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무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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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1
작품등록일 :
2024.06.2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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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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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9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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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일할 시간

DUMMY

나는 어릴 때부터 운이 좋았다.


얼마나 운이 좋냐면 조작이나 어떤 꼼수도 되지 않은 내기에 한해서는 살면서 한 번도 진 적이 없을 정도로.


가위바위보를 하면 언제나 이긴다. 뽑기를 하면 항상 1등. 그 외에도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무작위로 나눈다면 난 언제나 좋은 쪽에 있다.


처음에는 그냥 내가 내기에 강하구나, 혹은 그냥 우연이 겹쳤구나 했지만 내가 닌자로서 활동하면서 나조차도 내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내가 가진 이 엄청난 행운이 어떤 법칙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생각했고 그에 대해 실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행운에 대해 내가 알아낸 사실은 두 가지.


첫째는 행운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게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도록 작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가위바위보를 한다고 쳐보자. 아무것도 걸지 않고. 그러면 나는 가위바위보에 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여기서 내가 진다고 뭔가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고 이긴다고 뭔가를 얻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진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돈을 주기로 약속하고 가위바위보를 시작하자. 중간중간 무승부가 나올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내가 이긴다. 100판을 하면 100판 다 이긴다.


결국 상대가 이긴 사람이 지는 사람에게 돈을 주는 방식으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내가 그를 수락하고 다시 가위바위보를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또 내가 지기 시작한다.


계속 가위바위보로 돈을 잃은 상대의 표정이 좋지 않음을 느낀 나는 그냥 내기에 져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기려고 하지만 나는 가위바위보에서 계속 졌고 결과적으로 돈을 딴다.


즉, 내 행운은 통상적인 게임의 룰을 고려하지 않는다. 무조건 이기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 나에게 이로운 결과가 나타나도록 작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통제할 수 없다. 내가 바라든 바라지 않든 행운은 반드시 내게 이득을 주기 위해 발동된다.


그리고 두 번째는 행운은 주변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나는 가위바위보 내기에서 계속해 이겼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찾아왔다.


그는 자신이 가위바위보 고수라고 소개하면서 나에게 가위바위보를 신청했다.


나는 수락했고 우리는 진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돈을 주기로 하고 가위바위보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계속 가위바위보에서 계속 지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상대는 가위바위보를 할 때 뛰어난 동체시력으로 내가 내는 것을 확인하고 그에 맞게 이기는 걸 내서 가위바위보에서 계속 이기고 있었다. 결국 나는 돈을 다 잃었다.


돈을 잃는 건 분명히 내게 안 좋은 결과였지만 행운은 내가 가위바위보를 이기도록 하지 못했다. 이유는 내가 가위바위보에서 이기는 것이 불가능하니까. 상대는 내가 내는 수를 모두 보고 반응하기 때문에 내가 이길 확률은 0이었다. 그러니 행운이 작용할 수 없는 것이다.


대신 행운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해서 내가 돈을 잃지 않도록 할 것이다. 마침 그곳에는 협객이 있었고 그는 옆에서 상대의 개짓거리를 알아본 뒤 그를 죽여 내게 돈을 돌려줬다. 나는 돈을 잃지 않았다. 만세!


아무튼 내 행운은 상황을 초월해서 발동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상황 내에서 가능한 수준까지만.


참고로 지금까지의 예시는 실제로 내가 겪은 일들이다.


그리고 상대의 행동을 강제하는 능력도 없다. 나를 죽이려던 고수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 먹거나 내게 오다가 미끄러져 머리를 바닥에 박고 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뭐, 고수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상대라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행운을 이용해서 돈을 벌겠다고 한다면 방법은 무궁무진했다. 가장 떠올리기 쉬운 것은 도박이다. 그러나 이건 그다지 좋은 수가 아니다. 도박장도 돈을 벌려고 운영을 하는데 내가 들어가서 왕창 돈을 따버리면 도박장 입장에서 나는 더 이상 손님이 아니라 적이다. 도박장은 높은 확률로 뒷세계와 연결되어 있을 것이고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 내 능력은 무적이 아니다. 특히 고수를 상대로 하게 된다면 더더욱.


그렇기 때문에 도박은 기껏해야 용돈벌이 수준으로만 하는 것이 좋다. 그 정도면 도박장 입장에서는 나를 이용해 도박장 이용자들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고 나는 돈을 버니 서로 이득이다.


