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귀농했더니 국보급 관광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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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03 14:44
최근연재일 :
2024.01.10 01:0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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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5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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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허니 스위트 루왁커피

DUMMY

아늑한 침대에 누워 ‘농부아재’ 계정에 달린 댓글들에 하트를 눌렀다.

댓글 내용은 대체로 두 가지였다.


첫째. 지난번 실수로 올린 ‘신묘한 고양이 다방’에 이어 재미난 소설책을 추천해달라는 사람들.

둘째. 대왕 유자 사진을 보고는 합성이 아니냐며 경악을 금치 않는 사람들.


그들에게 나는 일일이 반응을 해주고 있었다.


‘아오, 손가락 아파···. 소통이란 거 정말 어렵구나.’


팔로워 만 명인 농부아재도 이 정도인데 차유정이나 유자 같은 연예인들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댓글과 메시지를 받을지 가늠도 가지 않았다.


‘협찬 건은 좀 더 지켜보자.’


일단 돈도 급하지도 않거니와, 협찬 받은 물건들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고선 오그라드는 문구를 작성할 준비가 아직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흠! 흠흠!”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누워서 핸드폰 보기에 제동이 걸렸다.

자꾸만 목에서 마른기침이 나와 이 꿀맛 같은 휴식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닌가.


“아, 목이 왜 이러지.”


그러자 퍼질러 누워있던 똥싸개가 고개를 이쪽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묘하게 인상을 쓰더니 옹졸한 입을 열고는 말했다.


-인간. 목소리가 왜 그러냥?


“내 목소리? 왜. 이상해?”


-맛이 갔소로이다.


“그래? 집이 좀 건조해서 그런가.”


내가 헛기침을 하자 백설기가 달려와 내 목 위에 꼬리를 올려주었다.

나름대로 나를 보호해주겠다는 엄청난 성의 표시인 것 같다.


“고맙다 설기, 역시 너밖에 없다니깐.”


내가 백설기의 몸통을 마음껏 쓰다듬어주자 녀석은 꼬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반면, 팔자 좋게 하품을 쩍 하던 똥싸개는 다시 따끈따끈한 마룻바닥에 몸을 지지기 시작했다.


‘보일러 때문이구나. 너무 세게 틀어놔서 실내가 건조한 거야.’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똥싸개 녀석이 워낙 뜨끈한 바닥을 좋아하기 때문에 보일러 온도를 낮출 수가 없었으니까.


‘따뜻한 말레이시아에서 와서 그런가···.’


추위를 엄청나게 타는 사향고양이였다.


아주 인간 위에 사향고양이가 있다.

시골까지 내려와서 똥 싸는 상전을 모시게 될 줄이야.


“···읏차!”


그깟 목 하나 아프다고 쳐져 있을 순 없다.

맛있는 음식으로 원기를 회복해 단번에 극복해보는 거다.


‘목이 아플 땐···. 역시 제육볶음이지.’


남자는 언제나 제육볶음이다.

목이 아파도, 기력이 허해도,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제육은 항상 맛있는 법이니까.


나는 마트에서 사 온 제육볶음을 냉장고에서 꺼냈다.

그러다 문득 텃밭에 있는 또 다른 음식 재료들이 떠올랐다.


‘맞다. 상추랑 시금치도 심어놨었지?’


얼마 전 유자 묘목에서 대왕 유자도 열렸겠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패딩을 걸치고는 마당 텃밭에 나갔다.

그러자 백설기도 쪼르르 따라 나왔다.


잠시 후.


“우와···. 미쳤네.”


-왈왈!


상추랑 시금치가 뭐 저렇게 커?

무슨 담요도 아니고 텃밭에 자란 상추는 손바닥 네 개를 합친 크기와 맞먹었다.

시금치 또한 배추 한 포기보다 훨씬 큰 대형 시금치였다.


‘역시 노래 덕분이구나.’


단순히 작물들이 노래를 좋아한 것인지, 아니면 유자의 목소리에 어떤 특별한 힘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 중요한 건 저 먹음직스런 상추로 제육을 싸먹는 것뿐.


“들어가자 설기야. 도저히 못 참겠다.”


