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서버 최강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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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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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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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Lv. 17 솔로 플레이어 (5)

DUMMY

Lv. 17 솔로 플레이어 (5)


정한이 강원도 인제 산골의 펜션에서 이제 막 깊은 잠에 빠져있을 때, 서울에서는 규태와 희주가 머리를 맞대고 길드 창설 허가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아니, 길드 하나 만드는데 뭐가 이렇게 복잡해?”

“오빠. 길드 사무실 주소도 써야 된다. 창립 멤버도 다섯 명이나 필요하고, 자필 사인도 받아야 한대. 나랑 오빠, 정한 씨, 진호 씨. 또 한 명 누구 넣지?”


희주가 눈앞의 서류를 팔락거리며 흔들다가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여보야. 무슨 소리하는 거야? 자필 사인 받아야 한다며. 언제 걔네 다 찾아가서 사인받아? 진호야 괜찮다고 해도 정한이는 지금 강원도에 있는데. 어차피 처제랑 장인, 장모 다 길드 가입시키려고 했으니까, 일단 처가 식구들 사인 받아서 길드 먼저 만들고, 걔네랑 걔네 가족들은 천천히 초대하면 돼요.”

“뭐? 우리 가족들이랑 진호 씨 가족들도 다 넣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되묻는 희주에게 규태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래야 무슨 일 생기면 가까운 애들이 가족들 보호해 주지. 멀리 떨어져 있는데 무슨 일 생겨봐. 어떡하려고?”

“아니, 그렇게 해주면 나야 좋은데······. 근데,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려고 할까?”

“안되면 우리끼리라도 하면 돼지. 정한이랑 진호만 들어와도 엄청나게 도움 될걸? 생각난 김에 진호한테 전화나 해 봐야겠다.”


규태가 진호에게 전화하러 간 사이 희주는 제 식구들 이름을 적어넣고, 사인을 받기 위해 방을 나섰다.


*


정한은 오늘도 심마니의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바위 정령의 머리 위에 돋아나 있는 꽃을 뽑고 있었다.


사냥터의 레벨도 적당하고 몬스터의 수도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정한의 레벨은 여전히 49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부쩍 더뎌진 렙업 속도에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짜증을 낼 법도 했지만, 정한은 그 어지간한 사람에 속하는 부류가 아니었다.

한창 게임을 할 때는 0.001%의 경험치까지 계산해 가면서 하던 그였기에 이 정도는 느린 축에도 속하지 않았다.

레벨이야 몬스터를 잡다 보면 알아서 오르기 마련이었다. 백 마리의 몬스터를 잡았는데도 레벨이 오르지 않는다면, 천 마리를 잡고, 그래도 안 되면 만 마리를 잡으면 되는 일이다.


기계처럼 꽃을 뽑고 몬스터를 써는 행동을 반복하면서도 정한은 현재 인벤토리에 백 개가 넘게 쌓인 꽃을 보며 슬슬 기술을 배워야 하나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었다.


‘전문 기술은 대장장이나 이런 걸 테고, 보조 기술은 요리 같은 건가? 전문 기술은 뭘 해야 돼지?’


여러 개의 캐릭터를 키울 수 있는 게임이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캐릭터마다 다르게 기술을 습득해서, 모든 기술을 전부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신체를 새로 만들어 내지 않는 한 여러 캐릭터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신중하게 생각해야 했다.


‘규태 형이 길드 만든다고 했으니까, 전문 기술도 길드원끼리는 웬만하면 겹치지 않게 하는 게 좋을 텐데······. 이따가 숙소 가서 전화라도 해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쉬지 않고 바위 정령을 깨부수던 정한의 손이 멈춘 건 레벨업을 알리는 알림창이 떠올랐을 때였다.


[Level up. 축하합니다. 모험가님은 Lv. 50 이(가)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엘리시온’의 모든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집니다.]

[채널 이동이 가능해집니다.]

[던전이 새롭게 개방됩니다.]

[전장 서비스가 활성화됩니다.]

[적정 레벨 인원 부족으로 ‘결전의 전장’에 참여하실 수 없습니다.]

[적정 레벨 인원 부족으로 ‘혈투의 전장’에 참여하실 수 없습니다.]

[적정 레벨 인원 부족으로 ‘PvP 전당’ 순위가 자동으로 책정됩니다.]

[모험가님은 현재 ‘PvP 전당’ 순위 1위입니다.]

[스킬 ‘분신술’을 습득합니다.]


기껏해야 한두 개의 알림창만 생겨날 것이라 예상했던 정한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동시에 떠오른 여러 개의 알림창이 그의 시야를 뒤덮었다.


‘이, 이게 다 뭐야?’


정한은 코앞까지 다가온 이끼 낀 바위 정령의 꽃을 뽑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허공에 떠있는 알림창들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일단 참여할 수 없는 건 나중에 보고, 채널 이동은 뭔지 잘 모르겠으니까, 이것도 나중에······.’


지금 당장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제외하고 나니, 결국 남은 건 스킬과 던전뿐이었다.


