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귀농했더니 국보급 관광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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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03 14:44
최근연재일 :
2024.01.10 01:04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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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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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7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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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차기작

DUMMY

“수호 엄마가 글쎄···.”


역시,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법이었다.

유명해지고 싶지 않아도 유명해지고, 연이 닿지 않아도 만날 사람은 어차피 만나게 되는 것.

물론 단순히 뜬소문에 그칠지도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근거는 있으리라 생각됐다.


‘시골 소문은 한순간에 쫙 퍼지니까.’


그렇게 어르신들 말씀에 귀를 기울이던 그때.


“···일단 들어가서 얘기혀. 추우니깐.”

“그려 그려! 입 돌아가겄어!”


중요한 순간에 입을 싹 닫는 할머니들이었다.

힘이 쭉 빠진 나는 일단 진다방의 문을 열면서 외쳤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오늘은 2시간 정도 영업할 테니, 어서 들어오세요!”

“난 또 내일모레 여는 줄 알았넴.”

“이 집은 문 열고 닫는 게 제 멋대로여.”

“명자 언니가 할 때는 안 이랬는데.”

“그러니깐.”


진다방에 들어가며 할 말은 다 하는 어르신들이었다.

중요한 건 그 소리가 너무 커 내 귀에 다 들렸다는 것.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는 소심하게 중얼거린 뒤 10명의 어르신들을 차례차례 안으로 모셨다.

.

.

.


-드르르르륵···!


창고에 있던 테이블 하나와 남은 의자를 모조리 꺼내왔다.

진다방 이후 가장 많은 동시 손님이었기 때문이다.


‘겨우 딱 되네 10명.’


덕분에 같은 일행이 아닌데도 같은 테이블에 합석하게 된 상황.

뭐, 어차피 다 아는 동네 어르신들이긴 하지만 말이다.


“커피 뭐 드릴까요?”

“암거나 줘!”

“아니, 그 명자 언니 잡순 거 먹어야지!”

“맞다! 그려, 그걸로 줘!”


테이블에 앉은 채로 외치는 어르신들이었다.

아무거나 달라고 주문한 그들은 바글바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명자 할머니가 얼마나 자랑했으면···.’


아무래도 커피차에서 드린 K-루왁커피를 마시고 동네방네 자랑한 모양이셨다.

허리가 펴지고 추측하기론 관절염도 어느 정도 나으셨을 터.


‘그냥 맛있다고 소문나서 다행이다···.’


만약 우리 커피에 요상한 효능이 있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다.

사향고양이 녀석의 생산력도 한정돼 있거니와, 자칫 더 크게 소문나면 서울 사람들, 아니 세계의 사람들이 너도나도 맛보겠다고 웃돈 주고 찾아올 수도 있었으니까.


“죄송한데, 오늘 그 원두는 떨어져서요.”

“으잉? 아니, 커피 파는 데서 커피 준비도 안 하고 뭐 했대?”

“어유 언니. 장사 초보잖여. 우리가 이해해줘요.”


명자 할머니가 먹었다던 커피를 못 먹게 되자 할머니 한 분이 볼멘소리를 했다.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젊은 층처럼 소문난 음식은 자기도 먹어봐야겠다는 심리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려. 아무 커피나 줘! 우린 암거나 다 잘 먹으니깐!”

“그지. 어차피 죽을 때 다 되가지고, 암거나 먹고 죽어도 괜찮여.”


죽음을 소재로 한 농담으로 껄껄 웃는 무서운 어르신들이었다.

나는 뼈가 좋아지는 K-루왁커피와 비슷한 효능을 가진 스위트 루왁커피를 제조하기로 했다.


‘덕분에 내 허리랑 목도 거의 나았으니까.’


꾸준히 복용하면 일상생활에 엄청난 쾌적함을 가져다주는 신비한 루왁커피.

박수호의 할아버지가 쓴 일기장만 찾는다면 그 이상의 효능을 발견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커피 나왔습니다!”

“아이고, 여긴 잔이 참 희한하네.”


인터넷으로 심혈을 기울여 주문한 고급 머그잔이었다.

