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마소천(聖魔燒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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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지컬백정
작품등록일 :
2024.06.26 14:43
최근연재일 :
2024.09.1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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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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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행 - 3

DUMMY

철장비웅은 가족을 둘러봤다.


이미 처자식들은 코와 귀에서 피를 흘리며 혼절한 채였다.


자신도 당장 쓰러질 것만 같았으나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혈맥이 진탕 되어 숨이 넘어가려는 부인과 아들들을 부여잡았다.


“이런! 여보! 얘들아!”


그가 처자식에게 점혈을 하던 중 등골 서늘한 위화감을 느꼈다.


집안이 너무나도 적막했다.


어찌나 조용한지 귀에 쇳물을 부은 것처럼 먹먹했다. 고작 비파의 가락이 멎었다고 이리 조용해질 수 있는 건가, 자신의 귓구멍을 파고 귀에 신경을 집중했으나 들려오는 것은 풀벌레마저 울지 않는 침묵이었다.


철장비웅이 눈을 부릅떴다.


“다, 다 죽었다는 말인가?”


비파의 음색에 빠져있었다고는 해도, 어찌 이십 명이나 되는 가솔이 모조리 도륙 당하는 것도 몰랐을까.


등골에 고드름을 찌른 듯 오싹해졌다. 빨간 등롱 가득하여 시뻘게진 집안이 섬뜩하게 다가왔다.


그가 질겁하며 가족들을 등으로 가렸다. 어디에 있는지 모를 비파선재를 향해 애원했다.


“대, 대체 어느 고인이시기에 우리 일가를 핍박하고 혈사를 벌인단 말이오!”


어찌 자식의 혼사를 앞둔 집에 찾아와 이런 짓을 벌이느냐 욕설을 퍼붓고 싶었으나, 그랬다가는 누군지도 모르는 고수의 성질을 건드려 더욱 참혹한 꼴을 보게 될까 두려웠다.


“내게 잘못이 있다면 내게만 물으시오! 비록 금분세수를 했으나 뒤늦게라도 강호의 원한을 갚고자 하거들랑 받아주겠으니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말하시오!”


그러자, 저쪽 담벼락 위에서 어둠에 동화됐던 무언가가 형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흐물거리는 그림자가 서서히 제 모습을 갖추는 광경은 섬찟하기 그지 없었다. 대체 어떤 살수이고 고수이기에 기척도 모습도 알아볼 수 없단 말인가.


이윽고 기와 담장에 한가로이 걸어앉아 비파를 안은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에게 죄가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까?”

“너, 너는···!”


십수 일 전, 묘기를 부리다가 떠나버린 젊은 악공이었다.


설마설마 했는데 그의 정체가 절대고수에 다다른 비파선재였다는 걸 깨닫고, 다리가 휘청 구부러졌다.


“우, 우리, 우리 일가에 무슨 원한이 있어 이토록 참혹한 일을 저지른단 말인가! 내 살며 단 한 번도 남의 원한을···!”


여유롭게 현을 어루만지던 악공이 눈을 부릅떴다.


“짐승 같은 놈, 사람이 되어서 수치도 모르는구나.”


비파줄을 잡아당긴 그대로, 중지와 엄지를 사용하여 탄지를 튕겼다.


퉁!


아지랑이 같은 기탄(氣彈)이 날아가 탁자 위에 엎어진 부인의 손등을 꿰뚫었다.


“캬아악!”


혼절했던 부인이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의식을 잃었다가 눈을 뜨니 손등에 도토리만 한 구멍이 뚫려 피가 철철 흐르는 황당한 상황이었다.


퉁!


악공은 다시 탄지를 쏘았다. 흐릿한 기탄이 부인의 다른 손마저 꿰뚫었다.


“꺄아악!”

“여보! 여보오!”


가공할 수준의 암경(暗勁)이었다. 그가 시늉을 했기에 알아볼 수 있었지, 조용히 숨어서 탄지공을 펼쳤더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었을 터였다.


