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귀농했더니 국보급 관광지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03 14:44
최근연재일 :
2024.01.10 01:04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342,421
추천수 :
7,507
글자수 :
365,815

작성
23.12.21 21:47
조회
5,722
추천
119
글자
17쪽

마케팅 대결

DUMMY

제이뉴스의 스튜디오에서 모니터링 화면을 보던 차민주의 손이 벌벌 떨렸다.

그녀는 진우진이 이런 식으로 복귀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소설을 쓴 사람이 진우진 작가였다고?’


차민주 피디는 자신이 지난번 제이뉴스에서 한 말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니 분명 진우진 작가와 제인 작가를 모두 한 번씩 저격했었다.


‘그럼 내가 두 번 죽인 거네?’


헛웃음이 나는 그녀였다.

드라마로 뭐가 안 되니 소설 쪽으로 도망가다니.


[음, 제가 무슨 질문부터 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먼저, 호칭을 어떻게 불러드려야 할지···.]


간단한 소개를 마친 진우진에게 강주영 아나운서가 물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빌빌대던 작가가 저 자리에 앉아있는 게 우스운 차민주 피디였다.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하필이면 자신의 바로 다음 출연자가 저 작가라니.

바로 저 진우진 때문에 월광 소속 박종범 작가에게 몇 달 전 한 소리까지 들었다.


-글을 못 쓴다고요? 그럴 리가 없는데 우진이가.


감히 JBS의 걸출한 드라마를 만드는 ‘마이다스의 차’라는 별명을 가진 자신에게 문자로 띡 불만을 표시하다니.

하지만 상대가 스타작가 박종범인 터라 뭐라 한마디 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차민주는 지난 기억들에 이를 물고는 다시 시선을 모니터로 향했다.


[진우진 작가라고 불러주십시오. 아마 지금쯤 밑에 자막으로도 그렇게 나갈 겁니다.]


[하하. 벌써 방송 편집까지 생각하고 계시는군요?]


참나.

이젠 하다하다 농담 부릴 여유까지 있으시겠다?


‘아주 같잖네, 같잖아.’


차민주 피디는 분위기 좋은 인터뷰에 콧방귀를 꼈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꺼내 요즘 들어 자꾸만 언급되는 그 소설을 검색했다.


‘신묘한 고양이 다방이니 뭐니. 대체 뭐라고 짜증나게.’


그녀는 유독 경쟁심이 심한 편이었다.

자신의 작품 외의 것이 주목을 받으면 왠지 모르게 질투가 나곤 했었으니까.


-부모님도 읽고 너무 좋아하셨어요 ㅠㅠ 후속작 나오면 꼭 살겁니다!

-엔딩이 짠하면서 좋음... 요즘 사회에선 볼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


‘뭐야. 왜 이렇게 반응이 좋아? 이거 다 바이럴 아니야?’


그녀가 시샘에 현실을 부정하는 그때였다.


[오늘 특별히 작품을 사랑해주시는 독자분들께 하실 말씀이라도?]


[사실 이 자리를 빌어 처음 공개하는 건데요.]


‘공개? 뭐, 소설도 절필 선언하려고?’


피식 웃던 차민주는 잠시 후 표정이 변했다.


[신묘한 고양이 다방의, 드라마화 제작이 확정되었습니다.]


‘드, 드라마?!’


전혀 예상치 못한 진우진의 발언에 차민주는 그만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 덕에 바로 앞에 있던 카메라 감독이 불평불만을 내며 그녀에게 눈치를 주었다.


“아, 좀. 조심합시다.”


차민주의 손은 또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드라마라는 자신의 그라운드에 다시 진우진이 발을 들이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아, 그리고 편성된 채널은···. Tns입니다.]


‘···미친 거 아니야?!’


편성 채널이 Tns이라니.

JBS 유튜브에 나와서 라이벌 채널인 Tns을 언급한 것이다.


진우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내년 상반기 방영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내년 상반기?!’


차민주의 입이 좀처럼 닫히지 않았다.


‘장미 아파트랑 시간대가 겹칠 수도···.’


[장미 아파트].


원래는 진우진이 기획한 드라마였다.

하지만 차민주는 진우진을 하차시킨 뒤에 김슬아 작가를 붙여 대본을 수정시켰다.

원래 버전인 휴머니즘이라는 밋밋한 장르를 뜯어고쳐 자극적인 스릴러로 변신시킨 것이다.


