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년 (부제: 경우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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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진
작품등록일 :
2024.05.10 01:15
최근연재일 :
2024.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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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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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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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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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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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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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우연히 발견한 부싯돌

DUMMY

오리새 사건 이후 얼마간, 나는 상처가 나을 때까지 동굴 근처만을 오가며 가족들을 돕고, 대부분의 남은 시간을 베이컨과 노닥거리며 보냈다.


어머니는 오리새의 날개 부분을 손질하고 나무대야에 넣고 어떤 노란 물에 담갔다. 어머니는 그게 가죽이 상하지 않게 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어디서 그런 방법들을 다 배웠는지 어머니가 정말 대단하다고 나는 새삼 생각했다.


어머니는 가죽을 손질하는 일 이외에도 틈틈이 바구니를 엮여서 만들고 아버지랑 수가 따 온 과일을 잘라서 건조시켰다.


“우리가 음식을 구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저장을 해 둬야 돼”


어머니가 말했다.




그 즈음부터 저녁때만 되면 모기떼가 극성이었다.


어머니는 특이한 열매가 달린 식물을 구해 와서 간간이 그걸로 불을 피워 연기를 냈다.


신기하게도 모기들은 그 연기를 피울 때는 잠잠했다.


수는 아예 어머니가 구해다 준 식물을 끌어안고 잤다.


베이컨조차 모기가 극성인 밤에는 탈출본능을 자제하고 동굴 한쪽에서 얌전히 쉬었다.


수가 베이컨의 묘기를 보여준 다음 나는 동굴에서만 지내는 무료함을 달래려고 베이컨을 훈련시키며 시간을 때웠다.


수의 훈련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돼서 베이컨은 이제 ‘꼼짝 마’와 ‘박치기’그리고 내가 던진 나뭇가지를 물어오는 ‘물어와’를 마스터했다.


녀석은 정말이지 너무 똑똑했다.




어느 날 나는 가족들이 다 나간 동굴에 혼자 남아 있었다.


베이컨도 나처럼 무료했는지 동굴 안을 돌아다니며 냄새를 맡고 있었다.


녀석은 엄청난 후각을 가지고 있어서 어머니가 저장해 놓은 말린 과일이나 훈제시킨 고기를 금방 찾아내 훔쳐 먹고 혼날 상황이 되면, 얼른 동굴 밖으로 내빼기 일 수였다.


그래서 어머니는 생각 끝에 바구니를 만들어 배상 식량을 넣고 녀석이 닿을 수 없는 곳에 매달아 두었다.


녀석은 아마도 그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서 돌아다니는 듯 했다.


그러다 녀석은 내가 남겨서 주머니에 넣어둔 음식 냄새를 맡았는지 내 근처로 왔다.


그리고 내 다리에 머리를 비벼대며 아양을 떨었다.


‘공짜로 줄 수는 없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짧은 막대기를 동굴 안쪽으로 던지며 베이컨에게 지시했다.


“베이컨! 물어와!”


‘타다다닷’


베이컨이 쏜살같이 그쪽으로 달려갔다.




그때 ‘턱’ 하고 뭔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터더덕! 탕! 투두둑!’


연이어 돌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서 나는 깜짝 놀라 그쪽을 쳐다봤다.


그 순간 ‘팟’, ‘파밧’ 하고 여러 개의 불꽃이 튀었다.


그 불꽃에 놀란 베이컨은 기겁을 하며 거기서 뛰쳐나왔다.


놀라서 내 품에 달려든 녀석을 달래는데 한참이 걸렸다.


그리고 결국 내가 남겨둔 음식의 많은 부분을 그 녀석에게 털렸다.


‘뭐! 원인이 나니까, 어쩔 수 없지! 쩝. 배고프다!’


몰려오는 허기를 느끼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베이컨이 진정된 것을 확인한 나는 문득 그 불꽃들의 정체가 몹시 궁금해졌다.


