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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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최근연재일 :
2024.04.0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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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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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전쟁을 늦추는 전령(3)

DUMMY

화가 가라앉은 채로 빛이 밖으로 새지 않게끔 돌을 위에 새워 달궈진 돌에서 오는 약한 열기만을 쬐고 있을 때에, 올리버가 지금이면 물어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헀는지 물어본다.


“근데, 아이한테 그거만 먹였어도 죽지 않았을까요. 술이잖아요?”


존을 죽이고 싶은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이제는 그 시약의 효능을 증명할 길도 없어졌다. 그아이는 죽었으니까 그 처방이 옳은지 어떻게 미래에서 온 멍청한 제자한테 증명하겠는가? 술이 들어간 약일 뿐이지 약은 약이란 말이다.


“내가 만든 시약이 사람을 죽일 거였다는 말은 내 인생에 대한 모욕이다.”


아직도 남은 분노에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미래에서 왔다고는 하나 어린 아이에게


“...”


할말이 많은 듯 보이는 올리버는 그제야 입을 다문다. 그렇게 한 절반쯤 왔다 싶었을 때에, 말이 지쳤다.


이것저것 먹을 것을 늘어놓고 밀가루를 대충 물하고 반죽해서 만든 덩어리를 돌위에 굽는다. 존에게도 건네주니 먹는 것을 머뭇거린다.


“왜. 나도 독을 탔을 것 같냐? 대답하지 마라. 그냥 먹어라.”


뭣보다 이 녀석은 끝까지 모른 척을 하던가 도대체 왜 중간에 밝힌 건지 이해가 안된다. 고향에 와서 긴장이 풀린 건가? 밥을 다 먹고 야영할 준비를 마친 존에게 도저히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어본다.


“왜 굳이 티를 낸 건가? 그냥 여기 남겠다고 했으면 다들 별 말 없이 넘어갔을 텐데.”


“티를 내지 않고 만약에 백작님이 밝히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니까요···”


변명하는 아이 같이 눈을 피하면서 말하기에 모닥불을 쳐다보고 기다린다. 그가 진실을 말해줄까? 아니면 그냥 나를 놀리고 싶었던 것일까? 침묵은 길어지고 올리도 중간에서 눈치를 보며 나와 존을 번갈아가면서 본다.


“솔직히는, 그냥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하니까 누군가한테는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전쟁이 끝나면 땅을 준다고 약속도 받았었지만···”


그의 말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굳이 대꾸를 하지는 않았지만 말이 멈추지는 않았다.


그런 약속을 했던 백작님도 죽은지 1년이 지났고, 새로운 백작은 첩자를 통해서 빨리 공왕비와 함께 아들을 죽이거나 아들이라도 암살 당했다고 생각하게 만들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폐하와 가까운 약사가 온다는 말을 듣고 강보 안쪽에 은방울꽃에서 뽑은 독을 조금 발랐다고 한다. 처음에 한말과는 다르게 자기가 죽고 싶지는 않아 약사가 출발했다는 소식에 맞추어 천천히 중독시켰다고 한다.


이미 아팠던 아이가 바로 죽을지도 모르지만, 강보를 다시 쌌다 풀어낼 때에 독이 닿게끔 도포한 부분을 나누어 발랐고, 약을 먹일 때에도 공왕이 본인에게 약병을 건네기에 벨라돈나 열매즙을 또 넣었다고 한다.


안 그래도 약해진 아이는 약을 먹기가 무섭게 죽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가 죽는 모습을 볼 때에 너무도 후회 됐다고 말하며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그리고 아무도 자신의 악행을 모른 상태로 모든 게 끝나려니까, 사냥꾼의 고해성사를 해주던 내 모습이 생각나, 내가 알아차려주기를 바라고 노르만 어를 했다고 말하고 존은 나를 바라본다.


“...제게도 해주실 수 있습니까?”


