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무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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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1
작품등록일 :
2024.06.27 21:43
최근연재일 :
2024.08.1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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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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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가문에서 쫓겨났다

DUMMY

“좆됐다.”


나는 길가에 주저앉은 채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무심코 욕을 내뱉었지만, 현재 나는 그런 걸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지금, 나는 말 그대로 답이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내가 이렇게 절망하고 있는 이유는 지금으로부터 두 시진(時辰, 시간의 단위로 한 시진은 두 시간에 해당) 전, 내가 섬기는 모용세가의 가주에게 받은 임무 때문이었다.


“독고류 8대 두령, 독고 수리. 남궁가주, 남궁 기룡(南宮 技龍)을 암살하도록.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본가로의 귀환은 허락하지 않겠다.”


내가 도착하고 가주는 다짜고짜 그렇게 말했고 이후 나는 짐을 챙길 시간도 없이 내쫓겼다.


그리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망연자실하게 가만히 있었다.


이렇게만 들으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임무를 받고 절망하는 이유는 내 암살 대상 때문이었다.


남궁 기룡, 현 남궁세가의 가주인 그는 강호에서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어릴 적부터 천하제일 기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란 그는 과년(瓜年, 16세)에 이미 전장에서 활약했고 약관(弱冠, 20세)이 되던 해에는 그 무공을 인정받아 장군으로 임명될 정도로 떡잎부터 남달랐다.


그렇게 대단한 녀석이기에 어릴 때부터 수많은 암살 시도에 시달렸다고 하는데, 내 임무를 보면 알겠지만, 암살은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못해도 100번이 넘는 암살 시도를 받으면서도 목숨이 붙어 있으니, 일각에서는 남궁 기룡을 죽이는 방법은 그보다 오래 사는 것뿐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


즉, 내가 받은 임무는 불가능에 가까웠고 결론적으로 나는 이제 가문에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었다.


“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들으면 모용세가에서 나를 내쫓기 위해 임무를 명분으로 내세운 것 아니냐 생각하겠지만 문제는 그게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었다.


이곳, 요녕성에서 나를 부를 때 쓰는 표현이 있었다.


전설의 닌자.


어떤 임무를 주든 원래 원하던 결과, 그 이상을 해낸다는 의미에서 붙은 별명이었다.


적의 영지에 잠입해 정보를 캐오라는 임무를 받으면 잠입이 아니라 당당하게 적의 성에 들어가 깽판을 치고 적의 성을 무너뜨려 적을 몰살시키고 자신은 유유히 빠져나온다.


전쟁 중에 적장을 암살하라는 임무에서는 적군의 간부 한 명에게 배신을 유도해 적장을 독살하게 만들고 내분을 일으켜 자멸시킨다.


그런 식으로 나에 대한 소문이 이 지역에 퍼져 있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


그렇기에 가문에서는 이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혹시 나라면.


전설의 닌자라고 불리는 이 남자라면, 절대 죽일 수 없다는 남궁 기룡조차 죽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하지만 문제가 있다.


소문이란 대체로 과장되기 마련이고, 나에 대한 소문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전설의 닌자라는 이름에 걸맞은 사람이 아니었다.


적의 성에 당당하게 들어가? 내 나름대로는 잠입이었다. 다만 내 기척을 숨기는 능력이 너무 형편이 없어서 잠입을 시도하자마자 잡힌 것이었다.


적의 성이 무너진 것도 우연히 지진이 발생해서 지어진 지 300년도 넘은 낡은 성이 지진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이다. 잠입하다 들킨 나는 감옥에 갇혔는데 감옥은 그 전 해에 새로 지어져서 덕분에 목숨을 부지한 것이고.


배신을 유도해서 내분을 일으킨다? 전투가 한창인 전장에서 정신없이 도망치다가 전쟁이 끝날 때까지 피신하려고 들어간 건물이 하필 적장의 막사였고, 때마침 부하 한 명이 장군을 독살하는 장면을 목격했을 뿐이다.


심지어 독고류의 두령이 된 것도 독고류에 속한 닌자들이 모종의 이유로 다 죽임을 당하고 유일하게 독고류의 지식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나 외에는 후보가 없어서 그랬던 것이지 내 능력은 한 유파의 두령이 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어이가 없겠지만, 이게 진실이다. 나는 운이 더럽게 좋을 뿐, 실상은 기본기조차 부족한, 닌자라고 불릴 자격도 부족한 반푼이였다.


애초에 전설의 닌자라는 말도 허무맹랑한 소문을 들은 이들이 나를 비꼬고자 만든 것이었다.


