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세상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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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진
작품등록일 :
2024.05.09 01:45
최근연재일 :
2024.09.20 00:0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666
추천수 :
80
글자수 :
126,592

작성
24.08.18 10:58
조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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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6쪽

사랑해, 사랑해, 그리고 사랑해!

DUMMY



그래도 한편으로는 언니가 자신에 대한 경계심을 푼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이 유영에게 스쳤다.


그리고 그 소중한 기회를 이용해보자하고 마음먹은 그녀가 말했다.


“네에. 맞아요. 우리 언니도 그쪽처럼 예쁘고, 또 마음이 무척 따뜻했어요. 그래서 말인데, 언니를 만나면 꼭 들려주고 싶은 게 있는데, 그러니까, 한 번만···, 언니에게 들려주면 어떨지, 크흐음, 한 번만 들어봐 주실래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유영이 간절한 표정으로 애원하자 잠시 머뭇거리던 세영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까지 언니의 표정을 살피며 초조해하던 유영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그리곤 손을 곧장 몸속으로 뻗어 자신의 가슴속에서 작은 알갱이를 꺼내더니 손에 올리고는 양손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그 구슬이 터지며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건 치영과 여영, 그리고 귀영의 말소리였다.


“언니, 어렸을 때 내가 무서워하니까 밤에 같이 화장실도 가주고, 또 잘 때는 재밌는 얘기도 많이 해줬잖아. 언니가 있어서 내 어린 시절은 더 행복했어. 그리고 어느 날인가, 내 생일 새벽 아침에 와서 미역국 끊여줬잖아. 그, 그때 얼마나 놀라고, 또 고맙던지···. 나는, 난 언니가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 흐으윽! 돌아와 줘, 언니! 언니가 해준 것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게, 흐흑, 그럴 수 있게 돌아와 줘, 제발, 응?”


그건 치영의 음성이었다.


그때 세영은 그 음성을 들으며 깊은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곧 다른 음성이 이어졌다.


그건 막내, 귀영이었다.


“누나, 나 어렸을 때, 누나가 맨날 업어주고 놀아줬지. 그때 생각나? 내가 방학숙제 못해서 울고 있을 때, 누나가 밤새서 다 해줬잖아. 그 덕에 상도 타고···. 그, 그리고 내가 어려울 때, 항상 도와줬지. 나는 누나가 우리 누나라서 참 행복했어. 후우우! 그러니까, 누나 제발 돌아와. 기다릴게!”


“그래, 언니 돌아와! 난 언니가 너무 보고 싶어. 나 결혼하는 것도 보고 내 애기도 봐줘야지. 안 그래, 언니? 언니···! 흐으으, 보고 싶어! 너어무 보고 싶어, 흐어어어!”


귀영에 이어 여영의 목소리가 바로 이어서 들렸다.


그리고 곧 유영의 손바닥에 있던 구슬이 연기처럼 공중으로 사라졌다.




유영은 애타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세영의 얼굴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 모든 걸 듣고 잠시 더 생각에 잠겼던 세영이 입을 열었다.


“음, 언니가 정말 좋으신 분인가 봐요. 제가 들어도 이렇게 좋은데요. 언니 분은 아마 더 기뻐하시지 않을까요?”


그녀가 활짝 웃으며 미소 지었다.


참 천진난만한 미소였다.


그럴 보는 유영의 마음은 더욱 찢어질 듯 아파졌다.


“하아아! 그렇지요? 언니는, 흐으음, 언니는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 근데, 다른 것도 있는데, 진짜, 진짜 죄송하지만 하나만 더 들어주실래요? 네?”


그 말을 들은 세영이 참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정말 이번 한 번 만이에요. 알았죠?”


“네에. 그럼요. 정말 고마워요!”


얼른 대답한 유영은 혹여나 언니의 마음이 금세 변할까봐 걱정하며 재빨리 가슴에서 다른 구슬을 꺼냈다.


그리고 아까처럼 구슬을 꺼내 손바닥으로 문지르자 곧 다른 음성이 나왔다.




