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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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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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역전의 조짐 – 2

DUMMY

시게노부가 뜻밖의 정보를 얻었던 이유는 신립의 기마대가 퇴각하던 중, 낙마한 이를 포로로 잡았기 때문. 어이없게도, 그 포로는 세자가 진중에 있다는 내용을 발설했다.


“세자 저하께서 와 계신다. 너희는 곧 그분의 귀신 같은 책략에 모두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세자의 능력에 대한 신뢰인지, 아니면 충성심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참으로 어리석었다.

어쩌면 광해가 굳이 자신의 존재를 숨기려 하지 않았기에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흠······.”


뭐가 어쨌거나, 시게노부는 자연스럽게 반전을 노릴 수 있게 되었다.


“너희 병력 규모는?”

“내가 그걸 말할 것 같으냐? 이 개돼지만도 못한 왜놈들아! 그냥, 나를 죽여라!”


여기까지 포로의 말을 전해주던 시게노부의 비장(비서의 역할을 하는 장수)이 포로를 발로 걷어찼다.


퍽!


“큭!”

“그만! 괜찮으니, 계속 통역해라.”

“네, 도노.”


그렇지만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난 포로는 계속해서 입에 담지 못할 욕을 떠들었다.

시게노부는 그걸 참고 들어주면서, 냉정하게 이것저것 물었으나, 끝까지 병력의 규모는 끝까지 캐내지 못했다.


‘어쩔 수 없군.’


그보다 급한 것이 있었다. 유키나가에게 이 정보를 다시 알리면서, 조선의 세자에 대한 조처를 받는 것.

아니나 다를까, 그가 원한 답장이 유키나가에게 들어왔다.


- 조선의 세자를 최대한 생포하라. 하지만 여의찮을 경우, 죽여도 무방하다.


속으로 됐다고 외친 시게노부. 사무라이 부대를 오인 일조로 나눈 뒤에 작전 지역에 투입했다.

물론 그 자신도 직접 임무에 나섰고, 그러다가 친구인 쓰미하루를 만났으니.


“고토, 너는 다시 퇴각해라.”


그는 일련의 상황을 쓰미하루의 귀에 다 들려주고는 여기에서 물러나라 말했다. 하나, 쓰미하루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수 없다. 내가 너와 함께하겠다.”

“높진 않지만, 봉우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한, 숲도 제법 깊고, 어제까지 내린 비로 땅도 좋지 않다. 기마대는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끙······.”


감정에 지배되기 일쑤인 쓰미하루였다. 그러나 이번만은 친구의 말을 따랐다. 좀 전에도 나서다가 된통 당했기 때문이다.


“알겠다. 그 대신 세자의 목을 꼭 들고 와야 한다.”


생포가 목적이었지만, 솔직히 그건 쉽지 않았다.

적의 병력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세자를 사로잡아 올 수 있겠는가.

이들이 모시는 다이묘 유키나가도 그걸 알고 있으리라. 그런데도 생포를 더 원하는 마음이 더 커서 될 수 있으면 살려서 잡아 오길 바란 것이다.

그러든지 말든지, 쓰미하루는 세자의 목을 입에 올렸다.

견훤산성에서부터 지금까지, 같잖은 조선의 병력에 당한 게 몹시 억울했기 때문이다.

시게노부는 입술 끝을 위로 끌어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다. 아마 오늘 밤이 되기 전, 너는 몸이 없는 세자의 목을 보게 될 거야.”

“그걸 보기 위해서, 천천히 가야겠군.”


천천히 간다는 말 역시 다른 의미를 내포한다.

세자의 목을 보기 위해서도 있지만, 친구인 시게노부의 안위를 위해 근처에서 대기한다는 뜻.

이것까지 말릴 수는 없어서, 시게노부는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또 보자.”

“응. 조심해라.”


깨끗이 단념하고 돌아서는 쓰미하루의 등을 보면서, 이상하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어쩌면 다시 친구를 보지 못할 것 같은 느낌 말이다.


