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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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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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역전의 조짐 – 1

DUMMY

제1차 조일 전쟁 후, 조선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 어느 것 하나 변하지 않은 게 없었다. 변화의 중심에는 흠덕제와 김류 등이 있었다. 특히, 세자 시절부터 흠덕제가 줄기차게 주장하던 부국강병의 씨앗이 이때부터 흩뿌려졌다.

물론 기득권의 저항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건 몰라도, 경상도에서부터 대동법을 시행한다고 했을 때, 조정이 찬반양론으로 무척 시끄러웠다. 결국, 가장 피해가 큰 경상도부터 대동법이 시행되었는데, 이후 의병 출신의 문무 신료들과 거대한 민심의 요구로 인해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다만 조선이 짧은 시간 안에 전란을 극복하고 부국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광산의 개발 덕분이었다. 이는 전쟁에서 느낀 철의 필요성으로 시작된 것이었는데, 철광석을 추출하다가 대규모의 금과 은을 발견하며 ‘조선 황금광 시대’가 활짝 열렸다.

확실히 탐욕은 인간의 본성이었다. 조선 황금광 시대는 자연스럽게 이웃 나라 일본의 금광을 노리게 되었고, 이 때문에 제2차 조일 전쟁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 역사학자 이혼의 논문 ‘제2차 조일 전쟁의 배경과 시대적 함의’ 중에서


* * *


사실 조선군과 일본군의 백병전이 일어난 이유는 광해의 생각대로 여러 변수가 겹친 것이었다.

첫 변수는 조선군에서 철포대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기마대를 활용한 신립이 적에게 너무 빨리 따라붙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적의 사령관 유키나가를 발견했으며, 김충선에 의해 그의 정체가 밝혀졌다는 점.


“저놈이 고니시 유키나가요! 조선 땅을 침략한 제1번 대의 대장이요!”


고니시 유키나가. 일본식 이름이다. 원래 조선은 소서행장으로 부르지만, 세자와 김충선이 대화할 때 일본어 이름을 주워들었다.

그렇다면 제1번 대의 대장을 잡거나 죽일 절호의 기회였기에, 신립의 공명심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저놈이 왜적의 수괴, 소서행장이다! 모두 저놈을 집중해서 공격하라! 잡거나 죽이는 이, 내가 큰 상을 내릴 것이다!”

“와아아아!”


신립의 격려에 힘입어 조선군의 기세가 더욱 거세졌다.

유키나가는 치솟는 위기감을 못 느끼겠는가? 그는 이를 악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호위대가 이미 조선군의 맹렬한 공격을 안간힘으로 막고 있는 게 보였다.


“이, 이런······.”


아무리 그들의 무위가 뛰어나다지만, 기습으로 당황한 상황이다. 또한, 상대하는 병종이 기마대. 그래서였는지, 기어이 호위대를 뚫고 유키나가를 향해 돌진해 오는 조선의 기마병이 하나둘씩 생겼다.


“와라!”


투지를 끌어모았지만, 긴 창이 눈앞에서 번뜩였다.


“네 이놈!”


유키나가는 재빨리 몸을 틀어 첫 번째 창을 피했다. 그뿐만 아니라, 기마병을 역공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두 번째 창이 그의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


“윽······.”


화끈한 고통과 함께 피가 솟구쳤다.


“도노!”

“어서 도노를 지켜라!”


부하들의 절규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들도 각자의 전투에 몰두해 있어 당장은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유키나가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 와중에도 칼을 들고 기마병과 상대하고 있었다.


“와라! 이놈들, 단칼에 베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기마병이 하나둘씩 더 늘어갈수록, 유키나가는 점점 더 고립되어 갔다.

슬슬 저승사자와 만날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이대로 끝나는 건가······.’


하나라도 더 지옥으로 데려가리라. 이 마음으로 다시 칼을 부여잡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세 군데서 적의 기마병이 달려 들어왔다.


‘나의 소임은 여기까지구나······.’


절체절명의 순간,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도노! 도노!”


쉭! 쉭! 쉭! 쉭! 쉭!


화살이 빗발치며, 두 기마병을 말에서 떨어트렸다.


“도노! 제가 왔습니다!”


그가 아끼는 부하 중 하나 마쓰라 시게노부였다. 그는 사무라이 출신, 그래서 폭풍처럼 조선군의 진형을 가르며 돌진해 왔다.

또한, 가장 먼저 유키나가를 보고 즉시 거리를 좁혔고, 간신히 기마병의 공격을 버텨내고 있던 유키나가 앞에 섰다. 그리고 놀라운 도약으로 말 위의 상대를 떨어트린 뒤에, 얼른 올라탔다.


