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만능 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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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장성소
작품등록일 :
2023.11.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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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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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연금술사(7)

DUMMY

아직 몸에 털도 나기 전에 들었던 그 말은 내 머릿 속에 박혀 연금술을 완성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줬다. 그게 옳은 말이냐는 모르겠지만, 현기가 있는 말인 것은 분명하다.


“빛으로 우리는 세상을 본다. 그렇지 않느냐? 그러나 인간이 만들어낸 빛은 하느님의 작품에 조악한 모조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늘을 보고 일정한 규칙을 찾아낸다. 그중에서 움직이는 것들을 찾지. 이를 행성이라고 한다. 이 빛의 흐름을 빌어 성부, 성자, 성령의 권위를 가져오는 것이 연금술이다. 천구 너머, 진정한 본질은 단 하나이니.”


나는 그것을 목도한 적이 있다. 아닌가? 기억이 흐릿하다. 조금만 더 생각.


“스승님? 땀을 엄청 흘리셔요!”


갑작스런 올리버의 비명에 정신을 차렸다.


“그랬나? 오늘은 이 정도만 하자꾸나. 밥도 먹어야하니.”


창고에서 염장을 한 청어 세마리 정도를 잘라서 냄비에 물을 끓였다. 그래도 그냥 먹기에는 좀 심심하니 무도 잘라서 넣고 당근도 어느 정도 넣었다. 오늘은 조금 힘들었던 느낌이라 창고에 있던 에일도 따라서 넣고, 도자기 잔을 꺼내서 다들 먹을 수 있게 따랐다.


물을 정수할 수 있다보니 술을 물 대신 먹지 않다보니 싸구려 에일 대신 들어간 좋은 에일의 향기가 공방을 가득 채운다.


직접 요리하는 내가 안쓰러운 걸까? 바야드가 거의 아마도 10년만에 불이 켜졌을 화덕을 착잡하게 바라본다.


“파티마가 요리할텐데, 왜 직접 하셨어요.”


예의 그 알 투그라’이의 여동생이 파티마인가. 그렇다한들 수도원에서 기억이 있고나서부터 4년간을 주방일에 전념했던 내가 그 아이에게 밀릴 것 같지는 않아 코웃음을 쳤다.


“흥, 그러면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하거라. 내가 너한테 음식을 해주는 것도 오랜만이지 않느냐.”


이를 증명하듯 올리버도 벌써 식탁에 그릇부터 놓고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할까요. 그럼, 미리 밥은 하지 말라고 말할게요.”


같은 집에서 이렇게 함께 살아가다니. 이미 결혼한 거나 다름 없는 사이 아닌가. 빠르게 결혼 날짜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프를 올리버에게 부어주고 맛있게 먹으라고 했는데 작게 소리를 낸다.


“맛없어.”


오냐. 죽어라. 아직 기도도 안했는데 미리 먹어?


그렇게 연금술을 가르쳐주고, 윌리엄 왕자가 왔는지 왕궁에 물어보는 날이 나흘간 이어지고, 조금은 평화로운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던 중, 때아닌 말발굽 소리가 거리를 어지럽힌다.


“만체의 베드로! 이전 궁정의사이자, 군의관이자, 군종 신부였으며 왕의 조언자였던 그대에게 다시 잉글랜드의 국왕이고 노르망디의 공작이시며 이제 프랑크 왕국의 정복자가 되신 윌리엄 폐하의 명령이 그대에게 당도했으니 받들어라.”


나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소리는 나흘간의 짧은 평화에 종말을 고했고, 내 앞에는 다시 폐하와 함께해야하는 날들이 펼쳐질 것 같았다.


“어떤 일입니까?”


막상 전령은 그렇게 선언을 해놓고 본인이 읽지는 못하고 내게 문서를 건네준다. 밀랍으로 된 봉인의 인장을 확인하고 떼어내니, 긴 편지가 있다.