그것은 범수가 병원에서 누워있던 세영의 손을 잡고 했던 말이었다.


“여, 여보. 그 동안 당신 힘들게 해서 미안해.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지 못한 것도, 그것도오, 미안해. 당신이 힘들고 지쳤을 때, 꼭 안아주지 못한 게 그, 그게 그렇게 후회가 돼. 왜, 나, 나는 왜 이렇게 못 났었을까? 당신한테 사랑한단 , 그런 말, 한 마디도 못하고, 응? 흐으으!”


감정이 격해진 범수가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지 잠시 침묵이 이어지고 나서 코를 크게 푸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다시 말이 이어졌다.


“여보! 사랑해에, 사, 랑, 해···! 으허어엉!”


곧 구슬이 또 연기처럼 유영의 손에서 사라졌다.


그리곤 그녀가 간절한 눈빛으로 언니를 쳐다봤다.


그때 세영은 꽤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유영은 그것이 혹여나 좋은 징조이기를 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이윽고 세영이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음, 정말 부인은 사랑하시나 봐요. 그 마음이 잘 느껴져요. 언니 분이 들으시면, 분명, 정말 좋아하실 거예요. 하아아! 이제 몸이 다 풀린 것 같아요. 얼른 들어가 봐야겠어요. 반가웠어요. 저기, 잘 가요!”


나른한 듯 크게 하품을 한 세영이 탕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유영은 어쩔 줄을 몰랐다.


자신이 준비한 비장의 카드들이 전혀 소용이 없었다니 정말 이제는, 언니를 이대로 잃을 수밖에 없나하는 절망감이 그녀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마음속에, 단 하나 남은 구슬을 써도 언니가 다시 돌아올 런지 확신이 없으니 더욱 초조해졌다.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한다고 생각한 그녀가 다시 세영을 붙잡으려고 한 그때였다.


자신 바로 옆에 떠있던 동생을 돌아보더니 세영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 언니가 저처럼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허헛!’


그 말을 들은 유영의 맥이 그만 탁 풀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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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사이좋은 형제들의 우애 24.09.06 7 0 5쪽
44 때맞춰 일어난 긴급 상황 24.09.03 9 1 6쪽
43 대치 상황 24.08.30 10 1 5쪽
42 테레사,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려 하다 24.08.27 10 1 7쪽
41 사영과 자매들에게 닥친 위기 (2) 24.08.23 10 1 6쪽
40 사영과 자매들에게 닥친 위기 (1) 24.08.20 9 1 6쪽
» 사랑해, 사랑해, 그리고 사랑해! 24.08.18 13 1 6쪽
38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언니와 대화를 시도하러 가다 24.07.05 15 2 6쪽
37 언니의 마음을 다시 깨워줄 조각들을 준비하자 24.07.02 13 2 6쪽
36 유영의 부탁과 형제들의 믿음 24.06.28 15 2 5쪽
35 점점 더 불리해져가는 사태 24.06.25 12 2 6쪽
34 마음이 급해진 자매들과 달구지 24.06.21 12 2 5쪽
33 기억을 덜어내고 점점 더 깊이 여행하다 24.06.18 14 2 5쪽
32 위험한 징조들 24.06.14 13 2 6쪽
31 물 위의 섬 24.06.11 12 2 6쪽
30 심상치 않은 분위기 24.06.07 13 2 6쪽
29 병원에 들이닥친 남편들 24.06.06 13 2 5쪽
28 어디로 가야할까 24.06.05 12 2 6쪽
27 ‘츄파춥스’ 성인 24.06.04 13 2 6쪽
26 남은 사람들 24.06.03 14 2 6쪽
25 가자! 저세상으로 24.06.02 12 2 6쪽
24 깨어난 자매들 24.06.01 11 2 5쪽
23 홀리콥터를 타고 신나게 하늘을 날아보자 24.05.31 12 2 6쪽
22 해미와 해미들, 그리고 지하세계 24.05.30 11 2 5쪽
21 위험에 처한 세영 24.05.29 14 2 5쪽
20 계획 변경 24.05.28 13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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