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귀농했더니 국보급 관광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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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03 14:44
최근연재일 :
2024.01.10 01:0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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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6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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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유명해지고 싶어요.

DUMMY

‘일기장이라면···.’


박수호 할아버지의 온전한 기억이 고스란히 적혀있을 것이 분명했다.

세상을 바꿀 커피나무에 대한 비밀이 밝혀질 수도 있는 셈.


그런데.


“일기장? 그런 게 있었어, 할아버지?”

“···있었던 것, 같은데···.”


할아버지는 자신의 기억이 긴가민가하다는 듯 말끝을 흐렸다.

아무래도 루왁커피의 효과로 인해 어느 정도의 기억은 돌아왔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기억이 모조리 떠오른 건 아닌 것 같았다.


‘그 정도까지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긴 하지···.’


그래도 유의미한 희망을 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슬프다는 치매라는 병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 거니까.


“할아버지! 설마, 그때 엄마가 가져간 거 아니야?”


박수호는 갑자기 뭔가가 떠올랐다는 듯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곰곰이 뭔가를 생각하다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멈···. 불쌍한 우리 수호···.”


지난번 박수호의 집에 갔을 때 얼핏 들었던 가정사였다.

어렸을 때 그의 부모님은 이혼하셨다고 말이다.


“괜찮니 수호야?”


내가 묻자 박수호는 생각이 많은 듯 보였다.

잠시 후 그는 확신에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엄마가 가져간 게 분명해요.”

“어머니가···? 그게 무슨 소리야?”


박수호는 할아버지가 추울까봐 옷깃을 여며주며 동시에 말했다.


“1년 전쯤에 엄마가 저 몰래 집에 찾아왔었거든요.”

“몰래···?”


엄마 이야기를 하는 아들의 얼굴 치곤 상당히 불편한 듯 보이는 그였다.

시선을 슬쩍 아래로 향해보니 박수호의 주먹이 불끈 쥐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사실 엄마라고 부르기도 싫어요. 이혼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찾아온 적 없거든요. 아빠 죽었을 때 빼고는.”

“······.”

“근데 제가 학교 간 사이, 할아버지 혼자 있는 집에 찾아와서는···. 엄마가 제멋대로 이것저것 챙겨 나간 모양이에요.”


‘그거, 도둑질 아닌가?’


나는 조심스레 속으로만 생각했다.

각자의 가정엔 저마다의 사정이 있을 법했으니까.


“아마 그때 할아버지 일기장도 껴있던 것 같네요.”

“모르고 가져가신 건가?”

“그랬겠죠. 할아버지 말로는 돈 될 만한 것만 가져갔다더라고요.”

“···근데 신고 안 했어?”

“뭘 신고해요. 추하더라도 이렇게 연 끊는 것도 나쁘지 않죠. 애초에 돈 될만한 거라야 별로 없기도 했고.”


오히려 시원하다는 얼굴의 박수호였다.

어렸을 때부터 꽤 힘든 환경에서 자란 것 같은 그였다.

문득 더욱더 동질감이 느껴지는 박수호였다.


“···그런 사람이 무슨 엄마예요. 평소에 제 연락도 안 받고, 요즘엔 아예 번호도 바꿨더라고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자식에게 그런 행동을 하고 연락도 하지 않는 걸까.


‘수호도 참 안타깝네.’


동시에 나는 수호 할아버지의 일기장에 대한 생각이 스쳐갔다.

모든 정보가 적혀 있을 그 보물이 다른 사람의 손에 있다니···.


‘그나저나, 일기장은 포기해야하나···.’


나는 말없이 주머니에 있던 핫팩을 그의 패딩 속에 넣어주었다.

힘내라는 무언의 응원 표시였다.


“감사해요. 근데 벌써 촬영 막바지인 것 같은데요?”

“그러게. 야외씬이라 좀 짧게 잡았나보다.”


박수호와 내가 대화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이미 촬영에 돌입한 그들이었다.


그리고 도강훈 감독의 우렁찬 컷 사인과 함께 첫 촬영이 끝이 났다.


