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세상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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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진
작품등록일 :
2024.05.09 01:45
최근연재일 :
2024.09.20 00:0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661
추천수 :
80
글자수 :
126,592

작성
24.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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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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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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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언니의 마음을 다시 깨워줄 조각들을 준비하자

DUMMY

유체이탈을 한 유영은 곧장 세영이 입원해 있던 병원으로 갔다.


그녀의 짐작대로 동생은 그곳에 도착해서 자신이 부탁한 대로 범수와 얘기를 끝낸 상태였다.


유영은 할 수만 있다면 전에 했던 것처럼 세영의 몸에 들어가 그들과 얘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상태와 또 언니의 상황을 생각했을 때 그것은 몹시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판단해 그만 두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곳에서 볼 일을 마치고 곧장 엄마, 연수에게 들렀다.


‘치영이가 이모에게 잘 말했을까?’


그녀는 연수가 누워있던 안방으로 들어서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때 연수는 동생과 함께 안방에 있었다.


언니의 잠자리를 봐주던 정수가 언니에게 물었다.


그 질문을 듣고 유영은 동생이 자신의 부탁을 잘 들어주었다는 것을 알았다.


“언니, 항상 와주던 세영이가 안 와서 서운하지? 그 녀석 오면 혼내줘야겠어. 그치?”


그 말에 유영은 엄마의 눈이 바로 동그랗게 변하는 것을 봤다.


그리고 곧 이모, 정수에게 눈을 흘기며 화를 내는 것도 지켜봤다.


“무슨 소리냐? 세영이가 나한테 얼마나 잘했는데···. 철철이 과일 사다 나르고, 오면 내 옆에 착 붙어서 살갑게 안아주고. 그런 자식 없다!”


연수가 다시 생각해도 화가 나는지 동생에게 다시 못 박아 말했다.


“진짜, 태어나서부터 하도 순해서 어떻게 키웠는지 생각도 안 나는 애야. 우리 세영이는···. 그리고 자라면서는 엄마아빠 일 돕는다고 학교 끝나면 친구들이랑 한번 놀지 않고 바로 돌아오는 효녀였어. 콜록! 코올록! 콜록!”




기침이 난 연수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런 그녀에게 정수가 얼른 물을 따라 내밀었다.


그 물을 천천히 마신 연수가 말을 이었다.


“또 예쁘기는, 얼마나 예쁜지! 그래서, 내가 처음에, 범수, 그놈 데리고 왔을 때 얼마나 화가 나던지. 안타깝지만 어쩌겠어. 지들이 그렇게 서로 좋다는데···. 그러게 더 잘하고 살았으면 얼마나 더 좋았겠어. 콜록! 콜록!”


그때 정수는 자신의 전화기로 그 말들을 녹음하고 있었는데, 언니의 기침이 심해지자 속으로 이거 괜한 짓을 하는 거 아닌가하고 생각했다.




그녀가 갑자기 세영의 얘기를 꺼낸 것은 조카의 전화 때문이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모든 상황을 정수에게 알릴 수는 없는데, 유영 언니의 부탁을 들어줘야 했던, 치영이 이모, 정수에게 이렇게 말하며 부탁을 했던 것이었다.


“이모!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뭐라도 해봐야하지 않겠어요. 식물인간 상태에서도 귀는 열려있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언니에게 엄마 얘기를 들려주면 어떨까 해요. 힘 드시겠지만 이모가 엄마한테 세영 언니 얘기를 되도록 많이 하게하셔서 녹음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정수는 슬그머니 세영의 얘기를 꺼내서 녹음을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언니의 기침이 심해지자 도저히 더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그녀가 급기야 연수를 말렸다.


“에고, 언니! 이제 그만 말해. 기침이 더 심해지잖아. 내일은 병원에 가세.”




그러나 동생의 만류에도 연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감기에 무슨···. 괜찮아. 우리 세영이 욕하지 말어. 나한테 태어난 게 아까운 딸이야. 내가 금이야 옥이야 키웠어야 하는데 형편이 어려워 그러지도 못하고, 더 안아줬어야 하는데 형제들이 많아서 그러지도 못했어. 콜록, 그래도 나한테는 정말 선물 같은 아이야, 콜록, 흐으유!”


“그래, 그래. 알았어. 미안해에! 그러니까 흥분하지 말어.”


정수가 다가와 기침하는 언니의 등을 쓸어주며 사과 아닌 사과를 했다.




