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무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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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1
작품등록일 :
2024.06.27 21:43
최근연재일 :
2024.08.1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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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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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 악연도 인연이다

DUMMY

“젠장, 젠장...!”


빈민가의 어느 판잣집 안, 김수길은 짜증스럽게 욕을 뱉었다.


장주시 외곽, 빈민가에서 인신매매하는 사람 중 하나인 그는 현재 화가 나 있었다.


본래 산채에서 산적질을 하던 녹림도였던 그는, 두목의 명령으로 마을을 약탈하고 납치한 사람들을 팔라는 명령을 받고 산채를 떠나 노예 상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 두목에게 일을 받을 때는 좋았다. 더 이상 위험한 산적질을 하지 않고 편하게 산채에서 보내주는 상품들을 팔기만 하면 되니까.


그러나 시간이 지나 김수길은 인신매매에 흥미를 잃었다. 종일 빈민가에 가만히 앉아서 손님이나 기다리는 것은 그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지루한 일이었다. 매일같이 지나가는 마차나 작은 마을을 약탈하던 그에게 있어 상인 일은 그다지 맞지 않았다.


반면 의외로 노예 상인으로 일하면서 귀찮은 일이 엄청나게 발생했다. 빈민가다 보니 치안이 좋지 않아 강도 집단이 습격해오는 일도 빈번히 일어났고, 도망친 애새끼들을 잡아 오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상인 일을 하면서 성질을 죽여야 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좁은 판잣집에서 남정네들이랑 같이 지내는 것도 짜증 난다.


그는 산채가 그리웠다. 산적질을 하고 싶어 손이 근질거리고, 마을을 약탈한 뒤에 아녀자를 취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일을 하면서 나름의 노하우가 생기며 산적 두목은 자신이 산채에 돌아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불만이 쌓여가다가, 산채에서 보낸 꼬맹이 한 명을 보고 그는 놀랐다.


기본적으로 상품은 평범한 마을 주민들이었기에 외모가 거기서 거기였다. 가끔 잡히는 괜찮은 여자는 두목이나 산채에서 성욕 처리 목적으로 쓰기 때문에 상품으로 보내지 않았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웬일로 산채에서 예쁘장한 여자애를 보낸 것이 아닌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상품을 데려오는 공급책 녀석은 김수길에게 설명했다.


가끔 돈 많은 호구가 찾아오면 보여주고, 그 뒤에 재산만 챙겨서 다시 돌아오라고 시키라는 것.


그러면서 말을 덧붙였는데.


— “걔는 두목이 특히 신경 쓰고 있으니까 건들지 마쇼.”


그러나 그 말은 김수길의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예쁜 여자. 빈민가에도 몸을 파는 여성들이 있긴 했지만 그런 싸구려랑은 차원이 달랐다. 비록 어린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과년(16세) 정도가 돼서 성장을 어느 정도 하면 분명 미녀가 될 것이었으니까.


김수길은 알겠다고 말했지만, 천천히 단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에게 접근했다. 다른 녀석들보다 노예 상인 경력이 많은 그는 이곳에서만큼은 나름 힘을 쓸 수 있었다.


다만 접근했다고 뭔가를 할 수는 없었다. 이곳에는 없지만 어쨌든 두목이 신경 쓰는 녀석. 김수길은 단을 설득했다.


이런 더러운 일을 계속하고 싶냐, 한탕 한 다음에 도망치면 두목도 어떻게 못 한다. 그러니 한탕 해서 함께 도망치자고.


그렇게 조금씩 횡령하던 김수길은 멀지 않은 시기에 적당히 해 먹고 단과 도망칠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녀석이 나타났다.


— “은자 50냥으로 하지.”


웬 음침하게 생긴 녀석이 나타나서는 단을 사 간 것이다.


김수길은 최대한 팔지 않으려고 했다. 눈앞의 녀석은 돈도 딱히 많아 보이지는 않는데 내뿜는 기세는 무림 고수에 버금가니 괜히 변수를 만들고 싶지 않았으니까. 뭣하면 죽일 생각까지 했지만 차마 이길 자신이 없었다.


결국 그는 단에게 평소대로 녀석의 재산을 훔쳐 도망치라고 시켰다.


그리고 그로부터 벌써 5일이 지났지만,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처음 사흘까지는 어떻게 이해해보려고 했다. 녀석은 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으니까. 그러니 조금 걸려도 이해하려고 했지만, 닷새나 돌아오지 않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한 가지 가능성 말고는 없었다.


