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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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젠장
작품등록일 :
2023.05.1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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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1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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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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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마한과의 만남(2)

DUMMY

사흘 후 저녁, 암멘의 초청을 받은 마한이 암멘의 집으로 찾아왔다.


"저를 초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암멘 전 소장님."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에도 명성이 알려진 자네가 그리 말하니 부끄럽네."

"장성까지 가신 분이 대령까지 진급한 사람에게 그리 말씀하실 겁니까?"


마한과 암멘은 이리 서로 칭찬하는 것이 무안했던 것인지 그 말이 끝나고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서로 웃은 것 덕분에 분위기가 괜찮아진 것인지, 오랜 기간 봐온 친구처럼 서로를 살갑게 대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남미 놈들 때문에 참 골치란 말이지."

"뭐, 그래도 놈들이 건함 경쟁을 한 덕분에 전함을 생산하지 않았습니까."

"하, 얼마 전 텍사스가 좌초한 것을 보면 그것들은 전함도 아니야."


물론 이야기의 주제는 모두 해군이었는데.

두 사람 모두 오랜 기간 해군에서 일한 나머지 그것 말고 이야기할 것이 없는 게 틀림없었다.

그렇게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암멘이 나를 떠올린 것인지 나를 불렀다.


"이안, 이쪽으로 오거라. 마한, 이쪽은 이안이라고 하네. 이안, 이쪽은 네가 존경한다고 말하던 알프레드 셰이어 마한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안이라고 불러주세요."

"반갑구나, 이안. 마한 아저씨라고 불러주렴. 근데 나를 존경한다고?"

"네, 아저씨가 적은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을 읽은 적이 있거든요."


내 말을 들은 마한은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하긴, 아무리 나이를 높게 잡아도 열 살이 채 되지 않은 아이가 그 책을 읽었다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이긴 했다.


초등학생이 대학교 전공 서적을 이해했다는 말과 같다고 해야 하나.

그런 일이니, 마한이 그리 생각하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아이를 자랑하고 싶다는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이런 뻔한 거짓말을 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습니까?"

"마한 아저씨, 할아버지는 제가 그 책을 봤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어요."


내 말을 들은 마한은 곧바로 암멘을 바라봤고, 암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이 말한 것처럼, 나도 이안에게 처음 듣는 말일세."

"암멘 전 소장님, 그걸 제가 믿으라는 말씀이십니까?"

"뭐, 나도 믿기지 않지만 어쩌겠는가? 정 믿기 어려우면 자네가 이안을 시험해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마한은 암멘의 말을 듣고는 고민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렇게 잠시의 침묵이 있고, 마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암멘의 말에 따랐다.


"이안, 네가 내 책을 읽었다면 내가 생각하는 해양력의 여섯 가지 요소를 말할 수 있을 거다."

"지리적 위치, 물리적 형태, 영토의 범위, 인구, 사람들의 성격, 정부의 성격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잘 기억하고 있구나. 그렇다면 해양력은 뭐라고 생각하니?"


마한은 내가 책을 읽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내가 책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이런 질문을 던졌다.

물론 사흘 밤낮으로 책을 달달 외운 내게 이런 질문은 쉬운 질문이었다.


"해양력은 해군과 해운이 만들어낸 힘을 바탕으로 한 해양에 대한 영향력을 의미합니다."

"그래, 네가 말한 바가 옳다."


마한은 내 말을 듣고는 내가 이리 말한 것에 놀란 것 같지만, 크게 당혹스럽지는 않은 것 같았다.

자신이 한 말이 암멘의 예상 질문 내에 존재해서 내가 쉽게 답하는 것이라 여긴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암멘이 하지 않을 질문을 마한에게 던진다면?

내가 암멘의 말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게 분명했다.


문제는 이를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느냐인데.

지금 상황에서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사람의 속을 긁는 방법일 것이다.

이제 남은 방법은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는지 검증하는 것.


[마한의 속을 긁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뭐지?]

[...해양력이 필요 없다는 말? 근데 그걸 왜···. 야, 야!]


역시, 내가 예상한 것과 같은 질문이 나왔다.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오긴 했지만, 무시한 채 마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다만 저는 마한 아저씨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저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무슨 의문이 든 거니?"

"아저씨는 강대국을 만드는데 해양력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사실 해양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거든요."

"...해양력이 필요하지 않다?"


놈이 말한 것처럼 마한은 내가 한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얼굴이 울긋불긋해졌다.

역시 저놈은 이런 식으로 이용하기에 좋은 놈이란 말이지.


"최근 통일한 독일 제국, 중부 유럽의 전통적인 강자인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영국과 대치 중인 러시아 제국 모두 해군을 바탕으로 강해진 것은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놈들이 프랑스와 영국 같은 강대국이라 볼 수는 없지."

