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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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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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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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역전의 조짐 - 5

DUMMY

전시에 후퇴할 곳을 확실히 정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었다. 병력이 혼란스러워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유키나가가 ‘어쩌면 경주까지’라고 말하는 이유는 상황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현재, 얼마나 병력을 잃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지금도 그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더구나 보급도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예상하지 못한 조선의 철벽에 부딪혀, 남쪽으로 내려간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만약에 말이다. 너와 나 둘 중 하나가 죽거나 잡힌다면?”

“도노!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냥 들어라.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본국에서처럼 해야 한다. 냉정하게, 부하들을 먼저 살려라. 알겠느냐?”

“도노······.”


전쟁에서 패하는 것은 늘 있는 일. 또한, 죽음 역시 각오해야 했다.

다만 둘은 장인과 사위. 괜히 상대를 구하다가, 군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었다.

그래서 유키나가가 한 번 더 요시토시에게 일렀다. 잡히거나 죽으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치라고. 그게 더 많은 사람을 살리는 길이라고.

다소 냉정하지만, 이것이 전국시대를 겪어온 일본인들의 생존 방식이었다.


“소, 서둘러라.”

“하이!”


짧게 대단한 소 요시토시의 얼굴에도 분통함이 가득했다.


‘과연 이번 전쟁에 이길 수 있을까?’


사람 마음이 변죽과 같다.

조선이 만만치 않다는 의견을 내고, 이 땅을 밟았을 때. 너무 쉽게 허물어지는 상대에게 놀랐다.

그게 자만심이 되어, 최근 보름에 크게 당했다. 역시 조선은 만만치 않다는 처음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가 관백께서 쉽게 물러서려나?’


오늘의 패전 소식을 듣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분노한 얼굴이 떠오른다.

아마 요시토시가 아는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앞으로 조선 땅에서 죽어갈 수많은 일본인이 발생할 것 같아서······.

그중 대마도 출신이 적길 바라면서, 요시토시는 퇴각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 * *


기병대를 끌고 앞으로 나아가는 광해의 귀에, 낭보가 계속 전해져온다.


“순변사 이일이 적의 오백 철포대를 급습하여,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줬다고 하옵니다.”

“항왜 충선이 적 보병 오백을 전멸시켰답니다.”

“의병장 김준신과 김일이 유격전으로 적을 섬멸하여 패퇴시켰사옵니다.”


급기야.


“각개 격파당하던 적이 슬슬 한 덩어리로 뭉쳤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퇴각하고 있습니다.”


일본군이 후퇴한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광해의 좌우로 서 있던 문무 대신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

“저하, 이겼습니다!”


그 함성을 뚫고 김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하, 기회가 왔습니다. 전쟁은 도망칠 때, 가장 큰 사상자를 내는 법입니다.”


광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면?”

“삼도 순변사 신립 장군이 활약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광해가 속으로 웃었다. 이건, 신립에게 공을 세울 기회를 주라는 것.


‘모두 내 편으로 만들라, 이거냐?’


신립과 이일. 역사 속에서, 어리석고 무능하기 짝이 없던 무장들이었다.

그렇지만 현 상황에서 버릴 수는 없는 위인들. 더구나 조선군 편제에서 거의 꼭짓점에 있는 장수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공을 세우러 기회를 준다는 것은 실상 은혜를 베풀라는 뜻과 마찬가지.

광해가 김류의 의견을 받아들여, 신립을 향해 외쳤다.


“장군, 모든 기병대를 끌고 가서, 적의 후미를 치시오!”


기다렸다는 듯, 신립이 한쪽 무릎을 굽혔다.


“소신, 저하의 명을 받들어, 단 한 놈도 놓치지 않겠사옵니다!”


이어서, 광해는 이일에게 말했다.


“장군이 신 장군의 뒤를 받치시오. 박 장군과 충선을 휘하에 두고, 보병, 궁수대, 철포대를 데려가시오.”


짧은 시간이었으나, 박진과 김충선이 경험과 실력을 갖췄다는 걸 겪었던 이일이다. 기회라 여기고, 얼른 머리를 수그렸다.


“소신, 명을 받사옵니다!”


지금은 공명심이 활활 불타올라도 좋은 시점이다. 오히려 서로 전공을 세우기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하기를 바랐다.

일본의 제1, 2번 대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것. 적의 예봉을 꺾는다는 의미 이상이 숨어있다.

한 마디로, 조선 천지에 이 전쟁에서 승리할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었다.

벌써 류성룡과 권율 등, 문신들의 얼굴색이 변했다는 걸 느끼는 중이다.

물론 아직 멀었다.

일본의 침략군은 제9번 대까지 있다. 나머지 일곱 군데를 몰아낸다는 것, 지금보다 더 어려울 수 있었다.


‘이제는 놈들의 자만과 방심을 노릴 순 없겠지?’