배신.


그를 깨달은 김수길은 안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자신이 지긋지긋한 인신매매를 왜 열심히 했는가? 단, 그녀 때문이었다. 그녀와 도망쳐서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기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그게 아니었으면 진작에 다 때려치웠을 거다. 그게 아니어도 굳이 귀찮게 손님을 직접 상대하면서 장부를 조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직전에 배신당한 것이었다.


화를 참지 못하고 방 안을 계속 돌아다니는 김수길을 보며 동료 중 하나는 입을 열었다.


“형님, 그렇게 신경 쓰이면 찾아가면 되는 거 아닙니까? 대충 어디서 지내는지도 알고 있으면서 왜 그렇게 발만 동동 구르시는 거요?”


“너는 그 녀석을 제대로 모르니 그러는 거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동료에게 화를 버럭 냈다.


직접 마주한 녀석은 최소 일류의 고수였다.


일류 정도 되면 자신 같은 삼류는 열 명이 한꺼번에 덤벼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거기에 여기 있는 녀석들은 삼류조차 되지 않는 머저리들. 그것도 자신을 포함해 다섯 명밖에 되지 않았다. 자신들만으로는 승산이 없었다.


다른 동료가 말했다.


“그러면 산채에 말씀하시죠. 우리가 뭐 잘못한 것도 아니고 그년이 괜한 짓 해서 그런 거 아닙니까?”


“...그래.”


김수길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 녀석이 계속 조용히 천막 안에 숨어 있었다면 애초에 이렇게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 자기 잘못이 아니다.


“두목님께 연락해야겠다. 그 녀석들은 따로 어디 가지는 않았겠지.”


“예, 안 그래도 한 명은 계속 그 연놈만 보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 계속 감시하라고 해라. 내가 직접 두목님께 다녀오겠다.”


김수길은 주먹을 쥐었다.


그는 이때까지 뺏어본 적은 있어도 뺏긴 적은 없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희망을 뺏은 그 녀석만큼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만들리라.


김수길은 그렇게 다짐했다.




* * *




장주시에 와서 단이를 가르치고 5일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내가 아는 것을 최대한 가르쳤다. 기본적인 상식부터, 기를 다루는 법이나 기척을 숨기는 방법 등등, 가르칠 수 있는 것은 몽땅 가르쳤다.


그러면서 깨달은 점은 단이, 이 녀석이 천재라는 것이다.


내가 가르친 것을 곧장 습득한 녀석은 빠르게 능숙해졌고, 금방 나를 뛰어넘었다. 특히 기척을 숨기는 건 나도 잘하지 못해서 말로만 설명해줬는데도 바로 사용하는 것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금에 와서는 내가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동물의 피를 다루는 걸 보면서 천재란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걸 넘어서 아무것도 안 가르쳐도 다 알아내는 규격 외의 존재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서 이제는 나도 가르칠 만한 것들이 점점 떨어져서 단이 혼자 수련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다. 물론 그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단이는 혼자 수련해도 조금씩 발전은 하고 있으니까. 다만 그 속도가 내가 가르칠 때보다는 느려졌으니 좀 더 나은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나도 스승다운 모습을 보여야 하고.’


자기 혼자 다 하면 내가 물주지, 스승인가?


결국 나는 단이가 강해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사기 위해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목적지에 도착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현재 나는 장주시내 어딘가에 있는 암시장을 찾았다.


얼마 전, 길을 가다가 웬 낭인 무리가 떠드는 것을 몰래 엿듣고 암시장의 존재를 알게 됐는데, 그들이 말한 것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영약부터 시작해서 무공서나 시중에서 살 수 없는 물건들까지, 다양한 것을 판다는 말을 들었다.


마침 단이에게 가르칠 무공이 필요한 참이었다 보니, 나는 암시장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내게 무공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나는 독고류의 두령이니 독고류에서 배우는 내공심법을 가르칠 수 있었다. 그러나 독고류에서 가르치는 무공은 기본적으로 토기를 가진 이들에게 맞다 보니 수기를 기본으로 하는 단이에게 적합하지도 않고, 화기를 지닌 나도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이렇다 보니 아예 새롭게 단이에게 맞을 만한 무공을 찾기로 한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암시장을 찾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무공이라고 해도 다 같은 무공이 아니다. 당연히 대문파에서 배우는 수준의 무공이 있을 리도 없으니까.