‘그럴 리 없다.’


시게노부가 고개를 내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주위에 명령을 내렸다.


“가자!”


사무라이들이 움직인다. 최대한 소리를 죽이면서, 신속하게······.


* * *


한편, 광해는 그 시각, 봉우리 몇 개를 넘어 신립의 말 머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는 모양새가 적에게 당한 느낌이 없진 않았지만, 모른 척하고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도 순변사, 적은 어떻게 됐소?”

“그, 그게······.”

“됐소. 도 순변사가 고생이 많았군.”


아랫사람이 이미 저질러버린 실수나 과오를 끄집어내지 않는 것도 군주의 덕목이다. 전장에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사실 성과가 크던, 작던, 이번 작전에서 성공했다는 게 더 중요했다. 이젠 그 이후를 바라봐야 할 때였고, 광해의 눈이 신립이 왔던 방향으로 이동했다.


‘내가 미끼가 되어야 해.’


광해는 일본군의 발목을 잡기 위해, 자신을 던져보기로 했다. 이는 매우 무모해 보이기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전세를 역전하려면, 그 정도 각오는 해야 하는 법.

다만 신립이 광해의 의도를 눈치챘을까? 재빨리 목소리를 키웠다.


“저하. 놈들이 후퇴하긴 했으나, 언제라도 다시 올 수 있습니다. 어서, 안전한 곳으로 피하셔야 합니다.”

“아니요. 그것이야말로, 내가 바라던 바요.”


어이없는 대답에 그만 말문을 닫고 만 신립. 그때 광해와 함께 온 류성룡이 황급하게 나섰다.


“저하,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옵니다!”


광해는 그의 말이 길어질 듯하여, 재빨리 선수를 쳤다.


“좌상, 어쩌면 지금이 이번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소. 우리가 저들의 발목을 잡지 않는다면, 우회할 가능성도 존재하오. 그럼, 다른 길을 통해 한양까지 가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소? 다시 말해서, 전하께서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이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추론이었다. 조선의 길을 잘 아는 소 요시토시가 상대 진영에 있는 한, 길을 돌아서 갈 수도 있으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아래로 내려갔다가 전라도를 친다면요? 해전에서 승리하고, 고군분투하면서 바닷길을 막는 이 좌수사의 노력을 무위로 돌릴 수 있소. 놈들은 그곳에서 식량과 물자를 확보할 테니까.”


구구절절 또 맞는 말만 하는 광해였다. 이에 류성룡과 신립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말 하나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견훤산성 쪽이었지만, 바짝 긴장한 신립 이하 병사들.

다행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군이었다.

신립이 고함쳤다.


“너는, 누구냐?”


그 외침에 적정 거리에서 말을 내려서, 고개를 숙이며 다가오는 무관 한 명이 있었다.

덩치가 꽤 큰 그가 뭉툭한 쇳덩어리를 창대에 붙인 편곤을 바닥에 놓은 뒤, 광해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재빨리 말한다.


“세자 저하! 소관, 정기룡이라고 하옵니다. 순변사 이일 휘하에 있는 종사관 김류가 저하께 이 서찰을 전해달라고 했사옵니다.”


광해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은 김류에게 먼저 서찰을 보낸 것은 그였다. 즉, 지금 정기룡이라는 이가 가져온 것은 김류의 답변이었는데.


“네가 정기룡이로구나.”

“······.”


광해는 서찰을 받으면서, 정기룡을 아는 것처럼 불렀다. 이에, 당황한 사람은 정기룡이었다.


‘어떻게 내 이름을?’


지엄하신 세자 저하다. 혹시 자신의 이름을 들어봤느냐고 묻는 것도 무례한 듯하고, 그렇다고 대답하지 않는 건 더 불경한 듯하고.

망설이던 그에게 광해가 웃음을 보였다.


“전하께서 네 이름을 지어주시지 않았느냐?”

“어? 마, 맞사옵니다!”


