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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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리아
작품등록일 :
2023.03.19 14:37
최근연재일 :
2023.07.2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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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3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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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쪽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58화

DUMMY

◐ 지연의 일기 ◑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광경이..

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환하게 웃으며 선배의 방으로 들어가는 윤아..

그런 윤아를 거리낌 없이 들여 보내는 선배..

...........

여름이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

어디서 겨울 바람이 불어 오는 걸까...


떨리는 몸을 추스리기 위해..

자리에 주저앉아 버린다.

.........




선배..

저.. 너무 떨려서 진정이 되질 않아요.

집에 가야 되는데..

몸에 힘이 없어서 움직일 수조차 없어요.


어떻게..

어떻게 저한테 이러실 수가 있어요?

제 맘 알면서..

선배님 밖에 없는 제 맘 잘 알고 계시면서..

어떻게 제가 아닌 윤아에게 마음을 주실 수 있는 거냐구요..

정말 이런 생각까진 하고 싶지 않은데..

혹시..

이제까지.. 제가..

윤아를 향한 선배님의 마음에..

방해가 되어왔던 존재였어요?

그런 거에요?

그.. 그런거면..

저.. 정말 미쳐 버릴 거 같은데..

절대 그렇지 않은 거죠?

제가 오해하는 거죠?





잠시 주저앉아 기다려 보지만..

방에 들어간 윤아는..

결코 나올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

저기서..

선배와 윤아는 뭘 하고 있는 것일까..


끔찍한 상상들이..

나를 괴롭혀 온다.




계속 기다려 볼까 하다가..

처량하고 서글프단 생각이 들어..

결국 집에 와버리고 말았다.

샤워를 하면 좀 나아지려나..


...........

하지만.. 그것조차도 귀찮아서

방 한구석에 가방을 집어 던지고..

이불을 뒤집어 써버린다.

싫은데..

정말.. 이런 일로 울고 싶지 않은데..

정체 모를 눈물들이 하염없이 쏟아져 내린다.


선배가 싫어서 흘러 내리는 건지..

선배가 떠날까 두려워 흘러 내리는 건지..

아니면..

내가 선배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 때문에 흘러 내리는 건지..

도대체가..

이유를 모르겠다.

눈물이 그칠 때 쯤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하지만..

재대로 고민을 시작하기도 전에

잠이 들어버리고 만다.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잠을 깬다.

속이 울렁이고..

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

몸은 불덩이처럼 뜨겁기만 하고..

얼굴은 식은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몸살이라도 난 건가?

호흡조차도 힘겨울 정도로..

통증이 밀려온다.

아..

정말..

죽을 거 같아.




가방에서 폰을 꺼낸다.

꺼져 있는 핸드폰..

아..

힘들어 죽겠는데..

겨우 겨우 배터리를 교체한 후..

전원을 켠다.


하악~ 하악~

겨우 이 정도 가지고도 숨을 헉헉 대다니..

나.. 무슨 큰 병이라도 걸린 거 아냐?

걱정스런 마음에..

봉구 선배에게 전화를 걸려는 찰나..

...........

생각이 바뀌어 버린다.


순간이었지만..

선배의 방에서 다정스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둘의 모습이

떠 올라 버린 것이다.

..............

떨리는 손으로 다시.. 태희에게 전화를 건다.


*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갑니다 *


............

아.. 안돼.. 흑..

핸드폰을 방바닥에 던져 버리곤 다시 이불을 뒤집어 쓴다.

그래.. 자고 일어나면 좀 괜찮아 지겠지.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

미칠듯한 오한이 다시 한 번 몸을 괴롭혀 온다.

참을 수 없는 끔찍한 고통에..

다시 전화기를 집어 들고..

은혁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버렸다.


* 은혁 선배님.. 저.. 저.. 지연인데요.. *

* 어.. 그래.. 밤 늦게 무슨 일이야? *

* 선배님.. 지.. 지금 좀 와주시면 안될까요? 저.. 지금.. 죽을 거.. 같아요.."

* 뭐? 왜? 어디 아퍼? *

* 몸살인가 봐요. 힘들어 죽겠어요. 빨리.. 좀.. 와 주세요.. 흑.. *

* 그.. 그래.. 근데 집 주소가 어떻게 되지? *

* XX동 77번지 XX 빌라 203호에요 *

* 그래 알았다.. 금방 갈게 기다려. *

* 네.. 고마워요 선배님.. *




봉구 선배가 아닌..

은혁 선배를 불러버렸다.

이래도 되는 걸까?

봉구 선배도 아직 한 번도 들어와 보지 못한 방에

은혁 선배를 허락해 버린 것이다.

.............


아.. 안돼..

그럴 순 없어.

이 방은..

봉구 선배 말곤..

아무도 허락 하고 싶지 않아.

너무 힘든 나머지..

실수를 한 거야..

그래..

이건 아냐 절대..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켜..

옷을 챙겨 입는다.

그리곤..

문을 열고 나가..

계단에 앉아 은혁 선배를 기다리기로 한다.