어르신들은 커피는 안 마시고 이리저리 머그잔을 둘러보며 재밌다는 듯 감상평을 나누셨다.


그리고 잠시 후.


“음···. 어뗘?”

“달달하니 맛있는데?”

“명자 언니가 거짓말한 게 아녔네!”


스위트 루왁커피를 마신 어르신들은 저마다 감탄사를 내뱉었다.

심지어 진다방의 전신인 행운다방의 주인 명자 할머니와 비교하기도 했다.


“명자 언니 것보다 여기께 더 맛있네!”

“그니깐은. 역시 젊은 사람들이 감각이 좋네···.”


그리고선 이어서 말하는 어르신들이었다.


“다른 할멈들도 데려와야겠다.”


···그건 좀 자제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손님이 늘어나는 걸 원치 않는 사장인 나였다.


-끼이익···.


그때였다.

가득 찬 진다방에 젊은 여자 손님이 들어왔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눈에 띄는 모습이었다.


“저, 죄송한데 지금 자리가 없어서요.”

“테이크아웃 할 건데요.”


어딘가 모르게 차갑고 딱딱한 서울 말.

등 뒤에는 커다란 백팩을 멘 그녀였다.


‘김수혁 팬은 아닌 것 같은데···.’


정체가 수상한 그녀에게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일회용 컵에 건네주었다.

그러자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던 그녀는 이내 다방을 나섰다.


‘아, 설마···?’


지난번 얘기가 나온 JBS에서 고용했다던 프리랜서 기자일 수도 있었다.

물론 나의 추측이긴 하지만, 백팩에도 카메라가 들어있을 가능성이 농후해보였다.


‘···역시.’


창문 밖의 그녀는 어느새 꺼낸 카메라로 진다방의 건물 외관을 찍고 있었다.

김수혁의 팬들과는 풍기는 냄새와 이미지가 전혀 달랐다.


‘뭔가 차갑고, 인간미가 안 느껴져.’


심지어 지금은 카메라 렌즈의 방향이 정확히 나를 향해있었다.

즉, 목표는 이 다방이 아니라 나라는 것.


하지만 걱정할 건 없었다.

백시후도 내가 준 루왁커피 덕에 금연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었고, 드라마 촬영 후에도 현장의 쓰레기를 한 톨도 남김없이 가져갔다고 전한 도강훈 감독이었으니까.


‘한번 잡아보라지. 흠집.’


문득 차민주가 참 무섭게 느껴졌다.

얼마나 시청률 전쟁에서 이기고 싶었으면 이런 시골에 스파이까지 심어놓는단 말인가.


“근데 아까 뭔 얘기여?”

“뭐가.”

“아니, 수호 엄마 얘기하려다 말았잖어.”


그때였다.


옹기종기 모인 어르신들이 마침내 비밀스런 이야기를 꺼냈다.

루왁커피의 비밀과 관련된 일기장을 가져간 수호네 엄마 얘기였다.


“그게 있잖여···.”


마치 일급비밀을 이야기하듯 한 할머니가 운을 띄웠다.

나는 커피머신을 청소하는 척 모든 말 한마디 한마디를 귀에 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그녀에 관한 모든 정보를 취합했다.


*


“들어가세요 어르신들!”

“으이. 담부턴 제시간에 열고.”

“난방 좀 따땃하게. 오늘 좀 춥더라고.”


어느새 마감 시간이 다가왔고 어르신들은 한마디씩 남기면서 진다방을 나섰다.

들어올 때보다 활기가 넘쳐 보이는 어르신들이었다.


‘그나저나···.’


박수호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난 나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녀는 너무나도 잘살고 있었다.


‘서울에 올라가 재혼까지 성공했다라···.’


힘겹게 자란 박수호와는 전혀 다른 전개의 삶이었다.

지난번 박수호가 얘기했던 것처럼 빚에 허덕이던 그녀는, 어느 날 운 좋게도 건실한 기업체를 가진 남자와 눈이 맞았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소문뿐이었지만, 이 얘기 덕분에 더욱더 박수호를 성공시키고 싶었다.


‘국민적인 배우가 된다면···. 뼈저리게 후회하겠지.’


최고의 복수는 성공이다.