내가 원하는 것은 단이에게 맞는 피를 다루는 데 도움이 되는 무공과 그 외에 육합권 같은 익혀두면 좋을 기본 무공들이다.


‘그리고 내 몸을 지킬 수 있을 만한 것들.’


최근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여차하는 상황에 내 몸을 지킬 수단의 중요성을 통감하고 있다.


일류 정도만 돼도 몸에 호신강기를 둘러서 웬만한 공격들은 통하지 않고, 절정 고수를 만나게 된다면 애초에 요행을 바랄 수 없는 상대다.


물론 호신용품 정도로 그들을 이길 수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변수가 될 만한 것들을 구해서 행운이 발휘될 만한 환경을 형성하면 나한테 도움이 되겠지.’


최소한 도망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조심스레 암시장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


“...저거.”


“흠...”


암시장을 돌아다니는데 시선이 계속 느껴진다.


뭐지? 오면 안 될 곳에 온 건가?


자리를 옮겨 봐도 계속 쏟아지는 시선에 나는 점점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안 되겠다.’


더는 쏟아지는 관심을 견딜 수 없어진 나는 이만 발걸음을 돌려 암시장을 나가려던 찰나였다.


“어이, 형씨. 뭔가 찾으러 왔수?”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에 나는 반사적으로 목소리가 들린 곳을 봤다. 그곳에는 사나운 인상의 아저씨가 나를 보고 있었다.


얼굴 곳곳에 흉터와 함께 수염이 지저분하게 나서 딱 봐도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았다. 생긴 것만으로 상대가 쉽사리 대하지 못할 것이었다.


“저... 아니, 나 말인가?”


“그래, 형씨 말이야. 여기 형씨 말고 어리바리 타는 놈이 어딨어?”


그의 말을 듣고 주변을 둘러봤다. 확실히 다들 자기 할 일을 하는 것을 보면 이곳에 익숙한 것 같았다.


나는 고민하다 아저씨의 물음에 대답했다.


“적당한 무공이랑, 호신용품.”


“오, 그런 거면 또 내가 다 있지. 어디 거래하기로 한 곳이 있나?”


“아니, 없다.”


“그럴 것 같았어. 이리로 와봐. 잘 해주도록 하지.”


시원스럽게 얘기를 한 아저씨를 잠시 보다 나는 그냥 그쪽으로 이동했다. 어차피 잘 모르니 상관은 없겠지.


그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니, 그곳에는 별의별 물건이 늘어져 있었다.


무공서로 보이는 책들부터 비수나 물병까지, 난잡해 보이기까지 하는 목록들에 나는 당황했다.


그런 나를 보며, 암상인 아저씨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 적당히 필요한 것들을 말해보도록 해, 전설의 닌자 양반.”


“...뭐?”


“하핫, 왜 이렇게 놀라나? 설마 모를 거라고 생각한 거야?”


“...어떻게 알았지?”


“뒷세계에서 이 정돈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 말도 있잖아, 낮말은 개방이 듣고 밤말은 하오문이 듣는다. 특히 우리 같은 녀석들은 정보에 민감해서 말이야. 모르긴 몰라도 우리 말고도 알만한 녀석들은 다 알 거라고?”


“...”


나는 손바닥에 흐르는 땀을 최대한 숨겼다.


설마 그래서 그렇게 나를 보고 있었던 건가.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쏟아진 시선의 이유를 안 나는 최대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입을 열었다.


“피를 다루는 데 도움이 되는 무공과 그 외의 싸움에 도움이 되는 무공... 그리고 적당한 호신용품.”


“호오, 피를 다루는 무공이라니?”


“...이유까지 밝혀야 하나?”


“궁금하긴 하지만 굳이 밝힐 필요는 없지. 좋아! 피를 다루는 데 도움이 되는 무공이라면 마침 여러 가지 있지, 자.”


그는 늘어져 있는 물건 중에서 책 몇 권을 골라 내게 건넸다. 나는 그중 하나의 표지에 적힌 글자를 확인했다.


“흡성대법...?”


