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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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리아
작품등록일 :
2023.03.19 14:37
최근연재일 :
2023.07.22 09:58
연재수 :
1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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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3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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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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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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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너는 내 운명 제4화

DUMMY

2009년도 사법고시 제1차 합격자 명단


...............

...............

014567 강철웅 (8012** - *******)

010043 김경철 (7704** - *******)

023345 김세은 (8010** - *******)

009896 김정환 (7803** - *******)

...............

...............



없다.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내 이름 석자.. 김봉구는..

결코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이라고 여겼기에..

이를 악물고 방에 틀어박혀 잠 안자고 공부만 했던 나였다.

이번마저 떨어지면..

지연이를 영영 보내야 할 것 같았기에..

내 인생을 걸고 준비했던 1년이었단 말이다.


그런데 결국은..

또다시 실패하고 말았다.

살아갈 의미가 사라져 버린..

인생의 낙오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저씨?"

"어?"


그녀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뭔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아냐. 너 방금 근데 뭐라고 하지 않았냐?"

"아.. 아저씨 백수냐고.."

"..........."


고시생도 어찌 보면 백수니..

그녀의 말이 딱히 틀린 건 아니었다.


"맞나 보네.."

"그래.. 뭐.. 백수긴 하지. 근데 그건 왜?"

"아니 뭐.. 백수 아저씨한테 이렇게 얻어 먹기만 해도 되나 싶어서.."

".........."


제법 착한 구석이 보이는 아이..


"순대는 취소할까?"

"그냥 놔둬. 그 정도로 가난하진 않으니까.."

"그래?"

"그나저나.. 너 진짜 갈 곳은 있는 거냐?"

"왜? 재워주게?"

".........."

"걱정마.. 아저씨처럼 나 재워주는 남자들 많아.."


응? 재워주는 남자들?

무슨 소리야?


"뭐?"

"주문하신 거 나왔습니다"


때마침 주인 아줌마가 음식들을 들고 나왔다.


"너.. 너 그럼 매일 이 남자 저 남자 만나면서?"

"왜?"


헐.. 맞나 보네.

최근에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출 청소년들의 실상이..

내 눈앞에서도 펼쳐지고 있구만.. 이런..






"야.."


분식집을 나서자 마자 그녀를 부른다.


"어.. 왜?"

"너.."

"어.."

"너.. 그..그러니까.."

"응.."

"아.. 아니다."

"뭐야.. 싱겁게.."

"별거 아냐."

".........."

"차비 줄까?"

"됐어.."

"가져가.. 그래도 여기저기 다니려면 비상금 정도는 있어야지.."

"싫어.. 나도 양심이 있지. 백수 돈을 어떻게 받아."

"이제까지 내내 얻어 먹어 놓고 양심은 무슨.."

"..........."

"가져가.. 자.."


그리곤 현금 3만원을 그녀의 손에 쥐어준다.


"뭐야.. 꼴랑 3만원이야?"

".........."

"농담이야.. 훗.."


그녀의 웃음..

처음 보는 거 같은데?


"그나저나 아저씨 은근 착하다.."

"착하긴 무슨.. 불쌍해서 주는 거야.."

"아냐.. 좀 착한 거 같어. 내가 본 사람 중에 아저씨가 제일 착해."

"그래? 너 무슨 날강도 같은 놈들만 만났냐?"

"응.. 좀 그랬던 거 같어."


표정이 살짝 어두워지는 그녀..

............

뭐야..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리잖아..

남자를 많이 만나고 다니긴 한 거 같은데..


"암튼 갈께.. 고마웠어."

"그.. 그래. 잘 살아라.."

"아저씨두.. 아.. 아참.."

"왜?"

"아저씨 이제 죽는 건 포기한 거야?"

"..........."

"왠지 포기한 거 같은데.. 맞지?"

"어.. 당분간은.. 그런 너는?"

"나? 음.. 글쎄.. 모르겠다. 어떻게 될지.."

".........."

"암튼 안녕..."

"그래.."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고..

길 건너편 정류장을 향해 뛰어가는 그녀였다.

............




갸냘픈 그녀의 뒷모습을..

그녀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세상 사람들 누구나 저마다의 시련들을 가지고 살지만..

저 아이는 왠지 남들보다 몇 배는 더 험난한 인생을 헤쳐 나가고 있는 듯 보였다.


마땅한 거처도 없이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다가..