그리고 나는 박수호에게 그런 기회를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이번 작품으로는 무리고···. 차기작으로 말이야.’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하이틴물.

차기작을 통해 박수호와 백시후를 한번 띄워보고 싶었다.

마치 예전 신인 때의 차유정처럼 말이다.


나는 핸드폰에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그리고 그는 바로 내 전화를 받았다.

리얼패치의 진상준 기자였다.


“안녕하세요 기자님. 혹시 보도자료 하나 부탁드려도 될까요?”


-보도자료요? 갑자기 어떤···?


“저희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 박수호 홍보 좀 부탁드립니다.”


-네? 박수호가 누군데요?


주연배우도 아닌 조조연을 알 리가 없는 진상준이었다.

게다가 단 한 번도 출연한 적 없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일반 고등학생이었으니까.


결국 나는 그와 거래를 하기로 했다.


“박수호 배우 한 번만 띄워주시면, 저도 좋은 정보 하나 드리겠습니다.”


-오, 무슨 소스 있으세요?


그제야 구미가 당긴다는 듯 그의 목소리가 변했다.


“그럼요. 제 차기작 정보, 단독으로 드리겠습니다.”


-이야, 차기작이 말씀이시죠?


차기작과 단독이란 단어에 점점 목소리 톤이 올라가는 그였다.


“거래하시겠습니까?”


-물론이죠 작가님! 기사 하나 쓰는 게 뭐 어렵나요. 박수호라···.


그는 뭔가를 적는 듯 잠시 침묵했다.

아마 박수호에 대해 검색해보는 중인 것 같았다.


‘아직 안 나올텐데···.’


속으로 웃던 나에게 진상준이 궁금하단 어조로 물었다.


-작가님. 언제 올리면 좋을까요?


“빠르면 좋습니다.”


-오케이. 그럼 오늘 바로 띄우겠습니다. 얼굴천재, 연기천재 신인배우 박수호 이렇게!


“···벌써 찾으셨어요?”


-네. 인스타에 나오네요.


벌써부터 검색을 마친 진상준이었다.

역시 연예부 기자의 검색 능력은 차원이 달랐다.


기분좋게 거래를 마치고 전화를 끊으려던 나에게 그가 물었다.


-저기 근데,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그런데요. 박수호는 왜 띄워주는 겁니까? 완전 신인 같은데요.


그의 질문에 나는 골똘히 생각한 후 나지막이 답했다.


“띄워주는 게 아니라···. 대중에게 미리 알리는 것뿐입니다. 재능이 확실하거든요.


-아···. 그렇습니까? 저도 앞으로 지켜봐야겠네요.


진상준은 내 말의 무게를 알겠다는 듯 답했다.


한 번도 연기를 배우지 않은 사람의 연기가 아니었다.

박수호는, 장차 대한민국을 대표할 배우가 될 것임이 확실했으니까.


* * *


어느덧 4월의 봄이 찾아왔다.

꽃샘추위도 거의 물러가 진다방에 오는 손님들의 옷차림은 형형색색 밝아보였다.


“저희 곧 마감시간입니다!”


오늘도 가득 찬 다방의 내부.

나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손님 중 일부 어르신들은 들은 체도 안 하고 하던 대화를 이어나갔다.


하긴, 마감 시간이 뭐가 중요하랴.

이곳은 커피와 함께 시간과 공간도 파는 곳.

다방 문을 몇 분 늦게 닫는 것쯤이야 전혀 신경 쓸 바 아니었다.


‘그동안 훈훈한 소식만 있었지.’


<신묘한 고양이 다방>의 드라마 촬영은 막바지에 이른 상태였다.

이대로라면 단 하나의 잡음도 없이 성공리에 마칠 수 있는 것이다.


어느새 개학을 한 박수호는 드라마 출연 소식에 학교에서 이미 스타가 됐다고 한다.

또, 박수호 할아버지의 치매는 다행스럽게도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있었다.


‘현상 유지만으로도 기적이지.’


내가 중간중간 루왁커피를 전해드린 덕분이었다.


“안녕히 계세요!”

“저희 다음에 또 올게요!”


