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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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새싹
작품등록일 :
2024.06.0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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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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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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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3회

DUMMY



그 다음날 일요일.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무렵 성준의 차가 병원 지하 주차장에 들어섰다.


주차 후 핸드폰을 들어 성준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실장님.”


“박비서님. 아버지 지금 뭐 하시나요?”


“회장님 점심 식사 후에 소화 시키실 겸 정원 산책 가셨습니다.”


“아버지 컨디션은 요?”


“별다른 이상 없으십니다. 식사도 잘 하시고 혈압도 다 정상이십니다.”


“네. 알겠습니다. 저 지금 지하 주차장이니 조금 있다가 올라 갈께요.”


“네. 조금 후에 뵙겠습니다.”


박비서와 짧은 통화를 끝낸 성준은 비서가 준비해준 서류와 혹시 몰라 준비한 우황 청심원을 챙겨 병실로 향했다.


병실에 도착해 쇼파에 앉아 있으니 얼마 후 최회장이 들어왔다.


“응? 네가 또 어쩐 일이야?”


최회장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아들이 아버지 보러 오는데 이유가 있나요?”


씩 웃으며 대답하는 성준에게 최회장이 코웃음을 쳤다.


“네가 오면 내 속이 더 시끄러우니 그러지!”


“흐음..오늘은 아니라고 말 못 하겠네요. 오늘 아버지 속 좀 시끄럽게 할 것 같거든요.”


성준이 조금 굳은 얼굴로 말했다.


오랜만에 보는 아들의 모습에 최회장이 쇼파에 앉으며 물었다.


“뭔 일이냐?”


최회장의 물음에 성준은 대답하지 않고 가지고 온 우황 청심원을 내밀었다.


“우선 이것부터 드세요. 드시고 나면 말할게요.”


우황 청심원을 받아든 최회장이 인상을 쓰다 결국 마시고 테이블에 병을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자! 말해! 뭔 일이길래 네가 이러는지!”


성준이 박비서를 쳐다보며 말했다.


“박비서님도 여기 앉아서 같이 들으시죠.”


“자네 얼른 와서 앉아! 그래야 이 녀석 입이 열릴 것 같으니!”


최회장의 성화에 박비서가 쇼파에 앉았다.


최회장과 박비서를 보던 성준이 입을 열었다.


“며칠 전 병원에 황이사 다녀간 날 기억나시죠?”


“그래. 그게 왜?”


“그날 황이사가 아버지께 보고하고 가는 모습이 뭔가 이상해서 뒷조사를 했어요. 제가 좀 감이 좋잖아요?”


아들의 말에 최회장은 황이사가 뭔 일을 벌였단 걸 눈치 챌 수 있었다.


“뭐냐? 그 놈이 뭔 일을 벌였길래 이래? 속 터지기 전에 빨리 말 안 해?!”


“알겠어요. 거참. 노인네 성질 급하시긴.. 제가 애들 시켜서 황이사랑 그 가족, 일가 친척 뒤를 좀 털어봤어요. 그랬더니 뭔가 이상한 점들이 보이더라 구요. 황이사 주변 인물들이 모두 재복이 있는지 재산이 요 몇 년 사이에 엄청 늘었구요. 황이사도 연봉 받는 걸로는 설명 할 수 없는 재산 증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사해 보니 이 새끼가 그동안 회사 기밀 들을 팔아 처먹고 그걸로 호의호식하고 있었어요.”


“흐음....얼마나 많은 거냐?”


“몇 년 전 KS건설과 체비지 관련해서 입찰 붙었던 거 기억나시죠? 그때 그 녀석들이 저희보다 딱 5천만원 더 써서 땅이 그쪽에 넘어갔었죠.”


최회장이 인상을 찌푸리며 아무 말도 안 하자 박비서가 입을 열었다.


“그때 당시 저희 쪽에서도 그 건으로 말이 좀 나왔었습니다. 너무 금액 차이가 적어서 혹시 기밀 누출인가 해서 조사도 했었구요.”


“네. 조사 결과 당시 연루된 직원은 없는 걸로 결론 났었죠. ”


“그럼 황이사님이 내용을 넘긴 겁니까?”


“네. 맞습니다. 그 거래로 황이사가 KS에서 10억을 받은 걸로 실토했습니다.”


아들의 말에 이상함을 눈치챈 최회장이 물었다.


“ 그 놈이 실토했다고? 이미 잡아다 놓은 거냐?”


“네. 어제 밤에 제 별장에 데려다 놓고 애들이 밤새 알아낸 내용입니다.”


“츳!”


최회장이 혀를 차며 인상을 썼다.


그런 아버지를 보던 성준이 그간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설명 후 증거 서류들을 박비서에게 건넸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건이 남았습니다.”