혼미한 정신과.. 떨리는 몸을 겨우 겨우 지탱하며

1분.. 2분.. 이를 악물고 참아 보지만..

결국 은혁 선배도 오기 전에..

정신을 잃어버리는 나였다.





나..

얼마나 잔 걸까..

깨질 듯 한 머리가..

조금은 가벼워 진듯하다.

슬쩍 눈을 떠본다.

............

여긴 어디지?

왠지 낯설지 않은데...


헉..

여..여긴..

봉구 선배가 입원한 병원의 응급실이잖아?


"일어났니?"


잉?

유.. 윤아?

니가 왜 여길?


"너.. 너 웬일이야?"

"쉿.. 목소리 너무 크잖아.."


너무 놀라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쳐버린 나를

제지시켜 주는 윤아였다.

..........


"몸은 좀 괜찮아?"

"어.. 좀.."

"그럼 나가서 커피 한 잔 할래?"

"그..그래.."



뭐지?

서.. 설마..

둘이 사귀겠다고 선전포고 라도 하는 거 아냐?

아니면 윤아가 이런 이른 시간에 병원에 와 있을 일이 없잖아..

걱정과 두려움을 한 가득 안은 채..

윤아를 따라 나선다.





"자.. 마셔."


윤아에게 커피를 건네 받는다.


"고마워.. 근데 아침부터 여긴 어쩐 일이야?"

"아.. 그냥.. 너 쓰러져 있다길래.. 은혁 오빠랑 같이 오는 길이야"

"그래? 고마워.. 와줘서.."

"고맙긴 뭘.."

"근데 은혁 선배는 어디 갔어?"

"어.. 수업 있다고 다시 갔어.."

"그래? 에구.. 선배한테 신세 많이 지네.."

"그러게.. 이젠 좀 조심 좀 해줘."

"어?"

"앞으로.. 은혁 오빠한테 부탁 같은 거.. 자제 좀 해 달라고.."

"뭐? 뭔 소리야?"

"너 맨날 은혁 오빠한테 이것저것 부탁하고 그런다며.."

"그..그거야.. 뭐 친하니까.."

"은혁 오빠 힘들잖니.. 오빠가 맘이 약해서 거절 같은 것도 잘 못하는데.. 니가 맨날 해달라니까.. 할 수 없이 해주고 그러잖아.."

"................"

"주의 좀 해줘. 알았지?"

"어.. 그.. 그래. 근데 누가 보면 둘이 사귀기라도 하는 줄 알겠다 얘~"

"..........."


잉?

뭐야?

얘 표정 왜 이래?

서.. 설마?


"자.. 잠깐.. 혹시 너?"

"어.. 맞아.."

"지..진짜?"

"어.. 아까 고백 받았어.."


헐..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그래? 우와.."

"나보고 한 번 사겨보제. 내가 귀엽다나 뭐래나.."

"그래서? 너도 사귄다고 했어?"

"아니.. 일단 생각해 본다고 했어.."

"..............."

"너무 바로 승낙하면 없어 보이잖아. 저녁 때 술 마시면서 승낙 하려구.."

"아.. 그.. 그런 거야? 홍홍.. 기집애.. 여우네 완전.."

"너만 하겠니.. 호호홍.."

"그..그럼.. 봉구 선배는 어떡할 건데?"

"봉구 오빠? 오빠가 왜?"

"어? 아.. 아니 그게.."

"너 혹시.. 내가 봉구 오빠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냐?"

"미쳤어? 내가 뭐가 아쉬워서 봉구 오빠랑 사귀니?"

"이씨... 옛날엔 한 번 대쉬해 본다며.."

"그거야.. 철 없을 때 얘기지. 그리고 요즘 봉구 오빠 보면.. 맨날 니 생각 밖에 안해서.. 만나도 재미가 없어.."

"그.. 그래?"

"어.. 어제도 나랑 있는 내내 니 얘기만 하드라.."

"..............."

"근데.. 봉구 선배가.. 좀 자신이 없나 봐.."

"뭐가?"

"너랑 사귀는 거.."

"............"

"너한테.. 안 어울리는 남자처럼 생각하는가 봐. 힘들어 보이더라.."

"............"

"아무래도 니가 성형 수술이라도 해서.. 좀 못 생겨져야 될 거 같아.."

"..........."

"내가 좋은데 소개 시켜줄까? 싸게 할 수 있는데.."

"됐어.."

"치.. 암튼.. 맘에 안 들어.."

"뭐가?"

"니 얼굴.."

"..........."

"나랑 바꿀래? 호홍"

"안돼.. 봉구 선배가 싫어해.."

"뭐? 이 기집애가.."

"홍홍.. 농담이야.. 암튼 들어가자.."

"그래.."




윤아를 보낸 후.. 봉구 선배 병실에 왔다.

그리곤 잠들어 있는 봉구 선배를

한참 동안 바라 보고 있다.


..............

선배님..

제가 오해했어요.

역시 선배님도..

저만 생각해 주고 있었는데.

바보처럼 저 혼자 이상한 생각하고..

에휴..

앞으론.. 이런 일 없을 거에요.

그냥 믿을래요.

