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귀농했더니 국보급 관광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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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03 14:44
최근연재일 :
2024.01.10 01:0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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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8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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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원대한 꿈 : 네버랜드

DUMMY

다음 날.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피를 한 잔 내렸다.

그리고는 따스한 봄기운을 느끼며 자연스레 노트북 앞에 앉았다.


‘장미아파트 1화를 봐볼까나.’


그렇게 자신만만해하던 JBS 차민주 피디의 역작.

방영 전부터 온갖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에 대한 자신감이 하늘에 찌른다는 걸 세상에 표명했다.


‘얼마나 재밌는지 한번 보자.’


아직 꿈나라에서 깨지 않은 똥싸개와 백설기를 위해 나는 노트북에 헤드셋 선을 꽂았다.

그리고는 OTT에 접속해 <장미아파트 1화>를 클릭했다.


커피와 함께 모닝빵에 땅콩버터를 발라먹으며 감상하던 나는 인트로 화면부터 느낀 것이 하나 있었다.


‘내가 썼던 거랑 완전 딴판이네.’


기획 때부터 내가 썼던 장미아파트는 분명 인정 넘치는 휴머니즘 느낌이었다.

그런데 지금 영상에 흘러나오고 있는 드라마는 완벽히 어두컴컴한 스릴러였다.

시작부터 골목길을 비추며 긴장감을 자아내고, 도시의 분위기는 고담시티처럼 연출했다.


그야말로 대본을 완전히 뜯어고친 수준.


‘아침에 볼만한 드라마는 아닌데···?’


그렇게 나는 빵을 씹어 먹으며 드라마를 조용히 감상했다.

1화의 런닝타임은 무려 70분.

넣고 싶었던 내용이 많았는지 꽉꽉 눌러담은 모양이었다.


‘역시나 살인 사건으로 엔딩 치는 구나.’


스릴러 장르로 변모한 드라마답게 1화의 끝은 살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뻔한 내용은 아니었다.

복선을 던지고 매끄럽게 회수하는 능력과,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끌고 가는 힘은 신인작가 김수아 혼자만의 작품이 아닌 듯 보였다.


역시나 크리에이터로 붙은 라이징 스타작가 지연수의 힘이 클 것이었다.


‘돈도 쏟아붓고, 사람도 갈아넣은 보람이 있겠네.’


초기에 내가 기획했던 주제와는 완전히 달랐지만,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은 어느 정도 끌 수 있을 거라 생각됐다.


나는 OTT 화면 창을 끈 뒤, 곧장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리고는 속으로 혼자만의 내기를 했다.


‘이 정도면···. 첫방 시청률 4% 예상한다.’


단순 유치한 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대중과 나의 괴리감을 테스트할 수 있는 엄연한 실험이었다.


나는 검색창에 장미아파트라고 입력한 뒤에 엔터키를 눌렀다.

그리고 그 결과···.


[장미아파트 1회 : 4.5%]


‘오, 역시···!’


좋아해야 할지 긴장해야 할지 모르겠다.

예측한 수치와 근접했으니 아직 내 감이 죽지 않았음을 자축해야 할지, 아니면 장미아파트의 출발이 썩 좋은 것을 경계해야 할지 말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호불호는 갈리는 편이었다.

자극적인 맛이 재밌었다는 사람과, 보다가 지쳐 채널을 돌렸다는 사람으로 나뉘었다.


물론, 결과론적으로 드라마는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주기에 차민주 입장에선 지금쯤 이른 아침부터 파티를 열고 있을 수도 있었다.


‘아참. 오늘 우리도 막촬이지.’


사실상 촬영이 끝난 거나 다름없는 <신묘한 고양이 다방>이었다.

도강훈 감독 또한 동시간대로 맞붙을 예정일 장미아파트를 신경쓰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감독님. 그동안 촬영 고생 많으셨습니다! 찍어보시니 어떠셨나요? 저희 꺼, 잘될 것 같습니까?]


나는 도강훈 감독에게 조용히 문자 하나를 넣었다.

다방 영업도 있고 해서 매번 촬영장을 갈 수 없었기에 현장 상황이 궁금했던 나였다.

대본으로는 재밌다하더라도 막상 찍었을 때 결과물은 전혀 다를 수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지이잉!