–베드로, 나의 직책을 너에게 열거하는 건 딱히 필요 없으리라 믿고 곧장 말해주겠네. 짧게 말해, 프랑크 왕국을 손에 넣었네. 원래는 어느정도 직할령만 뺏은 후에 천천히 개발해서 완전히 집어삼키려 했네만. 잘 되지 않았네. 알지 않은가. 필립이 힘을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 다시 본인들의 옛 봉신들을 모아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걸.


그건 중요하지 않은 일이네. 중요한 것은, 성전에 군대를 이끌고 가는 것을 조건으로, 프랑크 왕국, 그리고 잉글랜드 왕국의 작위를 합한 새로운 제국의 책봉을 약속받았네. 서프랑크의 부활이라던가. 샤를마뉴와 나의 혈통의 이어짐은 없지만, 마틸다 쪽에서 연구한 결과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연결점을 찾았다더군. 파리에서 즉위식이 또 있을 것이네.


그 성탄절처럼, 모든 신민들에게 보여줄 모습이 필요하다네. 친구여, 주의 축복을 한번 더 보여주게나.


필요한 비용은 내가 잉글랜드에 돌아가서 바로 주도록 하겠네.


“그러한가. 잠시 기다릴 수 있겠는가? 폐하께 답장을 전해야하니.”


전령은 처음에 나팔수와 함께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던 것을 벗어던지고 곧장 굽실대면서 알았다고 한다. 명령을 전할 때나 전령이지 이미 명령을 받은 상태에서는 그냥 병사 한명에 불과하니.


공방에 돌아가 펜을 들었다.


–그간 평안 하셨나이까. 폐하. 저는 그간 주의 축복과 폐하의 도우심으로 목숨이나마 부지할 수 있었습니다만, 그위네드 공왕의 아들의 병을 고치는 과정에서 그의 아들이 죽었고, 제게 그 간악한 범죄의 죄를 물었고, 이에서 도망치며 공왕의 왕궁이 불에 타는 불상사가 있었고.


이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그리피스는 또 한번 앵글시의 애버프로에 성을 옮겨 새로 짓는 불상사가 있었나이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일랜드의 지고왕과, 노르웨이의 왕에게서도 지원을 받고자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성전과 즉위식으로 바쁜 와중일지 모르나, 부디 잉글랜드로 돌아와 평화와 질서를 회복시켜주시기를 소망하나이다.


또한 ‘주의 축복’을 다시 보여주시기를 바란다면 그리하겠나이다. 다만 아무리 빨라도 하지제, 성 요한 축일까지가 가장 빠른 시일이 될 듯 싶습니다. 바라건대 폐하, 주의 축복이 함께하시길 기도하고 있나이다.

한시간 정도 걸려 편지를 전부 적고, 가장 좋은 밀랍을 가져다가 인장을 찍어 봉인하고 전령에게 가져다준다.


“포도주라도 챙겨주겠소. 받아가시게, 너무 마셔서 말에서 떨어지지만 말고. 알겠나?”


“하하하.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전령이 소리내어 웃으면서도 입이 찢어져라 웃는 것을 보아하니 편지도 잘 전해주리라 믿는다.


즉위식 때 썼던 주의 축복을 또 만들어야 한다니. 런던 전체의 재료값이 올라가고 약재상 토마스가 입이 찢어질 소식이다.


“바야드, 만드라고라, 독당근, 은방울꽃, 조개나물, 도꼬마리, 바코파, 미그노넷. 디터니를 내가 가져가는 만큼 달라고 해서 토마스네 약재상에서 사와라.”


익숙하다는 듯 바야드가 달려나간다. 몇몇 약재는 독이라 의문을 표할법도 한데 그 흔한 질문조차 안한다.


“존, 유황, 놋쇠, 피터의 소금(초석), 숯, 석탄을 금을 서쪽으로 가면, 런던 외곽에 다비드라는 유대인 랍비의 집이 있다. 그에게서 한 파운드씩 각각의 재료를 사와라. 손수레를 줄테니 갔다 오거라.”


