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마소천(聖魔燒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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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지컬백정
작품등록일 :
2024.06.26 14:43
최근연재일 :
2024.09.1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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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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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행 - 4

DUMMY

방환의 말이 끝을 맺음과 동시에, 어미와 아비가 검을 휘둘렀다.


“전하께 역적도당이라니! 역적의 주구가 못 하는 말이 없구나!”

“이 쳐죽일! 소종이 왕위를 찬탈했다고 진짜 왕이 된 줄 아느냐!”


촤아아아!


일순에 두 사람의 검로가 십수 번이나 교차하며 격자 모양의 촘촘한 검기가 몰아쳤다. 집의 전면부가 두부처럼 잘려나가며 바깥에 있던 방환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상투를 틀고 짧은 수염을 기른 중년의 사내였다. 매서운 인상과 덩치로 인해 한 마리의 범처럼 보이는 장한이었다.


“흐읍!”


방환의 부리부리한 호목에 퍼런 안광이 맺혔다. 재빠르게 뒷걸음질 치며 뇌문이 새겨진 거대한 언월도를 휘둘렀다.


날카로운 검기의 그물과 강맹한 언월도가 마주하며 쇠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쩌어엉!


언월도가 지나간 자리로부터 검기가 흩어졌다. 두 사람의 합공을 받아낸 방환은 인상을 찌푸리며 자세를 고쳤다.


“큽, 제법이올시다!”


방환이 손가락에 밀려든 경력을 해소하는 사이, 아비가 앞으로 달려나갔다. 온몸에 힘줄과 핏줄이 돋아나 얼굴까지 칡덩굴에 휘감긴 것처럼 흉한 꼴을 하고 있었다.


“후와아!”


아비는 뒤로 한껏 젖혔던 손을 내질러 도끼를 집어던졌다.


방환이 언월도를 휘둘러 도끼를 후려갈겼다. 튕겨나갈 줄 알았던 도끼날이 대번에 폭발하며 쇳조각을 흩뿌렸다.


날카로운 파편이 방환의 몸 곳곳으로 파고들었다. 이는 피할 도리가 없는 공격인지라 막아야 했다.


그 짧은 틈에 방환의 공력이 옷으로 스며들었다.


옷자락이 다림질한 것처럼 빳빳하게 서며, 바람 찬 돼지오줌보처럼 팽팽하게 부풀었다.


콰차앙! 따다당!


철포삼(鐵布衫)을 펼쳐 파편을 막았으나 몇몇 파편은 옷을 뚫고 살속을 깊이 파헤쳤다.


“크흡!”


그 와중,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어미와 아비가 좌우에서 시퍼런 검을 내지르고 있었다.


눈을 부릅뜬 방환이 자루를 길게 잡고 몸을 회전했다. 뇌기가 번뜩이는 언월도가 주변을 맹렬하게 휩쓸었다.


언월도에 맞고 튕겨나간 어미아비의 검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재차 쇄도했다. 방환도 회전을 멈추지 않고 언월도를 휘두르고 있으니, 마치 작은 회오리로 날아드는 한 쌍의 까마귀처럼 보였다.


짧은 시간 동안 수십 차례의 검격이 뒤섞이고, 바닥의 자갈이 암기처럼 세 사람에게 마구 튀었다.


따다다다당!


칼날의 폭풍 속, 방환의 언월도에 맺힌 뇌기가 점점 구체적인 형상을 갖춰갔다. 가느다란 뇌화가 튀기나 싶었는데, 순식간에 불어난 시퍼런 번개가 어미아비의 칼날을 타고 손끝으로 번졌다.


“큭!”

“으윽!”


양쪽에서 합공하던 어미아비가 잽싸게 뒤로 물러나 파고든 경력을 떨쳐냈다.


“후워어어업!”


방환이 기합을 내지르며 언월도를 휘둘렀다. 원을 그린 궤적을 따라 뇌전이 폭발하며 주변을 집어삼켰다.