악공이 살기등등한 눈알을 부라리며 비파를 어루만졌다.


저 비파가 무슨 신병이기이길래 저것을 이용하여 탄지공을 쏘는지, 철장비웅은 악공의 손가락이 현을 당길 적마다 온몸이 움츠러들 정도로 공포를 느꼈다.


“내 이름은 진호연(秦昊然), 혹시 기억하고 계십니까?”

“진씨? 진호연, 진호연?”


철장비웅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손병신이 되어버린 부인을 붙들고 지혈하던 중에도 그의 이름을 떠올리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지만, 딱히 기억나는 이름은 아니었다.


대체 저 청년이 누구관대 이런 잔학무도한 혈사를 벌인단 말인가, 이럴 정도의 원한이 있다면 철장비웅도 기억하고 있을 터이건만 진호연이라는 이름은 금시초문이었다.


어리둥절한 철장비웅의 기색을 살핀 진호연이 그럴 줄 알았다는 것처럼 입꼬리를 비틀었다.


“흑수(黑水) 너머의 머나먼 산골, 외따로 떨어진 어느 집이 있었더랬죠. 한 부부가 두 딸과 어린 아들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흑수 너머? 흑수 너머라면···.”

“일가가 평온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웬 마귀들이 그 집에 들이닥쳐 이리 묻더군요. 무성왕(武聖王)의 비보는 어디에 있느냐고.”

“···서, 서, 설마?”


철장비웅은 진호연의 말을 듣고 짐작 가는 바가 있어 안색이 점차 새파랗게 변했다. 하지만 그의 부인은 당최 처음 듣는 이야기인지라 황망하고 두려울 따름이었다.


저 진호연이라는 인간이 뭘 하는 작자인지도 모르겠고, 남편이 과거에 대체 뭔 짓거리를 저지르고 어떤 원한을 쌓았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의 신경은 오로지 혼절한 두 아들에게 쏠려있었다. 눈물을 줄줄 쏟으며 탁자에 널브러진 자식들에게 다가가려 했다.


“진 대협, 누구신지는 몰라도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우리 애들은 아무런···.”


파앙!


진호연이 비파줄을 탄지로 튕기며 기탄을 쐈다. 부인의 엄지발가락 바로 앞에 기탄이 틀어박히며 돌조각이 튀어 올랐다.


“다시 한번 내 말을 끊으면, 소중한 자식새끼들을 산 채로 찢어버리겠다.”


진호연의 낮게 으르렁대는 목소리에 철장비웅 내외의 몸이 굳어버렸다.


그가 지금까지 벌인 짓을 보자면 단순한 위협이 아니었다. 기분을 거스른다면 정말 자식들을 갈가리 찢어 죽일지도 몰랐다.


잠시 가쁜 숨을 고른 진호연이 말을 이어갔다.


“그럼 제 이야기 좀 들어보시겠습니까?”



***



진왕가의 혈사인 진참안(秦慘案)으로부터 삼 년의 세월이 지나며 황실의 결정으로 대종과 피가 가장 가까운 소종이 왕위를 이어받았다.


진참안을 일으킨 흉적들은 실마리도 찾지 못해 오리무중에 빠졌고, 주검도 찾지 못한 갓난아기 세자는 전각이 무너지며 잿가루가 된 걸로 결론이 났다.


그리고 만신창이가 된 천하를 보살펴야 할 조정의 대소신료들은 진참안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붕당을 만들어 서로를 헐뜯기만 하니, 나랏일이 제대로 돌아가질 않는 시절이었다.


이런 혼란한 시절에 중원에서도 아주 머나먼 곳에는 작은 평화로움이 있었다.


흑수 위의 외딴 산골짝에 덩그러니 있는 집, 오랑캐도 쉬이 발견하지 못할 초가집이 바로 진호연의 집이었다.


어미와 아비인 정씨내외, 그들의 딸 둘에 막내인 진호연까지 다섯 가족이 오손도손 살아가고 있었다.


