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마소천(聖魔燒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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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지컬백정
작품등록일 :
2024.06.26 14:43
최근연재일 :
2024.09.1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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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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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행 - 2

DUMMY

퉁퉁퉁!


“계시우? 감나무 골목 세 번째 집 석구올시다!”


촌로가 대문을 두들기자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활짝 열렸다.


“무슨 일인가?”


저택의 집사는 촌로와 몇몇 마을 사람들 사이에 섞인 기골 장대한 악공을 보고 흠칫 놀랐다.


“이보게나, 저 총각은 누군가?”

“그게 말입니다. 저 총각은 떠돌이 악공인데···.”


마을 사람들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집사가 흔쾌히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주인어른께서 솜씨 좋은 악공을 찾고 계셨네. 이리 따라오게나.”

“옙.”


악공이 대문간을 넘어 집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곁에 선 집사가 물었다.


“희한하네. 차림은 후줄근한데 냄새는 안 나는구먼.”

“냄새를 풍기면 누가 비파를 뜯으라 부르겠습니까. 매사 조심해야지요.”

“아아, 것두 그렇군? 자네처럼 신경 쓰는 이가 드문 편이라···.”


집사는 등바구니 속에 구겨진 노파를 보고 안쓰럽게 웃었다.


“할머니께서 잘 가르치신 모양일세?”

“하하, 옙! 다 할머니 덕이죠.”

“···아이고오, 내 덕은 무슨···.”


세 사람은 그런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객청 앞에 다다랐다. 집사는 악공에게 짐을 한쪽에 부려두고 잠시 기다리라 이르고는 자신의 주인을 모셔왔다.


무당파의 외문제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집주인은 이제 쉰을 넘겼을 법한 얼굴이었다.


철장비웅이라는 별호 대로 덩치는 곰처럼 크나, 얼굴이 주는 인상 자체는 특별한 점 없는 중년의 사내였다.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게 형편에 맞도록 사치를 부린 옷차림, 무인이라고는 하나 나이가 있으니만큼 적당히 기름기가 낀 몸뚱이까지 그저 평범해 보였다.


“비파를 다룬다고? 어디 출신이오?”


악공은 공손하게 손을 교차하여 차수(叉手)하며 허리를 굽혔다.


“천하디 천한 떠돌이에게 무슨 고향이 있겠습니까. 발 닿는 곳이 고향입니다.”


고향을 물은 것이 아니라 비파를 가르친 스승, 정확하게는 어느 유파인지 물은 것이었지만 엉뚱한 답이 들려왔다. 주인장인 철장비웅은 악공의 행색이 워낙 곤궁한지라 그저 그렇겠거니 하고 넘겼다.


“그렇구려, 그럼 비파만 연주하시오?”

“아닙니다. 다른 악기도 좀 다루고, 광대들의 묘기도 몇몇 익혔습니다.”

“오, 그래? 그것참 잘 됐구만.”


주변에는 악공이 왔다는 말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가솔들이 여럿 모여 눈을 빛내고 있었다. 게다가 광대들의 묘기까지 익혔다 하니 재미있는 구경을 할 생각에 꽤나 들떠버렸다.


그들을 확인한 철장비웅이 푸근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올렸다.


“묘기 좋지, 지금 확인할 수 있겠소?”

“물론입니다.”


악공은 망설임 없이 상의를 벗어던졌다. 말 그대로 터질 듯한 근육이 모습을 드러냈다.


뽀얀 살가죽을 찢고 나올 것 같이 두툼하고 빼곡한 근육에 모두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렇지 않아도 기골이 워낙 장대하여 보통이 아닐 거라 여겼지만, 소림사의 항마승(降魔僧)처럼 이리 대단한 근육을 자랑할 거라는 생각까진 못 한 터였다.


철장비웅의 눈이 가늘어졌다.


“···호오, 무공을 꽤나 익혔나? 외공의 연마를 대단한 수준까지 했나 보오.”

“하하, 다들 그리 착각하시더군요. 제대로 된 무공을 익힌 게 아닙니다.”

“그럼? 그런 몸을 아무나 만들 수는 없는데?”

“그저 광대놀음에 필요한 건신비법에 삼류무공이나 겨우 배웠을 뿐입니다.”


악공의 말대로 근골이 대단하기는 해도 무공을 깊게 익힌 자들 특유의 내공에서 우러나는 기도는 느껴지지 않았다. 저자에서 종종 보이는 광대무리의 역사(力士)들이 이러는 경우가 있었으나, 워낙 골격과 근육이 좋았기에 의심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철장비웅은 저 악공이 갑자기 돌변하여 철비파를 들어 사람을 때려죽이는 게 아닐까 염려됐다.