“뭐?! 그 새끼가 이것들 말고 또 뭔 일을 저질렀다고?!”


최회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회장님. 진정 하십시요. 혈압 올라 쓰러지십니다.”


최회장을 달랜 박비서가 얼른 물을 따라 건넸다.


컵을 받아 단숨에 물을 들이킨 최회장이 아들에게 소리쳤다.


“얼른 말해!”


“말 할 테니 흥분 좀 가라 앉히세요. 저번에 황이사가 아버지께 보고하고 간 양평 건입니다. 그때 웬 투자 회사가 끼여 들어서 땅 주인에게 땅값을 3배 불렀다고 했잖아요? 황이사랑 작당 한 놈들이 만든 게 그 투자 회사입니다. 황이사가 퇴직 전에 크게 한탕 할려고 준비한 건 이구요.”


“으득! 그 놈들이 누구냐?!”


“황이사랑 범호요.”


“범호? 내가 지금 들은 게 맞는 거냐? 그 조폭 새끼들이 만든 범호?”


“네. 맞습니다.”


아들의 대답에 최회장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 내가 요즘 너무 조용히 살았나 보구나? 그런 쥐새끼 놈들이 감히 내 안마당에 들어와서 도둑질을 하려고 한 거 보니...아하하하!”


최회장의 분노한 얼굴을 본 성준이 잠시 숨을 쉬고 말을 이어서 했다.


“황이사와 범호가 손을 잡고 투자 회사의 탈을 쓴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땅 주인에게 접근해서 값을 3배를 쳐주겠다 한 거구요.”


“그 놈들이 돈이 썩어 자빠진 게 아닌 이상 뒤로 손을 쓸 생각 이였겠구나.”


“네. 저희가 손을 털고 나가면 범호쪽 조폭들이 땅 주인을 협박해서 헐값에 넘겨 받을 생각 이였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땅을 다시 KS쪽에 프리미엄을 얹어서 넘기기로 합의가 되었다고 합니다.”


조용히 듣고 있던 빅비서가 입을 열었다.


“그걸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성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어쨌든 범호도 건설 회사의 탈을 쓰고 있으니 KS에서 일부분 공사 수주를 받아 거기서 2차로 챙길 계획 이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떨어진 떡 고물들은 황이사랑 범호가 나누기로 했구요.”


그 말을 옆에서 듣던 최회장이 코웃음을 쳤다.


“그 조폭 새끼들이 돈을 나눈다고? 지나가던 개가 웃겠구나!”


최회장의 말에 성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 생각도 그래요. 아마 황이사의 쓸모가 떨어지면 처리했겠죠.”


“근데 그걸 황이사 그 멍청한 놈만 모르나 보구나. 범호랑 손을 잡다니...”


지방 조폭 세력 중 꽤 큰 편에 속했던 범호는 어느 날 소형 건설 회사를 빼앗듯이 인수해 지금의 기업형 조폭으로 탈바꿈을 했다.


웬만한 기업들은 범호의 실체를 알아서 상대도 하지 않았지만, 세상에는 자신의 손을 더럽히는 대신 다른 사람이 해주길 원하는 사람들이 넘쳐 났고, 그 틈을 공략한 범호는 여기저기에 결탁해 몸집을 불렸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최회장 눈에는 애들 장난처럼 보일 뿐이지만..


“자꾸 KS 녀석들이 튀어 나오는구나...이 일도 아마 그놈들이 먼저 바람을 넣었을 것 같은데..”


“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아마 KS 쪽에서는 그렇게 하면 자기들이 드러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겠죠.”


“하하하! 요즘 내가 회사 운영한다고 너무 점잖을 뺐나 보구나. 우습지도 않은 놈들이 이렇게 날뛰는 걸 보니!”


제대로 화가 난 최회장의 모습은 빅비서와 성준 모두 오랜만에 보는 것 이였다.


“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가 또 남았냐?”


“회사 내에 쥐새끼들이 좀 있는 모양입니다.”


아들의 말에 최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황이사 그 놈이 그렇게 오랫동안 일을 벌였는데 눈치 챈 놈 하나 없다는 건 이상한 일이지. 이참에 회사 내에 기생하는 해충들도 다 잡아서 없애 거라.”


“네. 애들 시켜서 조사 들어갔습니다. 어젯밤에 황이사가 분 것도 좀 있구요.”


고개를 끄덕인 최회장이 한참 창밖을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우선 회사 내 문제부터 해결하고 범호랑 KS 놈들은 내가 퇴원하고 나면 그때 처리하는 걸로 하자. 혹시 필요한 거 있음 박비서한테 얘기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볼께요.”


“그래. 네가 수고 좀 해야겠구나. 이번 일은 잘했다.”


아버지의 칭찬에 성준이 씩 웃었다.


