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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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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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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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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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제 (1)

DUMMY

一.




다음날 아침.

사천성도는 난리가 났다. 그와 동시에 일각 정도의 시간을 두고 중원 전체에 정보가 뿌려졌다.


“보, 복호사태!”


“돌아가신 분께서 어떻게 이곳에!”


사찰을 방문하는 손님 중 대부분은 사천성을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 신분의 귀천 없이. 가진 것의 유무 없이 그들을 늘 인자한 미소로 맞이해주던 복호사태를 기억하는 이들은 많았다.


그렇기에 복호사태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 자리의 모두가 놀랐다. 죽은 줄 알았던 이가 살아돌아왔으니까!


“나무아미타불.”


복호사태가 반장을 취했다.


“잠시 빈승이 여러분의 귀한 시간을 뺏고자 합니다.”


사람들은 즉각 조용해졌다. 살아있는 보살께서 전하고자하는 말씀이었으므로.


“먼저, 소란을 일으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중원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는 이교도, 마교가 준비한 모종의 간계에 걸렸습니다.”


그렇게 복호사태가 사건을 자세히 풀어갔다. 없는 일은 지어내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 부풀렸을 뿐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해야 했기에.


군사 제갈병건과 후개 홍무기가 짜낸 각본이었다. 복호사태는 그것을 읽으면서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참으로 무서운 자들이 아닌가. 붓으로 세상을 호령하는 군사와 여론으로 세상을 흔드는 개방의 후개.


두 천재가 만들어낸 합작품이 이것이다. 사천 성도의 사람들은 모두 복호 사태의 말을 홀린 듯이 듣고 있었다. 그들이 다시 입이 되어 자신의 말을 널리 퍼뜨려줄 것이다.


“그리하여 알리겠습니다. 마교는 살아 있습니다. 사백 년전, 중원을 침략한 이교도들이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고합니다. 빈승이 속한 아미. 그 아미가 속한 무림맹은 본격적으로 마교와의 전쟁을 고합니다.”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다. 물론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터지만, 그럼에도 복호사태의 심경은 착잡했다. 아미파의 제자들이 마교의 간계에 직접적으로 걸려들었기 때문에.


또한 이런 자신의 모습도 혼란스러웠다. 중생들을 구제하라는 부처님의 말씀. 그것보다도 자파의 제자들이 더 걱정되었다. 모두에게 평등할 수는 없는 법이라지만, 자신도 몰랐던 냉혈한 수장의 모습을 보며 복호사태는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부처가 되기 이전에 사람이 먼저 되어야 했거늘.’


세인들의 눈에 비친 복호사태는 씁쓸한 소식을 알릴 수밖에 없어 슬픈 미소를 짓는 자애한 보살. 그들의 선망어린 시선을 읽을 수 있었기에, 복호사태의 마음에 심마가 찾아왔다.


그것을 막은 것은 한 줄기 전음이었다.


-사태.


“······!”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목소리. 초월적인 기파가 실린 음성이 모든 잡념을 지워버린다. 무척 공포스러운 순간이었지만, 되려 복호사태의 마음은 잔잔한 호수가 되었다.


-하늘은 맑고 구름 한 점 없구려. 저 넓은 바다에서 물고기 한 마리가 헤엄치고 있소.


“······.”


-사태의 마음도 이와 같소. 바다를 헤엄치고 있지. 바다를 헤엄치다가 부처를 만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이오. 그러나 부처를 만나게 되면 사태는 어찌해야겠소.


‘부처를 죽여야 합니다.’


-부처를 죽이시오. 목을 졸라 죽이고. 베어 죽이시오.


‘그건 좀······.’


-심유(沈柔)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강호가 아니오. 사태가 독해지는 것만으로 사태 아래의 사람들은 극락에 이를 수 있소이다. 그것이 수장이라는 자리. 자리에 걸맞은 독심을 품으시오.


‘아······.’


내가 지옥에 가지 않으면 누가 지옥에 가리.


복호사태가 반장을 취했다.


심마가 깃들었던 혼탁한 눈동자에 다시 정광이 차오른다. 그것을 확인한 목소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참을 고개 숙이고 있던 복호 사태는 사람들이 다 흩어질 때까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혼자가 되었을 때, 목소리의 정체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분이시겠구나.’


아미의 장문인인 그녀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 정도로 초월적인 기파. 사천성에서 그것이 가능한 사람은 단 한 사람이다.


사천의 주인.


사왕, 당시월.


‘감사합니다.’


복호사태가 고개를 숙였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마음이 다른 곳으로 향했다.


‘감사합니다. 광화신검.’