“자, 고생하셨습니다! 내일 또 뵙겠습니다.”


-바로 내일이라니.

-근데 하나도 안 힘들지 않아?

-촬영장 분위기가 봄이다 봄.


도강훈 감독의 인사에 스탭들은 웃는 얼굴로 장비를 철거했다.

두리번대던 차유정은 나를 발견하고는 이쪽으로 달려왔다.


“작가님! 저희는 호텔로 갈 건데, 작가님은요?”

“오, 호텔? 호텔도 잡아주나?”

“그럼요! 당분간 여기서 지낼 건데. 감독님이 잡아주셨어요 배우들 전부.”


어느새 옆에 온 도강훈이 당연하다는 듯 웃고 있었다.

박수호는 부럽다는 듯 감탄하는 얼굴이었다.


“같이 가자 수호야.”

“···네?”


그때.


도강훈 감독이 박수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박수호는 놀란 표정을 짓고 그대로 굳어있었다.


“너 자리도 있어.”

“정말요?”

“당연하지. 너 우리 배우 아니야?”


그러자 꽃이 만개하듯 활짝 웃는 박수호였다.

주연배우 차유정과 김수혁 또한 그 모습을 보며 방긋 웃었다.


“자자. 제가 주소 보내드릴테니까 그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네!!”


배우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일도 끝났겠다, 이제 쉴 일만 남은 그들의 여유에 가득 찬 분위기가 느껴졌다.


“어떤 호텔일까요? 신난다.”


차유정은 들뜬 기분을 표현하듯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렸다.

다른 배우들까지 얼굴에 행복한 기운이 물씬 느껴졌다.


“바로 호텔 들어가긴 아쉬운데. 맛집이라도 들렸다 가는 거 어때요?”

“좋다, 좋다! 작가님이랑 감독님도 같이 가요!”


어느새 회식 분위기가 형성된 배우들이었다.

도강훈 감독은 애써 그들을 진정시켰다.


“어허. 저희 오늘 첫촬영입니다. 아직 갈길이 멀어요 배우님들.”

“아아···.”

“아쉽다.”


그러자 실망한 표정이 역력한 그들이었다.


그런데 그때.


-빠아아아앙!


어디에서 또 승합차를 몰고 온 유시진이 요란하게 경적음을 울렸다.

덕분에 일시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


‘저놈이 뭘 잘못 먹었나.’


유시진은 창문을 내리고는 배우들을 보며 외쳤다.


“여러분! 이대로 오늘 하루를 끝내기기 아쉬우시죠?”


그러자 서로를 쳐다보며 머뭇거리다가 이내 대답을 하는 배우들이었다.


“···네!”


유시진은 대답에 매우 흡족한 듯 이어서 말했다.


“그래서 제가 준비했습니다. 유시진 관광 투어!”

“유시진 관광 투어···?”


웅성거리는 배우들이었다.

나는 차에서 내린 유시진에게 다가가 물었다.


“야···. 너 뭐하냐?”

“어때! 내가 준비한 프로젝트야. 충주 관광 가이드가 되보는 거지.”


나도 모르게 혼자 준비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고개를 돌려 배우들을 보니 반응이 썩 괜찮았다.


“와, 재밌겠다!”

“저 갈래요 저!”


그중에는 차유정도 포함돼 있었다.

그녀를 바라보며 씩 웃는 유시진.


“드디어 유정느님과 같이 다닐 수 있게 되는 건가.”

“그게 목적이었구나?”


지난 번 차유정을 놓친 이후로 만반의 준비를 마친 녀석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누구도 손해볼 것 없는 이 프로젝트를 재가했다.


“고맙다. 안전하게, 그리고 즐겁게 모시도록 할게.”

“그러든가.”


싱글벙글 좋아죽겠다는 유시진이었다.

배우들은 각자 매니저에게 이야기를 전달 후 유시진의 승합차에 우르르 탑승했다.

그래도 참여자는 꽤 많아보였다.


“자, 그럼 유시진 투어! 출발합니다!”

“예!!”


