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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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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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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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오조사신과 물고기밥

DUMMY

노를 젓는 노꾼 외에 열 명을 태울 수 있는 쾌속선은 일반 배들보다 배나 빠른 속력을 자랑했다.


만에 하나 해룡방에서 알고 배로 쫓아온다하더라도 수중전에도 일가견이 있는 마동탁 앞에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쾌속선 두 척은 넘실대는 물결을 헤치고 쏜살같이 내려가 개봉을 지나고 양주를 향해 가는 중이었다.


고양이는 물을 무서워한다고 들었는데 깔끔이는 배의 지붕위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도도한 고양이가 도도히 흐르는 강물과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고 있는 듯했다.


선미에 앉아서 노 젓는 이들을 독려하던 마동탁이 손을 들어 눈썹에 대고 먼 앞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마동탁보다 시력이 뛰어난 두성이가 이물로 와서 주시하자 저 멀리 돛단배가 보였다. 처음엔 주먹만 하던 것이 점점 커지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그 돛단배는 화물을 싣는 배였는데 이상하게도 갑판엔 투석기가 두 대나 보였다.


두성이보다 시력이 좀 떨어지는 마동탁은 아직 투석기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마 대협, 저 배엔 투석기가 두 대나 있는데 무슨 배일까요?”

“넷? 투석기가 있다고요? 이거 심상치 않은데.....”


마동탁이 황급히 품에서 신호탄을 꺼내더니 공중을 향해 쏘았다. 연기를 내뿜으며 하늘로 올라간 신호탄이 터지자 붉은 불꽃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앞에서 오는 배가 예사롭지 않소, 모두 전투태세를 갖추시오!”


마동탁의 외침에 모두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멀리 있던 돛단배는 점점 눈앞으로 다가왔다.


잠시 후, 배에 탄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모두 창과 활을 들고 있었다. 일반 화물선이 아니었다.


돛단배는 일정거리에 이르자 닻을 내렸다. 커다란 돛단배 뒤에서 쾌속선 네 척이 양옆으로 튀어나오며 두성이네 쾌속선을 향해 달려왔다.


돛단배 위에선 두 대의 투석기를 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어디 소속인지 놈들의 정체를 알 순 없었지만 준비를 철저히 하고 나타난 적군임이 틀림없었다.


“돛단배에 바짝 붙어야 투석기의 공격에 대비할 수 있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힘껏 노를 저어라!”


마동석의 고함소리에 삐꺽삐꺽 노 젓는 소리가 다급하게 울려 퍼졌다.


돛단배에 거의 다가가자 적들의 쾌속선이 들이닥쳤다. 적들의 쾌속선은 이물에 두꺼운 철판을 대어 서로 세차게 부딪치면 상대의 배는 단번에 부서지고 만다.


적들의 쾌속선이 일 장 거리에 들어왔을 때 두성이는 훌쩍 몸을 날려 적들의 쾌속선으로 뛰어들었다.


뒤이어 도천석과 탁일문이 다른 쾌속선으로 몸을 날렸고, 추영롱을 보살피던 사마리가 다가오는 쾌속선의 노꾼들을 향해 암기를 날렸다.


불새단의 육강수와 행동대원들도 다가오는 적의 쾌속선을 향해 창을 던지며 놈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돛단배 위에서 화살을 마구 쏴댔으나 지붕이 철판으로 덮여 있어서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적의 쾌속선에 뛰어들은 두성이는 생사를 가름하는 긴박한 순간이라 손에 인정을 베풀 수는 없었다.


거센 물결이 뱃전을 두드리는 가운데 적들은 날카로운 창을 움켜잡고 두성이의 복부를 노리고 찔러대며 대응해왔다.


두성이는 몸을 굽히며 적의 무릎을 노리고 군자검을 길게 휘둘렀다.


“와장창창!”


군자검과 창들이 부딪치자 두성이의 내력이 잔뜩 실린 군자검에 창들이 방향을 잃고 허공을 찌르는 순간.


두성이가 뱃전을 밟으며 공중으로 뛰어올라 적의 어깨를 밟고 다시 도약했다.


공중으로 높이 솟은 두성이가 몸을 뒤집어 머리를 밑으로 하고 현무일장을 쏟아 부었다.


봄바람처럼 살랑이던 장풍이 놈들의 기세와 부딪치더니 대번에 사나운 폭풍으로 변하여 놈들을 집어삼켰다.


“꽝!”


놈들은 폭풍우에 날아가는 나뭇가지처럼 옷자락을 펄럭이며 뱃전을 벗어나 물속에 빠졌고, 뱃바닥은 왕창 깨져서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탁일문과 도천석도 적들을 도륙하며 노꾼들을 모두 물속으로 차버렸다.


