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마소천(聖魔燒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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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지컬백정
작품등록일 :
2024.06.26 14:43
최근연재일 :
2024.09.1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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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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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행 - 8

DUMMY

광서의 남녕(南寧).


이 남녕에서 가장 이름난 기루인 영경루의 심처에는 몇몇 이들이 모여 살기 가득한 눈알을 번뜩이고 있었다.


“···곰탱이 놈이 뒈졌다고? 지가 백도라고 나대더니 꼴좋구만.”

“금분세수 했다고 복수를 안 할까. 이러니까 철저하게 화근을 제거해야 하는 거야.”

“그딴 새끼 뒈지건 말건, 무당파 병신들 엿 먹이고 갔으니 잘 된 거 아닌가?”


땅굴 파먹는 쥐새끼처럼 생긴 중년의 사내, 비단 보옥으로 치장하고 화려한 화전(花鈿)을 그려 넣은 중년의 미부인, 학사 차림의 검객 등등 통일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군상이었다.


그중 미부인이 손을 들어올렸다.


“가만가만, 다 닥쳐 봐. 거기에 중요한 게 있었다고 했지?”


그녀의 말에 상석에 앉은 중년인이 탁자를 두들겼다.


잿빛이 감도는 손톱이 탁자 위의 종이 더미를 툭툭 칠 때마다, 아래의 종잇장이 날아갔다.


자리에 앉은 자들의 앞으로 차분하게 내려앉은 종이에는 철장비웅 일가의 멸문에 관한 정황이 적혀있었다.


옅은 회색 손의 사내, 지금 회의가 열린 영경루의 주인이자 광서 무림을 장악하여 흑도와 백도를 암막 뒤에서 조종하는 환조선생(幻爪先生)이 입을 열었다.


“뇌진도 방환이 과거의 죄업을 결자해지 한다라, 결자해지라···.”


환조선생이 조용히 뇌까리는 말에 좌중의 이목이 쏠렸다.


“뭐? 방가 놈이 곰탱이를 죽였어?”

“방가, 그 더러운 위선자 놈이? 우리를 모이라 한 이유가 있었구만.”


그중 쥐새끼 상의 파릉군(破陵君)이 쥐수염을 배배 꼬며 볼멘소리를 뱉었다.


“비연자(飛燕子)가 경고했었잖아. 방가 놈이 우리를 배신할 거라고.”

“비연자가 꼴에 도사라고 앞일을 점치기라도 한대? 주화입마로 미쳐버린 놈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필요가 있나.”

“다들 각설하고, 방가 놈 행방을 아는 사람이 있으면 손 좀 들어 봐. 없어?”


많은 이들 중 아무도 손을 든 이가 없었다. 이들은 옆자리의 옛 동료가 아는 바를 숨기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로 서로를 훑기 시작했다.


환조선생은 미부인을 향해 눈길을 던졌다. 자못 불쾌해진 미부인이 환조선생을 향해 쏘아붙였다.


“이봐, 흉취(凶鷲).”

“흉취라니, 환조선생이라 불러.”

“흥, 선생은 무슨.”


지금이야 광서 무림의 흑백을 모두 거느렸다지만, 방환 휘하에 있던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환조선생도 과거에 암중에서 정체를 감추고 암약하던 악적이었다.


흉취란 특수한 방법으로 단련한 손으로 펼치는 매서운 조법을 장기 삼았기에 붙은 별호로, 그의 손톱은 철판을 가벼이 찢을 정도로 단단하며 신기루 같은 잔영을 남길 정도로 빨랐다.


지금은 진참안(秦慘案)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환조선생이란 대협객으로 신분을 세탁한 그는 조정과 진왕가에서 받은 재물과 명성으로 세를 다지고, 광서의 관리들에게 뇌물과 특제 아편을 잔뜩 풀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하지만 이 대단한 환조선생과 눈이 마주친 미부인은 매우 고깝고 우습다는 듯 눈을 부라렸다.


“흉취, 흉취.”

“음?”

“왜 나를 그런 눈으로 쳐다볼까?”

“흠···.”


미부인의 기세가 자못 날카로운지라 환조선생도 절로 몸이 긴장됐다.


“남녕의 찌꺼기들을 거느렸다고 이제 눈에 뵈는 게 없어? 고작 광서에서 좀 추켜세워준다고 정신을 놔버린 거야?”

“그럴 리가.”

“나랑 찐하게 내기 한 번 하고 싶어? 고리대 놓고 아편 팔아 긁어모은 재물 죄다 털려야 정신차리지?”


환조선생은 점잖게 수염을 쓸어내렸다. 손끝에서부터 핏기가 빠지는 것처럼 점차 진회색으로 물들었다. 이어 완전히 납덩이처럼 변하자 미부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호오? 철지회인지 나부랭이인지 쓰레기장을 거느리고 정광종(呈光宗)에 한자리 차지했다고 기고만장하구만?”

