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피디는 스타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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칄공
작품등록일 :
2024.01.17 20:49
최근연재일 :
2024.02.2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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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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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히히···. 유화찡

DUMMY

━━유하진 씨는 하필 많은 방송사 중에 저희를 선택하신 이유가 뭡니까? 평소에 아이돌을 좋아해요?


악명 높은 언론고시, 최종 면접 때 들었던 질문이었다.

국장, 혹은 늙어 보이는 CP로 보였던 면접관은 내게 어째서 지상파 3국이 아닌 케이블 방송이자 음악 전문 채널인 본인네들 방송사를 택한 것이냐 물었었지.

이에 나는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담백한 답변을 뱉었었다.

내 눈엔 이곳이 빛을 보기 전의 재능들이 모여드는 방송이라고. 그리고 이곳은 그 원석들을 위한 무대와 기회가 마련되어 있다고.

나의 꿈이 이곳에 있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라며 말이다.

그 당시 면접관을 향한 답변은 같은 팀의 윗선을 내부고발로 찌르고 업계에서 쫓겨난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스트리머가 되어 나만의 채널을 만들고 싶었다. 빛을 보기 전의 재능들이 모여드는, 그 원석들을 위한 무대와 기회가 마련된 채널을.

그렇게 나는 한 길로만 곧게 이어진 통로와 같은 목표만을 쫓아온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999’라는 닉네임을 가진 정체 모를 시청자를 만나고, 그 혹은 그녀가 건넨 미션을 수행하며, 중간중간에 새로운 인연도 맺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팔로워 : 32.1 만명]


언제 이렇게 성장한 것인지 모를 팔로잉 수를 보자 ‘999’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졌다.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길래 돌연 내 방송에 나타나 나만이 볼 수 있는 미션을 내걸고, 소설에서나 일어날 법한 미션 보상들을 가져다 주는 것일까?

심지어 ‘999’의 미션을 완수하면 완수할수록 채널이 성장할 뿐만 아니라 내가 그토록 바라왔던 목표에 점점 다가서는 기분이었다.

전직 아이돌 출신을 국내 보컬의 신성으로 만들고, 중소 기획사의 무명 아이돌을 음악방송에 출연시키고 이젠 하다하다 내 손으로 직접 걸그룹을 만들고 있으니···

시간이 갈수록 나도 모르게 걸그룹 결성에 진심을 가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겨울 정도로 말했다시피 내 손으로 스타를 탄생시키는 건 늘 나의 꿈이었으니깐.


“저··· 하진 님. 그전부터 물으려 했는데, 오늘 방송에 지원 언니랑 저는 왜 부르신 거예요?”


별안간 들려오는 백나희의 목소리가 잠시 상념에 빠져 유영하던 날 깨웠다.

집 방송 스튜디오에서 이것저것 세팅하다가 내 채널 팔로잉 수를 보게 되었는데, 거기서부터 옛생각에 잠겼나보다.

나는 백나희의 물음에 고개를 돌려 의자에 앉아 아리송하다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는 두 명을 바라보았다. 오늘 방송을 함께할 백나희와 도지원이었다.


“그거야 ‘루트뮤직’에 합류한 나희 님은 ‘하진뮤직’ 때 없으셨잖습니까. 시청자들한테 인사 한번 해야죠, 인피닛의 멤버로서. 이제부터 제 채널은 저의 개인 방송을 위함도 있지만 인피닛의 공식 채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제 어엿한 인피닛의 리더가 된 도지원과도 눈을 마주쳤다.


“지원 씨는 인피닛의 리더가 된 기념으로 시청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불렀고요. 아무래도 나희 님 한 명보단 지원 씨까지 두 명으로 출연하는 게 더 북적북적하고 좋지 않겠어요? 오늘 방송에서 할 게임도 두 명이서 할 예정인데.”

“리더 발표도 방송에서 하는 거죠···?”

“네.”

“아···, 네···.”


‘리더’란 단어에 미묘한 표정을 짓는 도지원을 보니 그녀는 아직도 자신이 리더란 사실이 떨떠름한 듯했다.

