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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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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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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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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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전쟁을 늦추는 전령(2)

DUMMY

"신앙의 형제인 동쪽의 로마가 1453년에 저 동쪽의 또 다른 신앙의 형제-이교도라고도 하겠지만-에게 멸망함을 알고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어? 즈응말로요(Really)?”


Realis 라는 건가? 왜 잘만 사용하던 잉글랜드 어를 버려두고 라틴어일까?


“뜬금없는 엉터리 라틴어는 왜 쓰는 거지?”


그 말에 올리버가 탄식을 내뱉으면서 관자놀이를 문지른다.


“아아.. 헷갈리네요. 진짜인지 뭔지···”


그러더니 혼자 뭐라고 중얼거린다. 이런 식의 대화도 이제는 신물이 난다. 그냥 최신 의학에 알맞은 판단을 내려줬다.


“도무지 안 되겠구나. 머리를 열어서 머릿속 악마를 뽑아주마. 주여 어린양을 보우하소서. 적어도 너가 그렇게 좋아하는 소독한 도끼로 두개골만 아름답게 열어주지. 어떠니?”


그 말을 듣자마자 말에서 뛸까 말까 고민하는 표정의 올리버의 머리를 붙잡고 턱으로 정수리를 꾹꾹 누르면서 달리는 말이 달리면서 위 아래로 수직 운동을 당하면서 생기는 방아질에 고통스러워하는 녀석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너는 내 딸이다. 십삼년 동안 너는 나를 과거로 오면서 만나게 된 젊어보이는 늙은 아저씨 정도로 생각할지는 몰라도. 신께서 엮어주신 운명 아래 너를 어떻게 써먹어보려고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거라. 솔직하게 말하거라. 너는 시간을 거슬러 왔더냐?”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아이가 머리를 붙잡고 웃을지 말지 고민하던 아이가 뭔가를 깨달았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그런데 저랑 같은 미래에서 오신거면 그리피스의 아들을 암살하신 거 아니에요?”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럼 정말로 수은이 독인 걸 알면서도 그냥 마음에 안드는 사람마다 처방해준 거 아니에요? 그냥 죽이고 싶은 사람마다···! 정말 무서운 분이셨네요···.”


미래에는 수은의 독성이 좀 더 체계적으로 밝혀진 모양이다. 하지만 수은도 완벽한 처리를 거치면 완벽한 연금술 시약으로 쓰이는 것을 모르나?


“그럴리가 있나. 무엇이든 약으로써의 효용이 있는···.”


점점 차가워지는 표정을 보아하니 귀찮아질 것 같으니 대화를 나중으로 미뤄야겠다.


“일단 이야기는 더 나중에 해보자꾸나. 슈루즈베리를 지나서 체스터로, 그 이후에 런던으로 가야하니 갈길이 멀다. 그리고, 너를 위해서라도 켄터베리로 가야하지 않겠니?”


그리피스를 직접 잡은 적이 있는 슈루즈베리와 체스터의 두 명의 휴그 백작에게 미리 반역의 소식을 알려 저들이 먼저 공격하기를 기다리라는 전언을 보낸다.


절대로 먼저 움직여서는 안된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면서 방비를 마치면, 저들이 처들어올 시간을 만들어주는 거겠지만, 그와 동시에 폐하가 돌아와서 모든 것을 정리할 시간이 생긴다.


그래야 폐하의 잉글랜드의 모든 영지에 대한 장악이 더욱 강해진다. 둠스데이 북과 같이 모든 토지대장을 정리하여 그 장악력을 더 공고히 했지만 그 장악력도 지금처럼 원정을 나가 힘의 공백이 생긴 이상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일이니까.


그렇게 하루를 말린 과일등을 먹으면서 달린 결과, 그날 저녁에 슈롭셔의 중심지에 있는 슈루즈베리 성에 다다랐다.


“백작님을 보러 왔소. 클런 성에서의 급한 소식이오.”


생각해보니 이 경비병 입장에서는 내가 어지간히도 수상하겠다 싶어 설명을 하려 했지만 자주 드나들었던 성이기에 혹시 경비가 아는 이인가 싶어 보니, 역시 아는 녀석 이었다. 아내가 열병을 앓는 것을 도와준 적이 있는 녀석이다.


