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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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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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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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스(4)

DUMMY

말이 투레질 하는 소리에 깨어 보는 태양은 중천에 있고, 존은 이미 일어나 말이 먹을 수 있을 법한 뿌리채소를 찾았는지 먹이고 있다. 올리버는 어린 몸에 부하가 심했는지 아직도 그렇게 편하지도 않은 날바닥에서 잠든채로 색색거리고 있다.


“아 일어나셨나요. 근처에 당근이 자라고 있길래 뽑아다가 먹였습니다.”


얼마전에 독미나리를 먹은 사냥꾼도 있고하니 독당근은 아닌가 확인해봤지만 그렇진 않았다. 생각보다 많기도 하여 몇개 남은 것을 가죽주머니에 넣으면서 존에게 물었다.


“...생각보다 식물에 박식한가?”


손이 전투로 인한 흠집이 가득한 병사가 식물에도 박식할 확률이 얼마나 되는가?


“하하.. 아버지가 마을의 약초꾼이셨습니다.”


“연금에도 조예가 깊으셨나?”


그냥 순수한 호기심에 물었는데도 손을 마구 휘저으면서 부정한다.


“그런 복잡한 것은 못하셨습니다. 약초나 섞고, 감기나 걸리면 약을 지어주고 그럤습니다.”


“하하. 그게 연금이지 무엇이겠나. 무가치한 풀을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금으로 만드는 것이 연금이네. 부친께서는 훌륭한 일을 하셨네.”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에 약간 기뻐 따뜻한 말을 해줬다.


“아하하..”


어딘가 어색한 웃음을 보이면서 말의 머리를 쓰다듬자 말은 기분이 좋은 듯 여기저기 고개를 턴다.


“올리버, 일어나거라. 포위스에 왔으니 조금만 더 달리면 로베르 드 세이님의 클런 성에 가서 도움을 청하자꾸나. 헤이스팅스에서의 빚이 있으니 도울 거야.”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웨일스 권역 근처에 있는 성의 영주는 그리피스에게 나를 넘겨서 이권을 받는게 낫지 않겠나. 그래도 로베르의 심성이 냉철함과는 거리가 멀기에 한번 도박을 해보기로 했다.


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다보니 강을 발견하고, 왔던 기억이 있던 비른비 강이라는 것을 기억한다. 그려진 지도 없이 방향을 잡는 것은 태양과 별에 의존하다보니 경로에서 벗어났던 것을 깨닫고 동쪽으로 향한다.


“올리버, 이런 광경은 처음보지 않나?”


여러번 밖을 데리고 다니기는 했지만, 새삼스럽게 앞에 탄 올리버의 정수리를 보고 있자니 괜히 말을 걸어본다.


“아, 그렇죠.”


그다지 신기하지는 않은듯 두리번 두리번 보는가 하더니, 그냥 고개를 숙인다.


“비슷한 것을 본적이 있니?”


농담하듯이 묻자 올리버는 그냥 고개를 돌려 가만히 나를 쳐다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버려진 아이를 데려다 내가 전부 키웠으니 모르는 게 뭐가 있겠나.


이제야 봄이 되어 생명이 돌아오는 대지에는 알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그리고 웨일스의 언덕은 그런 봄의 생명력과 대비되는 물에 젖은 검은 바위가 자연의 웅장함을 더 크게 보여준다.


“이제 못볼 광경이니, 잘 눈에 담아두거라. 켄터베리에서 어디로 갈지도 모르지만, 여기로 돌아올 것 같지는 않다.”


그 말에 고개를 다시 들어올린 녀석은 한 곳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어디를 바라보는지는 모르지만, 이 녀석의 눈에 세상은 어떻게 비칠까. 부모의 부재는 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나에게 부재는 지식의 결핍을 낳았고, 진리에의 갈증을 낳았다. 어떤 의미로는 난 진리를 찾는데 성공했다. 이 아이에게는 더 나은 앞날이 있기를 바라면서 성호를 긋는다.


괜히 어색한 김에 눈에 띄는 것들을 가리키며 괜히 말을 걸었다.


“저기 보이는 잎 모양을 보니 고사리삼 군락지가 있는 것 같다.”


“아니 50살이 어떻게 그걸 이 거리에서 보는 거에요?”


“모르겠고, 이런 식으로 풀과 같은 종류의 식물은 근처에서 많이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따금 뿌리가 이어져있는데 서로 다른 풀처럼 자라나기도 하지. 기억해라. 약초밭을 꾸릴 때에 생각해야하는 거니까.“


“..네.”


별일 없이, 언덕과 언덕을 지나다 보니,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석성의 모습이 보인다. 높이가 넓이의 절반정도 되는 모습이 노르망디의 성이라는 게 느껴지는 성이다.


주변에는 마을이 넓게는 아니지만 분포 되어 있고, 언덕의 두 봉우리에 하나씩, 강을 끼고 있는 성은 꽤나 활기찬 모습인 것 같다. 얼마 전에 영주가 바뀌고 새로이 지어진 성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영주의 역량을 알게해준다.