‘어디, 해보자고. 누가 두렵대?’


그 뒤로 강주영 아나운서는 진우진 작가가 근 몇 년간 보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물었다.

진우진은 몸과 마음이 지쳐 잠시 시골로 내려갔다가 지금은 괜찮다고 답변했다.


어느덧 마무리 시간.


[그러시군요. 마지막으로, 혹시 지난주 영상 보셨습니까 작가님?]


[네. 살짝 봤습니다.]


이번엔 강주영 아나운서가 자신이 나온 회차를 언급하고 있었다.

그녀는 진우진 뿐 아니라 강주영도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다.


‘이따 남상철 선배한테 따져야겠어.’


제이뉴스의 메인피디 또한 그녀와 아는 사이였으니까.


차민주는 씩씩대며 모니터를 쳐다봤다.


[예기치 않게 작가님께서 언급이 살짝 되셨거든요. 그에 대해 하실 말씀이라도?]


진우진은 강주영을 바라보던 시선을 카메라로 옮겼다.

그리고는 말없이 카메라 렌즈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마치 특정인을 쳐다보듯 말이다.


‘···뭐야. 왜, 왜 저래?’


모니터를 보던 차민주는 흠칫했다.

마치 진우진이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혼자 뭐가 찔렸는지 이내 또다시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그녀였다.


“아이씨 진짜!”

“죄송합니다···.”


카메라 감독의 역정에 차민주는 고개를 숙였다.

아니, 어쩌면 카메라이자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진우진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5초가 넘는 시간동안 말없이 카메라를 바라보던 진우진은 이내 입을 열었다.


[···드라마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법입니다. 그저 제가 할 말이라고는,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서로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뿐입니다. 따라서, 그분께는 따로 할 말 같은 건 없습니다.]


‘참내. 뭐래?’


[그렇군요. 진우진 작가님 오랜만에 나와주셔서 대단히 반가웠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자주 뵙겠습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훈훈한 분위기로 제이뉴스는 엔딩을 쳤다.

차민주는 그저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진우진 작가. 난 언급할 필요조차 못 느끼겠다···?’


하필이면 안 좋게 끝난 작가와 내년 봄 드라마로 맞붙게 되었다.

차민주는 이번 기회가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했다.


* * *


“와. 긴장돼 죽는 줄 알았네.”


옷을 챙기러 대기실에 온 나는 소파에 털썩 앉았다.

뭐라 말은 했지만 정확하게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안 난다.


‘카메라가 돌길래 말은 하긴 했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말을 절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

테이블에 비치된 팩으로 된 사과주스를 발견한 나는 빨대를 꽂아 쪽쪽 빨아먹었다.


‘사과하면 충준데···.’


당을 충전하자 다시금 기분이 좋아지는 나였다.

어쩌면 사과주스 때문이 아니라 나를 옭아매던 사슬을 벗어던졌기 때문일지도.


-똑, 똑, 똑.


“···네!”


내가 대답하자 문이 열리더니 강주영 아나운서가 들어왔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그녀는 목을 숙이며 인사를 했다.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작가님.”

“아나운서님도요. 제가 잘 했나 모르겠네요.”


그러자 강주영은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트레이드마크인 검정 뿔테 안경을 쓰지 않은 그녀였다.


“너무 좋았습니다. 진심이 시청자분들게 전달될 것 같아요.”

“그럼 다행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작가님께 사과드리고 싶은 내용이 있어서요.”

“사과요?”


그녀는 작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지난번 차민주 피디님 인터뷰 건이요. 그런 이야기가 나왔으면 안 됐는데, 제 잘못도 있습니다 작가님.”

“아유, 전 괜찮습니다. 방송이 다 그런 거죠.”


내가 한 손에 사과주스를 계속 들고 있는 모습을 본 그녀는 잠시 후 자켓에서 명함 한 장을 꺼냈다.


“저, 작가님. 나중에 또 연락할 일 있으면 그때 뵙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저는 지금 농부라 명함이 없네요.”


괜찮다는 듯 웃어보인 그녀는 이내 대기실에서 나갔다.

나는 그녀의 명함을 구경하다가 사과주스를 마무리하고는 옷장에서 내 패딩을 꺼내입었다.


그때.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렸다.

차민주 피디였다.


“진우진 작가님. 오랜만이에요?”

“아···. 여긴 어쩐 일로.”


그녀는 또 어디선가 뛰어왔는지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나의 행색을 위아래로 훑은 그녀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면서 입을 열었다.