분신술이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스킬을 사용해 본 정한은 제 앞에 자신과 같은 옷을 입고 생긴 것도 똑같이 생겼지만, 흑백으로만 이루어진 분신을 쳐다봤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그림자 분신술 같은 건가? 신기하네. 안녕?”


정한이 분신을 향해 손을 흔들자, 분신도 정한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거, 명령도 되나? 가라! 정한이 1호!”


정한이 이끼 낀 바위 정령을 가리키며 외쳤지만, 분신은 바위 정령을 공격하기는커녕 정한의 행동을 그대로 똑같이 흉내 냈다.


“아니. 날 따라 하라는 게 아니야. 아! 분신이라서 날 따라 하는 것 밖에 못 하나? 그런 거면 별로 쓸모가 없는데······.”


분신을 세워놓고 고민하는 정한을 향해 씩 웃은 분신은 손을 흔들더니 연기처럼 공중으로 사라졌다. 지속시간 30초가 지난 것이었다.


“저 자식. 저거, 설마 일부러 안 싸운 건 아니겠지······?”


정한은 사라지기 직전 자신과 전혀 다른 행동을 하던 분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미심쩍은 눈으로 스킬을 확인했다.


[분신술]

[자신과 100% 동일한 분신을 하나 소환해 냅니다. 지속시간 30초. 재사용 대기시간 10분. 스킬 포인트를 사용하여 등급을 올릴 경우 지속시간과 소환되는 분신의 개체 수가 증가합니다.]


‘별로 특이한 건 없는데······. 하긴, 그림자 분신술도 애들이 각자 개성이 넘치긴 했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이해하고 넘긴 정한이 속으로 던전을 불러내자 던전 대신 또 다른 알림창이 떠올랐다.


[던전에 입장하기 위해선 열쇠가 필요합니다.]

[열쇠는 사냥 및 제작으로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뭐야? 이것도 결국 지금은 안되는 건가?’


지금 당장 던전에 들어가 볼 수 없는 게 아쉽긴 했지만, 정한은 던전의 존재와 던전에 입장 할 방법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해하며 사냥을 재개했다.


*


규태와 희주는 작성을 완료한 길드 창설 서류를 들고 이제는 아예 상점가가 되어버린 광화문 광장에 나와 있었다.


“얘는 왜 이렇게 안 와?”

“아직 삼십 분이나 남았어. 우선 길드나 만들고 오자.”


희주의 손에 이끌려 길드 협회에 도착한 규태는 눈앞에 서 있는 독특한 생김새의 사람. 아니, 생명체를 보고 벌어지는 입을 억지로 끌어올려 희주에게 속삭였다.


“여보야. 지금 내 눈이 잘못된 거 아니면, 서류 받고 있는 놈. 저거, 고블린이지?”

“나도 알고 있으니까 조용히 해.”

“저번엔 저런 거 없었잖아!”


희주는 제 차례가 된 규태의 팔을 밀며 앞으로 내세웠다.


“서류 주세요.”


평이한 말투로 손을 내미는 고블린. 아니, 협회 직원을 보며 규태는 눈을 질끈 감고 서류를 내밀었다.

협회 직원의 손에 들린 작은 막대기가 창립 멤버들의 자필 서명이 적힌 칸 위를 푸른 빛을 내며 지나가더니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자필 서명 확인되셨고요. 길드 창립 비용 10골드입니다.”


규태와 희주는 그동안 모아 놓은 돈을 탈탈 털어 겨우 만든 10골드를 고블린의 손 위에 올려놓았다.


“허가 나는 데는 최대 3일 걸리고요, 허가 나는 시점부터 길드 마크나 길드 창고 같은 길드 용품들 이용할 수 있으십니다. 자세한 건 여기 안내서 같이 드리니까 읽어보세요. 혹시, 궁금하신 점 있으세요?”

“네. 혹시 고블린이신가요? 으악!”


필터를 거치지 않고 튀어나온 규태의 질문에 희주가 그의 옆구리를 세게 꼬집었다.


“호호. 죄송해요. 이 사람이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괜찮습니다. 그리고 고블린 맞아요. 그거 말고 길드 관련해서 궁금하신 사항 없으시면 다음 분 기다리시니까 비켜주시겠어요?”

“네, 네! 수고하세요.”


잽싸게 옆으로 비켜난 규태는 희주를 끌고 다니며, 협회 내부를 구경하는 척 직원들을 관찰했다.

처음 서류를 받으러 이곳에 왔을 때는 분명 다 사람들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사람은 한 명도 없고, 이 종족들만 가득했다.


“와. 쟤는 드워프인가 봐. 엄청 작다. 그치? 오. 저건 오우거 아냐?”

“알겠으니까, 그만하고 빨리 나가.”

“왜? 조금만 더 구경하다 가자!”

“진호 씨 만나기로 했다며!”


결국 규태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길드 협회를 나서야 했다.

그들이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진호는 이미 도착해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형님! 형수님! 여기에요!”


둘을 발견한 진호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며칠 못 본 새에 진호는 꽤 핼쑥해져 있었다.


“야. 너 상태가 왜 그러냐?”

“저요? 그냥, 별거 아니에요. 근데 어쩐 일이세요?”