-왈!


“난 제육 해먹고, 넌 군고구마 해줄게.”


-왈왈왈!


사람이나 동물이나 똑같긴 매한가지다.

맛있는 음식은 머릿속에 떠올리기만 해도 본능적으로 침이 나왔으니까.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자 목이 아파왔다.

역시 건조한 집에 오래 있어서 목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어서 제육으로 치유하자.’


그렇게 집에 돌아온 나는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념이 밴 제육을 올렸다.


-치이익···!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고기가 익어갔고, 동시에 나는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냈다.

순례 아주머니가 준 마지막 김치였다.


‘벌써 다 먹었네···. 나도 배추 심고 김장 한 번 해봐?’


마지막 김치를 경건한 마음으로 접시에 담은 나는 팬 위의 제육 상태를 확인했다.

바짝 익은 제육볶음의 노릇노릇한 때깔은 보자마자 이성을 잃게 만들었다.


“동물들 집합!”


나는 제육볶음을 접시에 옮겨 담은 뒤 얼른 식탁에 앉았다.

이어서 똥싸개에게는 고양이용 참치캔을, 백설기에게는 에어프라이어로 만든 군고구마를 주었다.


“자, 식사 시작!”


-왈!


-잘 먹겠소로이다.


그렇게 인간과 동물, 그리고 인간 같은 동물까지 총 세 명의 격렬한 전투 식사가 시작됐다.


흰 쌀밥 위에 제육을 올려 한 입 먹으니 역시나 천상의 맛이었다.


‘제육은 신기하게 안 질려.’


나는 텃밭에서 따온 거대 상추를 손으로 뜯었다.

상추 한 장만으로도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데 충분할 정도의 크기였다.


상추와 흰 밥, 그리고 제육의 조합.


‘이러다 살찌겠는데.’


질리기는커녕 쉴 새 없이 들어가는 제육쌈밥.

어느새 식사를 마친 두 녀석은 멍하니 내 먹방을 구경하고 있었다.


-참 게걸스럽게도 먹는다냥. 안 그렇소이까?


-왈!


백설기와 똥싸개가 웬일로 한 편을 먹었다.

하긴, 저 녀석들은 제육의 맛을 모를 테니까.


잠시 후.


“아, 배불러 죽겠다.”


순례 아주머니 표 김치까지 포함해 모조리 접시를 비워버렸다.

너무 배가 부른 나머지, 껍질이 뒤집어진 거북이처럼 의자 위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잠시, 신호가 왔소로이다!


똥싸개 녀석이 마당으로 뛰쳐나갔다.

오호라.


‘드디어 세상에 나오는 건가? 새로운 특제 커피가.’


루왁커피와 스위트 루왁커피에 이은 새로운 조합의 똥.

캣닢 덕분에 얻은 힌트로 사향고양이 녀석에게 무려 네 가지 음식을 대령했었다.


‘유자, 꿀, 추르, 커피열매까지···.’


마침내 지금 그것들로 이루어진 고급 똥이 나오고 있다.

과연 이번 커피는 어떤 능력을 가져다줄지 내심 설레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일을 마친 똥싸개가 가벼운 몸놀림으로 집 안에 들어왔다.


“시원하냐?”


-그렇다냥. 근데 뭔가 좀 새로운 느낌이 들었소로이다.


새로운 느낌···?

녀석도 새로운 똥을 쌀 때는 뭔가 색다른 느낌이 드는 걸까?


‘저 녀석, 참 신기한 몸이란 말이지.’


나는 진지한 얼굴로 녀석의 생산물을 채취하러 갔다.

몇 번 경험해봤지만 채취와 세척 과정은 좀처럼 적응되지가 않는다.


“휴. 원두 확보 완료.”


마침내 신상 원두를 손에 넣었다.

이어서 나는 원두를 볶고 그라인더에 간 뒤에 거름종이에 커피가루를 부었다.


“그럼 제조를 시작해볼까.”


-왈!


-아무런 효과 없어도 날 원망하지 마시게나.


똥싸개와 백설기는 새로운 커피의 탄생을 묵묵히 지켜봤다.

오늘따라 뭔가 내가 유튜버가 된 기분이었다.