“도노, 저를 잡으십시오!”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한 유키나가, 마지막 힘을 짜내어 시게노부의 손을 잡는 데 성공했다.


“마쓰라, 어서 후퇴하라! 지금은 정면 승무할 때가 아니다!”

“네, 도노!”


시게노부는 곧바로 후퇴를 명령했지만, 조선군의 추격이 끈질겼다. 특히나 그들은 기병, 이쪽은 유키나가와 시게노부를 제외한 전원이 보병이었다.


“도노, 안 되겠습니다. 제가 여기서 시간을 끌어보겠습니다.”


유키나가는 자기를 위해 나서는 시게노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부하에게 기대어 생명을 연장하는 꼴이라니, 유키나가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물들었다.


“마쓰라, 부탁한다.”

“걱정하지 마시고, 어서 안전한 곳으로 피하십시오.”


여기까지 말한 뒤, 시게노부가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곧 신립의 군과 교전에 들어갔고, 단병접전이 시작되자마자,


‘제기랄!’


시게노부는 얼굴을 찡그렸다.

전투는 기세 싸움이다. 퇴각하는 쪽의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그나마 싸움 기술에 의존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콰직!


“으악!”


지금 맞닥뜨린 조선의 기마대는 만만치 않았다.

특히, 그들이 들고 있던 무기가 문제였다. 조선 침략 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긴 창대에 나무 몽둥이를 매달아서 휘둘렀던 것.

그렇다고 사무라이로 이루어진 시게노부 부대의 전투력 우위가 사라지진 않았으나, 병종이 기마대라는 게 문제였다.

낮은 봉우리 몇 개를 거의 내려왔더니, 이제야 평지가 시작되었고.


“컥!”


기마대의 기동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환경으로 일본의 피해가 커졌다.

이 때문에 슬슬 밀리던 시게노부의 사무라이 부대에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마쓰라! 내가 왔다!”


친구이자 전우인 고토 쓰미하루의 기마대가 등장한 것.


“오오······!”


이렇게 되면, 밀릴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신립이 끌고 온 기마대가 오백 남짓, 같은 수의 병종이라면 난전 중엔 무조건 일본이 필승이라고 여겼다.

실제로 잠시 우위에 서 있던 신립의 기마대가 슬슬 쓰미하루의 기마대에 밀리기 시작했다.


“이런······.”


드디어 신립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떠올랐다.


‘안 되겠다.’


그는 전쟁 경험이 많은 장군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우세에서 열세로 바뀌는 순간, 결정은 즉각적이어야 한다. 즉, 퇴각할 시점을 놓치면, 피해 또한 작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곧바로 후퇴를 외쳤다.


“모두 물러선다!”


적기에 내린 명령이라고 확신한 신립. 적은 퇴각 중이었고, 이대로 쫓아올 확률은 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딜!”


하지만 그는 쓰미하루의 성정을 몰랐다. 유키나가의 1번 대 중, 그는 가장 호전적인 인물이었으니.


“도망치지 마라! 나와 한 번 겨뤄보자!”


이렇게 크게 부르짖고는, 자기 성질에 못 이긴 듯.


“모두 저놈들의 뒤를 쫓아라!”


미처 시게노부가 말리기도 전에, 쓰미하루의 기마대가 너무 빠르게 움직였다.


“고토! 고토! 돌아와라!”


뒤늦게 외쳐보지만, 시게노부의 목소리가 들릴 리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신립의 병력을 쫓는 기마대의 꼬리를 보고 곰곰이 생각했던 지점.


‘가만있어 보자. 저거 함정인가? 아니면, 진짜 도망치는 건가?’


시게노부는 쓰미하루와 다른 성향이다. 신중하고 냉정한 판단으로 유키나가가 이번 퇴각에서 최후방을 맡길 정도로 신임했다.

따라서 아군의 피해를 눈 뜨고 볼 수는 없지만, 함정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도우러 간다는 것은 하책 중 하책이라고 여겼다.

어쩔 수 없이, 앞서 떠난 유키나가에게 부하를 보냈다.


“너는 가서 도노께 이 사실을 알려라.”


일단, 주군의 답을 기다리기로 했다. 속으로는 친구의 안위를 걱정하면서.


‘제발, 살아있어라. 고토. 제발.’


* * *


다시 산등성이다.

높지 않은 봉우리. 양쪽 기마대는 필사적으로 도주하고, 필사적으로 뒤를 쫓았다.

그렇게 한참 시간이 지체되었다.

쫓기는 쪽이 이곳의 지리를 더 잘 알았기에, 쫓는 쪽이 거리를 쉽게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보인다!”

“저기다!”


드디어 신립의 기마대 꼬리를 잡기 일보 직전이었다.