선배님의.. 저에 대한 사랑..

절대 의심하지 않을거라구요.

그러니까 선배님도..

앞으로 영원히..

저만 바라봐주세요..

알겠죠?


살짝.. 선배의 입술에 입을 맞춘 후..

조용히.. 시트를 덮어준다.








◐ 봉구의 일기 ◑





자정이 넘은 시간..

지연이에겐 아무런 연락도 없다.

아니.. 전화기를 켜지 조차 않는다.


이젠 좌절을 넘어..

걱정의 단계로 접어들어 버렸다.

무슨 일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게 되니..

걱정이 물 밀 듯이 불어 닥쳤다.

후다닥.. 방을 나와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그래.. 자고 있어야 돼.

폰 꺼 놓고 잠들어 있어야 되는 거야..

알았니?

부디.. 집에 있어줘.

제발..




불이 꺼져 있는 그녀의 방..

떨리는 맘으로 초인종을 누른다.

띵동~

.........

반응이 없다.

띵동~

다시 눌러본다.

..........

역시나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질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러 차례 눌러 보지만..

결국.. 포기하고 만다.


그녀는 지금..

민수와..

외박 중인 것이다.

..........

아.. 젠장할..





아무래도..

최악의 가정이..

점점 현실화 되어 가는 것 같다.

그래도 지금까진 그녀가 집에서 잠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젠 그 희망조차 사라져 버렸다.

괴로움과 절망감이 엄습한다.

또 다시 외톨이가 될지도 모른단 생각에

몸을 가누기조차 버겁다.


안돼..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순 없어..

이렇게 일방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헤어질 순 없는 거라고..

내일 재대로 얘기해보자.

내가 뭐가 문젠지..

왜 그녀가 갑자기 이러는 건지..

진지하게 얘기해 보는 거야.

그래.. 일단 집으로 가자..

...........


맨 정신으론 잠을 이룰 수 없을 거 같아

결국 편의점을 들른다.

그리곤

3병의 소주와 간단한 안주를 사 들고..

방으로 향한다.





텅빈 방..

유난히 크게도 느껴진다.

불과 이틀 전만 해도..

지연이와 함께였기에..

너무 작았던 방인데..

오늘 따라 태평양이 따로 없다.

수십 명은 뒹굴고 놀 거 같군 젠장..


한숨을 내쉬며 방을 둘러보다가

어항으로 눈이 고정되어 버린다.

.............

어라?

뭐야 이놈들..

그새 사이가 좋아진 거야?

다 죽어가던 여니 녀석이..

언제 그랬냐는 듯..

봉돌이의 뒤를 졸래 졸래 쫓아다니고 있다.

하하..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 너 답지.

기운 빠져 있는 건 여니 답지 않았어..

하하하하하하아아아아~

잠깐의 유쾌함도..

이내 한숨으로 바뀌어 버린다.




지연아..

여니는.. 이렇게..

봉돌이랑 잘 어울리고 있는데..

넌..

도대체 왜 그러고 있는 거니..

..............





뚜루루루루루루~~~♬


헉.. 지연인가?

한 잔 들이키려는 찰나 전화가 오기에

허겁지겁 발신자를 확인한다.

..............


* 밤 늦게 왜 전화야? *


은혁이 놈이었다.


* 야.. 너 어디냐? *

* 왜? *

* 지연이 쓰러져서 병원 데려왔다. 빨리 와.. *


뭐?

지.. 지연이가?


* 뭐? 왜? *

* 몸살인가 봐. 니 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있으니까.. 언능 와라.. *


뭐..뭐지?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허겁지겁 옷을 챙겨 입고.. 병원으로 향한다.




"아저씨.. XX병원이요"


서둘러 택시를 잡아 탄다.

그리곤.. 은혁이에게 다시 전화를 건다.


* 야.. 지연이 상태는 어때? *


아까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미쳐 묻지 못한

지연이의 상태를 확인한다.


* 주사 맞고 잠 들었어. 근데 넌 환자가 어딜 그렇게 쏘다니냐? *

* 아.. 그럴 일이 있다. 암튼 지연인 괜찮은 거지? *

* 어.. 잠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진다니까.. 언능 오기나 해라. *

* 알았다 *


.............

분명 저녁 때까지만 해도 멀쩡...

아.. 아니다.

몸이 안 좋다고 했던 지연이의 말..

사실이었나 보다.


그.. 그래..

일단은.. 민수랑 같이 있던 건 아니었구나.

아.. 다행이야.

정말..

정말 다행이야..




응급실에 들어서자..

먼저 은혁이 놈의 뒷모습이 보이고..

그리고 그 너머로 침대에 누워있는 지연이가 보인다.


아.. 지연아..

갑자기 왜 아프고 그러니..

맘 찢어지게..


"왔냐?"

"어.."

"잠 좀 자야 된다고 하니까.. 어디 나가 있자."

"그.. 그래.."


은혁이 녀석이랑 조용히 병실을 나와 옥상으로 향했다.





"하나 줘?"


은혁이 녀석이 담배를 건낸다.


"어.. 줘봐."


담배를 건내 받곤.. 불을 붙인다.