“뭐, 흑도종주(黑道宗主)인 정광종에서 광서의 흑도를 책임지라 했으니 기고만장해도 되는 거 아닌가?”

“그럼 겸손이 뭔지 가르쳐 줘야겠네. 우리 사이에도 정이라는 게 있는 법 아니겠어?”

“아니, 사양하겠네.”


환조선생이 눈을 느긋하게 내리깔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에 그가 미부인의 패악스러운 성격과 잔혹한 솜씨를 마주하기 싫어 시선을 피했다는 걸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를 지켜보던 쥐새끼 상의 파릉군이 입꼬리를 구겼다.


“저 성질머리는 여전하구만. 우리끼리 사소한 싸움이나 할 때야?”

“뭐?”

“이봐, 도도화(賭賭花). 좀 닥치고 중요한 일에나 집중하자고.”


화려한 미부인, 도도화가 눈을 부릅떴다.


“닥치라? 이야 파릉군이 많이 컸네? 쥐새끼처럼 남의 관짝이나 파먹던 놈이 지가 관짝에 들어갈 때가 됐나?”


그녀가 손을 쥐었다 펴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주사위 네 개가 손가락 사이사이에 끼어있었다.


그녀의 반지 가득한 손가락이 움직일 적마다 주사위가 손 위를 물결 타듯 굴러다니며 눈을 바꿨다.


“이봐, 쥐새끼. 그 좁쌀만 한 염통 걸고 내기나 한 판 할까?”

“아니···.”


파릉군은 순식간에 기세가 죽어 맹수 앞의 쥐새끼처럼 몸을 움츠렸다.


“···그건 아니고, 이 바닥 말투 험한 건 다 알잖아. 오랜만에 봐놓고 왜 그래, 무섭게.”


그러자 한쪽에 앉아있던 점잖고 말쑥하게 생긴 중년 학사가 웃음을 터뜨렸다.


젊을 적에는 꽤나 미남이었을 사내였으나, 그늘진 표정과 눈빛의 가장 밑바닥에는 늪의 뻘 같은 질척한 악취가 가득했다.


“도도화, 적당히 해. 파릉군이 쥐새끼 시절 버릇 못 숨기고 겁먹잖나.”

“이봐, 음구(淫狗).”

“음구라니, 이제 인자검(仁慈劍)이라···.”

“어린 년만 보면 발정나는 개새끼.”


도도화가 손목을 한 바퀴 돌리더니 손가락 사이에서 굴러다니던 주사위들을 냅다 뿌렸다.


대경한 인자검이 검을 뽑아들며 바닥을 발로 찼다. 의자가 마룻바닥에 길게 선을 남기며 뒤로 밀려났다.


인자검이 검을 내지르기 위해 몸을 비틀자 의자가 외다리로, 기우뚱 기울어 모로 섰다.


“흣!”


낭창한 검이 훌렁이며 잔영을 남길 정도로 쾌속한 검격을 펼쳤다.


따다다당!


인자검은 네 알의 주사위를 모두 쳐내며 팽이처럼 회전했다. 그러고도 묵직한 경력을 해소하지 못해 벽까지 밀려났다.


도도화는 튕겨 나온 주사위를 보며 팔을 휘저었다. 화려한 비단옷의 소매가 넓게 벌어지며 암기처럼 날아드는 주사위가 안으로 파고들었다.


인자검의 공력이 실렸기에 겨드랑이나 갈비뼈에 맞으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텐데도 그녀의 행동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그저 팔을 부드럽게 돌려 소매를 휘감자, 주사위가 휘말리며 매서운 힘이 해소되어버렸다.


그녀의 의자와 두 발바닥은 한 치도 밀리지 않았으니, 주사위를 쳐내고 등이 벽에 닿은 인자검의 추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모습이었다.


도도화는 매우 불쾌하다는 듯, 찻물로 입을 헹구고 바닥에 뱉었다.


“개새끼. 역겨우니까 말 걸지 마라, 진짜로 죽여버릴지도 몰라.”


그녀의 말에 몇몇 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저 새끼 딸년이 지 애비한테 시집가는 거 아닌가 몰라?”

“끅끅끅끅, 볼만하겠네.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어.”

“애비라는 새끼가 애미년 지하에 감금해놓고 겁간해서 자길 낳은 걸 알면 기절초풍하겠구만.”


얼굴이 시뻘게진 인자검이 자신의 딸을 가지고 입을 함부로 놀리면 죽여버리겠다는 둥, 광분하고 있었지만 도도화가 되려 불을 붙이겠다는 심산으로 입을 놀렸다.


“곰탱이가 아들놈 장갓날 즈음에 뒈졌으니까, 저 개새끼는 딸년 시집날에 사이좋게 뒈진다에 금자 열 개 걸겠어.”