하지만 지금 내게 용돈 수준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내가 사려는 노예는 남궁 기룡을 암살하기 위해 육성될 것이다. 그러니 어느 정도 무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암살에 특화된 인재가 필요하다. 그런 노예를 사기 위해서는 적어도 은자 10냥 이상은 필요할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돈을 벌기 위해 한 장소에 도착했다.


“어이! 빨리빨리 움직여라!!”


한 남성이 소리 치자 주변에 있던 사내들이 더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소리치고 있었다.


소란스럽고 정신없다는 표현이 딱 어울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곳은 원래 그런 곳이니까.


내가 현재 있는 곳은 요녕성 변두리에 있는 표국이었다.


개인이나 집단을 상대로 물건을 사고파는 상단은 이따금 다른 지역으로 가서 물건을 파는데, 이걸 상행이라고 부른다.


상단에 있어 상행은 무척 중요하다. 성공적으로 상행이 끝나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상행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상행이란 큰 위험도 뒤따르기 때문이다.


도시를 벗어나 많은 물건과 돈과 함께 외진 곳으로 이동하다 보니 산짐승을 만나거나 재산을 노린 산적들의 습격을 받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상인들은 대부분 무공을 배우지 않은 일반인들이다. 외부의 습격으로 짐과 자신들의 몸을 지키기에 그들은 너무 약했고 그에 대항하기 위해 무력을 가진 이들이 상행을 함께 갔다.


많은 돈을 버는 상행은 좋은 호위를 쓰며 그만한 대가를 지불했고 상행 호위가 돈이 된다는 것을 안 호위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기 시작했으니, 그렇게 만들어진 게 바로 표국이었다.


현재에 와서는 단순 호위 업무 외에도 운송을 대신 해주고 그에 대한 운송비를 받는 형태로 변했지만, 어쨌든 표국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표물(鏢物, 표국이 운송해야 할 물건)의 호위다.


그리고 내가 돈을 벌 수단으로 선택한 방법이기도 하다.


내가 가진 것은 전설의 닌자라는 명성과 행운뿐이다.


무력의 경우 없는 것은 아니지만 높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내 경지는 이류(二流). 일반인들의 경우 간단하게 상대할 수 있지만 적당히 무공을 수련한 이들과 싸워야 할 경우에는 상당히 고전해야 했다.


그러면 싸우는 일은 최대한 피하면서도 명성을 활용할 수 있고 운적인 요소가 많이 관여되는 곳.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표사(鏢師, 표국 소속의 무인) 일을 떠올렸다.


말했다시피 상행에는 많은 위험 요소가 있다. 하지만 위험 요소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이야기다.


산짐승? 상행에 쓰는 길은 기본적으로 짐승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으로 피해서 이동한다. 설령 만나더라도 무공을 익혔다면 웬만한 짐승과 싸워 이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산적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녹림을 만나는 경우다. 녹림의 경우, 어느 정도 무력을 가진 집단이고 무공을 익힌 놈들도 심심찮게 존재했으니 표사들도 쉽게 상대할 수 없는 녀석들이다.


그러나 그들을 만나는 것도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이야기다. 산적들이 나타나는 빈도는 일정하지 않다. 항상 지정된 통로에서 상행을 방해하면 운송하는 입장에서 그 통로를 피하면 그만이고, 그게 아니라도 인근 지역에서 토벌대를 구성해서 그들을 소탕하려고 할 테니까. 그러니 웬만해서는 상황을 보면서 몇몇 통로를 돌아가며 가끔 나타나 통행료를 받는 식으로 활동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내 행운이 충분히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산적을 만나서 싸워야 하는 상황은 명백하게 내게 좋은 일이 아니었고, 그렇다면 행운은 내가 산적을 만나는 불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울 것이다.


반면, 나는 어쨌든 활약상이 퍼진 나름 유명한 닌자고 그런 나를 고용하면 다른 표사를 쓸 때보다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물론 상행 동안 습격받지 않으면 호위 비용으로 많은 돈을 받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동행을 한 값만 받아도 꽤 짭짤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지은 나는 바쁘게 움직이는 표사와 쟁자수(표국 소속의 짐꾼)를 피해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적당한 표국 안으로 들어간 나는 표정을 진지하게 바꿨다.


문을 열고 들어간 건물 안은 그 넓이에 비해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별로 이상하지는 않았다. 표사들은 표국보다 바깥에 일하러 나가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으니까.


“응? 처음 보는 놈인데? 뉘쇼!”


“헉, 저 사람...”


“뭐야, 아는 사람이냐?”


“그 사람입니다. 전설의...”


“뭐?!”


내가 들어가자 휴식을 취하고 있던 몇몇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다행이었다. 혹시나 못 알아보고 시비를 걸면 어쩌나 싶었는데.


