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새글

히스토리안
작품등록일 :
2024.07.06 09:50
최근연재일 :
2024.09.18 21:50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122,295
추천수 :
3,418
글자수 :
409,378

작성
24.07.26 21:50
조회
1,733
추천
48
글자
10쪽

세자는 전쟁 영웅 - 6

DUMMY

“빗줄기가 굵어지오. 이미 한 박자 늦기도 했고, 더는 추격해도, 비격진천뢰를 활용할 수도 없소. 그러니 잠시 막사를 치고 전략을 새롭게 세워야 할 것 같소.”


왠지 엎어진 김에 쉬어가자는 광해의 지시.

모두의 심정은 다행이라고 여겼다. 비를 맞자마자, 피로감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단, 막사를 세우고, 그 안에서 휴식을 취할 때는 스스로 돌아볼 기회가 생겼다.

다른 건 몰라도, 하나 분명한 게 있었다.

현실 인식. 적은 준비되었고, 아군은 한참 부족하다. 일본 병사 하나에, 여럿이 붙어도 승기를 잡기가 어렵다.

이렇게 되자, 승리를 위한 다른 방도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전력에서 밀리면, 지리에서 좋은 위치를 점해야 한다.’

‘소수로 다수를 상대할 수 있는 전술은 기습이다.’

‘당장은 힘보다 머리를 써야 한다.’

‘비격진천뢰처럼, 압도적인 신무기라면?’


이 모든 생각에 다다른 이유.

이번 전투에서 세자가 보여준 승리 때문이다.

바깥에서 내리는 보슬비처럼, 점점 스며들 듯이······

이처럼 어느새 문무 대신들은 광해의 전략을 기대하고 있었다.


* * *


얼마간 시간이 지났다. 광해는 문무 대신을 지휘 막사로 불러들였다.

짧은 시간, 조선과 일본의 전력을 확실히 깨달은 그들.

이번에는 광해가 또 어떤 전략을 내놓을까?

살짝 기대 서린 눈빛을 하고 있었지만, 광해는 정작 김충선과 문답을 나누기 시작했다.


“충선아, 네가 조선 땅을 밟은 지 얼마나 지났느냐?”

“소장, 오늘로 열나흘째가 되었습니다.”

“늘 배부르게 먹었느냐?”

“아침과 저녁, 두 끼가 꼬박꼬박 나와, 굶지 않았나이다. 특별히, 어제는 낮에 식사하였나이다.”

“일본은 하루에 두 끼만 먹는다더니, 진짜 그런 모양이구나. 그렇다면 고향이 그립진 않았는가?”

“소장, 이미 일본을 떠나올 때부터 조선에 귀순하겠다고 마음먹었사옵니다. 제 부하들도 마찬가지고요.”


김충선의 답을 듣고 광해가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네 결심이 아닌, 네 감정을 물었느니라. 좋다. 하면, 다른 병졸들은? 그들은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았더냐?”

“왜 안 그렇겠습니까? 그러나 이미 전장에 나선 무사라면, 꾹 참는 것은 당연한 일. 저들 모두 단단히 각오하고 있사옵니다.”


통역을 거쳐, 질문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첫째, 보급의 문제는 없는지. 둘째, 타향에 와서 향수병에 걸린 이들은 없는지.

그리고······.


“그럼, 일본의 관백이 조선을 치려는 준비는 얼마나 했을 것 같으냐?”

“몇 년 전부터였습니다. 히데요시는 스스로 태양의 아들이라고 믿는 중입니다. 하여, 모든 전쟁에서 다 이긴다고 생각하죠. 무엇보다도 그의 원대한 꿈은 조선보다 명을 치는 것입니다.”

“하면, 조선을 그저 명을 치는 길목 정도로 여기겠구나.”

“그, 그렇사옵니다.”


셋째가 일본이 조선 침략을 얼마나 잘 준비했는지, 마지막으로 일본이 부국강병이 된 이유였다.

여기서 광해는 신립을 끌어들였다.


“도 순변사.”

“예, 저하.”

“공은 어제 일본과 직접 맞부딪쳐 봤소. 그들의 전력은 어느 정도라고 보시오?”

“그, 그게······.”

“가감 없이 말씀하셔야 하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번 싸워서 지지 않을 수 있다고 하였소.”


광해의 질문에 신립은 좌우를 둘러봤다. 무장은 물론 류성룡 등의 문관도 호기심이 가득했다.


“적들은 실로 놀라웠습니다. 함정에 빠져, 기습을 당했는데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덤벼들었습니다. 싸움도 잘했습니다. 아니, 지옥에서 온 야차와 나찰처럼 흉포하였사옵니다.”