마치 현장학습을 온 것 같은 그들의 모습에 도강훈과 나, 박수호는 피식 웃었다.

수호의 할아버지도 밝은 저들의 기운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즐겁게···. 살아야 혀.”

“응? 뭐라구 할아버지?”

“아니여···.”


할아버지의 손에 핫팩을 쥐어준 박수호는 갑자기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 하나 결심한 게 있어요.”

“뭔데?”


매우 진지한 눈을 하고 있는 그였다.


“금방은 안 되겠지만···. 저, 꼭 유명해지고 싶어요.”

“유명?”


내가 되묻자 박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배우로 유명해져서 돈도 많이 벌고, 할아버지한테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또···.”


그는 먼 곳을 응시하며 말했다.


“엄마란 사람한테 증명하고 싶어요. 엄마 없이도 이렇게 잘 자랐다고. 보란 듯 성공했다고···.”


그의 결연한 얼굴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저마다의 꿈을 가진다는 건 멋진 일이었다.


“무조건 할 수 있을 거야.”


나보다 도강훈이 먼저 박수호에게 대답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기에 그에게 농담 섞어 말했다.


“그래. 연기만 잘한다면 말이지.”


그러자 박수호는 자신있다는 듯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내 차기작의 주연으로 점 찍어놨다는 사실을 본인은 모르는 상태였다.


* * *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들이었다.

유시진은 어느새 차에서 내려 배우들 앞에서 가이드 노릇을 하고 있었다.


“자!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충주의 온천 호텔입니다!!”


차에서 내린 배우들은 호텔 건물을 올려다봤다.

상당히 연식이 오래돼 보이는 외관.

사실 호텔이라고 부르기에도 조금 민망했다.


표정 연기에 달인인 배우들조차 지금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난감해보였으니까.


“우와···.”


차유정만이 애써 웃는 얼굴을 지으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진 뻔히 짐작됐다.


“야. 여기 괜찮은 거 맞아?”

“그럼! 그러니까 너한테 추천해줬지.”


유시진의 추천으로 도강훈 감독에게 배우들이 머물 숙소에 대한 정보를 넘긴 나였다.

그런데 지금 배우들의 표정을 보고 있자면, 나는 역적이 되도 할 말이 없을 듯했다.


“자자자.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마시죠 여러분.”


하지만 유시진이 입을 털기 시작했다.


“저희 충주가 말이죠. 무려 온천도시로 지정돼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아니요?”


마치 진짜 가이드와 관광객처럼 대답을 주고받는 이들이었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거리 한가운데에 배우들이 모여 있어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대놓고 있으니까 못 알아보는구나···.’


그래도 온천도시란 말에 혹하는 표정의 배우들이었다.

유시진은 가방에서 태블릿PC를 꺼내더니 어떤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배우들의 표정이 180도 바뀌었다.


“여기, 보이시나요?”

“우와. 진짜로 안에 온천이 있는 거에요?”

“그럼요! 촬영하느라 고단한 몸을 온천에서 싹 녹이는 겁니다.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겠죠?”


마치 사이비교주같은 유시진의 모습에 도강훈과 나는 혀를 내둘렀다.

박수호는 언제 합류했는지 할아버지와 함께 사진을 구경하고 있었다.


“와. 진짜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네.”

“생각보다 충주 진짜 좋은데요?”


유시진의 홍보에 관광객들의 반응이 일변했다.

그들은 어느새 얼른 호텔 안으로 들어가보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자, 여러분. 들어가보고 싶어요?”

“네!”

“목소리가 작습니다. 들어가고 싶어요?”

“네!!!”


배우들을 조련하는 유시진이었다.

에어하우스니 뭐니 하는 것보다 차라리 관광 가이드를 하는 게 더 나아보일 지경이었다.


그때였다.


“진우진 작가님 아니세요?!”


유시진의 뒤를 따라 배우들이 들어가려던 찰나, 익숙한 얼굴이 멀리서 다가왔다.

바로 충주시청 김상태 주무관이었다.


“어? 그 사람이다!”