“원래는 자는 척을 잘하는 편인가. 분명 그때 모두 자는 줄 알았건만.”


거기에 올리버도 눈치를 보면서 고개를 젓는다. 모두 다 일어나 있던 건가? 그렇다면 무슨 담력으로 사냥꾼을 믿은 건가? 나야 한때나마 성직자로 살았던 사람으로 도저히 맹세를 깰 수 없었다고 쳐도 이 아이들까지 맹세를 한 것도 아닐 텐데.


“스승님을 믿은 거죠. 하하···”


올리버가 머쓱한 듯 웃으면서 말하는 모습에 약간은 기분이 풀렸다.


“말은 참 잘한다. 그리고 존, 너에게는 참 미안하지만 나는 성직에서 물러난지 오래라, 너에게 성사를 해주는 건 힘들겠구나. 진실로 회개하고 주의 말씀을 지키는 삶을 살거라. 그 남자는 그 다음날 태양을 볼지도 불분명한 사람이지 않았나.”


“...알겠습니다.”


여전히 올리가 죄를 짓게 만드는 상황을 만든 존을 마음 속에서부터 우러나온 용서를 하기에는 내 속이 너무도 좁다. 원수를 사랑하라던 주의 말씀을 되새기며 한마디를 더 한다.


“앞으로 너의 지식을 이웃을 위해 써라. 내가 도와주마.”


그래도 약초에 대해 조금은 배운 존이 도와주면 앞으로 좀 더 쉬워질 거라는 계산에 말했지만, 차라리 그냥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래도 그런 짓을 하면 수도원에서 나를 길러준 모든 수사들에게 얼굴을 들 수 있겠는가.


그제야 존은 약간 편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해서


“체스터까지는 아직 멀다. 15마일(약 20km. 당시 쓰인 로마 마일은 1마일 당 1.48km) 정도 남았으니. 자둬라.”


근처에 있는 마을에서 쉬어도 됐겠지만 아직 그위네드 공왕이 보낸 추적자들이 있을텐데 여기저기 모습을 보이는 게 얼마나 안전한 일일지는 모르겠다. 개라도 키우면 누가 올때 알법한데. 그냥 운이 좋기를 바라고 잠을 청했다.


운은 좋았다. 일어나니 칼을 들이대는 사람은 없었다. 힘들긴 했던지 잠들어 있던 존을 발로 차서 깨우고 빠르게 출발했다. 로마시대 부터 있던 가도를 따라서 말을 달리는 중에 웨스튠에 다다랐다.


존이 갑자기 생각난 듯 내게 묻는다.


“서레이 백작에게는 직접 소식을 전할 생각이 없습니까?”


첫번째 서레이 백작은 폐하께 그 누구보다도 신뢰를 받던 남작이었고 그래서 부유한 땅인 서레이를 하사받았고 지금은 부유하기가 그 다섯손가락 내에 들어갈 정도였지만, 아버지가 죽은 후 그의 아들은 여기저기 혼처를 알아보던 중 스코틀랜드 왕의 딸과 결혼을 추진해보려했지만 폐하에 넷째 아들에게 빼앗긴 후 앙심을 가졌다는 소식이 있다.


그에게 전쟁 소식을 알리면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으로 슈롭셔와 체스터 사이의 협력을 끊고 반란에 동조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백작이 이 마을에 소유권이 있다하여 그가 펼칠수 있는 군사력이 이곳에 있는 것 또한 아니지 않은가.


“웨스튠이 슈롭셔의 백작과 서레이 백작의 소유인 땅이 섞여 있다고는 하나, 결국 서레이는 저 남쪽에 있지 않은가. 런던에 가서 소식을 전할 때 자연히 전해지겠지.”


마을에는 좌판이 앞에 놓인 집이 몇개인가 모여있고 도로를 사이에 둔 농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 장이 열리는 날인가? 지나오면서 본 짐마차는 없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농장에서 경작하는 평민들이 직접 연 장인 것 같다.