“베드로 수사님 아니십니까. 곧장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녀석은 당연하게도 후임병을 툭툭 친다. 얼빵한 녀석인지 무슨 말인지 모르고 두리번 거리자 녀석이 머리통을 창대로 쾅 소리가 내려치면서 화를 내고는 녀석이 뛰어가자 자신도 주군을 따라 바다를 건넜던 것을 티라도 내는 건지 노르만 어로 묻는다.


“...소문은 사실이 아니겠죠?”


내가 카드왈론을 독살하고 병사들을 태워 죽여버린게 사실이냐고? 질문도 대답 역시도 보면 알겠지만 사실과 거짓은 항상 혼재되어 있고 변명에는 한계가 있다. 반은 사실이고 반은 거짓이다.


“소문은 와전되기 마련일세. 확실한 건 더 이상 대화가 통할 일은 아니라는 거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이성적인 대화가 전쟁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그리피스랑 내가 자리에 앉아서···


당신의 성을 태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당신의 아들을 죽인 것은 내가 아닙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검을 뽑아서 목을 치려고 발광하는 결과만이 그려지는데, 유창한 노르만 어가 뒤에서 들려온다.


“그렇지. 그러기에는 너무 멀리 왔어.”


존의 목소리다. 천천히 내 머리가 뒤를 바라본다.


“...자네. 노르만 어를 하는가?”


방금 병사는 노르만 사람으로 노르만어로 자연스럽게 나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거기에 존이 자연스럽게 노르만어로 첨언했다. 잠시 잊었던 의심이 다시 고개를 처든다.


“웨일스에서 평생 살아온 병사 아닌가?”


수도사의 몸으로 진리를 찾아 온 세상을 돌아다닌 나도, 그냥 내성 경비병이 약초를 알고, 근처 국가의 언어를 알고, 그것도 바다 건너의 말을 할줄 아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 될 수는 있다. 그런 이가 공왕의 아들이 죽은 순간에 암살자로 낙인 찍힌 이들과 함께 도망가는 건.


너무도 의심스러운 결론이 나온다. 발자국을 보면 말의 발굽이 찍힌 모습으로 뛰던 것인지 걷는 것인지 언제 찍힌 것인지 아는 것처럼 결과에는 과거의 흔적이 있다.


“자네···?”


지금까지 거의 완벽하게 사실을 숨기고 있던 존이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지도 알 법하다. 그가 그리피스의 아들을 죽였고 그것을 시킨 이는 슈루즈베리 백작이겠지.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이용가치가 없는 건가?


그렇다 할지라도, 말의 크기를 조절하여 병사는 잘 듣지 못하고 존도 겨우 들을 정도로 말한다.


“슈롭셔의 백작이 전쟁을 원하던가?”


말도 아끼고, 행동도 아끼던 녀석이 정말로 후련하다는 듯이 웃고, 말한다.


“뭘 말하는 건데요?”


이 상황에서 모르는 척을 하는 존을 본 올리버가 작은 소리로 욕을한다.


“개똥같은 새끼···”


그래도 주의 이름을 망령되이 부르지는 않았으니 뭐라 하지는 않았다.


곧 병사들이 몰려들어 우리를 잡아가기를 기다렸지만 기다리는 건 공손한 병사들의 환대였다.

===


슈루즈베리 백작 몽고메리의 휴그가 나와 올리, 존을 맞으면서 그 불경한 입으로 주가 함께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존에 대해 묻는다거나, 왜 암살했느냐는 말을 한다면 당연하게도 나를 죽이지 않을까? 존이 내가 알아차렸다고 말한다면 상관없이 죽이겠지만.


백작은 당연하게도 존을 모른 척했다. 병신이 아니고서야 죽일 것도 아닌 사람한테 실실 쪼개면서 흉악한 음모를 꾸민 건 나요! 하고 웃겠는가.


그럼 저 새끼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일을 한건가?


“폐하께서 책봉하신 그위네드 공왕, 그리피스 압 커난이 바다를 건너 애버프로에 다시 성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폐하께서 제한하신 축성권을 무시한 행위이지요.”