손님들 중 젊은 팬들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기하게도 진다방을 찾아오는 손님 유형은 동네 어르신들과 김수혁 팬들의 콜라보였다.

노인 반, 젊은 층 반.

김수혁 팬들은 다행히 김수혁을 실물로 영접하고 행복한 얼굴로 서울로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총각. 요거 커피값!”


뿐만 아니라 동네 어르신들과도 많이 친해졌다.

대소사를 주제로 소소한 대화를 나눌뿐만 아니라, 지금처럼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가져다주시곤 했으니까.


“이게 뭐에요?”

“보면 몰러? 유채꽃! 요 앞에 꽃이 폈더라고.”


봄이라 그런지 노란색 유채꽃을 따다가 갖다주는 할머니였다.

이렇듯 시골에서 평화롭게, 적당한 손님만을 받으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물론 차기적도 쓰면서 말이지.’


영업을 하면서 중간중간 틈틈이 차기작 대본도 썼다.

이번에는 루왁커피의 섭취량을 지난번보다 조금 줄였지만, 집필 속도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아무래도 박수호와 백시후라는 주인공을 상정하고 쓴 덕분인 것 같았다.


“커피 잘 마셨어요.”

“······.”


여전히 선글라스를 낀 여자 손님은 일주일에 두 번꼴로 찾아왔다.

그야말로 진다방의 단골손님이라 할 수 있는데···.

JBS, 즉 차민주가 심어놓은 기자라는 심증이 확실했지만 그녀는 자신을 파워블로거라고 소개할 뿐이었다.


“이제 당분간 못 올 것 같아요.”


그녀는 자리를 뜨면서 말했다.

보아하니 기자로서 흠집 잡을 거리가 도저히 없어서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 모양이었다.


“기자 맞죠?”


내가 불러세우자 그녀는 멈춰설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백팩에서 커다란 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꺼낸 뒤 대놓고 내 얼굴을 향해 한 방 찍을 뿐이었다.


-찰칵!


“다음에 또 봐요.”


저 여유로운 미소.

언젠간 뭔가 해내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 같았다.


잠시 후.


-철컥!


공식적으로 진다방의 영업이 끝이 났다.

나는 머신의 정리를 마친 후에도 곧바로 집에 돌아가지 않는 루틴이 생겼다.


이곳은, 일종의 실험실이자 나의 작업실이었다.


‘새로운 루왁커피도 만들어보고, 대본도 쓰고 말이지.’


마치 연극이 끝난 무대에 선 것처럼, 영업을 마친 뒤의 다방에서 뭔가를 한다는 건 묘한 설렘을 주는 일이었다.


나는 턴테이블에 블루스 음악의 LP를 올려놓은 뒤 노트북 앞에 앉았다.

어느덧 ‘차기작’이라고 써진 폴더 안에는 12개의 한글 파일이 작성돼 있었다.


‘내가 봐도 미친 속도다.’


-타닥, 타다닥···.


그렇게 아무도 없는 다방에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던 그때였다.


-지이잉!


핸드폰에 전화가 오는데, 화면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차민주 피디].


‘뭐야? 갑자기?’


나는 작업의 마무리를 위해 전화를 받지 않은 채 계속 타이핑을 이어나갔다.

끈질기게 전화는 끊기지 않았고 진동 소리가 울려댔다.


‘아우, 시끄러.’


이윽고 시원하게 엔터키를 입력한 나는, 작업을 끝내고서야 차민주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작가님. 많이 바쁘신가봐요? 전화를 참 늦게 받으시네.


“시골도 할 일은 많습니다.”


역시 본론부터 말하지 않고 사람을 비아냥대는 말투로 전화를 시작하는 그녀였다.


-듣기로는 다방 하신다면서요? 이름이 진다방이었나?


“어떻게 아셨습니까?”


파워블로거라는 그 사람, 역시 기자가 맞았다.

좀 제대로 숨기든가하지, 본인의 꾀에 넘어가는 수가 얕은 차민주였다.


-뭐. 누구한테 들었어요.


“아, 예.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


그러자 차민주 피디는 특유의 껄렁대는 말투로 말했다.


-아니 뭐, 보셨나해서요.


“예? 뭘요?”