“엄마아앙.”


고작 네 살에 불과한 진호연은 어미의 치마를 쭉쭉 당기며 투정을 부렸다. 오랜만에 밀반죽을 해둔 엄마에게 반죽 꼬투리나 구워달라며 칭얼거렸다.


“씁, 얌전히 기다려.”

“엄마아앙, 으히이잉!”

“가만히 있으라 했지? 교자 빚어줄 테니까 참아.”

“으응, 으으응! 나 쪼끔마안!”


진호연은 아궁이불에 구운 꼬투리에 달큰한 엿을 발라 먹고 싶었다. 입맛을 짭짭 다시며 치마를 잡고 늘어지자, 엄마가 눈을 부릅떴다.


“어허! 엄마 화낸다 진짜!”

“힝, 엄마 미어어···.”


그때였다.


퉁퉁.


누군가가 문을 두들겼다. 이 산간 오지의 외딴 집에 누가 찾아와 문을 두들길까.


다가오는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천둥처럼 갑작스레 울리는 소리에 집안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진호연을 다그치던 엄마와 부엌 바닥에 앉아 도끼를 갈던 아빠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마치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손님이 있다는 것처럼.


퉁퉁퉁!


“지나가던 길손이오만, 물 좀 얻어 마실 수 있겠소이까?”


어느 중년 사내의 목소리가 들리며 엄마와 아빠의 표정이 급격하게 식었다.


사방 오십 리 안에 민가는커녕, 사람이 다닐 길도 없는 두메산골에 무슨 길손이 지나간다는 말인가.


부뚜막에서 나물을 썰던 엄마가 그대로 굳었다. 나물 다발을 절반가량 파고든 채도의 끝이 미동도 없이 정지했다. 바닥에서 묵묵하게 도끼를 갈던 아빠도 숫돌에 날을 댄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집 구석의 침상에 앉아있던 딸내미들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웃으며 대화를 하다가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 눈동자를 굴려 문을 주시했다.


“······.”


집안에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솥에서 보골보골 끓는 물만이 이 어색한 정적을 버텨내고 있었다.


부그르륵, 퐁.


거품이 터지고 뜨거운 물이 바닥으로 튀었다.


엄마의 치마에 매달렸던 진호연이 동그랗게 뜬 눈을 위로 올렸다.


“엄마아?”

“쉿.”

“으으응, 엄마아앙!”


진호연이 엄마를 채근하는 소리에, 바깥의 사내가 답하듯 문을 두들겼다.


퉁퉁퉁퉁!


“물 좀 마실 수 있겠소이까?”


도끼를 갈던 아비가 일어섰다. 날이 새파란 도끼를 쥐고 문으로 다가갔다. 그의 눈빛에는 공포와 실망 속에 희미하게 남은 희망이 자그마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목마른 객이라?”

“그렇소이다. 목이 몹시도 마르구려.”

“춘삼월 청풍 좋은 날에 살구꽃 찾으러 오셨소이까?”


아빠의 질문에 바깥의 손님이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을 내놓았다.


“발 아파 선 이곳에 살구꽃 만개했구려. 이제야 이를 보다니.”


두 사람의 말과 다르게 이곳은 봄철도 아니고 살구꽃 따위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지방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입꼬리를 희미하게 올리며 다음 수수께끼를 던졌다.


“일백이청삼황사홍(一白二靑三黃四紅).”


이게 질문인지 혼잣말인지, 난해한 말에 바깥의 손님이 자신 없게 말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소. 그저 목마른 길손이니 박대하진 마시구려.”


사내의 대답을 듣자마자 아빠의 눈에 어려있던 작은 기대감이 사라지며 눈초리에 살기가 맺혔다.


“······목마르면 우물에서 실컷 퍼 드시오.”


아빠의 무뚝뚝한 대답에 바깥이 조용해졌다.