그다지 놀란 표정은 아니다. 그야 그렇겠지 이 주변 모든 영주가 내가 그리피스의 왕궁에 불을 지르고 아들을 암살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전쟁을 생각하고 있었겠지.


“아아. 반역인가? 아니면, 우리의 군주가 당신과 공모한 음모에 항의하는 건가? 글쎄 나는 모르겠는데.”


거기에 더해 의심까지 한다. 화가 날법도 하지만··· 혹시나 화를 내는 표정을 하나 싶어 올리버를 바라본다. 그러고보니, 녀석은 이미 노르만 어를 아는 건가? 그래 미래에서 왔다는 것도 알았겠다. 이제는 굳이 모르는 척을 하지 않기로 하는 건가.


표정관리를 못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백작씩이나 된 이가 아이에게 해코지 할 것도 아니니까.


“저는 그를 살해할만한 처방을 내린 적이 없습니다.”


말하는 도중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만큼 큰 웃음소리가 터져나온다.


“풉.”


올리버다. 지금 웃은 게 올리버다. 존도 아니고 슈롭셔 백작도 아니다. 설마 지금 피를 뽑고 수은으로 안정화 시킨 물약을 먹는 것이 사람을 죽일 처방이라는 건가? 수술을 한것도 아니고 대놓고 독을 먹인 것도 아니다. 최신 의학이 가리키는 최고의 처방을 한 것인데 이렇게 조롱받을 일인가?


나도 미래에 살면 제깟놈이 아는 것보다 두배는 더 알 것이 분명한데. 나와 같은 사람들이 쌓아올린 지식 위에서 이런 개같은 녀석이 감히!


잠시 한숨을 뱉고 이성을 되찾고 말한다.


“제가 기르는 고아입니다. 고귀한 귀족을 보아 정신이 나간 듯합니다. 무시해주시죠.”


“아니. 아이가 말하게 두지. 무엇이 그리 웃기더냐?”


미소를 띄우는 백작에게 항의하듯이 쳐다봤지만 무시한다. 말하는 데에는 아직 부족함이 있는지 떠듬떠듬 녀석이 변명을 한다.


“얼마 전에 본, 기러기가 남들 밥 먹을 때에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있던 기러기가 모두가 날아갈 때야 밥을 먹으려고 하다가 밥도 못 먹고 날아가는 대열에도 늦는 것을 본 것이 갑자기 기억나서 그랬습니다.”


좋은 임기응변이다. 내가 바라는 결과에도 부합하고,


누가 봐도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고 빼는 척 하면서 떠보는 모습을 비꼬는 말을 하지만 남자아이 같이 만든 머리에 남자아이로 생각하면 9살이나 될까 싶은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하니 아무리 귀족이니 어쩌니해도 마음에 안든다고 자기 농노도 아닌 놈에게 뭘 할 수는 없으니 나에게 화살을 돌린다.


“...자네가 이렇게 말하라고 시켰나?”


“저는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입니다. 정신이 나간 사이에 주께서 아이에게 지혜를 내려주신 듯 합니다. 느낀 바가 있으십니까?”


처음에는 쫄았지만 확실히 나를 죽일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중요한 남작가 중 하나인 클런 성에서 가져온 소식을 개무시하고 클런성은 불타게 두고 웨일스의 군대로 잉글랜드를 먹어볼 반란을 낼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 건 10년을 준비했더라도 힘든 일인데. 백작이 된지 이제 1년 된···.


논리를 펼치던 중 오류를 찾았다.

백작이 된지 이제 막 1년이 된 몽고메리의 휴그가 수년 전부터 침투시킨 병사를 써서 그리피스의 외아들을 죽인다···?


“그렇게 말하니 내가 백작이 되기 전부터 이미 정한 일이 있지. 로베르 공왕님과 포위스를 넘어 앵글시와 그 남부 땅을 체스터 백작과 나누기로 했으니.”


전쟁이 나지 않더라도 그렇게 되게 할 것이었다는 말은 삼키는 듯했다. 뭐가 됐건 윌리엄 폐하께 직접적인 반란은 할 생각이 없었던 듯 싶다. 계승자를 잃은 그위네드 공왕이 죽으면 웨일스의 왕좌를 가진 윌리엄 폐하가 자신들에게 잘 잘라서 주거나.