앞으로는 진짜 실력으로 겨룰 수밖에 없다.

광해의 결의에 찬 눈에 힘이 더 들어간다.


* * *


승기를 잡았더니,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기어이 일본의 후미를 친 신립과 기병대는 2천 이상의 피해를 주었다.

그리고 인마가 빠르게 나아가다 보니, 놓쳐버렸던 제1, 2번 대의 일본 병력은 이일 군에 죽거나 사로잡혔다.

기세가 이렇게 중요했다.

분명 일본의 병력에는 여전히 철포대가 존재했고, 경험과 실력을 갖춘 야차 병들도 꽤 많았다.

그런데도 조선의 기세에 눌려, 상주를 버리고 달아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거물 포로가 한 명 잡혔다.

대마도 도주인 소 요시토시, 바로 그였다.

신립과 이일은 상주 성에 진입한 뒤, 세자를 기다린 다음.


“충선이 말하길, 이자가 대마도주라고 합니다.”

“이자의 장인이 아군 병력과 싸웠던 적의 총지휘관이라고도 했습니다.”


요시토시의 신병을 광해에게 맡겼다.

그런데.


“저자는 몇 년 전, 금상께 술까지 건넨 자 아니오?”

“맞소이다. 벼슬도 받았을 거요.”


광해보다는 류성룡과 이덕형 등 일부 신료는 요시토시와 안면이 있었기에 서로 수군거렸다.

그 대화를 못 들은 척하고, 광해는 포박당한 요시토시에게 물었다.


“너는 내가 누군지 아느냐?”

“누구······ 시오이까?”


요시토시는 눈치가 없진 않았다. 조선말도 잘한다. 당연히 광해를 한눈에 알아봤다.

그런데도 시치미를 뗐다. 왜냐? 세자가 이곳에 있는 걸 알면서도 공격했다? 조선에서 예조 참의 벼슬을 받은 그가 역적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때, 신립의 불호령이 들어왔다.


“네 이놈! 이 나라의 국본, 세자 저하시다! 어서 죽여달라고 청하지 못하겠느냐?”

“아이고······, 저하! 소신,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뜻밖에 굴욕적인 자세로 나오는 요시토시.

광해는 피식 웃으며 한쪽에 서 있던 김류와 눈빛을 교환했다.


‘역시 네 말이 맞네.’


오는 동안, 김류가 말했다. 조선이 충분히 강하다는 걸 보여주기만 한다면, 앞으로 항왜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일본의 장수와 병사들이 충성심이 아예 없진 않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100년 넘게 이어지는 전국시대로 인해, 생존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더군다나 대마도의 번주는 늘 섬에 사는 사람들의 생명을 우선으로 지켜야 했다. 조선과 일본의 전쟁을 끝까지 막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단, 막상 전쟁이 벌어졌을 때는 일본에 붙을 수밖에 없었다.

더 강해 보이기도 하거니와, 유키나가의 사위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관계는 아무 소용이 없지.’


원래 역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유키나가가 죽자마자, 바로 부부 관계를 끊었다. 심지어 아들까지 내쫓았으니.


“너는 어찌하여 역모에 가담했느냐?”

“소, 소신은······.”


말을 잇지 못하고 요시토시는 고개를 숙였다.

조선에 의리까지는 아니었으나, 도주로서 그는 대마도의 생존을 선택했다. 하지만 지금, 죽음 앞에 선 그는 그 선택을 후회하고 있었다.


“저하! 소신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때부터 긴 변명이 이어진다. 대체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팔았다. 축약하면 전쟁을 말렸다는 것. 그런데 그의 강압에 못 이겨, 전쟁에 참여했다는 내용.


“소신, 도주로서 섬의 백성들을 지켜야 했습니다. 저하께서 관용을 베푸시어······.”

“닥치거라!”


더는 듣지 못하겠는지, 광해의 입에서 불호령이 터졌다. 그리고······.


“여봐라! 저놈을 당장 참수하여, 목을 창대에 걸어라! 앞으로 역모를 꾀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겠다!”


임금의 말을 옥음이라고 한다. 한 번 입 밖으로 나오면, 법이나 마찬가지. 그래서 거둬들일 수가 없다고 하였다.

전시 조정에서 광해의 말은 옥음만큼의 권위가 담겼다. 이것이 류성룡 등 신료들의 낯빛이 크게 변한 이유였다.

열 명도 안 되는 문신들이 당황하여 서로의 얼굴을 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명이 떨어졌으니, 소 요시토시를 참수하는 것은 무조건 따라야 하건만.


‘누가 저하께 간언하셔야 하오.’

‘이대로 대마도 번주를 죽인다면, 조선에 득 될 게 없소.’

‘차라리 인질로 삼아서, 왜적을 압박하는 것이 나을 텐데.’

‘그런데 그 누가 옥음을 바꾸라고 한단 말이오?’

