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무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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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1
작품등록일 :
2024.06.27 21:43
최근연재일 :
2024.08.1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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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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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폭풍을 부르는 해상난투

DUMMY

행운은 언제나 내게 이로운 결과가 나오게끔 작용한다.


그러나 그게 그 과정까지 순탄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내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면 고생을 한 경우는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런데도 내가 행운을 신뢰하는 것은 그 모든 일들이 결과적으로는 내게 이득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내 안에서 이때까지 쌓아온 행운에 대한 신뢰감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상황이 내가 죽으면 죽었지, 좋게 작용할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 퍼억


“커억!”


주먹이 옆구리에 정통으로 들어가며 내 몸이 순간적으로 붕 떠올랐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지만 여기서 쓰러졌다가는 영영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입 안에서 피가 날 정도로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정신을 차린 뒤 이어지는 연격에 대비한다.


— 쉬익


예상했던 대로 내 왼쪽에서 공격이 이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몸을 던져 바닥을 굴렀다.


한 바퀴 몸을 구르고 다시 정면을 보자 그곳에는 날카로운 비수가 내게 정확히 날아오고 있었다.


— 푹


“...”


아슬아슬하게 비수는 내 뺨을 스쳐 지나가 바닥에 꽂혔다.


진짜 식겁했네...!


조금이라도 위치가 벗어났다면 얼굴에 정통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몸에서 식은땀이 줄줄 난다.


“또 피했군!”


나를 보는 괴한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이게 벌써 몇 번째지? 처음에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공격을 이렇게 절묘하게 피하다니. 이 정도면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 너는 정확하게 계산해서 움직이고 있어. 전설의 닌자라는 말이 허명이 아니었나!”


아뇨, 오해입니다. 운이 좋아서 안 맞는 겁니다. 계속 안 맞는 건 운이 너무너무 좋아서 그런 겁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굳이 입을 열지 않았다.


어차피 이쯤에서는 내가 뭔 말을 해도 통하지 않는다. 겸손이니, 자기 실력이 부족하냐는 거니 하면서 화만 내지.


그러다 갑자기 나를 보는 괴한의 시선이 날카로워진다.


“그런데 계속 피하기만 한다는 건... 나를 무시하는 건가?”


“예...?”


“그렇군. 알겠다. 그럼 이제부터 나도 전심전력을 다해 공격하도록 하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혼자 각성해서 덤비는 건 좀 아니지 않아?


그렇게 말하고 난 다음 괴한은 다시 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행운이 있다면 전투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예로 들자면, 단순히 원거리에서 나를 향해 무언가를 던지는 것은 맞지 않는다. 공중에서 날아오는 물체의 경우에는 접근해서 공격하는 것에 비해 바람이나 장애물 등, 변수가 많고 그런 상황에서 행운이 제힘을 발휘해 웬만해서는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너무 행운을 과신해서도 안 된다. 근접해서 무기로 직접 공격하는 경우에는 변수가 거의 없어 행운이 작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고수와의 싸움에서 행운이 그다지 의미 없으니까.


나는 차분히 머리를 굴렸다.


‘상대의 패턴은 거의 파악했어.’


오른손의 단도로 베기, 왼손으로 타격, 품 안에서 비수 던지기.


적은 이 셋을 섞어가며 상대를 천천히 몰아붙인다.


‘이 중에서 타격과 비수는 딱히 문제 되지 않아.’


내게는 행운이 있다. 비수는 맞지 않는다. 실제로 이때까지 내게 날린 비수만 10개가 넘지만, 그 모두 내 몸에 맞지 않았다.


‘상대는 전문적으로 권술을 익히지 않았어. 타격도 버틸 만해.’


나는 맷집이랑 체력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다. 내력을 실어서 타격해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다.


즉, 상대가 실질적으로 내게 줄 수 있는 유효타는 단도를 이용한 근접 공격이다.


실제로 처음 어깨를 베인 것을 포함해서 내 몸에 생긴 상처는 모두 접근해서 단도를 이용한 공격들로만 입은 것이다.


나는 머릿속으로 계획을 정리했다.


‘어떻게든 단도만 피하자.’


그리고 제압하는 건 어떻게든 되겠지.


— 쏴아아아


어느 순간부터 내리는 비를 맞으며 다시 싸움이 시작된다.


“흡!”