“그러기는 커녕 그리피스를 그위네드 공왕으로 직접 책봉해주다니, 폐하의 판단 중에서 가장 바보 같은 일이 아닌가! 그런 왕 따위 없어도 웨일스를 장악하는 데에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텐데.


지금 보게나 또 반역하지 않던가? 그야말로 멍청한 거위 같은 꼴이 노르망디와 런던에 있구나! 그렇다면 나 혼자서 저들의 땅을 빼앗아 나의 백성을 배불리 먹이겠다.”


멍청한 거위 같은 꼴이 누구를 말하는 지는 굳이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자명하다.


폐하가 앵글시 섬의 애버프로의 성을 부수고도 그리피스를 사로잡은 김에 직접 다스리기도 곤란한 땅을 넘겨주는 대신, 왕궁을 섬이 아닌 데건위에 옮기게 한 후 축성권을 박탈함으로 지금까지의 전쟁을 막았는데도 백작에게는 그런 과거는 보이지 않은 듯 하니 현재를 눈 앞에 올려줬다.


그가 먼저 주변 봉신과 영주와 연합해서 공격하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


“...첫째로 그가 아일랜드에서 지원군을 불러 오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그에 더해, 해롤드의 자손과 노르웨이의 군대를 데려온다면 반드시 이겨낼 수 있으십니까? 당신이 당신의 주군을 벗어나서 전쟁을 승리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인지, 생각해보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백작이라고 모르는 소리가 아닐 거다. 실제로 척을 지려고 꺼낸 말조차도 아닐 것이고, 이번에야 말로 그리피스를 끝장내자는 말이겠지만 저런 말을 듣고도 아무말을 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그의 손이 필요해보이겠는가.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십쇼. 필립을 무릎 꿇리고 돌아온 폐하가 고작 웨일스, 아일랜드와 노르웨이의 군대를 이겨내지 못할 것 같습니까?”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패배해서 온다면, 이라는 말을 담고 있는 듯한 침묵이 잠시 이어진다. 그도 어느 정도 군대를 보냈을 것이 분명한데 그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은지 입을 꾹 다물고 서로를 보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러던 백작이 입을 먼저 연다.


“알겠네. 방비를 단단히 하고 런던에서 올 명령을 기다리겠네. 폐하께서 진작 말씀하신 것처럼 말이지.”


그래. 먼저 공격하지만 않으면 전쟁을 어떻게 막을 방법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럼 이 존이라는 웨일스 병사는 당신의 보호 하에 두고 가도 되겠습니까?”


그 말에 백작은 이상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안타깝게도 손님을 맞을 여유가 없는 상황이네. 새 말을 내어 줄테니 데려가 주겠나?”


“그렇다면 체스터까지는 데려가도록 하겠습니다.”


곧바로 첩자로 사용할 생각인가 싶다. 그나마 새로 생긴 골칫거리라도 버려두고 갈 생각이었는데 그것도 아니게 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 그렇군. 알겠네.’ 했으면 끝날 일이 저 놈 때문에 시간이 길어졌다. 본인이 이룬 게 하나도 없어 뭐라도 증명하려고 안달난 병신 때문에···! 그대로 전쟁이라도 나면 몇년도 지나지 않아 눈먼 화살에라도 죽을 것 같은 놈이다.


새 말에 올라타고, 존 역시도 새 말에 타는 것을 보고 빤히 쳐다보다 눈을 피하는 존에게 말했다.


“약속을 저버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너도 알겠지. 버릴 수 있으면 꼭 버리겠네. 직접 나서서 죽이지 않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네.”


그렇게 성을 벗어나고 마을을 벗어나 말을 달리던 도중에 문득 궁금한 게 떠올라 녀석에게 물어봤다.


“무슨 독을 썼길래 아무리 아기라 해도 그렇게 바로 죽었나?”


“...도착하기 전날에 은방울꽃을 달인 물을 아기를 싸맬 강보에 발랐습니다.”


“설마, 내가 도착하고 약을 먹이고 조금 지나서 죽을 수 있게 계산 한 건가?”