이 모든 그림의 뒤에 그가 있다는 것을 개방을 통해 들었고 확인까지 마쳤다. 당가의 심처에서 움직이지 않은 사왕을 움직인 것 역시 그가 사천에 도달했기 때문. 결론적인 이야기지만 진실이 그러했다.


떄문에 복호사태는 진심을 다해 고개를 숙였다. 조휘 일행이 떠났을 사천 성도의 남쪽, 서창을 향해.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장문인!”


저 멀리서 제자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복호사태가 그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뿌예진 시야 때문에 흐릿하게 보인다. 그러나 그 언제보다도 또렷하게 보이는 이들이다.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광경이 눈에 비쳤다.






二.




장강 이북의 강호가 마교와 관련해서 떠들썩해진 와중. 홍무기를 제외한 넷은 서창에 도착해있었다.


남으로는 운남의 곤명, 북으로는 성도 평원이다. 지리적인 특성상, 서창의 위치는 대서남과 운남의 안정에 필수 불가결한 곳.


“왜 이곳을 노렸는지 알 것 같군.”


당명의 말이었다. 이에 자하진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민족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스며들기 쉬운 것이 한몫했겠구려. 성도보다 되려 운남에 가까운지라 성도인들이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운 것도 있소.”


“대량산(大凉山)에 대해선 들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몇 번 들러본 적은 있네. 대량산의 협곡 역시도······. 깎아 지른 듯한 절벽이 웅장하게 펼쳐져 있었지. 그러나 그곳 역시 여러 이족들이 모여 살고 있었고 이상함을 느끼진 못했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숨어 있었단 말이지.”


당명이 입에서 소리가 들렸다. 으득!


“지금쯤이면 저쪽에서도 우리가 왔음을 알았을 거다. 시간이 생명이야. 어찌할 셈이냐.”


천화빈이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조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공으로 갑시다.”


“정공이라면?”


“일점돌파. 천화가주께서 첨단에 서시고 당가주님과 장문인께서 양쪽 쌍익을 맡아주십시오. 제가 후미를 보겠습니다. 전형적인 삼각진에 꼬리가 달린 모습으로 생각하시고 진기를 유도해주십시오. 구결은 이렇게······.”


조휘가 읊어주는 구결은 무척이나 간결했다. 그러나 집단전에서 이만큼 강한 위용을 발휘할 검진이 또 있을까 싶었다.


“어디서 이런 검진을······.”


“첨단에서 흩뿌린 경파를 양 익첨에서 받아주고 후미로 전달, 후미는 진법 자체의 추진 경파로 이용. 그 과정이 끊이지 않고 계속 되니, 검진이 면면부절의 검강이 되겠구려. 강호 단체의 이기어검이라······. 괜히 회(會)자 구결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것 같소.”


“미쳤군. 이런 상급의 검진을 아무렇지도 않게 공유해?”


“전검대의 검진을 차용 한 겁니다. 아직 대주께도 비밀로 한 검진이니, 이번 한 번만 이용하시고 잊어버리십시오.”


대체 이런 걸 어찌 잊으란 말인가!


모두가 생각했다. 정작 검진의 구결을 알려준 조휘는 무척 태연했다. 비밀이 밝혀져도 상관이 없다는 식. 어쩌면 백도 무림맹으로 뭉쳤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갑시다. 시간이 없어요. 알려준 진형대로 서시고, 곧바로 구결대로 진기를 유도해주십시오. 흐름은 제가 주도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세 사람이 정삼각형을 그렸다. 선두의 첨단에서 정사각형의 중심을 지나는 곧은 직선. 그 말미에 조휘가 섰다.


그 순간 네 사람이 입고 있는 장포가 펄럭이기 시작했다. 조화지경에 이른 가공할 진기가 일제히 요동치는 것이다.


천화빈의 건곤천뢰공(乾坤天牢功). 자하진인의 무상팔환공(無上八還功). 당명의 무간회류공(無間回流功).


세 신공비기가 일제히 개방됐다. 터무니 없이 거대한 진기가 한 곳으로 응집된다. 구결에 따라 진기를 흘려보내니 그것은 곧 거대한 흐름이 되었다. 흐름이 거쳐 가는 곳은 꼬리.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었다.


본디 일곱이 펼치는 검진이지만, 조휘는 네 사람 몫을 자진했다. 그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세 사람이 피워올린 거센 진기는 전검대 일곱이 모여서 발하는 진기보다도 거대했다. 검진 구동을 위해선 차고 넘쳤다.


남은 것은 조휘의 손에 달렸다. 고작 이것 가지고 부담을 느낄 조휘는 아니었다.


곧바로 네 사람 몫의 구결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 자체로 검진 내부에 세 개의 별이 더 떠오른다.