"독일 제국의 전신인 프로이센은 프랑스를 상대로 이겼잖아요?"


마한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다가 떠오른 것을 이야기했다.


"프로이센이 프랑스를 운으로 이기고 통일하긴 했지만, 강대국이라고 불리기에는 애매하다. 그러니 얼마 전 독일 제국 수상이 그런 말을 한 것이다."

"독일 제국 수상? 그놈이 뭐라고 말했기에 그러는 것인가?"

"아, 암멘 전 소장님은 뵐로, 그자가 얼마 전 뭐라고 했는지 모르시는 것 같군요. 하긴, 저도 우연히 들은 소식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군요."

[지금 마한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뵐로의 말이라면 세계 정책을 말하는 게 분명하다.]

[세계 정책?]


놈은 내 물음을 듣고는 세계 정책이 무슨 말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독일군이 다른 이들에게 땅을 맡기고 바다를 양보하는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한 것.

즉 건함 경쟁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을 알린 선언이었다.


"뵐로는 얼마 전 제국 의회에서 다른 사람에게 바다를 양보하는 시대가 끝났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거 위험한 발언 아닌가?"

"그리 걱정하실 것은 아닙니다. 뵐로 총리가 그 이후 독일 제국이 중국에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을 봐서, 그들의 의사는 중국에 있는 것으로 보였으니 말입니다."

"그런 것이라면 크게 신경 쓸 것은 아니군."


그렇게 암멘에게 뵐로가 말한 것을 설명한 마한은 나를 바라봤다.


"이안, 독일 제국은 이처럼 강대국이 되기 위해 해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받아들였다."

"마한 아저씨께서 말씀하신 바는 옳지만,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과 러시아 제국, 두 강대국은 상황이 다릅니다."

"그래, 네 말대로다. 이안. 이건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구나."


마한은 그리 말한 후 빙그레 웃음을 짓고는 암멘을 쳐다봤다.


"저 자그마한 아이가 저를 상대로 이리 토론을 벌일 줄은 몰랐습니다."

"나도 좀 당황스럽네. 저 아이가 총명한 것은 알았지만, 이리 말할 줄은 몰랐네."

"제가 가르친 사람 중에도 이리 말하는 사람이 없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저런 어린아이가 이리 말을 잘하니 신기하군요."


마한이 이렇게 암멘에게 말한 직후 뻐꾸기시계가 시간을 알렸다.


"이런, 벌써 오후 8시군요. 저는 슬슬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들어가도록 하게."

"안녕히 가세요."


그렇게 마한이 자리를 떠나고, 그놈이 내게 다가왔다.


[마한이 저렇게 웃으면서 넘어가 다행이지만, 마한이 속 좁은 인간이었으면 어쩌려고 그리 말한 거냐.]

"마한이 속 좁은 인간이 아니라는 걸 파악해서 그렇게 말한 거다."

[...난 모르겠다. 그래서 다음 계획은 뭐냐?]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모든 것은 마한에게 달린 거지."

[...그렇긴 하지.]


지금까지 마한과 이야기를 나눈 것은 그의 친구인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이안, 그를 알게 되도록 만들려 한 것.

그러니 시어도어와 연을 맺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마한에게 달려 있었다.


"뭐, 네 말대로 시어도어와 만나지 못할 때도 대비해야지. 곧 일어날 사건이나, 암멘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사람 있나?"

[암멘과 만날 인연이 되는 사람은 모르지만, 곧 일어날 큰 사건은 알고 있다.]

"큰 사건?"

[다음 달, 메인호가 폭파하는 것으로 미국과 스페인의 전쟁이 시작될 거다.]

"나쁘지는 않지만···. 이걸 지금 사용하는 것은 애매한데."


미서전쟁이 큰 사건이긴 하지만, 정치인과 관련해 연을 맺는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애매했다.

물론 시어도어와 연을 맺는다면, 아니 시어도어와 연을 맺지 않을지라도 사용하기에는 충분했다.


[뭐, 그렇다면 나중에 사용하던가. 아직 시간 많잖아?]

"그래, 조급할 필요는 없지."


오십 살까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목표가 있지만.

지금 조급하게 달성하려고 발버둥 칠 이유는 없다.

물론 아시아인 혼혈이라는 점이 문제긴 하지만.

대공황이 일어나는 그때, 내게도 기회가 올 것이다.


===


그렇게 이안이 지금 상황을 생각하고 있을 때.

마한은 이안과의 만남을 되짚고 있었다.


"이안이라고 했나.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그 아이의 말이 옳군."


마한은 이안이 한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마한, 그는 이한과 대화를 하면 할수록 이안의 말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덕분에 마한은 자신이 생각한 바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를 눈치챈 마한은 자신의 실수를 뒤늦게 인정하고.