“처음 온상인이유? 빨리도 왔네. 말은 있는데 수레는 없고, 이상한 사람일세.”


마을의 유지로 보이는 사람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는 것을 보아 정기적으로 열리는 장인가 싶다.


“지나가는 길이오. 슈롭셔의 백작이신 휴그 백작께서 주신 명령으로 체스터로 가고 있소.”


백작이 보냈다는 말을 하자마자 이쪽은 서레이 백작의 영역이니 뭐니하면서 흉작이 있었다고 너무도 삶이 힘들다는 말을 구구절절 늘어놓는다.


“징수인도 아니고, 기사도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게.”


얼굴에 다시 활기가 돌아온 남자가 잘 가라면서 손을 흔든다.


그대로 좀 가다보니 또 다른 남자가 다가왔다가 본인들도 서레이 백작의 장원이라면서 고개를 마구 젓는다.


웨스튠은 첫번째 슈스버리 백작인 몽고메리에게 하사되어 개발하는 과정에 서레이 백작에게 어느 정도 넘어간 김에 슈롭셔에서 징수관이 오면 자신은 아니라며 하는 건가? 그래봐야 행정구역으로 묶인 곳에서 얼마나 큰 이득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냥 지나가는 길이오.”


말에도 탔겠다 빠르게 지나가려했지만 사람들이 길을 막는 통에 지나가는 데에 약간 발목을 잡혔고, 어느 상인이 우리를 알아보고 말았다.


“저 셋, 혹시 그위네드 공왕의 아들을 죽인 사람 아닌가?”


인상착의나 용모도 나름대로 바꿔봤지만, 성인 둘에 어린아이 한명이 말을 타고 다니니 당연히 눈에 띌수 밖에 없다.


“도대체 어떤 증거로 우리를 그 자들이라고 생각하는가? 나 역시도 데건위에서의 사건은 알고 있네. 하지만 우리는 슈롭셔의 백작이신 휴그 백작님의 특명을 받아 아픈 아들까지 데리고 집행하러 온 기사를 모욕하는가?”


문장도, 무기도 없는 자가 기사를 칭하지만, 군마에 타고 로브로 온몸을 감싼 건장한 남자에게 어떤 말을 하겠는가?


“검을 주어라 종자야. 내가 저자들을 죽이지 않고서는 노르망디의 기사들의 명성이 떨어지겠구나!”


존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한다. 첩자로 몇년을 살아온 녀석이라면 어떻게 해야할지 알 거다.


“주, 주군··· 이 자들이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닐겁니다요···. 부디 저를 봐서라도 모른척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정답이다. 검도 없는데 어떻게 주겠나? 그런 김에 행동에 나섰다.


“그래? 그럼 너가 대신 맞아라.”


말에서 뛰어내린 내가 녀석을 말에서 끌어내 바닥에 패대기치고 마구 패고 있으니 상인들은 참된 기사를 본 감탄을 흘리면서 도망간다. 때리다보니 감정이 실려 주변에 상인도 없는데 때리고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일어난다.


“흑흑···”


아프기는 아픈지 울고 있는 존을 한대 더 패고 말에 다시 올라탄다. 원래 못생긴 놈은 울면 더욱 못생겨지는 법이라 보고 있기가 힘들다.


“움직여라.”


모두가 기사다운 행동에 고개를 돌린다. 쳐다보다가 돼지를 뺏기거나 밀포대를 빼앗길 수도 있는 사람들은 말조차도 걸 생각을 안한다. 이렇게 된 김에 당나귀라도 받을까 싶은 욕심이 고개를 들었지만 필요 없는 것을 받을 이유가 어디 있겠나.


한 시간정도 달리니 수차가 곳곳에 있는 강이 보이고, 북쪽으로 계속 달리니 넓은 평야들에 알알이 박힌 호수가 보이고, 해가 져가는 무렵에야 체스터 성에 다다랐다.