“대단하군, 잠깐 손 좀 대도 되겠소이까?”

“옙.”


그는 근골을 확인하는 척하면서 혈자리마다 은근하게 기를 흘려 악공의 내력을 확인했다.


눈과 기감으로 확인했을 때처럼 찰맥관혈을 해도 아무런 내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그러다 못해 단전과 혈맥이 뻑뻑하게 막히고 꼬인 몸뚱이였다. 이 악공은 내가공부의 핵심이자 궁극의 목표인 연단법(煉丹法)에는 발도 들일 수 없는 반푼이 병신이었다.


단전을 만들 수 없다면 제대로 된 기공(氣功)을 익히지 못하고, 기공을 사용하지 못하면 그저 근력이 강한 필부에 불과했다.


상대의 수준을 확인한 철장비웅은 안심함과 동시에 허탈해졌다.


금분세수를 하고 강호무림에서 손을 털었다지만 지금처럼 과거의 원한 탓에 신경이 곤두설 때가 있었다.


‘설마, 이제 와서 옛일을 들출 놈이 있을까.’


철장비웅은 정체불명의 거한을 마주하고 자신이 너무 예민해졌던 게 아닐까 생각하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흠···.”


악공은 그런 철장비웅에게 물었다.


“이제 시작합니까?”

“아, 그렇지. 시작하시오.”

“옙, 시작하겠습니다.”


악공이 묘기를 시작했다.


독주를 입에 머금고 불을 대어 커다란 불을 내뿜는다거나, 솥뚜껑 같은 손으로 무언가를 으깬다거나 하는 삼류잡기들이었다.


특히 힘을 바탕으로 절묘한 속임수를 사용하는 묘기들은 일류고수에서 초인의 경지(超人境)를 넘보려는 철장비웅에게는 아이들 장난으로 보였다.


그저 광대놀음이 귀엽고 우스울 따름이었다.


“자아! 이제 마지막 순서입니다!”


하지만 광대놀음의 마지막 순서가 다가오자 은근히 무시하던 철장비웅마저 놀라고야 말았다.


악공이 바지를 벗어던지고 속고쟁이 차림을 하자 여인들이 아주 몹시도 기겁하며 눈을 전혀 가리지 않았다.


“꺄아아! 세상에!”

“어머머!”


다들 한 꺼풀 아래에 감춰진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보고 남사스러워하면서도 눈을 떼지 못했다.


“혹시, 남는 수레바퀴 있습니까?”


옆에서 구경하던 종복이 흠칫 놀라며 대답했다.


“그, 그건 왜 찾으시오?”

“양물에 바퀴를 얹어서···.”


축 구멍에 끼워서 들어올리는 것도 아니고 바큇살 사이에 넣고 휘두른다는 이야기는 다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게 말이 되오?!”

“됩니다.”


악공은 그리 말을 하며 속고쟁이를 내렸다. 배꼽 아래로부터 이어진 거뭇한 터럭이 드러나는 찰나였다.


“어허어허! 그만! 이런 천박한!”


철장비웅이 다급히 말리자 아낙들만이 아니라 사내들도 모두 아쉬워했다.


다들 눈이 달려있으니 벗지 않아도 충분히 알았으나, 굳이 벗겨서 참된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건만 집주인이 초를 쳐버렸다.


악공은 양물을 드러내다 말고 엉거주춤하게 서서 중얼거렸다.


“원래 이게 제일 재미있는 묘기인데···.”

“아니, 충분해. 충분하니 그만해라! 어디 백주대낮에 사람들 앞에서 양물을 보이려 하는 게냐! 아녀자도 있거늘!”


사람들 앞에서 양물을 보이는 것은 길바닥에서 흘레붙는 개새끼들이나 하는 짓거리, 이는 정말 천출 중의 천출이나 부릴 법한 묘기였다.


짐승을 잡는 백정들도 수치스러워할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려는 모습에 경계도 존중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일말의 자존심도 없는 광대 나부랭이, 해봐야 흑도의 삼류잡배, 어쩌면 그 이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장비웅은 악공에게 하대하며 언성을 높였다.


“이 짐승 같은 놈! 사람이 되어서 수치를 모르다니!”


호통에 화들짝 놀란 악공이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이 광대 놈아! 네 어미아비가 이 모습을 보면 얼마나 슬퍼할지 생각을 해보아라!”

“그게, 양친께서는 돌아가셨습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몸가짐을 조심해야···!”


그러자 바구니 속의 노파가 입을 열었다.


“나으리이, 저놈이 이 늙은이 먹이고 입히느라 이런 고생을 합니다. 침을 뱉으려거든 이 노물에게 뱉으시지요.”