"야.. 니들 싸웠냐?"

"신경 꺼라."

"싸웠구만.."

"싸우긴 무슨.."

"잘해줘 임마. 너한텐 미친 듯이 과분한 애야.."

"시끄러"

".........."

"근데 어째서 니가 지연일 데려 온 거야?"


이상하긴 하다.

왜 나한테 전화를 안하고 은혁이한테 한 거지?

분명 폰도 멀쩡하게 켜져 있었는데..


"몰라.. 지연이한테 전화 오길래 받았더니.. 자기 죽겠다고 좀 와 달라고 해서.."

".............."

"근데 왜 나한테 했지? 너 전화 꺼 놨었냐?"

"아니.."

"싸운 거 맞구만 뭐.."

"............"




"담배 하나 더 줘봐."

"자.."

"..............."

"................"

"야.. 내가 고민이 좀 하나 있는데.. 들어 줄 거냐?"

"아니.. 하지마."

"............."

"심각한 거냐?"

"어.."

"지연이 문제?"

"어.."

"해봐.."

"지연이 문제라 듣는 거냐 혹시?"

"어.."

"이 자식이 근데.."

"하하.. 농담이야. 빨리 해봐. 맘 바뀌기 전에.."

"그.. 그게.."

"어.."

"지연이가.. 왠지 나 말고 딴 남자한테 관심이 있을 거 같은 예감이 드는데.."

"어? 지연이가? 에이 설마.."

"나도 아니라고 믿고 싶은데.. 이상하게 자꾸 그런 생각이 드네.."

"그래? 누군데?"

"............."

"혹시 나냐?"

"지랄.."

"누군데 그럼?"

"민수.."

"뭐? 민수?"

"어.."

"하하.. 뭔 소리야.. 지연이가 무슨.."

"아냐.. 아까도.. 둘이 나 몰래 술 마셨데.."

"어.. 나도 들었다."

"그래?"

"어.. 좀 전까지 나도 민수 녀석이랑 술 마시다 온 거야.."

"지연이 얘기도 했냐 혹시?"

"어.."

"뭐래는데?"

"지연이 이젠 접는다더라. 도저히 안 넘어온데.."

"어?"

"뭔 소린지 모르겠냐?"

"어.. 다시 말해봐."

"넌 과톱이라는 놈이 왜 이렇게 머리가 안돌아가냐.."

"지금.. 민수랑.. 지연이가 아무 사이도 아니란 얘기.. 맞는 거냐?"

"어.."

"진짜?"

"너.. 귀 막혔냐?"

"아.. 아니.. 그.. 그냥.."

"이제 안심 좀 돼?"

"어.. 그.. 그래.."

"근데 너.. 그렇게 소심해서 어쩌려고 그러냐?"

"뭐가?"

"앞으로 지연이가 딴 남자랑 같이 있을 때마다 이렇게 심각 해지면 힘들어서 어찌 살라구.. 쯔쯧"

"............."

"보니까.. 지연이는 완전 일편단심 이더만.. 괜히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잘해줘 임마.."

"..............."

"담배 하나 더 줘?"

"아.. 아냐.. 나 이제 담배 끊을란다.."

"뭔 소리야?"

"너도 끊어 임마. 몸에 안 좋아."

"뭐래.."

"야.. 우리 기분도 좋은데.. 어디 가서 술이나 한잔 할까? 내가 쏜다.."

"됐다. 하루 종일 마셨어. 그리고 너 환자 아니냐?"

"..............."





"야.. 근데.."

"어.."

"니가 봐도.. 나랑 지연이랑 좀 안 어울려 보이냐?"

"그건 왜?"

"대답이나 해 임마.."

"글쎄다.. 생각해 본 적 없는데.."

"그럼 지금 생각해 봐. 니가 볼 땐 어때?"

"솔직히 말해도 돼냐?"

".............."

"왜.. 하지마?"

"너.. 윤아랑 짰냐? 어째 말투가 딱 윤아 말툰데?"

"어?"

"아.. 아냐.. 암튼 말해봐.."

"솔직히.. 너보단 내가 잘 어울릴 거 같다."

"삽질하네.."

".............."

"됐다.. 너한테 물어본 내가 바보지.."

"뭐.. 너도 안 어울리진 않으니까.. 그렇게 풀 죽어 있진 마라.."

"너나 잘해 임마.."

"............"

"근데.. 진짜로 안 어울리진 않는 거냐?"

"어.. 첨엔 지연이가 뭐 너 같은 놈 따위랑 어울리나 했는데.. 자꾸 보니까 그냥 좀.. 어울리는 거 같긴 하다."

"뭐? 너 같은 놈 따위? 우씨.. 죽을라구.."

"............"

"암튼.. 고맙다.."

"너 오늘 왜 이러냐.. 느끼하게.."

".............."





"그나저나 이상하네.."

"뭐가.."

"지연이가 민수랑 아무 관계도 아닌 거고 나에 대한 맘이 그대로라면.."

"어.."

"왜 내가 아닌 너한테 전화를 한 거지?"