쿵, 쩌어어어!


충격파와 폭음이 어미아비의 몸을 긁으며 지나갔다.


공력을 흘려 넣은 검을 둥글게 휘둘러 검막을 펼쳤지만 방환의 내공이 심후하여 혼자서 막을 수준이 아니었다.


“크악!”

“캬악!”


바닥을 나뒹군 어미아비가 몸을 일으켜 세우는 동안, 무슨 일인지 방환은 살초를 펼치지 않고 우두커니 서있었다.


방환은 여유를 부리는 게 아니었다.


그의 음울하게 가라앉은 시선은 무너진 집 너머 숲을 향했다. 뭔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에 어미아비의 눈도 자연스럽게 방환의 시선을 따라 움직였다.


“아아앙! 엄마아앙!”

“꺄아악!”


아이들의 희미한 비명이 들림과 동시에 방환은 언월도의 물미로 자갈밭을 내리찍었다.


“이제 끝났소. 칼을 버려야 할 것이외다.”


상황을 파악한 어미아비가 눈물을 터뜨렸다.


“이 비겁한 작자가!”

“개자식, 이 개자식아아!”


방환은 눈을 내리깔고 어미아비에게 번갈아 고개를 돌렸다. 그의 입술이 미세하게 달싹였다.


[저 도적들은 모르오. 그저 무성왕의 보물을 찾아 이곳에 온 줄 알고 있소이다.]

“뭐라?”

[세자 전하라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겠소. 그럼 적어도 고귀한 신분에 걸맞은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겠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대들의 비참한 죽음은 막아줄 수 없겠구려.]


그가 보낸 전음에 어미아비가 흠칫 놀랐다.


“뭐라고?”

“무슨 꿍꿍이를···.”


방환의 의도가 대체 무엇인지 파악할 겨를도 없이 진호연과 두 딸을 인질로 삼은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성왕의 유산이 잠든 선계허를 찾겠다는 욕심에 미쳐버린 자들이었다.


그들은 하나의 세력이 아니었다. 복장도 중구난방이었고, 병장기도 제각각이었다.


흑도와 백도가 어지러이 뒤섞여 있으니 누가 어디 출신인지 알아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방 형, 시킨 대로 애새끼들 잡아 왔수다.”

“이것들 맞지? 아주 먹음직스럽게도 생겼네.”


자갈밭에 내동댕이 쳐진 큰딸이 진호연을 가리켰다.


“아빠! 막내 목!”


진호연은 어느 사내에게 머리채를 붙들려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우악스러운 회색 손아귀에 잡혀 펄떡거렸다.


“아앙! 아파아!”


진호연의 목에는 보리싹처럼 둥글게 말린 대롱 형태의 침이 박혀있었다. 속에 듬뿍 머금은 독액을 혈관으로 흘려보내는 암기였다.


그를 본 어미아비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안돼애애애!!”

“이 개자식들아아아악!!”


회색 손의 사내가 진호연을 치켜들고 더욱 거칠게 흔들었다. 머릿가죽에서 털이 뜯기는 소리가 나며 진호연이 거세게 펄떡거렸다.


“아아앙! 꺄아아앙!”

“거 팔팔하구만, 이거 가짜 독 아냐?”

“당가에서 공수한 둘도 없을 독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진호연의 움직임이 멎었다. 멍하게 풀린 눈으로 똥오줌을 줄줄 흘렸다.


“윽, 더럽게.”


회색 손의 사내가 진호연을 자갈밭으로 내던졌다. 잠시 경련을 일으킨 진호연은 죽은 것처럼 늘어졌다.


그때, 방환이 진호연의 곁으로 다가가 언월도를 여린 목 위에 올렸다.


“진왕가의 보물을 훔친 도적들! 무성왕의 장보도가 어디에 있는지 이실직고한다면 아들의 송장만은 온전히 보전해 주겠노라 나 뇌진도 방환의 이름을 걸고 약조하겠소!”