정기룡. 원래는 양반 출신이었으나, 어렸을 때 아비가 죄를 지어, 한때 관노 생활까지 했다.

나중에는 경상도의 군기시에서 일하다가 공을 세웠고, 그 일로 면천이 된 다음 상관에게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종 9품 전력부위를 거쳐, 지금은 8품 무관직인 수의부위의 벼슬을 갖고 있었다.

광해는 현실에서 읽었던 정기룡의 정보를 떠올렸다. 다른 건 몰라도 무력 하나만은 알아주었다.

특히, 편곤을 그렇게 잘 썼다. 과장 안 하고, 임진왜란 때 혼자서 열 명의 왜적도 거뜬히 처리한 적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정기룡을 보낸 김류의 의도가 광해에게 전해진다.


‘김류, 이 자를 호위무사로 쓰라는 거냐?’


속으로 그렇게 짐작한 뒤, 광해는 김류의 서찰에 담긴 내용을 읽기 시작했는데.


<저하, 일본의 병력을 붙잡아 둘 방법은 저하의 존재를 알리고, 미끼를 물게 하는 방도가 있사옵니다. 이는 저하께서 결정하셔야 하는데, 신은 감히 권할 수 없사옵니다.>


‘이니, 했다 이놈아.’


초반부터 파격적이었다. 광해는 쓴웃음을 지으며, 다음 내용을 마저 읽었다.


<대신 정기룡을 항상 곁에 두시옵소서. (중략) 마지막으로 시간은 우리의 편이니, 밀당하듯 적을 잘 붙잡아주시길 바라옵니다.>


‘알았다, 이놈아.’


광해는 속으로 피식 웃은 뒤에 정기룡에게 말했다.


“오늘부터 너는 나의 호위 무장이다.”


신립과 류성룡 등도 놀랐지만, 정기룡 본인이 가장 놀랐다.

하지만 뒤늦게 고개를 땅 가까이에 파묻고 굵직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저, 저하! 마, 망극하옵니다!”


그야말로, 필사의 각오가 담겨 있었다.


‘어쩌면 오늘 편곤 마스터의 실력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광해의 눈빛이 날카롭게 반짝인다.


* * *


광해가 최전선에서 자기 목숨을 미끼로 일본군의 발목을 잡기로 한 그 순간.

한양에서는 미루고 미뤘던 피난을 가는 임금 이연의 앞에 신하들이 막아서고 있었다.


“전하! 파천은 아니 되옵니다!”

“전하! 파천은 아니 되옵니다!”


이처럼 궐 안에서부터 문무백관들이 엎드려서 목청이 나가도록 외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임금의 피난은 단순히 한 사람의 안위 문제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것은 곧 수도 포기를 의미했고, 전국의 사기가 저하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연은 마음 단단히 먹고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살아야, 조선을 지킬 수 있도다.’


사실 이연은 이순신의 송미포 대승이 담긴 장계를 봤을 때, 매우 고무되었다.

그것도 잠시, 창원을 점령한 구로다 나가마사의 3번대가 진주성 앞에 당도했다는 서찰이 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고뇌하던 임금은 끝내 신료들의 반대를 무릎 쓰고, 몽진 준비를 마쳤고.


“전하! 파천은 아니 되옵니다!”


매달리듯 울부짖는 신하들의 목소리를 마치 듣고도 못 들은 척, 드디어 궐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이때부터는 대신들도 더 소리를 지르지 못했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궐 밖에서는 어떻게 알았는지 백성들이 엎드려서 임금에게 호소하기 시작했던 것.


“상감마마! 저희를 버리고 가지 마십시오!”

“나라님이 나라를 버리면, 우리는 어찌 산단 말입니까?”


그동안 감히 얼굴도 똑바로 보지 못하던 백성들이었다. 그래서 임금의 용안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이런······.’


그렇다고 무엄하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간 민심이 어디로 어떻게 폭발할지 짐작도 할 수 없다.

한데, 눈치 없이 호의 무장들이 즉각 나섰고.