"그러게.. 지연이 진짜 나한테 맘 있나?"

"죽을래?"

"하하.. 농담이다 농담.. 정색하기는.. 짜슥.."

"..............."

"보니까 니가 뭔가 잘못한 게 있나 보네.."

"그러게.. 왠지 그런 거 같은데.. 그게 뭔질 모르겠단 말이지.."

"언제부터 삐졌었는데?"

"너랑 수진씨 술자리 다녀오고 나서부터.."

"그래? 술자리에선 기분 엄청 좋아 보였는데.. 니 자랑도 막 하고 그러더만.."

"그래?"

"그럼.. 그 이후네. 병실에서 뭔 일 있었냐?"

"아냐.. 나 옥상에서 내려오니까.. 그때부터 표정이 별로더니.. 자.. 잠깐.."

"어.. 왜?"

"혹시.. 나랑 윤아가 옥상에 있는 거 본 건가?"

"윤아? 윤아 왔었냐?"

"어.. 면회 왔길래 그냥 바람이나 쐬려고 옥상에서 얘기 좀 하고 있었지.."

"그래? 근데 둘이 얘기 하는 거 가지고 그렇게 삐지나? 딴 것 땜에 그런 거 같은데.."

"그.. 그게.."

"어.."

"윤아가.. 내 어깨에.. 한참 기대고 있었는데.."

"................"

"그걸 본건가 봐.."

"화낼만 하구만.."

"그치?"

"나 같으면 싸다구를 날렸을 텐데.. 지연인 역시 착해.."

"어쩌냐?"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여기까지 들어줬으니까.. 해결책도 좀 제시해 줘봐.."

"해결책은 무슨.. 그냥 가서 무릎 꿇고 빌어 임마.."

"................"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난리네.. 쯧쯧.."

"................"





"야.."

"어.."

"너 연애 좀 할 생각 없냐?"

"없어.."

"한 번 해봐라.."

"오늘 애들 왜 이래... 아깐 지연이가 난리더니.."

"어?"

"너 모르냐? 아까 지연이가 나랑 그 간호사랑 막 엮어 주려고 용쓰던데.."

".............."

"너도 혹시 알고 있던 거냐?"

"어.."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미안했다."





"은혁아..."

"어.."

"윤아 귀엽지 않냐?"

"이 자식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귀엽지?"

"너 미쳤냐?"

"..............."

"아.. 진짜 지연이 불쌍하네. 이런 빙신 같은 놈이 뭐가 좋다고.."

"넌 윤아 어떠냐니까.."

"뭔 소리야 대체.."

"윤아는 여자로 안보이냐?"

"너.. 지금 혹시.. 나랑 윤아랑.."

"어.. 맞어.."

"꿈 깨라."

"에이.. 한번 해봐."

"뭘 해 임마.."

"윤아 귀엽잖아.. 착하고.."

"근데 어쩌라고.."

"너 밖에 없다.. 지금 윤아를 잡아줄 사람은.."

"뭐?"

"방황하는 윤아를 잡아줄게.. 아무리 생각해도 너 뿐이야."

"................"

"내가 할 순 없잖냐.."

"신경 쓰지 마라. 너 아니어도 민수가 신경 많이 써주니까.."

"그렇지도 않은가 보더라.."

"..............."

"아까 민수가 윤아 데리러 병원에 온다고 했는데.. 그 후로 연락이 끊겨 버렸어."

"그래?"

"어.. 그래서 한참 기다리다 갔다. 알고 보니까 윤아 바람 맞추고 지연이랑 술 마시고 있던 거였더라.."

"................"

"안 불쌍하냐?"

"누구? 민수?"

"장난해?"

"흠.. 좀 불쌍하긴 하네. 근데 어쩌냐.. 사람 사는 게 원래 다 그런 거지.."

"난 이제 지연이가 신경 쓰일 일은 하기 싫어서..윤아를 좀 멀리하고 싶은데.."

"근데?"

"그냥 불쌍해서 그래. 나한테라도 의지해 보려고 왔던 앤데.. 앞으로 모르는 척 할려니까.."

"그래서.. 지금 그걸 내가 대신 해줘라.. 뭐 이런 거?"

"뭐.. 맘에 안내키면 말고.."

"안내켜.."

"............"

"야.. 그거 아냐?"

"뭐?"

"지금 보니까.. 윤아보다 지연이가 더 불쌍해 보인다.."

"뭔 소리야?"

"딴 여자 문제로 이렇게 심각해 하는 놈을.. 남자 친구라고 자랑하고 다니는 지연이가.. 에휴.. 진짜.."

"..............."




"야.. 그나저나 우리 이렇게 오래 얘기 한 거 처음 아니냐?"

"그러게.."

"적응 되냐?"

"아니.."

"..........."

"..........."

"내려갈까?"

"그러자.."




은혁이 녀석을 배웅한 후

응급실로 돌아와 지연이 앞에 걸터 앉는다.

땀으로 흥건한 얼굴..

마음이 아려오기 시작한다.


지연아..

아프지 마.

너 아프면.. 이 선배 맘 찢어져..