“아니, 상반기에 할 수 있겠어요? 드라마가 그렇게 뚝딱 나오나?”

“제 드라마 말입니까? 근데 왜 그렇게 신경 쓰시죠?”

“신경이라뇨. 전 작가님이 걱정···.”

“혹시, 장미 아파트가 그때쯤 방영하시나요?”


나는 내가 두고 온 드라마 장미 아파트를 언급했다.

이제는 차민주와 새로운 작가에게 넘어간 상태였지만.


“뭐, 그냥 말씀드릴게요. 4월 중순에 나가요. 물론 JBS 편성이고요.”

“아. 정보 감사합니다.”

“어차피 4월은 무리시겠지만, 이땐 좀 피하시는 게 좋을 걸요? 제가 작가님 대본 완전히 때 빼고 광내서 완전 재밌게 만들었거든요.”


누가 보면 본인이 대본 쓴 줄 알겠다.

차민주는 기획 피디일 뿐인데 좋게 말하면 대본에 대한 어마어마한 자부심이, 나쁘게 말하면 엄청난 집착이 있는 것 같았다.


“드라마가 무슨 전쟁도 아니고. 전 피디님 드라마랑 싸울 생각 없습니다.”


그러자 차민주가 피식 웃었다.


“그게 아니라, 겁먹은 거 아니에요 작가님?”

“···겁?”

“아니, 걱정돼서요. 소설은 어떻게 좀 먹혔다 쳐도. 드라마는 이제 폼을 좀 잃으신 거 같던데. 괜찮으시겠어요?”


그녀는 걱정하는 척하면서 나를 조롱했다.

나는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해 말없이 대기실 문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문을 열어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차민주에게 한 마디 날렸다.


“피디님은 항상 욕심이 과하신 것 같습니다. 우리, 여유롭게 좀 즐기면서 삽시다.”

“뭐, 뭐라고요?”


나는 대기실 문을 닫고 복도를 걸어 나왔다.

대기실 안에서 뭐라 큰소리가 들렸지만 상관없었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꺼내고는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촬영 끝났다네요.]


‘신다방’ 단톡방에 메시지를 전송하려던 나는 이내 그것을 지웠다.

그리고는 다시 메시지를 작성했다.


[촬영 끝났습니다.]


오늘 내가 내딛은 서울로의 발걸음.

이것은 내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온, 작지만 아주 큰 사건이었다.


* * *


마침내 충주시 노은면 화룡리에 도착했다.

먼 길을 돌아와 집에 들어가자 두 녀석이 나를 반겼다.


-알았다옹! 잘못했소로이다!


-왈!


-어···. 인간 왔소이까?


내 덕에 목숨을 구한 사향고양이 녀석은 어슬렁어슬렁 내쪽으로 다가왔다.

백설기도 뛰어오더니 나의 옷냄새를 맡았다.


“그래, 이게 서울 냄새다.”


-별로 좋지 않소로이다? 진한 향수 냄새가 난다냥.


-왈!


“향수? 뭐지. 강주영 아나운서 건가···?”


패딩을 벗어 옷장에 넣은 나는 똥싸개에게 한 가지 소식을 알려줬다.


“야 똥. 좀 있으면 손님들 올 거거든?”


-아우, 또 피곤하게 누가 자꾸 오고 그러냥.


그러는 동시에 똥싸개는 비밀 통로의 문을 솜방망이로 슥 열어 놨다.

이쯤 되면 몸이 저절로 반응하는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잖아. 니가 나처럼 사람들 앞에서 정체를 공개할 수도 없고.”


나는 이걸로 짧은 역할극이 끝났지만 사향고양이 녀석은 아직 그럴 수 없었다.

희귀 동물인 사향고양이가 이 시골에 산다는 걸 아는 순간,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갈 것이고 그러면 이 녀석의 안위가 조금 위험해질 것만 같았으니까.


-작가님! 저희 왔습니다!


그때.


도강훈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똥싸개 녀석은 후다닥 통로 안으로 숨어들었다.


“오셨군요. 따뜻한 차랑 다과 준비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매니저님.”


도강훈이 들어오고 이어서 유자가 밖이 매우 춥다는 듯 호들갑을 떨면서 들어왔다.

주황색 머리가 언제 봐도 눈에 띄는 그녀였다.


“어우 춥다. 맞다 어때요 매니저님?! 제인 작가님 녹화 잘하셨대요?!”