내게 달려오던 괴한은 왼팔을 강하게 휘둘렀고 소매에서부터 비수가 빠져나와 내게 날아온다.


‘아니, 이놈의 비수는 대체 몇 개를 가지고 다니는 거야!?’


비수가 나오는 곳도 다양했다. 소매, 가슴팍, 등, 허리춤 등등, 별의별 곳에서 비수가 튀어나오니 사천당가가 보고도 경악할 수준이다.


그러나 이내 생각을 멈췄다. 시답잖은 생각을 할 여유는 없다.


나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걸 피하다가 자세가 무너지면 이때까지와 똑같아질 뿐이다. 나는 행운을 믿으며 앞으로 달려갔다.


“무슨...!”


상대는 경악했다. 이때까지 비수가 날아오면 몸부터 굴리던 내가 쫄지 않고 역으로 달려오는 것에 당황한 것이겠지.


내가 던진 도박수는 성공이었다. 비수는 내 몸에 닿지 못했고 옆을 스쳐 지나갔다.


‘내가 피할 것을 상정하고 던진 건가?’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순간적으로 당황하긴 했지만, 다시 태세를 갖춘 적은 내가 다가오자 그에 맞춰 오른팔을 휘둘렀다.


‘예상했어!’


슬쩍 몸을 비틀어 오른팔의 공격을 피해준 뒤에 나는 주먹을 쥐었다.


공격하느라 빈틈이 생긴 지금, 내게는 이게 유일한 기회였다.


“흐읍!”


나는 주먹을 휘둘렀다. 목표는 명치!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주먹을 휘둘렀고 완벽하게 적의 명치에 내 주먹이 꽂힌다.


— 퍼억!


제대로 노출된 급소, 제대로 들어간 치명타. 나는 이겼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끄윽...!”


나는 주먹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내가 때렸는데 도리어 내 주먹이 아픈 상황.


고통에 표정이 일그러진 나를 보며 괴한은 씨익 웃었다.


무언가가 있구나!


— 퍽!


“꺼억...!”


회심의 일격이 막히고 괴한은 나를 그대로 발로 차서 날렸다.


바닥을 데굴데굴 구른 나는 배의 가장자리까지 밀려났다.


“놀랐나? 공격한 건 자신인데 도리어 본인의 주먹이 아프니 이해하기 힘들겠지.”


상대는 천천히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자세를 잡으려고 했지만 방금 발로 차인 복부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힘들었다.


“궁금하겠지. 뭐, 마지막이 될 테니 알려주도록 할까? 나는 오행(五行) 중 금(金)의 기운을 강하게 가지고 태어났다.”


괴한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금의 기운은 하강하며 모으닌 기운. 이를 이용하면 신체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 이게 극에 달하면 금강불괴(金剛不壞)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더군. 뭐, 나는 강철 수준밖에 안 되지만 이 정도로도 웬만한 공격은 통하지 않더군.”


내 앞에 선 괴한은 조소를 띠운 채로 나와 눈을 마주쳤다.


“너무 상심하지 말도록. 너는 충분히 잘했다. 나를 상대로 이 정도면 칭찬해줄 만해. 다만 나를 만났으니 운이 나빴다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며 괴한은 단도를 들어 올렸다.


그때였다.


— 출렁출렁!


괴한이 나를 마무리하려던 그때, 배가 엄청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순간 당황했지만 나는 이내 정신 차렸다.


이건 기회다!


괴한이 신나서 떠드는 동안 어느 정도 회복한 나는 몸을 일으켜 괴한에게 달려들었다.


“으아아아아!”


“뭐, 뭐 하는 거냐!!”


내가 갑자기 자기에게 달라붙자 괴한은 더욱 동요했다.


배가 흔들려서 균형을 잡기 힘든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진정되면 실력으로 보나 몸 상태로 보나 내가 더 불리한 상황에서 이길 기회는 지금이 마지막일 것 같았다.


마침 우리가 있는 곳은 배 가장자리, 어떻게든 괴한을 배 밖으로 밀어낸다!


“미, 미친, 이거 놔라!”


“너 같으면 자기 죽이려던 놈을 놔주겠냐!?”


“그, 그만! 이러면 둘 다 죽는다!”


“혼자보단 둘이 낫지!”


“미친놈!”