내가 이렇게 옆에 있어줄 테니까..

절대 힘들어 하지마.

알았니?


조용히 물수건을 가져와..

그녀의 얼굴을 닦아주기 시작한다.




한참을 그녀 옆에 앉아있다 보니..

슬슬 나도 잠이 오기 시작한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

에고.. 자야 되는데..


지연이는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는지 마냥 평온한 얼굴이다.

그래.. 나도 좀 자자.

자고 일어나서..

지연이랑 얘기해 보는 거야.


오해도 풀고..

다시.. 아무일 없던 것처럼 시작하면 돼.

그래..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거였어.





..........

환한 햇살에 눈이 떠진다.

몇시지?

아참.. 지연이 괜찮은가?

응급실로 가봐야 하는데..

후다닥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일어났어요?"


헛..

내 옆에서 앉아있던 그녀였다.


"어.."

"몸은 어때요? 괜찮아요?"


...........

뭐지?

나한테 화났을 텐데..


"어.. 나야 괜찮지. 근데 넌 어때?"

"저도 괜찮아요.."


왠지..

평소 지연이의 말투가 느껴진다.

나 자고 있던 사이에 은혁이 놈이 오해라도 풀어줬나?


"그래? 하하.. 그럼 다행이고.."

"웃음이 나와요 지금?"


...........

다시 표정이 날카로워진 그녀..

너무 성급한 판단이었군.


"어?"

"우리 아직 얘기 할 거 남았잖아요.."

"아.. 그.. 그렇지.."

"어제 있었던 일.. 다 얘기해 봐요. 하나도 숨기지 말고.."


뭐야..

누구한테 얘기 들은 모양인데..

...........

분명 지금 지연이 표정은..

다 알고 있으니까..

솔직하게 다 이실직고 하라는 표정이었다.


"어.. 그.. 그래.."

"거짓말만 해봐.. 진짜.."

"알았어.. 그러니까.. 그게.. 근데 어디서부터 해야 되나.."

"윤아랑 옥상에서부터.."

"어.. 그래.. 그러니까.. 어제 윤아가 면회를 왔는데.. 옥상 가서 얘기나 할까하구 데려갔거든.. 난 진짜 담배나 하나 피려고 간 거야.."

"담배? 안 끊었어요 아직?"

"어? 아.. 그게.. 한동안 끊긴 했었는데..."

"근데요?"

"그냥 어제는 갑자기 땡기더라구.."

"............"

"그래서.. 그냥 옥상에서 얘기하는데 갑자기 윤아가 어깨를 기대오잖냐. 근데 애가 어제 하도 불쌍해 보여서.. 그냥 좀 놔뒀어. 위로라도 해주려고.."

"그래서요?"

"그렇게 한참 있다가 헤어졌는데.. 그때 병실에서 너랑 만나고.. 너 집에 갔잖아. 근데 그 후에 윤아가 레포트 자료 놓고 갔다고 다시 오더라고.."

"계속해봐요."

"근데 때마침 민수가 윤아한테 전화해서 태워주겠다고 그랬는데.. 그 놈이 갑자기 연락이 안돼버렸잖아. 윤아는 한 시간이나 기다리고.."

"민수 선배가요? 그.. 그럼 그때 병원에 온 게.."

"어?"

"아.. 아니에요.. 암튼 그래서요?"

"결국 윤아 간다길래 보내려는데.. 생각해 보니까.. 나도 괜히 너가 보고 싶어서.. 그리고 핸드폰 배터리도 좀 교체할 겸 집에 가고 싶더라고. 그래서 윤아 가는 길에 좀 얻어 탔지.."

"................"

"근데 윤아가 레포트 자료가 없다는데 때마침 내 집에 있길래 빌려 준다고 그랬거든. 그래서 빌려주고 보냈어.."

"그게 다에요?"

"어.. 그게 다야.."

"근데 윤아는 왜 선배님 방에서 그렇게 오래 있었던 거에요?"

"응? 너.. 어떻게 알어?"

"이씨.. 다 봤으니까 알죠.."

"............."

"자료를 만들어서 준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오래 방에 있었냐구요.."

"오래 있었나? 책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그랬긴 했는데.. 10분도 안돼서 보낸 거 같은데.."

"진짜에요?"

"어.. 진짜야.. 너 못 봤어?"

"네.. 좀 지켜보다 승질 나서 집에 가버렸어요.."

".............."

"그러게 왜 자료를 빌려준다고 난리에요..."

"에이.. 그럼 있는 자료를 어찌 안 빌려 주냐.."

"이씨.. 다음날 빌려줘도 되잖아요.."

"오전에 제출 한다는 거라.. 밤중에 빌렸어야 했데.."

"그.. 그래도.."

"이제.. 됐지?"

"아뇨.."

"어.."

"궁금한 거 있어요.."

"뭔데?"

"왜 저한테 전화 한통도 안 했어요?"

"전화? 폰 꺼져 있던데 뭘.."

"아 참.."

"좀 켜놔라..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

"실수였어요."

"실수할게 따로 있지.."

"이씨.. 선배님 땜에 우느라 정신 없어 가지고.. 웁.."


