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피디는 스타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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칄공
작품등록일 :
2024.01.1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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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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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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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

DUMMY

오후 6시가 넘어가는 시각.

피에스타의 신곡 ‘SPARKLE’의 음원이 공개되고 유튜브엔 공식 뮤비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그새 멤버들의 매력이 듬뿍 담긴 클립 영상이 널리 퍼졌는지, 시청자 수도 방금 막 6천 명을 넘겼다.

그리고 판이 깔린 지금. 나는 방송의 목적, 핵심이었던 피에스타의 신곡을 소개하기 위해 P&U 엔터테인먼트 유튜브 공식 채널에 업로드된 뮤비 영상으로 향했다.

그런데 뮤비 영상에 접속하자마자 멤버들의 경악스럽다는 비명이 날아온다.


“꺅···! 조, 조회 수가···!”

“뭐예요? 이거 오류난 거 아니죠?”

“시, 시, 십만···?! 우리 뮤비 조회 수가 벌써 십만을 찍었다고?!”


10만 회.

업로드된 지 1시간 채 되지 않은 중소 걸그룹의 뮤비엔 어울리지 않은 기이한 지표였다.

이 현실성 없는 조회 수에 피에스타 멤버들은 처음엔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지만, 이내 수천 명이 보내는 채팅을 확인하곤 서서히 실감한다.


- 뮤비 3번 돌려보고 옴 ㅎㅎ

- 노래 좋더라

- 인급동까지 올라갔던데

- 피에스타 이쁘다!!!

- 친구들한테도 신곡 추천하고 오는 길이다 ㅋㅋ

- 신곡 중독성 지림


10만이라는 조회 수가 절대 허상이 아니란 것을, 지금 자신들에게 무수한 관심과 사랑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를 절절히 느낀 피에스타 멤버들은 방송 초반과는 전혀 다른 눈동자를 품기 시작했다.

무슨 큰 사고라도 칠 기세로 반짝반짝 윤이 난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들을 향해 승리의 미소를 보였다.

뮤비 조회 수도 10만 찍었으니 이제 라이브 공연으로 굳혀야 할 차례다.


“신곡도 나왔는데, 당연히 불러주시고 가시겠죠?”

“···네!”


잠시 후. 네모난 스튜디오 속에서 피에스타의 신곡, ‘SPARKLE’의 반주가 흘러나오고.

피에스타의 신곡 첫 무대가 시작되었다.


“두 입술이 부딪힌 순간-”


“깜짝 놀라 터지는 SPARKLE!”


“누구보다 환하게 빛나는- 그런 순간인걸-”


“It’s pop like sparkle- sparkle-”


좁은 방음부스에서 톡톡 튀는 멜로디가 이어진다. 공식 음악방송이 아니라 그런지 조명도 부족하고 카메라도 부족했지만, 피에스타 멤버들은 각자가 가진 매력처럼 주변을 자신들만의 무대로 꽉 채웠다.

마치 꿈꾸는 무대에 올라서기라도 한 듯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노래하는 동안 그들의 눈동자에선 뭔가 모를 형형한 반짝임이 보이기도 했다.


- 라이브도 미쳤네

- 캬 신곡 첫 라이브를 여기서 보게 되다니

- 피에스타!피에스타!피에스타!

- 오늘 방송 보길 잘했다


그런 광채에 시청자들도 물든다. 옆에서 이를 직관하는 나 역시 괜히 벅차오른다. 내 회사 소속 걸그룹도 아닌데 말이다.

밝게 빛난다. 원래도 밝은 이미지의 그룹이었는데,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로 춤을 추니 더욱 밝게 빛나 보였다.

멤버들도 춤을 추며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을 확인했는지, 힘이 빠질 법도 한데 갈수록 더욱 열심이다.

시청자 수 7,100명.

그리고 그런 그들을 7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청하고 응원하고 있다.

음악이 끝난 후에도 피에스타 멤버들은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한참을 캠 카메라를 향해 허리를 꾸벅 숙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노래 많이 들어주세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최고 시청자 수를 뚫으며 채팅들이 열렬히 환호한다.