30년이면 얼마전은 아닌가. 뭐가 됐건 그 시간동안 자신의 영지를 번성 시키는 건 본인의 역량 아니겠는가.


“누구시오!”


외성의 –양쪽의 있는 성 중에서 사람이 직접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있는 성이지, 내성을 완전히 둘러쌓은 형태는 아니지만, 먼저 지나야하는 성 아닌가 –문지기는 젊다. 세월이 세월이니 만큼 아는 병사는 아니지만, 자기 주군이 어떤 전투에서 싸웠는지는 알고 있겠지.


“안녕하시오! 그대의 주군을 만나러 왔소. 해이스팅스에서의 십자가를 든 전우가 왔다고 전해주면 알 것이오.”


병사는 후임병으로 보이는 병사에게 물어보라는 듯이 눈짓하고, 병사는 노르만어로 다시 묻는다.


“아주··· 큰 말이군요. 어디 사람이십니까?”


“해이스팅스에서 싸운 사람이면, 노르만인이지 않겠소?”


그 말에 미심쩍은 듯, 하지만 유창한 노르만 어에 약간은 설득 된듯, 나의 얼굴을 다시 흘겨보지만, 이내 포기하고 한숨을 쉰다.


“아무리 봐도 그때 싸웠다고 생각하기는 힘든 얼굴입니다만, 세상에 무슨 일이 안 되겠습니까. 뭔가 좋은 약초라도 있거나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악마라도 삶아 먹었거나··· 폐하는 예순이 넘어서 프랑스를 정복하러 갔는데. 당신이 젊어보이는 것도 불가능 한 것은 아니겠죠. 그나저나 영주님은 폐하께서 곧 런던에 돌아오실 것이라고 생각하더군요.”


뭔가 드는 생각이 많은지, 아니면 전쟁이 또 벌어질까 두려운 건지, 아니면 그저 학식 있어보이는 누군가의 생각이 궁금한 건지 구시렁대기에 내가 생각하는 바를 말해줬다.


“폐하가 돌아오지 않아서 그위네드 공국이 반란을 일으켜 슈롭셔에서 다시 침공을 한다 한들, 포위스 공국을 지나오지 않겠나. 로베르 공은 뭐가 됐든 폐하의 장자인데, 그 정도도 못 막겠나?”


이 말을 듣고 있던 올리버는 움찔거리는 듯하면서 뭔가 말하려는가 싶었는데, 그냥 한숨을 푹 내쉬는 것으로 대신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여 물으려는 순간 내성의 문이 천천히 들어올려지고, 로베르 드 세이, 슈롭셔의 백작을 보좌하는 노르만 기사가 그의 전성기를 떠올릴 법한 웃음소리를 뱉으며 다가온다.


“으하하하! 꿈자리가 사납더니 역시 자네구만. 잘 지냈는가!”


소식을 들은 건가? 듣지 못한건가? 숲에서 보낸 시간도 있는데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굳이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건가?


“잘··· 지내지는 못했지. 이 말은 어디에 맡겨둘수 있겠는가?”


그 흔한 안장도 없이 고삐 만을 두르고 있는 말을 눈짓하더니 병사들에게 손짓해서 말을 마구간에 넣으라고 명령하고는 따라오라고 한다. 그렇게 병사를 물린 로베르는 작은 목소리로 내게 묻는다.


“폐하께 정말로 명령이라도 받은 건가?”


내가 암살했냐는 말이겠지. 전쟁 명분이라도 만들기 위해서.


“...그럴 리가 있겠나. 그런 일이라면 나 말고도 적임자가 얼마나 많겠나. 나는 몇년간 쉬겠다고 말씀드리기도 했고.”


그런가. 하는 말과 함께 침묵한 로베르는 내성 안쪽에 들어가 나선으로 이어진 계단을 올라 그의 집무실에 다다라서야,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


“베드로. 그래서 그리피스의 성을 불태워버린 소감은 어떤가?”


“...그렇게 불이 붙을 줄은 알았겠나. 약사의 실수를 용서하지 못한 참주의 잘못이네.”


물론 나는 실수 하지 않지만, 하고 말하자 그 말에 웃으면서 이으려던 로베르는 힘이 딸리는 듯이 의자에 앉아서 잠시 숨을 몰아쉬다가 말한다.


“혈육이 죽으면··· 그럴 때가 있지. 뭐가 됐든 내 목숨을 빚진 자네니까 도와는 주겠네. 하지만, 알아두게, 자네가 그렇게 런던으로 향해서 결국 런던에 다다른다면, 그위네드 왕국은 다시 반란을 일으킬게 뻔하네. 이제 자기 아들도 죽고, 당장은 후계가 없는 그의 작위를 아일랜드의 공왕들이 가지고 싶을 것 아닌가? 그러면 앞다투어 그를 돕겠지 않겠는가.”


