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무쌍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김일1
작품등록일 :
2024.06.2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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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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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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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 시작이 반

DUMMY

이 세상은 기(氣)로 이루어져 있다.


기라는 것은 말하자면 우주를 구성하는 기운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별이 움직이거나 계절이 바뀌는 것, 해가 뜨고 지는 것 등등, 모든 것이 다 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기는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고, 그건 사람의 몸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에는 몸속에서 계속 기가 순환하며 움직임을 돕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자기 몸에 흐르는 기를 느끼는 것을 넘어 이를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말했다시피 기는 생명, 정확히 말하자면 우주 모든 것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힘이기에 기를 제어하게 되면 초자연적인 능력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거나 빛과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몸의 기를 이용하는 방식을 기공, 특히 싸움에 활용하는 것을 무공이라고 한다.


“알겠냐?”


“원래부터 알았어.”


“...”


아, 그러냐.


내 질문에 대답하는 단이는 온몸으로 지루함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원래 공부, 특히 이론 부분은 재미가 없으니까.


‘그래도 대놓고 이러는 건 너무하잖아.’


뭐라고 한마디 하려다가 멈췄다. 어차피 귓등으로도 안 들을 테니.


나는 우선 넘어가고 설명을 이어갔다.


“기라고 해서 다 똑같은 건 아니야. 음양오행. 음양이란 기를 밝고 어두운 것으로 구별해 양기와 음기로 나눈 것이고, 오행은 기가 지닌 성질에 따라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한 것이야. 물론 이게 끝은 아니고 어떤 속성을 다른 속성이랑 조합하냐에 따라 새로운 속성이 되기도 하고 독기나 마기 같은 아예 궤를 달리하는 기들도 있으니 그런 것들도 차근차근 알려줄게.”


“응.”


이젠 보지도 않으면서 반사적으로 대답하네.


앞으로 더 중요한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데 계속 이러면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참다못해 한마디를 했다.


“...재미 없는 건 알겠지만, 의욕 좀 내주면 안 되겠니?”


“그치만 재미가 없는걸?”


“원래 공부는 재미없어. 재미없는 걸 꾹 참고 배우면 나중에 재밌어질 테니까 지금은 집중해줘.”


“그래, 그래. 그래서 무공은 언제 배워?”


“...”


전혀 반성하지 않는 단이의 모습을 보며 더 말을 하려다가 멈췄다.


어차피 이 상태에서는 뭐라 말해도 듣지 않겠지.


나는 한숨을 한 번 푹 쉬고는, 이만 오늘의 설명은 멈추기로 했다.


“하여튼, 내가 앞으로 너한테 알려줄 것은 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과 적당한 무공, 그 외의 유용한 지식들이다. 그 과정에서 네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줄게.”


“응.”


“대신, 조건이 있어.”


“...뭔데?”


“첫째, 나를 스승으로 섬길 것. 앞으로 네게 이것저것 가르칠 건데 네가 내 스승으로서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면 교육의 차질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


내 말을 들은 단이는 나를 노려본다. 딱 봐도 못마땅해하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


“원래라면 너는 나를 주인님으로 섬겨야 해. 내가 널 정당한 값을 주고 구입했으니까. 솔직히 스승으로서 대하라는 것도 많이 양보한 거야.”


“불법으로 구입했으면서.”


“...흠, 불법이라고 해도 내가 너를 구매한 사실은 바뀌지 않아.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앞으로 너한테 투자할 게 얼마나 많은데. 단순히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음식, 거처, 옷, 등등 내가 다 책임지는데 솔직히 스승으로서 대우해달라는 게 너무한 것도 아니잖아?”


내 말을 듣고 단이는 차마 뭐라고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당연하다. 지금 내가 하는 말은 너무나도 상식적인 것들이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못마땅한 것인지 단이는 나한테 겨우 들릴 정도로 중얼거렸다.


“...약한 주제에.”


이 년이?


나는 확 한 대 쥐어박으려다가 참았다. 이런 어린애한테 어른인 내가 화내는 것도 좋지 않겠지.


절대 쫄아서 그런 게 아니다.


“알겠어. 그럼 이제부터 스승님이라고 부르면 돼?”


“그거 말고도 존댓말도 써.”


“별로 상관없잖아.”


“어허! 스승님한테 반말하는 제자가 어딨나!?”


“...”


단이가 입을 다물고 다시 나를 노려봤다.


손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나도 물러날 수 없었다.


관계에 있어 태도란 중요하다. 그게 설령 표면적인 것일 뿐이라고 해도.