쫑알쫑알 대는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무작정 키스를 해버리는 나였다.

이젠..

더 이상 그 어떤 말도..

그 어떤 변명도..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냥.. 나의 사랑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녀도 이것을 원했을 것이고..

나 또한 이것만이 가장 그녀를 위한 방법임을..

두 팔로 내 목을 감싸오기 시작하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똑똑~

달콤한 시간을 미쳐 즐기기도 전에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10분 있다가 오세요."


.............


"하하.. 의사 선생님이면 어쩌려고.."

"다시 들어오라고 할까요?"

"아니.."


다시 나의 목을 감싸며 키스를 시작하는 그녀..

10분간의.. 달콤한 스릴을 누린다.





"어머.. 오셨어요?"


서연 누님과 환수형이 면회를 왔다.


"니들 뭐했길래 10분이나 기다리게 만드냐?"

"그러게.. 얼굴들은 또 왜 그래? 쥐 잡아 먹었어?"


.............


"좋을 때지.. 하하.. 서연아.. 우리 그냥 가야겄다. 애들 표정이.. 우리가 영 안 반가운가 봐.."

"요녀석들 때와 장소도 안 가리고..호홍.. 오빠 우리도 나중에 병원에서 한번 놀아보자. 재밌을 거 같애.."

"하하.. 그럴까?"

"..............."

"..............."

"그나저나 지연이는 몸 좀 어때? 괜찮아?"

"네.. 좀 어지럽긴 한데.. 참을만 해요.."

"퇴원은 언제 하는데?"

"저녁때요.. 봉구 선배랑 같이 퇴원할 거 같아요."

"그래? 봉구 넌 멀쩡해 보이는데.. 왜 아직도 이러고 있냐?"

"그러게요.. 의사가 오늘까지 누워 있으라고 해서요.."

"아.. 그래? 하하.. 하긴.. 의사들도 벌어 먹곤 살아야 하니까.. 하하.."

"............."




"선배님 그거 알아요?"


환수 선배와 서연 누님을 배웅하고 병실로 돌아오자.. 그녀가 묻는다.


"뭐?"

"은혁 선배님이 윤아한테 고백했데요.."

"그래?"


헐.. 뭐야 그놈..

진짜로 사겨주는거야?

...........

아닌데..

분명 관심 없다고 했는데..

왜지?


"홍홍.. 둘이 은근 잘 어울릴 거 같더라니 너무 잘됐어요.. 그쵸?"

"별루.."

"별루? 왜요?"

"윤아가 아까워.."

"이씨.. 또.."

"하하.. 농담이야.. 왠지 잘 어울릴 거 같긴 하다."

"그러게요. 윤아가 맨날 애교 떨어주면.. 은혁 선배는 한번씩 꽃 미소 날려주고.. 우왕.. 로맨틱하다.."

".............."

"선배님도 제가 애교 떨면 꽃미소 한 번씩 날려줄래요?"

"................."

"아~잉.. 선~배님~~"

"하지마.."

"이씨.."

"그냥.. 우린.. 우리식대로 놀자."

"............"





퇴원을 한후.. 그녀를 집에 데려다 준다.


"조심해서 들어가."

"서.. 선배님.. 잠깐만요"

"어? 왜?"

"들어가서 커피나 한 잔 하고 갈래요?"

"니방에서?"

"네.."

"진짜?"

"네.."

"무슨 의미냐?"

"뭐가요?"

"아.. 아냐.."

"이씨.. 됐어요. 그냥 가요."

"하하.. 농담이었어.. 농담.."

"그냥 제방 한번도 안 보여줘서.. 미안해서 그런 거니까.. 얌전히 커피만 마시고 가요. 알았어요?"

"당연하지.. 하하.."

"언능 들어와요 그럼.."

"오케이.."




"방을 미쳐 못 치워서 좀 더러워요. 선배님이 이해해요"

"이게? 뭐야 엄청 깨끗하구만. 너.. 어제 밤에 혹시 청소하다 몸살 난 거 아냐?"

"홍홍.. 뭐 이 정도 가지구.. 암튼 앉아요."

"어.."

"녹차 좋아해요?"

"커피 마시자며?"

"커피 떨어졌어요. 녹차 마셔요 그냥.."

".............."

"자.. 여기.."

"어 땡큐.."





"저건 뭐냐?"

"뭐요? 저거?"

"어.."

"앨범이잖아요.."

"봐도 돼?"

"안돼요."

"왜?"

"부끄러워요."

"부끄럽긴 뭘.. 어차피 어렸을 때도 이뻤겠구만.."

"이쁘기야 했죠.. 근데.. 그냥 좀.."

"괜찮아. 난 여자 과거 같은 거 크게 신경 안 쓰는 남자야.. 하하"

"실망할텐데요.."

"걱정 말라니까 그러네.. 언능 줘봐.."

"............."

"뭐 어떻다고.. 하하.. 어디 보자..."

"............."

"야.. 얘 누구냐?"

"............."

"혹시 너냐?"

"네.."

"이게 너라고?"

"왜요?"

