리 없습니다만!”


자존심에 커다란 금이 간 여왕은, 다시금 그 불꽃을 향해 엄청난 냉기를 퍼부었다. 하지만, 얼어붙기는커녕 작은 얼음 조각조차 생기지 않는 늪 주인의 몸통. 지난 숲 속의 화재 때와 확연히 다른 상황이었다.


“이럴 리 없습니다만! 불길이 안 잡힐 리 없습니다만!”


여왕은 연신 냉기를 뿜어냈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 얼어붙는 쪽은 늪 주인이 아닌 현과장이었다.


“그만! 제정신이야? 그러다 현과장 죽으면 붕어빵은 어쩔 건데?!”

“아무래도 이 불꽃 예삿일이 아니랄까나.”


갓패치와 채야가, 여왕에게로 다가가 그녀를 말렸다. 하지만, 여전히 온갖 힘을 다해 냉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여왕. 생기 넘쳤던 그녀의 얼굴이 점차 초췌해져만 갔다.


“그러다 죽는다냥. 그만 둬라냥.”

“내가 못 끄는 불길은 없습니다만!”


어흥선생의 말에도 막무가내인 여왕. 고집만큼은 그 자리에 모인 어느 누구보다 강하고 지독했다.

어느덧 여왕이 뿜어내는 냉기가 점차 약해지기 시작하고. 늪지대를 덮은 빙판도 점차 사르르 녹기 시작했다.


“내 냉기가... 내 냉기가...”


다리가 풀린 그녀는 자신의 드레스는 상관도 하지 않은 채 늪지대 위로 털썩 주저앉았다. 좌절감이 큰 탓일까, 완전히 초점을 잃어버린 그녀의 눈동자. 이제 남은 구원의 손길은 그 어디에도 없는 듯 했다.


여기서 이야기를 이어가기 전에 잠깐.

가끔은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다.

그중 첫 번째는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가끔은 인생이라는 걸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 둬야 한다는 것.

어떤 때는 우리가 아무리 지랄 발광을 해도 막을 수 없는 일이 있다.

예를 들면, 쏟아지는 응가를 참아보는 것.

또한, 이 웹소설이 2600자 뒤에는 이번 회차가 종료 되는 것도 막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자연의 섭리 또한 그런 일이다.

죽음과 탄생. 이러한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수가 없다. 이번 늪 주인에가 다가온 자연의 섭리 역시 마찬가지. 모두 섭섭하겠지만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이제 곧 끝이다냥.”


늪 주인의 몸을 감싸던 은빛의 불꽃이 점점 잦아들었다. 온몸의 비늘이 다 날아가고, 시커멓게 타버린 늪 주인의 속살. 그 모습을 본 현과장은 마음이 착잡했다. 한 순간의 실수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키토 역시 마찬가지였다. 친구를 지켜주지 못 했다니. 키토는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숙이고 하염없이 눈물을 지었다.


그런데 잠깐, 누가 늪 주인이 죽었다고 말했던가? 설마 내가 말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난 자연의 섭리를 말하긴 했지만, 결코 늪 주인의 죽음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예시로 죽음과 탄생을 거론했을 뿐.

사실, 이 인간들 설레발을 친다. 아무 생각 없이 늪 주인이 진화를 했을까? 그것도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단지 친구 키토가 주변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생각을 하고 살자. 다 계획이 있었다, 계획이.


이 전의 글을 천천히 꼼꼼히 읽은 분들이라면 뭐 알겠지만,

잠깐, 잠깐, 잠깐! 꼼꼼히 읽지 않은 분들이 계시다고? 그럼 은화의 독이 늪 주인에게 통하지 않는 것도 모르겠네? 늪 주인이 맹독을 품은 것도 모르겠네?!

정말? 나 무척이나 서운할지도! 머리를 쥐어짜가며 만든 글인데, 정말 섭섭할지도!

어쨌든, 은화의 맹독이 일으킨 불꽃은 전혀 늪 주인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영양분이 되었지. 이 부분 역시 암시하는 장면을 넣어 두었다.


「하얀 늪 주인의 피부에 마치 불꽃이 스며드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았다.」


바로 전 회차 마지막에 살며시 끼워 넣은 구절이다. 바로 지금을 위해!

그래, 처음부터 위기는 없었다. 그냥 모두가 설레발을 친 것이었을 뿐. 엄청난 사건을 마주했다는 당혹스러움이 자신의 시야를 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치 지금의 현과장처럼.

덕분에 아주 재미없는 부분을 2회차에 걸쳐 풀어내야만 했다. 저 인간들이 설레발을 치는 바람에. 뭐, 덕분에 여왕의 과거를 알 수 있어서 좋았지만, 사실, 여왕의 과거 따위는 큰 상관이 없는 일이기도 하니까.


아무튼, 이제 진화의 끝이 보이려 하고 있었다. 물론 아직 현과장과 일행들, 그리고 여왕은 전혀 눈치를 못 채고 있지만.


“애도를 표한다냥.”


애도는 개뿔, 다 들리면서. 다른 인간은 몰라도 어흥선생 당신이 그러는 건 기만이야. 당신 다 들리잖아, 그 고양이귀 덕분에.


“쉿이다냥!”


내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 조용히 검지를 입술 앞에 대는 어흥선생. 정말 어흥선생도 갓패치 못지않게 약아빠진 인간인 것은 분명했다.


“신뢰를 저버려서 미안합니다. 늪 주인님.”


현과장은 다 타버린 늪 주인의 육신을 바라보며 고개를 떨궜다. 그를 따라 살며시 고개를 내리는 채야와 갓패치. 오직 여왕만이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잿더미가 된 늪 주인을 바라보았다.


“난 인정할 수 없습니다만...?”


여왕이 입을 연 바로 그 순간, 다 타버린 몸뚱이 사이에서 느껴지는 작은 움직임. 작지만 확실한 그 꿈틀거림에 여왕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분명 저 안에 무언가가 있다. 여왕은 확신했다.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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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 만년필? 정말? - 4 23.05.07 30 3 12쪽
66 66. 만년필? 정말? - 3 23.05.06 31 3 11쪽
65 65. 만년필? 정말? - 2 23.05.05 31 3 11쪽
64 64. 만년필? 정말? - 1 23.05.04 34 3 12쪽
63 63. 인생은 한방 가챠 카지노! - 3 23.05.03 36 3 12쪽
62 62. 인생은 한방 가챠 카지노! - 2 23.05.02 31 3 11쪽
61 61. 인생은 한방 가챠 카지노! - 1 23.05.01 37 3 12쪽
60 60. 돌아온 일상 23.04.30 30 3 11쪽
59 59. 갑자기 전설급 능력이?! 23.04.29 3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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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7. 능력 가챠 - 2 23.04.27 37 3 12쪽
56 56. 능력 가챠 - 1 23.04.26 33 3 12쪽
55 55. 결성! 미드나잇 클럽! 23.04.25 35 3 12쪽
54 54. 암살 23.04.24 31 3 12쪽
53 53. 포상 - 3 23.04.23 31 3 12쪽
52 52. 포상 - 2 23.04.22 2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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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 코스프레 대회 - 2 23.04.18 2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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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키토의 다이어트 - 2 ... 아니잖아?! 23.04.16 35 3 12쪽
45 45. 키토의 다이어트 - 1 23.04.15 3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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