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귀농했더니 국보급 관광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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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03 14:44
최근연재일 :
2024.01.10 01:0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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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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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두 마리 토끼와 황금사자

DUMMY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으슬으슬한 찬 기운에 눈을 뜬 나는 가장 먼저 핸드폰으로 기온을 확인했다.


‘영하 10도라고···?’


크리스마스이브가 아주 싸늘했다.


나이가 먹을수록 이런 것에 둔감해진다더니, 어느덧 크리스마스라는 것에 별 감흥이 없었다.


‘동물 두 마리에, 남자 한명이라···.’


가수 유자는 순례 아주머니네 집으로 돌아갔고, 도강훈 감독만이 우리 집에 남아 자고 있었다.

침대는 나와 백설기, 똥싸개의 몫이었고, 도강훈 감독은 본인의 고집으로 거실 소파에 누워있었다.

아무래도 새벽까지 혼자 촬영에 대한 이런저런 계획을 세운 모양이었다.


덕분에 사향고양이 녀석이 도중에 툴툴대는 소리가 났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지난번엔 차유정이 왔다가더니, 지금은 유자가 있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다.

유자는 내일 마을 잔치 때 깜짝 서프라이즈로 등장하기로 했으니까.


‘무슨 연예인들이 크리스마스에 스케줄도 없고, 데이트도 안 하나.’


물론 어제 밤 유자는 대표한테 걸려온 끈질긴 전화를 받느라 애를 쓰는 모습이였다.

아무래도 서울에 안 올라오고 그런 시골 깡촌에서 뭘 하느냐고 화를 내는 모양이었다.


그때였다.


언제 일어났는지 사향고양이 녀석이 앞발로 톡톡 내 다리를 쳤다.

뭔가 원하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인간.


“왜. 몰래 숨어있느라 고생이 많다.”


-그때 그 캣닢, 또 없냥?


“그거? 텃밭에 심어놨는데 이제 자랐을 걸?”


-오오, 그걸 왜 인제 말하냥? 빨리 가져오거라!


오랜만에 그 맛이 생각났는지 똥싸개는 눈빛을 반짝였다.

인간에게 명령질하는 건 기분 좋지 않았지만 서로 상부상조하는 격이었다.


‘빈손으로 갈 수 없으니. 특제 커피라도 가져가면 좋지.’


나는 새로운 특제 커피의 탄생을 떠올리며 마당에 나갔다.

그러자 수북히 쌓인 캣닢이 나를 반겼다.


‘역시 유자느님···.’


캣닢을 한 웅큼 가져온 나는 똥싸개에게 소량의 캣닢만 건넸다.

자칫하면 캣닢 중독묘가 될까봐 걱정됐기 때문이었다.


“자. 여기있습니다.”


-오냥!


킁킁대며 캣닢의 냄새를 맡던 녀석은 이윽고 바닥에 눕기 시작했다.

또다시 캣닢에 취한 똥싸개 녀석은 뭔가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러더니 잠시 후.


-오오. 뭔가 떠오른다냥···.


잔뜩 취한 사향고양이가 입맛을 쩝쩝대며 중얼대기 시작했다.


그때처럼 특제 커피의 레시피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나는 핸드폰 메모 어플을 켜 받아적을 준비를 했다.


-커피열매···. 가 땡긴다냥.


역시.

커피열매는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재료였다.


-그냥···. 커피열매가 아니라, 꽝꽝 언 커피열매···.


꽝꽝 언 커피열매?

뭔가 이전 패턴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음, 그리고 또···.


-아주 맛있겠소로이다···. 마치 탕후루 같기도 하고···.


“뭐야. 끝이야?”


꽝꽝 언 커피열매가 전부였다.

겨우 이걸로 특제 루왁커피가 만들어진다고···?


그때였다.


-갑자기 뭐가 또 보인다냥···. 폭발할 것 같은 화산, 그것이 보인다냥.


‘갑자기 화산?’


나는 집어넣었던 핸드폰을 다시 꺼냈다.


-그냥 화산이 아니라 활화산이로소이다···. 그리고 그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이다냥···.


이번에는 레시피 재료뿐 아니라 꿈처럼 시각적인 광경도 말하는 녀석이었다.


···대체 뭘 말하려는 거지?

그냥 꿈을 꾸는 걸까?


-그 화산을 멈추려면···! 커피가 필요하다냥. 그래야 화산 폭발이 멈추게 된다냥···.


무슨 개꿈이라도 꾸는 건지 희한한 말을 내뱉던 녀석은 이내 잠에 들었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댈 뿐이었다.