스승님, 스승님이라고 부르면 뭐 하나? 결국에는 반말로 대화하면 친구 사이랑 다를 바가 없다. 표면적으로라도 존댓말을 써야 뭘 가르쳤을 때 듣는 시늉이라도 하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무려 은자 50냥을 지불하고 제자로 삼았는데 겉으로라도 스승님 대우를 받고 싶다!


단이는 맘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다가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마지못해 대답했다.


“알았어.”


“어허, 존댓말!”


“...요.”


음, 그래. 이게 맞지.


조금 불만족스럽긴 하지만 아직 처음이니 너그럽게 이해하기로 했다. 나는 제자에게 관대한 스승님이니까!


조금 고분고분해진 단이의 태도를 보며 만족하는 것도 잠시, 나는 곧바로 두 번째 조건을 말했다.


“다음 조건은... 내가 할 수 있는 가르침이 끝났을 때, 내 부탁을 하나 들어주는 것.”


“무슨 부탁인데요?”


“아직은 말해줄 수 없어. 뭐, 말하자면 졸업 시험 같은 거니까. 이 부탁을 마지막으로 내 가르침은 끝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이후에 너는 네 삶을 살고, 나는 나대로 살아가면 돼. 어때 쉽지?”


“...네.”


내 말을 들은 단이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보며 나는 뭐라 더 말하려다가 말았다.


‘굳이 여기서 더 말할 필요는 없겠지.’


내가 할 부탁은 하나 말고는 없었다.


남궁 기룡의 암살.


그러나 지금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지레 겁먹고 도망가면 어떡해.’


남궁 기룡은 그럴 만했다. 지금 중원에 있는 이들이라면 현 황제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 있어도 남궁 기룡은 모를 수가 없었으니까.


당장은 안 되더라도 조금 더 실력에 대한 자부심도 생기고, 신뢰감도 쌓게 된다면 천천히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관계를 재정립하고 나는 손뼉을 크게 쳤다.


— 짝


“자! 그럼 오늘은 첫날이기도 하니까 이 정도로 마치고, 마지막으로 하나만 하고 끝내도록 하자.”


“뭐?”


“존댓말.”


“...뭐요.”


말한 지 얼마나 됐다고 슬금슬금 반말하냐.


그마저도 부자연스러운 것이 앞으로 존댓말이 입에 익으려면 시간이 아주 필요할 것 같다.


앞으로 나아지겠지. 우선 넘어가기로 하고 나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단이에게 보여줬다.


“그건 뭐예요?”


“이건 속성지라고 해서, 사용자의 기가 어떤 성질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말했다시피 사람마다 가진 기의 속성이 다르고 그에 맞는 수련법이나 무공이 있으니까...”


“됐어요. 그래서 어떻게 쓰는데요?”


“...”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려는 찰나, 단이가 말을 끊으면서 나는 그만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존댓말만 한다고 스승 대접이 아닌데.


나는 단이를 노려봤지만 아무렇지 않게 마주하는 단이를 보며 그냥 포기했다.


“속성지를 한 손에 올려놓고 기를 흘려보내 주면 된다. 그러면 속성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기의 성질을 유추할 수 있다. 이렇게, 흡!”


나는 손에 들고 있는 속성지를 손바닥 위에 올리고 기를 흘려보냈다.


그러자, 속성지가 빛을 내며 반응하더니.


— 펑!


내 손바닥 위에서 작게 폭발했다.


“우왁!?”


나는 순간적으로 손바닥 위에서 발생한 폭발을 보며 깜짝 놀랐으나 곧 손이 멀쩡한 것을 보고 진정했다.


“아, 괜찮구나. 음...”


“...”


내 반응을 보며 단이가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나는 애써 그 눈빛을 무시하며 말했다.


“흠, 흠! 아무튼, 속성지가 폭발했으니 내가 화기(火氣)를 타고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 너도 해봐.”


“...네.”


나는 추가로 가지고 있던 속성지를 꺼내 단이에게 건네줬다.


속성지를 받은 단이는 방금 내가 한 것처럼 속성지를 손바닥에 올려놓고는 잠시 기다렸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던 와중에 단이가 고개를 돌려 내게 물었다.


“기를 어떻게 흘려보내는데요?”


“아.”


단이의 질문을 받고 아차 싶었다.


그러고 보니 이것저것 알려줬는데 정작 기를 어떻게 쓰는지를 안 알려줬네.


고민하던 나는 속성지를 올려놓지 않은 반대쪽 손을 잡았다.


“자, 어떻게 하는 거냐면...”


“...!”


단이의 손을 잡고 그곳에 기를 흘려보내면서 감각을 알려주려던 찰나, 단이가 주먹을 내 얼굴에 날렸다.