세 사람의 머리에 동시에 떠오른 그 이름. 칠성검진.


그러나 무당의 칠성검진과는 기질 자체가 다르다. 북두칠성의 힘을 빌려 모든 것을 흡수하는 칠성검진과는 다르게 전검대의 칠성검진은 끊이지 않는 파괴에 집중되어 있다.


그와 동시에 조휘가 지고 있는 터무니 없는 부담도 알 수 있었다. 일곱이 굴려야 굴러가는 검진에서 네 명 몫을 홀로 해내고 있는 것이다.


조휘의 앞에서 그들은 고작 막대한 진기를 끌어올리는 것밖에 하지 않았다. 실제로 첨단과 쌍익은 그런 위치였다.


검진이 굴러가는 요체는 내부의 네 별에 있었던 것.


‘어찌 이런 놈이.’


‘은인······.’


‘재밌구나.’


세 사람의 생각은 다 달랐지만, 조휘를 바라보는 시선만은 같았다. 그것은 강호를 먼저 살아간 선배가 후배에게 보내는 시선은 아니었다.


되려 같은 선상을 살아가는 동지에게 보내는 시선. 아니, 그들의 선배에게도 잘 보내지 않는 시선.


경외.


그런 찬사를 받아 마땅했다. 응당 당연하다는 듯, 의연한 자태의 조휘가 모두의 시선 속에서 걸음을 내디뎠다.





三.




파죽지세로 나아간다.

공간의 진동을 이용해서 적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 정도는 이 자리의 모두가 할 수 있는 기예.


그러나 마기를 탐지하고 정확한 위치를 찾는 것은 조휘만이 가능했다. 사람들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마인들은 당명이 알아서 처리했다. 그러기 위해 데려온 당가의 무인이었으므로.


비수가 날아가 미간에 꽂히는 속도보다 일행이 나아가는 속도가 더 빨랐다. 강호 정상의 이기어검이랄까. 자줏빛, 녹빛, 금빛이 백색의 불꽃 아래에서 하나로 휘몰아치고 있었다.


오묘한 색상의 검강이 둘러쳐진 이기어검은 그대로 협곡을 관통했다. 무림맹의 이기어검이 마교의 암야종을 타격한 셈이다.


꼬리의 조휘가 세 개의 별을 거쳐 좌익의 당명, 우익의 자하진인에게로 거대한 불꽃을 보낸 뒤, 천화빈에게 전달했다.


그것을 전해받은 천화빈이 속도를 줄이며 진각을 밟았다. 바람 같은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기에 치미는 부하는 모두가 함께 견딘다.


거기서 더 나아가 대기를 밀어내는 일권에 실린 부하까지 모두.


네 사람의 기운을 전해 받은 천화빈이 팔극뢰의 일권을 지른다.


팔극뢰(八極牢). 손룡지결(巽龍之決).


용의 포효를 상상하며 만든 일권. 음파에 진기가 실려 음공처럼 작용했다. 곧게 뻗어진 주먹을 타고 흘러간 백색의 불꽃이 스스로 위용을 뽐냈다. 천화빈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일제히 정면으로 흩뿌려졌다.


백색의 불기둥이 협곡에 내리꽂힌 것이다.


음공과 함께 터져 나온 용의 숨결이 그대로 협곡을 지워버렸다.


쿠과과과과과과과─!!




“휘유.”


천화빈이 눈썹에 손날을 가져다 붙였다. 자신이 만든 광경을 구경이라도 하는 듯, 여유롭게 휘파람을 불며.


“······.”


“이런 미친.”


당가주는 절로 입이 다물어졌고, 자하진인은 잘 하지도 않는 욕설을 내뱉었다. 그만큼 일권의 위력이 경천동지했다.


“살아남은 놈들이 없겠는데.”


“있으면 그게 문제요. 천화가주는 생각이란 걸 좀 하고 말해주시길.”


“아니, 나한테 왜 그러냐고 자꾸.”



먼지가 자욱한 협곡의 끝자락. 강대한 마기가 밀집되어 있던 곳이다. 일반인은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마기에 질식되어 죽어버릴 정도로 끔찍한 곳이었기에.


“긴장하시길.”


조휘가 나지막이 말했다.


“나옵니다.”


“소문만 무성하던 마교의 실체를 드디어 볼 수 있겠군.”


자욱한 먼지가 일점으로 빨려 들어갔다. 먼지가 가렸던 햇빛이 그대로 협곡으로 쏟아졌다. 서광이 쏟아지듯, 한 사내가 햇빛을 만끽했다.


그러나 사내의 얼굴은 어딘가 일그러져 있었다. 몹시 분개한 듯한 모습. 그러나 사내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를 경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비슷하지만 다르게, 사내를 목도한 그 자리의 모두가 얼어붙었다.


