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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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안
작품등록일 :
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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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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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역전의 조짐 - 4

DUMMY

아까 쫓았던 놈들이라고?

그렇다면 얼마 되지 않는다.

쓰미하루의 생각이 둘로 나뉜다.

그들과 맞싸워야 하나? 그러면서 친구 시게노부를 기다려야 하나?


“음······.”


평소와 다르게, 쓰미하루는 주저했다.

마치 친구 시게노부의 신중함에 영향을 받은 것처럼.


‘휴, 마쓰라, 너라면 어떻게 했을 거 같나?’


답은 하나다.

말 위에서 싸우는 전투병이 적은 현재, 이 병력마저 잃으면 조선을 상대하기가 더 까다로워진다.

이에 쓰미하루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전군에 명령을 내렸다.


“모두, 퇴각을 준비하라.”


가슴이 아프지만, 시게노부를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단, 빠른 퇴각이 아닌, 척후를 겸해서 천천히 물러났다.


‘마쓰라를 포기하기는 이르다. 분명, 살아있을 것이다.’


시게노부 때문만은 아니었다. 적의 정확한 병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점점 상대 병력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는 점.


“도노! 좌측에서 대략 500의 보병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측 역시 500정도 입니다. 궁수로만 이루어졌습니다.”

“아군을 배신한 놈들도 비슷한 숫자인 듯싶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정확한 보고가 이어졌다.


‘이거, 우리가 속은 건 아닐까?’


쓰미하루는 곰곰이 1, 2번 대의 후퇴 직전을 떠올렸다.

조선의 퉁소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와, 지휘부는 아군이 적에게 완전히 포위되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만약에 그 포위망이 얇은 막이었다면?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크다.’


쓰미하루는 자신의 가설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병력을 멈추고, 말머리를 돌렸다.


“잠시 적의 기병대를 친다.”


여기서 만약 적이 압도적인 병력이라면, 맞서 싸울 것이다. 자기들을 붙잡고 있는 동안, 궁수대와 보병대, 그리고 철포대 등이 포위할 수 있을 테니.

그런데 그 반대라면?


‘현재까지 파악한 병력이 다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잠시 후,


“적이다!”

“돌격!”


쓰미하루의 기병대와 신립의 기병대가 또 한 차례 격돌했다. 한데······.


‘뭐냐? 이건?’


처음에는 상대가 열심히 싸우는 척하더니, 곧바로 후퇴를 명령했다.


“퇴각! 퇴각하라!”


수많은 전투를 치렀던 쓰미하루가 적이 유인하고 있다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 아니, 아까 적을 따라가 봤기에, 이번에는 확실히 알아챌 수 있었다.


“됐다! 쫓지 마라!”


유인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더 유리한 지역에서 싸우고 싶기도 하겠지만, 일본군의 본진에서 멀어지고 싶은 심리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쓰미하루의 입술 끝이 올라갔다. 그 입으로 본진에 이쪽 내용을 상세히 전달하게 했다.


<현재까지 파악한 적의 병력은 2,000 내외인 것 같습니다. 성 안쪽의 병력과 합치면 5,000을 넘지 못할 듯합니다. 도노의 명령을 기다리겠습니다.>


사위가 어두워질 무렵, 답이 들어왔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되, 본진이 오기를 기다리라.>


쓰미하루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마쓰라, 됐다!’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르는, 살아있더라도 포로로 잡힌 게 확실한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전자라면 복수를 할 수 있고, 후자라면 구해낼 기회가 생겼다.

그래서 유키나가의 지시를 모든 병력에 알렸다.

다만 밤이 깊어지자, 꾸벅꾸벅 조는 부하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해할 수 있었다.

병력은 꽤 오랫동안 견훤산성 앞에서 대기했다.

그전엔 승승장구의 마음이었는데, 처음으로 장애물을 만났던 것.

그 와중에 퉁소 소리로 잠을 설쳤고, 겨우 빠져나와 노상에서 다시 밤을 맞이했으니.

하지만 적은 이쪽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와아아아!”


또 기습이 들어온다.


‘젠장······.’


쓰미하루는 상대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얄미웠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대응할라치면, 적들은 다시 퇴각했다.

잠시 후에는 화살 공격이 들어왔다.


“으악!”

“컥!”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해야 하나? 기마병의 숫자가 점점 줄고 있었다.

다행히 얼마 후 본진에서 일부 병력이 합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키나가의 전언이 들어왔다.


“방침을 바꿨습니다. 동이 트면, 도노께서 밀고 들어가랍니다. 본진도 각개 격파를 위해서 넓게 퍼져 들어갈 계획입니다.”


쓰미하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함께 밀고 들어가자는 말을 안 했는지는 알 것 같다.

괴물 포탄, 그 신무기로 인해서, 공격은 이처럼 산개해서 들어가야 했다.


‘상관없다.’