“누구, 누구? 어···? 충주시 유튜버?”

“어 맞네! 저 사진 찍어주세요!”


배우들조차 알아보는 미친 인지도.

김상태 주무관은 배우들을 팬처럼 다루며 꾸벅 인사했다.


“드디어 촬영 시작됐나보네요?”

“네. 오늘부터 딱 시작입니다.”

“이야, 시간 참 빠르네요. 근데 호텔 여기서 묵으시나봐요?”

“예. 이 친구가 추천해줬거든요.”


내가 유시진을 가리키자 김상태는 그를 향해 엄지를 내밀었다.


“잘 고르셨네. 이 호텔이 충주시에서 보증하는 온천 호텔이거든요.”

“제가 또 이곳 토박이입니다. 하하.”


김상태의 칭찬에 유시진이 몸 둘 바를 몰라하며 악수를 청했다.

유명인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유시진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오늘 기분 좋아 보이지?’


김상태 주무관은 아까부터 시종일관 싱글벙글 웃어댔다.

지난 번 피곤에 찌든 표정과는 사뭇 다른 상태.


“뭐 좋은 일 있으세요 주무관님?”

“아니 그게, 뭐 물어보시니까 대답하자면요.”


안 물어봤으면 큰일 날 뻔했다.


“저희 충주가 이번에···! 무려 문화도시로 지정됐습니다 작가님!!”

“문화도시요?”

“네! 숙원사업이었는데 드디어 이렇게 됐네요.”


문화도시로 선정된 게 구체적으로 얼마나 좋은 일인진 모르겠지만, 그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대단한 일인 건 알 수 있었다.


“이야, 축하드립니다!”

“이제 올 한해 예비사업을 진행할 건데. 제가 아주 하고 싶은 게 많아죽겠네요.”


김상태는 특유의 광기 어린 눈빛을 내보였다.

문화도시 충주를 대체 얼마나 키울 생각인지 짐작할수도 없을 정도였다.


“도와드릴 일 있으면 연락주세요 주무관님.”

“정말입니까?”


내 말에 덥석 대답하는 그였다.

그의 대답은 빈말이 아니라 백 퍼센트 진심으로 보였다.


“그럼요. 저도 드라마 꼭 잘 돼서 충주가 홍보됐으면 좋겠습니다.”

“무조건 잘 될 겁니다! 여기 이 배우분들 보세요. 얼마나 든든합니까?”


립서비스도 잘하는 김상태였다.

그러자 배우들은 감사하다며 또다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요즘엔 정말이지 누가 연예인이고 누가 일반인인지 모를 정도였다.


“자자 추우신데 얼른 들어가시죠! 여기 온천 정말 좋습니다!”


김상태 주무관이 말하자 유시진이 손가락을 까딱까딱 흔들었다.


“아뇨. 그전에 갈 곳이 있습니다.”

“아아?”


호텔로 들어가려다 말고 배우들은 멈춰서 탄식을 내뱉었다.


“충주에서 제일 맛있는 맛집인데. 그럼 그냥 온천 들어가실래요?”

“어···?”

“아니요!!”


배우들을 들었다놨다하는 유시진이었다.

그는 다시 배우들을 우르르 태우고는 맛집을 향해 출발했다.

박수호와 할아버지만이 거리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수호야. 넌 안 가?”

“전 할아버지 병원 바래다드려야죠. 괜히 할아버지 거동도 불편하신데 민폐기도 하고.”


어리지만 속이 깊은 녀석이었다.

박수호는 김상태 주무관에게 정식으로 다시 인사를 건넸다.


“눈빛이 살아있네요. 어릴 때 저를 보는 것 같습니다.”


김상태는 박수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나를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작가님. 저 요즘 두근거려 미치겠습니다.”

“예? 아, 문화도시 선정 건으로요?”

“뭐 그렇죠. 그것도 있고, 그냥···. 충주가 점점 유명해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거든요.”


진심으로 기쁘다는 얼굴의 김상태 주무관이었다.

일로서 자아실현을 하는 사람의 예시가 바로 내 앞에 서 있었다.