그 모습에 순간 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감돌았다.

역시······

누군가를 빛내준다는 건 너무나 뿌듯한 일이다.

그리고, 그 전율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감정의 파도가 밀려온다.

갑자기 채팅창에 ‘음원차트’란 단어가 눈에 띌 정도로 많아지는 것이었다.

빠르게 진동하기 시작하는 심장 박동을 느끼며 나는 채팅창에 도배된 음원 사이트로 접속했다.


[94 ▲48 SPARKLE (피에스타)]


그러자 시야에 들어온 건 TOP100 차트인에 성공한 피에스타의 신곡이었다.

돼, 됐다···!


“헙···!”

“차, 차트인···!”

“꺄악-! 진짜로?!”

“차트인이라고?!”

“미쳤···”


뒤에서 같이 확인한 피에스타 멤버들이 놀란 마음을 부여잡는 소리가 들린다.

피에스타의 신곡이 거짓말같이 1시간 만에 차트인에 성공한 것이다.

비록 메이저급의 음원 사이트는 아니었지만, 어찌 됐든 차트인은 차트인이다.

방문 부스 밖에서도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P&U 관계자 둘도 방금 막 차트인 소식을 확인한 모양이다.

그리고 나만 들을 수 있는 알림음과 함께 모니터에 미션창이 떠오른다.


띠링━

띠링━


[‘피에스타 신곡 차트인’ 미션을 완수하였습니다.]

[미션 보상으로 1pt를 획득하였습니다.]

[덕을 쌓았습니다. 훗날에 좋은 작용으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하. 성공했다.

그런데 처음 보는 보상이 있었다.

1pt? 포인트란 뜻인가···?

의아함에 저절로 모니터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그 집중은 금방 깨져버렸다.

갑자기 귓가에 서럽게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뒤를 돌아보니 피에스타 멤버들은 저마다 부둥켜안고 눈물을 펑펑 흘리며 울고 있었다.

울음소리가 얼마나 서러운지 스튜디오에 설치된 흡음재가 쉽사리 흡수도 못 한다.

그 때문에 높낮이가 다른 울음소리가 섞여 나오며 스튜디오를 가득 메운다.


- (우는 표정의 이모티콘)

- 우는 모습 보니깐 찡하다 ㅠㅠ

- 그동안 많이 힘들었나 보네

- ㅠㅠㅠㅠㅠㅠ


한순간에 채팅창도 멤버들의 북받친 감정에 동조하게 된다.

그리고 난 그런 채팅창을 그저 일별한 뒤 묵묵히 기다려줄 뿐이었다.

마냥 밝게만 보였던 아이들이 눈물을 다 쏟아낼 때까지.

그들은 밝은 것이 아닌 밝아 보이려고 했던 것이었다. 숨겨야만 했던 그들만의 응어리를 속에서 참고 참았던 것이었다.


띠링━


[치리릿 팔로잉 30,000명 돌파!]

[히든미션 ‘어느새 이렇게’을 달성했습니다!]

[미션 보상으로 2캐시를 획득하였습니다.]


그렇게, 나의 <하진뮤직>은 서러우면서도 벅찬 울음소리와 함께 마무리되었다.






“으이잉···! 얘들아, 잘했어! 잘했어! 다 너희들 덕분이야···!”

“아니야아아···! 언니가 제일 고생 많았어···, 히끇!”

“으으이잉···, 나 눈물이 안 멈춰.”


방송은 끝났다. 그럼에도 피에스타 멤버들의 여음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서로가 얼마나 힘들었고 참아왔는지 알기에 더욱 다독이고 위로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뒷배경으로 나는 음원차트를 확인했다.


[76 ▲4 SPARKLE (피에스타)]


그새 또 올랐네.

기대 이상의 성과다. 이렇게 빨리 차트인에 성공할 줄이야.

피에스타의 신곡은 지금도 실시간으로 음원 순위를 차근차근 올라가는 중이었다.