그때 유영은 엄마의 말들을 하나하나 접어서 자신의 마음속에 쓸어 담았다.


그리고 곧 자리를 뜨려고 하던 그때, 이어진 연수의 말이 그녀의 발을 붙잡았다.


“그래도 내 마음에 제일 걸리는 자식은 유영이야. 그렇게 속없이 자기 마음대로 사는 것 같아도 속이 여리고 정이 많아.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 다른 형제들에게 치여서 기죽어 지냈어도 성격이 참 좋아서 맨날 실실거리기나 하고···. 콜록! 콜록!”


기침하는 그녀의 눈빛이 아련하게 변했다.


곧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게 약해보여도 강단 있고 야무져. 명상인가 뭔가 한다고 했을 때도, 다른 형제들이 아무도 이해를 안 해주니 힘들었을 거야. 그때 그 애가 안쓰러워 혼났어. 콜록, 콜록! 코올록!”




무리해서 얘기를 오래했기 때문이었는지 그때부터 연수의 기침이 더욱 심해졌다.


좀처럼 멈추지 않는 기침을 멈추게 하려고 언니의 등도 두드려보고, 물도 더 먹여보던 정수가 당황하며 소리쳤다.


“에고, 언니! 이제 제발 그만 얘기해. 알았지. 쉬어야 돼. 푹 쉬어야 된다고! 내일은 억지로라도 병원에 끌고 갈 거니까 그렇게 알아. 알았지? 어서 누워, 얼른!”




다행히 연수의 발작 같은 기침은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진정됐다.


하지만, 그 때문에 기진맥진해 있던 그녀는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언니가 잠든 것을 확인한 정수가 조용히 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치영에게 자신이 녹음해 놓았던 언니의 음성을 보냈다.


그때까지 돌아서지 못하고 엄마 옆을 지키고 있던 유영은 조금 더 엄마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물러나왔다.


그리고 곧장 그녀는 저세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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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언니에게 가는 길(1) NEW 8시간 전 0 0 7쪽
48 언니를 찾아 나선 자매들과 또 다른 위기 24.09.17 2 0 6쪽
47 전하지 못한 마음 때문에 떠나지 못하다 24.09.13 3 0 6쪽
46 세영과 해미의 시간 24.09.10 5 0 5쪽
45 사이좋은 형제들의 우애 24.09.06 6 0 5쪽
44 때맞춰 일어난 긴급 상황 24.09.03 9 1 6쪽
43 대치 상황 24.08.30 10 1 5쪽
42 테레사,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려 하다 24.08.27 10 1 7쪽
41 사영과 자매들에게 닥친 위기 (2) 24.08.23 10 1 6쪽
40 사영과 자매들에게 닥친 위기 (1) 24.08.20 9 1 6쪽
39 사랑해, 사랑해, 그리고 사랑해! 24.08.18 12 1 6쪽
38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언니와 대화를 시도하러 가다 24.07.05 15 2 6쪽
» 언니의 마음을 다시 깨워줄 조각들을 준비하자 24.07.02 13 2 6쪽
36 유영의 부탁과 형제들의 믿음 24.06.28 14 2 5쪽
35 점점 더 불리해져가는 사태 24.06.25 12 2 6쪽
34 마음이 급해진 자매들과 달구지 24.06.21 12 2 5쪽
33 기억을 덜어내고 점점 더 깊이 여행하다 24.06.18 14 2 5쪽
32 위험한 징조들 24.06.14 13 2 6쪽
31 물 위의 섬 24.06.11 12 2 6쪽
30 심상치 않은 분위기 24.06.07 13 2 6쪽
29 병원에 들이닥친 남편들 24.06.06 13 2 5쪽
28 어디로 가야할까 24.06.05 12 2 6쪽
27 ‘츄파춥스’ 성인 24.06.04 13 2 6쪽
26 남은 사람들 24.06.03 14 2 6쪽
25 가자! 저세상으로 24.06.02 12 2 6쪽
24 깨어난 자매들 24.06.01 11 2 5쪽
23 홀리콥터를 타고 신나게 하늘을 날아보자 24.05.31 12 2 6쪽
22 해미와 해미들, 그리고 지하세계 24.05.30 11 2 5쪽
21 위험에 처한 세영 24.05.29 14 2 5쪽
20 계획 변경 24.05.28 13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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