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무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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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1
작품등록일 :
2024.06.27 21:43
최근연재일 :
2024.08.1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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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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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 사제, 충돌(師弟, 衝突)

DUMMY

내가 처음으로 죽인 사람은 아빠였다.


딱히 대단한 사정이 있는 건 아니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아빠와 엄마, 그리고 나는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행복하게 지냈다. 그러다 엄마가산에서 나물을 캐던 도중에 짐승에게 당해 죽고 말았다.


흔한 이야기다. 시골에선 자주 발생하는 사고니까. 옆집에 살던 아줌마도 집을 비운 사이 습격한 짐승 때문에 아들을 잃었다고 한다. 앞집은 너무 굶어서, 뒷집은 도적들한테 약탈을 당해서. 별로 특별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평범한 편이라고 해야 되나. 풍족한 삶을 사는 사람이 오히려 적으니까.


근데 아빠는 특히 힘들어 했다. 매일 하던 약초 채집도 그만 두고, 집에 틀어박혀서 술만 마셨다. 그러면 매일 내게 엄마를 왜 못지켰냐고 화를 내며 때렸다.


내게는 슬퍼할 시간이 없었다. 아빠가 내 몫까지 엄마의 죽음을 슬퍼했으니 나는 아빠가 벌지 않는 돈을 벌어야 했다. 나는 예전에 가끔 엄마를 따라가면 가르쳐주던 약초들을 최대한 기억해 캐서 팔았다. 그리고 돈을 벌어오면 아빠가 빼앗아 술을 산다. 어쩔 수 없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아빠는 마치 죽을 사람처럼 아파하며 우니까.


그런 나날이 반복됐다. 몸이 성장하며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의 어두운 면, 어른들의 거짓말, 그리고 나를 보는 아빠의 시선. 그저 밝게만 보이던 세상의 추한 일면을 알게 되는 것은 아픈 일이었다.


그리고 어느날, 아빠는 나를 덮쳤다. 나는 아직도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


— “수련아, 수련아. 네가 너무 그립다...! 한 번만, 한 번만 마지막으로 만나다오.”


아, 아빠가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구나.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나를 보는 아빠의 눈빛은 엄마를 보는 사랑스러운 눈빛이 아니었다.


언젠가 보았던 창녀를 보는 시선. 나는 그때 깨달았다. 엄마가 죽는 날, 아빠도 함께 죽었던 것이구나, 라고.


그리고 나는 아빠의 모습을 한 괴물을 죽였다.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나는 매일매일 산에 올랐고, 아빠는 집에서 가만히 술만 퍼마셨으니까.


아빠를 죽이고 본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맑았다. 내 머릿속도 그랬다. 누군가를 죽이면 엄마가 자신도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했는데,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나를 때리던 아빠가 사라지니 몸이 편해졌다.


앞으로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내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 “어머, 쟤는 지 애비를 죽이고도 살고 있네.”


마을 사람들은 나를 욕했다.


— “단아, 먹고 사는 게 힘들진 않니?”


마을 사람들은 나를 탐했다.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약했다.


산적들이 들이닥친 날, 마을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는 걸 보며 나는 세상의 진리를 또 하나 깨달았다.


아, 선이고 악이고 다 필요 없구나.


힘만 있으면 모든 게 다 잘 풀리고, 힘이 선이고, 그냥 힘이 최고구나.


그리고 나는 두목을 찾아갔다. 다행히 두목은 나를 좋게 봐줬고, 이후 장주시에서 노예로 팔려나가 날 사간 남자들을 죽이고 돈을 벌어왔다.


그 이후 여러 일을 겪고 현재, 나는 마을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던 산적들을 찢어 죽이고 있었다.


“끄아아아!!”


— 촤악


“괴물, 괴물이다!”


— 촥


나는 산적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내 손짓 한 번에 산적의 몸이 반으로 갈라지고, 몸이 사방으로 찢어진다.