“음···. 모레에 업로드 되면 확인하시죠.”


내가 얼버무리자 유자는 친구 집들이를 온 듯 우리집을 이곳저곳 쏘아다녔다.

도강훈은 어느새 자신의 가방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얼핏 보니 스탭들과 촬영지 후보 리스트인 것 같았다.


‘역시, 프로페셔널 하다니깐.’


그를 기용하길 참 잘한 것 같았다.

나는 커피포트에 가득 물을 붓고는 버튼을 눌러 끓이기 시작했다.


“우와, 매니저님 집 엄청 깔끔하시다!”


-왈! 왈!


“어머 안녕? 오늘은 목에 이상한 카메라 없네?”


백설기는 서재에 들어온 유자가 반갑다는 뜻 꼬리를 흔들었다.

입을 벌리며 방을 감상하던 유자는 별것도 아닌 것에도 연신 감탄했다.


“어? 작가님 소설이다!”


그러더니 잠시 후 조용히 중얼거렸다.


“어? 근데 이 방,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아마 인스타에서 봤을 것이다.

그녀에겐 뭔가 해명할 것이 많은 나였다.


-보글보글보글···.


물이 끓는 소리를 듣고는 나는 거실 식탁으로 둘을 불러들였다.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될 좋은 사람들과 오붓한 휴식 시간을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이런 거 엄청 싫어했는데···.’


나이가 먹어서 그런가.

누군가가 집에 놀러 온다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나였다.

아님 시골에 내려와서 성향이 바뀐 걸지도.


-띠링!


갑자기 핸드폰에 문자가 날아왔다.

차민주 피디였다.


[작가님. 저희 진짜 동시간대에 붙어볼까요? 재밌잖아요.]


여전히 승부를 좋아하는 그녀였다.


[참고로 저희 주연배우 누군지 알려드릴까요? 한.지.훈. 세죠? 그럼 수고요 작가님.]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그녀였다.

그나저나 한지훈이라.


‘섭외는 막강하네.’


20대 배우 중 가장 핫한 톱배우 한지훈.


요즘 연기력이 아주 물올랐으며 팬덤 또한 엄청난 배우였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팬들도 많아 드라마 수출면에서도 엄청난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기사나면 엄청 화제되겠는데···?’


한지훈이 주연으로 들어간다면 적어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한지훈 세 글자 자체가 엄청난 홍보감이었으니까.

과장이 아니라, 마케팅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였다.


‘아주 이를 갈았구만.’


나는 자리에 앉으며 티백이 든 머그잔에 따뜻한 물을 따랐다.

그러자 유자와 도강훈은 꾸벅 인사를 했다.


‘화제성에서는 JBS에게 뒤처지겠어. 배우로 보나, 소재로 보나.’


마음속 한켠에는 이번 드라마로 차민주만큼은 한번 꺾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꼭 이기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지고 싶지는 않은 마음.

이것이 나의 트라우마를 지우는 마지막 단계가 될 것 같았다.


‘대본은 자신 있는데···. 마케팅 파워에서 밀리겠는 걸?’


드라마 업계 또한 어쩔 수 없이 마케팅의 입김이 유효했다.

근본적인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것까진 가능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내 소설 원작의 인지도가 배우 한지훈을 이길 수는 없었다.


‘만약 장미아파트랑 붙으면···. 초반에는 밀릴 수도 있겠어.’


그때였다.


“저, 매니저님?”


차를 마시던 도강훈이 종이 뭉치를 쳐다보다가 말을 걸었다.


“네, 감독님.”

“제 생각에는, 이 소설에 영감을 준 곳이 이곳이기도 하고 그래서요. 이 마을을 촬영 장소로 결정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소설 속 배경은 이 마을과 아주 빼닮았으니까.


“그런데 그러려면 마을 사람들과, 특히 이장님 허락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아, 그거라면 문제없습니다.”


나에겐 카드가 하나 있다.

내일모레 열리는 마을 잔치에 무려 유자를 초대하지 않았는가.


“유자 씨, 마을잔치 때 오실거죠?”

“그럼요! 저 그때까지 있을 거니깐. 제 목도 엄청 쌩쌩해요 이제! 한번 들어보실래요?”

“아, 아뇨 다음에요.”


지금은 잠시 일 얘기를 할 시간이었다.

유자는 입을 삐쭉 하고는 백설기에게 뭐라뭐라 투덜댔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도강훈 감독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아무래도 충주 시내라든가 그런 곳도 촬영 허가가 필요할 것 같거든요. 드론도 띄워서 시내 전경도 담긴 해야 할 거고요.”