-똑, 똑, 똑···.


마침내 커피를 추출하는 데 성공한 나는 머그잔에 가득 찬 검정액체를 지그시 쳐다봤다.


긴장되는 순간.

나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커피를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왈?


맛이 어떤지 궁금한 모양인 백설기.

커피를 식도로 내려 보낸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오! 엄청 달달하네 이거?”


천연 벌꿀 덕분인지 커피에서 달콤한 맛이 났다.

은은한 단맛을 냈던 스위트 루왁커피보다 훨씬 더 강력한 달달함.


“게다가 유자향도 은은하게 나.”


역시 똥싸개가 먹은 음식들의 향취가 그대로 커피에 반영되는 것인지, 이번 커피는 재료도 많이 들어간 만큼 복합적인 맛과 향을 가졌다.

결과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이 정도면 내 카페에 팔아도 되겠어.”


-호오, 그렇소이까?


루왁커피와 스위트 루왁커피에 이은 세 번째 메뉴.

이름하야···.


[허니 스위트 루왁커피].


어째 작명이 점점 길어지는 것 같다.

재료의 조합이 많아지니까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다.


어느덧 ‘허니 스위트 루왁커피’를 단숨에 들이킨 나는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근데···. 뭐가 좋아진 거지?’


보통은 똥싸개의 마법 원두로 만든 커피는 저마다 효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허니 스위트 루왁커피를 마신 지 몇 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큰 변화가 없었다.


설마, 똥싸개한테 낚인 건가?


‘좀만 더 지켜보자.’


효능보다 맛에 만족한 그때.

핸드폰에 요란한 진동이 울렸다.


-지이잉! 지이잉!


발신지는 은향 출판사 오아라였다.


“네, 여보세요?”


-작가님! 저희 곧 유자 씨 만날 것 같아요!


“오, 그런가요? 저 대신 파이팅입니다!”


제인 작가를 대행해 가수 유자를 만나는 자리.

오아라에게 꽤 큰 짐을 지운 것 같았다.


그런데 곧 그녀에게서 뜻밖의 사실을 전해 들었다.


-아, 그게 작가님! 저는 CX 미디어랑 계약 건 때문에 오늘 못 가게 됐구요···.


엥? 오아라가 안 가면 누가 나간거지?


설마···.


-저 말고 편집장님이 대신 나가셨어요. 저희 편집장님, 유자 씨에 대해 엄청 잘 아시던데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황금산 편집장의 나이를 봤을 때 트로트 가수 유자의 팬일 확률이 높을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모쪼록 잘 마무리해주시면 제가 서울 가서 크게 한 턱 쏘겠습니다.”


-정말요? 작가님 짱!


“하하, 그럼 다음에 또 전화하시죠.”


전화를 끊으려던 그때였다.


-아, 작가님!


“예?”


-근데 오늘 왜 이렇게 멋있으세요?


갑자기 멋있다니.

한 턱 쏜다고 하니까 갑자기 아부성 멘트인가?


“그게 무슨···.”


-아니, 오늘따라 목소리가 너무 좋으세요! 무슨 성우신 줄.


갑자기 목소리가 좋다고? 누굴 놀리나···.

오히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마른기침을 해대며 목이 잠기기까지 한 나였다.


-히히, 제가 너무 주책이었나요? 그럼 작가님! 또 연락해요 저희!


전화를 끊은 나는 갸우뚱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거 참 싱겁네.’


그런데 가만···.


침을 삼켰는데···, 목이 안 아프네?


신기한 일이었다.

역시 제육볶음의 힘이 발휘된 것일까?


‘아님, 설마···?!’


마침내 허니 스위트 루왁커피의 효능을 발견한 것 같았다.


‘이걸 마시면···. 꿀보이스가 된다고?’


이번 커피, 참 재미있는 능력을 가진 것 같다.


* * *


가수 유자는 생전 처음 해보는 덕질에 설레는 마음이었다.

살다 살다 소설가를 팬질할 줄이야.


‘게다가 오늘부로 난 성덕이야. 흐흣.’


주황색 단발머리의 유자는 마침내 제인 작가님과 만나기로 한 카페 앞에 도착했다.