예전에는 그렇게 강해보이던 것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하.”


나는 웃음이 나왔다. 역시 맞았어. 힘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바보처럼 매일 힘들게 산을 올라 약초를 캘 필요도 없고, 더러운 남자들한테 팔려가서 연기할 필요도 없어.


엄마도 약해서 짐승한테 죽은 거고, 아빠도 약하면서 욕심을 내니까 나한테 죽은 거잖아?


나는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즐겁다. 너무 즐거워. 미쳐버릴 정도로 즐겁다!


나는 다음 녀석을 보았다.


이번에는 어떻게 죽일까? 안에서 피를 뾰족하게 만들어서 혈도를 다 터트려 버릴까? 아니면 팔, 다리를 잘라버리고 서로 바꿔끼울까?


그렇게 어떻게 고민하던 순간이었다.


— “심장을 엄청 빠르게 뛰게 만들어서 죽여보는 건 어때?”


어, 그거 좋은데?


나는 어디선가 들려온 말을 듣고 그렇게 해보기로 했다. 흡성대법을 이용해 기의 쇼유권을 빼앗아 조작한다. 심장 부근에 있는 피를 날뛰게 만들어 심장이 빠르게 움직이도록 만든다.


“허억, 허으으...!”


산적이 가슴을 부여잡고는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진다. 그게 마치 벌레를 뒤집으면 버둥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라 썩 유쾌했다.


그러면 다음은...


— “이번엔 피를 머리쪽에 쏠리게 해서 터트려 보자.”


오, 좋다.


다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녀석은 하는 말마다 재밌네.


잠시만, 근데 넌 누구야?


— “나? 나는 심마라고 해. 잘 부탁해.”


아, 심마라고 하는구나. 이름이 진짜 특이하네. 너는 어딨어?


— “나는 네 마음 속!”


마음 속? 내 심장 안에 있는 거야?


— “뭐,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그보다 빨리 하자! 이거 하고 다음에는 몸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게 해보자!”


응, 그렇구나. 알았어.


나는 심마의 말을 들었다. 녀석은 재밌는데, 심지어 머리도 좋다.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하나같이 흥미롭고 재밌어 보이는 것들 뿐이다.


심마는 말했다.


— “그 다음은, 다음은!! 목을 잘라낸 다음에 그걸 다른 녀석의 배때지에 쑤셔 넣고, 팔다리를 대신해서 달아주자! 두뇌가 여섯 개니까 엄청 똑똑해지겠지!? 빨리 해애!!!”


응, 좋아.


나는 심마가 시키는 말대로 했다.


그렇게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이니 주변에 더 이상 산적은 없었다.


아, 아쉽다.


— “더, 더, 더, 더어!!!”


더? 그치만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죽일 대상이 아닌걸?


— “그딴 게 어딨어!? 내가 죽이고 싶으면 죽이는 거야!! 여기에서 내가 제일 강해!!!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여서 더 강해지는 거야!!! 그러니까 말대꾸 처하지 말고 그냥 죽이라고오오오!!!”


응, 그래.


나는 심마가 시키는 대로 옆에 있던 무인을 공격했다. 기습했는데도 순간적으로 반응해 내 공격을 막아낸다. 그러나 나는 바로 이어서 공격했고, 그 공격은 막지 못한 무인은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무인들이 내게 뭐라고 소리친다.


응? 잘 안 들려. 다시 말해줘.


— “내가 대신 설명해줄게. 쟤네는 지금 네 부모를 욕하고 있어! 네 어미는 창녀고, 아비는 강간범이라고 하고 있다고! 씨발, 빨리 죽여어!!”


어, 아빠는 진짠 강간범인데.


— “그게 무슨 상관이야!? 쟤는 지금 너를 욕하고 싶은 거라고!? 좆밥 새끼가 너를 욕하는데 참을 거야?! 네 애비가 진짜 강간범인지 아닌지는 좆도 안 중요하니까 그냥 처죽이라고오!!!”


