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마소천(聖魔燒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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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지컬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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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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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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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행 - 30

DUMMY

원수를 처단한 진호연이 낙양으로 돌아가고 며칠이 지났다.


인자검의 저택은 진충맹에서 나온 이들로 바글바글 들끓는 중이었다.


“기괴합니다.”


송장을 살피던 황오개가 옆에 선 무당파의 장로 백종자를 올려다봤다.


“그렇지 않습니까? 어찌 담벼락 안의 가솔을 한자리에 모아두고 일시에 죽일 수 있었을까요?”

“빈도도 그게 참으로 이상하다 생각하는 중이었습니다.”

“철장비웅의 집에서는 제각각의 자리에서 죽었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면식이 있는 자일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하지만 면식범이라 해도 어떻게 가솔을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모아뒀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대체 왜 모였을까?


기이하고 진귀한 보물을 내보여 사람을 모았을까, 아니면 점복을 봐준다며 사람을 모았을까.


모두가 머리를 모아 궁리를 해도 명쾌한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주변의 민가에서 듣자 하니, 이 집에 경사가 있었다 하던데 그것과 관련이 있지 않겠소?”

“진인, 그렇다면 설마 신랑 될 사내라도 찾아왔을까요?”

“신랑 될 사내라 하더라도 비복들까지 한자리에 모이지는 않을 터인데···.”

“참으로 모를 일입니다. 게다가 인자검에게는 지독한 원한이 있다는 것처럼 처참한 몰골을 만들어 놨으면서 비복들은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단박에 죽였습니다.”


기탄을 일제히 맞고 한꺼번에 절명한 비복들과 달리, 인자검은 양쪽 발이 모두 뜯겨나가고 손도 하나가 터진 채였다.


“···또 딸에게는 구타의 흔적이 있음에도 마지막 순간만큼은 자진할 기회를 줬습니다.”

“지독한 원한이 있지만 최소한의 아량은 베풀었다 이 말인가.”

“뭘까, 뭘까 정말.”


황오개가 고개를 돌렸다.


대청의 저쪽 벽에서부터 이어진 핏자국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아무리 봐도 손발이 뜯겨 병신이 된 채로 벽에 내던져진 인자검이 기를 쓰고 딸의 앞까지 기어 온 자국이었다.


“역시 단박에 죽인 것이 아닙니다. 고문도 있었겠군요.”

“고문을 했다면 뭔가를 캐물었다는 말이구려. 그럼 범인은 뭘 알고 싶었겠소이까?”

“소인도 그게 참 궁금합니다. 뒈진 사람은 영 말이 없으니···.”


그리 말한 황오개는 인자검과 딸의 시신을 다시 세세하게 살폈다.


그가 상흔을 살피는 동안, 백종자는 뒷짐을 지고 집안 곳곳에 남은 전투의 흔적을 살폈다.


비복들의 머리를 박살 내고 벽과 바닥까지 깨뜨린 기탄의 흔적도 꽤나 흥미로웠지만, 가장 관심을 끌어당기는 흔적은 바로 철비파로 바닥을 내리쳐서 만든 구덩이였다.


“어디서 본 것도 같고···.”


커다란 구덩이 앞에 쪼그려 앉아 파편이 비산한 흔적과 먼지가 내려앉은 범위를 보다가, 고개를 갸웃 흔들었다.


“설마 모용의 철퇴인가? 그렇다 보기에는 좀 다른데.”


대대로 북방에 터를 잡고 살아오며 변방에 도사리는 북적(北狄)을 막아낸 일등공신이자 군문의 명가인 모용씨.


그들의 장기이자 가전무공은 철퇴를 사용한 파괴적인 무공이었다.


모용씨는 강호무림의 세력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동북쪽 변방을 안정시키는 군문의 일에 매진하므로 무림의 귀찮은 일에는 그다지 엮이려 하지 않는 가문이었다.


“백종진인.”


쪼그려 앉아있던 백종자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의 뒤에는 염주알을 굴리던 만허선사가 노기 서린 얼굴로 우뚝 서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것, 모용의 철퇴 같습니다만.”

“저도 그리 생각했으나, 섣부른 판단은 금물 아닙니까. 이는 더 알아봐야 할 일이라 생각됩니다.”

“빈승의 생각도 그러합니다. 지금 모용의 철퇴가 확실한 게 아니라 모용의 철퇴 같아 보이는 점을 지적하는 겁니다.”


백종자가 일어나서는 수염을 쓸어내렸다. 내리깐 그의 눈가에는 근심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일전에는 당씨, 이번에는 모용씨. 누군가가 그들의 무공을 흉내내어 이간질을 하고 혼란을 일으키려 한다 이리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지 않습니까.”


만허선사의 엄지가 염주알을 꾸욱 눌렀다.