두근두근.

제인 작가님은 얼마나 지적이신 분일까?

아니, 오히려 외향적인 스타일일지도 몰라.


‘나이는 몇 살이실까? 20대? 30대?’


비슷한 나이대면 친구를 먹어도 좋을 것 같았다.

‘신묘한 고양이 다방’을 읽으면서 자기와 스타일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한두 번 든 것이 아니었으니까.


‘어떡해···! 막 긴장되면서 설레.’


카페에 들어간 유자는 실내를 두리번댔다.

아무리 봐도 제인 작가로 보이는 사람은 없는데···.


‘아직 안 도착하셨나?’


오늘은 매니저도 대동하지 않은지라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상황.

개인적인 약속은 항상 혼자 다니는 유자였다.


-저, 유자 씨?


그때였다.


그녀에게 어디선가 들려오는 굵직한 목소리.


“여기입니다! 유자 씨.”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정장을 입은 한껏 꾸민 중년의 남성이 보였다.


‘제인···. 제인 작가님···?’


유자는 수천 번의 무대 경험으로 인해 좀처럼 당황하는 법이 없었다.

생방송에서의 돌발 상황은 그녀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은 예외였다.


중년의 남성은 유자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제인 작가님이···. 중년의 아저씨?’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소설 속 말랑말랑한 문장들을 이분이 썼다고?


‘역시···! 제인 작가님은 천재인가?’


유자는 생각했다.

온갖 삶의 풍파와 고초를 겪은 중년의 남성이 그런 순수하고 아름다운 소설을 썼다는 건 마치 피카소의 재능과도 같다고.


‘고정관념을 타파하기 위해 일부로 여성스런 필명 뒤에 숨으신 거고.’


유자는 갑자기 눈앞의 남자가 멋져보였다.

전형적인 중년의 회사원처럼 보이는 남자가 알고 보니 베스트셀러 제인 작가였다니.


잠시 후 중년의 남자, 황금산 편집장은 소년처럼 수줍게 웃으며 악수를 내밀었다.


“저···. 유자님. 만나 봬서 영광입니다.”

“저야말로 영광이죠! 저 진짜 팬이거든요!”

“에? 저를요···?”


중소 출판사의 편집장인 자신의 팬이라니.

황금산은 감격에 겨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반면, 악수를 한 유자는 더욱 당황했다.

제인 작가님의 손에 땀이 한 바가지였으니까.


‘긴장하신 건가? 설마···. 제인작가님이 내 팬?’


유자의 착각이 점점 커지던 그 순간.


“인사드립니다. 은향 출판사 황금산 편집장입니다.”

“······네?!”


잠시 후.

다행히 그녀의 오해는 풀렸다.


“아, 전 또. 편집장님이 제인 작가님인 줄 안 거 있죠?”

“하하하 그랬습니까? 그래서, 혹시 실망하신 거 아니죠?”


황금산 편집장은 손수건으로 연신 이마를 닦아댔다.

손은 떨렸고, 손수건은 흠뻑 젖어 있었다.

···트로트 가수 유자가 바로 내 눈앞에 있다니.


‘하하하! 이따 조동만한테 자랑해야지.’


인터넷 서점 북마크의 도서사업1팀 팀장 조동만.

황금산과 그는 중학교 때부터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그 누구보다 유자를 좋아하는 조동만이 그녀와 단 둘이 만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것이 뻔했다.


유자는 황금산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제인 작가님은 외부 활동을 안 하신다는 건가요?”

“맞습니다. 지금 신작도 구상하시고, 워낙 바쁘신지라 일체 얼굴을 드러낼 시간이 없으시다네요.”


그러자 유자의 얼굴에 실망감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게 어딘가.

제인 작가와의 접점이라도 생긴 건 큰 진전이었다.


“그럼 정보 조금만 알려주심 안 돼요?”

“어떤···?”

“제인 작가님 본명이라도.”

“죄송합니다.”

“그럼 나이!”

“그것도 죄송합니다.”

“그럼 성별! 여자 작가님이신 건 맞죠? 제인이니까!”


이에 황금산은 재치를 발휘해 대답했다.