어, 그렇지. 네 말이 맞아.


나는 달려드는 무인의 공격을 피하고 공격한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무인이 공격한다.


나는 옷에 묻은 피를 단단하게 만들어서 피해를 경감시켰다. 그리고 바로 무인의 피를 역류시키려고 한다. 상대는 저항하려고 하지만, 무의미해. 그 정도로는 막을 수 없다고?


— “죽여, 죽여, 죽여, 죽여, 죽여어어!!!”


무인들이 연속으로 공격해온다. 나는 슬슬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산적들보다 수는 적은데 개개인의 무력은 조금 더 강하다.


위험해. 이러다 죽겠어!


— “이 병신 머저리 같은 년아!! 이딴 새끼들한테 뒤질 바에는 그냥 혀 깨물고 자살해라! 자살하기 전에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더 죽이고! 뭐해?! 죽여어!!!”


나는 심마에게 대답해주지 못하고 바로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점점 무인들의 공격이 거세지며 상대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아, 이거 죽겠다.


그때였다.


— 탕!


어디선가 커다란 소리가 들려온다. 그에 뒤에 있던 무인이 나를 마저 공격하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진다.


그곳에는 스승님이 있었다. 그 손에는 무언가 이상한 물건이 들려 있었다.


— “씨발!! 미친 새끼가 총을 들고 있잖아!?”


심마가 당황한다. 덩달아 나도 스승님을 노려봤다.


어느새 주변의 무인들은 사라져 있었다. 지금 이곳에는 나와 스승님과 피만이 있었다.


어떡하지? 이제 더 이상 죽일 사람이 없어.


— “뭔 병신 같은 소리야, 병신아! 저기 앞에 있잖아!?”


아니, 스승님은 죽이면 안 되지.


— “병신이 지 같은 소리하네! 저런 좆밥이 왜 내 스승이야!?”


그래도 나한테 무공을 가르쳐줬어. 그리고 나를 사서 먹여주고 재워줬는걸.


— “지랄! 이 병신 호구야, 너를 이용하려고 그런 거잖아!!”


응? 무슨 소리야?


— “당연한 거 아니야?! 세상에 공짜는 없어! 너를 먹여주고 키워준 거?! 당연히 씨발 따먹으려고 그러는 거지, 뭐 있어!?”


아니, 근데 그럴 거면 진작에 그랬겠지...


— “아오, 존나 답답하네! 저 새끼는 중증 변태라서 너를 키운 다음에 그걸 즐기려고 하는 거라고! 어떤 병신이 제자 키운다고 무급으로 이러겠냐!? 다 이미지 메이킹이잖아!”


이미지 메이킹이 뭐야?


— “넌 몰라도 돼, 이 빡대가리 년아! 어쨌든 이미 단물 빨 거 다 빨아 먹었으니까 걍 처버려! 이제 너한테 더 줄 거도 없을 걸?! 내가 보기에 저 새끼 다른 건 몰라도 양기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니까 그거만 쪽쪽 빨아먹고 끝내자고! 안 그러면 네가 통수 맞아! 통수 맞고 싶어? 그렇게 지 애비한테까지 통수 처맞아 놓고!?”


아니, 안돼. 배신 당하기 싫어.


— “그러면 죽이라고!! 죽여, 죽여, 죽여어어!!!”


알았어. 죽일게.


나는 손에 있는 피로 만든 검으로 옆에서 버둥거리는 무인의 목에 칼을 꽂아 넣었다. 그리고 스승님을, 아니 남자를 바라봤다.


느껴진다. 원래는 어렴풋이 느껴지던 남자의 기세가 지금은 뚜렷하게 보인다. 저건 자투리다. 몸에 어마어마한 양의 양기가 흐르는데 그릇이 너무 작아서 흘러 넘치고 있는 것이다. 저걸 다 흡수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거야.