늑대 같은 남자들의 먹이감이 되어 버리고..

그녀는 그게 자신의 인생이라 여기며 살아 가는 것 같았다.


자신이 소중한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 채..

비참하고 처절한 현실 속에서..

그렇게 하루 하루를 연명해 가고 있는 듯 보였던 그녀였던 것이다..





갑자기..

물고 있던 담배를 던져버리고..

그녀가 있는 버스 정류장을 향해 뛰었다.


그녀에게..

아까 못했던 말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살지 말라고..

열심히 살다 보면.. 행복한 날이 올 거라고..

이 말을 꼭 전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퉁이를 돌기 직전에 멈춰 버린다.

문득.. 내 초라한 모습이 떠올라 버렸기 때문이었다.

나조차도 현실을 부정하며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 대고 있는데..

누가 누구에게 격려를 한단 말인가..

그녀와 손잡고 다리에서 뛰어 내리려던 모습까지 보인 내가..

무슨 낯짝으로 그녀 앞에서 당당해 질 수 있겠냐는 말이다.


그래..

나나 잘하자..

남 걱정 할 때가 아니다 봉구야..


결국.. 담배를 다시 꺼내 물고는..

정류장 쪽이 아닌..

집 쪽으로 몸을 돌린다.






"어라? 너 웬일이냐?"


집에 올라오니.. 반가운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잠깐 근처에 볼일 있어서 왔다가 선배 생각나서 잠깐 들렸어요."


김유진..

대학 시절 동아리 후배..

우연찮게 친해지기 된 이후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소중한 인연..

사실.. 엄마조차도 모르는 내 옥탑방에 드나드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럼 들어가서 기다리지.. 왜 밖에서 이러고 있어?"

"그냥요.. 날씨도 화창한데 여기가 훨씬 좋아요."

"하하.. 그래?"

"어디 갔다 왔어요? 한참 기다렸는데.."

"아.. 그냥 밥 좀 먹고 온다고.. 잠깐 기다려. 커피 한 잔 타 올께.."

"네.."





"시험은 이제 완전 포기한 거에요?"


커피를 들고 나오자.. 그녀가 묻는다.


"어.."

"그래도 3년이나 했는데.. 한 번 더 도전해봐요.."

"싫어. 이제 힘들어서 못해."

"치.. 어차피 가만히 놀고 있어도 힘들꺼면서.."

"............"

"방에 책들 그대로 있던데... 아직은 미련이 좀 남은 거 맞죠?"

"어라? 그거 아직 안 버렸나? 깜빡 했나 보군.."

"............."

"그나저나 회사 일은 어때? 할만해?"

"에휴.. 아직도 어리버리해요. 언니가 저 땜에 입장 곤란해서 큰일이에요.."

"그래? 하하.. 잘 좀 하지."


지..지연이..


"아 미안해요. 괜한 얘기 꺼냈죠?"

"아.. 아냐.. 괜찮아.."


사실..

지연이와 유진이는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다.

지연이 회사는 유진이처럼 외국 한 번 안 다녀 온 취업생들이..

쉽게 들어갈 만한 기업은 아니었는데..

지연이의 회사 내 영향력이 한참 상승하던 시기였기에..

지연이의 적극 추천을 받은 유진이는 어렵지 않게 합격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유진이의 방문은..

어떤 의미에선..

지연이의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는 정보통 적인 측면에서도..

꽤나 반가운 일이었던 것이다.


"걔도 잘 지내지?"

"네.."

"그래. 다행이네.."

"............"


하지만 많은 질문이 오고 가진 않는다.

더 이상 알게 돼 봐야 비참해 지기만 할 뿐 이란 걸..

나나 유진이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지연이에 대한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는 유진이가..

늘 고마울 따름이었다.





"이번 주말에.. 다들 모인데요.."


적막을 깨며 유진이가 모임에 대한 얘기를 꺼낸다.


"그래?"

"............"

"그렇구나.."

"어쩌실 거에요?"

"뭐가?"

"안 나올 거에요?"

"알잖아.. 나 바쁜 거.."

"그건 공부할 때니까 그러 거였고.. 지금은 한가하잖아요."

"아냐.. 나 오늘부터 다시 시작 할거야.."

".............."

"뭐.. 할려구 하긴 했어."

"다들 선배 보고 싶어해요.."

"나도 보고 싶어.."

"그럼 나가요 그냥.."

"공부 할거라니깐...."