“물론 당가의 부세공에게 이를 소명하라 했듯, 모용가에서도 사람을 보내어 확인을 하고, 맞는다면 소명함이 옳을 겁니다.”

“허어, 지금 부세공을 들쑤신 것만으로도 위험하지 않습니까. 이로 말이 나온다면 모용가 쪽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습니다.”

“허나 원리원칙대로 일을 처리해야 함이 옳습니다. 그들이 와서 소명을 한 후에 아니라는 게 밝혀진 한다면 이런 음모를 꾸밀만한 자를 색출해야지요.”


백종자가 고개를 저었다.


“그전에 뇌진도 방 대협을 찾아서 일의 전말을 밝히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방 대협의 동료들을 진충맹 지부마다 모아놓기로 했다 하니 뭔가 실마리가 잡히기는 할 겝니다.”

“그들이 한자리에 다 모인다고 뾰족한 수가 있겠습니까? 아무도 방 대협의 행방을 모를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이는 소림에 누가 될 수 있는···.”


두 노인이 끝나지 않을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인자검의 시신을 살피던 황오개가 벌떡 일어섰다.


“뭐야, 이거 술 자국인가? 옷에 술을 흘린 자국이 있네? 사람 뒈지는 거 지켜보면서 술을 쳐마셨다고?”


철장비웅과 인자검 사건의 공통점이라면 두 사람이 예전 방환과 함께했다는 과거는 당연히 제하고, 경사를 앞둔 집이었다는 것과 마침 술자리가 열렸다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술자리를 열고 술자리에 앉힐 만큼 반가운 사람이었다는 말인데. 놈은 또 지독한 원한을 품고 있다 이 말이지, 원한을 감추고 술자리에 동석을 했다라···.”


그는 식탁으로 눈을 돌려 자리에 남아있는 술잔과 젓가락의 개수를 다시 파악했다. 바닥에 떨어져 깨진 파편까지 헤아리니 잔과 젓가락이 열 사람 몫이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있었다고? 음식은 그만큼이 안 되는데?”


경사가 있는 집인지라 일부러 많이 차렸다지만 상에 올린 음식은 열 명이나 먹을 만큼 많다고 볼 수 없었다.


인자검과 그 딸에 더해 술잔과 젓가락의 주인이 될 사람이 누구였을까 추측했으나 도통 모를 일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자리에 죽어 널브러진 비복들은 아니었으니까.


“수저에 술잔이 열 명 분이라, 무슨 손님이 이리 많았을까···.”


이는 진호연이 인자검 일가를 살해한 후 부엌에서 가져와 추가로 놓은 것들이었다. 일부러 젓가락에 음식의 양념을 묻히고 술잔에 술을 부어놓고는 떠난 것이었다.


“가만, 입술 자국이 남았나···.”


잔마다 입술을 댄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하, 진짜 모르겠구만.”


머리를 긁적이는 황오개의 옆으로 만허선사와 백종자가 다가왔다.


“황오, 사람을 죽여놓고 술을 마셨다 했습니까?”

“소인이 살피기로는 그렇습니다. 분명 옆에서 죽어가는 걸 보며 마셨을 겁니다.”

“정말 원한이 하늘에 닿는 모양이올시다.”

“예에, 하여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만···.”


황오개가 대청 안에 든 오작인과 관원들을 흘끔 살피자, 만허선사와 백종자가 그들에게 일렀다.


“긴히 할 말이 있으니 나가들 계시구려.”

“다들 잠시 자리를 비워주시겠습니까.”


두 노인의 명령에 현장을 살피던 이들이 황급히 바깥으로 나갔다.


근처에 사람이 있을 것을 우려한 황오개가 손을 휘둘러 대청 안에 기장을 펼쳤다. 이리 한다면 소리가 바깥으로 새어나가더라도 뭉개져서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예전 진참안에 관한 사후의 논공행상 당시에 뇌진도 방 대협의 무리에 관해 꽤나 뒷말이 나왔던 일을 기억하실 겁니다.”

“물론이지요. 어찌 모르겠습니까.”


명문대파 출신의 신원이 보증된 사람이 있는 반면 철장비웅처럼 흑백지간에서 활동하던 자도 있었고, 인자검과 환조선생처럼 정체도 드러내지 않고 설치던 자들도 있었다.


특히나 외도를 걷는 자들까지 동행했었다는 소문이 돌았기에 방환의 무리 전원의 행적를 밝히기 전에는 행상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까지 나온 터였다.


하지만 대가 끊어진 대종을 대신하여 새로운 진왕을 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대동보(大同譜)와 무성왕이 생전에 남긴 어진(御眞), 제후의 권위를 상징하는 구석(九錫)의 물건 등 없어선 안 될 귀한 보물들을 몇 차례나 되찾아 왔기에 큰 공훈을 인정받아 잽싸게 일처리가 끝나버렸다.