“야, 너 아직 길드 없지? 우리 길드 만들었는데 들어와. 너네 가족도 다 같이.”

“아······. 죄송해요. 전 길드는 힘들 것 같아요.”

“뭐? 왜?”

“아버지 회사에서 기업형 길드를 만드셨는데······. 거기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신경 써서 말씀해 주신 건데, 죄송해요, 형님.”

“그, 그러냐? 뭐, 가족이 하는 거면 어쩔 수 없지! 괜찮아, 괜찮아.”


진호는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는 금방 돌아갔다.


“진호 씨 괜찮은 거 맞아? 사람이 영 생기가 없던데······.”

“쟤도 집안 사정이 복잡하던데······. 그래도 뭐 알아서 해야지 어쩌겠어. 내가 쟤 아빠도 아니고. 괜히 멋모르는 윗대가리들한테 휘둘리다가 개죽음당하지 않길 바라야지.”

“그래도 아버지 회사라며. 사람들이 함부로 하진 않겠지.”


규태와 희주는 괜히 안쓰러운 마음에 멀어져가는 진호의 뒷모습을 한동안 쳐다보고 서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진호는 침대 위로 풀썩 엎어졌다.

곧 있으면 아버지가 돌아올 시간이다. 분명 오늘도 레벨을 얼마나 올렸는지부터 물어보실 게 뻔했다. 그리고 당신 성에 차지 않으면 또 매를 드실 테였다.

그래도 가족이라도 걱정되어서 집으로 돌아온 진호에게 일 년 만에 만난 아버지는 다짜고짜 그의 레벨과 직업부터 물어봤다.

그리고 그의 직업을 듣고 누구보다도 노여워한 게 그의 아버지였다.

왜 남의 뒤에 서 있는 직업을 선택했냐는 것이 이유였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대학에 가서까지도 그는 아버지에게 늘 부족한 아들이었고, 외국 유명 대학에 진학한 형제들에 비해 늘 덜떨어진 취급을 받아왔다.


어릴 때부터 숫자로만 평가받는 삶이 답답해 도망치듯 게임으로 빠져들었던 진호였다. 물론 그곳에서도 숫자로 사람을 평가하는 건 비슷했지만, 적어도 숫자가 떨어졌다고 매를 드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그를 도와주거나 더 높은 던전에 데려가 장비라도 하나 더 먹을 수 있게 도와줬으면 도와줬지.

진호는 인벤토리에 고이 넣어뒀던 제 지팡이를 꺼내 만져보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도움말 : 소환된 정령과 분신들은 대부분 자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성격이나 가치관은 시전 자를 바탕으로 구성됩니다. 한 번쯤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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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Lv. 47 파티플레이 (2) 24.07.03 234 8 11쪽
47 Lv. 46 파티플레이 (1) 24.07.02 252 8 11쪽
46 Lv. 45 가출 (3) 24.07.01 241 10 11쪽
45 Lv. 44 가출 (2) 24.06.30 252 9 12쪽
44 Lv. 43 가출 (1) 24.06.29 257 7 12쪽
43 Lv. 42 남산 타워 (8) 24.06.28 262 9 11쪽
42 Lv. 41 남산 타워 (7) 24.06.27 260 8 11쪽
41 Lv. 40 남산 타워 (6) 24.06.26 272 9 11쪽
40 Lv. 39 남산 타워 (5) 24.06.25 278 8 11쪽
39 Lv. 38 남산 타워 (4) +2 24.06.24 302 9 11쪽
38 Lv. 37 남산 타워 (3) 24.06.23 318 8 11쪽
37 Lv. 36 남산 타워 (2) +1 24.06.22 329 7 11쪽
36 Lv. 35 남산 타워 (1) 24.06.21 341 10 11쪽
35 Lv. 34 일상으로의 복귀(4) 24.06.20 351 11 11쪽
34 Lv. 33 일상으로의 복귀(3) 24.06.19 350 10 11쪽
33 Lv. 32 일상으로의 복귀(2) 24.06.18 361 12 11쪽
32 Lv. 31 일상으로의 복귀(1) 24.06.17 395 13 11쪽
31 Lv. 30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6) 24.06.16 387 14 11쪽
30 Lv. 29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5) 24.06.16 396 13 11쪽
29 Lv. 28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4) 24.06.15 398 14 11쪽
28 Lv. 27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3) 24.06.15 416 15 11쪽
27 Lv. 26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2) 24.06.14 429 13 11쪽
26 Lv. 25 깊은 심연의 동굴 지하 2층 (1) 24.06.14 444 14 11쪽
25 Lv. 24 서울 나들이 (3) +1 24.06.13 456 14 11쪽
24 Lv. 23 서울 나들이 (2) +1 24.06.13 472 14 11쪽
23 Lv. 22 서울 나들이 (1) +2 24.06.12 479 13 11쪽
22 Lv. 21 던전 (4) 24.06.12 491 14 12쪽
21 Lv. 20 던전 (3) 24.06.11 499 13 11쪽
20 Lv. 19 던전 (2) 24.06.11 508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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