마기와 상극인 도가의 무공을 익힌 자하진인의 거부반응이 가장 심했다. 일순 숨이 쉬기 힘들었던 그가 구역질을 반복했다.


당명이나 천화빈은 정도가 덜했지만, 그들 역시도 충격이 엄청났다.


‘아버지? 아니, 어쩌면 그 이상······.’


당명이 입술을 짓씹었다. 저런 괴물과 싸울 수 있단 말인가? 어쩌면 우리는 건드려선 안 될 괴물을 건드렸던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듦과 동시에.


억눌러 놨던 무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고개를 추켜세웠다. 염치도 없지. 한 가문의 수장이라는 놈이 무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내세울 수 있단 말인가.


‘어쩌란 말인가.’


당명의 눈에 녹색빛이 차올랐다. 완전히 개방한 무간회류의 신공. 아버지인 당시월에게 전해받아 당명이 완성한 희대의 신공을 최대치로 개방했다. 당명으로서도 처음 접해보는 자신의 최대.


‘이리 즐거운데!’


당명의 눈이 번뜩였다.


자하진인도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후우······. 잘 자다가 이게 무슨 봉변인지.”


그들 넷 사이에서 별안간 한 사람의 신형이 나타났다.


당명은 무척 익숙한 목소리라 깜짝 놀랐고, 나머지 둘은 기척을 읽을 수 없었기에 깜짝 놀랐다.


일행 중 태연한 것은 조휘 뿐이었다.


사내가 입꼬리를 씨익 말아 올렸다. 무척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 만들어지기 무섭게 사내가 껄렁하게 말했다.


“언제부터 알았나?”


“처음부터 알고 있었소.”


“말투가 불량하군.”


“그럼 말이 곱게 나오겠소?”


“광화신검! 말을 삼가라. 그분은······!”


당명이 발작적으로 외쳤다.


“본가의 태상가주이자 무성십존의 일인. 사왕이시다!”


조휘에게 그런 부연 설명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되려 마기에 휩싸인 놈에게 보였던 살의보다 몇 배는 더 거대한 살의를 보이며 당시월에게 말했다.


“당신. 제정신이오?”


“와······. 미친놈이네.”


천화빈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미친 건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도 더 미친놈이네.”


“내가 왜 제정신이 아니라는 거지?”


조휘가 당시월을 노려봤다.


“무성십존? 세인들이 그리 높여주고 칭송하는 이유는······! 당신들이야말로 강호를 지탱해주는 기둥이라고 믿기 때문이오.”


“조휘! 말을······!”


당명은 조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었지만, 되려 그것이 조휘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무성십존이라고 두려워해야 하오? 사천당가의 태상가주라고 두려워해야겠소? 내게는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소이다!”


조휘의 눈에서 귀화가 타올랐다.


“잃는 것. 나는 그것이 그 무엇보다 두렵소. 그것이 그 무엇보다 무섭소이다. 내 일상. 내 친우. 내 가족. 내가 믿고 사랑하는 이들이 사라지는 것이 그 무엇보다 두렵소!”


“······!”


“저런 괴물이 숨어 있음을 진정으로 모르셨소?”


당시월은 덤덤하게 말했다.


“몰랐다.”


“······!”


“그러나 몰랐다는 말로 면책을 피할 순 없겠지.”


장난기가 싹 사라졌다.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당시월이 조휘를 바라봤다.


“책임을 지마. 사천성의 제일 어른으로서.”


그리고.


사천성의 주인으로서.


“심상구현.”


당시월이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사천제(四川帝).”



그와 동시에 조휘의 귓가에 전음이 전해졌다.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지금은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말을 끝내기 무섭게 당시월이 마기로 물든 사내를 바라봤다.


.

.

.

.

.


‘선배라면 나서줄 것이라고 믿었소.’


물론 조휘는 알고 있었다. 당시월이 몰랐다는 것을. 그에게 직접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휘가 던진 한마디는 당시월의 마음속에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박혔다.


그것이 사천제를 강호로 이끌 것이다.


‘사천성이 아닌 강호에서.’


조휘가 언젠가를 떠올렸다.


‘선배가 내게 약속했던 것이오.’


사천성을 침략했던 마교와 맞서던 조휘와.

그를 물심양면으로 도운 당시월. 그때는 주화입마에 든 상태였지만, 사왕이 전해준 초월적인 무공의 묘리는 아직도 자리 잡아 조휘의 상단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강호로 나올 시간이오. 사천제.’


조휘 역시 한 방을 준비했다.


암야종의 사도. 야주(夜主)의 심장을 찌를 한 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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