어차피 적의 병력은 한계가 있었다. 아군이 500단위로 전후좌우에서 각개 격파한다면, 조선군은 짚단 쓰러지듯 궤멸할 것이다.

그 장면을 기대하며, 쓰미하루와 기마병들은 밤을 또 지새웠다. 중간에 상대 기습 공격에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그리고 마침내 동이 텄다.

낌새를 알아챘는지, 어느 순간부터 기습이 들어오진 않았다.

이 또한 상관없다.


“전군 진격! 만나는 적을 다 쓸어버린다!”

“와아아아!”


유키나가가 맡겨준 선봉. 그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쓰미하루가 가장 앞에 섰다.

운 좋게도, 얼마 가지 않았을 때, 적이 보였다.

그 중년인 적장이 이끄는 기병대였다.

어쩐 일인지, 도망칠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게 꺼림칙했지만, 이미 전의가 몸을 지배한 쓰미하루가 명령을 내렸다.


“전군! 적들을 다 쓸어버려라!”

“와아아아!”


그때였다. 쓰미하루가 이끄는 기병보다 훨씬 더 큰 함성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와아아아!”

“······?”


얼핏 들어도, 작은 숫자가 아닌 듯했다. 심지어······


두두두두······.


심상치 않은 말발굽 소리마저 들렸다. 지축이 울린다. 전투 경험이 많은 쓰미하루가 듣기에, 이 정도 땅울림이라면? 적어도 수천 이상이었다.


‘뭐지? 뭐가 잘못됐지?’


어느새 적의 기마대는 사방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것도 높은 곳에서 말이다.

쓰미하루는 이제야 자기와 부하들이 있는 위치를 인지할 수 있었다.

이곳은 상대적으로 적들보다 더 낮은 분지였다. 사방이 봉우리로 둘러싸인······.


‘아차!’


후회는 늦었다. 이미 적진에서 누군가의 명령이 들려왔다.


“포로는 필요 없다! 단 한 놈도 놓치지 말고 싹 다 죽여라!”

“와아아아!”


두두두두!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기세가 장난이 아니다. 그런 그들을 올려다보던 쓰미하루는 그만 사색이 되었다.


* * *


시간은 조선의 편이다. 김류가 했던 말이다.

사실이었다. 팔도에 내린 소집령으로 모였던 병력. 충주에 모였다가, 뒤늦게 출발해서 광해가 이끄는 군에 합류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쟁 초반 흩어졌던 경상 좌·우도의 패잔병이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모여들었다.

마지막으로 적지 않은 수의 의병들. 견훤산성의 포위가 풀리자마자, 김류가 수소문했다.

순식간에 3만이 넘었다.

그중 기마병만 총 7천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광해와 김류는 중간에 병력을 노출하지 않았다.

바로 지금 순간을 위해서다.


두두두두.


“와아아아!”


언덕에서 내려오는 기마병의 함성이 분지를 가득 메웠다.

가장 앞에 선 병력은 하나같이 편곤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쓰미하루가 이끄는 일본군과 충돌하기 직전, 말의 옆구리를 찼다.

그 순간, 모든 말이 땅을 박찼다.


쉭!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장관이 이어진다.

물론 이는 조선군의 관점에서였다. 일본군은 숨도 제대로 못 쉴 만큼, 공포가 엄습해 왔다.

두려움은 현실이 되었다.

말들이 아래로 내려올 때, 무거운 편곤에 가속도까지 붙었고.


빠각! 퍽!


머리가 부서지고, 뇌수가 터졌다. 팔다리가 으스러지면서, 선혈이 낭자했다.

완벽하게 저문 햇빛 아래서도 그 장면이 다 보인다. 왜냐? 언덕에서 불을 밝혔기 때문이다.

당연히 광해의 명령 때문이다.

한편, 그 옆에는 김류가 서 있었다.


“다행입니다. 아군끼리 치고받는 일은 없군요.”


김류의 말에 광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이 바로 조선의 정예다.”


실제로 북방에서 여진과 기마전으로 맞붙었던 병력이 다수가 섞였다. 그밖에, 신립이 이끌었던 기마대는 짧은 시간 왜군과 싸우며 경험을 쌓았다.


“다른 쪽도 잘해주고 있겠죠?”

“물론이지.”


다른 쪽이란? 이일과 김충선, 그리고 의병장들을 뜻한다. 그들에게는 유격전을 맡겼다.

일본의 본진과 굳이 정면 승부까지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최대한 괴롭히라고 명했다.

만약 밀릴 경우, 후퇴하면 그만.

아군에게는 철옹성인 견훤산성이 있었다.

이쯤에서 다시 광해와 김류가 아래를 바라본다.

무참히 박살 난 적 중에 그나마 버티는 장수 하나가 보였다.


“저놈이 고토 쓰미하루인가 봅니다.”

“아마도?”


적장 정보는 김충선에게 들었다. 기마전에 능하며, 말 위에서도 칼을 기가 막히게 쓴단다.