배가 흔들리면서 배 위에는 짐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었지만, 지금 나와 이 녀석에게 그런 걸 신경 쓸 틈은 없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녀석을 배 밖으로 밀려고 했지만, 녀석의 능력은 단순히 몸만 단단해지는 것이 아닌 듯했다.


아무리 움직이려고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무슨 철 덩어리가 있는 것 같다.


“으아아아아, 놔라!”


“크윽...!”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지만 이미 만신창이였던 내가 녀석을 바깥으로 밀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괴한은 내 제압에서 벗어나 나를 아예 던져버렸다.


안돼...!


“허억, 허억! 마지막에 귀찮게 하기는!”


“으윽...!”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뭔가 방법이...!


이대로는 끝날 수 없어!


그때였다.


— 퍽!


“어?”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던 괴한에게 커다란 무언가가 날아와 부딪혔다.


‘...짐?’


배 위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던 짐들이었다.


나를 향한 분노로 주변을 신경 쓰지 못한 괴한은 짐이 부딪힐 것을 예상하지 못했고, 뒤늦게 짐의 무게를 버티려고 했다.


“이런, 미친...!”


이까지 꽉 깨물고 버티는 듯했지만, 녀석은 몸이 무거워지고 단단해질 뿐, 힘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


그를 본 나는 짐 쪽으로 달려갔다.


“아, 안 돼!!”


“돼!”


괴한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나를 보며 화들짝 놀라지만 이미 늦었다.


내 몸이 짐덩이 위로 부딪히고 강한 힘이 그대로 괴한에게 가해진다.


“끄윽, 크아아아!!”


— 풍덩!


결국 내 체중까지 가해지자 녀석은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배 바깥쪽으로 떨어졌다.


“허억, 허억...!”


나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이때까지 전투로 긴장했던 것이 풀리면서 몸이 덜덜 떨린다.


이제 끝인가?


그때였다.


“전설의 닌자아아!!”


배 바깥쪽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나는 바다를 봤다.


폭풍으로 인해 바다에는 파도가 거세게 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위에, 괴한이 아무렇지 않게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등평도수(登萍渡水)까지 쓴다고?!’


경악하는 나와 달리 녀석의 표정은 악귀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겨우, 겨우 이걸로 나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오산이다! 당장, 내가 거기 올라가서...!”


괴한은 천천히 배 쪽으로 다가왔다.


그때.


— 쾅!


하늘이 번쩍거리더니 번개가 괴한의 위로 떨어진다.


“끄으으윽, 끄윽!!!”


벼락에 맞은 녀석은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몸을 비틀더니 이내 추욱 늘어졌다.


— 쿠구궁


뒤늦게 천둥소리가 울린다.


나는 벼락에 맞은 괴한을 쳐다봤다.


방금까지 물 위에 떠서 나를 보던 녀석은 늘어진 채로 파도에 휩쓸리고 있었다.


“...”


방금까지 내 목숨을 빼앗을 뻔한 적이 허무하게 끝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살았으니 됐나.’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축축한 바닥 위에 주저앉았다.


“하하하...”


하늘을 보니 어느새 폭풍이 잦아들고 있는 것을 보며, 오늘만큼은 빌어먹을 행운에 감사함을 느낀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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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6] 사제, 충돌(師弟, 衝突) 24.08.16 4 0 24쪽
15 [015] 피로 물드는 밤 24.08.12 6 0 14쪽
14 [014] 불청객은 악재와 함께 24.08.11 7 0 14쪽
13 [013] 사람은 적응의 동물 24.08.08 10 0 14쪽
12 [012] 악연도 인연이다 24.08.08 16 0 19쪽
11 [011] 시작이 반 24.08.07 15 0 12쪽
10 [010] 흔들림 24.08.05 13 0 13쪽
9 [009] 살얼음판 위 평온 24.08.02 13 0 14쪽
8 [008] 제자 고용 24.08.01 13 0 18쪽
7 [007] 이기면 장땡 24.07.29 15 0 23쪽
» [006] 폭풍을 부르는 해상난투 24.07.28 14 0 11쪽
5 [005] 운수 좋은 날 24.07.25 16 0 15쪽
4 [004] 새벽진담 24.07.23 15 0 19쪽
3 [003] 호위닌자 24.07.21 19 0 14쪽
2 [002] 일할 시간 24.07.19 25 0 17쪽
1 [001] 가문에서 쫓겨났다 24.07.18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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