이때 마동석의 신호를 발견하고 힘차게 달려온 세 척의 쾌속선이 함성을 지르며 다가왔다.


적들에게 남은 쾌속선은 두 척, 상황을 파악한 놈들이 쾌속선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쾌속선을 돛단배 옆에 바짝 댄 마동탁이 양손에 비수를 쥐고 돛단배의 뱃전을 향해 우람한 덩치를 날렸다.


양손을 사용해 배의 측면에 비수를 꽂아 넣은 다음, 다시 그 위로 비수를 꽂아 넣으며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돛단배 위에 있던 놈들이 화살을 쏘고, 창을 든 자들은 마동탁을 향해 밑으로 창을 던졌다.


마동탁은 화살과 창을 피하려고 몸을 좌우로 움직이는 바람에 올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도 대협, 내가 위로 올라갈 테니 창을 던져 발판을 마련해 주십시오.”


두성이의 말에 도천수가 돛단배의 측면에 일 장 간격으로 창을 던졌다.


두성이가 훌쩍 몸을 날려 창대를 밟고 다시 뛰어오르며 마침내 뱃전으로 올라가자, 기괴한 웃음을 터뜨리며 기다리고 있는 괴한이 있었다.


“크크크크크!”


짙은 핏빛 망토를 두른 괴한은 머리를 길게 내려뜨리고 까마귀발처럼 시커멓고 비쩍 마른 손가락으로 두성이를 가리켰다.


“네 녀석이 바로 동해오룡 중에서도 제일 까부는 놈이냐?”

“그렇소, 당신은 누구시오? 그리고 생면부지인 우리를 막는 이유는 무엇이오?”

“나는 해룡방의 호법으로 오조사신(烏爪死神) 요철이라 한다. 네놈은 나와 함께 방주님을 뵈러 가야한다.”

“해룡방 호법?”

“어흠!”

“난 해룡방인지 해롱대는 방인지 간에 갈 생각이 없소, 더 이상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각자 갈 길을 갑시다.”

“넌 선택할 수 없다, 오직 복종만 있을 뿐이지.”


둘이 설왕설래하는 사이에 마동석이 갑판으로 올라왔고, 나머지 동해오룡과 육강수도 올라왔다.


요철의 바로 앞에는 핏빛 망토를 걸친 두 명의 여인과 세 명의 괴한이 석상처럼 묵묵히 서 있었다.


사방에 있던 놈들이 무기를 들고 두성이와 일행들을 에워싸며 사나운 눈초리로 노려보고 있었다.


오조사신 요철이 꺼먼 손을 허공으로 뻗치며 으스스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네놈들이 피를 원한다면 소원대로 해 주마. 꼬마 놈만 놔두고 모두 죽여라!”


요철의 명령이 떨어지자 부하들이 창칼을 들고 함성을 지르며 일사분란하게 공격해왔다.


핏빛 망토를 걸친 부하들이 호위하는 가운데 요철은 노란 부적을 허공으로 뿌리며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갑자기 세찬 바람이 몰아치자 파도가 거칠게 일며 뱃전을 때렸다.


맑은 하늘은 어느새 먹구름으로 뒤덮이더니 뇌성이 요란했고, 번개가 온 하늘을 태울 듯이 번쩍거렸다.


두성이는 지난번에 사막의 여우가 부린 술법과 비슷하단 걸 눈치 챘다. 사람의 감각을 마비시키고 환청과 환영을 일으키는 환술이었다.


급기야 먹구름과 번개를 뚫고 거대한 흑룡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들 뜻밖의 상황에 우왕좌왕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우선 요철부터 제압해야 함을 느낀 두성이가 주문을 외고 있는 요철을 향해 몸을 날렸다.


군자검을 뽑아들고 쏜살같이 요철의 앞으로 다가가자, 망토를 걸친 자들이 두성이 앞을 막아섰다. 그들의 몸에서 묘한 검은 기류가 뭉실뭉실 흘러나와 요철을 감싸주고 있었다.


두성이가 군자검을 힘껏 휘둘러 검은 기류를 베려하였으나 검은 기류는 솜처럼 진득해서 벨 수가 없었다.


두성이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먹구름이 잔뜩 낀 암울한 하늘에는 요철이 올라탄 검은 흑룡이 허공을 날아다니며 불을 뿜어대고 있었다.


밑에 퍼져있는 검은 기류 속에서 지옥을 빠져나온 것 같은 악귀들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피 칠을 한 갑옷을 입은 놈들은 모양도 각양각색이었다.


모가지가 잘려나간 놈, 모가지가 반쯤 잘려나간 놈, 심장이 뻥 뚫린 놈, 배가 갈라져 창자가 흘러나온 놈들이 피를 질질 흘리며 걸어왔고.


