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귀농했더니 국보급 관광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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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03 14:44
최근연재일 :
2024.01.10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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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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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음악은 작물도 춤추게 해

DUMMY

“어···. 그게, 형님은 좀···.”

“에이! 난 괜찮혀!”


‘···제가 안 괜찮은데요 이장님.’


초롱초롱한 눈빛의 이장이 좀처럼 손을 놓지 않는다.

트로트 가수 유자의 존재감이란 대체 어느 정도길래 이 시골에서 유자 단 두 글자만으로도

사람을 이렇게 순한 양처럼 만드는 걸까?


“아주 대단혀! 젊은 사람이 어쩌다가 그런 대스타를 알게 됐는감?”


함익평 이장은 엄지손가락을 척 내밀며 환하게 웃었다.


잠깐. 그런데 작가라고 말은 했다만 그렇다고 내가 제인이라는 것까지 말하긴 곤란한데···.


뭐, 대충 일하다가 알게 됐다고 말하자.

아직 인스타에서 대화한 것밖에 없지만 일하다 만난건 사실이니까.


“저, 예전에 일하다가 만나게 됐습니다.”

“일하다가 만나···?!”


이장의 입이 쩍 벌어지더니 좀처럼 다물어지지 않았다.

대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아니, 작가라고 하지 않았남? 집에서 글만 쓰는 양반이 그 탈랜트를 어떻게 만난 겨?”


이장은 마치 연예부 기자처럼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제인이라는 정체를 숨기려다 보니 어째 점점 거짓말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이럴 땐 팩트를 조금 섞자.


“아, 저는 소설 쓰는 작가는 아니고요. 방송국에서 일했거든요. 드라마 작가.”

“방송국···?! 아이구!! 난 또 글쓴다길래 소설가 양반이신가, 했더만 내가 한참 잘못짚었네!!”


이제야 아귀가 맞는다는 듯 이장은 박수를 쳤다.

방송국이란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시골 어르신에겐 상당했던 모양이었다.


“아주 대단한 청년이었네 그려! 방송국에서 일했다면 아주 대단한 거지!”

“아뇨 그건 또 아니고···.”

“아니긴! 암튼 그러니깐, 방송국에서 유자랑 같이 일했던 겨?”


이장은 마치 파파라치처럼 나의 과거를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나는 슬슬 이곳을 탈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얌전히 기다리고 있던 백설기가 구세주가 돼주었다.


-왈! 왈왈!


“뭐시여. 우리 방송국 양반이 키우는 강아지여?”

“네. 얼마 전에 길거리에서 떠돌길래 잠시 맡고 있거든요. 혹시 주인이 따로 있을까요?”

“아니. 난 잘 몰러. 첨보는 강아진디?”


다행이다.

주인이 있었다면 이제 정든 백설기를 떠나보내기가 쉽지 않았을 테니까.


‘덕분에 대화 주제도 바뀌었다.’


-와르르···!


눈치가 빠른 백설기는 내 바지 밑단을 물고선 어디론가 가자며 으르렁댔다.

그걸 본 이장은 혀를 쩝쩝대며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그려. 바쁠 텐데 담에 또 보자고. 응?”

“예. 들어가세요 이장님.”


이장은 헛기침을 하고는 뒷짐을 진 채 고을의 원님처럼 뚜벅뚜벅 걸으며 사라졌다.

나는 백설기에게 칭찬을 해주기로 했다.


“잘했어, 설기···.”


-와르르!


이장이 갔는데도 백설기는 어디론가 나를 끌고 가려 했다.

그러자 도착한 곳은 과일들을 잔뜩 진열해 팔고 있는 어느 트럭이었다.


“뭐야. 날 구해준 게 아니었어?”


-왈.


백설기는 트럭 앞에 진열된 딸기 바로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침을 길게 늘어뜨린 걸 보면 상당히 먹고 싶은 모양이었다.


“알았어, 알았어. 딸기 사줄게. 됐지?”


-왈!


뭔가 날이 갈수록 덩치도 커지면서 먹는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 같았다.

집에 동물은 두 마리밖에 없는데 어째 식비는 무슨 코끼리를 키우는 것처럼 많이 들어간다.


“그래, 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


그렇지만 먹는 데 돈을 아끼면 쓰겠는가.