창, 창!


“무엄하다!”

“비키거라!”


칼까지 빼 드는 바람에, 분위기가 금세 삭막해졌다.


“상감마마! 저희를 죽이고 가시옵소서!”

“네, 이 천한 놈들을 밟고 가시옵소서!”

“이, 이것들이!”


극단적인 상황이었다. 진짜 벨 것 같았다. 그래서 칼을 높게 드는 호위 무장을 향해 이연이 말리려던 찰나.


“전하! 세자의 장계가 도착했나이다!”

“세자의 장계?”

“네, 직접 써서 보냈사옵니다!”


정말 결정적일 때, 광해가 보낸 장계가 파국을 막았다.

머리가 혼미한 이연, 마음이 복잡했다.

이 서찰에 담긴 것은 길흉화복 중 어떤 소식일까? 혹시 세자에게 변고가 난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누굴 세자로 또 세워야 하나?


‘아니다. 세자한테 문제가 생겼다면, 장계를 직접 쓰지 못했을 터.’


이미 혼이 나간 상태라 별별 생각이 다 들었으나, 이름 모를 무관이 내민 장계를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순간, 백성들의 원성이 멈추었으며, 심지어 그들의 눈동자에 호기심이 가득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휴······.’


속으로 한숨을 내쉬던 임금이 세자의 장계를 펼쳤다.

그리고 쭉 읽어나갔는데, 그의 굳었던 표정이 서서히 펴지기 시작했다.


“세자가 문경새재에서 왜적을 대파했다고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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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물속에서, 바다에서 - 5 +3 24.08.18 1,504 48 11쪽
45 물속에서, 바다에서 - 4 +2 24.08.17 1,515 49 12쪽
44 물속에서, 바다에서 - 3 +1 24.08.16 1,550 49 12쪽
43 물속에서, 바다에서 - 2 +2 24.08.15 1,593 48 12쪽
42 물속에서, 바다에서 - 1 +1 24.08.14 1,652 52 13쪽
41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8 +1 24.08.13 1,655 50 12쪽
40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7 +3 24.08.12 1,608 49 11쪽
39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6 +4 24.08.11 1,608 48 11쪽
38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5 +3 24.08.10 1,636 49 11쪽
37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4 +3 24.08.09 1,626 47 11쪽
36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3 +3 24.08.08 1,644 45 11쪽
35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2 +4 24.08.07 1,670 46 11쪽
34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1 +3 24.08.06 1,746 46 11쪽
33 전세 역전의 조짐 - 8 +4 24.08.05 1,730 46 12쪽
32 전세 역전의 조짐 - 7 +2 24.08.04 1,679 48 12쪽
31 전세 역전의 조짐 - 6 +2 24.08.03 1,662 48 11쪽
30 전세 역전의 조짐 - 5 +2 24.08.02 1,723 46 11쪽
29 전세 역전의 조짐 - 4 +3 24.08.01 1,690 48 11쪽
28 전세 역전의 조짐 - 3 +2 24.07.31 1,710 51 12쪽
» 전세 역전의 조짐 – 2 +4 24.07.30 1,759 50 12쪽
26 전세 역전의 조짐 – 1 +3 24.07.29 1,779 50 11쪽
25 세자는 전쟁 영웅 – 8 +2 24.07.28 1,795 46 12쪽
24 세자는 전쟁 영웅 - 7 +2 24.07.27 1,731 49 11쪽
23 세자는 전쟁 영웅 - 6 +3 24.07.26 1,733 48 10쪽
22 세자는 전쟁 영웅 - 5 +2 24.07.25 1,744 47 13쪽
21 세자는 전쟁 영웅 - 4 +3 24.07.24 1,760 49 12쪽
20 세자는 전쟁 영웅 - 3 +2 24.07.23 1,757 47 13쪽
19 세자는 전쟁 영웅 - 2 +2 24.07.22 1,761 45 11쪽
18 세자는 전쟁 영웅 - 1 +2 24.07.21 1,824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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