‘화산을 멈추려면, 커피가 필요하다고?’


무슨 단서 같기도 한데···.


그때.


“음···. 언제 일어나셨습니까?”


거실에 있던 도강훈이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잠에서 깨자마자 주변에 흩어져 있는 종이들을 한 번씩 훑어보는 그였다.

그야말로 지독한 워커홀릭.


나는 조용히 잠에 든 똥싸개를 비밀 통로에 넣어주고 거실로 나왔다.


“조금 전요. 아니 감독님. 벌써 촬영 시작하신 것 같습니다.”

“하하. 모자란 만큼 더 빨리, 더 많이 준비해야죠.”


멋쩍게 웃으며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도강훈이었다.

나는 주방으로 가 식빵을 도마 위에 올리고는 도강훈에게 말했다.


“제가 요리 실력이 없어서, 아침으로 마약 토스트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마약 토스트요?!”


올곧게 자라온 듯 보이는 도강훈은 마약이란 단어에 조금 놀란 반응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유튜브에서 본 간단한 토스트를 대접해주려는 것 뿐이었다.


“네. 유튜브 보고서 따라해 보니까 꽤 맛있더라고요. 엄청 간단합니다.”

“이렇게 식사까지···. 그럼 준비하실동안 얼른 충주시 홍보팀에 연락해보겠습니다.”


한시도 쉬지 않은 도강훈 감독이었다.

나는 머릿속에 마약 토스트 제조법을 다시 상기했다.


‘식빵 한 장을 꺼내고, 그 위에 마요네즈.’


냉장고에서 마요네즈를 꺼낸 나는 식빵 위에 그것을 넓게 펴 발랐다.

이어서 설탕까지 식빵 위에 골고루 뿌려준 뒤.


‘이번에는 마요네즈를 식빵 테두리에···.’


마치 성곽을 쌓듯 마요네즈를 사각형으로 뿌렸다.

그리고 그 사각형 안에 계란 하나를 넣어준 뒤 포크로 노른자를 터뜨렸다.


-안녕하십니까, 촬영 허가 관련 문의 드릴 게 있어 연락드렸습니다.


그와 중에 도강훈은 열심히 전화를 돌렸다.

그런데 뭐가 잘 연결이 안 되는 모양인지 몇 차례 통화를 반복했다.


‘아주 열정이 넘쳐.’


나는 마요네즈 성곽 안에 계란이 들어간 토스트를 에어프라이에 넣었다.

그리고 7분 정도 시간을 맞춘 뒤 돌렸다.


-위이이잉.


잠시 후.


마침내 마약 토스트가 완성됐다.

최종 마무리로 파슬리까지 뿌리니 제법 먹음직스런 음식이 완성됐다.

그 뒤로 얼른 커피 두 잔을 내린 나는 열심히 일하는 중인 도강훈을 불렀다.


“먹고 하시죠, 감독님.”

“아! 어쩐지, 맛있는 냄새가 나더니만. 이야 비주얼이 장난 아닌데요?”


도강훈은 그저 식빵 위에 계란을 올린 토스트를 보며 고맙게도 감탄해주었다.

백설기의 사료도 챙겨준 뒤 우리는 아침 식사를 맞이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아닙니다. 고생 많이하셨는데 고작 이것밖에 못 해드리네요.”


토스트를 한입 깨어 물자 고소한 향과 함께 푹신푹신한 식감이 느껴졌다.

도강훈 또한 놀란 눈치.


“먹을만 하십니까?”

“이거 진짜 마약 넣은 거 아니죠?”


너스레를 떨던 도강훈은 커피와 함께 마약 토스트를 후딱 해치웠다.

게다가 뜨거운 커피를 후루룩 마셔버리는 그였다.


‘···진짜 상남자네.’


그리고는 핸드폰을 열어 곧바로 일에 열중하는 듯했다.

얼핏 살펴보니 충주시 홈페이지에 들어간 것 같았다.


“연락이 안 되십니까?”

“예. 이상하게 전화를 받지 않네요. 내선번호 전부 다 해봤는데 똑같고요.”


도강훈은 당장 내일 촬영 날짜인 것처럼 조바심을 냈다.

몇 년 전 내가 한창 일 중독에 빠졌을 때보다 훨씬 더한 사람 같았다.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같이 알아볼게요.”

“감사합니다. 말씀만이라도.”


나는 한숨을 푹푹 내쉬는 도강훈에게 줄 것이 떠올랐다.