혀를 길게 빼문 놈, 마리가 반쯤 잘려나간 놈들이 어정대며 몰려나와 아무나 공격하고 있었다.


그 끔직한 몰골에 두성이도 당황하여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며 악귀들을 군자검으로 내려쳤지만, 놈들은 다리나 팔이 떨어져나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달려들었다.


이때 언제부터 와 있었는지 돛대 위에 앉아있던 깔끔이가 동그란 눈을 번쩍이며 앞발을 들어 한 바퀴 휘둘렀다.


전설의 묵묘 깔끔이의 앞발을 따라 소금기를 먹은 바람이 일기 시작하더니 회오리바람이 되어 갑판 위를 구석구석 누비며 휩쓸었다.


회오리바람에 휩쓸린 지옥의 악귀들이 바람을 따라 빙글빙글 돌며 공중으로 올라가 없어졌고, 불을 뿜던 흑룡도 회오리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먹구름이 잔뜩 끼었던 하늘도 언제 그랬냐는 듯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흑룡과 지옥 악귀들의 공격으로 팔이 뜯기고 목이 떨어져나가 널브러져 있던 사람들이 멀쩡한 몸으로 일어났다. 모든 게 환상이었다.


요철과 다섯 명의 망토를 걸친 연놈들이 갑판 곳곳에 주먹만 한 공을 던졌다.


“펑! 펑! 펑! 펑! 펑!”


공이 갑판 곳곳에서 터지자 시커먼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두성이와 동료들은 혹시 독 연기일지도 몰라 모두 선미 쪽으로 몸을 피했다.


시커먼 연기가 바람에 흩어지자 요철과 망토를 걸친 부하들의 모습은 물속으로 도망쳤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때 돛단배가 한쪽으로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


밑에 있던 마동탁의 부하들이 적의 쾌속선을 침몰시키고, 물속으로 들어가 돛단배의 배 밑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놓은 것이다.


돛단배를 타고 있던 적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상황을 파악한 마동탁이 큰 소리로 명령했다.


“우리 구역에 침범한 녀석들은 한 놈도 살려줄 수 없다! 모두 죽여라!”


마동탁의 부하들은 헤엄쳐 도망가는 적들을 향해 화살을 발사하거나, 쾌속선을 타고가 창으로 찔러서, 모두 물고기밥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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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제110화, 아, 취영아! - 완결- 23.11.01 125 4 16쪽
109 제109화, 무공을 폐하다 23.10.30 121 5 10쪽
108 제108화, 성녀 설중매 23.10.28 134 3 10쪽
107 제107화, 궁주 혁밀지 검을 뽑다 23.10.27 139 3 10쪽
106 제106화, 기동대의 활약 23.10.25 146 4 10쪽
105 제105화, 유아독존 (唯我獨存) 23.10.23 156 3 10쪽
104 제104화, 시간이 멈췄다 23.10.21 153 4 11쪽
103 제103화, 첫 승리 23.10.20 166 5 12쪽
102 제102화, 정사대전의 서막 23.10.18 165 5 10쪽
101 제101화, 척살대 척살하다 23.10.16 185 5 10쪽
100 제100화, 혈미상단 23.10.14 192 4 10쪽
99 제99화, 두 개의 장원 23.10.13 202 3 11쪽
98 제98화, 마동탁의 활약 +3 23.10.11 202 4 10쪽
97 제97화, 신궁 神弓 23.10.09 206 5 11쪽
96 제96화, 재회 23.10.06 213 4 10쪽
95 제95화, 독수방 방주 노팔보 23.10.04 226 3 12쪽
94 제94화, 궤멸 潰滅 23.10.02 235 3 10쪽
93 제93화, 낭인부대와 전투 23.09.30 254 3 10쪽
92 제92화, 낭인곡 십자검 채이평 23.09.29 249 4 10쪽
91 제91화, 모홍강의 말로 23.09.27 236 4 10쪽
90 제90화, 소인배 모홍강 23.09.25 240 4 11쪽
89 제89화, 오독교주 사명명 23.09.23 242 4 10쪽
88 제88화, 오독교 23.09.22 259 4 10쪽
87 제87화, 지피지기 백전불태 23.09.20 277 5 10쪽
86 제86화, 사천당문 23.09.18 283 4 11쪽
85 제85화, 외나무다리 23.09.16 311 5 11쪽
84 제84화, 걸개법사와 탈혼수 23.09.15 318 4 11쪽
83 제83화, 팔방풍우(八方風雨) 진정일 23.09.13 318 7 11쪽
82 제82화, 지하동굴의 노인 23.09.11 330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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