나는 웃었다.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남자는 내게 총을 겨눴다. 아, 저 녀석 날 죽일 생각인가 봐.


— “가라아아!! 처죽여 버려어어어!!!”


나는 남자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 * *




속성지는 사용자의 몸에 흐르는 기의 속성을 알 수 있는 도구이다.


작은 종이 조각 형태로 생겼는데 거기에 기를 흘려 보내면 기의 속성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화기를 흘리면 검게 숯처럼 변한다. 수기를 흘리면 물에 젖어버리고, 토기에는 바스라진다. 금기(金氣)가 흐르면 단단하게 변하며, 목기에는 위로 뻗으려고 하면서 이파리가 조금 자란다.


물론 그렇게만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화기라도 더 강하면 불에 타오르기도 하고, 수기라도 토기가 섞여있으면 흙탕물로 젖는다.


그렇기에 사람마다 속성지의 반응은 모두 미묘하게 다르다.


단이의 경우, 피로 젖었다. 피는 사람의 몸에 흐르는 액체이고, 사람은 오행의 기운이 모두 존재하니 수기가 강한 오행의 기운이 모두 섞여 있다고 봐야 한다. 흔하진 않다. 오행의 기운을 모두 타고났다는 얘기는 전국을 다 뒤져도 얼마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내 경우에는 폭발한다. 이것도 흔하지 않다. 화기가 강해도 불이 붙는 게 전부인데 폭발이라니. 이건 아예 들어본 적조차 없다. 아마도 화기가 원인인 것 같기는 한데 다른 기운이 섞이면서 벌어진 일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속성지는 기를 흘려보내야 하니 보통 손에 올려두고 하는데, 그러면 다치는 것이 아니냐 할 수 있지만, 나는 다치지 않는다. 정확히는 화상을 입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뜨거운 물건을 만지거나 해도 다치지 않는다. 더위도 잘 안 탄다. 그러니 폭발에 진동은 느껴져도 화상을 입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리고 나는 이를 이용하기로 했다. 내게는 총과 탄환은 있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화약은 없는 상황. 그러면 총을 못 쏘는 것이 아니냐 할 수 있지만, 내게는 다른 대체제가 있다. 화약의 폭발하는 역할을 대신 해줄 수 있는 물건 말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속성지 몇 개를 챙겼다. 언제든 비장의 수단으로 쓸 수 있도록. 그리고 지금, 나는 처음으로 총을 쏴봤다. 미리 해보지 않은 것은 내가 가진 탄환이 얼마 없고, 총을 써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관에서 찾아오기라도 하면 안 됐으니까. 무엇보다 내 직감이 이건 안 봐도 된다는 것을 알았다. 행운을 가진 나는 감도 좋았다.


총을 처음 쏴본 내 감상은 더럽게 소리가 크고, 흔들린다는 것이다. 한 번 쏘면 팔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래서 맞긴 하나 싶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탄은 원하는 대로 날아갔다.


당연하다. 내 행운은 적이 던진 투척물을 회피하게 도와주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던진 투척물도 맞추도록 돕는다. 한 번은 새가 머리에 똥을 싸고 도망쳐서 홧김에 돌을 던졌는데 그게 숨어있던 암살자를 맞춰서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긴 적도 있었다.


총을 쏠 수 있게 되니 무서울 게 없다. 아니, 생각해 보니 이후에 나를 쫓아올 관군은 조금 무서울지도.


나는 주머니에서 속성지와 탄을 꺼내며 앞을 봤다. 단이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단이를 주시하며 나는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현재 내게 남은 탄은 9개. 이걸 이용해 다리를 맞춰서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면 제압이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맞출수 있냐지.’