곧장 냉장고를 연 나는 겨우 그 안에 들어간 대형 과일을 하나 꺼냈다.


“디저트입니다. 쉬면서 좀 드세요.”

“디저트요? 정말 감사···.”


그런데 대형 과일을 본 도강훈의 입이 쩍 벌어졌다.

유자의 노래를 듣고 자란 어마어마한 크기의 딸기.


“이, 이게···. 딸기 맞습니까?”

“네. 행운의 딸기인가봅니다. 운 좋게도 이렇게나 크게 자랐습니다.”


횡재했다고 얼버무린 나는 딸기를 도마 위에 올린 뒤 식칼로 조심히 썰었다.

딸기를 수박처럼 써는 광경은 처음 본 도강훈이기에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와, 이 큰 딸기가 맛까지 좋군요.”


크기가 크다고 맛이 없는 건 또 아니었다.

포크로 대왕 딸기를 먹은 도강훈이 잠시 후 고개를 연신 끄덕였으니까.


“맛있죠?”

“일반 딸기보다 더 달기까지 하네요. 아 그리고 저, 제가 생각해봤는데요.”


도강훈은 대왕 딸기를 씹으면서까지 일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직접 찾아가야겠습니다.”

“시청을요?”

“예. 제가 담당자 만나고 연락 남기겠습니다.”


일에 미친 도강훈은 그렇게 딸기를 씹어대며 나간 뒤, 자신의 차에 시동을 걸었다.


나 또한 내가 동원할 수 있는 인맥을 찾아보려던 그때.


-지이잉!


이젠 익숙한 적가에게서 문자가 날아왔다.


[작가님! 제이뉴스 민가영 작가입니다. 오늘 밤 유튜브에 예고편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어제 찍은 촬영분의 예고편이 다음 날 나온단다.

게다가 본편은 이틀 뒤인 내일 올라온다.


‘역시 방송국놈들은 일에 미쳤어.’


문득 궁금했다.

해당 영상이 세상에 얼마나 파장을 미칠지 말이다.


* * *


‘담당자는 만났을려나.’


나는 도강훈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연락처를 뒤져 충주시 공무원을 알만한 사람에게 문자를 보냈다.

잠시 후 깨달은 건 내가 아는 인맥이래봤자 시골에 내려온 뒤에 알게 된 사람뿐이란 것이다.


[몰러. 시청 사람은. 면사무소 사람은 아는디..]


믿었던 함익평 이장님마저 시청 사람은 모른다고 했다.

이쯤되면, 나중에 천천히 연락해봐야 하는 거 아닐까.


‘물론 촬영 허가는 미리 받아놓을수록 좋겠지만.’


그때였다.


-지이잉!


기대하지 않았던 은향출판사 황금산 편집장에게 전화가 왔다.

그 또한 내가 보낸 문자를 받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작가님! 저 황금산입니다.


“네 편집장님. 쉬는 날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그, 충주시청 김상태 주무관 연락처, 제가 공수해왔습니다!


“···예? 그걸 어떻게···?”


이래서 한국이 좁다는 걸까.

서울에서 출판사를 하고 있는 황금산이 어떻게 충주시 공무원의 개인 연락처를 받은 걸까.


-사실, 북마크에서 일하는 조동만 팀장이 제 동창이거든요.


“북마크 조동만 팀장이요···?”


-예. 그 친구가 김상태 주무관하고 협업을 한번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유명하잖아요 김상태 그 친구.


그렇다.

충주시 김상태 주무관이라면 요즘 사람들은 다 아는 존재.

지자체 유튜브가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올라가고, 커뮤니티에 퍼지는 그러한 일은 사상 초유의 일일테니까.


“오, 그러면 제가 연락 한번 해봐도 괜찮겠습니까?”


-예. 먼저 문자 한번 슥 넣으시고, 직접 한번 찾아가보면 될거라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편집장님! 인맥이 대단하시네요.”


그러자 황금산은 뭔가 내상을 입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사실, 저도 거래를 하나 했을 뿐입니다.


“거래요?”


-예. 조동만 그 친구가, 사실 가수 유자 씨의 엄청난 팬이거든요.


“아···.”


대체 유자의 팬덤은 어디까지 퍼져있는 걸까.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지난번 제가 받은 유자 싸인 그거. 자기한테 넘기면 본인도 김상태 주무관 연락처 넘기겠다고요.


“예? 그래서 넘기신거에요?”


황금산은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 하지만 작가님께 도움이 됐으면 만족합니다. 전 정말 괜찮습니다.


하나도 안 괜찮은 목소리였다.