“들어오십쇼.”


아무런 설명도 듣지 않고 열명 정도 기다리던 위병이 곧바로 나를 올려보낸다. 올 것을 알고 있었나? 이렇게 빠르게 정보가 전달되면 내가 말을 타고 체스터 백작에게 굳이 소식을 전할 필요가 있나?


“그래요.”


병사들이 말의 고삐를 잡고 옮기고 나머지 병사가 곧바로 우리를 알현실로 데려간다.


“오랜만입니다. 체스터의 백작님.”


고개를 숙이면서 백작에게 예를 표하자, 백작이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고드베르, 이게 얼마만인가. 편하게 부르게.”


나이도 비슷하겠다. 옛날부터 긴 친분을 가진 체스터 백작이 어색하다는 듯이 세례명인 아닌 이름으로 나를 부르면서 편히 말하기를 권하기에 미소를 지으면서 사양했다.


“저의 지위와 당신의 지위가 엄연히 차이가 있는데 그럴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백작 역시 작게 미소지으면서 말한다.


“그러면 베드로 수사, 어떤 일로 왔는지 말해주겠나? 그 그위네드 공왕의 성을 태워버린 이야기는 들었네.”


“사고였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 아닙니까? 병사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자네가 온다는 소식만 알고 있지 슈루즈베리 백작이 너를 보냈다지? 웨스튠에 갔던 선전관이 너를 봤다고 소식을 전해왔다.”


아마도 조금 더 빨리 길을 타고간 이가 미리 알려준 것인가? 어느 쪽이든 나는 아는 것이 없다.


“그렇다면 어떤 내용일지 예상 가는 바는 있습니까?”


그 말에 늑대라는 별명 또한 가지고 있는 백작이 별명에 맞게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본다.


“소식을 전하러 온 자네가 왜 나한테 물어보는 걸까?”


“친우에게 하는 질문으로도 어렵겠습니까?”


잠시간의 침묵이 아프다. 내가 대답할까 고민하는 순간 백작이 먼저 입을 연다.


”선전관에게서 자네가 이제는 기사가 됐다는 소식은 듣긴 했네만. 여기는 제자인가? 아니면 여전히 올리버가 제자인가?"


존을 가리키면서 백작이 금방 표정을 풀고 실실 쪼개면서 놀린다.


"..."


그냥 오지 말고 도망이나 갈 걸 그랬나.


작가의말

연참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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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웨일스 병합전쟁(3) 23.12.15 55 3 12쪽
18 웨일스 병합전쟁(2) 23.12.15 52 3 12쪽
17 웨일스 병합전쟁(1) +1 23.12.15 64 2 13쪽
16 런던의 연금술사(7) 23.12.14 75 4 12쪽
15 런던의 연금술사(6) 23.12.14 69 2 13쪽
14 런던의 연금술사(5) 23.12.13 89 3 12쪽
13 런던의 연금술사(4) 23.12.12 76 4 13쪽
12 런던의 연금술사(3) 23.12.11 88 4 13쪽
11 런던의 연금술사(2) 23.12.10 98 4 14쪽
10 런던의 연금술사(1) +1 23.12.09 129 4 13쪽
9 수도사와 수도사의 문답 23.12.08 126 4 18쪽
8 전쟁을 늦추는 전령(4) 23.12.07 135 5 15쪽
» 전쟁을 늦추는 전령(3) 23.12.06 146 5 12쪽
6 전쟁을 늦추는 전령(2) 23.12.06 221 7 17쪽
5 전쟁을 늦추는 전령(1) +2 23.12.05 344 14 20쪽
4 웨일스(4) +1 23.12.05 380 14 11쪽
3 웨일스(3) +2 23.12.04 453 17 14쪽
2 웨일스(2) +2 23.12.04 693 18 15쪽
1 웨일스(1) +4 23.12.03 1,237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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