역정을 내던 철장비웅은 바구니 속에서 힘겹게 숨 쉬는 노파를 보고 욕을 되삼켰다.


길바닥을 전전하는 자이니 그 부모가 어찌 됐을지는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건만, 괜히 신경이 날카로워져선 죽은 부모를 거론하며 정도를 넘는 화를 냈나 싶어 민망해졌다.


“끄응, 미안하이. 내 말이 너무 심했군.”

“아닙니다. 다들 그리 말씀하셨는지라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미안하게 됐네.”


민망해진 철장비웅이 괜히 찻물로 입을 헹구는 동안, 악공은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이목구비를 하나하나 뜯어 나누고 합치는 것처럼 깊게 살폈다.


차를 마시며 열을 식힌 철장비웅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이제 광대놀음은 됐으니까 비파 솜씨를···.”

“아닙니다.”


악공은 옷을 입고 비파를 챙겼다.


“아무래도 제가 경사를 앞둔 집안에 잘못 찾아온 듯합니다.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혹여 액운이 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아니, 그런 뜻이···.”


무거운 짐을 챙긴 악공은 손을 모아 인사를 올리곤 대문으로 향했다.


“송구합니다. 혹여라도 다음에 만나 뵙게 될 때에는 좋은 소식을 들고 오도록 하지요.”


담벼락 안의 모든 여인들이 아쉬워했지만 악공은 노파를 등에 이고 그대로 마을을 떠나버렸다.



***



침상에 걸터앉은 소년에게 쬐끄만 동생이 다가와 옆구리를 쿡 찔렀다.


“형아, 며칠 남았어?”


이제 열넷이나 됐을 법한 소년이 동생을 안아주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제 사흘 남았네.”

“형아형아, 장가가는데 기분이 좋아?”

“글쎄···.”


소년은 얼굴도 보지 못한 소녀와 평생 한 짝이 되어 살아간다는 이야기가 실감 나지 않았다.


“형수님은 이쁠까?”

“으으음, 글쎄?”


부모는 여자가 이뻐 봐야 허파에 바람만 들어 집안을 망치니 외모는 그저 사지와 눈코입 멀쩡하게 달리면 족한 것이고, 성품과 마음이 참한 여자가 최고라며 혼처를 아주 잘 정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으나, 평생 함께 할 입장인 소년은 아리따운 소녀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었다.


지금 와서 간절히 기원한들 부인될 소녀의 얼굴이 바뀔 리는 없었지만, 소년은 제발 색시의 자색이 곱기를 기원했다.


“이쁘면 좋겠다.”


그리 말한 소년은 고개를 돌렸다.


이미 날이 저문 지 한참 지났음에도 비복(婢僕)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는지라 두터운 장지문으로 바깥의 시끌시끌한 기척과 불빛이 새어들어왔다.


저 모두가 장가가는 자신을 위해 늦도록 고생하고 있으니 서서히 실감이 느껴지며 왠지 긴장되기 시작했다.


“형아, 손에 땀났어.”

“그러네···.”


아니, 사실 혼례를 앞둔 긴장감이 아닐지도 몰랐다.


뭐라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불쾌감이었다. 귀신의 차가운 손가락이 머리카락을 하나하나 헤아리는 것처럼 등줄기가 서늘했다.


대체 왜 이렇게나 긴장이 되는 걸까, 괜히 입술이 바짝 말라 시원한 바깥바람이 간절해졌다.


“나 정원에 좀 다녀올게.”

“나도 같이 가.”


소년은 동생과 함께 바깥으로 나섰다.


저택 곳곳, 경사를 알리는 붉은 등롱이 가득했다. 정원으로 향하는 내내 마주한 모든 처마가 그러했다.


“와아.”


동생은 산사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것처럼 빨간 처마를 보고 입맛을 다셨다.


“형아아, 장가가는 날에 맛있는 거 실컷 먹겠다. 그치?”

“···으응, 그치?”


하지만 소년의 눈에는 이 등롱들이 몹시 불쾌하게 다가왔다. 돼지를 잡아 배를 가르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처럼 시뻘겋고 비린 냄새가 코를 찌르는 착각이 들었다.


두 형제가 내원에 다다랐을 무렵이었다.


···챠랑, 창.


어둠의 어디선가 희미한 선율이 들려오는 듯했다. 귓구멍을 후비며 주변을 살폈지만 집안의 분주한 소음만 들릴 뿐, 비파를 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소년은 마른침을 삼키며 발을 재촉했다. 내원의 정자에 앉은 부모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정체 모를 공포심도 조금은 누그러들었다.


“엄마, 아빠.”


나 왠지 무섭다고, 오늘은 엄마아빠와 함께 자면 안 되겠느냐 묻고 싶었다.