본인의 잠재력을 아직 깨닫지 못한 것이겠지. 다른 사람들도 본인이 어떤 분야에 잠재력을 가진 지 죽을 때까지 모르는 경우가 있으니.

그렇기에 도지원의 잠재력인 ‘영도력 S’를 믿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

리더를 시켜놓으면 뭔가 좀 달라지겠지.

나는 대답을 끝으로 마우스를 손에 잡았다. 방송 시간이 다가오며 시작하겠다는 신호였다.


“그럼, 바로 시작하면 되죠?”

“네.”

“앗, 넵!”


그렇게 인피닛의 멤버 백나희와 리더 도지원과 함께하는 방송이 시작되고.

동시에 몇천 개에 달하는 채팅들이 채팅창을 가득 메웠다.


- ㅎㅇㅎㅇ

- 백나희??

- 오 뭐야

- 와ㅏㅏㅏㅏ

- 오늘 방송 뭐하나요

- 백나희, 도지원 조합 뭐냐? ㄷㄷ

- 나희야 너 아이돌 데뷔한다는 게 실화냐?

- 방송 좀 자주 켜라 유하진


그리고 그 열렬한 관심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나는 심전에서 부글거리는 어떠한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욕심이었다.

내가 만든 이 걸그룹을 반드시 최고로 키우겠다고, 최고의 멤버로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곡을 노래하겠다는 욕심.

그렇게 오늘도 나는 인피닛에 또 하나의 진심을 담았다.






“제이코를 아냐고요?”

“네, 워낙 소문이 무성한 프로듀서라 유 매니저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데···”


백나희와 도지원과의 합방이 끝난 후, 최한길 대표는 회식을 빙자한 공론을 나누기 위해 프라이빗룸이 있는 소고깃집으로 날 호출했다.

건너편엔 안세미 실장이 있고 주위로는 진짜 회식을 즐기러 온 다른 회사네 팀원들 떠드는 소리가 새어 들어왔다.


“당연히 알고 있죠. 그 아이돌 히트곡 찍어내는 프로듀서 아닙니까?”

“아아···, 네 맞아요. 역시···, 알 수밖에 없죠 그 사람은.”


그리고 고기의 육즙이 살며시 올라오며 뒤집을 타이밍이 되었을 때 즈음, 최한길 대표는 내게 제이코란 국내 프로듀서를 아냐고 물었다.

제이코. 알다마다.

가요계에 관심 없는 웬만한 일반인들도 열에 아홉은 알만한 유명한 녀석이다.

아이돌, 힙합 장르를 오가며 트렌디하고 충격적이다 싶을 정도의 센세이셔널한 사운드를 프로듀싱하는데 지금껏 그의 디스코그래피만 살펴보아도 하나같이 다 음원차트를 씹어먹은 작품들이었다.

개중에는 가수에게 최고음반상이나 올해의 노래상을 안겨준 메가히트곡들이 즐비했다.


“그런데 그 사람에 대해선 갑자기 왜 물으십니까?”

“그게 사실은···”


최한길 대표가 주위에 사람이라고는 안세미 실장밖에 없는데 괜히 의심스로운 눈빛으로 사방을 살피다 내게 손짓했다. 귀를 가까이 가져오란 뜻이었다.

그래서 그의 입가에 귀를 가까이하니 무언가 큰 계략이라도 꾸미는 듯한 음흉한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이번 인피닛의 타이틀곡을 제이코에게 한 번 의뢰해볼까 합니다. 데뷔곡은 아무래도 미니앨범 한 장으로 충분할 테니.”


원래 여타 기획사에서도 아이돌의 첫 데뷔는 미니앨범까지만 투자하여 위험 손실도를 낮춘 뒤, 그 앨범이 흥하면 행사나 방송을 돌려 돈을 모아 본격적인 정규 앨범을 준비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루트뮤직과 같이 기획사 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이 방식을 더욱 선호하였고.

그렇기에 인피닛의 데뷔는 미니앨범으로 1곡 내지 2곡과 함께 시작할 생각이었다.

최한길 대표는 그 미니앨범에 수록될 곡을 제이코에게 맡기려 하는 것이고.

