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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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역전의 조짐 - 7

DUMMY

광해가 기억하는 이순신의 첫 번째 해전 승리는 거제도 남부의 송미포였다. 때는 4월 말경이었고, 판옥선 28척 포함된 총 95척의 함선으로 56척의 왜적의 함선을 상대했다.

전투 결과는 적선 28척 격침, 10척 나포, 나머지 적선은 거의 반파된 상태로 도주하였단다.

언뜻, 곱절의 숫자가 압도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투 함선의 숫자에서 밀렸었다.

더군다나 일본과의 전쟁에서 조선의 첫 번째 승리를 가져다주었으며, 일본의 수륙병진 계획을 좌절시켰다는 데, 그 의의가 있었다.

이번에는 어떨까?


“상세히 말해보라.”


그러자 한양을 거쳐 온 이순신의 부하 장수 송희립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임금의 명령에 따라 세자에게 직접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물론 광해는 그를 잘 알고 있었다.

이순신의 지휘를 받았던 다른 인물들은 전공을 세우고 관직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전근하곤 했는데, 송희립만큼은 1592년부터 노량까지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그를 보필했다.

집안이 세도가가 아니라서, 종군하는 내내 종8품 군관의 품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나중에 이를 알고, 광해가 왕이 되자마자 그에게 전라 좌수사 등을 맡겼던 게 기억난다.


“저하, 교전은 5월 5일에 치러졌사옵니다. 당시 우리 수군의 규모는 총 99척이었고, 그중 판옥선이 30척, 거북선 3척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을 비롯한 10명의 지휘관이 함께했사옵니다.”


과연 예전과 똑같이 상세하고 꼼꼼하게 설명한다. 이순신이 늘 그와 동고동락한 이유가 있었다.

여기서 송희립은 잠시 숨을 고르고 전투 과정을 설명했다.


“적선은 127척이었습니다. 함선의 숫자에서 열세라고 파악한 좌수사는 다도해 연안을 지나며 크고 작은 섬마다 척후선을 보내 적의 동태를 살폈습니다. 특히 작고 빠른 포작선들을 사방으로 흩어 보내 바다 위 적들의 움직임을 파악했습니다.”

“역시 좌수사로구나······.”


광해의 탄성에 송희립은 속으로 의문을 느꼈다. 그가 알기로, 이순신과 세자는 서로의 존재는 알지만, 만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장계를 통해 들었거니, 생각하며 송희립이 설명을 이어갔다.


“마침 약탈 중인 적들을 발견하여, 포작선들이 거제도 앞바다에서 신기전을 발사해 적을 기습했습니다.”

“판옥선이 아닌 포작선으로 공격해 적의 의표를 찔렀다?”

“그, 그렇사옵니다. 포작선은 고래를 잡는 배. 하여, 어부인 줄 알고, 적들이 무심코 넘어간 듯하옵니다.”

“역시······. 계속해 보라.”


광해가 기쁜 기색을 내보였으나, 송희립은 여러 가지로 놀랐다. 세자는 하나를 말하면, 그 이상을 예측한다. 그래도 기꺼워하는 모습을 보니, 더 자세하게 내용을 풀 수밖에 없었다.


“네, 저하. 적선들이 우리 포작선을 쫓아오자, 이순신 장군은 미리 학익진 형태로 대기하고 있던 판옥선들로 적의 전열을 흐트러뜨렸습니다. 그 순간 천자총통과 대장군전으로 많은 적선을 격침하였사옵습니다.”

“아까 언급했던 거북선은? 따로 활약은 없었느냐?”

“아니옵니다. 거북선의 등장은 적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처음 보는 거북선의 모습에 적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거북선의 충파 공격에 많은 적선이 두 동강이 났사옵니다.”

“그랬구나. 하하하.”


광해의 기꺼워하는 모습에 송희립뿐만 아니라, 문무 대신들도 고개를 갸웃했다.


‘세자께서는 거북선이라는 배도 알고 있단 말인가?’

‘도대체 언제 거북선을 파악하셨지?’


처음에는 의문을 품었으나, 세자는 ‘비격진천뢰’나 ‘고귀이마’도 문헌에서 찾아낸 사람이었다. 이에 신료들도 비슷한 과정으로 알았거니, 생각하며 다시 송희립의 말을 경청했다.


“결과적으로 적선 78척을 격침하고 27척을 나포했습니다. 나머지 적선들은 반파된 채 도주했는데, 조선이 아닌 일본 쪽으로 향하는 것을 소장이 직접 확인하였사옵니다.”

“그랬구나.”


광해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좌수사도, 희립도 정말 고생 많이 했구나. 이번 승리로 조선 수군의 우세가 더욱 확고해짐과 동시에, 적의 원군이나 보급이 완전하게 차질을 빚게 되었음이야.”

“망극하옵니다!”