“아, 그렇죠. 공식 허가를 받아야 할테니까.”

“네. 충주댐이라든지 유명한 장소의 그림도 담으면 좋으니까요.”

“좋은데요? 근데 그런 건 시청에다 물어보면 되려나요?”

“제가 확인해보겠습니다. 여기가 충주니까, 충주시에 물어보면 되겠군요.”


도강훈이 종이 한켠에 볼펜으로 메모를 했다.


‘충주시···?’


순간.

나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쳐지나갔다.


“어, 근데···. 충주시 하면, 그 유튜버 유명하지 않아요?”


그러자 유자가 자기도 안다는 듯 외쳤다.


“맞아요! 저도 그 사람 구독해놨는데···? 이름 까먹었다.”


나는 얼른 핸드폰을 열어 유튜브에 접속했다.

그러자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서 곧바로 그의 채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 이 사람이야.’


[충주옹].


지자체 유튜버로서 최초로 50만 구독자를 달성한 사람.

선비 분장 컨셉을 하고는 트랜디한 소재의 영상을 올려 사람들의 흥미를 이끄는 천재 공무원이었다.


“저희,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겠는데요?”

“예?”


촬영 허가와 마케팅 모두 말이다.


드라마 방영 직전, 유튜버 [충주옹]과 콜라보를 한다면 인터넷상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 요즘엔 이런 마케팅이 먹히지.’


충주옹 채널에 우리 쪽 사람 누구를 출연시킬까 떠올렸다.

어느 쪽이어도 재밌는 그림이 나올 것 같아 곰곰이 생각하면서 미소가 지어졌다.


‘배우 한지훈의 이름값이냐, 유튜버 충주옹의 컨텐츠냐.’


각자의 세계관에서 최강 자리를 맡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아무래도 이 싸움, 마케팅 측면에서도 차민주에 뒤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기껏 귀농했더니 국보급 관광지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8 24.01.10 1,225 0 -
공지 이전 제목 : 무한영약으로 귀농 대박 +1 23.11.24 7,297 0 -
51 블루칩의 요구사항 +7 24.01.10 1,898 79 12쪽
50 루팡플러스 +3 24.01.09 2,246 96 13쪽
49 원대한 꿈 : 네버랜드 +2 24.01.08 2,606 104 17쪽
48 차기작 +6 24.01.07 2,730 105 16쪽
47 유명해지고 싶어요. +4 24.01.06 2,893 100 17쪽
46 드라마틱한 커피차 +5 24.01.05 3,126 117 18쪽
45 슈퍼푸드 +4 24.01.04 3,303 111 15쪽
44 진다방 오픈 +8 24.01.03 3,526 116 18쪽
43 스노우볼 굴러가유 +6 24.01.02 3,651 113 14쪽
42 대본 리딩 +6 24.01.01 3,770 115 16쪽
41 가짜 관광객 +1 23.12.31 3,973 106 17쪽
40 레시피의 단서 +4 23.12.29 4,127 118 18쪽
39 이거, 꽃놀이패였군요? +4 23.12.28 4,304 108 18쪽
38 재능은 꽃 피우는 거야 +3 23.12.27 4,472 121 15쪽
37 인생은 마법 같은 일 +5 23.12.26 4,711 121 15쪽
36 새해 맞이 특종 +4 23.12.25 4,882 126 14쪽
35 크리스마스 대소동 +5 23.12.24 5,102 127 16쪽
34 관광도시 프로젝트 23.12.23 5,227 121 16쪽
33 두 마리 토끼와 황금사자 +4 23.12.22 5,475 128 18쪽
» 마케팅 대결 +5 23.12.21 5,723 119 17쪽
31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3 23.12.20 5,910 129 17쪽
30 진우진이 돌아왔다고? +2 23.12.19 6,020 135 17쪽
29 정면 돌파 +12 23.12.18 6,147 130 16쪽
28 냉해 입은 존재들 +15 23.12.17 6,646 146 18쪽
27 유자와 탱자 +6 23.12.16 6,774 153 17쪽
26 허니 스위트 루왁커피 +4 23.12.15 6,928 147 17쪽
25 내가 자꾸 유명해진다 +7 23.12.14 7,279 148 16쪽
24 음악은 작물도 춤추게 해 +6 23.12.13 7,284 173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