잠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다 이내 한 사람이 바쁘게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갑자기 표국에 소문이 자자한 유명인이 들이닥쳤으니 국주(局主, 표국의 대표)에게 보고하러 간 것이겠지.


그 사이에 표사로 보이는 이들 몇몇이 내게 굳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 전설의 닌자, 아니, 독고류의 독고 수리가 맞소...?”


“...”


긴장한 듯 보이는 표사를 보며 나는 속으로 고민했다.


당당하게 나갈까? 아니면 예의 있게?


나는 지금 전설의 닌자라는 명성을 등에 업고 이곳에 왔다. 지금 하는 행동 하나하나로 인해서 앞으로 그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결정될 것이다.


생각을 마친 나는 처음의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남의 정체를 묻기 전에 자신을 밝히는 것이 먼저 아니오?”


“시, 실례했구려. 미안하오. 본인은 심양 표국(瀋陽 鏢局)의 표두(鏢頭, 표사 무리의 우두머리)인 장필득이라고 하오. 그래서 그대는 누구시오?”


“독고류의 8대 두령, 독고 수리라고 하오.”


“역시 전설의 닌자였군...! 대협(大俠, 무인을 높여 부르는 말),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오!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역시 보통이 아니구려. 그런데 우리 심양 표국에는 어쩐 일로 오셨소?”


“그건... 말해주기 힘들 것 같군.”


“허...?”


내 대답에 황당한 표정을 짓는 표사. 무언가 입을 움찔거리는 것이 되묻고 싶은데 차마 물어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러다 뭔가 따지고 들면 곤란한데.


그렇게 생각을 한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국주를 만나야 하네. 빨리 불러줄 수 있겠나?”


“...아! 그, 그렇군!”


의미심장한 말투로 그렇게 말하자 표사는 이해한 듯 그렇게 말했다.


내 태도와 소문을 들었으니 대충 모용세가의 임무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뭐, 대충 모용세가에서 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것이니 그렇게 틀린 생각은 아니라고 할 수 있나?


표사는 여전히 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갑자기 물어봐 미안하오. 자, 잠시만 기다리면 국주님을 만날 수 있을 것이오. 이곳에서 기다려줄 수 있겠소?”


“그러도록 하지.”


표사의 요청을 들은 나는 적당히 문 근처 벽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이유는 없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어서 그랬다.


그러자 표사는 저들끼리 모여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직접 보니 훨씬 더 대단한 것 같군...”


“그러게나 말이야. 처음 소문을 들었을 때는 호사가들이 또 되도 않는 소리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있는데도 기세가 장난이 아니군. 저 정도면 일류, 아니 최소 절정 고수라고 할 수 있겠군.”


“...”


다 들리는데...


표사들은 제 딴에는 내게 들리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췄지만 나를 보고 흥분한 그들의 목소리는 조금만 집중해도 내용이 전부 들릴 정도로 명확하게 들렸다.


그들이 하는 말은 실제와 다른 부분이 있었지만 나는 굳이 그들의 오해를 바로잡지 않고 모른 척 눈을 감고 깊은 생각을 하는 척을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위층에서 방금 올라갔던 표사 한 명이 내려와 내게 말을 걸었다.


“대협, 국주 님께서 방으로 와주실 수 있냐 여쭈셨습니다만...”


“가도록 하지. 안내하도록.”


“예, 예!”


소심해 보이는 표사는 나를 보고 잔뜩 긴장해서는 식은땀을 흘리며 국주가 있는 곳으로 나를 인도했다.


나 또한 국주를 만난다는 생각에 긴장했지만 어떻게든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잠시 후, 표사는 한 방문 앞에서 멈추어 섰다.


“이, 이 안에 국주 님께서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그렇군. 고맙네. 이제 나 혼자 들어가도록 하지.”


“예, 옙!”


내가 그렇게 말하자 표사는 마치 내게서 도망치듯이 빠른 걸음으로 아래로 내려갔다.


그를 보던 나는 드디어 한숨 돌릴 수 있다는 생각에 손바닥에 흥건한 땀을 한 번 슥 닦아주고 다시 표정을 가다듬은 뒤에 국주가 있다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곳에는 바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호화로운 방과 한 남성이 비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저 남자가 국주인가?


“왔군. 우선 이쪽에 앉아서 얘기하도록 하지.”


국주로 보이는 남성은 차분한 말투로 자신이 앉아있는 곳 반대편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


나는 조용히 그가 가리킨 의자에 앉았다.