사는 데는 먹는 즐거움이 절반 이상이라고 본다.


‘딸기도 심어볼까?’


나는 딸기를 구매한 뒤에 마트로 가 딸기 종자까지 구매했다.

일종의 실험 대상 1호였다.


‘딸기 씨앗을 심고, 노래를 틀어봐야지.’


음악이 작물에 끼치는 영향.

마치 과학자가 된 듯 나는 새로운 실험을 할 생각에 싱글벙글 웃으며 집에 돌아왔다.


* * *


마당에 도착하자마자 백설기와 똥싸개의 한판 승부가 펼쳐졌다.


-왈! 왈왈!


-덤비라냥. 왕년에 본인은 권투 좀 했소로이다.


그 사이 장 본 것들을 정리한 뒤 싱크대에서 딸기를 씻었다.

백설기뿐 아니라 나 또한 이 탱글탱글하니 빨갛게 잘 익은 딸기를 어서 빨리 먹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똥싸개에게는 또 다른 특식을···.’


마침내 캣닢에 취한 똥싸개가 중얼댔던 음식들을 한데 모았다.


[커피열매, 추르, 유자, 꿀]


게다가 꿀은 천연 벌꿀이니 나무랄 데 없는 조합이다.

사향고양이 녀석이 이 음식들을 먹으면 과연 이번엔 어떤 영약이 탄생할까?


“동물들, 집합!”


내가 외치자 똥싸개와 이종격투기를 벌이던 백설기가 혀를 내밀고 뛰어왔다.


반면 사향고양이 녀석은···.


-기다려라 인간! 갑자기 신호가 왔소로이다···.


텃밭에 쪼그려 앉은 똥싸개는 큰일을 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백설기랑 뛰어논 덕분에 배변활동이 원활해진 모양이었다.


“그래? 그럼 설기 너 먼저. 너가 먹고 싶어 했던 딸기야.”


앙증맞은 딸기 하나를 백설기에게 건네주자 덥석 한입에 물어갔다.

그 와중에도 내 손을 물지 않으려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 참으로 기특했다.


-휴. 치열한 전쟁이었다냥.


뒤늦게 합류한 똥싸개는 내가 정성스레 준비해놓은 특식을 보며 혀를 낼름거렸다.

무슨 상전도 아닌데, 쟁반 위에는 커피열매를 비롯한 네 가지 음식들이 가지런히 마련돼 있었다.


-오호라. 이거 다 내것이로냥? 조합이 특이하구려.


“너가 말했던 거거든. 자, 어서 먹어봐.”


녀석은 도저히 못 참겠는지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겁지겁 음식들을 먹어대기 시작했다.

흰자위가 보일정도로 홀린 듯 집어삼키는 똥싸개 녀석.


‘방금 속을 비워서 그런가. 참 잘도 먹네.’


두 녀석이 식도락을 즐기는 사이, 나는 마트에서 사온 딸기 씨앗을 텃밭에 뿌렸다.

조금 전 똥싸개가 특급 퇴비를 뿌려놓은 근처 자리였다.


잠시 후 딸기를 먹어치운 백설기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두 발로 흙을 덮어주었다.


“오, 자동사냥.”


백설기 덕분에 작업이 금방 끝나버렸다.

시선을 돌리자 똥싸개 녀석은 포식을 끝낸 뒤 배부른 듯 마당 아무데나 철푸덕 누워있었다.


“정말 팔자 좋단 말이지.”


유유자적 라이프를 실현하는 똥싸개를 보니 나도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비록 겨울이지만 따뜻한 햇살 아래 맘 편히 누워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해먹을 설치하자.’


나무 사이에 해먹을 설치해 누우면 극락일 것 같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다행히 창고에는 이전 주인이 남겨두고 간 오래된 그물과 끈 등의 재료가 있었다.


‘끊어지진 않겠지···.’


유튜브로 해먹 설치 영상을 보면서 겨우 어설픈 해먹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나름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춘 해먹에 나는 조심스레 몸을 뉘였는데···.


‘오, 대박!’


나무 사이에 설치한 아마추어 해먹은 그야말로 성공이었다.

아무 걱정 없이 숲속 해먹에 누워있으니 그야말로 근심따윈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 노래 좀 들어볼까. 너의 곁으로.’