“그래, 전하께서는? 따로 말씀이 없으셨느냐?”

“공을 치하하셨사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셨사옵니다.”

“······.”


여기서 광해는 송희립의 말이 더 이어지리라 여기며, 그의 입을 계속 주시했다. 그런데 더는 입이 열리지 않았다.


‘응? 이게 끝이란 말인가?’


승리했다면, 응당 품계를 높이고, 더 큰 지휘권을 줘야 한다. 그런데 임금은 말치레 한 번만 하고 보낸 모양이었다.

광해는 주변을 둘러봤다. 대소신료들 역시 약간 의아해하는 기색이었다.

그래서 광해는 어쩔 수 없이, 마무리 과정으로 들어갔다.


“고생했도다. 내, 좌수사와 희립, 그리고 공을 세운 지휘관들에게 품계와 벼슬을 올려달라고 전하께 청하겠노라.”


그제야 송희립의 입에서 감격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 망극하옵니다!”


단, 광해는 오늘 송희립의 보고에서 마음을 굳힌 듯, 오후에 휴식을 취한 뒤에 문무 대신에게 여러 가지를 쏟아부었다.


* * *


“보은에 원군을 보낼 생각이오.”


그러자, 대신들은 다음의 말로 즉각 반발했다.


“저하, 제승방략으로 삼년 산성에 병력이 따로 모일 것이옵니다. 굳이 병력을 보내는 것은 과하다 싶사옵니다.”

“소신도 같은 생각인 줄 아뢰오. 더구나 상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오니,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그 밖에 원군을 보내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를 입에 올렸으나, 한 번 결심한 광해는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왜적을 몰아낸 경험이 없소. 하여, 여물 부자에게 2천 병력을 딸려 보낼 것이오. 그 안에는 충선의 오백 철포대를 포함할 것이고.”


김여물, 김류, 김충선. 세 사람의 이름이 나오자, 대신들이 처음에 움찔했다. 그들 모두 이번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으니, 당장의 공백이 걱정된 것.

하지만.


“경들은 나를 믿지 못하오?”


세자의 질문과 같은 질책에 더는 토를 달지 못했다.

원군 파병이 아닌 것 같아도, 광해의 뛰어난 전략과 귀신같은 계책을 부정할 수는 없었던 것.


“우리는 대국적으로 봐야 하오. 저들은 한 달이 되기 전 경상도 전체를 점령한 전력이오. 이번에 문경새재에서 막은 것과 견훤산성에서 몰아낸 게, 전쟁의 승리를 가져오리라는 보장은 없소. 내 말이 틀리오?”


곰곰이 생각해 봤더니, 광해의 말이 옳았다.

견훤산성에서 왜적의 공격을 완벽하게 방어했던 김여물과 김류의 경험. 항왜 김충선의 철포대와 정보력.

그 전력을 보은에 더한다면, 충청도를 공략하는 왜적을 몰아낼 수도 있으리라.

결국, 대신들이 따르겠다고 말했고, 광해는 한 번 더 이들을 놀라게 했다.


“김여물은 들어라. 일군을 끌고 가야 한다면, 무릇 벼슬과 품계가 있어야 한다. 하여, 그대를 정략장군으로 임명하고, 종4품의 품계를 내린다.”


김여물을 포함해서, 많은 대신이 깜짝 놀랐다. 아무리 김여물이 공을 세웠다고 하지만, 중신의 품계와 벼슬은 임금의 고유 권한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세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김여물을 응시했다. 그러자 김여물이 고개를 깊이 숙였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광해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김류는 들어라. 그대 또한 이번 견훤산성을 지킨 공이 크고, 김여물을 보좌할 막중한 임무가 있으니, 정 5품 충의 교위로 임명한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두 사람은 시작이었다.

항왜 김충선도 벼슬을 받았고, 그 밖에 문경새재와 상주 전투에서 활약한 모든 이에게 적당한 품계와 벼슬을 내렸다.

이미 높은 벼슬에 있는 자는 봉록까지 약속했다.

이런 세자의 논공행상에 다들 얼떨떨한 표정이었지만, 망극하다는 말은 빼놓지 않았다.

물론 일부는 세자는 선을 넘고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마지막에 광해가 또 아슬아슬하게 금도를 지킨다.


“지금 하는 일이 권한을 넘어서는 것임을 알고 있소. 하지만 지금은 비상시국이오. 공을 세운 이들에게 즉각적인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오. 해서, 모든 품계와 벼슬, 그리고 봉록은 임시로 임명하며, 하사하는 것이오.”

“······.”

“또한, 내, 장계로 전하께 간절히 청하여, 반드시 관철할 것임을 약속하겠소.”


이 말을 듣고, 그제야 신료들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터트렸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처럼 모두가 고개를 조아리는 것을 끝으로, 원군 파병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광해가 밖으로 나서며 꺼내는 말을 듣고,


“상주 합두레에 속했던 자를 아무나 찾아오라.”