-왜 이러시나. 저희 드라마요. 장미아파트! 오늘 첫 방 보셨을 거 아니에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4월 중순이면 장미아파트 첫 방을 하는 날이 맞긴 했다.


개밥 주랴, 놀아주랴, 작물 퇴비 주랴, 커피 팔랴, 대본 쓰랴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아서 경쟁사 드라마를 신경 못 쓰고 있었다.


-설마, 진짜 안 보셨어요?


“예. 시간 날 때 꼭 보겠습니다.”


-아아. 알겠다. 안 보신 게 아니라 못 보신 거구나?


“그게 무슨···?”


차민주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너무 잘 만들었을까 봐! 그런 거죠?


“······.”


혼자 상상의 나래를 잘도 펼치는 차민주였다.


-아무튼, 그쪽 드라마는 촬영 잘 됐어요?


“글쎄요.”


-자신 없으시구나! 작가님은 요새 그럼 커피만 파세요? 제가 안부 차 연락드렸어요.


안부는 무슨.

간 보려고 전화한 거겠지.


“전 드라마 차기작 쓰고 있습니다.”


-차기작이요? 고양이 다방은 벌써 포기한 거에요? 농담이에요 농담!


슬슬 전화를 끊고 싶었지만 그녀가 말을 쉬지도 않고 이어나갔다.


-근데 어떡해요? 작가님 집필 속도 엄청 느리시잖아요. 또 세월아 네월아 몇 년 걸리시는 거 아니신가? 걱정되서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에이 그래두···. 제가 작가님 젤 잘 아는데.


“초고 다 썼거든요.”


-네···? 뭔 초고를 다 써요? 아, 1화요?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재확인에 들어갔다.


“아뇨. 12부작 12화까지. 초고 다 썼다고요 피디님.”


그러자 핸드폰 너머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아마 뒤통수를 후려맞은 기분일 것이다.

본인은 1화 첫 방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는 다음 차기작 대본을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12부작 드라마 대본이 벌써 다 나왔다니.


‘괜히 전화했다가 엄청 뒤처지는 기분이겠네.’


행복은 상대적인 것.

내가 앞서는 줄 알았다가 사실은 레이스의 한참 뒤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인간을 불행해지기 마련일 것이다.


나는 멍하니 속이 끓고 있을 그녀에게 전화를 끊기 전 마지막 한마디를 날렸다.


“피디님. 느리시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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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슈퍼푸드 +4 24.01.04 3,301 111 15쪽
44 진다방 오픈 +8 24.01.03 3,524 116 18쪽
43 스노우볼 굴러가유 +6 24.01.02 3,650 113 14쪽
42 대본 리딩 +6 24.01.01 3,769 115 16쪽
41 가짜 관광객 +1 23.12.31 3,972 106 17쪽
40 레시피의 단서 +4 23.12.29 4,125 118 18쪽
39 이거, 꽃놀이패였군요? +4 23.12.28 4,304 108 18쪽
38 재능은 꽃 피우는 거야 +3 23.12.27 4,470 121 15쪽
37 인생은 마법 같은 일 +5 23.12.26 4,710 121 15쪽
36 새해 맞이 특종 +4 23.12.25 4,880 126 14쪽
35 크리스마스 대소동 +5 23.12.24 5,102 127 16쪽
34 관광도시 프로젝트 23.12.23 5,226 121 16쪽
33 두 마리 토끼와 황금사자 +4 23.12.22 5,474 128 18쪽
32 마케팅 대결 +5 23.12.21 5,722 119 17쪽
31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3 23.12.20 5,908 129 17쪽
30 진우진이 돌아왔다고? +2 23.12.19 6,019 135 17쪽
29 정면 돌파 +12 23.12.18 6,145 130 16쪽
28 냉해 입은 존재들 +15 23.12.17 6,644 146 18쪽
27 유자와 탱자 +6 23.12.16 6,773 153 17쪽
26 허니 스위트 루왁커피 +4 23.12.15 6,927 147 17쪽
25 내가 자꾸 유명해진다 +7 23.12.14 7,278 148 16쪽
24 음악은 작물도 춤추게 해 +6 23.12.13 7,283 17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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