"아.. 아니.. 뭐.."

"실망했어요?"

"아니.. 실망이라기 보단.. 근데 몇 살 땐데?"

"중3"

"중3?"

"네.."

"............"

"이상하죠?"

"그.. 그냥 좀.. 뭐랄까.. 근데 너 원래 이렇게 놀았냐?"

"그땐 좀 그랬어요.."

"와.. 이건 뭐.. 지나다니면서 애들 삥 뜯어 내는 포스네.. 하하.."

"이씨.. 그런 짓은 안 했어요."

"하하.. 그래.. 당연하지.. 니가 설마.."

"그냥 친구들이 그렇게 놀아 가지고 저도 휩쓸렸던 거에요. 오해하지 마요.."

"알았어..하하.. 그나저나 노랑 머리가 귀엽네..."

".............."

"너 염색 한 번 해봐라. 금발로.. 뭔가 색다를 거 같다.."

"싫어요.."

"왜?"

"날라리스럽잖아요. 전 이제 그런 유치한 생활 안 하기로 했어요."

"에이.. 그냥 머리만 염색하는 건데 뭐.."

"싫어요.. 안해요.."

"하하.. 알았어. 그나저나 이건 너희 부모님?"

"네.."

"역시.. 두분다 인물들이 출중하시구나.."

"제가 괜히 이렇게 태어난 게 아니죠.."

".............."

"뭐에요 그 표정은?"

"아냐.. 하하.. 어디.. 다음장을 넘겨 볼까나.. 흠.. 이건 고딩때?"

"네.. 수학 여행 가서 찍은 거.. 친구랑 찍은 거에요."

"오.. 그래도 이건 제법 범생티 좀 난다.."

"그쵸? 이게 원래 제 모습이에요.. 아까 중딩때껀 그냥 잠시 방황하던 거고.."

"그러게.. 너한텐 이 모습이 더 잘 어울리는 거 같어. 안경을 써서 그런가 뭔가 지적인 느낌도 나고.."

"..............."

"왜?"

"그 옆에 있는 게 저에요.. 안경 낀 건 친구고.."

".............."

"이씨.. 제 얼굴도 못 알아봐요?"

"................."

"됐어요.. 흥!!"

"하하.. 미안해. 사진이 너무 작아서 몰랐어. 암튼.. 자.. 다음장 넘겨보자."

"자.. 잠깐요.."

"왜?"

"그만 봐요 이제.."

"어? 왜?"

"그만 보고 딴 거 해요. 뒤엔 더 볼 거 없어요.."

"에이.. 왜 그래.. 어차피 몇 장 안 남은 거.. 어? 뭐.. 뭐야 이거.."

"................"

"이.. 이걸 왜 니가 가지고 있냐?"

"윤경 언니가 놓고 간 거에요."

"............"

"과외 하다가 놓고 갔는데.. 못 전해줬어요."

"그.. 그렇구나.."

"미안해요.."

"아.. 아냐.. 니가 미안할 게 뭐..있어.."

"선배님 드렸어야 했는데.."

"아냐.. 괜찮아.."

"미안해요 정말로.."

"괜찮다니까.. 하하.. 그나저나.. 윤경이 오랜.. 만에 보네.. 하하"

"............."

"나 괘..괜찮아. 시..신경 쓰지마. 하하"

"잠깐 이해해 드릴 테니까.. 울든가 말든가.."

"괜찮다니까 그러네. 나 이제 윤경이 다 잊었어. 알잖아.. 지금은 너 밖에 없는 거.."

"................."

".................."

"이 사진 가져갈래요?"

"아냐.. 필요 없어. 그건 그냥 니가 가지고 있어라.."

"진짜요?"

"어.. 대신 난 딴 거 줘.."

"뭐요?"

"아까 그 중딩때 사진.."

"이씨.. 싫어요."

"왜? 난 그게 귀엽든데.."

"안돼요 그건.. 창피해요."

"에이.. 난 그게 맘에 들어. 나 혼자만 볼 테니까.. 줘라..응?"

"안돼요.. 절대 싫어요~~"

"..........."






다음날..


"잉? 너 뭐.. 뭐냐?"

"............."

"언제 한 거야?"

"새벽에.. 약 사다가 했어요. 이상해요?"

"아.. 아니.. 뭐.. 하하.. 갑자기 바뀌니까 신기해서.."

"이씨.. 괜히 했어 진짜.."

"아냐아냐.. 캬.. 이거 완전 니콜 키드만 저리가란데? 완전 이뻐.. 하하.."

"진짜요?"

"어.. 진짜야.. 너 앞으로 이렇게 금발로 하고 다녀라. 최고야 최고.."

"진짜죠?"

"진짜라니까.."

"근데.. 저 사람들은 왜 자꾸 쳐다보고 웃는 거죠?"

"그러게.."

"진짜 이쁜거 맞아요?"

"................"

"이씨.. 저 집에 좀 다녀올게요.."

"왜?"

"다시 바꾸고 올래요.."

"어이.. 괜찮다니까.."

"싫어요. 좀 있다 전화 할 테니까.. 그때 봐요.."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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