태국인 멤버, 우니가 트로트를 부를 때 시청자 유입이 확 늘어났었으니 그녀의 ‘화제성’이 큰 도움이 된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피에스타 멤버들을 따라 잠시 짧지만 강렬했던 방송의 여운에 젖는다.

그때였다. 방송이 끝난 것을 확인한 P&U 관계자 두 명이 방음부스 문을 벌컥 연 순간은.


“얘들아! 다른 음원 사이트 2곳에도 차트인했다! 뮤비도 조회 수도 쭉쭉 오르고 있고···!”

P&U 실장이 가장 먼저 달려와 입이 찢어질 듯한 미소로 반긴다.

그런데 이상하게 피에스타 멤버들은 그런 실장이 아닌 뒤에 서 있는 선글라스 매니저에게로 달려간다.

무슨 생각인지 전혀 모를 표정의 그를 향해.


“으힝···, 대표니이이임···!”


뭐? 대표님?

피에스타 멤버들이 선글라스 매니저를 보고 대표님이랑 지칭한다. 설마···


“얘, 얘들아···!”


선글라스 매니저, 아니 그녀들의 대표는 그제야 꾹 다문 입술을 꿈틀거리며 목멘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어미 새가 날개깃으로 새끼들을 품듯 두 팔을 쭉 뻗어 멤버들을 감싸 안아준다.


“수, 수고했다···, 그동안 수고 많았어···! 이 못난 대표 믿어줘서 너무 고맙다 얘들아···”


그의 뺨을 타고 두 개의 물줄기가 내려온다. 얼핏 보면 선글라스가 눈물을 뱉는 것처럼도 보였다.

어쩐지, 풍기는 분위기가 매니저 느낌은 아니더라니.

음악 방송사 PD 시절, 숱하게 마주했었던 매니저답지 않게 위압이 언뜻 느껴지길래 의심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역시나 선글라스를 쓴 그는 피에스타의 매니저가 아닌 P&U의 대표였던 것이었다.

걱정이 돼서 구경은 해야겠고, 혹여나 그런 자신이 나에게 부담이 될까 봐 일부러 속였던 건가.

내내 무표정을 유지했던 P&U 대표는 이젠 선글라스까지 벗어 눈가에 흠뻑 묻은 물기를 소매로 닦기 시작했다. 눈은 또 순하게 생겼네.

그러자 트로트를 기가 막히게 부르는 우니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를 위로한다.


“대표님···, 그만 좀 우세요. 계속 우니깐 저희도 눈물이 안 멈추잖아요.”

“자꾸 눈물이 나오는 걸 어떡하냐···. 진짜 마지막으로 믿어보자는 생각으로 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얼씨구?

나와 실랑이했던 P&U 실장은 뒤에서 몰래 눈물을 훔치고 있다.

그 광경을 어이없다는 듯이 가만히 지켜보자니 좀 어이가 없긴 했다.

아깐 못 믿어서 신곡 라이브 반대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그러다 P&U 대표와 눈을 딱 마주쳤다.


“아, 아···! 아이쿠 제가 애들이랑 얘기한다고 인사를···”


그는 날 발견하자마자 어쩔 줄을 몰라 하더니 이내 고개를 먼저 꾸벅 숙여 인사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인사가 너무 늦었죠? 저도 애들만큼 긴장을 너무 심하게 하는 바람에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 꺼냈네요. 표정도 계속 굳어있었고···.”


그리고는 선글라스를 품속에 넣고, 옷매무새도 척척 가다듬은 뒤.


“그,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P&U 대표 김영석이라고 합니다. 하진 씨···, 스트리머님? 피디님? 하하, 이거 호칭을 어떻게···”

“하진 씨라고 불러주세요.”

“아, 네. 하진 씨. 어쨌든, 하진 씨 방송을 보고 저희 애들을 부탁했던 사람이 바로 접니다. 1인 방송으로 대중들에게 묻혀 있던 노래를 1위까지 역주행시켰다는 기사를 봤었거든요.”


<하진뮤직>의 첫 게스트, 서동우가 방송에서 불렀던 ‘작별한다, 놓지 않는다’를 말하는 듯하다.