세인들은 이에 대해 불만을 품었지만 이미 끝난 일이고, 빠르게 처리된 배후에는 태후가 있을 게 분명한지라 건드리기 몹시 위험한 일이었기에 그저 뒷말만 주고받을 뿐, 대놓고 앞에서 떠드는 이는 없다시피 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행상 이후로 이모저모를 알아봤었는데, 이 인자검은 수상한 행적이 꽤나 있었지 뭡니까.”

“호오, 수상한 행적이라?”


입맛을 다신 황오개가 목소리를 낮췄다.


“이 자가 그 악명 높은 음구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니, 이제는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뭐라! 음구라니!”

“그 미치광이 색마 말입니까!”


대경한 두 노인이 당장이라도 노기충천할 듯하자 황오개가 고개를 저었다.


“인자검이 그렇다는 건 어디까지나 추측입니다. 음구는 겁간한 상대를 살해하고 달아나는 색마 놈이었으니, 아직 꼬리를 밟히지 않고 어딘가에 숨어서 지낼지도 모르지요.”

“헌데, 수상한 행적이라 함은 무슨 말입니까?”

“인자검의 과거를 들추던 중에 증언을 들었는데, 음구가 범행을 저지른 곳 인근 마을에 인자검이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했습니다. 본인 입으로는 음구를 추적하느라 그랬다고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는지라···.”

“허어, 협객 인자검이 색마였을 가능성이 있다라?”

“그렇다 치면, 방환의 이름을 거론하는 살수집단은 그와 관련된 복수를 행하는 중일 수도 있다는 건가?”


세 노인 모두 표정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대청으로 흑단개가 뛰쳐들었다.


“황오 어른!”


소란을 떨며 달려온 흑단개의 꼴에 황오개가 눈썹을 잔뜩 치켜뜨고 호통을 내질렀다.


“이 버르장머리 하고는! 그지발싸개 같은 놈아! 어르신들이랑 이야기 나누는 게 안 보이더냐!”

“아이고! 황오 어른,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수소문하던 중에 수상한 외인이 이 마을에 왔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뭐라, 수상한 외인이?”


황오개가 입맛을 다셨다.


“그게 언제냐. 대체 어떤 놈이고?”

“한 사흘 정도 전에 웬 수상한 떠돌이 무리가 이 마을을 지나갔다고 했습니다요.”

“떠돌이 무리?”

“예에, 한데 문을 열어주는 집이 없자 이 저택 앞에서 한동안 죽치고 있다가 떠났다 합니다.”


인상을 찌푸린 황오개가 턱을 어루만지다가, 흑단개를 끌고 바깥으로 나섰다.


“그 떠돌이들, 어디로 갔다더냐.”


* 대동보(大同譜) – 동성동본에 딸린 모든 파의 족보를 합쳐서 엮은 족보.



***



낙양의 객잔.


돌아온 진호연은 적오원군과 사소한 말다툼을 하는 중이었다.


“할매, 시작할까?”

“전하, 옥체에 부담이 갈까 저어되옵니다.”


이번의 일을 전해들은 적오원군은 몹시도 염려하고 있었다.


인자검 일가의 사소한 일이 아니라 진호연이 주화입마로 인해 큰 봉변을 당할 뻔했다는 일을 듣고는 심각하게 우려하는 중이었다.


“걱정하지 마.”

“어찌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겠사옵니까. 당분간은 마음을 다스리는 일에 매진하시어야···.”


하지만 진호연은 단호했다.


“아니,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 거 같아.”

“···하오나.”

“그만.”


그의 태도에 적오원군이 입을 꾹 다물었다.


“조금 실마리가 잡히는 것도 같고, 뭐가 잡힐 듯 말 듯 했어. 지금 이 느낌을 놓친다면 후회할 거 같아.”


심득이라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감각과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태청신단을 복용하고 명우공을 사사하여 한때 천하제일의 자리에 올랐던 적오원군이라 하더라도 진호연의 심득이 어떤 것인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진호연은 자신의 침상 위에 올라 가부좌를 틀었다.


며칠 전, 인자검의 집에서 칠요대정법을 연마하다가 주화입마에 빠질 뻔했기에 두려운 마음도 없진 않았으나 지금 그가 처한 여러 상황들은 어느 하나라도 여유로운 게 없었기에 절박했다. 두렵다고 뒤로 물러서서 한가로이 구경이나 할 계제가 아니었다.


그는 마음을 다잡고 적오원군에게 일렀다.


“이제 시작한다. 뒷일 부탁해.”

“예에, 명 받자옵나이다.”


진호연이 눈꺼풀을 내렸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캄캄한 어둠 속에서 명우공의 법문을 외다가, 심신이 안정됐을 무렵에 칠요대정법의 운공을 시작했다.