“만나서 반갑네. 나는 심양 표국의 국주, 조승택이라고 하네. 전설의 닌자라고 불리는 남자를 두 눈으로 보게 되어 영광이군. 그래서 우리 표국에는 무슨 일로 왔는가?”


내가 의자에 앉자마자 조승택은 그렇게 물어왔다.


‘한 표국의 국주라고 해도 결국에는 무인, 돌려 말하지 않고 본론부터 말하는 건가?’


나쁘진 않았다. 나도 복잡한 것은 싫었으니까.


나는 국주에게 바로 대답했다.


“표사로서 일하고 싶네. 정식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임시로, 혹시 산둥성까지 가는 상행은 없나?”


국주가 대놓고 말하니 나도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내 최종적인 목표는 남궁가주 남궁 기룡의 암살. 남궁세가는 안휘성을 중심으로 활동하니 당장 그곳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근처까지 갈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 적당히 발달했으면서도 안휘성과 근처, 그리고 요녕성에서 그나마 가까운 곳, 대충 산동성이면 되겠지.


“...역시 그것 때문인가?”


“응?”


그런데 내 대답을 들은 국주의 얼굴이 이전보다 더 딱딱하게 굳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왜 이래?


나는 국주가 왜 그렇게 당황하는지 묻고 싶어 입이 간질거렸으나 내가 묻기도 전에 그가 먼저 말을 이었다.


“무슨 목적이지? 혹시 모용세가에서 임무를 준 건가? 자네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묻는 국주를 보며 나도 덩달아 긴장됐지만, 어찌어찌 마음을 진정시키며 솔직하게 말했다.


“...오해하지 말게. 나는 정말 표사로서 일하고 보수를 받고 싶은 것뿐이라네.”


“...”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국주는 눈을 찌푸린 채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마치 내 속에 숨은 뜻을 간파하려는 것처럼.


그러나 나는 숨기는 것이 없었다. 그냥 표사로 고용하고 돈이나 잘 줬으면 좋겠다. 이게 끝이었다.


“...”


“...”


“...하.”


잠깐 정적이 이어지다 이내 국주가 몸의 긴장을 풀며 한숨을 내쉬었다.


뭐지, 끝난 건가?


속으로 혼자 갈등하던 국주는 이내 기세를 정비하고 중얼거렸다.


“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군. 마침 표사가 부족했는데 그래서 그랬나 보군. 하긴, 이제 와서 그럴 리도 없나.”


“...?”


뭔 소리야? 설명 좀 해주면 안 될까?


혹시 내 계획이 시작부터 어그러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알겠네. 최근에 운송이 많아지며 표사가 부족했는데 마침 잘됐군. 임시로 고용하도록 하지.”


“고맙소!”


긍정적인 답변을 듣자 나도 안심할 수 있었다.


긴장이 풀리면서 순간 표정이 풀어졌는데 그를 본 국주의 얼굴도 덩달아 풀어지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임시 표사긴 해도 계약해야겠지. 비용은...”


이후 국주와 임시 고용과 관련한 계약 얘기는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나는 다음 날 있을 운송에 동행하기로 했다.


작가의말

경지에 대한 부연 설명입니다.

무협에는 경지라는 용어가 존재하는데 대충 강함의 정도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 작품에서는 삼류<이류<일류<절정<화경<현경의 순으로 존재하고 삼류가 제일 약하고 현경이 제일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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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6] 사제, 충돌(師弟, 衝突) 24.08.16 4 0 24쪽
15 [015] 피로 물드는 밤 24.08.12 6 0 14쪽
14 [014] 불청객은 악재와 함께 24.08.11 8 0 14쪽
13 [013] 사람은 적응의 동물 24.08.08 11 0 14쪽
12 [012] 악연도 인연이다 24.08.08 17 0 19쪽
11 [011] 시작이 반 24.08.07 16 0 12쪽
10 [010] 흔들림 24.08.05 13 0 13쪽
9 [009] 살얼음판 위 평온 24.08.02 14 0 14쪽
8 [008] 제자 고용 24.08.01 14 0 18쪽
7 [007] 이기면 장땡 24.07.29 16 0 23쪽
6 [006] 폭풍을 부르는 해상난투 24.07.28 14 0 11쪽
5 [005] 운수 좋은 날 24.07.25 17 0 15쪽
4 [004] 새벽진담 24.07.23 16 0 19쪽
3 [003] 호위닌자 24.07.21 20 0 14쪽
» [002] 일할 시간 24.07.19 26 0 17쪽
1 [001] 가문에서 쫓겨났다 24.07.18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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