유대인이라는 말에 인상을 찌푸리기에 그들이 문제라면 진작 성밖으로 내쫓지 않았겠냐며 일장연설을 해주고 내보냈다.


올리브 기름을 담은 항아리에 아마포를 넣어서 장치를 기름칠 할 준비를 한다. 장치의 가장 밑에 만들어진 철로 만들어진 그릇을 먼저 닦으면서 기도한다.


“주여, 지상에는 왕국이 있나이다. 이 왕국이 주의 이름으로 토대를 닦나이다.”


그 위에 청동으로 만들어진 그릇을 닦으면서 기도한다.


“주여, 왕국에 하느님께서 임하메, 그것에 주가 역사하실 토대가 되나이다. 이는 위엄을 낳나이다.”


그 위에 왼쪽에 만들어진 그릇을 닦으면서 기도한다.


“주의 위엄이 영원하니 이는 영원을 낳나이다. 그 영원과 위엄이 믿음을 낳나이다.”


그렇게 계속 모든 그릇을 닦으면서


믿음이 낳은 정의, 정의와 믿음이 낳은 이웃 사랑, 이웃 사랑이 낳은 지성, 지성이 낳은 지혜, 이 모든 것이 만든 왕관,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느님의 상징의 완성이라.


이것은 유대인들의 밀교가 말하던 세피로트의 나무가 도구가 됨이다. 물론, 주의 완벽함에는 닿지도 못함을 기억해야만한다. 이는 우상이 아니라 주의 종이 만든 성화와 같은 상징에 불과하니.


모든 것을 승화하게 하는 일곱 층의 도구를 모두 닦아내며 기도를 마치고 기원한다.


“오늘, 저는 또 한번 주의 축복을 바랍니다. 세상의 불완전함을 잠시 걷어내고, 주께 그 완전함의 편린을 보고자 합니다. 주여, 저의 불신을 완전한 믿음으로 하시고, 세상의 악함을 당신의 선함으로 덮어주소서.”


그리고 하늘에 중천에 태양이 다다르고, 따뜻함, 혹은 사랑에 해당하는 자리의 화덕에 방금 바른 기름이 불이 붙는다.


불에 붉게 변한 수은이 있던 투명한 병을 밀랍으로 막은 뒤 태양 아래에 뒀던 병의 공기가 흘러가게 하니 불이 그야말로 태양같이 크게 타오른다. 이 상태를 하룻동안 이어, 연기 없는 불을 하룻동안 태워 악한 부분인 자만을 태워야한다.


그냥 땔감이 아닌 올리브유를 태워서 불을 유지해야하니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그렇게 모두가 재료들을 사올 때까지 기름을 흘려 불을 지펴 올렸다.


공방에 들어오지는 않고 할일을 묻는 바야드에게, 약초들을 각각 화성, 토성, 목성, 금성 수성, 달에 맞추어 나누게하고 울리버와 함께 각각에 해당하는 그릇에 올렸고, 수은을 모든 그릇에 올리고 각각의 거울을 이에 해당하는 별빛을 따르게 조정한다.


금을 화덕에 넣고, 녹아내리는 금에 은 조각내어 올린다. 왕국에 해당하는 그릇까지 내려간 녹아내린 금과 은, 수은의 집합체는 다시 왕국을 지나 토대를 지나, 이웃 사랑을 지나 왕관까지 올라간다.


그릇 위에 올려진 약초가 열을 받으면서 생긴 증기가 이 금속의 열기에 휩쓸려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올라간다.


“봐라. 이게 흐름이다. 세상의 본질로 돌아가는 역행이다.”


올리버가 멍하니 뱀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증기를 보면서 중얼거린다.


“이게. 이게. 이게? 아니 잠시만, 뭐? 하지만 모두 같았는데.”


현실을 도피하는 걸까. 아니면 연금술을 배우면서도 헛소리라고 생각했던 걸까.


“이 과정을 5일 동안 반복하면 저 ‘주의 축복’이 생겨난단다.”