어미아비는 죽어가는 진호연을 보며 방환의 말을 곱씹었다.


왕위를 찬탈한 역적의 밀명을 받고 찾아왔노라 해놓고선, 지금은 그저 무성왕의 보물을 찾아 이곳에 왔다는 식으로 지껄이고 있으니 무슨 의중인지 갈피를 못 잡았다.


“막내의 주검마저 개밥이 되는 꼴을 보고 싶소이까! 아는 바를 말한다면 주검에 손을 대지 않겠소이다!”


자객으로 찾아온 방환은 무슨 의도인지는 몰라도 진호연을 암살한다는 사실을 감추려 했다.


여기서 괜히 입을 놀려 보물을 노리고 온 사마외도들에게 진호연이 세자였다는 사실을 알린다면 시신을 무참히 훼손하고 찾지 못하도록 흩어버릴지도 몰랐다.


“···큭.”

“···여보.”


두 내외가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진호연의 몸뚱이를 온전히 간수한다면 한 줄기 희망이 있었다. 무성왕의 피를 진하게 드러낸 진호연이었기에 만약 천운이 따른다면 목숨을 부지할 수도 있었다.


제발 독침 하나로만 끝나기를, 진호연의 몸에 칼을 대는 일만은 피해야 했다.


“야이 씨팔것들아, 애새끼 뒈지는 꼴 보기 싫으면 장보도가 어디에 있는지 말하라니까?”

“새끼들 하나 둘 뒈진다고 뭐 있어?”


덩치가 곰 같은 사내가 슬그머니 다가와 어미의 치마를 움켜쥐었다.


“어차피 다시 낳으면 그만이야. 오늘 하나 만들 건데 뭘 무서워해. 애새끼 잔뜩 낳으면 하나 뒈진다고 티도 안 나.”

“저 곰탱이 새끼, 벌써 눈 돌아갔구만?”


대경한 어미가 사내의 손을 후려쳤다.


“어디 더러운 손을 대느냐!”

“끄악! 이 씻팔년이!”


지켜보던 무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주 매섭네? 딸년부터 맛보자고.”

“좋지, 미리미리 사내를 배워야 시집가서도 사랑받는 법이야.”


상투도 틀지 않고 산발을 한, 곱상하게 잘생긴 외모와는 다르게 눈빛에서 질척한 진창 같은 불쾌감이 풍기는 사내가 킬킬 웃었다.


그가 큰딸의 옷을 벗기고 혓바닥으로 가슴을 핥았다.


“꺄아아악!”

“가만히 있어. 처음이지? 가만히 있으면 안 아파. 좋을 거야.”

“꺄아악!”

“짜릿해? 좋아서 소리지르는 거지? 이제 더 좋아질 거야.”


몇몇 이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저 개새끼, 어떻게 어린 기집애만 보면 발정이 나냐.”

“아우—씨잇팔, 또 시작이네. 또 시작이야. 지겹다 아주.”

“자기야, 오늘은 좀 다르게 해봐. 맨날 똑같이 하면 재미없어.”

“그래 오빠, 보는 사람도 생각해야지?”


놈의 행각에 치를 떠는 자들이 많았으나 그저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듯 자리를 잡는 이도 있었고, 꼴 보기도 싫다는 것처럼 고개를 돌려버린 이도 있었다.


이를 악문 아비가 방환을 쏘아봤다.


“방환, 하나만 약조해라.”

“무엇이오?”

“내가 무성왕의 장보도에 대해 들었던 바를 솔직히 말할 테니 적어도 우리 아들의 주검은···.”


방환이 마른 입술을 핥았다.


“장보도에 관해 실토한다면 그리한다 하지 않았소.”

“그저 송장이라도 온전히 보전하고 싶은 마음을 알아다오.”