전쟁. 어릴 적에는 전쟁이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악한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 하지만 절대로 성공하지 못할 것 아닌가.”


그보다도 두려운건 고삐풀린 채로 서로가 서로에게서 뺏고자하는, 혼란스러운 상태 그 자체가 더욱 두려운 일이다. 만약에 제대로 된 전선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을까? 그래도 눈 앞에 있는 남작에게 웃으면서 그의 성을 칭찬한다.


“포위스 조차도 넘지 못할 것이고, 이 성조차도 넘지 못할 것인데. ”


그 말에 잠시 턱을 괴고 생각하던 로베르는 미소를 짓는다.


“맞는 말이지. 그런데, 아일랜드에서 지원군이 얼마나 올지 모르지 않나. 데건위와 그위네드 공국의 모든 것을 모을것이고. 그렇게 되면 많은 이들이 죽을 걸세. 그럼 내가 그대를 죽이지 않을 이유를 말해주게.”


그렇게 말하는 로베르는 목숨을 구해준 친우를 보는 눈빛이 아닌, 사람들의 목숨을 책임질 위정자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없네. 그렇다면 그렇게 죽는 것 역시도 주의 뜻이겠지.”


더욱 솔직해지자면 죽고 싶지 않다. 하지만 틀린 선택을 한 나의 잘못 아니겠나. 나의 심장소리만이 들려오는 시간이 길어지고, 슬슬 병사가 쏟아져 들어오겠거니 생각하고 있을 쯤 로베르는 다시 웃음을 터뜨리면서 침묵을 깼다.


“장난을 한번 쳐봤네. 물론, 전쟁은 나지 않을 걸세. 체스터 백작령과 포위스 공국이 안정화를 마친 지금 상황에는 아일랜드가 잉글랜드에 붙는다고 해도 이길 수 없겠지. 만약 전쟁을 일으킨다면, 폐하꼐서 살려주신 그위네드에 새로운 노르만 공왕이 생기겠지.”


“왜 한번 이름이라도 올려보고 싶나?”


“웃기지 말게. 잘 쉬다가게나.”


그리고 병사들이 우리를 내성 안에 있는 손님을 맞이하는 방으로 데려갔다. 가는 길에 아이들을 살피니 존과 올리버 둘 다 내용을 이해라도 한 건지


양털로 짠것 처럼 보이는 이불이 덮혀있는 제대로 된 침대가 있는 방을 보자 마음이 풀린다.


“쉬거라. 나는 챙길것도 필요하니 밖에 나가봐야겠어.”


존은 조금 눈치를 보고 있었지만 올리버는 이미 이불에 덮혀 있었다. 나태에는 악마가 숨어있건만. 그래도 휴식이 필요한 건 사실이기에 일단은 휴식을 권했다. 그리고 녀석은 여러가지로 불안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쉬라니까.”


그제야 눈치를 보던 존이 머리를 이불 속에 파묻는다. 게으른 놈 같으니. 녀석을 보고 있자니 한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어째서 존은 대화가 끝나고 불안한 표정을 지었을까? 노르만어를 아는 건가?


웨일즈에서 서쪽 끝, 데건위에 평생 산 병사가 아니었던가?


이미 피어오른 의심은 내 정신에 기분 나쁜 습기처럼 달라붙었다. 존은 노르만인인가? 그렇다면 그것을 숨길 이유가 있나?


그냥 눈치로 상황을 알아차린 것 아닐까. 며칠 지나지 않은 여정이지만, 지금까지 보인 모습을 떠올리면서 의심을 지운다.


작가의말

매일 오후 6시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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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웨일스 병합전쟁(1) +1 23.12.15 64 2 13쪽
16 런던의 연금술사(7) 23.12.14 75 4 12쪽
15 런던의 연금술사(6) 23.12.14 69 2 13쪽
14 런던의 연금술사(5) 23.12.13 89 3 12쪽
13 런던의 연금술사(4) 23.12.12 76 4 13쪽
12 런던의 연금술사(3) 23.12.11 87 4 13쪽
11 런던의 연금술사(2) 23.12.10 98 4 14쪽
10 런던의 연금술사(1) +1 23.12.09 128 4 13쪽
9 수도사와 수도사의 문답 23.12.08 126 4 18쪽
8 전쟁을 늦추는 전령(4) 23.12.07 135 5 15쪽
7 전쟁을 늦추는 전령(3) 23.12.06 145 5 12쪽
6 전쟁을 늦추는 전령(2) 23.12.06 221 7 17쪽
5 전쟁을 늦추는 전령(1) +2 23.12.05 344 14 20쪽
» 웨일스(4) +1 23.12.05 380 14 11쪽
3 웨일스(3) +2 23.12.04 453 17 14쪽
2 웨일스(2) +2 23.12.04 692 18 15쪽
1 웨일스(1) +4 23.12.03 1,237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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