황금산 또한 그녀의 팬임이 분명했다.

나는 이대로 그의 막대한 희생을 저버릴 수 없었다.


“저, 편집장님.”


-예?


“혹시 내일 바쁘십니까?”


-음, 아무래도 크리스마스고 해서요. 마누라랑 애 데리고 그냥 어디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겠죠. 근데 왜 그러십니까?


나는 조심스레 말했다.


“아뇨, 다름이 아니라···. 이건 비밀인데요. 내일 유자 씨가 여기 마을잔치에 오시거든요.”


-예?! 유, 유자 씨가요?!


“근데 너무 거리가 멀죠? 흐음···.”


황금산은 갑자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뇨, 아뇨! 저, 저, 안 그래도 가족 데리고 좀 멀리 나갈까 했거든요! 이야, 참 잘됐네요 그죠? 저, 저, 저, 그럼 와이프한테 허락 맡고 다시 연락 드려도 되겠습니까? 충주 공기도 좋고 아주 놀러가기 좋잖아요!


“아, 그럼 괜찮으시다면. 연락주십시오.”


어째 황금산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내려준 기분이었다.


잠시 후 도강훈에게 문자가 왔다.

똑같이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 만나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제가 곧 가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황금산 덕분에 걱정 없었다.


‘일단 선물이라도 사가야겠지?’


김상태 주무관에게 빈손으로 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상대는 공무원이라 대단한 걸 사갈 수도 없는 노릇.


-하아암.


때마침 두 번째 잠에서 깬 사향고양이 녀석이 어슬렁어슬렁 나왔다.

그리고는 자연스레 간식을 달라고 내 다리를 두드렸다.


“맞다. 너 아까 꽝꽝 언 커피열매 달라고 했었지?”


-내가 그랬소이까?


“응, 그랬어.”


희한한 조합이지만 캣닢이 힌트를 준 것이 분명했다.

나는 냉동실에서 미리 넣어놓은 커피열매를 녀석에게 건넸다.


그러자 마치 녀석은 사탕을 먹듯 혀로 그것을 낼름 핥아먹었다.


“오, 맛있나보네.”


-아주 시원하니 좋소로이다.


잠시 후.


얼음 커피열매로 식사를 마친 녀석이 큰일을 보러 나갔다.


‘또 수거할 시간인가.’


나 또한 곧바로 똥싸개를 뒤따라갔다.


'으.'


그리고는 녀석이 싼 영약을 청결하게 씻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번에는 무슨 효능이 있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자. 이번엔 무슨 능력이냐.”


마치 뽑기를 하듯 나는 커피를 내렸다.

이번엔 특별히 커피를 내려 리유저블 컵에 담았다.


‘선물로 고작 커피라니. 괜찮으려나.’


일단 효능을 미리 알고 줘야 하니 나 먼저 커피를 한입 마셨다.

이번 특제커피의 이름은 바로···.


[아이스 루왁커피].


단순한 작명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하로 얼려버린 커피열매 말곤 재료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커피를 한입 마신 나는 아무 효과도 못 느꼈다.


“어? 그냥 똑같은데?”


그냥 루왁커피의 효능처럼 집중력이 확 올라갈 뿐이었다.


이럴거면 커피열매는 왜 얼린 거지?


‘뭐, 이 능력이 어디야.’


이 정도로도 누구나 탐낼만한 커피였다.

요즘 너무나도 바쁠 김상태 주무관에겐 이 커피가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니까.


‘화산? 그건 뭔지 모르겠지만. 알게 뭐야.’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는 똥싸개의 활화산 이야기뿐이었다.


···그저 잠결에 아무 말이나 한 걸지도.


* * *


먼저 기다리고 있던 도강훈 감독과 함께 충주 시청에 들어갔다.

한 손에는 아이스 루왁커피가 담긴 컵과 함께 말이다.


“연락처는 어떻게 얻으셨습니까?”

“운이 좋았습니다. 건너건너 아는 사이였더라고요.”


그렇게 홍보팀 사무실로 안내받은 우리는 마침내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유튜브에서 그토록 봐왔던 김상태 주무관이었다.


“처음뵙겠습니다! 진우진 작가입니다.”

“도강훈 감독입니다!”


그러자 피곤에 찌든 김상태 주무관이 인사를 했다.

그런데 뭔가 곤란한 얼굴이었다.


“김상태입니다. 오늘 급한 일이 터져가지고 연락을 못 받았습니다. 죄송합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그러자 김상태 주무관은 빈 회의실 하나를 가리켜 그쪽으로 우릴 안내했다.

