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무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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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1
작품등록일 :
2024.06.2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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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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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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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제자 고용

DUMMY

표사 일이 끝나고, 나는 하남성의 장주시에 무사히 도착했다.


바삐 움직인다고 했을 때, 이틀이면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거리였지만 딱히 급하게 이동할 필요도 없어 중간마다 도시에 들르면서 천천히 이동했더니 닷새나 걸렸다.


장주시는 하남성의 성도인 만큼 상당히 발달한 도시였다. 태산과 마찬가지로 오악 중 하나인 숭산이 존재하다 보니 관광 쪽으로도 많이 발전해있고 중원의 중심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 교통이나 무역 면으로도 훌륭했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장주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소림사.


중원에 수많은 문파가 존재하고 서로 겨루지만, 그중 단연코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소림사가 이곳, 장주시에 있었다.


전통이면 전통, 무력이면 무력, 다 가진 소림사가 있는 만큼, 장주시는 중원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말을 들으며 그만큼 많은 사람이 모이게 되었다.


‘나도 그래서 장주시에 온 거기도 하지.’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이 모이면서 소림사는 더욱 부유해지고 강성해져서 장주시에서는 소림사 소속의 중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빡빡이들이 많네.’


나는 눈을 찌푸렸다.


여기도 빡빡이, 저기도 빡빡이.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대머리가 존재한다.


소림사는 불교 계열의 문파이니만큼 장주시에도 자연스럽게 스님들이 자주 찾아오니 이상한 건 아니지만, 많아도 너무 많았다.


과장 좀 보태서 행인이 반, 스님이 반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온 세상이 빡빡이다.


‘눈이 너무 피곤한데.’


머리에 빛이 반사되어 사방으로 퍼지면서 나는 그로 인해 눈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불편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가서 스님들 머리에 모자를 씌워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기껏해야 발걸음을 서둘러 빨리 다른 곳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목적지로 바삐 움직였다.


그동안에도 나는 반짝이는 머리들로 인해 눈을 찌푸리고 이동해야 했지만, 어찌어찌 중심가를 벗어나자 사람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스님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드디어 눈을 편하게 뜰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것도 잠시, 나는 이때까지와는 다른 이유로 심기가 불편해졌다.


“으아아아앙!”


아이가 울고 있다.


“아오, 시끄러워! 애새끼야, 닥쳐라!”


아이가 우는 것을 본 한 남성이 아이를 발로 찼다.


그를 보고 아이의 어미로 보이는 여성이 다가가 아이의 상태를 보고 남성에게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애새끼 관리 똑바로 해라! 씨발, 일진이 사나우려니.”


“죄송합니다.”


단순히 울었다는 이유만으로 맞기에는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부모는 도리어 역으로 남성에게 사과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늘 아편 들어오기로 했지?”


“흐흐, 오늘 밤 어때?”


“씹새끼야, 뒤질래?!”


아수라장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흉기를 보이며 돌아다니는 무리, 헐벗은 여인의 몸을 만지며 음흉하게 웃고 있는 남자, 시비가 붙었는지 곧장 서로에게 달려들 것 같은 남자들까지.


곳곳에서 욕설이 들려오고 불쾌한 냄새까지 풍긴다.


물론 더욱 심한 것은 그들의 복장과 상태였다. 빈말로도 좋다고 표현할 수 없었다.


현재 내가 온 것은 도시 변두리에 있는 빈민가였다.


공식적으로 도시 구역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도시 옆에 딱 붙어 있는 부랑자들의 영역.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지만 정작 그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이들이 주변에 적당히 거처를 만들고 그곳에 빌붙어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다만 장주시의 도시에 정식으로 포함된 구역이 아니다 보니 관이나 소림사의 관리에서 벗어나 있기에 치안은 좋지 않았다.


그렇기에 불법적인 일이 성행하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에 철저하게 힘의 논리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


알고 있다. 알고 오긴 했지만.


‘심하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곳에 모인 이들이 뒷세계와 연관된 것은 아니다.


중원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면서 소림이 있는 주시에 희망을 품고 왔지만, 돈이 없어 시내로 들어가지는 못하는 이들도 존재하고 그들은 철저하게 강자들에게 수탈당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저 무뢰배들을 모조리 때려 패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불법적인 일을 하는 곳이기에 대부분의 이들이 뒷세계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까딱 잘못하면 싸움에 휘말릴 수도 있고, 정말 운이 좋지 않으면 사파 무리의 표적이 될 수도 있었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주변을 무시하고 걸어갔다.


내게는 그들을 모두 구할 힘이 없었다. 힘이 없는 도움은 오지랖이 된다.