문자를 보낸 지 30초도 되지 않아 곧바로 답장이 왔다.

역시 촬영 날에는 새벽부터 일어난다더니 이 사람, 일에 관해서는 정말이지 무서울 정도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작가님!]


도강훈 감독은 파이팅 넘치게 인사부터 건넸다.

그리고 이어서 보낸 문자에 우리 드라마의 미래가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제 생각에는···. 잘 뽑힌 것 같습니다!]


됐다.

기준이 엄격하게 높은 도강훈 감독조차 잘 뽑힌 것 같다고 말한 정도라면···.


‘걱정 안 해도 되겠네.’


문득 한 달 뒤가 기대됐다.

그때는 장미아파트 5화 방영일이자, 신묘한 고양이 다방의 첫방 날짜였으니까.


지금 추세라면 어쩌면 상대측은 10%의 시청률을 바라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 틈바구니를 후발주자인 우리가 꺾을 수 있을지···.


‘해보지 뭐.’


재미있는 게임이 될 것 같았다.


* * *


아침 식사를 마친 나는 잠에서 깬 똥싸개와 백설기에게 사료를 채워준 뒤 진다방으로 출근했다.

오픈조부터 마감조까지 사장 혼자 모든 걸 도맡아 하는 구조.


‘응···?’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평소보다 손님이 없었다.

촬영이 끝나서 김수혁 팬들이 오지 않아서일까?

다방 안에는 그저 어르신 두 분이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기엔 어르신들도 너무 적은데.’


설마, 커피가 입맛에 안 맞으셨나?

분명 내 앞에서는 맛있다 하셨는데···. 괜히 입에 발린 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유, 여기도 손님이 없네!”


그때였다.


익숙한 얼굴의 아주머니가 다방 안으로 들어왔다.

요 앞 영심이 치킨의 주인아주머니였다.


“안녕하세요!”

“안녕 못 하지. 장사도 안 돼 죽겠는데!”


웬일인지 오늘은 아무런 컨셉도 하지 않은 평범한 모습이었다.

가게 안에서만 컨셉이 발동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다들 어디 가셨나봐요.”

“응. 5일장 갔지 다들!”


이제야 어르신이 적은 이유를 알았다.

다들 시장에 가서 손님이 한산한 것이었다.


‘휴. 난 또 커피가 맛없는 줄 알았네.’


이젠 드라마보다 다방에 더 신경쓰는 것 같은 나였다.


그런데, 영심이 아주머니는 빈 테이블에 앉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커피 한 잔 드릴까요?”

“돈 주고 사먹을 겨.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잔!”

“네!”


가게에서 뵀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뭔가, 훨씬 더 인간미가 넘친다고 해야 하나.


“뜨아 나왔습니다.”

“아이고, 잘 먹겠습니다.”


능청을 떨며 머그잔을 받아드는 그녀였다.

나는 그녀가 무슨 근심이 있는듯하여 맞은편에 앉았다.


“무슨 고민 있으세요?”

“고민이 다 돈 문제지 뭐. 장사가 너무 안되니깐.”

“그러시구나···.”


치킨집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어서 차마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뜨거운 커피를 한잔 들이킨 그녀는 나를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총각네는 장사 잘되던데?”

“아, 저요?”

“그래. 요즘 사람들이 치킨을 별루 안 좋아하나? 그건 또 아닌 것 같은데···.”


괜히 나는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드라마 촬영 때문에 젊은 손님들은 전부 내 쪽으로 왔고, 어르신들마저 모이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진다방이었으니까.


그에 반해 영심이 치킨은 매일 빈자리로 가득한 처지.

종종 나는 그곳에 들려 통닭을 포장해가거나 드라마 스탭들에게 한 턱 쏘기도 했지만 그녀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바라는 듯했다.


“근데, 욕쟁이 컨셉은 아직도 하고 계세요?”

“몰겠어 아주! 인터넷에선 욕쟁이 할매가 인기라길래 나도 함 따라해봤더만, 여긴 노인네들만 있어서 그런지 전혀 소용없더라구!”


주메뉴인 치킨보다 캐릭터에 더 신경을 쓰는 그녀였다.

하긴, 치킨은 내가 먹어봤지만 손볼 데가 딱히 없었다.