다시 또 의아한 표정을 짓는 대신들.

여기서 합두레란 여러 두레가 합쳐진 조직을 뜻한다.

조선시대 상주는 한양을 제외하고,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 당연히 합두레 또한 전국에서 으뜸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 나라의 국본이 합두레에 속한 백성을 직접 만나다니?


‘이번에는 또 무슨 전략을 세우시려고?’

‘합두레와 전쟁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대신들은 현재 광해의 모든 행보가 전쟁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광해의 뜻이 거기에 있지 않다는 것을, 다음날 확인할 수 있었다.


* * *


마침, 조선의 대승과 일본의 패퇴 소식을 듣고, 하나둘씩 상주에 살던 백성들이 마을에 복귀하던 중이었다.

조선 백성 중 농민이 아닌 자를 찾는 게 더 어려웠다. 제법 큰 고을인 상주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그래서 광해에게 40대 촌부 하나가 끌려왔던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삼돌이란 자이옵니다. 상주에서 나고 자란 자이며, 전란이 있기 전에 합두레에 속해있었습니다.”


그냥 속한 것도 아니고, 중간 간부 정도 되는 농민이었다. 다만 그 위치에서 목에 아무리 힘을 줘도, 국본 앞에서는 감히 머리도 들지 못하고 벌벌 떨고 있었다.

그걸 보며, 광해가 인자한 미소를 내보였다.


“삼돌이라 하였느냐?”

“······.”


삼돌이는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궁중 예법을 알지 못하니, 도대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던 것.

대신 중 누군가가 나서려고 하자, 광해가 얼른 손을 들어 제지했다.


“괜찮다. 나는 너를 벌 주려 부른 게 아니다. 다시 묻겠다. 삼돌이라 하였느냐?”

“그, 그, 그렇사옵니다······.”


말까지 더듬는 삼돌이를 보며, 광해의 미소가 더 진해졌다.


“내, 궁금한 게 있어서, 너를 불렀다.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답하거라.”

“저, 저, 저하. 뭐, 뭐, 뭐든, 제가 아는 것을 다, 다, 다, 말씀드리겠사옵니다.”

“혹, 파종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느냐? 즉, 지금이 파종 시기 아니냐는 말이다?”


예상과 다른 질문이었다.

전란 중에 파종을 입에 올리다니?

삼돌이도, 이 장면을 바라보는 대신들도 광해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삼돌이는 지엄하신 국본의 질문에 답하지 않을 수 없는 법.


“고, 곧 씨를 뿌려야 하는 시기가 오긴 했습니다.”

“하면, 어서 두레를 재건해야 하지 않느냐?”

“그, 그렇사옵니다······.”


너무나 당연한 질문, 너무나 당연한 대답이 이어졌다.


“해서, 내가 너를 부른 것이다. 상주의 합두레는 앞으로 전란을 걱정하지 말고, 어서 파종 준비를 하라고.”

“그, 그러하겠사옵니다.”


삼돌이는 점점 자기가 답을 제대로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무런 걱정하지 말고 파종하라는 의미. 이 나라의 높은 분 입에서 나온 ‘분부’치고는 지나치게 사소했다.

그와는 다르게, 대신들은 살짝 놀라기 시작했다.

광해의 지시는 사소한 게 아니라, 백성들의 삶까지 살피는 세심한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구나 파종한다는 것 자체가 무슨 뜻이겠는가.

백성들은 절대 안심하라고 광해가 직접 보증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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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물속에서, 바다에서 - 1 +1 24.08.14 1,652 52 13쪽
41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8 +1 24.08.13 1,656 50 12쪽
40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7 +3 24.08.12 1,608 49 11쪽
39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6 +4 24.08.11 1,608 48 11쪽
38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5 +3 24.08.10 1,637 49 11쪽
37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4 +3 24.08.09 1,627 47 11쪽
36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3 +3 24.08.08 1,644 4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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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전세 역전의 조짐 - 8 +4 24.08.05 1,731 46 12쪽
» 전세 역전의 조짐 - 7 +2 24.08.04 1,681 48 12쪽
31 전세 역전의 조짐 - 6 +2 24.08.03 1,662 48 11쪽
30 전세 역전의 조짐 - 5 +2 24.08.02 1,724 46 11쪽
29 전세 역전의 조짐 - 4 +3 24.08.01 1,691 48 11쪽
28 전세 역전의 조짐 - 3 +2 24.07.31 1,710 51 12쪽
27 전세 역전의 조짐 – 2 +4 24.07.30 1,759 50 12쪽
26 전세 역전의 조짐 – 1 +3 24.07.29 1,779 5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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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세자는 전쟁 영웅 - 7 +2 24.07.27 1,732 4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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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세자는 전쟁 영웅 - 4 +3 24.07.24 1,760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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