그런데······


“제이코 그 사람, 명성만큼이나 악명도 유명하지 않습니까? 연락이 닿는 것도 힘들고 연락이 닿아도 본인이 안 끌리면 수십억을 제시해도 씹어버리는 괴짜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제이코는 그쪽 계열에서 ‘악마의 재능’으로 일컬어졌다.

한번 찍으면 음원차트 1위는 그저 씹어먹는 괴물의 재능을 가졌으면서도 일방적인 잠수와 연락 두절을 난발하는, 어찌 보면 프로 정신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거만함을 지녔기 때문.

하지만 실력만큼은 누구라도 인정하는 최고였기에 그를 향한 러브콜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이지가 않았다. 여기, 프라이빗룸에서도.


“그렇긴 한데···, 다른 곳에서는 마땅한 프로듀서를 찾기 힘들더라고요. 스케줄이 안 맞거나, 단가가 안 맞거나.”

“그래서 이렇게 된 거 제이코에게 찔러보자 이겁니까?”

“그렇죠. 만일 잘 안돼도 손해 볼 건 없으니.”

“연락 수단은 있고요?”

“그건 제가 알아요.”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안세미 실장이 손을 들었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은 뒤 무언갈 화면에 띄워 내게 보여줬다.

내 또래보다 조금 나이가 있어 보이는 인상의 수염이 덮수룩하고 머리가 길었다.


“여기 이 사람 이름이 민승제인데, 이분이 제이코랑 항상 같이 작업하는 엔지니어에요. 업계에서도 실력 있기로 유명하고요.”

“흠···, 그런데요?”

“제이코 이분이 지금껏 사람들 앞에서 얼굴도 드러내지 않고 정체를 숨겨왔잖아요? 그런데 민승제란 분이랑만 작업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민승제와 제이코가 그만큼 긴밀한 사이란 뜻이겠죠. 기억나실진 모르겠지만 왜 그 제이코가 프로듀싱한 음반이 수상할 때마다 대리인으로 시상식에 출연한 사람이 민승제 이 사람이에요.”


제이코는 얼굴이 없다. 달걀귀신처럼 이목구비가 없는 게 아니라 정체를 꽁꽁 숨기며 활동해온 탓에 그의 얼굴을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뜻이다.

녹음할 때도 가수는 녹음실에 집어넣고 본인은 어디선가 마이크로만 지시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 바람에 음원차트를 씹어먹는 그의 별명은 음원 깡패 대신 음원 도깨비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하여튼 얼굴 드러내기 싫어서 마마MAMA나 아티스트 어워즈에서 수상할 때도 대리인만 보내는 그였는데, 그 대리인이 민승제 이 사람이었다니.

이제 보니 어디선가 본 듯한 긴가민가한 감각이 느껴지는 듯했다. 아마 제이코 대신 대리 수상한 모습을 본 건가?

어쨌든, 안세미 실장은 제이코가 수상 대리를 맡길 만큼 아주 친밀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민승제를 소개했다.

연락 수단을 물었을 때, 사람을 소개했다는 건······


“민승제, 이 사람을 통해서 연락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네. 알아보니깐 제이코의 매니지먼트 부문을 이 사람이 모조리 담당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메일 보내보면 될 것 같아요.”

“그럼, 됐네요. 바로 연락 보내보죠. 대표님 말대로 손해 볼 건 없으니.”

“아, 저 그런데···”


갑자기 안세미 실장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뭔가 켕기는 게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다 머뭇거리고 있는 안세미 실장을 대신해서 최한길 대표가 대신 대답했다.


“그게 사실···, 인피닛이 루트뮤직의 첫 걸그룹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이코와 협의할 계약금은 둘째치고 규모도 작고 내세울 필모도 없는 우리를 받아줄지 의문이라 망설여지네요. 안 실장 말대로는 제이코 그 사람이 워낙 까다로운 양반이라 한 번 내친 곳은 두 번 다시 눈길도 주지 않는다고 들어서···”


최한길 대표가 말끝을 흐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에 나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회사 규모도 규모지만은 처음으로 출범하는 신생 걸그룹을 제이코 같은 거물급 프로듀서가 받아줄 일은 미지수, 아니 0에 가깝다고 봐야겠지.