나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빈민가를 돌아다니면서 별의별 광경이 눈에 들어왔지만 나는 애써 무시하고 무언가를 찾았다.


그렇게 잠시 돌아다니다 거리 한쪽, 나는 드디어 원하던 것을 발견했다.


그곳에는 이때까지 보았던 빈민가의 사람들과 비슷하게 꾀죄죄한 몰골의 남성 세 명이 비속어를 내뱉으며 떠들고 있었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삐쩍 마른 이들과는 달리 그들의 몸이 근육이 은근히 보이는 무인의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는 어린아이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인신매매, 그중에서도 노예를 파는 곳이었다.


산적들이 마을을 약탈하고 살아남은 아이들을 데려와 판매하는 방식이다.


당연하지만 불법이다. 걸리면 무조건 사형이다. 그런데도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그만한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부잣집에서 아이들을 데려와 양자로 삼는 경우도 종종 존재하지만, 대부분 싼 값에 노예로 쓰거나 하는 식이다. 간간이 사교(邪敎)에서 인신공양의 제물로 쓰거나 주술로 젊은 신체를 빼앗는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잘은 모른다.


내 경우에는 노예를 사러 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자를 구하러 왔다.


내게는 남궁 기룡을 암살해야 한다는 임무가 있었다. 그러나 내게는 임무를 완수할 실력이 없었고 대신 내가 가진 지식을 이용해 대신 임무를 수행할 제자를 키우기로 했다.


그를 위해서 노예를 살 생각을 했다. 물론 제자로 삼을 방법이 노예 구매만 있지는 않지만 제대로 된 무공을 익히지 않은 내 밑으로 들어올 제자가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남궁 기룡의 암살은 무림에서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힘든 일. 그런 일을 평범한 이들에게 시킨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어쨌든 내가 이곳에서 사려는 노예는 무재를 어느 정도 갖춘 여자아이였다.


약한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기본적인 것들 뿐이다. 남궁 기룡을 암살하려면 내가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수행할 능력을 스스로 기를 수 있어야 했다.


여자아이를 굳이 선호하는 것은 동성보다는 이성이 암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동성의 경우에는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성은 보다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 남궁 기룡은 남성이니 여성이 접근에 유리할 것이다.


아이여야 하는 이유는 무공을 익히는데 나이가 어린 게 유리하다는 것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다시 계획을 상기한 나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내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챘는지 그들은 잡담을 멈추고 나를 봤다.


“뭐요? 손님이요?”


“그래.”


내가 그렇게 말하자 중심에 있던 남자는 잠시 나를 빤히 보다가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떤 아이를 원하시오? 웬만해서는 맞춰주도록 하지. 뭐, 너무 까다로운 조건은 안 되고.”


“무재가 어느 정도 있는... 여자아이가 있나?”


옆에서 대화를 듣던 한 남성이 웃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어이, 형씨. 뭐, 그런 성벽이오? 뭐, 여길 찾는 놈들이 다 그러지만.”


“크크.”


“...”


그렇게 말하며 다른 녀석도 나를 보며 웃었다.


뭔가 오해를 한 것 같은데, 뭐 상관은 없었다. 이 녀석들과 다시 만날 일은 없을 테니까.


나와 계속 대화하던 중앙에 남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무재는 잘 몰라도 여자아이라면 몇 명 있소. 따라오시오.”


“그러지.”


남성은 나를 데리고 아이들이 모여 있는 쪽으로 갔다.


“저기, 저기, 그리고 저기에 있는 게 전부요. 여자아이가 적은 이유는, 뭐 말 안 해도 알 거라고 믿소.”


“흠...”


남성이 가리킨 곳을 본 나는 고민했다.


‘...구분하기가 너무 힘든데.’


남자가 가리킨 곳에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여자아이들이 문제라기보다는 같이 있는 남자아이들의 문제였다. 잘 먹지 못해 성장을 못해서 삐쩍 말라 대충 봐서는 남자애인지 여자애인지 구별하기가 영 쉽지 않았다.


어떻게든 구별은 했지만 딱히 느낌은 오지 않았다. 애초에 무재를 가졌는지, 안 가졌는지 나는 구별할 수 없었다.


다만 나는 감을 믿었다. 행운이 도와준다면 내가 원하는 인재를 더 수월하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 눈에는 딱히 맘에 드는 아이가 없었다. 남자애들도 후보에 포함해서 봤지만 마찬가지.


그때였다.


“...”


“응?”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 뒤쪽 검은 천막 안, 시선이 느껴져 쳐다보니 그곳에서 한 아이가 나를 몰래 보고 있었다.


그러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녀석은 바로 천막 안으로 숨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나는 옆에 있는 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결정했소?”


“아니, 그보다 저기 이 천막은 뭐지?”