“그래, 상대의 내기를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사파의 무공이지. 직접적으로 피를 다루는 무공은 아니지만, 피를 다룰 수 있다면 꽤 도움이 되지. 예를 들어 상대의 피를 빨아서 기로 변환시키는 방법이라던가 그 외에도 기를 빼앗는 여러 방법이 적혀 있어. 뭐, 대신 흡성대법으로 쌓은 기는 대부분 탁기(濁氣)다 보니 효율이 높지 않다든가, 정신에 영향을 끼친다든가 문제가 있긴 하지만 적절하게 쓰면 쏠쏠하게 쓸 수 있다.”


흡성대법에 대해서는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사파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무공이니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그냥 사기로 했다. 기라는 것은 피와 깊은 연관이 있으니 위기의 순간 피에서 직접 기를 빨아들일 수 있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이거, 환혈성술(換血性術)이라고 해서 피를 이용해 이것저것 할 수 있는 무공이다. 단단하게 만들 수 있고 형태를 바꾸는 것도 가능해서 여러모로 편할 것 같군.”


“오, 좋군.”


“그래, 이거 말고도 대충 여러 가지 있으니 한 번 보도록 해봐.”


나는 암상인 아저씨가 건네준 책 몇 권을 살펴봤다. 그러나 대부분은 뭔가 아니다 싶어 내려놓고 결국 고른 것은 총 두 권이었다.


“무공은 이 정도면 됐고... 무기를 찾는다고 했지? 무기는 대충 여기 있는 것을 둘러보라고.”


“음...”


그는 상품 중 한쪽으로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고, 나는 천천히 둘러봤다.


확실히 암시장이다 보니 별의별 무기가 다 있었다. 쌍절곤이나 비수 같은 나름 흔한 것들부터 끝에 덩어리가 달리 사슬부터 어디 쓰는지 도통 알 수 없는 것까지. 별것이 다 있었다.


무기를 다 둘러본 나는 침음을 흘렸다. 딱히 마음에 드는 무기가 없었다. 대부분 어느 정도 숙련도가 필요한 것들이고, 들인 노력에 비해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이니 고민이 됐다.


내가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자 내 표정을 살피던 아저씨는 바로 말을 걸었다.


“마음에 드는 게 없는 모양이군.”


“흠, 다 조금 아쉽군.”


“뭐, 그렇지. 암시장이긴 해도 진짜 위험한 물품을 팔게 되면 관(官)이나 소림에서 찾아올 테니 말이야. 흠, 뭣하면 이건 어떤가?”


“응?”


그는 잠시 뒤쪽에 있는 짐 중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를 꺼내 내게 보여줬다.


“자, 이건 어때?”


“이건?”


곧 아저씨가 내게 보여준 물건을 본 나는 당황했다.


“총...?”


“쉿, 쉿! 조용히 해!”


내 말에 아저씨는 주변을 살피며 내 입을 막으려고 했다. 이걸 보면 진짜 총인가 보네.


나는 나를 조용히 만들려고 뻗어오는 그의 손을 쳐내며 알아들었다고 말했다.


잠시 후, 나는 목소리를 낮춰서 물었다.


“근데, 이걸 여기서 판다고? 관에서 허락할 리가 없는데?”


“관은 현재 이런 구석진 곳에 있는 암시장까지 신경 쓸 정도로 여유롭지 않네. 덕분에 이런 물건을 손에 넣었지. 흐흐, 형씨는 운이 무척 좋아. 나도 밀수하는 녀석에게 겨우 하나 구했으니까 말이야.”


그 정도로 관이 지금 혼란스럽다고? 총이 시중에 돌아다닐 정도로?


“아니, 근데 이걸 들고 있어도 쓸 수는 없는 거 아닌가? 보면 바로 무림이든 관이든 바로 잡으러 올 텐데.”


“그러니 호신용품이지. 진짜 위기의 순간에 꺼내서 탕! 이후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당장에는 살아야 하지 않겠어? 그리고 진짜 규제 대상은 이런 것보다는 벽력탄 같은 류야. 이건 기존의 총들보다 소형화한 거라 위력도 훨씬 약해. 일류 고수쯤 되면 호신강기로 막아낼 테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을 테지. 자, 어떻게 할 거야?”


아니, 그래도 결국 총을 쓰면 안 되지 않나?


총 같은 화기(火器)는 쓰면 현장에서 죽여도 무죄다. 그 정도로 엄격히 규제되는 물건인데. 게다가 위력도 기존의 것보다 약하면 뭐 하러 쓰는 건지.


그렇게 생각하던 나는 이내 생각을 바꿨다.