더군다나 한 번 빠꾸먹으면 그다음 기회는 없으니···.

최한길 대표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성공적인 데뷔를 위해 퀄리티 높은 데뷔곡을 원하는 입장이라 그의 망설임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미션의 제한 기간도 존재했기에 제이코까지 의뢰에 실패하면 시간에 쫓기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 난감한 분위기가 소고기 내음과 함께 프라이빗룸을 채우던 즈음.

핸드폰 알림이 울린다.


띠링━


[‘999’님이 ???원 미션을 신청하셨습니다.]

[난이도 : E]

[프로듀서 ‘제이코’에게서 ‘인피닛’의 데뷔곡 받기]


화면을 확인한 나의 두 눈이 절로 휘둥그레진다.

망설일 시간 따위 없다는 건가?

이 타이밍에 이런 미션을 주다니.

사실 나도 다른 방법은 없었기에 제이코에게 연락을 넣어보자며 말할 참이었다.

최한길 대표가 나를 부르고 이곳에서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아마도 나의 확신을 듣고 싶었기 때문일 테니깐.

그래서 난 확신을 줬다.


“연락해봅시다. 듣자 하니 제이코는 회사 규모나 돈과 관련 없이 본인이 원하는 음악만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혹시 모르잖아요? 우리 인피닛을 마음에 들어 할지.”


그러자 최한길 대표는 날 믿었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 그렇죠? 역시 유 피디는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덕분에 머리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좋아요, 바로 메일 보내봅시다. 까짓것 우리 멤버들로 안 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최한길 대표가 잔을 들어 제이코와의 협력을 기원했다.

안세미 실장과 나도 그를 따라 잔을 맞부딪히며 용기를 보태었다.

무거웠던 프라이빗룸의 공기가 가벼워지며 안세미 실장과 최한길 대표의 표정이 밝아진다. 마치 나의 확신이 성공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믿는 것처럼.

그런 분위기 가운데, 나는 소주와 맥주가 뒤섞인 글라스를 들이키며 속에서 미묘하게 피어나오는 꺼림직함을 되새겼다.

방금 울렸던 미션 문구 중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자꾸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난이도 : E]


왜 미션 난이도가 이리 낮게 측정된 거지?

나는 그런 의아함을 품은 채 목구멍으로 넘기는 술로 찝찝함을 쓸어내릴 뿐이었다.






“준우야, 폰을 버린 거냐? 연락을 왜 이렇게 안 받아?”


국내 정점 수준의 믹싱 및 마스터링 엔지니어 민승제가 작업실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자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두컴컴한 공간과 밝은 모니터, 그런 모니터를 대부분 가리고 있는 커다란 회전의자였다.

민승제는 상대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아 의자에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그곳엔 무릎을 감싸 안고 헤드폰을 깊게 눌러쓴 채 무언가에 몰두해 있는 한 소년,

소년과 청년. 그사이에 존재하는 얼굴을 가진 그는 체구가 작아 다리만 올리면 의자에 완전히 숨어들 수 있었다.

민승제가 옆으로 다가서자 소년은 그제야 민승제를 발견하고 헤드폰을 벗는다.


“왜 연락을 안 받냐고.”

“아···.”

“아는 무슨. 안 바쁘면 내가 보낸 메일부터 확인해 봐. 여기저기서 널 찾는 사람이 많더라. 그 뭐야 난생 처음 듣는 기획사에서도 연락이 왔던데?”


소년은 생기 없는 눈깔로 민승제를 꿈뻑꿈뻑 쳐다보더니 이내 흥미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휙 돌려 다시 모니터에 집중했다.


“형이 알아서 다 내쳐줘. 말했잖아, 당분간 쉬고 싶다고.”

“쉰다는 게 벌써 반년이 넘었잖아. 일 안 할 거야? 이럴 거면 차라리 레이블에 들어가던가. 왜 내가 네 매니저 노릇을 하고 있는지···”

“난 회사 안 들어가. 내가 만들고 싶을 때만 음악 만들 거야.”