문을 닫고 나서야 한숨을 내쉰 그는 우리에게 비밀을 털어놓듯 말했다.


“지금 비상사태입니다. 지금 모두가 총력을 기울이던 프로젝트가 하나 있거든요.”

“예? 그게 어떤 거죠?”

“하, 충주국제영화제라는 건데요.”


김상태 주무관은 또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게 시장님께서 밀고 있는 영화제인데. 사실 영화감독 초빙이 쉽지가 않거든요.”

“아···.”


갑자기 그 얘길 왜 하는 지 모르겠다는 얼굴인 우리였다.

그러자 그에 대한 답을 하듯 김상태가 말했다.


“지금 그거 땜에, 다른 아이템이나 그런 건 전부 뒷전으로 밀려나있습니다.”

“그러면 저희 것도···.”

“예. 충주시 촬영 허가 때문에 오신거죠? 드라마.”

“네. 맞습니다!”


도강훈 감독이 얼른 대답했다.

하지만 김상태는 고개를 저었다.


“먼 길 오셨으니까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사실 지금 충주에 유명한 분이 내려와계십니다.”

“누구요?”

“헐리우드 마이클 제이 감독이요.”

“예?!”


마이클 제이.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의 거장으로서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무려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감독이었다.


나는 속으로 마이클 제이 감독과 사진이라도 한 장 찍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이클 제이가 충주에요?”


너무 놀란 도강훈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 개인적인 스케줄로 오신건데. 저희가 그 소식을 듣고는 계속 접촉을 했거든요.”

“마이클 제이한테요?”

“네. 오신김에 충주국제영화제에 얼굴만 좀 비춰달라고요. 그 일로 오늘 여기까지 오셨습니다.”

“시청에요? 지금 여기?”


김상태 주무관은 얼굴에 그늘이 진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까부터 우리 시장님이랑 얘기를 하는 것 같긴 한데···.”

“잘 안 됐나요?”

“예. 오히려 계속되는 무리한 부탁에 지금 불쾌하신 상태라고 들었습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업무 차 온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시간을 내서 왔는데 자꾸 연락을 해오면···.


‘어쩔 수 없다. 촬영 허가는 다음에 받아야겠네.’


그때였다.


-쏘리! 암 쏘리!


밖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났다.

우르르 몰려나간 우리는 시장과 마이클 제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작가님. 진짜 마이클 제인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마치 슈퍼스타를 본 팬처럼 우리는 감탄했다.


게다가.

그 유명한 마이클 제이 감독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This is ridiculous. Good luck!”


마이클 감독은 매우 화난 듯 난감해하는 시장은 보지도 않은 채 작별 인사를 건넸다.

김상태 주무관과 시장은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저런 대감독을 눈앞에 두고 떠나보내야 한다니···.


‘잠깐.’


그때였다.

갑자기 손에 들고 있는 커피를 내려다본 나는 똥싸개가 말한 내용을 떠올렸다.


-그 화산을 멈추려면···! 커피가 필요하다냥.


‘잠깐. 화산이라면...? 설마···.’


이 커피의 숨은 효능···.

화가 난 사람을 진정시키게 하는 건가?


뒤통수를 때려 맞은 나는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대감독을 불러세웠다.


“Hold on, Michael!”


그러자 마이클 감독이 뒤돌았고, 벌건 그의 얼굴이 보였다.


“···Me?"


중요한 순간이었다.

촬영 허가에, 충주시와 콜라보라는 두 마리 토끼.

거기에 마이클 제이라는 황금사자와 인맥을 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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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크리스마스 대소동 +5 23.12.24 5,100 127 16쪽
34 관광도시 프로젝트 23.12.23 5,226 121 16쪽
» 두 마리 토끼와 황금사자 +4 23.12.22 5,474 128 18쪽
32 마케팅 대결 +5 23.12.21 5,722 119 17쪽
31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3 23.12.20 5,908 129 17쪽
30 진우진이 돌아왔다고? +2 23.12.19 6,018 135 17쪽
29 정면 돌파 +12 23.12.18 6,145 130 16쪽
28 냉해 입은 존재들 +15 23.12.17 6,644 146 18쪽
27 유자와 탱자 +6 23.12.16 6,772 153 17쪽
26 허니 스위트 루왁커피 +4 23.12.15 6,926 147 17쪽
25 내가 자꾸 유명해진다 +7 23.12.14 7,277 148 16쪽
24 음악은 작물도 춤추게 해 +6 23.12.13 7,283 17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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