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무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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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1
작품등록일 :
2024.06.2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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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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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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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흔들림

DUMMY

하남성은 지리적으로 중원의 중심부에 위치해 수많은 상인이 그곳을 지난다. 게다가 소림사라는 중원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문파도 근처에 있어 안전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모이며 대도시로 발돋움했다.


사람들이 모이며 자연스럽게 상업이 발전하고 관광도 활성화되었다. 지리뿐만 아니라 문화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중심에 서 있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장주시라고 해도 밤이 되면 고요해진다. 낮의 거리를 채운 사람들이 어두워지면서 하나, 둘 자신들의 거처로 돌아가고 해가 지고 난 후에는 낮에 거리를 채운 그 사람들이 다 어디 갔는지, 적막하기만 하다.


그런 늦은 밤, 모두가 잠들었을 시간이지만 소림사의 불당은 여전히 불이 꺼지지 않고 있었다.


— 화르륵


촛불이 불타며 불당 안을 은은하게 비춘다.


불당 안에는 거대한 불상과 함께 한 노승이 합장을 한 채로 눈을 감고 서 있었다.


“...”


촛불 타는 소리를 제외하면 어떤 소음도 나지 않는 조용한 방안, 노승은 조용히 묵상하고 있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고 움직이지 않는 상태로 묵상하던 도중, 불당 안으로 누군가 들어오며 적막이 깨진다.


“방장.”


“...그 목소리는 혜인인가요.”


소림사의 방장, 법문은 자신을 찾아온 혜인을 보지 않고 여전히 같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예, 혹시 수행 중이셨습니까? 그렇다면 내일 말씀드리겠습니다.”


“...”


혜인이 공손하게 물었지만, 법문은 여전히 돌아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혜인은 정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말했다. 그 모습에는 단순히 윗사람에 대한 도리만이 아니라 법문이라는 사람에 대한 존경이 묻어있었다.


잠시 침묵하던 법문은 이내 합장을 풀고 혜인을 향해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마침 끝내려던 참이었으니 괜찮습니다. 그보다, 이 늦은 밤에 무슨 일이십니까?”


“장주 시에 있는 요녕성의 닌자에 대한 보고입니다.”


혜인에 입에서 나온 인물에, 법문의 얼굴은 순간 굳어졌다.


요녕성의 닌자.


현재 장주성에 있는 요녕성 출신의 닌자는 비단 한 명만 존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혜인이 늦은 밤에 찾아와 언급할 정도의 인물은 한 명밖에 없었다.


현 독고류의 두령, 독고 수리.


그를 떠올린 법문은 순간적으로 기세가 날카로워졌지만 이내 진정시키고 미소를 띄웠다.


“말씀하시지요. 설마 그가 도시 내에서 행패를 부리진 않았나요?”


“그러진 않았습니다.”


“다행이군요.”


법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인들이 타지에서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특히 수리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은 법문은 더욱 그 가능성을 높이 봤다.


그에 대한 소문은 하나 같이 어마어마했다. 가는 곳마다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다고 하니, 소림의 방장이 이렇게 직접 신경을 쓰는 것이었다.


혜인은 말을 이었다.


“시내에 들어온 이후, 아이들을 시켜 감시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고, 오히려 조심스럽다는 느낌까지 들었다고 합니다.”


“흠,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법문은 그 말을 듣고 안심했다.


소문이라는 것이 원래 과장되기 마련이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주의했는데 혜인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역시 소문은 소문일 뿐이었다.


“이후 빈민가에 가서 노예를 한 명 구매했다고 하더군요.”


“...어째서죠?”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여자아이를 구매한 것으로 봐서는 아마 성욕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혜인의 말을 들은 법문은 눈을 찌푸렸다.


본래 강호의 무인이 자신들과는 달리 문란한 행위를 하는 일은 흔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 자신이 이해하고 납득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심지어 여자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불교에 귀의한 그에게는 더더욱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군요... 그 외에 특별한 점은 없나요?”


“네. 아직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계속해서 주시하도록 하세요.”


“예, 방장.”


말을 마친 혜인은 법문에게 합장하고 공손하게 인사를 한 뒤에 문을 열고 밖을 나갔다.


다시 법당에 홀로 남게 된 법문은 생각에 잠겼다.


‘너무 예민해졌구나.’


최근 법문은 자신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작은 일에도 쉽게 마음이 동요하고, 당장 아무 일도 없는데 마음이 급해진다.


그러나 법문은 자신이 갑자기 변한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소림을 이끄는 방장으로서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도 이상했으니까.


현재 천하는 혼란에 빠졌다.


황제는 그 권위를 잃었고, 간신들은 욕심에 눈이 멀어 부정부패를 일삼고 있다.