“그래서 한번 믿어보고 싶었습니다, 하진 씨 방송을. 저 친구는 나보고 미친 소리 하지 말라며 차라리 그 시간에 보도 자료 한 개 더 만들어야 한다며 그랬었는데···, 하하.”


김영석 대표의 손가락 끝이 멋쩍게 웃고 있는 P&U 실장을 가리킨다.

그래서 그렇게 신곡 라이브를 반대한 거였구나?


“그런데 제가 하진 씨를 믿은 덕분에 더 큰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었네요. 음원 사이트 3곳에서 차트인이라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하진 씨, 제가 정말 그동안 애들 고생만 시키고 해준 것도 없어서 너무 미안했는데···”

“이이잉···, 대표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대표님이 저희한테 얼마나 잘해주셨는데···!”

“또 눈물 나···”


소속사 대표는 미안함에 고개를 숙이고 소속 그룹 멤버들은 고마움에 눈물을 흘린다.

아주 눈물 없이 못 보는 감동적인 장면이다.

뒤를 돌아보니 깐깐한 인상의 P&U 실장도 눈물을 질질 짜고 있다.

남의 스튜디오에서 이게 뭐 하는 짓이람···.

이대로 두면 끝도 없을 것 같아 나는 황급히 대화를 무마하려 했다.


“됐고, 이제부터가 시작이니깐 앞으로 멤버들을 잘 이끌어 주세요. 무리하게 다이어트도 시키지 말고요. 에너지를 계속 써야 하는 걸그룹인데 다이어트가 뭡니까, 다이어트가.”


얼마나 배고팠으면 준비한 간식을 방송 전에 다 먹었겠냐.

그, 뭐야. 연이란 애는 아까 곤약젤리를 4개 연속으로 흡입하던데.

그런데 김영석 대표는 아리송하다는 눈치다.


“다이어트요? 전 애들 절대 안 굶기는데···. 설마···, 너희들 어제부터 굶고 온 거야?! 내가 제대로 안 먹으면 춤추다 쓰러진다 했잖니···!”

“에이···, 화면에 빵떡처럼 나오면 어떡하려고요.”

“맞아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게 한두 번 오는 기회도 아니고, 최대한 이쁘게 보여야죠.”

“그래도 하진 오빠가 간식 준비해줘서 괜찮았어요. 하진 오빠 짱!”


피에스타 센터가 나한테 쌍따봉을 척 날려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영석 대표는 책상 밑, 처참하게 뜯겨 있는 간식 포장지들을 흘겨보고는 뜻 모르게 중얼거렸다.


“간식···?”


그러더니 나에게 묻는다.


“저···, 하진 씨. 혹시 이쪽 계열에서 일하신 적이 있었습니까? 방송을 진행하고 멤버들을 케어하는 능력이 전문가 수준이시던데. 어쩌면 그 이상으로 능숙한 게···”

“아, 사실 음악 방송사에서 PD를 잠깐 했었습니다. 얼마 못 가 그만뒀지만.”


아니, 쫓겨났지만.

아무튼.


“그때의 경험이 도움이 된 것 같네요.”

“아···, 어쩐지···”


그런 후, 짧은 침음을 흘린 김영석 대표는 재킷 안 주머니에서 금속 케이스에 보관된 명함 한 장을 꺼냈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 아직 큰 규모의 회사가 아니라 어디 내세우긴 부끄럽지만, 그래도 입은 은혜 갚을 정도 능력은 됩니다. 그러니 제 도움이 필요할 때면 명함에 적힌 연락처로 편하게 연락 주십시오. 도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하진 씨가 저의 도움을 구한다면 그때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아···.”


시선을 밑으로 내리자 진한 잉크로 박힌 활자들이 보였다.

Personality & Ultimate 엔터테인먼트.

김영석 대표.

나는 그 명함을 한 손에 꼭 쥔 채, 반대 손으로 악수를 건넸다.


“네, 도움이 필요할 때가 생긴다면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이것도 미션 보상으로 생각해야겠다.