“그랬을 거요. 일본은 100여 년의 전국 시대를 거쳤소. 그사이 부대의 전술과 진법이 발달하고, 병사 개개인은 전투에서 살아남을 때마다 능력과 기술이 향상되었을 것이오.”

“저하의 말씀 그대로였던 거 같사옵니다. 지난 전투에서 아군의 피해가 예상보다 많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고요.”


고개를 끄덕인 광해, 다시 김충선을 바라본다.


“아마 히데요시는 통일한 다음, 나라에 넘치는 군사력을 보고 또 다른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그들이 혹시나 반란을 일으키지는 않을지, 그렇다면 차라리 그들을 활용하여, 조선과 명나라 등을 치는 게 어떨지.”

“그거까지는 모르옵니다만, 저처럼 가족과 형제를 잃은 무사들이 많았사옵니다. 하여, 그들 모두 복수를 꿈꾸고 있었고, 어떤 식으로든 큰일이 벌어졌을 것이옵니다.”

“그래, 아마 전쟁은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조선을 침략하든, 일본 안에서 내전이 일어나든. 다만 전쟁을 감당할 물자가 필수였을 텐데······?”

“일본엔 은이 많습니다.”

“은이라······.”

“네, 많은 다이묘가 광산에서 채굴한 은으로 남반한테 철포와 대포, 그리고 사탕이나 고귀이마 등을 사들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기도 강화되면서 군사력이 향상되었고, 식량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여기서 남반은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사람을 일컫는다. 사탕은 설탕, 고귀이마는 고구마를 뜻한다.

이혼은 김충선에게 이야기를 듣기 전에 이 모든 걸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일본이 은이 풍부했다는 것도 마찬가지. 다만 연산군 때 조선에서 개발된 연은 분리법이 일본으로 전해졌다는 게 아쉬운 점이었다.

그때부터 획기적으로 은 생산량이 늘어났다. 정작 조선은 과학과 기술을 천대하여,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광해는 당연히 이 모든 걸 바꿀 것이다. 그 전에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게 우선이요, 그래서 김충선의 입을 통해서 신립이나 류성룡 등에게 현실을 일깨워 준 것이다.

실제로 류성룡은 연신 탄식을 흘려냈다.


“그런······. 우리가 일본을 너무도 몰랐군요.”


광해는 회한처럼 들리는 류성룡의 마지막 말을 받아서, 다음 전략을 이렇게 풀어갔다.


“그렇소. 우리는 일본은 너무도 모르오. 해서, 무작정 저들과 싸우다가는 필패에 이를 수밖에 없소. 같은 숫자로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오.”

중간에 신립을 보니, 그 역시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한 번 싸워보니, 적의 막강함을 깨우친 것.


“하여, 물 샐 틈 없이 전략을 준비하고, 신중하게 전투에 임해야 하오. 또한, 우리가 유리한 것이 무엇이고, 적이 불리한 게 무엇인지, 계속 따지면서 일본을 몰아내야 하오.”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다만 류성룡 등이 듣고 있자니, 광해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적의 전력은 한참이나 우위에 있었다. 그렇다면 정면 승부는 어려우니, 이쯤에서 퇴각하자는 것일까?

이런 짐작이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게, 광해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지금도 주저하지 않고 후퇴가 아닌 전진의 당위성을 입에 올린다.


“풍신수길의 야욕으로 인해, 적이 물러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소. 해서, 상주에 있는 적은 이번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서 총공격에 들어갈 거요. 그들이 잘 버티기만 바라는 것은 소극적인 전략이오. 당연히 우리가 가서 도와야 할 것이오.”


그리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모두가 기다렸던 묘책이 세자의 입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그 작전을 설명해 주겠소.”


이어지는 작전에, 듣고 있던 문무 대신들의 눈빛이 반짝인다.


* * *


한편, 기요마사의 병력을 들인 유키나가는 견훤산성의 공격을 전면 중단했다.

그들의 패전이 미치는 영향을 예의 주시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어차피 비가 와서 철포대도 쓰지 못한다.

그러던 와중, 기요마사가 의식을 차렸다는 소식에, 그를 찾아갔더니.


“킬킬킬, 꼴 좋게 됐군.”


자기를 비웃듯, 키득거리는 것을 듣고 기분이 참 묘했다.

비록 서로 사이가 좋진 않았으나, 아군의 패배를 즐길 만큼 유키나가가 어리석진 않았다.

이윽고, 기요마사의 입에서 상세한 내용이 흘러나왔다.