바삭바삭한 얇은 튀김옷에 속살까지 아주 부드러웠으니까.


‘진짜 마케팅이 문제인가?’


감히 판단하자면, 그녀는 어르신들의 눈에는 다소 차갑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긴 했다.

욕쟁이 컨셉이 아니더라도 기본 말투가 조금 딱딱하긴 했으니까.


“말투를 좀 상냥하게 해보는 건 어떨까요?”

“상냥하게?”

“네. 어르신들은 친절한 거 좋아하시잖아요.”


그러자 내 말을 듣고 난 그녀는 초조한 듯 머그잔을 손톱으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어서 의외의 말을 내뱉었다.


“어유, 나 오글거려서 잘 못해 그런 거.”

“에이. 저번에 엄청 친절하게 하시던데? 근데 그건 친절한 게 아니라 너무 과해서 좀 부담스러웠어요.”

“그러니까! 내가 자연스럽게 상냥한 걸 못 하겠더라고. 원체 성격이 무뚝뚝해서 그런가?”


이게 치킨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의 고민인지, 배우를 지망하는 지망생의 고민인지 헷갈렸다.


그런데 그때.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럼 연기를 배워보는 건 어떠세요?”

“연기···? 내가 연기를?”

“네. 성격이 무뚝뚝한데 친절하게 말하는 건 일종의 연기잖아요. 음, 캐릭터라고나 할까?”


내 말을 들은 그녀는 혹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


“여기요!”

“유진···. 연기 아카데미?”

“네. 여기 가시면 연기 가르쳐드리거든요. 물론 다 학생이긴 하지만.”

“아유 남사스러워! 그런 곳에 이 아줌마가 어떻게 껴!”

“괜찮아요. 제 이름 대고 원장님한테 1대1로 배우시면 가르쳐주실 거예요?”

“1대1···?”


1대1이란 말에 표정이 그나마 풀리는 영심이 아주머니였다.


“네. 원장님이 진짜 연기에 열정 넘치시거든요. 얼마나 넘치시면 40대 후반인데 아직 결혼도 안 하시고 하루종일 학생들 가르치기만 하세요.”“그래···? 그 양반도 싱글이야?”


응?

갑자기 다른 쪽으로 분위기가 바뀐 듯 한 그녀였다.


“···네. 그게 뭐 중요한가요?”

“흠. 그치? 근데 재밌겠다! 연기 배우는 거!”


갑자기?

그녀는 명함을 소중하게 챙겨 자신의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는 명랑한 걸음으로 총총 다방 문을 나섰다.


“고마워 총각! 내가 한번 제대로 노려서 성공해볼게!”

“아, 네. 필요한 거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뭘 노리고 뭘 성공한다는 건지 조금 아리송했다.

하지만 영심이 아주머니의 밝은 표정을 보니 다행히 도움을 드린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이게 시골사는 묘미구나.’


동네 사람들끼리 부대끼는 맛이 사는 요즘이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이 맛.


그나저나, 5일장의 여파인지 다방 안은 한산했다.

슬슬 마감을 쳐볼까 생각하던 찰나였다.


-지이잉!


요란한 문자가 하나 날아왔다.


[촬영 끄으읕!!!!!! 작가님 저 놀러갈래요~~~!!!]


오늘부로 마지막 촬영을 마친 배우 차유정이었다.


‘풉. 완전 신났네 얘.’


* * *


집에 돌아오니 노트북 앞에서 서성이는 사향고양이 녀석이었다.

언제부턴가 저렇게 내 노트북을 마음대로 열어 사용할 줄 아는 영물이었다.


“야. 너 또 내 노트북 하고 있냐?”


-어차피 안 쓸땐 상관없지 않소로이까?


“아니, 비밀번호는 어떻게 안 건데?”


한 번도 녀석에게 비밀번호를 말한 적이 없는 나였다.

미쳤다고 고양이에게 노트북 비밀번호를 말하겠는가.


-그야 당연하다냥! 비밀번호가 다름 아닌···. 카이사르였소로이다!


데우스 엑스 카이사르.

왕족 똥싸개가 주장하는 말레이시아에서의 자신의 이름이었다.


“와, 그걸 맞췄다고?”


-인간. 너 혹시 날···. 동경하고 있었소로이까?!