나는 핸드폰으로 그녀가 보내온 데모버전 음원을 틀었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 사이로, 백설기는 점프를 해 해먹 위에 올라왔다.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하는 지금, 살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삶.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공간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교감을 나눌 사람과 동물도 있다.


‘이런 인생이라면···. 참 살만하다.’


유자가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를 들으며 텃밭과 마당에는 평화가 흘렀다.

녀석들도 노래가 맘에 들었는지 새근새근 미소를 지으며 잠에 들은 상태였다.


‘근데, 겨울이라 좀 춥네.’


털옷을 입은 녀석들과 다르게 나는 백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단잠에 빠진 백설기가 깨지 않도록 해먹 위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왔다.


‘무럭무럭 자라라. 좋은 노래 듣고.’


황금 퇴비에 이어 좋은 음악까지 선사한 나는 텃밭의 작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다.


과연, 음악은 작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어휴, 춥다. 일단 들어가자.’


낮잠을 자고 있는 동물과 식물들을 뒤로 한 채 나는 따뜻한 집으로 피신하기로 했다.

물론 음악이 흘러나오는 스마트폰은 잠시 해먹 위에 두기로 했다.


그냥, 왠지 마당의 모든 생명체들이 이 음악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


마당에 나온 나는 두 눈이 휘둥그레 해질 수밖에 없었다.


“유자가 열렸네···?”


유시진의 에어하우스보다는 느린 속도였지만 마침내 내 텃밭의 유자 묘목에서 열매가 맺혔다.

그런데 내가 놀란 것은 단순히 유자가 열렸다는 사실 때문은 아니었다.


“이거, 오렌지 아니야? 미친.”


유자의 크기가 말도 안 된다.

내 주먹보다도 훨씬 큰 것이, 얼핏 보면 특대 사이즈의 오렌지가 열린 것도 같았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맞다. 노래.'


어제 낮, 잠시동안 틀어놓았던 유자의 노래.

아무래도 그 달콤했던 노래가 작물의 생장에 영향을 끼친 모양이었다.


‘대박. 이건 혁신이야.’


또 하나의 변인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작물들에게 노래를 틀어주면 그 크기가 일반 작물의 배가 되는 신기한 현상.


‘잠깐만, 그럼 딸기 같은 것도?’


그 맛있는 딸기가 대형 크기로 맺힌다면 그 누가 이기겠는가.

항상 한입에 끝나 아쉬운 과일이었는데 대략 수박만해진다고 생각하면 상상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일 지경이었다.


한창 행복한 상상에 잠겨있던 그때였다.


-지이잉!


유시진으로부터 문자가 날아왔다.


[어이. 다방 건물 인수하러 가자고!]


일전에 녀석에게 다방에 관해 물어봤었는데 답장이 온 것이다.

이거, 카페 창업의 꿈이 벌써 눈앞으로 다가왔다.


[마을회관으로 컴온.]


잠깐.

무슨 건물 계약을 마을회관에서 해···?


*


10분 뒤.


유시진의 롤러코스터 같은 트럭을 타고 마을 회관에 도착했다.


“내가 알아봤는데 말이야. 그, 원래 다방 운영하시는 분이 지금 우리 마을 최고령이시래.”

“그래? 근데 왜 가게 내놓으셨대?”


유시진은 누구한테서 전해들은 건지 핸드폰에 메모된 내용을 읽으며 말했다.


“무릎이 안 좋으셔서 도저히 움직이질 못하시나 봐. 뭐, 요즘 부쩍 장사가 안 되시기도 하고.”


장사도 안 되고 몸도 아프셔서 가게를 내놓으신 모양이었다.

나와 유시진은 곧 마을 회관에 들어섰다.

처음 들어가보는 장소에 나는 괜히 침을 꿀꺽 삼켰다.


“어허이! 나의 아우 왔구만!”


아니, 이장은 무슨 NPC도 아니고 어딜가나 마주친다.

다행히도 오늘은 약주를 안 하신 모양인데···.


잠시 후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가 다리를 절뚝이며 나타났다.

얼굴의 주름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유시진이 말한 최고령의 다방 주인인 것 같았다.


“안녕하십니까 어르신.”