쉭! 쉭! 쉭! 쉭! 쉭!


순간, 갑자기 화살이 빗발친다.


“컥!”

“기습이다!”

“함정이다!”


실은 함정까지는 아니었다. 또 한 번 우연이 겹치며 변수를 만들어 낸 것이다.

즉, 광해가 배치한 궁수대가 또 우연히 시게노부의 기마대를 발견하고, 활로 기습 공격을 가했으니.


“뒤로 물러나라! 퇴각해라!”


아차 싶어, 시게노부가 황급하게 고함쳤다.

훈련이 잘된 기마대다. 즉각, 말머리를 돌려서 왔던 곳을 향해 달렸다.

빠른 퇴각 명령이 좋은 판단이었다. 사상자는 거의 생기지 않았다.

신립의 기마대도 쫓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또 다른 기습 부대도 나타나지 않아서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응?”


저 앞에서 뜻밖에 전진해 오는 부대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아까 헤어진 친구 시게노부의 병력이었다.


‘나를 구하러 왔구나.’


기쁜 마음에 얼른 말을 달려, 시게노부의 곁에 다가섰다.


“고토, 다행이다. 살아있었구나.”

“물론이지. 적의 기습이 있긴 했는데, 큰 피해는 없었다.”

“그래.”


쓰미하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시게노부. 그는 눈빛을 반짝이더니, 친구에게 의견을 물었다.


“근데 이상하지 않나?”

“이상해? 뭐가?”

“저쪽 병력 말이야. 시종일관 쫓기긴 했지만.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많아 보이지 않았어. 기껏해야 여기저기서 수백 명이 찔끔찔끔 기습했지. 좀 전에 기마대 역시 오백밖에 안 됐고.”


시게노부의 말이 옳았다. 견훤산성 앞에서 퇴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일본이 마주한 적의 병력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래서? 적의 숫자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 이 말인가?”

“나는 그걸 확신하고 있네. 그래도 이미 분위기가 넘어갔으니, 다시 정비하고 성을 치는 게 상책이라고 봤지. 아마 도노도 그렇게 생각하셨을 거야.”

“그런데? 왜 온 거지?”


시게노부와 말을 섞다 보니, 쓰미하루는 친구의 성향을 되새길 수 있었다.

시게노부는 유키나가의 명을 어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즉, 쓰미하루의 기마대가 만약 함정에 빠지더라도, 도우러 왔을 가능성이 전무했다.

역시나,


“도노께서 다시 전진하라고 말씀하셨다.”


시게노부가 유키나가의 명령을 입에 담았다. 단, 뜻밖이었다. 이는 퇴각을 백지화했다는 건가?


“물론 퇴각은 돌이킬 수 없다. 그러나 변수가 하나 생겨서, 우리는 다른 임무로 움직일 생각이야.”

“다른 임무라니? 그게 뭔데?”


이 질문에 시게노부가 한 박자 쉬더니, 단호한 음성으로 내뱉는 말.


“이곳에 조선의 세자가 와 있다.”

“······!”

“도노께서 말씀하셨다. 우리 사무라이를 더 잘게 나눠서, 세자를 생포하거나 척살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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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물속에서, 바다에서 - 1 +1 24.08.14 1,652 52 13쪽
41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8 +1 24.08.13 1,655 50 12쪽
40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7 +3 24.08.12 1,608 49 11쪽
39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6 +4 24.08.11 1,607 48 11쪽
38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5 +3 24.08.10 1,636 49 11쪽
37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4 +3 24.08.09 1,626 47 11쪽
36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3 +3 24.08.08 1,644 4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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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1 +3 24.08.06 1,746 46 11쪽
33 전세 역전의 조짐 - 8 +4 24.08.05 1,729 46 12쪽
32 전세 역전의 조짐 - 7 +2 24.08.04 1,679 48 12쪽
31 전세 역전의 조짐 - 6 +2 24.08.03 1,662 48 11쪽
30 전세 역전의 조짐 - 5 +2 24.08.02 1,723 46 11쪽
29 전세 역전의 조짐 - 4 +3 24.08.01 1,690 48 11쪽
28 전세 역전의 조짐 - 3 +2 24.07.31 1,710 51 12쪽
27 전세 역전의 조짐 – 2 +4 24.07.30 1,758 5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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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세자는 전쟁 영웅 – 8 +2 24.07.28 1,795 46 12쪽
24 세자는 전쟁 영웅 - 7 +2 24.07.27 1,731 49 11쪽
23 세자는 전쟁 영웅 - 6 +3 24.07.26 1,733 4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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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세자는 전쟁 영웅 - 4 +3 24.07.24 1,760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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