“나도 걸지!”

“크하하하하학! 이 흑산(黑山) 어르신도 걸겠다!”

“이 개자식들이! 내 딸은 아무런 죄가······.”


소란스러워진 장내를 다스리기 위해 환조선생이 손을 들어올렸다.


“다들 그쯤 하지.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건 알겠는데 본론은 끝내고 회포를 풀라고.”


환조선생은 발치에 있던 작은 상자를 도도화에게 던졌다. 손가락으로 가뿐하게 받아낸 도도화가 상자를 탁자 위에 올리고 뚜껑을 열었다.


내용물을 확인한 그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뭐야?”

“황금 두 관.”

“황금 두 관이라니!”


도도화도 눈이 있었기에 상자를 채운 황금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저 무슨 이유로 이런 막대한 재물을 건네느냐가 궁금했다.


환조선생이 히죽 웃었다.


“우리 중 방가 놈의 행방을 아는 자가 없지.”

“그렇지, 그래서?”

“정말 곰탱이를 죽인 게 방가 놈의 수작이 맞는지 확인하는 게 급선무 아니겠나?”


황금을 어루만지던 도도화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래서, 나한테 정보를 좀 구해오라 이거야?”

“맞아, 개장수가 개를 풀기도 했는데 소득이 없다더구만. 개방도 하오문도 이에 관한 정보 자체는 거래가 금지됐다더군.”


그리 말한 환조선생이 똑같은 상자를 하나 더 올려 앞으로 밀쳤다.


“이건 자본금으로 쓰게. 금액은 똑같네.”


도도화는 탁자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져 자신의 앞으로 도착한 상자를 확인했다. 역시 환조선생의 말대로 황금 두 관이 들어있었으니 지금 도도화의 앞에 놓인 재물은 총 황금 네 관이었다.


“···흉취, 정말 미쳤군. 그래서 어떻게 해달란 건데?”


황금을 보며 히죽 웃던 도도화는 환조선생의 다음 말에 상자의 뚜껑을 바로 닫아버렸다.


“진왕부에 가서 방환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겠나?”

“이 미친 새끼가! 차라리 자진하라 부탁하지?”


성질이 치솟은 도도화가 황금 상자를 손등으로 후려쳤다. 탁자 위를 아슬아슬하게 떠서 날아간 상자가 환조선생의 가슴팍에 꽂혔다.


퉁.


환조선생은 납덩이같은 손으로 날아든 상자를 받았다. 귀퉁이를 손가락으로 찍자, 상자가 공중에서 회전했다.


환조선생의 손끝에서부터 묵직한 충격이 파고들었다. 도도화가 상자를 던질 적에 암수를 제대로 썼는지라 황금의 무게가 더해진 철퇴나 다름없었다.


발끝에 힘을 주며 바닥을 굳건하게 디뎠으나, 의자의 다리에서 미세한 마찰음이 울렸다.


끼이···.


시종일관 침착하던 그의 입꼬리가 조금 굳었다. 곧장 손을 내질러 공중에서 회전하던 상자를 손바닥으로 밀쳤다.


도도화는 다시 날아든 상자를 손등으로 받아내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제법? 영약이라도 잡수셨나?”

“흠···.”


도도화가 저릿한 손목을 한바퀴 돌리며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반듯했던 황금들의 모서리가 뭉개진 채였다.


“진왕부 같은 개소리 말고 진짜 계획이나 말해.”

“그럼 별수 없이 하오문을 찾아가야지.”


도도화의 짙은 갈매기 눈썹이 위로 치솟았다.


“금지된 정보를 구하러 하오문으로 들어가라? 재수없으면 하오문주의 추살령이 떨어지겠는데?”

“위험은 감수해야지. 그래서 자네를 부른 거야. 도도화가 언제부터 목숨 건 도박판에서 몸을 사렸나?”


도도화가 웃음을 터뜨렸다.


“깔깔깔깔깔! 꺄하하하하!”


붉게 칠한 입술을 혀로 핥으며 상자의 황금을 주물렀다.


“그래, 인생이 원래 도박이지. 그래서 내가 할 일은?”


환조선생은 그녀와 나머지 인원들을 훑으며 지령을 내렸다.


“도도화, 매귀시장(賣鬼市場)에 가서 노름 한 판 거하게 하고 오게.”



***



남녕의 환조선생이 연락이 닿은 이들을 소집하여 밀회를 연 그 시각.


어느 깊은 산속.


움푹하게 땅을 파서 기둥과 이엉을 얹고, 너와를 촘촘하게 올린 움집에서 한 중년사내가 바깥으로 나오는 중이었다.


“흐흐···.”


그는 짐승이나 찾을 법한 외진 곳에 사는 사람 답게 짐승 같은 모습이었다.