결국 제국은 지방의 통제력을 잃었으며 이 틈을 노린 지방의 호족들이 너도, 나도 일어나 천하를 안정시키겠다는 명분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었다.


이 거대한 흐름은 무림에도 영향을 미쳤으니, 오랜 시간 고여있던 강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소림도 예외가 아니다.’


천년소림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소림사는 오랜 시간 무림의 중심으로 그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 소림마저 위협할 정도로 거대했다. 소림조차 이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이때까지 쌓아온 소림의 오랜 역사와 전통도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었다.


‘흐르는 물을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만...’


자연은 끊임없이 변한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영원할 것만 같은 어두운 밤도 시간이 지나면 아침이 오리라.


그런 당연한 진리를 법문도 알고는 있었지만, 유독 이번 변화만큼은 법문에게 가혹할 정도로 무거웠다.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걱정은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법문은 절망하지 않는다.


소림은 이번 위기도 이겨낼 것이다. 늘 그랬듯이.


‘곧 선택을 해야 할 시기가 오겠군.’


천하에 있는 모든 세력에게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 소림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문득 법문은 눈앞의 불상을 봤다.


부처님께서 자신에게 답을 주신다면, 좋겠지만... 불상은 아무런 말도 없이 옅게 웃고 있을 뿐이다.


‘오늘은 달빛이 유독 밝구나.’


그러나 법문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법문은 다시 손을 맞대고 소림의 앞날을 위해 염불을 외웠다.


늦은 밤까지도 법문의 입은 멈추지 않았지만, 근심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 * *




하루가 지나고, 아침이 된 나는 단이와 함께 간단히 아침을 먹고 객잔을 나섰다.


시내를 벗어나 근처에 적당한 곳을 찾은 나는 단이의 앞에 마주 섰다.


“어제도 대충 말했지만 너는 오늘부터 내게 가르침을 받게 될 거다! 힘든 나날이 되겠지만 결국 모두 네 것이 될 테니 성실히 임하도록!”


“응.”


‘...너무 가볍게 대답하는 거 아니냐.’


나름 힘을 줘서 말한 건데 돌아오는 대답이 이러니 조금 의욕이 떨어진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얘, 주인님인데, 이건 좀 아니지 않나?’


그것도 무려 은자 50냥을 주고 샀다. 내 전 재산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을 들였는데 존경심은커녕 귀찮음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그래, 주인님 대접을 받으려고 산 건 아니니까 그건 그렇다 치자. 근데 하늘 같은 스승님께 반말은 좀 아니지 않는가?


부처도 이 꼬락서니 보면, ‘요즘 애들 싹수 존나 없네~?’ 라고 하면서 빠따로 궁둥짝 때리면서 참교육할 거다.


‘이건 한마디 해야겠네.’


이건 내가 꼰대라서 그런 게 아니라 사제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정리한 나는 무서운 눈빛으로 단이를 노려봤다.


“야, 말이 짧다?”


“응?”


“응?! 으으응~!? 스승님한테 응이 뭐냐!? 내가 중첩의문문은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네라고 대답 못하냐?”


“...”


내가 근엄한 표정으로 노려보자 단이는 이상한 눈빛으로 날 노려본다.


뭐, 인마.


나는 개의치 않고 계속 마주했다.


그런데, 얘 봐라? 이젠 대답도 안 하네?


아무래도 안 되겠다. 그렇게 스승으로서의 권위를 깨닫고 싶다면 직접 보여줄 수밖에.


나는 최후의 수단을 꺼냈다.


“그래, 그렇게 스승으로서 인정하기 힘들다면 직접 몸으로 배우는 수밖에 없겠지. 자, 자세 잡아라.”


“...왜?”


“왜긴 왜야, 대련해서 너와 나의 실력 차이를 몸소 깨닫게 해주려고 하는 거지. 아, 다칠 걱정은 하지 말고. 가볍게 할 거야, 가볍게.”


“...”


녀석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다 이내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쭈, 진짜 해보려고?


단이는 어디서 본 건지 그럴듯한 자세를 하고 있었다.


어디서 이미 무공이라도 배운 것일까? 뭐, 상관은 없지만.


그래봤자 어린애. 그것도 여자애다. 반면에 나는 나름 기를 운용할 줄 아는 이류의 무인. 아무리 내가 싸움이 젬병이라고는 하지만 질 리가 없었다.


“간다아아!!”


나는 호기롭게 단이에게 달려들었다.


근데.


...졌다.


바닥에 엎어진 채로 움직이지 못한 채 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단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


원래 같았으면 불같이 화를 냈겠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아니, 내가 졌다고?


내 절반이나 될까 말까 한 꼬맹이한테?


믿을 수 없었지만 그게 진실이었다.


나는 천천히 조금 전 상황을 떠올렸다.