“아아. 그, 방송국 총각!”


이장이 벌써 얘기한 것인지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그런데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최고령치고는 상당히 정정해보이셨다.


“우와. 되게 젊어보이세요. 한 70대로밖에 안 보이시는데.”

“···뭐여?”


내가 칭찬하자 최고령 할아버지가 미간을 찌푸렸다.

동시에 유시진이 옆에서 툭툭 쳤다.

왜 그러지? 젊어 보인다는 건 칭찬 아닌가···.


그러자 이장이 껄껄 웃으며 나섰다.


“아이고! 착각을 했구만. 이 친구는 우리 마을 청년회장이여!”

“청년회장이요?”

“그려! 다방주인이자 최고령 할머니의 막둥이 아들! 야는 아직 50대밖에 안 됐어! 애기여 애기.”


이럴 수가.

어떻게 저 얼굴이 50대 밖에 안 되지?

알고보니 동안이 아니라 엄청난 노안이었다.


‘청년회장이라니···.’


시골의 청년 개념은 뭔가 다른 것 같았다.

다행히 청년회장 아저씨는 마음이 넓으신 건지 나의 실수에도 웃으며 넘어가주셨다.


“뭐,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어. 내가 좀 겉늙었나?”

“죄송합니다···.”

“죄송해? 그럼 청년회 들어와! 내가 아주 잘해줄게.”


그러자 눈치 빠른 유시진이 대신 막아주었다.


“에이, 아저씨. 오늘 청년회 얘기하러 온 건 아니고요. 다방 있잖아요 다방.”

“고랗지 다방! 아니 근데 그 오래된 다방을 진짜로 사려고?”


청년회장 아저씨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무리 봐도 70대로 보이는데, 보면 볼수록 신기했다.


“네. 제가 카페 하는 게 꿈이었어서요.”

“그려?! 뭐 나야 좋지. 안 그래도 가게 안 나가서 계속 신경 쓰였거던.”


그러자 유시진은 잘됐다는 듯 나 대신 청년회장에게 아부를 떨었다.


“아저씨. 좀 싸게 내주세유. 서울에서 비실비실대다 와가지고 얘 지금 돈도 별로 없어유!”


친근한 충청도 사투리로 어필하는 유시진이었다.

그나저나, 자꾸 돈 없는 캐릭터로 설정 잡히는 것 같은데 나.


청년회장 아저씨는 갑자기 먼 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에휴. 가격은 뭐 중요치도 않어. 그냥 어머니 추억이 깃든 곳이라 그렇지 뭐.”

“추억이요?”

“그려. 옛날에는 다방이 장사도 참 잘 되고 우리 마을 사랑방 역할도 했는데 참. 나 어렸을 때도 우리 어머니 다방에서 숙제도 하고 그랬어. 아주 전통있는 다방이었다고.”


청년회장 아저씨 어머니의 인생이 담긴 다방인 모양이었다.

갑자기 이걸 내가 매수해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드는데···.


그런데 청년회장은 이내 흐뭇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근디! 울 어머니가 젊은 총각이 관심있어 한다니까 아주 좋아하시더라고!”

“아, 그런가요?”

“응. 이런 시골에서 젊은 사람이 뭐든 하려고 하면, 우린 다들 박수쳐주지!”


갑자기 또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느낌이었다.

겉은 노안이지만 속은 젊은 청년 같은 아저씨.

그 순수한 미소에서 젊었을 적의 패기가 얼핏 보였다.


“자자자. 그럼 자세한 건 내일 복덕방 가서 얘기해유.”

“그려. 안 그래두 내가 다 말 해놨어.”


유시진의 중재로 매물로 나온 다방을 성공적으로 손에 넣은 것 같다.

아직 구체적인 가격은 이야기해봐야겠지만, 사실 지금 돈 문제는 걱정 없었다.


“그럼, 내일 거기서 뵙겠습니다!”


청년회장과 이장에게 인사를 건네고 유시진의 트럭에 올라타려던 찰나.

이장은 나에게 무슨 목적이 있다는 듯 다가왔다.


“저기, 혹시 부탁 하나 해도 되겠는감?”

“예? 어떤 부탁요?”