내 행운이 있다고 하지만 무조건 맞추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벽 건너편에 적을 맞추려고 한다. 근데 벽을 향해 총을 쏘면 과연 그 적을 맞출 수 있을까? 즉, 행운은 어디까지나 보조 능력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맞출 수 있는 상황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


그건 뭐 열심히 하다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이 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나는 그 사이에 단이에게 정이 들었다. 단이도 조금씩 내게 마음을 여는 것 같았는데 이제 와서 이런 사고로 헤어지면 지난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응, 그래. 첫 제자를 잃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다. 절대 은자 50냥을 썼던 게 아까워서 그런 것이 아니다. 아니, 쪼오끔은 아깝긴 한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단이는 어느새 내가 있는 곳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사이, 쏠 준비를 마친 나는 바로 탄을 발사했다.


— 탕!


총이 위로 튀어오르며 탄이 앞으로 쏘아진다. 목표는 왼 허벅지. 빠른 속도로 날아간 탄환은 내가 목표한 방향으로 날아간다. 이대로 날아가면 반드시 맞는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 팅!


총알은 허벅지를 꿰뚫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자세히 보니 단이의 허벅지에는 반들반들한 붉은색 강철이 보였다.


‘피를 단단하게 만들어서 막았나?!’


물론 완전히 막아낸 건 아니다. 총의 위력을 과소평가했는지 충격에 순간적으로 달려오던 것이 멈추는 것이 보였다. 물론 그것도 잠시, 다시 다리를 움직여 달려오기 시작했다. 달려오는 속도가 느려지지 않은 것을 보아 그냥 충격에 놀란 것뿐인가.


하지만 단이 잠시 멈칫하는 사이, 나도 빠르게 손을 움직여 다음 탄을 장전하고 있었다. 바로 탄을 발사하려고 하는 와중에 순간 미끄러져 휘청였다.


“우왁?!”


몸이 흔들렸지만, 바로 중심을 잡았다. 바닥을 보니 피로 흥건했다.


— 슈욱


몸이 흔들리며 자세가 무너진 틈에, 내 몸 주변으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뒤쪽 건물 벽에 붉은 색 액체가 묻어 있는 것이 보였다.


무슨!?


아무래도 단이 나한테 무언가를 날렸던 것 같지만, 그게 뭔지 제대로 파악할 시간은 없었다.


어느 새 내 바로 앞까지 도달한 단이 붉은 단검을 내게 휘두르려고 했다.


“크윽...!”


나는 총을 들어올렸다. 급하게 움직이면서 쏠 자세를 제대로 취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총알을 발사했다.


— 탕!


총격음이 들리자 단이는 곧바로 반응했다. 나를 향해 휘두르던 단검을 수거하고 몸을 비틀었다. 이 거리에서는 바로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리라. 총알은 아슬아슬하게 단이의 머리카락을 휘저으며 지나간다.


회피를 하면서 나를 공격하는 걸 잠시 늦췄지만,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단이는 바로 무너진 자세를 바로잡으며 공격을 이어갔다. 총을 쐈으니 더 이상 공격할 수단이 없다고 생각하고 일부러 무리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단이는 착각하고 있는 게 있었으니, 내 공격 수단은 총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주목을 단이에게 뻗었다. 단이 순간 당황하지만 움직이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내 주먹보다 자신이 더 빠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스승으로서 얼마나 무시받는 거냐? 그러나 지금은 그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단이 방어에 집중했다면 실패했을 테니까.


나는 손바닥을 펼쳤다. 꾹 쥐고 있던 손 안에는 종이 쪼가리들이 들어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속성지를 손에 잡히는 대로 꺼내든 것이었다. 그를 보고 단이의 눈이 커지는 것이 보였다. 다급하게 몸의 피가 뭉쳐지며 단단해지고 있다.


근데 미안한 말이지만, 너무 늦었어. 나는 기를 흘려보냈다. 그러자 일제히 속성지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폭음이 들려온다.


— 콰과광!!