"에휴.."

"근데.. 환수형네 애기 백일 잔치 했냐?"

"지금 2살이에요.."

"............"

"암튼.. 토요일 저녁 7시에 학교 앞 스카이 호프집이에요. 맘 바뀌면 와요.."

"그.. 그래.. 뭐 시간 나면 갈께.."

"시간은 맨날 남아 돌면서.."

".........."





"유진아.."

"네.."

"넌 연애 안 하냐?"

"해야죠.."

"아직도 없냐?"

".........."

"그냥 나한테 오라니까.."

"싫어요."

"에휴.. 대학교 땐 그렇게 싫다고 해도 쫓아 다니더니 애정이 식었어.. 흑.. "

"그건 철부지 때 얘기죠."

"고시 합격하면 올래?"

"생각해 볼께요.."

"그래?"

"근데 고시 붙으면 선배가 저 차 버릴 거 같은데.."

"그치? 내 생각도 그래.."

"뭐에요? 후훗.."


서로가 너무 편하게 생각하고 있기에..

언제나 이런식의 농담이 오고 가곤 했다.

민망하고 낯간지런 농담들도..

그녀 앞에선 서슴없이 나오는 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유진이 역시도..

이상하게 내 앞에선..

수다쟁이가 되어 버리고 만다.




"냉장고에 반찬들 좀 넣어 놨어요. 밥 잘 챙겨 먹어요.."

"이그.. 내가 알아서 한데두.. 자꾸 이렇게 가져오면 내가 미안하잖아.."

"나중에 검사 되면 다 뽑아 먹는다고 했잖아요. 부담 갖지 마요."

".............."

"갈께요 그럼.. 주말 모임 웬만하면 나와요. 아셨죠?"

"그.. 그래.. 생각해 볼께.."

"생각만 하지 말고.. 꼭 나와요. 꼭.."

"알았다니까.."

"가요 그럼.."


그녀가 멀리 모퉁이를 돌 때까지 지켜봐 주다가..

평상에 다시 앉아버린다.




모임이라..

벌써 유진이에게 전해 들은 모임만 십여 차례..

처음엔 지연이를 보기가 힘들어 피했던 자리가..

이젠 나락으로 떨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피해 버리는 자리가 되어버렸다.

언제라도 고시만 합격하면 당당히 어깨 힘주고 나가려 했는데..

이번마저도 떨어졌으니..

최소 3-4번은 또 외면 해야 하는 모임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생각에 까지 이르니..

또 한번 씁쓸함이 밀려 들어 온다.

다들 좋은 직장.. 좋은 가정. 좋은 연인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사는데..

왜..

난 홀로 방에 틀어박혀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걸까..

남들만큼 부지런히 살았고..

남들만큼 착하게 살아왔는데..

왜 나만.. 이러고 있는 거냔 말이다.


유진이의 반가웠던 방문도 잠시..

오랜만에 또 한번 서러움에 몸서리를 쳐야 하는 나였다.





...............

낮부터 쏘주병을 꺼내 들었다.

청소하면서 버릴까 고민 했었는데..

막상 이렇게 마실 일이 생기니..

내심 안 버리길 잘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냉장고에 있던 유진이가 챙겨온 반찬중 하나인 장조림을 꺼내 들고는

방에 들어와 조촐이 술상을 마련하는 나였다.

그리곤..

한병.. 두병.. 마시다가..

결국 침대에 쓰러져 버린다.





얼마나 잔 걸까..

정체 모를 답답함에 잠에서 깬다.

뭐야..

왜 이렇게 숨이 막혀?

눈을 떠본다..


헛.. 뭐..뭐야?

나 지금 꿈꾸나?

누군가가 내 머리를 감싸 안은 채 잠들어 있다.

너무 놀라 온몸에 소름이 돋아버렸고..

반쯤 튀어 나오던 비명을 애써 입막음으로 모면 할 수 있었다.


누.. 누구지?

완강한 팔 힘에.. 머리를 움직이기 조차 버거웠지만..

겨우 겨우 고개를 들어.. 확인 할 수 있었다.

...........


우씨..

또 온 거야?



내 머리에 대고 독한 술 냄새를 뿜어내며

그녀는 그렇게..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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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너는 내 운명 제6화 23.04.17 60 5 8쪽
84 너는 내 운명 제5화 23.04.17 60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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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너는 내 운명 제2화 23.04.16 68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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