닌자란 원래 암약하는 존재다. 그런데 온 동네방네 활약상이 다 퍼져서 전설이 되었다는 것부터 모순적이지 않은가?


그러니 원래 별호 형식에 맞추지도 않고 대충 지어 부르는 것이지.


하지만 지금은 처음 의도는 전부 사라지고 그 말 그대로 나를 경외하는 표현이 되었다.


이제는 나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져서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나도 처음에는 그러려고 했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해명을 하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이제 와서는 사람들에게 아니라고 말해도 겸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포기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소문들 때문에 편하게 지낸 것도 사실이니까.


그런데 기어이 이렇게 되었으니 자업자득이라고 해야 할지.


“하, 하하.”


내가 생각해봐도 지금 상황이 하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온다.


지독할 정도의 우연이다.


“하하하하하!!!”


나는 미친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


길바닥에 누워 미친놈처럼 웃고 있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보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 내게는 저런 시선까지 생각할 정신이 없었으니까.


“어차피 망했어...”


내 인생은 이제 끝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때였다.


— 웅성웅성


“...응?”


어디선가 들려온 소리에 내 정신이 돌아온다.


나는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모인 이유겠지.


갑자기 흥미가 동한 나는 그쪽으로 이동했다.


“앗, 뭐야!?”


“죄송합니다. 잠시만 지나갈게요.”


“밀지 마시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허, 저 사람, 그 사람 아니야? 전설의...”


“아닙니다, 사람 잘못 보셨어요.”


다닥다닥 뭉쳐있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꾸역꾸역 들어갔다.


중간부터는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나타나서 길을 비켜준 덕분에 조금 더 수월하게 들어갈 수 있었지만, 대신에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몰렸다.


어찌어찌 무리를 헤치고 중심부로 도착하고 무엇이 있는지 확인한 나는 왜 그렇게 사람들이 모여있는지 알 수 있었다.


“자, 자! 쌉니다, 싸요! 한 번씩들 보고 가세요!”


그곳에는 한 남성이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장사꾼이랑은 거리가 멀었다.


남성이 입은 옷은 무척이나 지저분했다. 군데군데 얼룩이 묻어있거나 해진 것은 물론, 찢어져서 옷이라는 말보다는 행주나 걸레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렸다. 옷 외에도 지저분한 수염이나 오랫동안 씻지 않아 기름진 머리 등등 그 누구도 그가 평범한 상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외관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가 파는 상품을 보면 그가 어째서 그런 차림을 했는지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이제 막 약관을 넘은 소년을 오늘만 단돈 은자 1냥! 은자 1냥에 판매합니다!”


남성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소년의 어깨를 커다란 손으로 두들기며 말했다.


남성은 평범한 장사꾼이 아니라 인신매매 상인이었다.


인신매매는 대부분의 도시에서 불법이었고 단속도 하지만 그렇다고 사라지지는 않는다. 수요가 있으니까 당연하다.


저 남성의 본업도 인신매매 상인보다는 산적이나 도적단이라고 해야겠지.


남성 옆에 있는 소년을 본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소년의 상태가 말이 아니었으니까.


소년은 옆에 있는 남성보다도 더 더러웠다. 오랫동안 씻지 못한 것은 물론 병에도 걸렸는지 안색도 좋지 않았다. 거기다 학대라도 당한 것인지 온몸에는 상처와 멍 자국이 남아있었고 심지어 한쪽 눈은 퉁퉁 부어서 뜨고 있지도 못하고 있었다.


조용히 소년을 보고 있자 사람 중 한 사람이 손을 들어 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약관을 넘은 게 맞소? 지학(志學, 15세)도 되지 않은 것 같네만.”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소년의 몸집은 무척 작았다. 몸이 삐쩍 마른 것은 물론 키도 내 가슴께에도 닿지 못할 것 같았다. 내 키는 성인 남성 평균 정도였다.


못 먹고 자라서 성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해도 너무 작았다.


“이 아이가 있던 마을에 기근이 심하게 왔었소. 못 미더운 것이 당연하지만 약관을 넘은 것은 확실하니 믿어주시길.”


“그러면 은자 1냥은 너무 비싼 것 아니오? 약관까지 넘었는데 그 모습이면 잡일을 시켜도 제대로 못 할 것 같소.”


은자 1냥의 가치는 성인 한 명이 넉 달 치 식비에 달한다.