얼마든지 이안의 말에 반박할 수 있었음에도 이안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당찬 성격에 지혜를 가진 것을 보면 역시 해군에 어울리는데···."


해군에서 수십 년을 일해서 그런 것일까.

마한은 해군에서 은퇴했지만, 아직도 미 해군의 미래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한은 해군에 많은 인재가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동안 마한의 눈을 만족할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마한의 눈을 만족한 사람을 발견한 것이다.


"저리 내 책을 읽은 것을 보아 해군에 마음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불안하단 말이지."


지금은 마한, 그가 적은 책에 관심이 있지만, 먼 미래에는 달라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마한은 이안이 해군에 관한 관심이 식지 않도록 인도하는 한편, 그가 해군 사관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시어도어, 그 친구에게 연락을 취해야겠어."


마한, 그의 친구, 시어도어 루스벨트.

그를 통해 이안이 해군 사관 학교에 입학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 한 것이다.


“문제는 시어도어, 그 친구가 이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인데···.”


마한, 그는 이안의 능력을 경험했기에 그 능력을 알지만, 시어도어는 모른다.

아니, 마한이 시어도어에게 이안이 어떤지 설명해도 받아들이지 못할지도 모른다.

마한, 자신도 믿지 못한 것인데 시어도어라고 믿겠는가.

그렇다면 답은 정해져 있었다.


“...시어도어와 이안, 그 아이가 한자리에서 만나야겠군.”


이안이 원하던 것과는 거리가 있는 만남이지만.

시어도어와 이안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작가의말

세계 정책은 1897년 12월 6일, 독일 제국의 수상 뵐로의 말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뵐로는 Die Zeiten, wo der Deutsche dem einen seiner Nachbarn die Erde überließ, dem anderen das Meer und sich selbst den Himmel reservierte, wo die reine Doktrin [meint hier: die Vorstellung von etwas, ohne danach zu handeln] thront diese Zeiten sind vorüber. 


독일인이 이웃 중 한 사람에게 땅을 맡기고 다른 사람을 위해 바다를, 자신을 위해 하늘을 남겨둔 시대, 순수한 교리가 최고를 지배하는 시대 ,그런 시대는 끝났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시기에는 이 발언이 큰 주목을 받지 않았는데. 


마한이 이야기한 것처럼 뵐로가 이 발언을 한 당시 중국을 겨냥하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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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FBI 설립(2) +1 23.06.03 1,452 24 10쪽
28 FBI 설립(1) +2 23.06.02 1,551 26 9쪽
27 파나마 운하 건설 +3 23.06.01 1,469 24 9쪽
26 말도 안 되는 제안(2) +2 23.05.31 1,472 28 9쪽
25 말도 안 되는 제안(1) +3 23.05.31 1,501 29 10쪽
24 베네수엘라 위기(3) +1 23.05.29 1,489 26 9쪽
23 베네수엘라 위기(2) +1 23.05.28 1,498 24 9쪽
22 베네수엘라 위기(1) +1 23.05.27 1,575 24 9쪽
21 파나마 운하 토지 협상 +2 23.05.26 1,613 26 10쪽
20 모건의 협상 제안 +1 23.05.25 1,652 24 9쪽
19 모건을 향한 도발(1) +2 23.05.24 1,746 26 9쪽
18 콜롬비아와의 협상 +1 23.05.24 1,780 30 9쪽
17 파나마 운하냐 니카라과 운하냐 +1 23.05.22 1,855 26 9쪽
16 드레드노트 제작을 위한 여정 +1 23.05.21 1,980 31 9쪽
15 시어도어가 대통령이 된 후(2) +4 23.05.20 1,998 32 9쪽
14 시어도어가 대통령이 된 후(1) +2 23.05.19 1,991 36 9쪽
13 매킨리 암살 +1 23.05.18 1,953 36 10쪽
12 시어도어 루스벨트 부통령(1) +2 23.05.17 1,965 36 9쪽
11 뉴욕 주지사 선거(3) +1 23.05.16 2,005 34 9쪽
10 뉴욕 주지사 선거(2) +1 23.05.15 2,040 38 9쪽
9 뉴욕 주지사 선거(1) +3 23.05.14 2,201 38 9쪽
8 보드게임 +5 23.05.13 2,143 45 11쪽
7 시어도어의 양아들이 되었다. +1 23.05.12 2,302 41 11쪽
6 미서전쟁(2) +3 23.05.11 2,231 43 11쪽
5 미서전쟁(1) +5 23.05.11 2,427 44 12쪽
4 시어도어 루스벨트와의 만남 +2 23.05.10 2,725 42 13쪽
» 알프레드 마한과의 만남(2) +1 23.05.10 3,110 41 11쪽
2 알프레드 마한과의 만남(1) +6 23.05.10 5,056 51 13쪽
1 프롤로그 +6 23.05.10 5,976 6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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