“어차피 제 회사 될 건데 제가 챙겨야죠! 아버지는 걱정 말고 얼른 퇴원이나 하세요~”


오랜만에 아들을 흐뭇하게 쳐다보던 최회장이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저! 저! 누가 회사 네놈 준대? 쉰 소리 하지 말고 얼른 기서 일이나 제대로 처리해!”


최회장의 잔소리에도 싱긋 웃은 성준이 박비서에게 인사 후 병실을 나섰다.


그리고 세진의 병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세진 덕분에 회사에 손해를 막았으니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서 였다.


병실 앞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이 확인 후 문을 열어주었다.


안으로 들어서는 성준의 모습을 세진과 하진이 반갑게 맞이했다.


“쌈쫀!!”


달려와서 안기는 세진을 성준이 번쩍 들어 한 바퀴 돌려주었다.


“꺄하~ 쌈쫀! 또 해져!”


성준이 몇 바퀴 세진을 돌려주고 그대로 안아 쇼파에 앉았다.


“형. 어쩐 일이세요? 연락도 없이.”


하진이 웃으며 물었다.


“울 조카 내일 퇴원이라고 해서 겸사겸사 들렸어. 설마 내가 안 반가운 건 아니지?”


하진이 성준의 말에 얼른 손을 내저었다.


“설마요~ 갑자기 오셔서 그냥 여쭤본 거예요.”


“그치? 어디 가든 다들 날 반가워 하더라고~아하하!”


성준의 실없는 소리에 하진이 그냥 미소 지었다.


그렇게 얘기를 주고 받다 성준이 품 안에 있는 세진에게 물었다.


“세진아. 저번에 삼촌이랑 얘기한 거 하진 삼촌한테도 얘기했어?”


세진은 순간 당황했다.


조만간 말해야지 하고 생각 했지만 막상 말하려고 하면 입이 안 떨어졌다.


처음 만난 성준에게는 쉽게 말했는데, 막상 하진에게 말하려고 하니 고민이 많아진 것 이였다.


‘내 말을 믿어줄까? 삼촌이 나를 이상하게 보면 어떻하지? 내가 귀신 들린 아이라고 불길하게 생각할까? 혹시 내가 불길해서 이 몸의 부모가 사고가 났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세진이 예전 이였다면 이렇게 까지 고민하지 않았겠지만, 이 몸이 된 순간부터 사고가 아이에 맞춰지고 있었다.


물론 아이에 비해서 훨씬 높은 지능과 사고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느새 세진은 하진을 진짜 하나 뿐인 가족으로 받아 들이게 되었다.


거기다 지난 생을 통틀어 처음 갖는 가족 이였다.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에 말을 못 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성준이 들이닥쳐 하진 앞에서 이런 질문을 하지 세진은 순간 몸이 굳었다.


긴장한 조카의 모습에 하진이 걱정스런 얼굴로 세진을 바라보았다.


“세진아. 왜 그래? 삼촌한테 말하기 곤란한 얘기면 안 해도 돼. 그러니까 그렇게 긴장 하지 마. 삼촌 괜찮으니까.”


다정한 하진의 말에 순간 세진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흐으....흐윽..쌈쫀.”


갑자기 우는 조카의 모습에 놀란 하진이 성준에게서 얼른 세진을 넘겨 받아, 안고 달래기 시작했다.


“왜 울어? 울지마! 뚝! 세진이 울면 삼촌 맘이 너무 아파..그러니까 울지마. 세진이 하고 싶지 않으면 말 안 해도 된다고 했잖아. 삼촌 하나도 안 궁금해. 응? 그러니까 그만 울어. 눈가 다 짓무르겠다.”


하진은 테이블에 놓인 화장지로 세진의 얼굴을 꼼꼼히 닦아주며 계속 달랬다.


그 모습을 보던 성준이 난처한 얼굴로 이마를 긁적였다.


“크흠..저기 나 때문에 세진이가 우는 것 같아 미안하네.”


“아..아니예요. 형은 별 말 안 하셨는데요. 뭐. 애들은 원래 잘 울고 하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하진의 품에서 어느 정도 진정된 세진이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킁..훌쩍..쌈쫀.”


“아이고.. 코 막혔네. 자 여기 화장지에 풀자. 자~킁 해!”


“킁!”


“더 세게.”


“킁!!”


코가 뚫리자 숨쉬기가 편해졌다.


진정된 세진은 하진에게 시선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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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회 24.08.11 545 19 12쪽
41 41회 24.08.10 543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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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회 24.08.04 561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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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회 24.07.09 579 20 12쪽
30 30회 +1 24.07.08 578 19 12쪽
29 29회 24.07.07 575 18 12쪽
28 28회 24.07.06 589 22 13쪽
27 27회 24.07.05 595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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