길손이 우물로 향했다면 잔뜩 뿌려둔 자갈을 밟는 소리라도 나야 하건만, 아무런 발소리도 들리지 않고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아빠와 엄마의 표정이 마른 논처럼 굳어가는 와중에 어린 진호연이 치맛자락을 당기며 채근했다,


“엄마아? 나 배고파아!”


진호연의 목소리에 반응한 것처럼 바깥의 손님이 문을 두들겼다.


퉁퉁퉁퉁퉁!


“아들이 있으시구려.”

“그렇소만, 목 축이셨다면 이만 가시오.”


하지만 바깥에선 문짝에 기대는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염치없지만 잠시 처마 밑에서 발 좀 쉬고 가겠소.”

“······알겠소.”


문을 노려보던 아빠와 엄마가 시선을 교차했다.


채도를 내려둔 엄마가 찬장에서 육포와 엿 등의 건량을 꺼내는 동안, 아빠가 진호연에게 다가가 빙긋 웃으며 입술을 달싹였다.


“전하, 전하께옵서는 사랑해 마지않는 내 새끼셨습니다.”

“으응? 그게 머야?”

“전하···.”


아빠는 눈물을 쏟을까 차마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입술만을 달싹였다.


“압빠아? 뭐 먹어?”


그러나 고작 네 살에 불과한 진호연은 그저 아빠가 입술을 오물오물 놀리며 몰래 간식을 먹는다는 생각에 그쳤다.


아빠는 그런 진호연의 이마와 볼에 새빨간 자국이 남을 정도로 입을 맞췄다.


“아앙! 수염 시져어!”


아빠는 엄마의 치마폭에 숨는 진호연의 모습을 보고는 딸들을 품에 안아 볼에 입을 맞춘 뒤에 다시 문간으로 향했다.


“애들과 작별인사 좀 하고 왔소.”

“자식, 자식이라. 나는 자식이 딱 하나 있다오.”


바깥손님의 말에 아빠가 눈물을 흘리며 답했다.


“···그랬소이까?”

“늦게 본 녀석이외다. 심지어 그놈 낳다가 마누라가 너무 힘들었는지 가버렸어. 뭐가 그리 힘들다고 새끼 젖 물리기도 전에 가버렸지 뭐요.”


그리 말을 하는 바깥의 손님도 울고 있었다. 목소리가 눈물에 젖어 울렁울렁 파도쳤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외다.”

“말씀하시구려.”

“그 아들놈이 아프다오. 차라리 구음절맥이 나을 정도로 해괴한 병증을 앓고 있소. 매일 혈변을 쏟고 배가 점점 부풀어 오르니 언제 죽을지 모를 일이오이다.”

“···그렇구려. 참으로 상심이 크시겠소.”


눈물을 꿀떡 삼킨 손님이 말했다.


“온갖 의원과 영약을 다 찾아다녔는데 방법이 없었소.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무성왕의 태청신단이 아니면 이 병을 고칠 방도가 없다 하더이다.”

“······거참, 무성왕의 태청신단(太淸神丹)이라.”

“참으로 염치없는 말이나, 내 마음 이해하시겠소? 죽도록 사랑하고 죽어서도 사랑하는 마누라가 남긴 아들놈이오. 내 역적이 되어서라도 자식새끼 하나 살리고 싶소, 그놈이 나보다 하루만 더 산다면 소원이 없겠소이다. 한 번이라도 두 발로 달리는 모습을 보면 내 염통과 간장을 생으로 꺼내도 웃겠소.”


아빠와 손님이 떠드는 동안, 엄마는 짐보따리를 큰딸의 등에 매었다. 자신의 임무를 알고 있다는 듯, 멸사봉공의 선비처럼 결연한 표정의 큰딸에게 동생들의 손을 건넸다.


“내 새끼들.”


방긋 웃은 엄마는 그리 말을 하며 세 아이들의 입에 달달한 엿 조각을 물려줬다.


“내 배로 낳건 안 낳건, 내가 젖을 물려 키웠는데 누구라고 사랑하지 않을까···.”