어떤 식으로 기습을 받았으며, 왜 패퇴했는지.

다 듣고 나서, 유키나가가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우리도 그 포탄의 위력을 겪었다. 그걸 알려주기 위해서 얼마나 너를 찾았는지 모른다. 한데, 네 이동 속도가 너무 빠르니, 미처 소식을 전해주기 전에······, 이런 식으로 일이 생겼구나.”

“내가 멍청했어. 협곡 안에 위험이 도사릴 수 있다는 것을 살펴보고 들어갔어야 했는데.”


후회 가득한 기요마사의 목소리를 듣고, 유키나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요마사의 멍청함에 동의한 것이 아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야. 우리가 공격하는 성이 천혜의 요새라는 걸 잠시 망각했지. 해서, 좁은 곳에 병력을 밀어 넣어, 다수의 사상자를 내고 말았어.”

“그래서? 어떻게 할 건가? 계속 이렇게 여기서 버티고만 있을 건가?”

“공격해야지. 그리고 점령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승승장구하던 우리 정벌군의 사기가 차갑게 식어버리고 말 거야.”

“좋아.”


순간, 벽에 기대어 말하던 기요마사가 얼굴을 찡그리며 일어섰다.


“끙······.”


즉시, 유키나가가 그를 말린다.


“무리하지 마라.”

“아니, 무리해야겠어. 이 고통을 계속 기억해야, 독한 마음을 품고 다시 나아갈 수 있는 법이야.”


기요마사는 기어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고니시, 자존심 상하지만, 이번 조선 정벌에서의 첫 출발은 나보다 네가 더 낫다. 고로, 다시 준비해서 저 성을 점령할 때, 네 지휘에 따르겠다.”


그러자 유키나가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간다.


“비가 그친 뒤, 우리는 반드시 저 성을 떨어트릴 거다.”


그 각오 때문일까? 이날 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비가 그쳤다.

그런데 이 절묘한 시점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따지고 보면 별것도 아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구슬픈 퉁소 소리였는데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혼 광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7 물속에서, 바다에서 - 6 +1 24.08.19 1,495 47 12쪽
46 물속에서, 바다에서 - 5 +3 24.08.18 1,505 48 11쪽
45 물속에서, 바다에서 - 4 +2 24.08.17 1,515 49 12쪽
44 물속에서, 바다에서 - 3 +1 24.08.16 1,551 49 12쪽
43 물속에서, 바다에서 - 2 +2 24.08.15 1,594 48 12쪽
42 물속에서, 바다에서 - 1 +1 24.08.14 1,652 52 13쪽
41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8 +1 24.08.13 1,656 50 12쪽
40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7 +3 24.08.12 1,608 49 11쪽
39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6 +4 24.08.11 1,608 48 11쪽
38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5 +3 24.08.10 1,637 49 11쪽
37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4 +3 24.08.09 1,627 47 11쪽
36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3 +3 24.08.08 1,644 45 11쪽
35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2 +4 24.08.07 1,670 46 11쪽
34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1 +3 24.08.06 1,746 46 11쪽
33 전세 역전의 조짐 - 8 +4 24.08.05 1,731 46 12쪽
32 전세 역전의 조짐 - 7 +2 24.08.04 1,680 48 12쪽
31 전세 역전의 조짐 - 6 +2 24.08.03 1,662 48 11쪽
30 전세 역전의 조짐 - 5 +2 24.08.02 1,724 46 11쪽
29 전세 역전의 조짐 - 4 +3 24.08.01 1,691 48 11쪽
28 전세 역전의 조짐 - 3 +2 24.07.31 1,710 51 12쪽
27 전세 역전의 조짐 – 2 +4 24.07.30 1,759 50 12쪽
26 전세 역전의 조짐 – 1 +3 24.07.29 1,779 50 11쪽
25 세자는 전쟁 영웅 – 8 +2 24.07.28 1,795 46 12쪽
24 세자는 전쟁 영웅 - 7 +2 24.07.27 1,732 49 11쪽
» 세자는 전쟁 영웅 - 6 +3 24.07.26 1,734 48 10쪽
22 세자는 전쟁 영웅 - 5 +2 24.07.25 1,744 47 13쪽
21 세자는 전쟁 영웅 - 4 +3 24.07.24 1,760 49 12쪽
20 세자는 전쟁 영웅 - 3 +2 24.07.23 1,757 47 13쪽
19 세자는 전쟁 영웅 - 2 +2 24.07.22 1,761 45 11쪽
18 세자는 전쟁 영웅 - 1 +2 24.07.21 1,824 4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