“억!?”


갑작스러운 일격에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나는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아니, 왜!?”


“...”


뜬금없이 얻어맞은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단이를 봤지만, 단이는 씨익씨익거리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맞은 건 난데 왜 네가 화가 나 있는 건데!?


억울했지만 다시 주먹을 쥐며 내게 달려와 때리는 단이를 보며 나는 뭐라고 더 묻지 못했다.


그렇게 갑자기 화를 내는 단이가 기분이 풀릴 때까지 얻어맞은 나는 영문도 모른 채로 사과하고 조심스럽게 손을 잡고 기를 흘려보내 줬다.


“...이런 식으로 기를 흘려보내면 돼.”


“응. 알았으니 이제 비켜.”


나는 바로 단이의 손을 놓았다. 괜히 또 얻어맞을라.


내가 손을 놓자 단이는 다시 손 위에 속성지를 올려놓고 잠시 집중했다.


제대로 속성지에 기를 흘려보낸 건지 이내 속성지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뭐야?”


“이건...”


단이의 손 위에 놓인 속성지의 상태를 확인한 나는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속성지는 검게 변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축축하게 뭔가 묻어 있었는데 먹물인가 싶었던 나는 순간 비릿한 냄새를 맡고 속성지에 묻어있는 액체가 무엇인지 알았다.


‘...피다.’


속성지는 피로 물들어 있었다.


‘속성지가 젖었다는 건 기본적으로 수기(水氣)를 타고났다는 건데, 그 안에 다른 기운들이 섞이면 특수한 액체가 묻어나오는 거지.’


예를 들어 수기에 추가로 토기(土氣)를 타고나면 흙탕물이 묻어있는 식이다.


그런데 피가 묻어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모든 속성에 어느 정도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는 드물지만, 없는 건 아니야.’


어쨌든 수기를 특히 타고났으니 수기에 어울리는 무공을 익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당이지. 무당은 유(流)를 중시하니까 수기에 가장 적합하다. 다만 무당 같은 대문파의 무공을 익히는 건 힘들 것 같고, 애초에 다른 기운도 어느 정도 타고났으니 익히는 데 문제는...’


“이건 뭐야?”


단이가 말을 걸어오자 나는 생각을 멈췄다.


그래, 계획은 나중에 짜도 된다.


궁금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단이에게 나는 대답해주기로 했다.


“속성지가 젖어 있는 걸로 보면 수기를 타고났다고 보면 돼. 근데 그냥 물이 아니라 피가 묻어있으니까 다른 속성에도 어느 정도 재능이 있다고 보면 될 거야.”


“...피라고 하면 나쁜 거야?”


내 대답을 들은 단이는 다시 물음을 던졌다.


다만 되묻는 단이의 표정은 전과 달리 조금 경직된 것이 느껴졌다.


“아니, 속성이라는 것은 타고나는 거니까 나쁘고 좋은 건 없어.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좋다고 봐야겠지? 아무래도 범용성이 뛰어나다는 거니까.”


“...그렇구나.”


그렇게 답하자 단이의 표정이 풀어졌다.


애는 애구나.


성인 남성을 아무렇지 않게 던져버린다고 해도 이런 부분에서는 쉽게 동요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피식 웃었다.


“...왜 웃어.”


“그냥. 근데, 너 왜 계속 반말이냐?”


“...요.”


“...하.”


은근슬쩍 반말을 하는 녀석을 보면서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체감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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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6] 사제, 충돌(師弟, 衝突) 24.08.16 4 0 24쪽
15 [015] 피로 물드는 밤 24.08.12 6 0 14쪽
14 [014] 불청객은 악재와 함께 24.08.11 7 0 14쪽
13 [013] 사람은 적응의 동물 24.08.08 10 0 14쪽
12 [012] 악연도 인연이다 24.08.08 16 0 19쪽
» [011] 시작이 반 24.08.07 16 0 12쪽
10 [010] 흔들림 24.08.05 13 0 13쪽
9 [009] 살얼음판 위 평온 24.08.02 13 0 14쪽
8 [008] 제자 고용 24.08.01 14 0 18쪽
7 [007] 이기면 장땡 24.07.29 15 0 23쪽
6 [006] 폭풍을 부르는 해상난투 24.07.28 14 0 11쪽
5 [005] 운수 좋은 날 24.07.25 16 0 15쪽
4 [004] 새벽진담 24.07.23 16 0 19쪽
3 [003] 호위닌자 24.07.21 19 0 14쪽
2 [002] 일할 시간 24.07.19 25 0 17쪽
1 [001] 가문에서 쫓겨났다 24.07.18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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