기존의 총이라면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 눈에 띄겠지만 이건 기껏해야 팔뚝 정도의 길이라 품에 넣고 다니기에도 용이해 보였다. 그리고 암상인의 말대로 진짜 위기에 순간 사용한다면 분명 비장의 한 방이 될 것이다. 이건 비수랑 달리 딱히 사전 동작이 크지도 않으니 훨씬 편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고민하던 나는 이내 결심했다.


“그래, 이걸 사도록 하지.”


“그래, 그래. 아주 좋은 선택이야. 형씨는 운이 좋은 거라고. 크크.”


“얼마지?”


“총은 은자 15냥, 탄은 하나에 은자 1냥으로 쳐주지.”


“...너무 비싸지 않나?”


“작긴 해도 총이니까 말이야. 원래라면 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물건이라고? 위험수당까지 쳐서 이 정도는 받아야지.”


그래도 비싼데.


나는 수중에 있는 돈을 확인했다. 


객잔에서 지내면서 옷이나 음식 같은 걸 사면서 내가 가진 돈은 대략 은자 47냥 정도. 만약 총을 산다고 치면 은자 30냥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거기에 무공서랑 탄까지 산다면 당장에 생활은 가능하지만 조금 쪼들리게 될 수도 있다.


그를 계산하던 나는 더욱 고민했다.


사? 말아? 사? 말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단을 내렸다.


“...사도록 하지.”


“좋은 선택이야!”


나는 값을 지불하고 물건들을 받았다.


내가 산 건 무공서 두 권과 총 한 자루, 그리고 탄 10발 정도를 구매했다.


그로 인해 내게는 은자 20냥도 남지 않게 됐다.


“크크, 좋은 거래였네.”


“...근데 이거 어떻게 쏘는 거지?”


“아, 그거 말이지? 이 총 입구에 화약을 넣고 탄을 넣은 다음에 이곳에 불을 붙이면 화약이 터지면서 발사되는 구조라고 하더군.”


“그렇군... 근데, 잠시만. 화약은?”


“나는 화약은 팔지 않는다만.”


“뭐!? 그럼 어떻게 쏘라고!”


“어허, 이 사람아! 아무리 세상이 혼란스럽다고 해도 화약을 어떻게 구하나!? 화약만큼은 관에서 특별히 관리해서 웬만한 세력이 아닌 이상에야 못 구해.”


“뭐!?”


미친, 나 사기당한 거야!?


“내 돈 돌려내라! 이 미친 사기꾼아!”


“어허, 사기라니? 형씨, 남아일언 중천금이라고 하네. 한 번 샀으면 끝이지.”


“그럼 이건 어디에다가 쓰라고!?”


“귀한 물건이긴 하니 어디서 사줄지도 모르지. 뭐, 뭣하면 집에 장식이나 해두게.”


“이런 미친...!”


“인생은 실전이야. 인생 경험을 샀다고 생각하게.”


전형적인 사기꾼의 멘트를 하는 아저씨를 보며 나는 혀를 내둘렀다.


이거 완전 곰처럼 생겨서, 하는 짓은 여우랑 다를 바가 없네.


나는 이후 암상인 아저씨와 언쟁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결국, 돈을 돌려받지 못한 나는 인생의 쓴맛을 경험하고는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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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6] 사제, 충돌(師弟, 衝突) 24.08.16 4 0 24쪽
15 [015] 피로 물드는 밤 24.08.12 6 0 14쪽
14 [014] 불청객은 악재와 함께 24.08.11 7 0 14쪽
13 [013] 사람은 적응의 동물 24.08.08 11 0 14쪽
» [012] 악연도 인연이다 24.08.08 17 0 19쪽
11 [011] 시작이 반 24.08.07 16 0 12쪽
10 [010] 흔들림 24.08.05 13 0 13쪽
9 [009] 살얼음판 위 평온 24.08.02 14 0 14쪽
8 [008] 제자 고용 24.08.01 14 0 18쪽
7 [007] 이기면 장땡 24.07.29 16 0 23쪽
6 [006] 폭풍을 부르는 해상난투 24.07.28 14 0 11쪽
5 [005] 운수 좋은 날 24.07.25 17 0 15쪽
4 [004] 새벽진담 24.07.23 16 0 19쪽
3 [003] 호위닌자 24.07.21 20 0 14쪽
2 [002] 일할 시간 24.07.19 25 0 17쪽
1 [001] 가문에서 쫓겨났다 24.07.18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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