“미친···! 진짜로 됐- 헙···!”


피에스타의 <하진뮤직>이 끝날 때까지 방 안에서 잠자코 있던 송유화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경악을 황급히 틀어막았다.

그리고 가느다란 손가락들로 떠억 벌린 입을 막고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다시 찬찬히 최신형 스마트폰 화면을 살펴본다.

그곳엔 실시간 음원차트 TOP 100에 오른 피에스타의 신곡이 있었다.


“지, 진짜로 차트인이 됐잖아···? 아니, 만든 건가?”


순간, 귓가에 몇 시간 전에 들은 음성이 재생된다.


━━지켜보기나 해, 몇 시간 후에 이 차트가 어떻게 바뀔지.


분명 터무니없는 소리라 생각했다. 아이돌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놈이 지껄이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그는 해냈다. 본인이 말한 것을 지켰고, 증명했다.

송유화의 휘둥그레진 눈동자가 차분함을 되찾듯, 점차 수그러지며 짐짓 일렁이기 시작했다.

마치 촛불의 빛을 받은 새하얀 눈이 번들번들한 윤을 내는 것처럼.

그러다 그녀의 스마트폰이 침대 위로 툭 떨어진다.

송유화는 그런 까맣게 물든 스마트폰 화면을 멍하니 지켜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머릿속을 스쳐 가는 건 ‘서동우 역주행 사건’이었다.


“운이 좋아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녀가 생각하기에 역주행은 서동우의 클립 영상이 운 좋게 화제가 되어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꿈을 접으려던 원곡 가수가 기적적으로 떠오르고, 함께 주목을 받은 서동우가 엔터사로 들어가 새로운 꿈을 키우게 되고, <하진뮤직>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운이 따라준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냈다. 고작 1인 인터넷 방송으로.

더이상 운이라 할 수 없었다. 오롯이 그가 혼자서 만들어낸 기적이라 하는 게 옳았다.

송유화가 창문 너머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회색의 구름이 무대 조명과도 같은 달을 삼켰다가 뱉는다. 구름이 걷힌 달빛이 창문으로 새어 들어온다.


“어쩌면···, 정말로···”


그리고, 새어 들어온 빛과 함께 언젠가 그에게서 들었던, 어처구니없는 한마디가 떠오른다.


━━너 데뷔해볼래?


점차 그녀는 그 한마디를 믿고 싶어진다. 그러다 믿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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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뻔한 개수작 +2 24.02.16 795 3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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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하루 휴방하지 뭐. +2 24.02.14 859 3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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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이제부터 매니저라고 불러요 +3 24.02.11 968 40 14쪽
26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2 24.02.10 1,057 3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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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같이 프로젝트 하나 기획해보시죠 +5 24.02.08 1,093 38 18쪽
23 혹시 ‘하진뮤직’이라고 들어보셨어요? +2 24.02.07 1,135 39 13쪽
22 우리가 일으킬 수 있는 가장 작은 기적, 밍기적 +2 24.02.06 1,198 38 15쪽
21 왜 욕짓거리야?!! +6 24.02.05 1,209 41 13쪽
20 다 사정이 있어서 그럽니다. +4 24.02.04 1,229 42 14쪽
19 탑스타 제조기 +2 24.02.03 1,282 38 13쪽
» 얼씨구? +4 24.02.02 1,264 42 16쪽
17 이게 그 스며든다는 것일까. +4 24.02.01 1,294 44 14쪽
16 당연히 그래야지, 싯팔. +3 24.01.31 1,348 43 22쪽
15 이것이야말로 힐링이지. +5 24.01.30 1,418 48 16쪽
14 최고의 스트림 +2 24.01.29 1,462 41 13쪽
13 낭만 합격이다 +2 24.01.28 1,454 43 15쪽
12 이렇게 빨리···? +2 24.01.27 1,488 38 12쪽
11 진짜······ 최고다 +3 24.01.26 1,534 42 13쪽
10 후, 후원이 갑자기···! +2 24.01.25 1,565 4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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