그래서 불이 붙은 장작을 들고 소리가 났던 곳으로 조심히 가봤다.


그랬더니 거기에는 여러 개의 돌들이 떨어져 있었다.


'오! 이걸로 불씨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럼 굉장하겠는데!'


그렇게 생각한 나는 그 돌들을 모두 밝은 데로 가지고 나와 서로 부딪혀봤다.


그런데 햇빛이 너무 밝아서 아무리 부딪혀도 불꽃이 나는지 어떤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그것들을 어두운 데로 가져가서 돌 하나를 아래 두고 다른 돌을 높이 올려 부딪혀보는 실험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스파크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지쳐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오기가 났다.


그렇게 ‘한번만 더, 한번만 더’ 속으로 외치며 실험을 계속 한 나는 곧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렇지만 계속 해도 성과가 없었다.


수많은 시도 끝에 이제는 정말 포기 해야겠다 싶었을 때 나는 화가 잔뜩 난 나머지 들고 있던 돌을 힘껏 내리쳤다.


그때 거짓말 같이 ‘파밧’하고 불꽃이 튀었다.


‘우아아! 와아!’


그 순간 모든 노력이 보상받는 듯 나는 정말 황홀해졌다.




신이 난 나는 저녁 무렵 모인 가족들에게 이 엄청난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수는 그 돌들을 유심히 보고 내 눈치를 조심스럽게 살피며 말했다.


“그치만 그 돌들로 불을 만들기는 힘들 수도 있어. 스파크가 일어나는 건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만 그게 불이 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되거든!”


“하아! 그런가?”


그 말을 듣고 나는 위대한 발견을 했다고 생각했던 만큼 큰 실망을 했다.


“그래도 혹시 될 수도 있으니까 여러 가지를 시도 해보면 어떨까? 가령 스파크는 있으니까 불이 붙은 만한 것들을 놓고 해본 다던가···.”


축 쳐져있는 나를 보고 수가 말했다.


“진짜?”


기뻐하는 나를 보고 수가 빙그레 웃었다.




그 후 며칠 간 나는 수의 말대로 갖가지 방법들을 다양하게 시도해 봤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아무리 불이 잘 붙는 보푸라기도 그 돌들을 가지고는 불씨를 만들지 못했다.


다만 수없이 많은 돌을 부딪혀보는 실험을 한 덕분에 내 팔 근육만큼은 확실히 단련된 것 같았다.


그렇게 가장 위대한 발견이 될 줄 알았던 것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서 내 마음은 착잡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그 돌들을 어머니가 만들어 준 간이 주머니에 넣어 허리에 차고 다녔다.


언젠가 내 팔의 힘이 더 세지거나 다른 기발한 방법이 생긴다면 그 걸로 불을 만들 수도 있을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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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죽이기엔 너무 사랑스러운 햄망이 24.05.23 78 3 8쪽
» 우연히 발견한 부싯돌 24.05.22 83 3 6쪽
12 오해를 풀고 베이컨과 다시 친해지다 24.05.21 85 3 6쪽
11 온몸을 던져 구명지은을 갚다 24.05.20 86 3 6쪽
10 단란하고도 어색했던 온천탕에서 만난, 오리새 24.05.19 99 3 6쪽
9 원수 같던 동생 놈이 목숨을 살려줬다 24.05.18 109 3 7쪽
8 육식초 24.05.17 118 5 7쪽
7 만 년 후, 눈물의 재회 24.05.16 130 6 8쪽
6 불의 발견 +1 24.05.15 136 3 7쪽
5 먼저 깨어난 아버지와 베이컨 24.05.14 148 6 8쪽
4 실험에 참여했는데, 모르는 곳에서 깨어났다 24.05.13 150 6 9쪽
3 자, 이제 출발이다 +1 24.05.12 151 4 9쪽
2 세상 살기 너무 힘들다 +1 24.05.11 174 7 11쪽
1 쥐구멍엔 볕 뜰 날이 없다 +1 24.05.10 230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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