아비의 말에 방환이 즉각 신호를 보냈다.


“멈춰라, 음구(淫狗).”


방환이 손을 들어올리자, 큰딸의 가랑이 사이를 핥던 사내가 행동을 멈췄다.


“알겠소. 무슨 대답을 듣더라도 저 꼬마 녀석의 송장은 훼손하지 않겠다 맹세하리다.”


그의 대답을 들은 어미아비가 눈빛을 교차했다. 큰딸도 입술을 꽉 깨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아비가 우렁차게 외쳤다.


“선계허로 향하는 장보도는 지옥불 속에 있다!!”


아비의 외침에 잠시 침묵에 잠겼으나, 금세 분노한 악적들에 의해 지옥도가 펼쳐졌다.


“이 새끼가, 장난치나!”

“손가락 하나씩 뜯어야 정신을 차리겠구만.”


아비는 무자비하게 구타당하고 사지가 천천히 분해되다가 결국에는 배가 갈려 사냥개들에게 내장을 파먹혔다. 어미도 사지를 붙들려 많은 사내들에게 윤간을 당하고, 나이가 차지 않은 누이도 그 옆에서 비참한 노리개로 전락했다.


죽어가는 진호연은 그 모든 광경을 목도했다.


가족들을 부르고 싶었지만 손끝도 까딱할 수 없는지라, 눈물을 줄줄 쏟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세상은 어둠에 잠겼다.


.

.

.


진호연이 다시 눈을 떴을 때였다.


쇳덩이처럼 무거운 눈꺼풀 사이로 희미한 빛이 스며들었다.


눈을 완전히 뜨자 바람이 부는 숲과 하늘이 아니라 웬 바위벽이 보였다.


“······으응.”


이곳은 동굴이었다.


드문드문 등잔이 놓인 어둑한 동굴 안에 허름한 침상이 있었고, 그 위에 진호연이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진호연은 반사적으로 엄마와 아빠를 찾았다.


“엄마앙···.”


하지만, 몸을 일으키려 힘을 줌과 동시에 엄청난 격통이 엄습했다. 핏줄 하나하나를 인두로 지지고 근육을 결결이 찢는 고통이었다.


“꺄아아앙! 어험마하아! 압빠하아아!”


눈을 감고 울음을 터뜨리자 어미아비와 누이들의 마지막 모습이 보였다.


아직 어린지라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는 모르겠고, 아픈 와중에 엄마아빠가 없으니 서러워 죽을 맛이었다.


“어허어어엉!”


한참이나 엄마아빠를 찾으며 울고 있으니, 동굴 깊숙한 곳에서 기괴한 노파가 모습을 드러냈다.


양쪽 무릎 아래로 잘려나가 불구가 된 노파는 얼굴도 귀신같았다. 넝마가 된 옷 사이로 주름지고 처진 가슴이 너덜너덜 흔들렸고, 손가락을 비롯하여 전신의 뼈마디가 흉하게 불거져 사람이 아니라 지팡이에서 솟아난 나무요괴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행동도 끔찍했다.


남아있는 허벅지로 구불구불한 지팡이를 붙들고 허리를 튕기며 진호연에게 다가왔다.


따각, 따각! 따가악!


그 몸으로 한걸음에 일 장씩 뛰는 귀신같은 경공을 펼쳤다. 삽시간에 진호연의 앞에 선 노파가 지팡이에 매달려 목을 길게 뽑았다.


“히히히!”

“꺄아아악! 엄므아아아아앙!!”

“그 갓난아기가 언제 이리 자라났을꼬, 목소리도 우렁차시구먼···.”


진호연이 울다 말고 자지러지는 모습에 노파의 입이 귀에 걸렸다. 찢어발겨진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지자, 진호연의 숨통이 턱 막혔다.


“엄, 엄, 엄······.”

“전하, 두려워 마시옵소서. 이 천한 종년을 보고 어찌 두려워하시나이까?”