“그런게 되겠습니까.“


“역시 그렇지? 조금만 늦었어도 너만 죽고 말았겠구만.“


이런 대화를 하고 있자 올리버는 좀 질린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고, 말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시선을 피한다. 그래 어린애는 풍경이나 봐라. 실제로 몇살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구출이라도 온 것처럼 보였겠네. 나야 윌리엄 폐하의 비수라고 생각할 것이고, 너도 조사하다보면 어디서 왔는지도 찾았을 것이고. 불이난 통에 못했더라도 이제는 강보도 확인 했겠구나.”


주변의 대영주가 다같이 나를 향해 공모해오고 있으면 그야 여기저기에서 지원군을 부르겠지.


“그렇다면, 그리피스는 몇달 뒤에나 공격할수 있겠지.”


애버프로에 나름대로의 성을 지을 시간도 주어질테고. 노르웨이의 지원이 도착하기 전에 공격하는게 나을까. 아무리 봐도 오해의 골이 너무 깊다. 실제로 그의 아들이 죽기도 했고, 궁전에 불이 나기도 했다. 차라리 더 많은 사람이 모여 생명을 잃기 전에···?


데건위에 새로운 성을 짓느라 생긴 지출 때문에 그가 다시 병력을 꾸리는 데에 시간이 걸리기야 했겠지만 만약 그가 어떻게든 웨일스를 전부 수복하는 데에 집중했다하면, 체스터셔, 슈롭셔, 런던의 병력을 모으지 않고서야 확실한 승리를 보장하기 힘들다.


“공성전에는 많은 자원이 드니까···. 최적의 집결기간은 여름즈음이 되겠군.”


혼잣말을 하자 존이 끼어들어 말한다.


“...저는 그런 것 까지는 생각은 안했습니다만.”


“그야 나는 약사고 너는 아이나 죽이는 살인자니까. 지옥에 떨어져라 독사 같은 놈.”


그제야 존이 입을 다물었지만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


“너는 거짓 신에게 승리를 위해 자기 아이를 바친 모압왕보다도 병신 같은 놈이라, 너가 뿌리는 씨는 영글지 못하고 평생 아무리 따뜻한 곳을 찾아도 차가움만을 느낄 거다.”


입은 다물었지만 두려워하지는 않는 기색의 존을 노려보았다. 나는 이런 자를 많이도 보았다. 마치 이성이 진정한 구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삶은 오직 지상에만 있는 것처럼 살아가는 이들은 하나 같이 아는 것이 많았고 배운 것이 많았다.


그러니 지식이 위험하다는 수도사들이 많다.


그건 모르는 소리다. 반만 아는 이들이 두려운게 없을 뿐이다.


저 멍청한 얼굴이 그 증거이고 증명이다. 아마도 속으로는

'저 사람은 나 때문에 손해를 많이 봐서 저렇게 화가 났구나'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척을 하겠지.


“진심으로 내 손으로 직접 주의 심판대로 너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니 알아만 둬라.”


나보다 키가 머리 하나는 작은 존은 병사로 지내온 세월이 있어도 영혼의 연약함은 숨길 수 없는지 움츠러든다. 그 모습에 약간 비이성적인 동정심이 생기는 바람에 입을 다물고 조용히 저녁을 보낼 준비를 한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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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웨일스 병합전쟁(1) +1 23.12.15 64 2 13쪽
16 런던의 연금술사(7) 23.12.14 75 4 12쪽
15 런던의 연금술사(6) 23.12.14 6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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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런던의 연금술사(4) 23.12.12 76 4 13쪽
12 런던의 연금술사(3) 23.12.11 88 4 13쪽
11 런던의 연금술사(2) 23.12.10 98 4 14쪽
10 런던의 연금술사(1) +1 23.12.09 129 4 13쪽
9 수도사와 수도사의 문답 23.12.08 126 4 18쪽
8 전쟁을 늦추는 전령(4) 23.12.07 136 5 15쪽
7 전쟁을 늦추는 전령(3) 23.12.06 146 5 12쪽
» 전쟁을 늦추는 전령(2) 23.12.06 222 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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