“예. 그건 맞습니다. 여성분이십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지난 번 진우진 작가의 부탁을 들었기에 최대한 연막작전을 쓰기로 한 황금산이었다.


황금산은 진우진 작가가 개인적으로 부탁했던 내용을 꺼내보기로 했다.


“아···, 그 유자 씨.”

“네!”

“제인 작가님께서 특별히 부탁하신 것이 하나 있는데요.”

“부탁? 뭔데요? 완전 궁금하다!”


부탁이란 말에도 오히려 좋아하는 유자였다.


“그게 말이죠. 제인 작가님 고향분들께서 유자 씨를 너무 좋아한다는 거 있죠?”

“오, 정말요?”

“그래서 말인데···, 실례인 거 압니다만···. 고향분들 마을 잔치에 혹시나 시간 되시면 참석해주실 수 있으신지···.”


황금산 편집장은 멋쩍게 말했다.

이런 대스타 앞에서 마을 잔치에 와달라니.

제인 작가의 무리한 부탁인 건 분명했다.


그런데.


“너무 좋죠! 제인 작가님 고향 분들이신데 저야 너무 영광인데요?”

“아···, 정말요?”


유자와 황금산 모두 환한 표정으로 밝게 웃었다.


그런데 유자의 표정이 곧 이내 어두워졌다.


“맞다. 근데 어쩌죠?”

“왜요 유자님?”

“지금 제 목상태가 좀 안 좋거든요···. 꽤 많이.”


그녀는 가녀린 손으로 목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황금산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왜요. 혹시 목이라도 쉬신거예요? 아이고 어떡해.”

“네···. 얼마 전부터 행사다 공연이다 해가지고. 목이 완전 맛이 갔어요···. 아, 어떡하지.”


유자는 본인이 더 아쉽다는 얼굴을 했다.

그러자 무릎 위에 올라간 황금산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 유자의 목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진우진 작가의 부탁을 이대로 들어주지 못할 것 같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크윽···.”


마치 전투에서 패배한 장군처럼 표정을 짓던 황금산은 진우진 작가에게 문자로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곧바로 답장이 왔다.


‘응···?’


문자를 본 황금산 편집장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기, 유자님? 방금 진, 아니. 제인 작가님한테 연락이 왔는데요.”

“네? 정말요?”


유자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이어서 황금산은 자기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말했다.


“작가님께서···. 조만간 직접 한번 뵙자고 하시네요.”

“정말요? 어디서요? 언제요? 이거 실화에요?”


유자의 호들갑에 황금산은 뒤로 주춤 물러났다.


“제인 작가님께서···. 유자님에게 커피 한 잔 사주시겠답니다.”

“커피요···?”

“네. 맛있는 커피.”


그러자 유자는 기쁨 반, 걱정 반이 뒤섞인 얼굴을 했다.


“하···. 근데 저. 목 때문에 당분간 커피는 못 마시는데···. 지금 음원 녹음도 못 하고 있거든요.”


그러자 황금산은 제인 작가에게서 온 문자를 읽으며 말했다.


“작가님이 꼭 커피 한잔 같이 하자는데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가 있다고.”


유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자신이 먹게 될 커피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커피라는 것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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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크리스마스 대소동 +5 23.12.24 5,100 127 16쪽
34 관광도시 프로젝트 23.12.23 5,226 121 16쪽
33 두 마리 토끼와 황금사자 +4 23.12.22 5,474 128 18쪽
32 마케팅 대결 +5 23.12.21 5,722 119 17쪽
31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3 23.12.20 5,908 129 17쪽
30 진우진이 돌아왔다고? +2 23.12.19 6,018 135 17쪽
29 정면 돌파 +12 23.12.18 6,145 130 16쪽
28 냉해 입은 존재들 +15 23.12.17 6,644 146 18쪽
27 유자와 탱자 +6 23.12.16 6,772 153 17쪽
» 허니 스위트 루왁커피 +4 23.12.15 6,927 147 17쪽
25 내가 자꾸 유명해진다 +7 23.12.14 7,278 148 16쪽
24 음악은 작물도 춤추게 해 +6 23.12.13 7,283 17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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