폭발이 일어난다. 폭발에 휩쓸린 나는 그대로 뒤로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화상에는 면역이지만 폭발로 인한 물리력에 면역이 있는 건 아니니까.


팔이 아작난 것 같다. 손가락부터 어깨까지 엄청난 격통이 느껴진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팔이 붙어있기는 하다는 것일까? 하여튼 내 맷집도 엄청나긴 하다.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아프다고 해서 이렇게 가많이 있으면 안 된다. 관이나 소림에서 인력을 파견하기 전에 빨리 도망쳐야 한다. 그렇게 몸을 일으키려는데 눈앞에 누군가의 발이 보였다.


“아.”


피로 붉게 물든 신발 위로 익숙한 복장이 보였다. 고개를 올려 보니 녀석의 몸 절반이 피로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그 몸은 피를 흘린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조금도 부상을 입지 않은 녀석을 보고 무슨 일인지 깨달았다. 단이는 그 폭발을 막아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수기는 화기의 상극이니 위력이 덜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막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


나는 몸의 힘을 풀었다. 그래, 여기까진가. 나는 입을 열었다.


“하, 그래그래. 너 짱 먹어라. 진짜 존나 세네... 이제 막 무공 배운 거 맞냐고. 천재라서 그런건가?”


“...어떻게 한 거야?”


내 말을 들은 단이는 그렇게 되물었다. 뭐야, 바로 죽일 줄 알았는데 대화가 가능했어?


“뭐?”


“어떻게 한 거냐고. 그거.”


“그거가 뭔데. 폭발시킨 거?”


“응.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알려줘.”


나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방금까지 죽이려고 한 상대에게 태연하게 저런 걸 묻는 건가?


그러면서 나는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주화입마에 빠진 게 아니었던 건가? 이걸 묻는 의도는 뭐지?


여러 의문점이 떠올랐지만, 바로 생각을 지웠다.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어쨌든 지금 단이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전까지 나를 죽이지 않으려고 한다는 거다.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생각하면서 대답했다.


“별거 아니야. 속성지라고 알지? 예전에 설명해줬었는데.”


“응.”


“말했듯이 속성지는 사용자가 흘려보낸 기에 따라 다르게 반응해. 나는 속성지를 쓰면 폭발하는 성질이 있거든. 그걸 이용한 거야. 총을 쏠 때도 이걸 이용했는데...”


“그 정도면 됐어. 아무튼 나는 못 한다는 거네?”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


“그럼 됐어. 응, 이제 필요 없네. 그럼 이제 죽여야겠어.”


나는 더 말을 하려다가 중간에 말을 끊는 단이 때문에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정도로는 안 되는데. 나를 죽이기 위해 피를 조작하는 단이를 보며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뭐라도 말해야 한다.


“잠깐만, 왜 그러는 거야!? 갑자기 왜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건데!? 나는 네 스승이잖아!? 내가 너한테 못 해준 게 있어?!”


“아니, 그런 건 아니야. 스승님한테는 감사하고 있어.”


“그러면 왜 그러는 건데?! 이제 그만 하자! 여기서 더 나가면 진짜 돌이킬 수 없어! 다시 원래대로 스승과 제자 사이로 지내자!”


“그건 안돼. 스승님이 가진 기를 흡수해야 되거든. 다른 사람들이랑은 다르게 스승님은 기의 양이나 순도가 모두 높아서 흡수하면 분명 강해질 거야. 그러니 어쩔 수 없어.”


그런 거였냐?


아무래도 녀석은 힘을 갈망하는 상태에 빠진 것 같았다. 그러니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죽인 건가.


그래도 일단 왜 이러는지는 알았으니 이걸 이용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내게 단검을 찌르려는 단이를 보며 나는 빠르게 입을 열었다.


“기다려봐! 나를 살려두면 너는 더 강해질 수 있어!!”


내가 다급하게 말하자 순간 단이의 손이 멈췄다.


역시 이거다.