머리는 상투도 틀지 않고 대충 동여 눅진하게 떡진 머리카락이 말꼬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다. 거기에 더해 옷은 제대로 입지도 않고 속고쟁이 같이 짧은 바지 하나만 입고 있었다. 그나마도 구멍이 숭숭 뚫려 다리를 움직이면 양물과 수북한 터럭이 그대로 보였다.


사람이 아니라 성성이라 생각할 법한 몰골의 사내는 과거 뇌진도 방환의 일당이었다.


다른 자들 처럼 딱히 무공이 고강한 것도 아니고 특출난 재주가 있던 것도 아니었기에 별호도 딱히 없었다.


그저 모두가 장 잡공(張氏雜工)이라 부르며 잡일이나 시키던 잡졸에 불과했다.


물론 장 잡공이 강자들 사이에 낀 약자라고 하여 선량하게 행동하지는 않았다.


그도 무참히 유린당하는 여인들을 탐내어 겁간을 했고, 힘에 짓눌려 울부짖는 사내들에게 칼을 찔러넣으며 약자로 겪었던 울분을 풀었다.


전란의 시절에는 도처에서 광기가 들끓었는지라 그 격류에 휘말려 악행을 일삼았으나, 애초에 그런 시절이 아니었다면 마음 깊은 곳에 감춰뒀던 악의를 싹틔울 성정도 아니었다.


평화 속이었다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악의를 잠재우고 사람들 틈에 섞여 그저 그렇게 살아갈 인간이었다.


그런 필부에 불과했기에 전란이 종식되고 곳곳이 안정되기 시작하자 덜컥 겁이 났다.


포상으로 받은 막대한 재물을 계획없이 쓰다 보니 죄다 탕진하고 남은 게 없었고, 몇 년의 세월 동안 딱히 무공을 연마한 것도 아닌지라 예나 제나 삼류의 실력에 머물 뿐이었다.


돌이켜 보니 남은 것이라고는 허울 뿐인 명예와 그에 가려진 과거의 악행이 전부였다.


공훈을 세워 얻은 명예 만큼이나 실력이 있다면 모를까, 장 잡공의 힘은 보잘 것 없었다. 누군가가 비무를 청하기라도 한다면 처참하게 패하여 삼류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날 터였다.


그러다가 혹여라도.


혹여 누군가가 이토록 약한 자신의 과거를 들추기라도 한다면···.


아니면 입막음을 위해 방환의 일당이 슥삭 처리해버린다면···.


뒷배도 없고 힘도 없는 장 잡공은 집과 세간을 처분한 뒤에 남은 돈을 들고 산으로 숨어들었다.


그나마 잘할 수 있는 일은 산나물을 캐고 작은 산짐승을 잡는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산에 숨어들어 짐승처럼 십 년을 살아왔더랬다.


“흐흐으, 춥다. 추워.”


그가 장작을 가지러 밖에 나왔지만 미리 패둔 장작이 거의 동나버렸다. 고작 사나흘 치가 남은 전부였다.


아쉬운 입맛을 다시던 장 잡공은 도끼와 낫을 챙겨 나무를 하러 가려다가 발을 멈췄다.


가을이 완연한지라 곳곳에 낙엽과 마른 가지가 가득했다.


“···내일 하지 뭐.”


낫과 도끼를 내던지고 근처에 떨어진 낙엽과 나뭇가지를 주섬주섬 주워모으다가, 조금 굵은 나뭇가지를 발견하면 횡재를 했노라 웃으며 자신의 삶이 아주 나쁜 건 아니라 자위를 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다가올 겨울을 위해 해가 떴을 적에는 부지런히 나무를 하고 장작을 말려둘 테지만, 장 잡공은 산에 숨어들어서까지 안일한 태도로 삶을 이어갔다.


그렇게 나뭇가지를 주워모으길 한참, 움막 주변은 산불도 옮겨붙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낙엽과 나뭇가지가 치워졌다.


괜히 뿌듯해서 오늘도 일을 열심히 했노라 자신을 칭찬하던 장 잡공이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대체 언제부터 있었던 걸까.


근처의 바위 위에 웬 거한이 앉아있었다. 달팽이처럼 등짐을 한가득 이고서는 눈을 매섭게 번뜩였다.


“안녕하십니까?”

“으아아아아아악!!”


기겁한 장 잡공이 품에 안은 나뭇가지들을 죄다 바닥에 떨구며 뒤로 나동그라졌다.


“흐아! 으아아아아악!!”


가끔 말린 약초를 사러 찾아오는 약초꾼 외에는 찾아오는 이가 없는 산중에 난데없는 거한이 나타나니 놀라서 염통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 직전이었다.


“누누누눅, 눅, 누구! 눅, 누구!”


그러자 거한이 가볍게 콧김을 뿜고는 대답했다.


“진호연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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