“음...”


남성은 내 질문에 턱을 긁적이며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별거 아니오. 아이들이 잘 때 쓰는 거처지. 신경 쓰지 마시오.”


“저 안에 아이가 하나 있는 것을 봤는데.”


“...잘못 본 거 아니오? 그냥 바람에 펄럭거린 거라던가 고양이라던가.”


“그럼 안을 한 번 확인해봐도 되겠나?”


“...하, 꼭 확인해야겠소?”


남성의 눈빛이 매서워진다.


그를 본 나는 잠시 움찔했지만 이내 마음을 진정시켰다.


남자의 태도로 보아 저 안에 무언가 있는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내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여기서 물러나선 안 된다고.


이래 봬도 나는 이류. 내 무력은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류면 무림에서 나름 쳐주는 수준이다. 그것만으로도 절대 이런 시정잡배한테 그냥 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이때까지 봤던 고수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를 연기했다.


“그렇다면...?”


“...”


잠시 나를 조용히 노려보던 남성은 잠시 후 식은땀을 흘리더니 이내 시선을 피했다.


“...알겠소. 안에 있는 아이를 보여주지. 따라오시오.”


그렇게 말하며 남성은 천막 안으로 향했다.


그를 따라 나도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좁군.”


대충 둘러본 천막 안은 아이들이 생활하기에 좋아 보이지 않았다.


바닥은 아무것도 깔지 않은 흙바닥이었고 불쾌한 냄새가 계속 났다. 무엇보다 좁았다. 혼자서 생활하기에도 불편할 것 같은데 바깥에 아이들만 10명이 넘었으니 잘 때 얼마나 불편할지 직접 보지 않아도 대충 알 수 있었다.


천막 안에는 역시나 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키는 내 가슴에 머리가 간신히 닿을 정도에 상태는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었지만, 최소한 바깥쪽에 있는 애들보다는 나아 보였다.


그리고 보자마자 왜 이들이 이렇게까지 이 애를 숨겼는지 알 수 있었다.


‘...바깥에 있는 애들과 확실히 남다르군.’


바깥에 있는 애들은 나이는커녕 성별조차 구별하기 힘들었다면 이 아이는 꾸미지 않았음에도 여자아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눈빛이 달랐다. 바깥쪽 아이들은 모두 희망을 잃고 멍한 눈으로 있었다면 이런 상황에도 이 아이는 눈빛이 살아있었다.


나를 천막 안으로 인도한 남성은 못마땅한 눈으로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자, 직접 확인하니 만족했소?”


“왜 숨겼지?”


“보면 알 거 아니오, 이 애는 바깥에 있는 녀석들과는 다르다는걸. 원래는 돈 있는 갑부들한테 비싸게 주고 팔려고 했지만 뭐, 당신이 그 정도 값을 준다면 못 팔 것도 없소.”


남성의 말을 들은 나는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얼마지?”


“못해도 은자 70냥은 받아야 하겠소. 비싸다는 말은 하지 마시오. 원래라면 은자 100냥에도 사 갈 사람들이 넘쳐날 테니까.”


가격을 들은 나는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기다 대답했다.


“은자 50냥으로 하지.”


“장난해? 방금 말 못 들었어?”


“자네는 처음에는 이 아이를 숨기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어쩌라고. 그게 아 아이의 가격과 무슨 상관이지?”


“애초에 팔 생각이 없었다는 뜻 아닌가? 애초에 은자 70냥이라니. 내가 아는 어떤 아이는 약관을 넘겼는데도 은자 1냥에 거래되더군.”


“그건 걔가 병신이었나 보지. 그리고 숨겨둔 건 당신 같은 양아치들 때문에 그런 거다. 지금도 가격을 후려치려고 진상짓을 하고 있지 않나?”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돼. 숨겨뒀는데 누가 살 수가 있겠어? 당신, 말대로 팔 생각이 있었다면 이렇게 숨겨두지 않고 도시로 데려가든, 뭐든 했겠지.”


“하, 지랄하네. 안 살 거면 꺼져!”


나는 내게 소리치는 남성을 보며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이 녀석은 이 애를 팔 생각이 없었다. 그게 아니면 천막에 숨겨두고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높은 가격을 부르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면 왜 숨겨뒀을까?


기본적으로 인신매매는 산적이나 해적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상품을 공급받을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장주시는 내륙지방. 해적보다는 산적들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겠지.


녹림은 기본적으로 산에 거처를 만들고 생활한다. 만약 이 애를 산적이 잡았다면 이런 천막에 숨겨둘 게 아니라 녹림채에서 데리고 있었겠지.