얼핏 어린아이가 투정 부리는 듯한 소년의 모습에 민승제는 한숨이 다 나왔다.


“어휴···. 사람들이 제이코니 음원 도깨비니 빨아주면 뭐 하냐, 정작 본인은 놀 생각뿐인데.”

“노는 게 아니라 방송 보는 거야.”

“또 그놈의 인터넷 방송 말하는 거지? 도대체 거기에 볼 게 뭐가 있다고 이렇게 하루종일···. 야 신준우. 너 이제 성인이다. 그전까지는 학생이라서 네 마음대로 했을 진 몰라도 이젠 그런 프로 정신으로 사람 대하면 안 돼.”

“······.”


말대꾸하더니 이번엔 무응답이다.

여전히 시선은 모니터에 집중한 채.

결국 민승제는 ‘나도 모르겠다’싶은 표정으로 들고 있던 종이뭉치를 테이블 위에 얹었다.


“됐고, 곡 작업 들어온 애들 프로필 뽑아놨으니깐 읽어봐. 읽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쑤셔 박지 말고.”


그러고는 어두컴컴한 작업실을 빠져나가는 민승제였다.

문이 열렸다 닫히며 바깥의 빛이 잠시 작업실을 훑고 지나간다.

신준우는 그렇게 닫힌 문을 흘긋 돌아보더니 테이블에 놓인 프로필 종이를 일별했다.

그리고 종이에 채워진 제이코를 향한 존경을 담은 글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기 싫다니깐 왜 자꾸 들고오는 거야···”


신준우는 싫증이 난다는 듯한 얼굴로 헤드폰을 다시 걸쳤다.

마우스를 잡고 시청하고 있던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


“어차피 이 누나보다 다 못한 사람들이면서.”


작업실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며.

신준우, 또는 제이코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 생기 없던 그의 눈동자도 점차 반짝이기 시작했다.

모니터에선 <하진뮤진>에 출연한 송유화가 노래하는 모습이 보였다.


“히, 히히···. 유화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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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괴짜 +3 24.02.20 561 28 14쪽
35 여자의 촉이란 +3 24.02.19 614 34 15쪽
34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2) +3 24.02.18 711 30 14쪽
33 거짓말하기는 +4 24.02.17 721 33 16쪽
32 뻔한 개수작 +2 24.02.16 795 35 15쪽
31 이건 좀 센데? +3 24.02.15 833 33 16쪽
30 하루 휴방하지 뭐. +2 24.02.14 859 36 15쪽
29 미쳤나봐아아-! +2 24.02.13 889 35 15쪽
28 취향저격 +2 24.02.12 935 37 18쪽
27 이제부터 매니저라고 불러요 +3 24.02.11 968 40 14쪽
26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2 24.02.10 1,057 35 15쪽
25 다 방법이 있죠 +5 24.02.09 1,081 31 16쪽
24 같이 프로젝트 하나 기획해보시죠 +5 24.02.08 1,093 38 18쪽
23 혹시 ‘하진뮤직’이라고 들어보셨어요? +2 24.02.07 1,135 39 13쪽
22 우리가 일으킬 수 있는 가장 작은 기적, 밍기적 +2 24.02.06 1,197 38 15쪽
21 왜 욕짓거리야?!! +6 24.02.05 1,209 41 13쪽
20 다 사정이 있어서 그럽니다. +4 24.02.04 1,229 42 14쪽
19 탑스타 제조기 +2 24.02.03 1,282 38 13쪽
18 얼씨구? +4 24.02.02 1,263 42 16쪽
17 이게 그 스며든다는 것일까. +4 24.02.01 1,294 44 14쪽
16 당연히 그래야지, 싯팔. +3 24.01.31 1,348 43 22쪽
15 이것이야말로 힐링이지. +5 24.01.30 1,418 4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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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낭만 합격이다 +2 24.01.28 1,454 43 15쪽
12 이렇게 빨리···? +2 24.01.27 1,488 38 12쪽
11 진짜······ 최고다 +3 24.01.26 1,534 42 13쪽
10 후, 후원이 갑자기···! +2 24.01.25 1,565 4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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