갑자기 우월감에 젖은 녀석의 얼굴이었다.


-왈! 왈왈!


요 몇 달 사이, 덩치가 어느덧 더 커진 백설기가 조용히 하라며 짖어댔다.

그러자 어디서 배웠는지 백설기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리고선 후다닥 도망가버리는 데우스 엑스 카이사르님이었다.


‘이젠 덤비지도 않구나.’


침대 구석으로 들어가 숨어있던 똥싸개가 갑자기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러더니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맞다! 좀 전에 누가 왔다갔소로이다.


“뭐···? 누가 왔다가?”


-누군진 모르겠소로이다. 여자 인간 하나가 창문 밖에서 한참을 훔쳐보다 갔소로이다!


“뭐야. 진짜야 그거?”


-진짜지 그럼! 고양이 말을 못 믿소로이까?


-왈! 왈왈!


-거보라냥! 얘도 봤다고 하고 있소로이다.


남의 집까지 찾아오는 건 선 넘었지.

분명 JBS에서 보낸 기자의 짓일 것이다.

진다방에 매일 같이 찾아와 주변을 힐끔거리던 기분 나쁜 그 사람.


‘이거 안 되겠네.’


한 번만 더 이런 짓을 벌인다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다방은 몰라도 사유지에 마음대로 들어오는 건 상당히 불쾌한 일이었다.


-작가님!!!


그때.


밖에서 차유정의 생기발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들었던 분노가 싹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여친 왔소로이까?


-왈?


“그런 거 아니거든?”


-하하하! 부끄러워 한다냥! 얼레리꼴레리다냥!


자기 혼자 신난 녀석은 자연스럽게 비밀 통로로 쏙 들어갔다.

이젠 교묘하게 인간을 놀릴 줄도 안다니.

어째 인공지능처럼 날로 갈수록 인간다워지는 똥싸개였다.


*


“우와. 이제 완전 봄이에요 작가님!”


따뜻한 날씨.

마당에 매달린 해먹에 누워 봄을 만끽하는 그녀였다.


“고생 많았어. 거의 몇 달 동안 시골에 눌러살았네?”

“그래도 좋았어요! 뭔가 좀 건강해진 거 같기도 하구!”

“그래? 공기가 좋아서 그런가?”

“음. 그것도 있구···. 아! 시내에 온천 호텔 진짜 좋아요! 다음에 작가님도 꼭 가보세요!”


지난번 김상태 주무관이 추천했던 그곳이었다.

유시진이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배우들을 이끌고 데려간 호텔.


‘겉은 허름해보였는데, 안은 좋았나보네.’


마치 휴양지라도 온 듯 선글라스를 쓴 채 해먹에 누워 있는 차유정이었다.

촬영도 끝났겠다, 정말로 마음이 편해보였다.


“너 진짜 좋아보인다 지금.”

“네! 너무 행복해요! 우와, 작가님. 저것 좀 봐봐요!”


선글러스를 머리 위로 올려 쓴 그녀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 노을,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

“그러네.”


마치 드라마나 영화를 본 듯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는 그녀였다.

순간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산뜻한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칼과 커다란 눈망울이 노을빛에 반사돼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역시 배우는 배우네···.’


나는 그녀에게 슬며시 입을 열었다.


“유정아. 물어볼 게 있는데···.”

“···네?”


그녀가 약간 놀란 듯이 대답했다.

내가 물어볼 것은 다름 아닌 기자에 관한 내용이었다.


“너 혹시 기자가 따라다닌 적 있니?”

“기자요? 아이 많죠. 팬들도 따라다닌 적 있고. 근데 왜요?”

“아니. 좀 전에 기자가 우리 집 앞에 서성거렸다는 거야.”

“진짜요? 완전 똥매너다.”


마치 자신의 일처럼 미간을 찌푸리는 그녀였다.


“그치? 아, 걱정이네.”

“왜요? 그 자식 또 올까 봐?”

“그것도 그런데. 드라마 방영되면 아마 관광객들도 좀 찾아오지 않을까?”

“아, 그렇겠네···? 그! 가수 이유리처럼 말이죠?”


그녀의 말에 나는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 제주도에 살았던 슈퍼스타 이유리.