“왜 둘 다 안 자고 나왔어? 이리 와서 앉아라.”

“아직도 엄마아빠가 뭐냐. 어머니 아버지라고 불러야지.”


정자에 앉아 부인과 술잔을 기울이던 철장비웅이 아들을 다그쳤다.


“이제 어리광은 그만 부리거라.”

“···네에.”


그러나 엄한 말투와 달리, 얼굴에는 깊은 애정에서 나온 아쉬움과 뿌듯함이 한가득이었다.


“이놈아, 네가 벌써 장가를···.”


챠라라랑! 챠장!


또 어둠 속에서 비파가 울렸다. 이는 참 기이한 소리였다. 가까이서 들리는 것 같으면서도 동굴 아득히 깊은 곳에서 퍼지는 것 같기도 했다.


퉁, 뚜두두둥.

투두두둥, 투둥!


의미 없이 연달아 울리던 비파의 현들은 어느새 일정한 박자와 가락을 갖추어 하나의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직녀가 씨실과 날실을 엮어 하늘의 비단을 짜는 것처럼 비파의 소리가 아래위로 어우러지며 금성옥진(金聲玉振)을 만들었다.


“···대체 누가 이리 아름다운 연주를 하는고. 비파의 신선 조선재가 지상으로 돌아왔는가.”


문득 열흘 전 즈음에 찾아왔었던 너저분한 악공이 아닐까 싶기도 했으나, 그의 추접스럽고 자존심도 없는 태도와 지극히 아름다운 비파의 음색은 영 합이 안 맞았다.


이를 감상하던 철장비웅은 마음이 동하여 술잔을 연신 들어올렸다.


“현을 만지는 솜씨가 신기에 다다랐구나, 참으로 비파선재로다.”


현이 퉁기는 파도마다 절로 감정이 일고 손가락이 스치는 바람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비파의 가락이 어찌 이리 사람을 흔들 수 있을까, 섭혼술처럼 사람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니 귀로 느끼는 신기루라, 이 혼혼하고 서글픈 가락에 어느 사내가 맑고 무거운 목소리로 노래를 더했다.


[···깊은 가을밤, 떠날 객을 배웅하는 강가에서 단풍잎과 갈대꽃 소슬하게 나부끼누나. 배에 올라 이별주를 채웠으나, 가락조차 없는 자리에서 잔을 들어 본들 술 젖은 마음만 헤어짐 앞에서 처연하네······.]


“비파만 신기에 다다른 게 아니라 절창(絶唱)이기도 하구나.”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를 소리는 점점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 구슬픈 노래라 그런 걸까, 유난히도 몸이 무거워 바다 밑바닥의 흐름에 휘말린 것만 같았다.


[···홀연히 들려오는 비파 소리에 문득 고개를 돌렸네······.]


아득하고 무겁게 휘감기는 노래를 듣던 철장비웅이 돌연 눈을 부릅떴다. 어인 일인지 그의 눈은 실핏줄이 다 터져 혈안이 되어있었다.


“푸크흡!”


철장비웅은 가슴에 담았던 숨을 일시에 토해내며 기침을 했다. 어그러진 기혈 탓에 코에서 선혈이 주륵 흘러내렸다.


“누구냐! 대체 누가 비파를 타느냐!”


그러자 비파 소리가 멎고, 느릿한 대답이 들려왔다.


[철장비웅.]


이전까지의 조용하고 무거운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이제는 남녀노소의 목소리가 뒤섞인 괴성이 천지사방에서 울렸다.


[당신의 목숨을 거두러 왔습니다.]


정체 모를 비파선재의 목소리에는 엄청난 힘이 담겨있어 동굴 안에서 폭음을 들은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끄으으! 이, 이 무슨 음공이란···.”


이는 천지사방에서 목소리가 반사되는 육합전성과 천리전음을 섞은 음공이었다.


“말도 안 되는 내공······쿠훠억!”


물론 싸움에 있어 내력만 심후하다 하여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수만 번을 연습했던 투로를 통한 외공의 숙련과 생사기로에 놓였던 경험을 통한 순간의 선택이 승패를 가르는 법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수준이 엇비슷할 적에야 성립되는 말이었다.


성벽 아래에서 칼을 들고 홀로 선 병졸에게 성벽 위의 노련한 포병이 대포를 겨누듯, 힘의 격이 다른 상대가 마주치기도 전에 전력을 다해 뭉개버린다면 대항할 방도가 없었다.


철장비웅의 눈에서 피눈물이 떨어졌다.


정체불명의 비파선재가 고작 몇 수 높은 수준이 아니라 감히 넘볼 수 없는 절대적인 간극이 있는 고수라는 것을 눈치채고야 말았다.


“······절대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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