엄마의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큰딸, 뭔가를 느꼈지만 아직 어려 상황을 제대로 모르는 작은딸, 고작 네 살인지라 뭐가 뭔지 분간도 못하고 달달한 엿을 빨아먹느라 정신이 없는 진호연.


엄마는 아이들의 뺨에 입을 맞춘 뒤, 흙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유모가 감히 지금껏 전하를 자식으로 키웠고, 결국 책임마저 다하지 못했으니, 이 죄 많은 년은 죽어서도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옵니다.”

“엄마아앙?”

“참람하게도 이년이 감히 입에 올리옵나이다. 전하의 존성대명은 진호연이옵니다.”


진호연은 엄마가 뭐라 떠들건, 손에 쥔 엿 조각을 날름날름 핥았다.


“그게 먼데에? 으응?”

“이 진호연이라는 이름은 죽을 때까지 기억하되 누구의 앞에서도 꺼내면 아니 되옵니다.”

“으응···.”


그리고 엄마의 태도가 돌변했다.

동생들의 손을 붙잡은 큰딸의 등을 떠밀었다.


“가, 빨리 가!”

“엄마, 전하는 내가 잘 모시고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꼭 찾으러 와야 돼.”

“어서 가라!”

“엄마앙!”


불안함을 느낀 진호연이 발버둥을 쳤지만, 이내 큰누이의 손에 끌려 뒷문을 빠져나갔다.


“전하, 부디 옥체 보전하시옵소서.”


자식들이 죄다 떠나고, 엄마는 암수 한 쌍으로 이뤄진 검을 꺼내어 아빠의 곁으로 다가갔다.


바깥에 있던 사내는 작별의 인사를 기다려줬다는 것처럼 진호연이 떠난 지금에야 입을 열었다.


“역시 유모와 근시호위가 맞았구려. 그렇다면 그 아이가 세자 전하라는 말이겠지. 정말 살아계셨을 줄이야.”

“잘 아시는군, 누가 보냈소이까?”

“그야 예상하는 그분이 맞소이다. 그럼 나도 질문 하나 해도 되겠소?”

“그러시오.”


엄마와 아빠는 상대의 수작에 순순히 응했다.


상대는 하늘 아래를 뒤지고 뒤져 이곳까지 찾아온 집요한 자객으로 상대의 전력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여유를 부리는 자였다.


그 여유의 근간에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문 바깥에서 느껴지는 상대의 기도는 두려울 정도였다. 어미와 아비가 합공을 펼친다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힘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말씀하시구려.”

“알겠소.”


엄마아빠는 진호연이 조금 더 멀리 달아나기를 바라며 대화를 한마디라도 이어나갈 생각이었다.


“무성왕이 승천하기 전에 모든 비밀을 감췄다는 선계허(仙界墟)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오?”


그 물음에 아빠가 답했다.


“서왕모의 복숭아가 열리고 도솔천의 연꽃이 피어나는 곳에 무성왕의 비밀이 있으리라.”


잠시 묵묵히 궁리하던 바깥의 사내가 젖은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허! 모른다는 말이군.”

“무성왕을 직접 모셨던 대호법께서도 모르는 비밀을 우리 같은 아랫것들이 어찌 알겠소.”

“음? 혹시 대호법도 같이 있소? 대호법이 아직 살아있는 건 아니겠지?”

“설마, 대호법께서 계셨다면 당신은 이미 갈가리 찢겨 까마귀밥이 되었을 게요.”

“것도 그렇구먼. 그럼 슬슬 시작합시다.”


바깥에서 자갈을 밟는 소리가 나더니, 묵직한 쇳덩이로 바닥을 내리치는 굉음이 이어졌다.


쿠웅!


“나, 뇌진도 방환(雷震刀 方煥)! 진왕야의 명을 받자와 대종의 적장자를 사칭하여 역모를 꾀하는 역적도당을 벌하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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