워낙 막강한 영향력에 제주도에 놀러 간 사람들이 그녀의 집을 무턱대고 촬영하고, 마음대로 찾아갔다는 이야기는 이미 항간에 널리 퍼진 사실이었다.


“맞네. 역시 유명해지는 건 피곤하단 말이지.”

“그러게요···. 아니 무슨 작가님 집까지 찾아오냐.”


내가 한숨을 푹 내쉬자 차유정은 똑같이 따라했다.

나는 의자에 기대 봄 하늘을 보며 소원을 빌 듯 중얼댔다.


“아무나 못 오는, 나만의 공간이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하! 그런 곳 있으면 저도 좋겠네요.”


아저씨처럼 해먹에 드러누운 차유정은 잠시 후 꿈을 꾸듯 중얼거렸다.


“초대된 사람만 올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모든 게 있는···. 그죠?”

“응. 먹을 것과 자연, 음식 모든 게 있고.”

“게다가 동물도요.”

“그렇지.”


자연스레 대답을 주고받던 나와 차유정이었다.

상상만으로도 좋았는지 배시시 웃고 있는 그녀에게 나는 말했다.


“예전에 그걸 실현시킨 사람이 있었는데···.”

“네? 그런 천국을요?”

“응. 네버랜드라고. 완전 유토피아 같은 곳이야. 나도 인터넷으로만 본 거지만.”


그러자 그녀는 해먹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에이! 그런 데가 실제로 있다고요?”

“그렇다니까.”


그런 그녀에게 나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와···! 이게 실존하는 장소에요?!”

“응. 마이클잭슨이 만든 네버랜드란 곳이야.”


꿈이 실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차유정이었다.


네버랜드.

전설적인 팝스타 마이클잭슨이 지은 유토피아.

허락된 자만이 들어올 수 있었고, 그 안에는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다.


내 상황에 비유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나쁜 사람들은 없는, 오직 좋은 사람들과 함께 모두가 행복한 그런 곳···.’


천국과도 같은 사진을 보던 차유정은 어린아이 같은 얼굴로 외쳤다.

그녀의 눈에는 마치 별이 박혀 있는 것 같았다.


“작가님! 그래서 작가님도 네버랜드 만드는 게 꿈이에요?!”


코앞으로 다가온 그녀의 얼굴.

마치 모험을 떠나기 직전의, 설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응. 까짓거, 한번 해보지 뭐.”


물론 거짓이 아니라,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대답이었다.


···얼마나 걸릴 진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장만월.
    작성일
    24.01.08 03:10
    No. 1

    와.. 저긴 안타까운 곳. 마이클잭슨 재산으로도 유지비 ㅈㄴ게 많이 나가는 개인 테마파크. 애들을 순수하게 좋아해서 네버랜드를 만들고 초대했는데 아동성추행 누명 받아서 죽을때까지 고통받은 마이클잭슨 옹.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난의향기
    작성일
    24.01.08 10:31
    No. 2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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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슈퍼푸드 +4 24.01.04 3,302 111 15쪽
44 진다방 오픈 +8 24.01.03 3,526 116 18쪽
43 스노우볼 굴러가유 +6 24.01.02 3,651 113 14쪽
42 대본 리딩 +6 24.01.01 3,769 115 16쪽
41 가짜 관광객 +1 23.12.31 3,973 106 17쪽
40 레시피의 단서 +4 23.12.29 4,125 118 18쪽
39 이거, 꽃놀이패였군요? +4 23.12.28 4,304 108 18쪽
38 재능은 꽃 피우는 거야 +3 23.12.27 4,472 121 15쪽
37 인생은 마법 같은 일 +5 23.12.26 4,710 12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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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크리스마스 대소동 +5 23.12.24 5,102 127 16쪽
34 관광도시 프로젝트 23.12.23 5,227 121 16쪽
33 두 마리 토끼와 황금사자 +4 23.12.22 5,475 128 18쪽
32 마케팅 대결 +5 23.12.21 5,722 119 17쪽
31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3 23.12.20 5,909 129 17쪽
30 진우진이 돌아왔다고? +2 23.12.19 6,019 135 17쪽
29 정면 돌파 +12 23.12.18 6,147 13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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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내가 자꾸 유명해진다 +7 23.12.14 7,278 14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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