그렇게 5일간 만들어낸 금빛 액체는 병 하나를 채울만큼 생겼다. 병에 담긴 채로도 빛이 새어나오는 액체를 올리버에게 건넨다.


“조금 마시거라.”


잠시 망설이던 녀석이 한모금을 마신다. 이걸로 녀석이 아프거나 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잠시하고, 이제야 다시 체스터 백작이 보낸 이후 열흘이 넘도록 집에 가지 못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물어봤다.


“윌리엄 왕자께서는 사냥을 마치셨나?”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윌리엄 폐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개선식이 있습니다.”


왕이 왕국을 잠시 맡겼는데. 프랑스를 정복하고 전후처리를 하고 돌아올 동안도 돌아오지 않는 미쳐버린 사냥 잔치를 가버리는게 말이 되는가?


“그런가. 왕궁쪽에서 구경이라도 할까.”


다시 2층 방구석에 병을 두고 모두를 데리고 나간다. 거리를 둘러선 사람들이 웅성웅성 소리를 낸다. 원래 거기에 살던 이들의 개가 마구 짖고, 거기에 또 화답하듯이 젊은이들이 소리를 지르고를 반복하며 마구 웃는다.


승전보는 언제나 좋고, 승리한 왕은 언제나 환영받는다. 자신의 아들을 보낸 어머니도 함박 웃음을 지으며 좋아한다. 어떤 비보가 돌아올지는 상상조차하지 않고, 이따금 사려깊은 자들은 행렬에서 자신이 아는 이를 찾아보고자 하기도 한다.


찾았음에도 팔이 잘린 아들을 보고 통곡하기도 한다. 오늘도 그런 행차와 같았다. 행차의 끝에서 왕께서 나를 찾은 것은 제외하고 말이다.


“베드로 수사! 언제 런던에 돌아왔었지? 자네의 후견인도 여기 있군! 함께 왕궁에 들어가세나.”


손을 흔들면서 런던의 시민들을 바라보던 폐하가 곧장 나를 보고 올리버의 흐릿한 초록색 눈을 보면서 미소가 더 진해진다.


“아,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출세한 것 같습니다. 저기 저 근위병이 꺼지라고 했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만.”


농담처럼 말했지만 근위병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그냥 헛소리하는 사람인 줄로 정말 생각했던 모양이다. 죽지는 않을 거다. 사람을 재판 없이 죽일 수는 없는 일이니.


같이 큰일 났다고 생각한 선임병이 때려 죽이지 않겠는가. 물론 죽지는 않기를 주께 기도한다.


작가의말

매일 오후 6시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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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웨일스 병합전쟁(2) 23.12.15 52 3 12쪽
17 웨일스 병합전쟁(1) +1 23.12.15 64 2 13쪽
» 런던의 연금술사(7) 23.12.14 76 4 12쪽
15 런던의 연금술사(6) 23.12.14 69 2 13쪽
14 런던의 연금술사(5) 23.12.13 90 3 12쪽
13 런던의 연금술사(4) 23.12.12 76 4 13쪽
12 런던의 연금술사(3) 23.12.11 88 4 13쪽
11 런던의 연금술사(2) 23.12.10 98 4 14쪽
10 런던의 연금술사(1) +1 23.12.09 129 4 13쪽
9 수도사와 수도사의 문답 23.12.08 126 4 18쪽
8 전쟁을 늦추는 전령(4) 23.12.07 136 5 15쪽
7 전쟁을 늦추는 전령(3) 23.12.06 146 5 12쪽
6 전쟁을 늦추는 전령(2) 23.12.06 222 7 17쪽
5 전쟁을 늦추는 전령(1) +2 23.12.05 344 14 20쪽
4 웨일스(4) +1 23.12.05 380 14 11쪽
3 웨일스(3) +2 23.12.04 453 17 14쪽
2 웨일스(2) +2 23.12.04 693 18 15쪽
1 웨일스(1) +4 23.12.03 1,237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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