단이 녀석의 움직임은 엄청났다.


내가 도달하는 시기에 맞춰서 정확히 필요한 만큼만 움직이고 그로 인해 내가 당황해 몸의 중심이 무너지는 것을 이용해 그대로 제압했다.


순간적으로 발생한 상황에 나는 다시 한번 신중하게 덤볐지만 마찬가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단이, 얘는 나보다 강하다.


“이제 누가 스승이지?”


“...”


나는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대답.”


“...그래, 인정하마. 너는 나보다 강해.”


“말이 짧다?”


“...요.”


그럭저럭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단이를 보며 나는 몸을 일으켰다.


“누가 일어나래?”


“...제가 그래도 그쪽을 비싼 돈 들여서 샀는데요.”


“말대꾸?”


“...”


“차렷.”


짝다리를 짚으며 차렷이라니.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괜히 더 맞을 수도 있어서 일단 말을 듣기로 했다.


“이러면서 누가 누굴 가르쳐?”


“...강하다고 해서 다 아는 건 아니야. 내가 너보다 약해도 아는 건 적지 않아.”


“근데 왜 이렇게 약해?”


“...내가 싸움은 영 젬병이라서.”


“무공을 익혔는데도?”


“무공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 중 하나일 뿐이야. 재능이 없다면 무공을 익히더라도 약할 수 있어. 애초에 강하다고 반드시 이기는 것도 아니야.”


“강하면 이기는 거지, 무슨 소리야?”


“그건...”


단이에게 대답하려던 나는 대답해주려다가 멈췄다.


방금 싸우면서 단이와 싸우면서 확신했다. 이 애는 무재를 타고났다. 아마 기본만 배우더라도 빠르게 남들을 제치고 고수의 반열에 들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생이 순탄하게 진행됐을 때의 이야기다. 무재를 타고났다고 해서 반드시 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길을 가다가 절정 고수를 만나 죽을 수도 있는 것이고, 기연을 만나지 못해 재능을 꽃피우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당장에 단이를 봐도, 어제까지는 무공을 배울 별다른 계기가 없지 않았는가?


그리고 약하다고 반드시 지는 것도 아니다. 방금은 단이에게 처참하게 패배당했지만, 나는 살면서 별의별 일을 다 겪었지만, 지금까지도 살아서 전설의 닌자라고 불리고 있다.


그래, 강하면 이길 가능성이 더 커지긴 하겠지. 그러나 반드시라고 할 수는 없다. 이게 진실이다.


그러나 그 진실을 단이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단이는 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이런 얘기를 해서 단이가 강함에 대해 회의적으로 변한다면? 강해지는 것 자체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단이에게는 필요 없는 진실이다.


그래, 지금 이 말을 하지 않았다가 앞으로 운 나쁘게 그런 일을 겪을 수도 있다. 원래라면.


‘지금은 내가 있잖아.’


단이의 곁에는 내가 있다. 나는 하늘이 돕는 행운아다. 내 곁에만 있다면 단이에게 그런 불운이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일어나지 않을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단이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면 그걸 벌어다 주는 것도 스승인 내 할 일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단이를 쳐다봤다.


“...뭘봐?”


“...”


감동적인 생각을 하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던 도중, 단이의 말에 마음이 차갑게 식는 것이 느껴졌다. 


근데, 아무래도 이거... 먹힌 거지?


이때까지 대접만 받다가 이런 홀대를 받게 되니 더 가슴이 아프다.


처량한 신세에 조금 눈물이 날 것 같은 것을, 닌자는 꾹 참았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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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6] 사제, 충돌(師弟, 衝突) 24.08.16 4 0 24쪽
15 [015] 피로 물드는 밤 24.08.12 6 0 14쪽
14 [014] 불청객은 악재와 함께 24.08.11 8 0 14쪽
13 [013] 사람은 적응의 동물 24.08.08 11 0 14쪽
12 [012] 악연도 인연이다 24.08.08 17 0 19쪽
11 [011] 시작이 반 24.08.07 16 0 12쪽
» [010] 흔들림 24.08.05 14 0 13쪽
9 [009] 살얼음판 위 평온 24.08.02 14 0 14쪽
8 [008] 제자 고용 24.08.01 14 0 18쪽
7 [007] 이기면 장땡 24.07.29 16 0 23쪽
6 [006] 폭풍을 부르는 해상난투 24.07.28 14 0 11쪽
5 [005] 운수 좋은 날 24.07.25 17 0 15쪽
4 [004] 새벽진담 24.07.23 16 0 19쪽
3 [003] 호위닌자 24.07.21 20 0 14쪽
2 [002] 일할 시간 24.07.19 26 0 17쪽
1 [001] 가문에서 쫓겨났다 24.07.18 4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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