이장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좀 있으면 우리 마을회관에서 연말 경로잔치라는 걸 하거든. 우리 마을의 아주 큰 축제여!”

“경로잔치요?”

“그려! 안 그래두 그 우리 마을 최고령 할머니께서 100세가 되시는 날이니깐.”

“100세요?!”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 물었다.


“그려! 아까 그 청년회장 어머니! 다방 주인!”

“아아. 그럼 저도 참석해야죠.”


시골에서 내려온 뒤 처음으로 잔치에 참여해보는 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장은 속삭이듯 말했다.


“그런디, 마을에 아주 좋은 날이기도 하잖여. 그래서 말인데.”

“······?”

“그, 초대가수로다가 유명한 사람 좀 초대해줄 수 없겠는감?”


역시 목적이 있었다.

초대가수에다 유명한 사람이라면 트로트 가수 유자를 콕 집어 말한 듯 한데···.


“그, 100세 할머니가 유자를 엄청 좋아하니깐은. 그래서 한번 물어보는 거여.”


뭔가 본인의 염원 같은데···.

하지만 나는 현실 가능성이 없는 일이라 생각해 어쩔 수 없이 죄송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려···?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난 괜찮여!”


아이처럼 시무룩해진 이장 표정이었다.


아무리 나라고 어떻게 이런 시골에 유자를 초대하겠는가.


‘아직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유시진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이잉!


때마침 은향 출판사 오아라에게서 연락이 왔다.

진동 소리만 들어도 뭔가 좋은 일이 있는 것 같았다.


“네, 오아라 님.”


-작가님! 1등 축하드려요!!!


엥? 1등···?

어제 오늘 순위 확인을 안 했는데 1등이라고?


'어, 진짜네?'


북마크 어플을 켜서 확인한 결과 정말로 맨 위에 내 책이 떠있었다.

하다하다 이젠 1등이라니.


-이미 알고 계셨군요? 아 맞다! 또 좋은 소식이 있어요!


“오. 뭔가요?”


-CX 미디어 쪽이랑 얘기가 잘 되가지고요, 작가님 소설, 드라마화 확정됐어요!


“그래요? 와, 대박.”


사실 이미 CX 미디어 박연지와 연락했을 때부터 예상한 바였다.


잠시 후 오아라는 나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맞다 작가님. 근데 트로트 가수 유자 씨 아세요?


뭐지, 갑자기 유자 얘기가 나온다고?


“저요? 아뇨, 저는 잘···. 근데 무슨 일이시죠?”


-아니, 그쪽 소속사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그분이 드라마 OST에 참여하고 싶다는 거 있죠?


정말 의욕이 앞서는 그녀였다.

이제 막 드라마 제작이 결정됐는데 벌써부터 출판사에 연락했다니.


‘뭐, 사실 그 전에 나한테 음원까지 보내긴 했지만.’


오아라는 이어서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유자 씨가 작가님 만나보고 싶다는데요?


“예? 저를 왜요?”


-아, 뭐랬더라···. 맞다! 작가님 완전 광팬이라고, 얼굴 맞대고 식사 한끼하고 싶으시대요!


유자가 나를 만나고 싶단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인 작가’를 만나보고 싶은 거겠지만.


오아라는 신나서 말했다.


-아 그리구! 유자 씨가 어디든 직접 찾아오겠다고 하셨어요! 제주도는 물론이고 일본까지는 거뜬히 찾아올 수 있다고 어필하시던데요?


“예? 정말요?”


순간 어떤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가만. 이거 어쩌면···.


‘진짜로 유자를 마을잔치에 초대할 수도 있겠는데?’


조촐한 시골 마을잔치에 초특급 가수가 찾아온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벌써부터 어르신들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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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크리스마스 대소동 +5 23.12.24 5,102 12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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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두 마리 토끼와 황금사자 +4 23.12.22 5,475 128 18쪽
32 마케팅 대결 +5 23.12.21 5,723 119 17쪽
31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3 23.12.20 5,910 129 17쪽
30 진우진이 돌아왔다고? +2 23.12.19 6,020 135 17쪽
29 정면 돌파 +12 23.12.18 6,147 130 16쪽
28 냉해 입은 존재들 +15 23.12.17 6,646 146 18쪽
27 유자와 탱자 +6 23.12.16 6,774 15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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