그렇다면 답은 간단히 나온다. 이 애를 천막에 숨겨두는 것은 이 녀석의 개인적인 결정일 것이라는 것.


나는 녀석을 보며 씨익 웃었다.


“...뭘 쪼개!”


“...너, 이거 위쪽 녀석들도 아냐?”


“뭐?”


“너희 두목도 이렇게 애 숨겨두는 거 아냐고.”


“...”


내 질문을 들은 녀석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봤다.


아무래도 내 생각이 맞았나 보군.


“은자 50냥으로 거래하지. 그러면 이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도록 하겠네.”


“...너, 뭐 되냐?”


“뭐, 글쎄 말이야. 거하게 한탕 해 먹으려는 네놈보다 못하진 않을 것 같은데 말이야.”


“...”


남성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 시선에는 살기까지 느껴졌다.


침착하자. 침착.


녀석은 내게 막 달려들지 못한다. 나와 상대의 차이는 명백하다. 기껏해야 녹림 소속, 그것도 인신매매 담당이 무력에 자신이 있지는 않을 테니까. 그저 노려보며 위협할 뿐이다.


그리고 나를 노려보던 녀석은 이내 혀를 차며 말했다.


“쳇, 그래. 은자 50냥에 팔지. 이제 됐나?”


“그래, 좋은 거래였네.”


나는 남성 옆에 아이를 봤다.


아이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의 시선에 나는 얼굴을 매만졌다.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딱히 뭐가 있는 거 같지는 않은데.


이후 나는 그에게 미리 바꿔놨던 은자 100냥 중 50냥을 주고 여자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하... 어떻게든 됐나.”


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순간 무슨 일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기서는 나에 대해 딱히 알려지지 않은 것 같으니까 누가 덤벼들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행운 덕인지, 뭔지 녀석은 다행히 나를 공격하지 않았고 순순히 거래에 응했다.


나는 여자아이를 쳐다봤다.


“...”


자신의 처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가만히 있었다.


‘갑자기 도망칠 수도 있다고도 생각했는데, 그러지는 않는 건가.’


아이의 얼굴을 한 번 보고는 옷을 봤다.


옷인지 걸레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지저분하고 헤진 옷이다.


‘가면서 옷이나 한 벌 사야겠군.’


근처에 거처도 마련해야 하고, 할 게 많았다.


그 전에 나는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야, 너 이름이 뭐냐?”


“...?”


내가 부르자 여자아이는 나를 보다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래, 너. 이름 뭐냐고.”


“...단이.”


다시 내 질문을 들은 아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성은?”


“여자.”


“아니, 그거 말고 이름 앞에 붙는 거 말이야.”


“...없어.”


“뭐? 아니, 이름은 있는데 성이 왜 없어.”


“몰라, 없어.”


거듭된 물음에 여자는 고개를 휘저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대충 이해하고 넘어갔다.


‘뭐, 말하기 싫으면 말아라.’


몇 번 물어봤는데도 대답하지 않는 것을 보면 어떤 사정이 있는 모양이었다.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과거사를 다 알 필요는 없었다. 시간이 흐른다면 모를까.


잠깐 생각에 잠긴 나는 대답했다.


“나는 독고 수리다. 뭐, 앞으로는 스승님이라고 불러.”


“...스승님?”


“그래, 앞으로 내가 이것저것 가르쳐줄 거니까 그냥 그런 줄 알라고. 그리고...”


나는 순간 멈췄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


“예전 성은 그냥 버려라. 너는 내 제자니까 이제부터 독고 단이다.”


“제잔데 왜 독고 단이야?”


“그냥 그런 줄 알아.”


“...”


내 말을 듣고 녀석은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독고 단... 독고 단...”


“...”


뭐지, 새로 얻은 성씨가 맘에 안 드나?


확실히 독고는 성씨로 그렇게 예쁘다는 느낌은 아니니까.


그러다 단이는 고래를 들어 올려 나를 봤다.


“응, 알겠어.”


“...그래.”


표정이 방금보다 나아진 걸 보면 마음에 든 걸까?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나와 단이는 시내로 들어섰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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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009] 살얼음판 위 평온 24.08.02 13 0 14쪽
» [008] 제자 고용 24.08.01 14 0 18쪽
7 [007] 이기면 장땡 24.07.29 15 0 23쪽
6 [006] 폭풍을 부르는 해상난투 24.07.28 14 0 11쪽
5 [005] 운수 좋은 날 24.07.25 16 0 15쪽
4 [004] 새벽진담 24.07.23 15 0 19쪽
3 [003] 호위닌자 24.07.21 19 0 14쪽
2 [002] 일할 시간 24.07.19 25 0 17쪽
1 [001] 가문에서 쫓겨났다 24.07.18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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