‘오정성휘공을 대성했다면 이제는 일월의 빛과 다섯 별빛의 근원을 알 차례니, 칠요대정법이란 참으로 현묘한 법으로 이토록 심심유유한 가르침은 또 없을 것이라.’


‘하나, 높은 도를 이루면 마장(魔障)이 극성을 부리는 법이니 칠요대정법에서는 이를 경계하고 또 경계하라 이르노라.’


진호연은 경고를 되새기며 우주만물의 근원인 정을 한 모금 받아들였다.


‘생명의 시작은 북정지수(北精之水)라, 선천지정을 지닌 선천지본이 바로 신수(腎水)이며 이는 음중지음이다.’


‘신개규어이(腎開窺於耳), 신수가 흥하니 귀가 절로 트이며 들리지 않아야 할 것들이 들릴 것이라. 사이(邪異)한 정으로부터 귀를 막고 음중지음(陰中之陰)의 서늘한 기운을 덥혀 위로 올려보내야 하리니.’


방법대로 신수의 기세를 살리자 깊은 고요함 어디선가 섬찟한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호연은 명상을 방해하는 무수한 잡음을 애써 무시했다.


‘위로 올라간 음한한 기운은 곧장 생명의 탄생인 동혼지목(東魂之木)이 이어받게 하라. 간목(肝木)이란 혼이 거하는 곳이며 태양이 떠오르는 동녘과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의 힘을 간직하고 있으니, 음한한 신수의 기운을 빌어 혈기를 소생케 하라.’


‘간개규우목(肝開窺于目), 간목이 흥했으니 눈이 절로 뜨이며 눈을 감아도 보이지 않을 것들이 보일 것이라. 아직 이들을 마주할 때가 아니니, 감긴 눈꺼풀 속에서 다시 눈을 감아 사이한 혼들을 보지 말라.’


간목의 기세가 하늘을 뚫을 듯 살아나자 눈꺼풀이 떨렸다. 빛이 새어들어오지 않도록 단속하고 있는데도 자꾸 눈꺼풀 아래에서 기괴하고 끔찍한 상이 비치며 마음을 어지럽혔다.


‘간목의 기운이 궁창에 닿을 거목이 되었으니 곧 벼락이 떨어져 천화(天火)가 일어나리라. 이는 파괴와 격변의 시작인 남신지화(南神之火)가 모습을 드러냄이다.’


‘심화(心火)는······.’

‘······사이한 신들에게 절대 대답하지 말지어다.’


기본인 오정성휘공의 운공법 순서 대로 각 장부의 기세를 살리고, 칠요대정법의 법문에 나타난 경고를 새기며 주화입마를 경계했다.


“······.”


진호연의 안색이 점점 창백하게 변했다.


그는 삼단전에서 쏟아지는 격류가 온 경락을 휩쓸고 요동치는 것을 힘겹게 제어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를 힘겹게 하는 것은 몸 만이 아니었다.


‘···개밥으로 던져버려!’

‘다 죽여버려! 죽여버리자고!’


귀를 막아 무시하고 눈을 감아 외면했던 감각이 어둠 속에서 점점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꺄아아아악!’


심중의 사이한 것들로부터 비롯된 심마가 질척한 늪을 만들어 심상 속의 진호연을 안으로 끌어당겼다.


진호연은 다급히 지식(止息)하여 몸의 흐름을 멈췄다.


깊이 빠져든 마음의 세계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실의 소리를 듣고 실재한 육신의 감각을 깨우려 할 때였다.


“···공자,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도 돼요?”

“···뭣?!”


진호연이 심상 속에서 입을 벌려 심마의 부름에 답을 해버렸다.


무성왕이 법문에 남겼던 경고를 무시하고 마음의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그 앞에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몰골이 있었다.


“···웃어요.”


목에 칼을 박아 넣은 소녀가 진호연의 손목을 붙들고 늘어졌다.


그녀의 손이 닿는 순간 입안에 몹시도 쓰고 비릿한 맛과 내음이 감돌았다. 욕지기가 치밀어 오르며 혀뿌리가 요동쳤다.


‘크으으으!’

“공자! 공자아아!”


진호연이 이를 악물고 마음의 눈을 감았다. 다시 법문을 외며 필사적으로 심마를 떨쳐내려 애썼다.


‘···태양과 태음을···.’


태양과 태음을 하나로 만들어 태초의 무극을 엿본다면 이것이 바로 입신(入神)의 시작이다.


입신지경에서는 우주만물이 나의 뜻대로 움직이며 내가 우주만물의 뜻대로 움직이게 되리니, 이것이 바로 건곤여의(乾坤如意)라.


하늘에서 나의 뜻을 이루었듯, 땅에서도 나의 뜻을 능히 이루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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