“무슨 말이야?”


“내가 속성지를 사용하면 폭발하는 걸 알지!? 이걸 이용하는 거야! 화약이라고 해서 관에서 특별 관리하는 품목이 있어. 그걸 쓰면 내가 속성지를 쓸 때처럼 폭발하는 거야! 이걸 이용해서 총이나 폭탄을 만들면 일류 무인조차 쓰러트릴 수 있어서 엄격히 관리하고 있어!”


“근데?”


“날 살려두면 총이나 폭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고! 그러니 날 가지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 마음대로 쓰는 거야! 생각해봐, 너도 총의 위력을 봤으니 알잖아!? 뭣하면 간이 폭탄으로 쓸 수도 있잖아!”


“흠...”


내 말을 들은 단이는 순간 고민하는 듯 보였다. 나는 뭐라고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잠시 후, 고민을 끝낸 단이 말했다.


“안 되겠어. 폭탄 같은 거보다 스승님의 기를 흡수하는 게 훨씬 강해질 거 같아. 애초에 그건 스승님을 이용하는 것 뿐이지 내가 강해지는 게 아니잖아. 그러니 역시 됐어.”


씨발.


나는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역시 안되나? 그럴 것 같긴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발악이었는데.


단이는 검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내게 내려찍으려는 때였다.


“여래신장(如來神掌)”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단이는 나를 처리하려는 것을 멈추고 하늘을 봤다.


그리고 그곳에는 거대한 손바닥이 있었다.


단이는 다급하게 손바닥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손바닥은 단이를 쫓아왔다.


결국 단이의 위로 손바닥이 떨어졌고 그대로 손바닥에 짓눌렸다.


— 쿵.


“꺄아아아아악!!!”


단이는 손바닥에 깔리고는 비명을 질렀다. 성대가 찢어질 것 같을 정도로 비명을 질르는 것을 보아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모양이다.


그를 보다가 이내 나는 어디선가 들리는 발소리를 보고 그쪽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웬 대머리 노승이 있었다.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뽐내는 그는 나를 보며 말했다.


“아주 시원하게 저질러주셨군요.”


나를 질책하는 말이었지만 정작 목소리는 무척 나긋나긋해서 정신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당장에라도 잠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니, 잠시만, 지금 잠들면 위험한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노승은 계속 말을 이었다.


“본디 손님이 오면 부처님이 오신 것처럼 대하라는 말이 있지만, 이리 수라장을 일으키시니 웃으며 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군요. 이 일에 대해서는 나중에 반드시 설명해야할 것입니다.”


나는 멀어지는 의식을 붙잡으려 했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사라져갔다.


결국 나는 정신을 잃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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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무쌍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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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6] 사제, 충돌(師弟, 衝突) 24.08.16 4 0 24쪽
15 [015] 피로 물드는 밤 24.08.12 5 0 14쪽
14 [014] 불청객은 악재와 함께 24.08.11 7 0 14쪽
13 [013] 사람은 적응의 동물 24.08.08 10 0 14쪽
12 [012] 악연도 인연이다 24.08.08 16 0 19쪽
11 [011] 시작이 반 24.08.07 15 0 12쪽
10 [010] 흔들림 24.08.05 13 0 13쪽
9 [009] 살얼음판 위 평온 24.08.02 13 0 14쪽
8 [008] 제자 고용 24.08.01 13 0 18쪽
7 [007] 이기면 장땡 24.07.29 15 0 23쪽
6 [006] 폭풍을 부르는 해상난투 24.07.28 13 0 11쪽
5 [005] 운수 좋은 날 24.07.25 16 0 15쪽
4 [004] 새벽진담 24.07.23 15 0 19쪽
3 [003] 호위닌자 24.07.21 19 0 14쪽
2 [002] 일할 시간 24.07.19 25 0 17쪽
1 [001] 가문에서 쫓겨났다 24.07.18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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