지금도 그랬다. 거의 전멸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엄청난 무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휘는 이미 포기한 듯했다. 대신, 하나라도 더 저승으로 끌고 갈 생각인 것 같다.

그러다가 마주한 조선의 장수가 바로 정기룡이었다.


“괜찮을까요?”


살짝 걱정되는지, 김류가 물었다. 광해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저 정기룡을 바라보기만 했다.


‘기룡, 너를 믿는다.’


광해의 신뢰에 보답하는가? 말을 탄 병력 중 그 누구보다도 편곤을 잘 쓰는 정기룡.

쓰미하루를 열 수만에 제압했다. 마지막 한 수는 수직으로 찍은 쇠몽둥이에, 두개골이 박살 났으니.


“즉사했겠습니다.”


광해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마무리하자. 아직 적은 많아.”

“네, 저하.”


이제 오백 적 기병대의 몰살이었다.

작은 승리에 만족할 수 없다고 여기며, 조선의 기병대는 다시 나아갔다.


* * *


그 시각, 고니시 유키나가의 얼굴은 당혹스러움으로 물들었다.


‘젠장······.’


오백 명씩 나눈 병력이 조선군에 패했다는 소식이 속속 전해졌기 때문이다.

답답했다. 적은 철저히 치고 빠지는 전법으로 나오고 있었다.


‘내가 너무 성급하게 판단했다.’


어둠 속에서의 숲은 지리를 잘 아는 조선에 더 유리했다. 아무리 일본 병력 개개인의 무력이 앞서도, 조선군의 유격전에 무력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슬슬 머릿속에 아로새겨지는 글자가 ‘퇴각’이었다. 마침, 가장 아끼는 부하이자 사위, 소 요시토시가 합류했다.

그 역시 유격전에 당해서, 백 명이나 되는 병력을 소실했는데.


“도노, 죽여주십시오!”


털썩! 무릎을 꿇고 죄를 청하는 그에게 유키나가가 말했다.


“네 죄가 아니다. 내 판단이 잘못되었다.”

“도노······.”

“그리고 우리가 여기에 처음 왔을 때, 네 말을 들었어야 했다.”


얼마 전 일이 떠올랐다. 소 요시토시는 견훤산성 공략에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른 장수들이 워낙 호전적이라서, 유키나가는 사위의 충언을 무시했다.

그때부터 꼬였고, 오늘에 이르렀다.


“소, 네가 해줄 일이 있다. 흩어진 각 병력에 전달하라. 전군 퇴각한다고.”


엎드린 요시토시의 몸이 떨렸다. 또 한 번 듣는 퇴각. 그런데 이번에는 훨씬 더 심각했다.


“단, 장소는 상주 성으로 가지는 않겠다.”

“상주 성이 아니라고 하심은?”

“더 아래로, 어쩌면 경주까지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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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물속에서, 바다에서 - 3 +1 24.08.16 1,550 49 12쪽
43 물속에서, 바다에서 - 2 +2 24.08.15 1,594 48 12쪽
42 물속에서, 바다에서 - 1 +1 24.08.14 1,652 52 13쪽
41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8 +1 24.08.13 1,655 50 12쪽
40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7 +3 24.08.12 1,608 49 11쪽
39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6 +4 24.08.11 1,608 48 11쪽
38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5 +3 24.08.10 1,636 49 11쪽
37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4 +3 24.08.09 1,626 47 11쪽
36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3 +3 24.08.08 1,644 45 11쪽
35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2 +4 24.08.07 1,670 46 11쪽
34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1 +3 24.08.06 1,746 46 11쪽
33 전세 역전의 조짐 - 8 +4 24.08.05 1,730 46 12쪽
32 전세 역전의 조짐 - 7 +2 24.08.04 1,679 48 12쪽
31 전세 역전의 조짐 - 6 +2 24.08.03 1,662 48 11쪽
30 전세 역전의 조짐 - 5 +2 24.08.02 1,723 46 11쪽
» 전세 역전의 조짐 - 4 +3 24.08.01 1,691 48 11쪽
28 전세 역전의 조짐 - 3 +2 24.07.31 1,710 51 12쪽
27 전세 역전의 조짐 – 2 +4 24.07.30 1,759 50 12쪽
26 전세 역전의 조짐 – 1 +3 24.07.29 1,779 50 11쪽
25 세자는 전쟁 영웅 – 8 +2 24.07.28 1,795 46 12쪽
24 세자는 전쟁 영웅 - 7 +2 24.07.27 1,731 49 11쪽
23 세자는 전쟁 영웅 - 6 +3 24.07.26 1,733 4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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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세자는 전쟁 영웅 - 4 +3 24.07.24 1,760 49 12쪽
20 세자는 전쟁 영웅 - 3 +2 24.07.23 1,757 47 13쪽
19 세자는 전쟁 영웅 - 2 +2 24.07.22 1,761 4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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