진호연을 살핀 노파가 지팡이에서 내려와 머리를 조아렸다.


“이 쓸모없는 노괴는 한때 무성왕을 모셨던 대호법 적오(赤烏)라 하옵니다.”



***



과거를 회상하던 진호연의 얼굴에 밝은 달빛이 한가득 쏟아졌다.


창백한 빛이 흘러내리며 우묵한 눈두덩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철장비웅, 네놈의 얼굴을 꿈에서 수천수백 번을 더 봤었습니다.”


그를 비롯한 탐욕에 눈먼 아귀들 역시 아직도 진호연의 꿈을 배회하며 그날의 참상을 재현했다.


네 살배기 어릴 적의 사건임에도 너무나도 강렬했던 충격 탓에 피비린내와 내장의 역한 냄새, 절규가 뒤범벅되는 악몽을 매일 밤마다 반복했다.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양부모와 누이들의 얼굴은 진흙처럼 뭉개져 피눈물만 흘리는데, 어찌 원수들의 얼굴은 붓으로 그린 것처럼 털오라기 하나하나가 그리도 생생한지 모를 일이었다.


이 끔찍한 악몽은 원수들이 모조리 죽는 날이 되어야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기억의 주인이 죽어 사라져야 함께 사라질 것인가.


진호연은 마음과 혼백을 살라먹는 증오의 불길을 곱씹었다.


“소종 역도의 명을 받고 자객으로 나선 방환이 어째서 당신 같은 자들을 이끌고 다녔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쨌거나 당신들도 역적도당입니다. 혹 역도가 아니라 하더라도 저지른 짓이 있으니 죽어 마땅하지 않습니까?”


그의 눈길은 철장비웅에게서 부인으로 옮겨갔다. 그녀가 철장비웅의 악행을 알고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여보? 이게 진짜예요?”

“···부인, 미안하오.”

“미안하오가 아니라 저 사람 말이 진짜냐구요! 진짜냐고 물었잖아요!”


철장비웅은 부인의 손을 내려놓으며 한탄했다.


“그 독을 맞고 살아남다니···.”


분명 독침을 맞았으니 죽었으리라 여겼던 아이가 이리 살아돌아와 복수를 행하고 있으니 믿지 못할 노릇이었다.


만약 진호연이라는 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이 진왕가의 세자를 해쳤다면 이는 구족을 멸할 대역죄이기에 전모가 밝혀지는 날엔 처자식은 물론이요 담벼락 안의 비복들도 모조리 사지를 찢길 테고, 이 고장이 역향으로 몰려 몰살당해도 할 말이 없었다.


철장비웅은 허탈하게 입을 벌렸다.


“방가 놈, 우리를 속였구나···.”


그는 십수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굉장히 위험한 일에 휘말렸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더욱 어처구니없는 부분은 그리 힘겹게 찾아낸 세자였으면 목을 쳐내건 염통을 쑤시건 확실하게 죽이기나 할 것이지, 고작 목덜미에 독침을 쑤셔 박은 걸로 마무리를 지어버린 방환의 엉성한 일처리였다.


철장비웅은 자신이 윗분들의 밀명을 받았더라면 머리통을 단박에 터뜨려 확실한 매듭을 지었을 거라 후회했으나, 세자가 살아돌아오다 못해 수준을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고수가 되어 돌아왔으니 모두 엎질러진 물이었다.


“방환, 이 개자식! 이 개자시이이익!!”


아무리 원망하고 욕을 한들 때는 늦어버렸다. 금분세수를 했음에도 기어코 죽이겠다 찾아온 원수 앞에서 무슨 말이 필요할까.


“철장비웅,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진호연의 눈에서 섬뜩한 안광이 줄기줄기 흘렀다. 비유가 아닌 눈알에서 정기가 승화하며 시퍼런 빛을 뿜어내는 모습은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지금, 나 진호연이 오랜 혈채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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