‘더구나 지금은 전시가 아니오? 함부로 나서다가는, 목이 떨어질 수 있소.’


이렇게 망설이는 사이, 요시토시가 땅에 머리를 찧으며 광해에게 간청한다.


“저하! 살려주시옵소서! 소신, 분명히 쓰임새가 있을 것이옵니다! 명만 내리신다면, 포로로 잡힌 왜인들을 모두 회유할 수 있사옵니다!”

“닥치라고 했다! 그건 네가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다! 오히려 이쪽으로 붙었다가, 저쪽에 붙은 박쥐 같은 놈을 일벌백계하는 게 급선무다.”


평소답지 않게, 크게 흥분한 광해.


‘일부러 화내기도 쉽지 않군.’


실은 이렇게 해야, 요시토시에게 더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었다.

그리고 벼랑 끝에 매달아 놔야,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

광해는 아예 요시토시를 죽일 각오까지 해야 했기에, 정기룡에게 시선을 보냈다.


“뭣들 하느냐? 어서 저놈의 목을 쳐라!”

“네, 저하!”


정기룡이 재빨리 움직인 뒤, 요시토시 앞에서 묵직한 편곤을 들어올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저하!”


계속 살려달라는 요시토시를 대신해서 나선 신하 한 명이 있었으니, 바로 김류였다.


“소장, 말씀드릴 것이 있사옵니다!”


일순간, 모두의 시선이 김류를 향했다.

그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근래 광해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그가 나선다면, 옥음을 물릴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걸.

일단, 광해는 손을 들어,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정기룡의 편곤을 잠시 멈추게 하였다.

그런 다음, 눈을 가늘게 뜨고 김류를 바라봤다.


“말하라.”

“분명, 소 요시토시는 죽어 마땅한 자이옵니다. 하나, 고니시 유키나가의 사위이며, 대마도를 다스리는 자입니다. 저자 말대로, 쓰임새가 꼭 있을 겁니다. 작게 쓰자면, 제1, 2번 대를 한꺼번에 압박할 수 있고, 크게 쓰자면 일본의 많은 함선이 늘 정박하는 대마도를 활용할 수 있사옵니다. 하여, 그 목숨을 붙일 것을 청하옵니다.”


언젠가부터 김류는 왜적의 이름을 그대로 썼다. 원래 소 요시토시는 평의지(平義智), 고니시 유키나가는 소서행장(小西行長)이었던 것.

의도가 있었다. 언젠가 조선은 일본을 넘어 태평양으로, 남중국해를 건너 대서양으로 뻗어 나가야 한다.

이른바 조선판 대항해시대를 꿈꾸기 전, 여러 언어를 익숙하게 만들고자 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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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물속에서, 바다에서 - 3 +1 24.08.16 1,551 49 12쪽
43 물속에서, 바다에서 - 2 +2 24.08.15 1,594 48 12쪽
42 물속에서, 바다에서 - 1 +1 24.08.14 1,652 52 13쪽
41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8 +1 24.08.13 1,656 50 12쪽
40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7 +3 24.08.12 1,608 49 11쪽
39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6 +4 24.08.11 1,608 48 11쪽
38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5 +3 24.08.10 1,637 49 11쪽
37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4 +3 24.08.09 1,627 47 11쪽
36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3 +3 24.08.08 1,644 45 11쪽
35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2 +4 24.08.07 1,670 46 11쪽
34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1 +3 24.08.06 1,746 46 11쪽
33 전세 역전의 조짐 - 8 +4 24.08.05 1,731 46 12쪽
32 전세 역전의 조짐 - 7 +2 24.08.04 1,680 48 12쪽
31 전세 역전의 조짐 - 6 +2 24.08.03 1,662 48 11쪽
» 전세 역전의 조짐 - 5 +2 24.08.02 1,724 46 11쪽
29 전세 역전의 조짐 - 4 +3 24.08.01 1,691 48 11쪽
28 전세 역전의 조짐 - 3 +2 24.07.31 1,710 51 12쪽
27 전세 역전의 조짐 – 2 +4 24.07.30 1,759 50 12쪽
26 전세 역전의 조짐 – 1 +3 24.07.29 1,779 50 11쪽
25 세자는 전쟁 영웅 – 8 +2 24.07.28 1,795 46 12쪽
24 세자는 전쟁 영웅 - 7 +2 24.07.27 1,732 49 11쪽
23 세자는 전쟁 영웅 - 6 +3 24.07.26 1,733 48 10쪽
22 세자는 전쟁 영웅 - 5 +2 24.07.25 1,744 47 13쪽
21 세자는 전쟁 영웅 - 4 +3 24.07.24 1,760 49 12쪽
20 세자는 전쟁 영웅 - 3 +2 24.07.23 1,757 47 13쪽
19 세자는 전쟁 영웅 - 2 +2 24.07.22 1,761 4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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