“정말 멋지시네요 주무관님.”

“에이 아닙니다.”

“공무원 중에서 이 정도의 성과를 내신다는 게, 진심으로 대단하십니다.”


나의 칭찬에 그는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별거 아닙니다. 그냥 뿌듯하잖아요. 제 직업이 그건데요 뭘.”


그러더니 그는 안경을 슬쩍 올렸다.

그러자 빛이 안경에 반사돼 사뭇 멋있는 모습이 연출됐다.


“전 말입니다. 언젠가 충주를 국제적인 도시로 성장시킬 겁니다.”

“···이야···!”


어쩌면 우리들 중 가장 꿈이 큰 사내인 것 같았다.

박수호와 나는 그를 거인처럼 올려다봤다.


“그러려면 유명해져야죠. 한 계단씩. 한 계단씩.”

“유명이라···.”


박수호와 김상태 모두 유명해지는 것이 목표인 것 같았다.

그것이 본인이든, 자신이 담당하는 도시든 간에 말이다.


‘유명해지는 거···.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들의 꿈을 실현시켜주고 싶었다.

나는 되도록 뒤에 빠져서 말이다.


‘유명한 건 은근 피곤하니까 말이야.’


킹메이커를 자처하기로 한 나는 문득 잊고 있던 사실이 생각났다.


아침 일찍부터 진다방을 너무 오래 떠나있었다는 것 말이다.


* * *


‘이런. 너무 오래 자리 비웠나.’


적어도 한 두 시간은 마감 손님을 받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웃돈 주고 택시까지 타서는 진다방까지 도착했다.


그런데.


‘뭐야···. 손님이 줄을 섰어?’


진다방 앞에 10명가량의 손님이 줄을 서고 있었다.


‘다 어르신···?!!’


게다가 김수혁의 어린 팬들도 아니었다.

허리가 굽고, 지팡이를 짚고 계신 어르신들이 진다방 앞에 진을 치고 서있는 것이다.


“어, 어떻게 오셨어요?”


그러자 내 주위로 모여드는 어르신들이었다.

그들은 얼른 커피를 내놓으라며 거의 시위를 벌이는 느낌이었다.


“커피 줘, 어여!”

“여기가 그렇게 맛있담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쳐다보자 어르신 중 한 분이 크게 소리쳤다.


“명자 할매가 그러는데! 요 집 커피 먹고 나면은, 몸의 피로가 싸악! 가신대!”

“그 정도로 맛있다고?”

“그래 총각! 어디 함 줘봐!”


···큰일 났다.

커피차에서 드린 커피를 드신 명자 할머니가 노인회관에 소문을 낸 모양이었다.

루왁커피의 정체를 알 리가 없으니 그저 ‘맛있는 커피’로 소문난 건 다행이었지만.


‘벌써부터 손님이 이렇게 많아져···?’


순간 난 깨달았다.

유명해진다는 건, 박수호나 김상태처럼 나 또한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음을 말이다.


‘애초에 피한다고 피해지는 게 아니었던 건가···.’


그렇게 헛웃음을 짓고 있던 그때였다.


“맞다. 그, 수호네 엄마 있잖여···?”


어르신들의 사담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진귀한 정보가 흘러나왔다.


‘수호네 엄마···?!’


박수호를 두고 떠난 사람이자, 수호 할아버지의 일기장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들인 박수호의 연락도 받지 않던 그녀의 행방이, 시골의 입소문으로부터 꼬리가 밟힌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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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대본 리딩 +6 24.01.01 3,770 11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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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관광도시 프로젝트 23.12.23 5,227 121 16쪽
33 두 마리 토끼와 황금사자 +4 23.12.22 5,475 128 18쪽
32 마케팅 대결 +5 23.12.21 5,722 119 17쪽
31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3 23.12.20 5,910 129 17쪽
30 진우진이 돌아왔다고? +2 23.12.19 6,020 135 17쪽
29 정면 돌파 +12 23.12.18 6,147 130 16쪽
28 냉해 입은 존재들 +15 23.12.17 6,646 14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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