인간의 목숨이 개미만도 못한 지금, 비리비리한 남자 노예 1명에 은자 1냥은 사람에 따라 충분히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평범한 소년이라면 그렇겠지만 이 아이는 다르오. 무려 태어날 때부터 혜안(慧眼)을 가지고 태어나 기감이 뛰어난 아이니. 물론 지금은 눈을 적출당했지만 그렇다고 20년이 넘게 혜안을 지니고 있었던 만큼 감각이 좋은 아이요.”


남성의 설명을 들은 나는 그제야 소년의 눈이 왜 저렇게 됐는지 알 수 있었다.


무림에서는 강함이 전부고 강함은 재능이 절반 이상을 결정짓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재능에는 이런 선천적인 신체 특징도 포함된 것이었고 재능이 없는 이들은 조금이라도 강해지고자 타인에게서 신체 부위를 강탈하는 경우도 종종 존재했다.


당연하게도 그런 방식들은 대체로 불법으로 지정해놨지만 이런 시대에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아마 저 감은 눈 안에는 빈 곳을 채워줄 구슬을 넣어 저런 것이리라.


남성의 부연 설명이 있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하긴 재능이 있으면 뭐 하겠는가? 이미 그 재능은 누군가에게 그 빛을 빼앗겼는데.


남성은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더 말을 이어갔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구매에 회의적이었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갈 길을 갔고 상황을 모르는 이들이 새롭게 모여들어 다시 남성의 호객 행위가 이어진다.


나 또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가 가문에 돌아가기 위해서는 남궁 기룡을 암살해야 했다.


하지만 내게는 남궁 기룡을 암살할 능력이 없다. 가봤자 나만 죽을 것이고 나는 목숨이 아깝다.


근데 꼭 내가 남궁 기룡을 죽여야 하는 걸까?


사람은 무엇을 하든 도구를 쓴다. 그리고 도구가 한 일은 그 주인의 공(功)이 된다.


내가 할 수 없다면 할 수 있는 누군가를 양성하면 되는 거 아닐까?


내가 닌자로서 실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게 내가 닌자의 지식을 가지지 못했다는 뜻은 아니다.


나름 독고류의 두령으로서 지식만큼은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계획을 세운 나는 이내 남성에게 말을 걸어 노예를 사려다가 동작을 멈췄다.


생각해보니, 지금 내게는 한 가지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


“나, 빈털털이지?”


돈이 없다.


가문에서 나올 때 원래 내가 가진 것들을 챙길 새도 없이 쫓겨나 현재 내 수중에 있는 기껏해야 비상금으로 가지고 있는 동전 100 밖에 없었다.


당장에 먹고 사는 데 어려움은 없겠지만 노예 한 명을 사기에는 택도 없이 부족했다.


“흐음...”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문에 돌아가서 내 재산 일부를 챙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미 가문에서 나오기 전에 여비를 챙기게 해달라고 했지만 가문 사람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결국 돈을 벌어야 한다는 건데, 현재 내가 가진 것은 돈 꾸러미 하나와 지금 입고 있는 외출복뿐.


잠시만, 아니지.


내가 가진 것은 겨우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이 지역에 있는 전설의 닌자라는 평판, 그리고 기가 막힌 운.


내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돈을 벌 방법을 떠올리고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암울한 상황 속,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작품 속 화폐 설정

철전 10000문 = 동전 100전 = 은자 1냥 = 편의상 현실에서 대략 100만원 정도의 가치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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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6] 사제, 충돌(師弟, 衝突) 24.08.16 4 0 24쪽
15 [015] 피로 물드는 밤 24.08.12 6 0 14쪽
14 [014] 불청객은 악재와 함께 24.08.11 8 0 14쪽
13 [013] 사람은 적응의 동물 24.08.08 11 0 14쪽
12 [012] 악연도 인연이다 24.08.08 17 0 19쪽
11 [011] 시작이 반 24.08.07 16 0 12쪽
10 [010] 흔들림 24.08.05 13 0 13쪽
9 [009] 살얼음판 위 평온 24.08.02 14 0 14쪽
8 [008] 제자 고용 24.08.01 14 0 18쪽
7 [007] 이기면 장땡 24.07.29 16 0 23쪽
6 [006] 폭풍을 부르는 해상난투 24.07.28 14 0 11쪽
5 [005] 운수 좋은 날 24.07.25 17 0 15쪽
4 [004] 새벽진담 24.07.23 16 0 19쪽
3 [003] 호위닌자 24.07.21 20 0 14쪽
2 [002] 일할 시간 24.07.19 26 0 17쪽
» [001] 가문에서 쫓겨났다 24.07.18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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